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락썰

다크 히어로의 역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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락썰
작품등록일 :
2021.12.16 12:26
최근연재일 :
2022.05.08 10:05
연재수 :
5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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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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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4
글자수 :
27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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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2.24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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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9화. 사기꾼은 모기다 (1)

DUMMY

강남 뱅뱅사거리를 지나가는 벤틀리 뒤로 다마스가 따라붙었다. 강수는 운전하는 봉순을 믿지 못하겠다는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우리가 어떻게 최광철을 잡아? 경찰도 못 잡는데.”

“못 잡는 게 아니라 잡을 의지가 없는 거죠.”

“왜?”

“최광철이 짭새들한테 약 쳤으니까. 윗대가리부터 말단까지 전부. 그리고 성형했으니까 최광철 얼굴 아는 사람도 없고.”

“근데 어떻게 잡아?”

“머리는 내가 쓴다니까. 믿어요. 믿어. 의심하지 말고. 의심하는 습관, 그거 아주 나빠요.”

봉순은 현대백화점으로 들어가는 벤틀리 뒤를 바짝 따라붙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명품으로 도배한 김필녀가 벤틀리에서 하차해서 곧장 현대백화점 2층 프라다 매장으로 향했다.

봉순이 김필녀를 주시하며 강수에게 말했다.

“김필녀. 무직. 근데 벤틀리 타. 어떻게 탈까?”

“······?”

“피 팔거든. 최광철이한테. Rh 마이너스 A형. 최광철이는 판코니빈혈. 병원에 못 가니까 김필녀가 최광철이 목숨줄이지. 수혈해 줄 때마다 5천.”

“경찰에 왜 신고 안 했어?”

“말했잖아. 경찰은 잡을 의지가 없다고.”


***


김필녀는 한때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시를 읊조리던 문학소녀였다. 시인은 하늘이 내려주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녀에게는 그런 능력이 없었다.


김필녀는 깔끔하게 시인의 꿈을 접고 고등학교 국어 선생이 되었고,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했다. 윤리 교사였던 남편은 자상했고, 아들딸은 무척이나 성실했다.

그런데 김필녀는 생리를 할 때면 도벽증이 발동했다. 학생들 가방에서 물건을 훔치다가 학교에서 쫓겨났고, 경찰서를 들락거리다가 결국에 이혼을 당했다.


도벽증은 금전적 이익이 아니라 절도 자체에 대한 충동으로 반복적으로 도둑질을 하는 버릇이다.

도벽증에 걸린 사람은 지갑에 오만 원 권이 두둑해도 천 원짜리 하찮은 물건을 훔친다. 훔치는 물건이 목적이 아니라 훔치는 행동에서 쾌락을 느끼기 때문이다.


김필녀는 모든 것을 잃은 후 도벽증을 고쳤다. 나이가 들어 생리가 끝나자, 도벽증이 귀신처럼 사라진 것이다.

그러나 살길이 막막했다. 이혼한 남편을 찾아가서 도벽증이 사라졌다고 애원을 했지만, 남편은 김필녀의 말을 믿어주지 않았다.


김필녀는 찜질방을 떠돌다가 전설적인 사기꾼 최광철을 만나게 되었고, Rh 마이너스 A형이라는 혈액형의 공통점으로 사기의 세계에 입문하게 되었다.

김필녀는 판코니빈혈에 걸린 최광철에게 피를 수혈해줬고, 최광철은 김필녀에게 돈을 수혈해줬다. 김필녀는 그 돈으로 쇼핑을 하며 아들딸을 보고픈 마음을 달랬다.


***


프라다 백에, 샤넬 셔츠를 VVIP카드로 결제한 김필녀는 레스토랑 청담에 가서 엘본 스테이크를 칼질했다.


다마스 안에서 떡볶이를 먹던 강수는 김필녀 목구멍으로 들어가는 스테이크를 보며 침을 꿀꺽 삼켰다.

“최광철 목에 걸린 현상금이 얼마야?”

“3백. 최광철이 수혈하는 타이밍에 딱 잡고, 현상금 챙기면 따뜻하겠죠?”

봉순은 현상금을 상상하며 미소를 머금었다.

“3백 받으면 우리도 칼질하자.”

강수의 말에 봉순은 정색했다.

“한 접시에 13만 원짜리를? 미쳤어요?”

“성질은 왜 내냐. 반띵한 현상금으로 내가 한턱 쏠게. 근데 봉순이 너, 돈을 왜 그렇게 밝혀?”

“돈 벌어서 집 사야죠.”

“그다음엔?”

봉순이 강수를 빤히 바라보았다.

“내가 돈 벌어 뭐할지가 왜 궁금한데요?”

“그냥. 그냥 궁금해. 동업자니까.”

