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락썰

다크 히어로의 역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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락썰
작품등록일 :
2021.12.16 12:26
최근연재일 :
2022.05.08 10:05
연재수 :
5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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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3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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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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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1.02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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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18화. 성난 황소 (1)

DUMMY

나이키가 액셀을 힘껏 밟자 그랜저가 강수를 향해 맹렬히 달려들었다. 순간 강수는 점프했다. 그러나 나이키가 그랜저를 드리프트 시키며 강수의 다리를 강타했다.

강수는 중심을 잃고 아스팔트 위에 쿵 나가떨어졌다. 보통 사람 같았으면 사망할 정도의 충돌이었다. 그러나 강수는 어기적거리며 몸을 일으켜 그랜저를 노려보았다.

“뭐야, 저 새끼?”

그 순간 나이키가 후진 기어를 박아 넣고 액셀을 밟았다. 그랜저가 전속력으로 후진하며 봉순을 노렸다.

“아!”

돌발적인 상황에 봉순은 나직이 탄성을 질렀지만, 오금이 저려서 움직일 수 없었다.

그랜저가 봉순을 들이박을 찰나 강수가 몸을 날려 봉순을 밀어냈다. 그러나 그랜저와 정면으로 충돌한 강수는 허공으로 떠올라 아스팔트에 철퍼덕 떨어졌다.

“삼육 씨!”

봉순이 놀란 얼굴로 달려가서 신음을 흘리는 강수를 부둥켜안았다. 아스팔트에 머리를 처박은 강수는 정신이 어질어질했다. 그 순간 강수의 눈에 환각처럼 엄마의 얼굴이 보였다.

“엄마······!”

엄마는 강수를 바라보며 포근하게 미소를 머금었다.

봉순은 자신을 위해 몸을 던진 강수를 끌어안고 눈물을 흘렸다.

“삼육 씨, 정신 차려!”

봉순이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했다.


고덕식도 난데없는 상황에 놀라며 그랜저를 바라보았다. 그랜저에서 나이키가 득의양양 하차했다.

고덕식이 달려가서 나이키의 멱살을 움켜잡았다.

“이 새끼가 사람을 치고 웃어?!”

고덕식이 나이키의 면상에 완빵 떡실신 스트레이트를 날리려고 할 때 그 옆으로 승합차가 스키드마크를 찍으며 정차했다. 승합차에서 오바이트를 하듯이 우르르 내리는 비곗덩어리들이 야구방망이로 고덕식을 두들겨 팼다.


강수가 현기증이 몰려오는 머리를 움켜쥐고 일어서려는데, 30살 비계가 야구방망이로 강수의 뒤통수를 후려쳤다. 깡! 연이은 충격에 강수는 그대로 아스팔트에 얼굴을 처박고 기절했다.

성질이 머리끝까지 치밀어오른 봉순이 가로수 굄목을 뽑아 들었다.

“너희들 구양길이 똘마니지?! 개양아치 새끼들이 대낮에 사람을 차로 들이박아! 다 덤벼!”

봉순이 다가오는 비곗덩어리들을 향해 굄목을 휘둘렀다. 그러나 30살 비계가 한 손으로 가뿐하게 굄목을 잡고 봉순의 귀싸대기를 후려쳤다. 퍽! 단 한 방에 봉순은 나자빠졌다.


상황이 정리되자, 희강이 마세라티에서 하차해서 쓰러진 강수에게 다가왔다. 그리고 그 옆으로 비곗덩어리들이 병풍처럼 둘러섰다.

“역시 형님 작전은 기가 막힙니다.” 30살 비계가 희강에게 아부했다.

희강이 비릿한 웃음을 흘리며 쓰러진 강수와 격분한 봉순을 쏘아보았다.

“이것들 차에 태워라.”

비곗덩어리들이 쓰러진 강수와 저항하는 봉순의 사지를 포박해서 승합차 트렁크에 밀어 넣었다. 그 모습을 보며 희강은 구양길에게 전화를 했다.

“보스, 그 연놈들 잡았습니다.”

폰 너머에서 흘러나오는 희강의 목소리를 듣고 구양길은 입꼬리를 올렸다.

“당장 사무실로 끌고 와라. 물건들 바로 인계할 거니까.”

“그런데 말입니다······”

희강이 25살 비곗덩어리가 다마스에서 가져온 지명수배 전단지를 보다가 고덕식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지명수배당한 UFC 선수 아시죠? 그 새끼도 같이 있는데 어떡할까요?”

