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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십니까~!

가문의 영광이 되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대체역사

완결

블랙빙고
작품등록일 :
2021.10.28 20:13
최근연재일 :
2022.10.01 11:40
연재수 :
21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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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621
글자수 :
1,208,8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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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3.06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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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2)

DUMMY

「응? 으응? 이게 뭐야?」

「필리프? 나야말로 이건 무슨 경우냐?」


「리차드? 여긴 어디예요?」

「어디긴? 내가 있는 곳이 너 머릿속 말고 또 있겠어?」


주위는 온통 캄캄한 암흑이다.

릭의 목소리는 들리는데 형체는 없다.


「이건 제 꿈속인가요? 제가 잠들었으니까 꿈인 것 같기도 한데.」

「모, 중요한 거 아니니까 그렇다고 치고. 그런데 너 잠들었잖아? 어떻게 나랑 대화가 가능한 거지?」


「하긴, 이상한 게 한두 가지여야죠. 참! 윌이랑 레이디 러셀을 만났는데요. 이곳에서···.」

「응, 맞아. 너 친구와 친구 누나. 나도 잠깐 봤다.」


「아! 그래요? 그들이 제 동행자로 오게 되었나 봐요. 좀 외롭기도 했고···아니, 릭 덕분에 버틸 만했어요.」

「말하지 않아도 안다.」


「그런데 전 언제 나가요? 아니, 어떻게 여기서 나가요?」

「음, 어느 정도 깊이 잠이 들었다면 이야기 두 개는 봐야 끝날 것 같은데. 항상 그랬으니까.」


「무슨 이야기요?」


앞쪽이 밝아졌다.

영화관처럼 정말 두 편의 영화가 상영되기 시작했다.


기시감이 왔다.

자작님의 몸에 들어왔을 때부터 꾸었던 꿈들.

깨고 나면 어렴풋이 기억났던 장면들.


지금 눈앞에서 생생하게 재현되고 있다.



중간중간, 릭의 부연설명으로 이해가 쏙쏙 되었다.


「아, 저 병신들. 그러길래 중요한 전투 전날에 부대는 왜 나눠서 말이야. 저 봐, 저 봐. 궁수부대가 없으니까 그냥 밥이잖아. 조밥.」


「저 토벌군의 사령관이 가문의 시조이자 릭의 아버지잖아요? 욕하면 안 되는 거 아니에요? 」


「아냐, 아버지는 왕의 장인이라 그냥 얼굴마담이었어. 토벌군의 주력은 두 백작이었는데 방금 욕한 건 그 두 명에게 한 거야.」


「그런데 부대는 왜 나눈 거예요? 궁수부대는 굉장히 중요한 전력 아닌가요?」


「중요하지. 왜 나누었는지는 나도 몰라. 뭐 사소한 이유로 내분이 있었나 봐.」


잠시 후, 릭의 흥분한 목소리가 들렸다.


「저 사람이 우리 큰형. 아버지 닮아서 미남이지? 그리고···저기 저분이야. 울 아버지. 아하하? 진짜 잘생겼지? 응? 저 나이에 저렇게 멋있기도 참 힘든데.」


목소리는 들 떠 있었지만, 어딘가 모르게 그리움이 묻어났다.

첫 번째 영화가 끝날 무렵부터 릭은 말이 없었다.


두 번째 영화가 상영되었다.


마지막 장면에···. 어라? 저 남자.

어기적거리며 걷는 남자.


두 번째 습격이 있던 날.

심지어 그날과 옷차림도 똑같다.


놈의 롱소드가 나를 베려는 순간, 미스 다비와 카르만씨가 나타나지 않았다면 난 여기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저놈이···왜 저기서 나오지?’


영화가 끝났다.


「저기···릭? 마지막에 나온 저 남자요.」


「······」


한참 후에 릭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밖이 소란스럽구나. 난 잠시 생각을 좀 해야겠어.」


릭의 말이 끝나자, 주변의 소음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네, 맞습니다. 공자님. 그분은 정의부에서 나온 분이에요. 그분 말씀을 요약하면 내일 정의부에 가서 부장님과 면담을 해야 한다는 거예요.”


도리아씨 목소리다.


“감사합니다. 도리아씨. 아직 개념이 잘 안 잡혀서 앞으로도 계속 질문을 드릴 것 같은데요. 아, 하나만 더요. 원래 정의부에서 일하시는 분들은 그렇게 다들 친절한가요?”


윌의 목소리다.



‘아니, 잠깐만. 뭐라고? 정의부 사람들이 친절하다고? ‘


정의부를 사칭한 사기꾼이라도 만난 건가?

괜한 걱정에 정신이 번쩍 뜨였다.


바로 몸을 일으켜 한마디 하려 했다.


‘어? 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


“그나저나 필리프는 어떡하죠? 새로 생긴 능력들이 신기해서 제가 치료한다고 하긴 했는데···.”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괜찮을 겁니다.”


“차라리 펠릭스씨라는 분 깨어날 때까지 기다릴 걸 그랬어요. 아, 몰라. 그분이 제대로 고쳐주시겠지.”


레이디 러셀의 목소리다.