강수는 봉순의 뽀얀 목덜미를 보고 가슴이 두근거렸다.

“근데 봉순아······ 너 남친 있어?”

“그딴 거 안 키워요. 앞으로도 안 키울 거고.”

“남친 키워도 나쁠 건 없는데······” 강수는 입술에 침을 바르고 질문을 더 하려다 꾹 참았다.

강수와 봉순이 타고 있는 다마스 안에는 어색함이 가득한 침묵이 흘렀다. 그 어색함 때문에 강수는 5분이 5시간처럼 느껴졌다.


엘본 스테이크 칼질을 마친 김필녀는 레스토랑 청담을 빠져나와 시간당 45만 원짜리 스파를 때리러 갔다.

돈이 행복이요, 돈이 종교요, 돈이 자유와 평화인 세상이다.

찬양하라, 돈을.

김필녀는 오늘만 살다 죽는다는 각오로 돈을 펑펑 썼다.


***


강수와 봉순은 일주일 동안 김필녀를 집요하게 미행했지만, 김필녀는 도무지 최광철과 접촉할 낌새를 보이지 않았다.

“최광철이 수혈팩이 김필녀 맞아? 다른 데서 바늘 꽂고 수혈받는 거 아냐?”

강수가 투덜거리자, 봉순이 강수를 향해 눈을 흘겼다.

“엘본 스테이크 먹을 상상하면서 기다려요.”

“칼질하는 상상 100번도 더 했거든!”

강수가 성질을 내며 다마스에서 내리자, 봉순이 손을 잡았다.

“어디 가요?”

“오줌 싸러 간다. 왜?!”


***


강수는 새마을금고 화장실에서 시원하게 소변을 누었다. 소변기 위에 명언이 적혀 있었다.

「당신이 저를 소중히 다루시면, 제가 본 것을 비밀로 해드리겠습니다. - 변기 올림」

강수가 설핏 웃으며 화장실을 빠져나갈 때 등 뒤에서 사내의 목소리가 들렸다.

“어이, 너. 거기 서봐.”

강수는 뒤돌아보았다.

“나 말입니까?”

“그래, 너.”

강수 쪽으로 다가오는 사내는 SF아카데미에서 강수의 머리에 총알을 박은 도경정이었다.

도경정이 뱀처럼 싸늘한 눈빛으로 강수를 바라보았다.

“낯이 익은데······ 너, 나 알지?”

도경정은 강수의 얼굴이 낯익었다. 그러나 130kg에서 63kg으로 홀쭉해져서 턱선이 가냘파지고 훈남이 된 강수를 알아보지 못했다.

기억상실증에 걸린 강수도 도경정이 총을 쏜 놈이란 것을 알지 못했다.

“그러는 너는 나 알아? 내가 누군데?”

강수는 도경정에게 대들듯이 물었다. 그러자 도경정이 픽 웃더니 강수의 눈앞에 경찰 신분증을 내밀었다.

“나 경찰인데, 신분증 제시해.”

“왜? 내가 뭘 잘못했는데? 지금이 전두환 시절이야? 경찰이면 다야?”

“허, 요 새끼 봐라.”

도경정이 미간을 찌푸리며 권총을 빼낼 태세를 취했고, 본질적으로 경찰에게 알레르기 반응이 있던 강수는 두 주먹을 불끈 쥐며 도경정의 아구통을 날릴 태세를 취했다.

일촉즉발의 순간 밖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용의자 떴습니다!”

강수를 노려보던 도경정이 밖으로 급히 나가고, 강수는 주먹에 힘을 풀었다.

경찰 저놈이 나를 아는 걸까? 낯이 익다고 했는데······.

기억이 없는 강수는 찝찝한 기분이 들었다.


화장실에서 나온 강수가 다마스로 향하는데, 네일샵에서 나오던 김필녀가 벨을 토해내는 폰을 귀에 붙이며 전화 통화를 했다.


“목소리 들려요? 김필녀 누구랑 통화해?”

강수가 다마스 조수석에 승차하자, 봉순이 강수에게 대뜸 물었다.

강수의 귀가 지향성 마이크처럼 김필녀의 목소리를 포착했다. 강수가 김필녀의 전화 통화 내용을 변사처럼 흉내 내며 봉순에게 전달했다.

“몇 시까지 갈까요? 10시까지. 알겠어요. 근데 선생님, 나도 나이 먹으니까 피 빼고 나면 어질어질해요. 건강 관리도 해야겠고, 그래서 물가도 올랐는데 한 팩당 천만 원만 올려주시면 좋겠는데. 내 피가 건강해야 선생님한테도 좋은 거잖아요.”

“최광철이다.”

강수의 말을 듣던 봉순이 시동을 걸고 기어를 넣었다.