“같이 데려와. 지명수배당한 놈이 없어졌다고 신문에서 떠들겠어? 세트로 끼워서 팔아넘기면 되니까 끌고 와.”

“저 새끼도 같이 태워.” 희강이 전화를 끊고 비곗덩어리에게 지시했다.

나이키가 칭찬받겠다는 표정으로 희강 앞으로 다가왔다.

“나이키 너는 저기 똥차 갖다버리고 와라.”

희강과 비곗덩어리들이 차를 타고 떠나자, 나이키가 절도 있게 허리를 숙여서 인사하고 다마스 운전석에 올라탔다.


***


25살 비계가 운전하는 승합차가 서울로 막 들어설 때 트렁크에서 의식을 잃고 있던 강수가 정신을 차렸다.

“괜찮아요, 삼육 씨?” 봉순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너무 멀쩡하다.”

다행이다. 정말 정말 다행이다. 봉순은 왈칵 눈물을 흘렸다. 강수는 포박된 손을 풀어 봉순의 눈물을 닦아주었다. 봉순은 강수의 손길이 너무나 따뜻하게 느껴졌다.

“어떡할 거예요?”

“뭘?”

“저 양아치들.”

“쓸어버려야지.”

“여기서?”

“아니.”

“그럼요?”

“잔챙이 쓸어 버린다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잖아. 문제의 근원을 해결해야지.”

“구양길을 잡는다구요?”

“응. 이 차가 향하는 목적지에 구양길이 있을 거잖아. 애써 구양길 찾으려고 노력할 필요도 없고. 어차피 해결해야 할 일이니까 오늘 날 잡자.”

“쪽수가 너무 많을 건데 가능할까?”

“내가 30층 빌딩 옥상에서 점프할 때 뭘 느낀 줄 알아?”

“······?” 봉순이 궁금한 눈빛으로 강수를 응시했다.

“에너지. 힘을 쓰면 쓸수록, 믿으면 믿을수록 강해지는 에너지가 내 몸속에서 솟아나는 걸 느꼈어. 비곗덩어리들 백 명이든 이백 명이든 얼마든지 오라고 해. 다 쓸어버릴 테니까.”

강수는 자신감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


강수가 깨어난 줄도 모르고 비곗덩어리들이 수다를 떨었다.

“오늘 룸빵 한 번 때리겠네예, 행님.”

“산타 형님이 유치장에 계시는데 우리끼리 가도 되겠냐?”

“그거야 그런데······ 그래도 산타 행님 복수했으니까 산타 행님도 이해하지 않겠습니꺼, 행님.”

“그래. 산타 형님도 이해하시겠지.”

“근데 저 가시나는 얌전하게 보스께 갖다 바칠 겁니까? 세숫대야도 반반하고 몸매도 호리호리한 게 맛있어 보이는데 말입니다.”

“시식하고 싶어?”

“돈 주고 술 빠는 것보다 공짜 술이 맛있잖습니까. 형님께서 일빠로 시식하고 그다음에 저희가 돌아가면서 시식하는 게 어떻겠습니까?”

“그래. 뭐든지 공짜가 좋지.”

30살 비계가 야릿한 미소를 흘리다가 고개를 돌려 봉순을 보았다. 그런데 바로 뒤에서 강수가 성난 눈으로 노려보고 있었다.

“방금 뭐라고 지껄였어? 봉순이를 어떻게 한다고? 다시 한번 지껄여봐.”

30살 비계는 너무나 놀란 나머지 대답하지 못했다.


***


마세라티를 타고 달리던 희강은 자칫 일이 커져서 경찰에 꼬리라도 밟히면 어쩌나 내심 걱정했었는데 일이 순조롭게 풀려서 안도했다.


희강에게도 겁 없이 설쳐대던 시절이 있었다. 열여덟 살에 처음 조폭의 세계에 몸담을 때 쌍용이파 넘버3이었던 구양길을 만났다.

나이트클럽과 도박장으로 시작해서 건설업까지 사업을 확장한 쌍용이파 보스 김회장은 오랫동안 지병으로 골골거렸다. 머지않아 김회장은 죽을 것이다. 그러면 누가 보스 자리를 물려받을 것인가? 넘버2, 3, 4가 팽팽하게 신경전을 벌였다.

희강은 누구를 보스로 모시는 것이 이득일까를 계산했다.

“아무리 개좆 같은 상황이 발생해도 나는 너희하고 한배 타고 끝까지 간다.”

배신이 난무하는 조폭의 세계에서 구양길이 술만 마시면 습관처럼 내뱉는 말이었다.

