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락썰

다크 히어로의 역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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락썰
작품등록일 :
2021.12.16 12:26
최근연재일 :
2022.05.08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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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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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1.13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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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30화. 사냥개 (3)

DUMMY

토토는 춘천경찰서 서버를 해킹해서 CCTV에 포착된 넘버36 강수의 동선을 추적했다. 그러나 춘천에서 경찰에게 쫓겼던 강수는 길영 컨트리클럽 쪽으로 도주했기에 CCTV 시야에서 벗어났다.

“컨트리클럽을 통과하면 어디가 나오지?”

록산의 말에 토토가 구글 지도를 모니터에 띄웠다.

“남양주 쪽인데······ 서울로 들어갔을 확률이 높습니다.”

“위치 잡는데 얼마 걸려?”

“금방 끝납니다. 경찰청 해킹해서 프로그램 하나 돌리면 되니까.”

“최소 30분은 걸리겠네. 캡틴, 에스프레소 한 잔 마시고 오죠.”

모야모가 돌아서서 밖으로 나가려는데, 토토의 말이 발목을 잡았다.

“15분.”

“불가능.” 모야모가 돌아보면서 말했다.

“내기할래? 15분 안에 찾아내면 5천 달러.”

“좋아. 5천 받고 2천 더.”

“7천 콜.”

“너희들은 내기 안 하면 병에 걸리냐?” 장쿠가 쏘아붙였다.

“사는 재미 아닙니까. 토토, 스타트.”

모야모가 손목시계를 보며 말하자, 토토가 해킹 프로그렘을 가동했다. 모야모의 태그호이어 손목시계가 째깍째깍 움직였다.


14분이 넘어가자 모야모가 승리를 확신하며 입가에 미소를 머금었다. 그 순간 토토가 노트북에 강수의 얼굴을 띄워서 모야모에게 보여주었다.

“14분 57초.”

내기의 승자는 토토.

“젠장!”

모야모가 미간을 찌푸리며 7천 불을 토토에게 건넸다.

“청량리 쪽입니다.”

토토가 말하자, 록산이 모니터를 보았다. CCTV에 포착된 강수가 경찰들과 실랑이하는 모습이 보였고, 방역차가 소독약을 뿜어내며 지나갔다. 소독약이 사라지자, 강수도 사라졌다. 그리고 경찰들이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다.

“경찰 다섯 명을 7초 만에 처리한 거야? 쟤 뭡니까?”

모야모가 고개를 살짝 갸웃거렸다.

강수의 얼굴을 응시하던 록산의 눈에도 호기심이 일어났다.

“심부름센터에 맡기지 않은 이유가 있네. 근데 넘버36은 어디로 사라진 거야?”

“3709 다마스 타고 간 걸로 추정됩니다.”

토토가 다마스를 포착해서 화면을 키웠다.

운전석에 앉아 있는 봉순이 경직된 표정으로 누군가와 말하는 것이 보였다.

“3709 다마스 추적해.”

록산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토토가 프로그램을 가동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다마스에서 하차하는 강수가 발견되었다.

“3709 다마스 소유주 차적 조회 들어갑니다. 2분이면 끝. 사냥도구 세팅하세요.”


록산, 장쿠, 모야모가 다양한 종류의 전투 장비들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한 놈 사냥하는데 실탄까지 쓸 필요는 없겠지?”

“최대한 조용히 사냥하고, 머리 다치면 안 된다는 게 클라이언트 주문이다.”

유효사거리 45미터 12게이지 산탄총과 40밀리 유탄발사기에 고무탄을 장착했다.

고무탄이라고 해서 만만하게 보면 큰코다친다. 근거리에서 사격하면 마이크 타이슨이 마음먹고 날린 훅의 강도보다 3배는 더 큰 충격이 가해지고, 두개골이 함몰된다.

록산이 이끄는 블랙맘바 팀은 험비를 타고 곧장 넘버36 수거 작전에 착수했다.


