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락썰

다크 히어로의 역습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락썰
작품등록일 :
2021.12.16 12:26
최근연재일 :
2022.05.08 10:05
연재수 :
51 회
조회수 :
17,417
추천수 :
1,134
글자수 :
271,339

작성
21.12.23 18:27
조회
639
추천
36
글자
11쪽

7화. 삼육 씨

DUMMY

“나, 개털인데······ 좋은 차 타시죠? 좋은 차 타기 싫으면 저기 버스정류장에 내려 드릴까요?”

봉순은 강수가 누군지 궁금했었다. 하지만 강수가 느닷없이 눈앞에 나타나는 바람에 생뚱맞게 말할 수밖에 없었다. 또한 강수의 괴력을 보았기에 단전에서부터 공포심이 올라왔다.

강수는 상냥한 목소리로 말하는 봉순을 찬찬히 살폈다. 차는 낡았지만 예쁜 여자다. 목소리도 나긋나긋하게 듣기 좋았다.

두 사람이 서로의 눈동자를 빤히 바라볼 때 웽 사이렌이 울렸다.

“3709. 차 빼세요. 차 빼.”

경찰이 확성기로 외쳤다.

“시끄러워 죽겠네. 야, 여기 일방통행이잖아!”

봉순이 차창 밖으로 되받아쳤다.

“차 빼라. 경찰이 빼라잖아.”

강수는 마음과 달리 봉순에게 위압적으로 지시했다.

“넵!” 봉순은 강수의 지시에 냉큼 다마스를 뺐다. 그리고 핸들을 꺾으며 룸미러를 보았다.

“목적지가 어디세요?”

“······.”

“목적지를 말해야 모셔다드리죠.”

“그냥 계속 가라.”


***


6·25전쟁 전후 한국인은 씨에 대한 집념이 매우 강했다. KD그룹 천상만 회장이 태어난 것은 할머니의 억척스러움 때문에 가능했다.

아들 천구평이 전쟁에 참전하자, 할머니는 며느리의 손을 끌고 훈련소로 씨받이 면회를 갔다. 전쟁에서 아들이 덜컥 죽기라도 하면 대가 끊어진다.

할머니는 아들과 며느리의 합방을 성사시키기 위해 금가락지 은가락지를 팔아서 면회소 하사관들에게 와이료를 먹였다. 대를 잇겠다는 할머니의 사명감 덕분에 천상만이 탄생한 것이다.


할머니처럼 천상만 회장도 대를 잇겠다는 열망이 강했다. 그러나 이른 나이에 결혼해서 쌔가 빠지게 노력을 해도 자식이 생기지 않았다.

노심초사하던 천회장은 본처가 두 눈 멀쩡하게 뜨고 있는데도 학벌이 좋고, 총명하고, 몸매 좋은 여자들을 돈으로 수집하여 씨를 뿌렸다.

씨가 부실한데 밭을 바꾸어 씨를 뿌리고 거름을 준다고 해서 열매를 맺을쏘냐.

천회장은 자신이 남성 불임의 원인인 정계정맥류를 앓고 있다는 것을 뒤늦게서야 알게 되었다.

“상만아, 할매 말 잘 들어라. 대를 잇지 못하면 억만금이 뭔 필요가 있겠노. 니 씨가 싹을 못 피우면 입양이라도 하거라.”

할머니의 유언이었다.

천회장은 그 유언을 받들기 위해 친자식으로 대를 잇겠다는 욕망을 내려놓고 입양을 결심했다.

그 순간에 영국에서 시험관 아기가 탄생했다는 뉴스가 들려왔다. 천회장은 포기했던 친자식에 대한 욕망을 다시 품었다.


그로부터 10년 후, 천회장은 마흔 두 살에야 자신의 정액으로 만든 아들을 품에 안았다.

하늘을 날 듯 기뻤고, 세상 모든 것을 얻은 기분이었다. KD그룹의 직원들에겐 보너스를 풀었다. 후계자의 탄생을 선포한다는 의미에서였다.

그러나 그 기쁨은 20년 만에 초전박살이 났다. 착실하게 후계자 수업을 받던 외동아들 천백이 루게릭병 진단을 받았기 때문이다.

천회장은 전세계에서 권위 있는 의사들을 고용해서 천백의 병을 고치려고 했다. 결론은 현대 의학으로는 치료할 수 없다는 것. 종교의 힘을, 주술의 힘을 빌렸지만 천백의 병은 더욱 깊어졌다.


“너희가 못하면 내가, 이 천상만이 한다. 내 자식 병은 내가 고친다.”