그런데 무슨 소리야? 뭘 실수한 것 같긴 한데.


다행히 눈은 떠졌다.

여긴 도리아씨 저택의 내가 머무르는 방이다.


눈동자를 굴려서 사람들을 쳐다봤다.

도리아씨, 윌, 그리고 레이디 러셀.

딱 예상한 사람들이다.


「릭? 릭? 리차드!」


사람들 좀 소개해 주려 했는데···.

왜 이렇게 조용한 거야?


팔짱을 낀 채 대화에 열중하던 윌과 눈이 마주쳤다.


“피이일!”


윌이 두 팔을 벌려 침대로 다가왔다.


그리고 있는 힘껏,


-찰싹!

읔, 볼이 터진 것 같은데?


“야! 너 내 친구 맞아? 응? 우리가 함께한 시간이 얼마야? 태어나서부터니까 십몇 년을 붙어 있는데 말이야. 이런 엄청난 일들을 나한테 말도 안 하고 너 혼자의 비밀로 꼭꼭 숨기고 있던 거야? 응?”


억울하다고!

작년 말에 자작님 몸에 들어온 후부터니까, 기껏 반년 정도밖에 안 되었는데 말이지.


“그렇다고 환자를 그렇게 때리고 그래. 솔직히 그렇게 따지면 우리 아빠는? 자식들한테도 얘기 안 했잖아. 아마 엄마도 모를걸?”


레이디 러셀이다.

분위기가 영국에 있을 때와 사뭇 다르다.

왜 이렇게 목소리가 한껏 들떠 있는 거지?


한밤중, 부모 몰래 집을 빠져나온 소녀 같다.


“필리프, 아니, 우드빌 자작님이라 불러야 하나? 아니면 리차드라고 해야 하나? 아, 귀찮아. 그냥 입에 익숙한 대로 부를래.”


“저···웬만하면 순례명을 사용해야 합니다. 레이디 러셀.”


“네, 알았어요.”


그녀가 다시 내게 시선을 돌렸다.


“너 얼굴에 피도 나고 많이 다친 것 같아서 말이야. 그래도 내 딴에는 치료해 준다고 했거든? 곧 펠릭스씨가 원상복구 해놓을 거야. 알았지? 너무 원망하지 말고.”


이게 지금 사과한 건가?

목소리에 미안함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영국에서처럼 그냥 곯려 먹은 것 같은데?

실험실의 쥐처럼 말이야.


“공자님, 다행히도 펠릭스씨의 상처가 깊지 않아서요. 점심 즈음에는 펠릭스씨가 공자님의 상처를 봐주실 거예요.”


도리아씨가 메이드를 들어오게 했다.

그녀가 내 입에 숟가락을 들이밀었다.


“수면제입니다. 한숨 주무시면 회복하시는 데 도움이 될 거예요. 침 삼키는 정도는 가능하시죠? 가능하시면 눈을 깜빡해 보시겠어요?”


-깜빡깜빡


그녀가 입에 넣어준 액체를 마셨고 다시 잠이 들었다.



*

“힛, 영국에서 이런 하늘 본 사람 손들어 봐. 응? 없지? 없지? 아무도 없지? 나 정말이지 전쟁 끝나면 이곳에 꼭 다시 와 볼 거야.”


여전히 레이디 러셀은 들떠 있다.

하지만 방심은 금물이다. 저러다 언제 기분이 좋았냐는 듯, 주위를 얼려 버리는 능력이 탁월하니까.


지금 점심을 즐기는 곳은 도리아씨의 전용 공간이다.

저택 2층의 발코니이자 야외 식당.


두 번째 보는 풍경인데도 이렇게 눈을 못 떼겠는데 저 둘은 오죽할까.


“오신 곳에서도 전쟁 중인가 보네요. 레이디. 모···사람 사는 곳은 다 똑같으니까요.”


도리아씨가 와인잔을 들며 미소 지었다.


오전에 수면제를 먹고 잠이 든 후, 펠릭스씨가 의식을 차리자마자 레이디 러셀이 그를 치료했다고 한다. 자동차 운전 연습시켜주듯, 하나하나 세심하게 알려주면서 가능했던 일이라고.


그리고 어느 정도 몸이 회복된 펠릭스씨가 나를 치료해 주었다.


“세상에, 저 정말 깜짝 놀랐다니까요. 도대체 펠릭스씨는 어느 정도 연습? 아니면 수련? 얼마나 해야 저도 그 정도가 될까요?”


펠릭스씨가 나를 치료하는 내내 지켜보던 레이디 러셀의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고 한다.

지금 짓고 있는 저 표정이었을 것 같다.


‘그런데 저 모습! 내가 어디서 봤더라?’


분명히 레이디 러셀이었는데.

살짝 입술을 벌리며 멍한 눈빛으로 누군가를 바라보는 표정.


아우, 머리 아파. 기억도 안 나고.

곧 결혼할 백작가의 영애가 이런 능력은 길러서 뭐 하려고.


“나 말이지. 아무래도 이곳에서 내 적성을 찾은 것 같아. 도리아씨? 궁금한 게 하나 있는데요.”


