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안녕하십니까~!

가문의 영광이 되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대체역사

완결

블랙빙고
작품등록일 :
2021.10.28 20:13
최근연재일 :
2022.10.01 11:40
연재수 :
212 회
조회수 :
51,336
추천수 :
621
글자수 :
1,208,896

작성
22.02.22 15:20
조회
164
추천
1
글자
11쪽

피평가자(1)

DUMMY

와! 세상에!


문이 열리자 복도에 엄청난 빛이 쏟아졌다.

손을 올려 빛을 가리고는 손가락 사이로 풍경을 바라봤다.


야외 테라스다. 눈앞에 바다가 있다.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하늘과 그보다 짙은 파란 바다.

검푸른 바다에 새하얀 파도의 띠가 끊임없이 몰려온다.


순례자의 언덕에서 봤던 풍경과 또 다른 느낌이다.

파도는 항구 앞 방파제에 부딪혀 흩뿌려진다.


-흐읍

바닷냄새를 가득 실은 바람이 온몸을 스치고 지나간다.

아마도 천국이 있다면 이런 풍경이겠지?


“이제 안으로 드시지요. 공자님. 손님들이 기다리십니다.”


“아, 정말이지 너무 멋진 풍경이네요.”


살바토레씨가 미소를 지었다.


테라스의 양옆은 그리스풍 기둥들이다.

벽면 가득 조각들이 새겨져 있다.


영국에서 봤던 생명나무다.

실라 부인의 집과 정의부 직원의 배지에 있던,

생명나무가 벽 한가운데를 차지하고 있다.


기둥을 지나자 오른쪽으로 넓은 공간이 나타났다.

방에 있던 분들이 식탁에 앉아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참석자가 한 명 늘었다.

델라볼타씨.


그는 나를 발견하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양팔을 벌린 채, 빠른 걸음으로 다가왔다.


“공자님! 아! 이런, 공자님! 공자님! 무사한 모습을 뵈니 얼마나 기쁜지 모르겠어요. 정말이지 공자님 아니었으면 지금 이 자리에는 저의 모자만 있었을 거예요.”


말을 마친 그는, 두 어깨가 으스러질 정도로 나를 꽉 안았다.


“흐읍, 저,저도 델라볼타씨가 무사한 모습을 보니 걱정이 놓입니다. 그런데 수,숨이···.”


내 말을 들은 델라볼타씨는 황급히 포옹을 풀었다.


“이런. 죄송합니다. 공자님. 너무 마음만 앞섰네요. 아직 환자이신 분께 부담을 드리면 안 되는데···. 우선 자리로 가시죠.”


도리아씨가 잔을 들고 일어섰다.


“다 오셨으니 건배 제의를 하겠습니다. 괴한들의 습격에서 용맹함을 떨치신 공자님의 빠른 쾌유를 위하여!”


나는 감사 표시 후 잔을 입술에 살짝 대보았다. 델라볼타씨의 와인보다 텁텁하다.


델라볼타씨는 내 표정을 보더니 유쾌하게 웃었다.


“식전주라서 좀 떫을 거예요. 공자님.”


도리아씨가 주먹을 들어 헛기침했다.


“흠, 공자님 오시기 전의 얘기를 마저 하면 말이죠. 공자님의 상태가 아직 완전하지 않기 때문에 당분간은 이곳에서 요양해야 한다는 게 제 의견입니다. 공자님의 생각은 어떻습니까?”


‘완벽하진 않지만, 상태가 좋다고 하지 않았었나? 그건 그렇고 갑자기 왜 저런 질문을···?’


델라볼타씨가 끼어들었다.


“물론 공자님의 건강이 최우선이죠. 저도 도리아씨의 말에 동의합니다만, 공자님은 제 생명의 은인입니다. 이대로 그냥 지나칠 수는 없어요. 안 그래도 이번 주말에 저녁 만찬에 초대를 드렸거든요.”


도리아씨가 물끄러미 나를 쳐다봤다.


“델라볼타씨. 제가 참석하겠다고 말씀드린 기억이 없는데요?

전 도리아씨의 손님이기 때문에 먼저, 이분께 저를 위한 별도의 일정을 물어보겠다고 말씀드렸어요.”


도리아씨는 만족한 듯이 와인을 한 모금 마셨다. 반대로 델라볼타씨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미간을 찌푸렸다.


“아, 죄송합니다. 공자님. 어젯밤의 충격으로 공자님께서 말씀하신 것을 제가 잊었나 봅니다. 도리아씨에게도 죄송하네요. 제 기억이 잘못되었군요. 허허허.”