천회장은 정치권에 뇌물을 먹여 제약회사 인허가를 받아냈고, 의학계 인재들을 스카우트했다. 그들 중에 존슨 홉킨스대학교를 갓 졸업한 IQ170 배박사가 포함되어 있었다.


배박사가 존스 홉킨스 병원의 제안을 뿌리치고 KD바이오 행을 결심한 이유는 실험윤리를 저버려도 된다는 천회장의 약속 때문이었다. 배박사의 연구 욕심과 천회장의 욕망이 딱 맞아떨어진 순간이었다.

배박사를 선임연구원으로 해서 KD바이오가 설립되었고, 곧장 비밀 실험에 착수했다. 천회장은 외동아들의 요상 망측한 병을 고치려고 자금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필요한 거 있으면 뭐든 말해. 돈은 얼마든지 쏟아붓는다. 대신에 배박사 너는 결과를 만들어야 해. 내 외동아들이 죽기 전에 말이야. 만약에 배박사 네가 결과를 내지 못한다면 내 아들은 죽겠지. 내 아들만 죽으면 외롭잖아. 그러면 내가 니 놈을 내 아들 저승길 동무로 삼게 만든다.”


그로부터 3년 후, 천만 배 배율의 전자현미경의 접안렌즈에 눈알을 들이대고 있던 배박사의 입가에 웃음꽃이 번졌다.

죽어가던 세포에 CR1 약물을 주입하니, 세포가 생기발랄하게 움직이며 기하급수적으로 번식했다. 그러나 CR1이 주입된 실험용 쥐들은 하루를 못 버티고 죽어 나자빠졌다.

CR1, 2, 3······가 개발되고, 무수한 실패가 거듭되었다. 배박사는 실망했고, 천회장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생각이 깊어졌고, 천백의 병은 악화가 되어갔다.


배박사의 목줄이 잘리기 직전에 기적 같은 일이 벌어졌다. 여느 날처럼 출근한 배박사는 실험용 쥐가 들어있던 인큐베이터가 박살 난 것을 발견했다. 배박사는 얼른 CCTV를 되돌렸다.

하루 전에 배박사는 뇌에 절개 흔적이 있는 실험용 쥐에 CR20을 주입한 후 인큐베이터 안에 넣었다. 그리고 손가락으로 실험용 쥐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너는 제발 살아야 한다.

배박사의 바람과 달리 실험용 쥐는 축 늘어져 움직이지 않았다. 모두가 실망한 낯빛으로 퇴근했다.

그로부터 5시간 후, 죽은 듯 늘어져 있던 실험용 쥐가 꼼지락거리며 움직였고, 찍찍거리는 울음이 점점 맹수처럼 변했다. 인큐베이터 안에서 성질난 야생마처럼 날뛰던 실험용 쥐가 급기야 인큐베이터를 깨고 탈출했다.


CCTV를 본 배박사는 곧장 천회장에게 동영상을 송출했고, 그것을 본 천사장은 마른 가래 끓는 소리를 토해내며 미소를 머금었다.

“역시 돈은 배신하지 않아. 쏟아부은 만큼 결과가 나기 마련이지. 배박사, 고생했어.”

“감사합니다, 회장님.”

“필요한 거 말해. 결과를 내려면 뭐가 필요해?”

“······.”

“왜 대답이 없어? 뭐든 말해 봐.”

“사람이······ 필요합니다.”

“사람?”

“실험용 쥐를 대신할 사람이 필요합니다.”

“으하하하하······ 그딴 걸 뭘 뜸 들이고 말을 해. 걱정하지 마. 사람, 그거 돈 주면 얼마든지 살 수 있어. 내 아들 천백이 몸에 투약하기 전에 안전한지 어떤지 테스트할 마루타가 필요하지. 암, 그래야지. 수십 번 수백 번 테스트해야지.”


배박사의 요청에 따라 천회장은 곧장 식물인간 수집을 시작했다.

교통사고나 추락사고로 뇌사자, 식물인간 판정을 받은 자들을 병원원무과에 로비하여 사망 처리한 후 고액을 주며 인수했다.

가끔 조폭들이 사시미에 찔려 사경을 헤매는 똘마니들을 KD바이오에 팔아넘기기도 했다.

그렇게 수집한 실험체에 배박사는 신약을 투약했다. 그러나 별다른 성과 없이 실험체들은 죽어 나갔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서 서른여섯 번째 실험체가 된 것이 강수였다.

No. 36.


***


봉순은 다마스에 강수를 태운 채 사흘 전에 부부싸움으로 마누라가 살해당한 집으로 향했다.