도리아씨는 음식을 급하게 삼키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말씀하시지요. 레이디.”


“저희가 이곳에 온 것처럼 적군 비’삐’’삐’가 날아오면 울리는 경보에 이끌려서 오는 것 말고요. 아이, 이 바보 같은 소리 좀 안 없어지나? 아, 죄송해요.”


“괜찮습니다. 레이디, 하고 싶은 말씀이···?”


“네, 그러니까 오고 싶을 때 올 수 없냐는 거예요.”


레이디 러셀은 심각한 얼굴로 도리아씨를 바라봤다.


표정은 심각한데, 왜 이리 귀엽게 보이지?

목소리 톤도 평소의 그녀보다 높고 손짓이나 몸짓도 과장되었다.


도리아씨는 잠시 고개를 갸웃거렸다.


“음, 제가 지금 말씀드리는 정보는 꽤 비쌉니다. 레이디 러셀께서는 상환력이 확보된 정보를 가지고 계시는지요? 아, 죄송합니다. 레이디. 오전부터 내내 일만 하다 와서 아직 머릿속이 업무로 가득 차 있네요. 단어사용도 신중치 못했고요. 다시 정정해서 말씀드리면···.”


레이디 러셀이 고개를 저으며 도리아씨의 말을 막았다.


“아뇨, 정확히 이해되었어요. 도리아씨. 그런데 제가 가진 정보와 도리아씨가 저에게 넘길 정보의 가치평가는 누가 하나요?”


아, 그럼 그렇지.

내가 알던 그녀의 분위기로 돌아왔다.


저 눈빛.

투자 가치를 확인한 부동산이나 미술품을 언급하실 때 쏜휴 백작님의 눈빛이다.


“하하하! 이런, 죄송합니다. 레이디. 결코, 레이디를 비웃는 것이 아닙니다. 저의 오만함에 민망해서 웃는 겁니다.”


그의 웃음소리가 잦아졌다.


“옆에 계신 펠릭스씨는 아마 들어보셨을 거예요. 영원의 검이라고요. 마지막 문의 열쇠라는.”


펠릭스씨의 한쪽 눈썹이 올라갔다.


“도리아씨? 그건 전설 같은 이야기입니다. 그리스나 로마신화 같은 거요.”


“그럴 수도 있지요. 하지만, 저는 가끔 궁금해지거든요. 일리야드와 오디세이는 신화일까요? 아니면 실제 역사일까요?”


순간, 나와 윌리엄 그리고 레이디 러셀이 움찔했다.


도리아씨는 제노아 사람이다.

제노아 사람은 태어나면서부터 뼛속까지 상인이라 했다.

그가 우리의 눈빛과 몸짓의 변화를 흘렸을 리 없다.


“확실한 것 하나는 알고 있어요. 도리아씨.”


“네? 그게 무엇일까요? 레이디?”


“헬리니움이요.”


“아하하. 맞네요. 트로이 신화가 낳은 그 꽃은 실제죠.”



'저게···그렇게 유명한 꽃이었나?'


벚꽃이 흐드러지던 봄날의 어느 저녁.

그 꽃을 내게 알려줬던 그녀가 떠올랐다.


도리아씨의 손뼉 치는 소리와 함께 추억들은 다시 가라앉았다.


“죄송합니다. 어린 분들을 모시고 제가 농이 심했던 것 같습니다. 사죄의 뜻으로 레이디 러셀께 정보는 받지 않겠습니다.”


도리아씨는 뭔가 확인에 찬 표정이 되었다.

왠지 그는 오늘 밤이라도 삽과 곡괭이를 싣고 터키로 떠날 기세다.


트로이는 내가···. 아니, 자작님이 태어나기 30년 전 즈음 발굴되어 고고학계뿐 아니라 전 세계적인 뉴스가 되었다.



식사를 마치고 각자 방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아직 상처가 말끔하게 회복이 안 되었는지 뭔가 부자연스럽다.

게다가 수백 계단을 오르내린 내 허벅지는 아직 움직일 때마다 고통이 밀려온다.


「내가 이상하다고 느낀 부분이 뭔지 확인했어. 필. 그 이후에 말이다. 내가 죽은 후에···.」


릭의 우울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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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 인류를 구원할 준비(1) 22.09.29 72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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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8 태양의 동쪽(1) 22.09.27 63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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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6 기쁨의 평원(2) 22.09.25 65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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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 영원의 강(1) 22.09.20 55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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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 달의 호수(1) 22.09.14 63 1 13쪽
198 태양의 서쪽(2) 22.09.13 64 1 13쪽
197 태양의 서쪽(1) 22.09.12 60 1 12쪽
196 오랜 벗을 만나다. 22.09.11 64 1 13쪽
195 천년의 고도에서(3) 22.09.10 63 1 12쪽
194 천년의 고도에서(2) 22.09.07 59 1 13쪽
193 천년의 고도에서(1) 22.09.06 71 1 13쪽
192 Officially missing you(3) 22.09.05 68 1 12쪽
191 Officially missing you(2) 22.09.04 60 1 13쪽
190 Officially missing you(1) 22.09.03 67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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