어색한 분위기가 이어지자 실라 부인이 입을 열었다.


“모두 아시는 대로 어젯밤에는 꽤 별일이 많았습니다. 직접 그 현장에서 안 좋은 경험을 하신 분들이니 정신적인 충격도 받으셨겠지요.”


자연스럽게 도리아씨와 델라볼타씨도 그녀의 발언을 주목했다. 어떤 의견을 제시할지도 궁금한 것 같고.


“제 생각에 공자님은 당분간 도리아씨 댁에 머무르시는 게 좋을 듯합니다. 특히, 저녁에는 더더욱 외부 출입을 삼가야 할 것 같네요. 델라볼타씨도 말씀하셨듯이 어젯밤 습격자 중에 공자님을 노린 자도 있었다고 하니까요.”


실라 부인이 말을 끝내자, 도리아씨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반대로 델라볼타씨는 실망한 기색이 역력하다.


‘음, 둘의 표정을 보니 슬슬 기분이···.’


두 분 모두 호의를 제공하는 건 알겠는데, 내가 무슨 황금알 낳는 거위가 된 기분이다. 이 문제는 내가 매듭을 지어야겠어.


“델라볼타씨의 초대는 마음만으로 충분히 감사합니다. 며칠 제 상태를 보고 괜찮아지면 제가 초대를 요청하겠습니다. 실라 부인 말씀처럼 점심도 좋고요. 안 그래도 말씀하신 와인들, 꼭 맛보고 싶거든요.”


델라볼타씨가 고개를 끄덕이며 잔을 내밀었다.


-칭

와인잔이 부딪히며 경쾌한 소리를 냈다.


실라 부인이 고개를 끄덕이며 내게 시선을 보냈다.


“도리아씨에게는 말씀드렸는데요. 저는 식사 후, 바로 아라곤 왕국으로 출발합니다. 출발하기 전에 주문한 작품의 작업 진도 확인도 할 겸, 잠시 스트로치씨 화실에 들러야 하거든요.

낮엔 안전할 것 같으니 공자님도 함께 가시지요. 회복을 위해 산책하며 걷는 것도 좋을 거예요.”


도리아씨가 고개를 끄덕였다.


“살바토레씨에게 동행하라고 하겠습니다. 낯이라도 혹시 모르니까요.”


“살바토레씨도 부상에서 회복 중인 것 같은데···. 괜찮으실까요?”


대화를 듣고 있던 펠릭스씨가 손을 들었다.


“제가 동행하겠습니다. 안 그래도 스트로치씨와 만날 일이 있거든요. 일이 끝난 후에는 공자님을 모시고 다시 돌아오면 되겠네요.”


그 순간, 도리아씨의 눈빛이 반짝였다.


“아, 펠릭스씨? 말이 나온 김에 요청을 드릴까 하는데요. 당분간 이곳에 머물러 주실 수 있을까요? 공자님의 상태를 계속 봐 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렇게 배려해 주신다면 감사합니다. 물론입니다. 도리아씨. 살바토레씨의 부상도 치료해 드리고요.”


도리아씨는 손뼉을 치며 환하게 웃음을 지었다.


“정말 감사합니다. 펠릭스씨. 솔직히 이 주변의 의원들을 잘 알지만, 펠릭스씨만큼 빠르게 상처 치료하시는 분은 정말 처음 봤거든요. 제가 사례는 두둑이 드리겠습니다.”


“사례라뇨. 하하하. 어차피 쓰지도 못할 것을···.”


도리아씨, 너무 속보 이는 거 티 난다.

펠릭스씨 같은 노련한 순례자가 설마 그 것도 모를리 없을텐데.


이곳의 물건이나 돈은 돌아갈 때 가져갈 수 없다고 했다.

도리아씨로서는 남는 장사다.


펠릭스씨도 웃는 표정이지만, 눈빛은 살짝 짜증이 실려있다.

그래, 나만 이런 생각하는 게 아니었어.


도리아씨도 분위기가 어색해지자 황급히 분위기를 전환했다.


“자자, 대화는 이만하고 이제 요기들 하시지요. 아, 공자님과 펠릭스씨에겐 미리 말씀드려야 할 것 같네요. 제가 귀항한 지 얼마 안 되어서 당분간은 저녁 약속이 좀 많답니다. 미리 양해드립니다.”


펠릭스씨와 나는 신경 쓰지 말라고 했다.


-짝짝!

도리아씨가 하인들을 부르자, 음식이 들어왔다.


어제저녁 만찬 수준은 아니지만, 점심치고는 진수성찬이다.