희강은 구양길의 뚝심 있는 의리가 좋았다. 그래서 희강은 부하들의 목숨을 자신의 목숨처럼 아끼는 구양길을 따르겠다고 다짐했다.

그리고 쌍용이파 보스 김회장이 지병으로 사망하던 날, 희강은 넘버2와 넘버4를 제거하는 일에 앞장섰다. 희강의 활약으로 넘버3이었던 구양길이 보스가 되었다.

보스로 등극한 구양길은 희강을 오른팔로 삼았다.

“바야흐로 세계화의 시대다. 이제 조폭도 글로벌해야 된다.”

구양길은 쌍용이파의 이름을 인터내셔널파로 바꾸고 발족식을 올렸다.

쌍용이라는 이름은 사망한 김회장이 쌍둥이였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었다. 김회장이 사망했으니 시대의 흐름에 발맞춰 세련미를 갖추어야 톡톡 튀는 젊은 애들을 모집하기 쉬울 거라는 계산에서였다.

예상대로 젊고 빠릿빠릿한 청춘들이 줄 서서 인터내셔널파에 가입했다.

부하들을 아끼던 구양길도 보스 자리에 오래 앉아 있게 되자 점점 조직의 큰 이익을 위해서 부하들의 작은 희생쯤은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사건이 터져서 변호사비로 거액을 꼴아 박아야 할 때 돈 아까운 티를 냈고, 부하 놈이 잠시 빵에 들어가 인생 낭비하는 게 막대한 변호사비를 지불하는 것보다 현명하다고 판단했다.

희강은 변해가는 구양길을 보며 실망감이 커졌지만, 의리를 지키려고 애썼다.

그러나 이제는 젊은 시절처럼 목숨을 내놓고 충성할 수 없다. 희강도 가정이 생겼고 아이도 곧 태어나기 때문이다.

사시미 들고 일하는 직업이지만, 요령껏 몸도 사려야 한다. 자식을 낳고도 빵에 들락거리면 마누라 도망가라고 부추기는 꼴밖에 안 된다.


희강이 추억과 현실 속에서 갈등할 때 국도를 타고 서울로 진입하던 승합차의 꽁무니가 트위스트를 추는 듯이 요동쳤다. 강수가 승합차 안에서 사시미를 휘두르는 비곗덩어리를 때려눕히고 있었기 때문이다.

뒤따라가던 마세라티에서 희강이 승합차를 뚫어지게 보았다.

“저 새끼들 왜 저 지랄이야?”


강수의 주먹에 아구통이 날아간 25살 비계가 핸들을 꺾었다. 그 바람에 승합차가 전봇대를 들이박았다.

잠시 후, 승합차 옆문이 열리면서 실신한 비곗덩어리들이 아스팔트 바닥에 떨어졌다. 한 템포 늦게 승합차에서 하차한 강수가 비곗덩어리들을 짓밟으며 마세라티 쪽으로 성난 황소처럼 걸어왔다. 그 광경을 목격한 희강이 소리를 꽥 질렀다.

“야, 액셀 밟아!”

핸들을 잡은 27살 비계가 반사적으로 액셀을 밟았다. 강수가 전력으로 추격했지만, 마세라티는 엔진을 풀가동해서 도망쳤다.

“저 새끼 뭐야? 진짜 괴물이네.”

고개를 돌려 강수를 보던 희강이 구양길에게 다급하게 전화를 걸었다.

“보스, 비상 걸어서 얘들 총동원해야겠습니다. 산타 단 그 새끼 진짜 괴물입니다.”


***


사라지는 마세라티를 보던 강수 옆으로 봉순과 고덕식이 다가왔다.

“어떡할 거야? 내가 너 경찰서까지 데려갈 시간이 없을 거 같은데.”

강수가 고덕식을 바라보았다.

“내가 옆에서 도와드리겠습니다. 잘하는 게 싸움질밖에 없는데. 인터내셔널파 쓸어버리고 자수하겠습니다.”

고덕식의 말을 들은 강수는 봉순을 바라보았다.

“어떡할래, 봉순아?”

“다칠 수도 있는데 괜찮겠어요?”

봉순의 질문에 고덕식은 고개를 끄덕였다.

“죽어도 괜찮습니다. 사람 죽인 놈이니까요.”

“실수로 죽인 거잖아요.”

“실수라도 사람 죽이면 안 되죠.”

고덕식이 반성하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자 강수가 고덕식의 어깨를 가볍게 툭 쳤다.

“좋다. 구양길이 잡으러 가자. 좋은 일도 해야 죄책감이 조금이라도 없어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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