그곳은 난장판이었다. 남편이 씨름선수 출신이라 그런지 냉장고도, 세탁기도 넘어져 있었고, 벽은 박격포를 맞은 듯이 구멍이 뚫려 있었다.

“여기는 왜 왔어?” 강수가 의심의 눈빛으로 물었다.

“일하러 왔죠.”

“뭔 일?”

“청소. 내가 하는 일이 사람 죽은 집 청소하는 거거든. 근데 아저씨 왜 반말해요? 나 언제 봤다고. 나이도 별로 많아 보이지도 않는데.”

봉순이 당돌하게 따져 물었다.

“입 다물고 청소나 해라.”

강수는 소파에 털썩 주저앉았다.

나는 누구일까?

강수는 이름도 생각나지 않았고, 어디서 뭘 했는지 도무지 생각이 나지 않았다. 강수는 머리를 움켜쥐고 기억을 떠올리려고 애를 썼다.

“아저씨 이름 뭐에요?”

봉순이 청소하며 질문을 툭 던졌다.

“모르겠다.”

“몰라요? 자기 이름 모르는 사람도 있나? 혹시 아저씨······”

“······?”

“나이는? 가족은? 집이 어딘지도 몰라요?”

“다 모르겠다.”

“아저씨, 춘천에서 왜 도망쳤어요?”

“경찰이 쫓아오니까.”

“범죄심리학적으로 보면요, 죄가 있으면 도망가는 게 본능이거든요. 그니까 아저씨는 범죄자일 확률이 높겠다.”

강수가 벌떡 일어나 봉순에게 다가왔다. 그 기세에 봉순은 반사적으로 뒷걸음쳤다. 강수는 봉순을 노려보았다.

“니 말이 맞을 수도 있다. 경찰에 쫓겼으니까······ 나는 범죄자일 확률이 높아. 근데 기억이 없는데 어쩌라구.”

배가 너무 고픈 강수는 넘어진 900L 대용량 냉장고를 일으켜 세웠다. 스티로폼처럼 가뿐히 세워지는 냉장고를 보며 봉순은 입이 벌어졌다.

완전 괴물이네.

물론 강수도 자신이 누군지는 모르지만 초능력 같은 힘을 가진 사실이 신기했다.

강수는 냉장고 안을 보며 침을 꿀떡 삼켰다. 냉장고 안에는 먹다 남은 케이크, 캔맥주, 햄, 우유, 만두, 갈비······ 다양한 음식이 들어있었다.

“먹어도 돼?”

“피가 낭자한 이 상황에 식욕이 땡겨요? 땡기면 드시든가.”

“밥 먹은 기억도 없다.”

강수는 냉동만두를 전자레인지에 넣어 돌리고, 냉장고에 든 음식을 푸드 파이터처럼 먹어 치웠다. 봉순은 단 5분 만에 엄청난 양을 먹어 치우는 강수의 모습에 어안이 벙벙했다.

“아저씨 잠깐만.”

봉순이 강수의 팔목에 감긴 인식표를 발견했다.

“넘버 36? 병원 인식표 같은데······ 근데 병원 이름이 없네. 아저씨 어디 아팠어요?”

“같은 말 반복하게 만들래? 기억이 없다고 했잖아.”

강수가 환타병 뚜껑을 엄지손가락으로 톡 튕켜서 땄다. 그리고 벌컥벌컥 마셨다.

“아저씨 진짜 뭐야? 이거 반으로 접을 수 있어?”

강수는 봉순이 내민 십자드라이버를 별 힘도 주지 않고 반으로 접었다 폈다. 십자드라이버가 나무젓가락처럼 뚝 부러졌다.

“대박. 대박. 이것도 해봐요.”

봉순이 놀라며 감탄의 손뼉을 쳤다.

강수는 봉순이 내미는 스테인리스냄비를 종이컵처럼 구겨 휴지통에 골인시켰다. 강수는 자신의 두 손을 쳐다보며 봉순보다 더 놀랐다.

“사람이······ 이러면 안 되는 거 아냐?”

“상식적으로는 안 되지. 근데 아저씨······”

“······?”

“아저씨 이름이 있어야 하니까······ 일단 삼육 씨라고 할게. 넘버 36이니까, 삼육 씨.”

강수는 팔목에 감긴 인식표를 다시 바라보았다.

No. 36.

이것이 왜 내 팔목에 감겨 있는 것일까?

강수는 심각했지만, 봉순은 생글생글 웃었다.

봉순 클리닝에도 힘이 센 남자 직원이 필요하다. 봉순은 강수를 꼬시기 위해 두뇌를 가동했다.