게다가 어제 점심까지만 해도 정체 모를 죽과 돌 같은 빵이 전부였는데 말이지.


모두의 앞에 하얀 접시가 놓였다.

접시 위에 담긴 녹색 빛의 요리.

새끼손가락보다 얇은 덩어리에 녹색 소스가 덮여있다.


너무 기대했었나? 음식은 비주얼이 좋아야 먹기도 좋은 법인데 말이야.

먼저 한입 뜨기 시작한 사람들을 보니 제법 맛있게 먹고 있다. 숟가락에 조금만 얹어 입에 넣었다.


으응?

너무 맛있다.


녹색 소스의 정체도 바로 알아챘다.

바질!

이 맛은 영국의 다른 요리나 샐러드에서 먹었던 그 바질 맛이 아니다.


오랜만에 너무 입이 호강하니 눈물이 핑 돈다.

그간의 모든 고민과 복잡한 일은 모두 잊히고 오직 은은히 풍겨오는 바질 향만 머릿속을 채운다.


이 정도 음식이라면 당연히 반응도 수준급이어야 한다.


“우와! 세상에! 저 정말이지 평생 여기서 살고 싶어요. 빈말 아니에요. 태어나서 이렇게 맛있는 음식은 처음이에요!”


두 손을 오므려서는, 이탈리아 사람들의 손가락 리액션도 비슷하게 해댔다.


내 모습을 보던 도리아씨가 오히려 감동한 표정이다.


“그런 극찬을 해주시니 제가 다 감사합니다. 방금 드신 것은 페스토입니다. 공자님. 여기에는 리구리아에서 재배된 바질, 올리브, 잣과 험준한 절벽에서 자란 산양의 젖으로 만든 치즈까지···. 이 모든 게 들어가야 제대로 된 맛이 나오거든요.”


“정말 먹다가 까무러칠 뻔했어요. 제가 입이 짧고 식탐도 없거든요. 그런데 이건 정말 못 참겠어요.”


이건 진심이다.

영국에서 먹었던 음식들 순위를 매겨봐도 이런 맛은 경험하지 못했다.


“하하하, 저의 전속 요리사인 카렘씨가 좋아하겠어요. 공자님의 요리에 대한 칭찬들을 꼭 전하겠습니다. 미리 얘기해 놓을 테니 원하실 때 직접 주방에 가셔서 드시는 것도 추천합니다.”


“아, 감사해요. 도리아씨. 그럼 직접 요리 만드는 모습도 볼 수 있겠어요?”


“그럼요. 요리 만드는 모습을 보시면 더 좋아하실 것 같네요. 재료만 준비되면 만드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거든요. 가신 김에 직접 대리석 사발에 바질도 으깨 보시고요.”


“네, 다음에는 꼭 제가 직접 만들어 먹고 싶네요.”


이어서 만찬에서 나왔던 꿩과 닭의 어깨살 구이, 각종 향신료와 소금에 절인 고기 등이 식탁에 올랐다.


마지막으로 나온 음식은 디저트. 설탕 과자.

두툼한 비스킷처럼 생겼는데 한 입 깨어 먹으니 입안에 단맛과 허브향이 가득했다.


“으흐흠, 이게 뭐죠? 너무 달고 맛있어요. 딱 제 입맛이에요. 아니, 죄송해요. 어제, 오늘 나왔던 음식도 정말 맛있었는데요. 제가 나이가 있다 보니까 이렇게 달달한 과자들 완전 좋아하거든요.”


이제 완전히 동화된 것 같다.

달달한 과자가 이렇게나 맛있었다니. 아니, 이 디저트가 특출나게 맛있는 것 같다.


델라볼타씨가 귀엽다는 듯 과자를 하나 들고 손짓했다.


“이건 도리아씨 댁에서만 맛볼 수 있는 특제 과자입니다. 공자님. 도라제라고 불러요. 저도 사정사정해야 겨우 맛볼 수 있는 거예요. 아하하”


델라볼타씨의 말에 도리아씨가 미소 지었다.


“감사합니다. 델라볼타씨. 그 정도의 과찬을 해주시다니요. 나중에 델라볼타씨 저택에 초대받으시면 공자님도 깜짝 놀라실 거예요. 저분도 알아주는 미식가입니다. 이곳의 음식과 비교될까 걱정됩니다. 아하하.”


서로가 칭찬을 주거니 받거니 한 후엔, 자연스럽게 국제 정세 이야기로 대화가 흘렀다.