***


록산이 천회장과 인연이 닿은 것은 3년 전 프랑스 민간군사기업 L&D에 있을 때였다. 천회장은 L&D의 수장 제롬에게 KD그룹의 기밀이 담긴 파일을 훔쳐서 프랑스로 도망친 강실장을 잡아달라고 의뢰를 했었다.

강실장이 들고 도망친 파일에는 KD그룹의 분식회계, 주가조작, 편법 주식증여 등의 증거가 낱낱이 담겨 있었다. 그것만 해도 KD그룹을 휘청거리게 할 수 있지만, 천회장이 가장 두려워한 것은 여배우 정유린 사건이었다.


천회장은 본처를 비롯해 첩이 다섯 명이나 있었지만, 애타게 사랑하는 여자는 없었다. 여자는 그저 2세를 생산하는 수단과 생리적 욕구를 충족시키는 도구였다.

그런 천회장이 영화계에 혜성처럼 등장한 정유린을 본 순간 사랑에 빠져버렸다. 생전 처음 느껴보는 찌릿찌릿하고 근질근질한 감정이 단전에서부터 솟구쳐올라 천회장의 뇌를 지배하고 만 것이다.

늙은 천회장은 스물두 살 정유린을 물고 빨며 애지중지했고, 정유린이 주연을 맡은 영화에 과감하게 투자했다. 그리고 펜트하우스 청담에, 페라리에, 65피트 요트를 선물하며 정유린에게 정성을 쏟아부었다.

천회장의 사랑으로 무엇이든 될 수 있고 무엇이든 가질 수 있었던 정유린은 자만심이 하늘로 치솟아 빵빵하게 부풀어 올랐다.

그런데 정유린은 일생일대의 큰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다.

천회장의 외동아들 천백을 보고 자신도 모르게 지어버린 묘한 웃음.

천회장은 정유린이 소리 없이 흘린 하찮은 웃음 속에서 천백을 향한 경멸과 비웃음이 내포되어 있음을 간파했다.

그 순간 천회장은 스테이크를 썰던 나이프로 정유린의 목을 찔러버렸다.

정유린의 목에서 분수처럼 피가 터져 나왔고, 숨을 거두기까지 채 5분도 걸리지 않았다.

빵빵하게 부풀어 오른 풍선이 가늘디가는 바늘에 찔려 펑 터지는 것을 정유린은 모르지 않았을 텐데······.

살인사건은 과도한 필로폰 투약으로 여배우 정유린 사망이라는 기사로 포장되었다.


천회장이 아끼던 사람을 죽인 경우는 정유린이 처음이 아니었다.

자유당 시절에 제분, 제당, 면방직의 삼백산업이 번창하던 시절이 있었다. 천회장의 아버지 천구평은 자유당에 정치자금을 대고 국도제당을 불하받았다.

국도제당은 미국의 원조와 정부의 특혜로 엄청난 순이익을 남기며 대기업의 기틀을 마련했다. 승승장구하던 국도제당은 국도그룹으로 규모를 키웠고, 국도그룹을 KD그룹으로 재탄생시킨 사람이 천구평의 첫째 아들 천상만 회장이었다.


천구평에게는 세 명의 아들이 있었다. 전쟁 때 씨받이 면회로 얻은 첫째 천상만과 둘째 천상조, 셋째 천상기였다. 세 아들은 천구평을 닮아 돈과 권력에 욕심이 많았다.

본심을 숨기고 때를 기다리는 성격의 셋째 천상기와 달리 둘째 천상조는 성격이 급해서, 숨긴다고 숨겨도 욕심이 겉으로 삐져나와 화를 자초하는 성격이었다.

천상조는 형의 아들 천백이 루게릭병에 걸려 곧 죽는다는 것을 확신했다. 그래서 자신의 아들 천진수를 KD그룹의 후계자로 키울 계획을 수립했다. 천상조는 천진수에게 후계자 수업을 시키고 편법 주식증여와 그룹 이사진들을 포섭하는 일을 차근차근 진행했다.