***


사기꾼 족속들은 의심이 많다. 그래서 미행당할까 봐 백미러를 습관적으로 본다.

김필녀는 최광철에게 미행을 조심하라는 말을 수백 번 들었다. 김필녀는 벤틀리를 타고 가다가 버릇처럼 백미러를 보았다.

백미러 속에 뒤따라오는 다마스가 보였다. 김필녀는 곧장 전화를 걸었다.

“선생님, 이상한 애들이 자꾸 따라오네요. 경찰은 아닌 거 같구요. 어떡할까요?”

“이태원 디시트로 가라.” 폰 너머에서 최광철의 목소리가 지시했다.

“예, 선생님.”

김필녀는 전화를 끊고 U턴을 했다.


***


강수와 봉순은 다마스를 주차하고 김필녀가 들어간 디시트 바로 들어갔다.

디시트에는 뉴욕에 온 것처럼 외국인이 버글거렸고, 음악이 쿵쾅쿵쾅 울렸다.

싸구려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마릴린 맨슨 노래가 청각이 극도로 발달한 강수의 고막으로 흘러들어서 뇌 속을 사포질했다. 강수는 구역질할 만큼 어지러웠다.

아직 강수는 소음을 차단하고 원하는 소리만 선별해서 듣는 능력이 없다.

그래서 강수는 비상구로 빠져나가는 김필녀를 발견했지만, 머리가 어질어질해서 발걸음을 옮기지 못했다.

“김필녀 어디 있지?”

봉순이 요리조리 눈동자를 돌리자, 강수가 가까스로 비상구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그러자 봉순이 강수의 손을 잡아끌고 비상구로 향했다.


비상구로 나온 봉순과 강수는 좁다란 통로를 지나서 모퉁이를 돌았다. 그곳에는 김필녀와 연장을 든 다국적 조폭 다섯 명이 버티고 있었다.

김필녀는 강수와 봉순을 싸늘한 눈초리로 흘겨보았다. 저것들 사기당한 피해자들인가?

“니들 뭐니?”

김필녀가 냉랭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딴 거 설명할 시간 없고. 아줌마, 최광철이 어딨어? 그 양아치 새끼 어디 있는지 말하면 아줌마는 그냥 보내줄게.”

당돌한 봉순의 말에, 김필녀가 깔깔 웃었다.

“어린 년이 어디서 감히. 먼저 이분들하고 인사 나눠. 그다음에 너희 연놈이 누군지 차분하게 물어볼게.”

김필녀가 다국적 조폭 뒤로 몸을 숨기며 말했다.

“다국적이네. 삼육 씨 쟤들 껌이지? 딸랑 다섯인데.”

봉순의 말에 강수는 대답하지 않았다. 겁에 질려서 대답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난잡한 음악 때문에 머리가 지끈지끈 아팠기 때문이다.

“반병신 만들어. 일빠로 재끼는 사람은 일당 따블이다.”

김필녀가 다국적 조폭들에게 명령했다.

조폭들이 강수와 봉순을 바라보며 비릿하게 웃었다. 일빠를 하려는 듯 조폭들이 동시에 강수에게 달려들었다. 그러나 좁은 통로라서 조폭들의 떡 벌어진 어깨가 부딪히며 병목현상이 일어났다.

성질이 난 러시아인이 러시아어로 지껄이자, 베트남인이 베트남어로 맞받아쳤고, 터키인은 터키어로 끼어들었다. 알아들을 수 없는 외국어를 대충 짐작해보면, 서로 일빠를 하겠다는 뜻이다.

“죽어라, 씹탱아!”

러시아인이 강수를 향해 소리치더니 연장을 치켜들며 달려들었다. 러시아인이 휘두른 연장이 강수의 머리를 향해 곧장 날아왔다.

빡!

그 충격에 강수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이제 내 차례네.”

강수의 주먹이 놀라운 속도로 러시아인의 턱주가리에 꽂혔다. 퍼억! 그 결과는 보나 마나 러시아인의 떡실신.

잇따라 나머지 조폭 4명이 연장을 휘두르며 비호같이 달려들었다. 그러나 그들의 움직임은 강수 눈에 슬로우모션으로 보였다.

퍽, 퍽-! 빡-! 퍼억-! 윽-! 어헉-! 악-!

강수의 주먹질에 다국적 조폭들이 순식간에 나자빠졌다.

“아씨, 힘 조절이 안 되네.”

“앞으로 살살하면 되지 뭐.”

봉순은 기특하다는 듯 강수의 어깨를 다독였다.

강수와 봉순이 다가오자, 김필녀는 뒷걸음치며 부들부들 떨었다. 강수와 봉순이 김필녀를 노려보며 동시에 말했다.

“최광철이 그 사기꾼 새끼 어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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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21화. 살모사의 독 (2) +5 22.01.05 291 2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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