주 발언자는 제노아의 상인 두 분이었는데, 시간이 흐르자 펠릭스씨가 한 두 가지 화두를 던지기 시작했다.


예를 들면, 왜 제노아는 밀라노의 지배에 순응하는가?

독립을 위한 노력이나 별도의 준비는 없는지?

또는, 콘스탄티노플 함락 후 그곳의 제노아 상단이 와해되어 동방무역이 감소하였는데 이를 상쇄하기 위해 어떤 루트를 개척하고 있는지 등.


하지만 두 상인은 분란이 될 만한 답변을 교묘히 피해갔다.

그리고 상식적인 선에서 답변을 마무리 지었다.


하지만, 막바지 질문엔 한 사람이 발끈하고 말았다.


펠릭스씨의 질문은,

“제노아는 왜 피렌체를 치지 않는 것입니까?” 였다.


“미친 거 아닙니까?”


델라볼타씨가 발끈하며 언성을 높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가문의 영광이 되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공지] 작품 제목 변경 (이전: 생명나무 순례자 이야기) 22.01.06 265 0 -
공지 [연재주기] 월화수 토일 (주 5일 연재) 21.11.26 232 0 -
212 가문의 영광이 되다 (완결) 22.10.01 154 2 15쪽
211 인류를 구원할 준비(2) 22.09.30 77 2 14쪽
210 인류를 구원할 준비(1) 22.09.29 72 1 12쪽
209 태양의 동쪽(2) 22.09.28 61 1 13쪽
208 태양의 동쪽(1) 22.09.27 63 1 12쪽
207 기쁨의 평원(3) 22.09.26 54 1 13쪽
206 기쁨의 평원(2) 22.09.25 65 1 13쪽
205 기쁨의 평원(1) 22.09.24 58 1 13쪽
204 영원의 강(2) 22.09.21 65 1 13쪽
203 영원의 강(1) 22.09.20 55 1 12쪽
202 사흘 만에 돌아오다(2) 22.09.19 60 1 14쪽
201 사흘 만에 돌아오다(1) 22.09.18 64 1 12쪽
200 달의 호수(2) 22.09.17 61 2 13쪽
199 달의 호수(1) 22.09.14 63 1 13쪽
198 태양의 서쪽(2) 22.09.13 64 1 13쪽
197 태양의 서쪽(1) 22.09.12 60 1 12쪽
196 오랜 벗을 만나다. 22.09.11 64 1 13쪽
195 천년의 고도에서(3) 22.09.10 63 1 12쪽
194 천년의 고도에서(2) 22.09.07 59 1 13쪽
193 천년의 고도에서(1) 22.09.06 71 1 13쪽
192 Officially missing you(3) 22.09.05 68 1 12쪽
191 Officially missing you(2) 22.09.04 60 1 13쪽
190 Officially missing you(1) 22.09.03 67 1 13쪽
189 바뀌지 않는 것들(3) 22.09.01 60 1 13쪽
188 바뀌지 않는 것들(2) 22.08.31 61 1 13쪽
187 바뀌지 않는 것들(1) 22.08.30 65 1 12쪽
186 엣지코트(4) 22.08.29 60 1 12쪽
185 엣지코트(3) 22.08.28 60 1 13쪽
184 엣지코드(2) 22.08.27 62 1 12쪽
183 엣지코트(1) 22.08.25 65 1 13쪽
182 성탑과 영원의 정원(3) 22.08.24 62 1 12쪽
181 성탑과 영원의 정원(2) 22.08.23 62 1 12쪽
180 성탑과 영원의 정원(1) 22.08.22 67 1 13쪽
179 출정 전야(2) 22.08.21 59 1 13쪽
178 출정 전야(1) 22.08.20 61 1 13쪽
177 백작부인을 만나다(2) 22.08.18 67 1 12쪽
176 백작부인을 만나다(1) 22.08.17 71 1 13쪽
175 영지에 도착하다(2) 22.08.16 69 1 13쪽
174 영지에 도착하다(1) 22.08.15 82 1 13쪽
173 악마의 문이 열리다(2) 22.08.07 68 1 12쪽
172 악마의 문이 열리다(1) 22.08.06 68 1 13쪽
171 별을 찾다(3) 22.08.05 67 1 13쪽
170 별을 찾다(2) 22.08.03 70 1 12쪽
169 별을 찾다(1) 22.08.02 72 2 12쪽
168 두번의 이적(2) 22.07.31 72 1 11쪽
167 두번의 이적(1) 22.07.30 73 1 13쪽
166 창궐(3) 22.07.29 71 1 13쪽
165 창궐(2) 22.07.27 69 1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