천상조의 움직임을 보고 받은 천회장은 노여움에 이를 갈았다.

천회장은 동생 천상조와 조카 천진수가 골프장에서 헬기를 타고 날아올랐을 때 공중분해 되는 것으로 설계를 했고, 치밀하게 계획된 설계에 따라 조종사를 포함한 3명은 헬기와 함께 폭파되었다.

그리고 재벌가의 비극적 참사라는 제목의 기사는 대통령 비선 실세 기사에 밀려 사람들의 관심 속에서 멀어졌다.


***


동생과 조카까지 살해하며 KD그룹의 회장 자리를 지키려 했던 천회장은 철석같이 믿었던 강실장에게 뒤통수 얻어맞고 모든 것을 잃을 위기에 처했다.

“한국말을 할 줄 알면 좋겠죠?”

전쟁터에 용병들을 파견하고 기업들의 뒤치다꺼리를 하며 부를 축적하는 L&D의 수장 제롬이 천회장에게 말했다.

“L&D에도 한국인이 있어?”

천회장이 호기심을 가졌다.

“한국에서 태어나 미국에 입양 간 용병이 있는데, 실력은 탑 클래스입니다. 믿고 사용하셔도 되는 칼입니다.”


천회장이 제롬에게 소개받은 해결사는 록산이었다.

“처리해야 할 임무가 뭡니까?”

천회장을 보자마자 록산이 메마른 목소리로 말했다. 록산에게는 거추장스러운 인사나 예의 따위는 필요 없다. 오로지 주어진 임무를 달성하느냐 못하느냐 그것만 있을 뿐이다.

천회장 역시 만만한 사람이 아니다. 대기업을 이끌기 위해서는 사람의 능력을 파악하는 안목이 첫째 요건이다.

록산의 눈빛과 골격을 살핀 천회장은 속으로 그놈 쓸만한 놈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감정을 절대로 밖으로 드러내지는 않았다.

“제롬이 너를 추천했는데······ 근데 나는 다른 사람의 말을 믿지를 않아. 네가 쓸만한 칼인지 어떤지 너의 재주로 나를 설득해 봐.”

그러나 록산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네가 날카로운 칼인지 무딘 칼인지를 알아야 내가 널 고용할 거 아니야. 어서 너의 재주를 보여 보라니까.”

천회장이 재촉하자, 록산이 무겁게 입을 열었다.

“실전에서는 테스트할 수 없습니다. 실수하는 순간에 죽으니까요. 저를 테스트할 시간에 100만 불을 캐시로 준비하세요. 48시간 안에 회장님 고민을 해결해드릴 테니까.”

록산의 배짱에 천회장이 껄껄 웃었다.

“강실장 그놈 잡아서 파일 회수하면 100만 불 주지. 그리고 말이야, 강실장 그놈은 죽여도 돼. 배신자니까 죄책감 같은 쓸데없는 감정은 가지지 마.”


정확히 48시간 후, 록산은 베르사유에 숨어 있던 강실장을 잡아서 천회장 앞에 무릎을 꿇렸다.

조용하고 신속하게 일을 처리하는 록산의 실력이 천회장의 마음을 홀려 잡았다.

“록산, L&D에서 밥 얻어먹지 말고 한국에 들어와서 니 사업하는 게 어때? 한국은 미중러일 4대 강국에 둘러싸여 있는 분단국가라서 사업 거리가 많을 거야. 니가 한국에 정착하면 뒤는 내가 봐주지.”


***


넘버36을 수거해야 하는 블랙맘바 팀은 2인 1조로 나뉘어 작전에 착수했다. 록산과 토토가 강수의 동선을 파악해서 무전으로 알려주면 장쿠와 모야모는 반지하방에서 귀신처럼 조용히 강수를 수거하는 작전이다.


장쿠와 모야모는 강수와 봉순이 없을 때 반지하방에 침투했다. 장쿠가 봉순의 삶이 애잔하게 스며 있는 초라한 공간을 찬찬히 살폈다.