“삼육 씨······ 삼육 씨 능력치가 얼만지 궁금하지 않아요? 나는 궁금해서 미치겠는데.”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5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다크 히어로의 역습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제목변경했습니다. 22.01.17 75 0 -
공지 당분간 연재 시각을 유동적으로 하겠습니다. 21.12.20 373 0 -
51 51화 갱스 오브 부산 (1) 22.05.08 72 2 12쪽
50 50화. 거물들 (3) 22.05.01 63 4 12쪽
49 49화. 거물들 (2) 22.04.24 76 4 12쪽
48 48화. 거물들 (1) 22.04.17 91 4 12쪽
47 47화. 진짜 쓰레기 (4) 22.04.10 95 6 12쪽
46 46화. 진짜 쓰레기 (3) +1 22.04.03 95 5 12쪽
45 45화. 진짜 쓰레기 (2) 22.03.27 124 6 12쪽
44 44화. 진짜 쓰레기 (1) 22.03.20 112 7 12쪽
43 43화. 잔챙이들 (5) +1 22.03.13 122 7 12쪽
42 42화. 잔챙이들 (4) +1 22.03.06 117 6 12쪽
41 41화. 잔챙이들 (3) 22.02.27 122 7 11쪽
40 40화. 잔챙이들 (2) 22.02.20 132 6 12쪽
39 39화. 잔챙이들 (1) +2 22.02.13 145 7 12쪽
38 38화. 닥치고 쓰레기 (4) +2 22.02.06 160 6 11쪽
37 37화. 닥치고 쓰레기 (3) +1 22.01.30 149 7 12쪽
36 36화. 닥치고 쓰레기 (2) +1 22.01.23 174 10 12쪽
35 35화. 닥치고 쓰레기 (1) +4 22.01.18 182 10 11쪽
34 34화. 도망자 (3) +7 22.01.17 167 14 11쪽
33 33화. 도망자 (2) +4 22.01.16 175 14 12쪽
32 32화. 도망자 (1) +7 22.01.15 171 16 12쪽
31 31화. 사냥개 (4) +7 22.01.14 176 17 12쪽
30 30화. 사냥개 (3) +5 22.01.13 179 17 11쪽
29 29화. 사냥개 (2) +2 22.01.12 187 16 12쪽
28 28화. 사냥개 (1) +3 22.01.11 216 20 11쪽
27 27화. 넘버36을 수거하라 (3) +4 22.01.10 218 23 11쪽
26 26화. 넘버36을 수거하라 (2) +4 22.01.09 220 23 11쪽
25 25화. 넘버36을 수거하라 (1) +3 22.01.09 231 21 12쪽
24 24화. 대룡병원 (2) +4 22.01.08 235 25 12쪽
23 23화. 대룡병원 (1) +3 22.01.07 252 24 11쪽
22 22화. 동업자의 배신? +3 22.01.06 271 26 12쪽
21 21화. 살모사의 독 (2) +5 22.01.05 290 25 12쪽
20 20화. 살모사의 독 (1) +6 22.01.04 278 25 12쪽
19 19화. 성난 황소 (2) +4 22.01.03 290 24 11쪽
18 18화. 성난 황소 (1) +8 22.01.02 326 28 11쪽
17 17화. 조폭의 왕 (5) +6 22.01.01 332 31 12쪽
16 16화. 조폭의 왕 (4) +7 21.12.31 340 30 12쪽
15 15화. 조폭의 왕 (3) +6 21.12.30 347 28 12쪽
14 14화. 조폭의 왕 (2) +5 21.12.29 370 29 13쪽
13 13화. 조폭의 왕 (1) +5 21.12.28 408 26 12쪽
12 12화. 현상금 사냥꾼 +4 21.12.27 414 28 12쪽
11 11화. 반은 찢고, 반은 밟아서 +7 21.12.26 441 31 12쪽
10 10화. 사기꾼은 모기다 (2) +6 21.12.25 480 27 12쪽
9 9화. 사기꾼은 모기다 (1) +6 21.12.24 508 34 12쪽
8 8화. 동업자 +5 21.12.23 582 36 12쪽
» 7화. 삼육 씨 +5 21.12.23 640 36 11쪽
6 6화. 미녀와 괴물? (2) +6 21.12.22 752 37 12쪽
5 5화. 미녀와 괴물? (1) +7 21.12.22 877 43 12쪽
4 4화. 넘버36의 부활 +11 21.12.21 982 46 12쪽
3 3화. 실험체 넘버36 +14 21.12.20 1,049 60 12쪽
2 2화. 대가리에 총 맞고 +10 21.12.20 1,210 63 12쪽
1 1화. 개 같은 상황 +21 21.12.20 1,754 87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