“가난한 아이들이네. 근데 록산, 천회장이 넘버36을 수거하라는 이유가 뭐야?”

장쿠가 무전기로 말하자, 록산이 시니컬하게 대답했다.

“이유 같은 건 알 필요 없잖아. 우리는 수거하라는 물건 수거하고 돈만 챙기면 되니까. 장쿠, 쓸데없는 동정심 가지지 마.”

록산과 장쿠가 무전기로 대화를 나눌 때 강수와 봉순이 반지하방으로 돌아왔다.

“토끼가 도착했다.”

록산의 무전 소리를 들은 장쿠와 모야모는 출입구를 향해 산탄총을 겨누었다. 그런데 강수가 문을 열고 들어오지 않았다.


태그호이어 손목시계가 째깍째깍 움직이는 소리를 들은 강수는 봉순을 소주 사러 보냈고, 연달아 들리는 산탄총의 공이치기 젖히는 소리를 들었다.

총이다. 숨소리를 들으니 두 놈이 방안에 도사리고 있다. 장쿠와 모야모가 뿜어내는 기운에 강수의 솜털이 곤두섰다. 만만한 놈들이 아니다. 강수는 심호흡하며 혈류의 속도를 높였다. 대뇌로 전달되는 피의 양이 늘어나며 아드레날린이 분출했다.

봉순이 오기 전에 저놈들을 처리해야 한다.

강수는 문을 박차고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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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39화. 잔챙이들 (1) +2 22.02.13 144 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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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34화. 도망자 (3) +7 22.01.17 166 14 11쪽
33 33화. 도망자 (2) +4 22.01.16 174 14 12쪽
32 32화. 도망자 (1) +7 22.01.15 171 16 12쪽
31 31화. 사냥개 (4) +7 22.01.14 175 17 12쪽
» 30화. 사냥개 (3) +5 22.01.13 179 17 11쪽
29 29화. 사냥개 (2) +2 22.01.12 186 16 12쪽
28 28화. 사냥개 (1) +3 22.01.11 215 20 11쪽
27 27화. 넘버36을 수거하라 (3) +4 22.01.10 217 23 11쪽
26 26화. 넘버36을 수거하라 (2) +4 22.01.09 220 23 11쪽
25 25화. 넘버36을 수거하라 (1) +3 22.01.09 230 21 12쪽
24 24화. 대룡병원 (2) +4 22.01.08 234 25 12쪽
23 23화. 대룡병원 (1) +3 22.01.07 251 24 11쪽
22 22화. 동업자의 배신? +3 22.01.06 270 26 12쪽
21 21화. 살모사의 독 (2) +5 22.01.05 290 25 12쪽
20 20화. 살모사의 독 (1) +6 22.01.04 277 25 12쪽
19 19화. 성난 황소 (2) +4 22.01.03 289 24 11쪽
18 18화. 성난 황소 (1) +8 22.01.02 325 28 11쪽
17 17화. 조폭의 왕 (5) +6 22.01.01 331 31 12쪽
16 16화. 조폭의 왕 (4) +7 21.12.31 339 30 12쪽
15 15화. 조폭의 왕 (3) +6 21.12.30 347 28 12쪽
14 14화. 조폭의 왕 (2) +5 21.12.29 369 29 13쪽
13 13화. 조폭의 왕 (1) +5 21.12.28 407 26 12쪽
12 12화. 현상금 사냥꾼 +4 21.12.27 413 28 12쪽
11 11화. 반은 찢고, 반은 밟아서 +7 21.12.26 440 3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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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5화. 미녀와 괴물? (1) +7 21.12.22 876 43 12쪽
4 4화. 넘버36의 부활 +11 21.12.21 981 46 12쪽
3 3화. 실험체 넘버36 +14 21.12.20 1,049 60 12쪽
2 2화. 대가리에 총 맞고 +10 21.12.20 1,209 63 12쪽
1 1화. 개 같은 상황 +21 21.12.20 1,752 8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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