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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사막

2회차 빌런의 헌터생활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하늘사막
작품등록일 :
2022.08.15 18:07
최근연재일 :
2022.11.01 13:00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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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4,4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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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63,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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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9.29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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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35. 뒷정리.

DUMMY

“이유는 그게 전부냐?”

“또 넌 분신도 있고, 좀 특별하잖아.”

“그렇게 말해도 안 해, 인마. 솔직히 재심사 그거 해서 뭐 하냐? 어차피 지금 등급으로도 북한 지역은 원 없이 돌아다닐 수 있는데.”


등급 낮다고 국경 못 넘게 안 한다.

지금 체계를 바꾸려 했다가는 헌터들의 항의에 직면할 테니까.

등급이야 어떻든 실력 되면 사냥해서 돈 버는 거고, 안 되면 몬스터 한 끼 식량 된다는 게 현재 헌터들의 마인드였다.

국경 방어를 헌터들이 맡는 지금, 정부는 절대 그런 무리수를 두지 않았다.

회귀 전에도 이러한 방침은 변하지 않았다.


“야, 대접이 달라진다니까?”

“퍽이나!”


상진이 말처럼 헌터 등급이 높아지면 사람들의 주목받는 건 자명했다.

하지만 녀석 같은 관심 종자라면 모를까, 난 아니었다.

무엇보다 지난 생에 이미 질리도록 사람들의 시선을 받아왔다.

물론 워낙 많은 사고를 쳐서 그런 시선이 따라다닌 거지만.

이번 생은 좀 조용히 살고 싶다.

대접? 그런 건 안 받아도 됐다.


대부분 사냥을 분신에게 맡기는 것도 그런 이유였다.

회귀 후 반년이 지난 지금 초창기에 보였던 사람들의 관심과 의심은 시선은 모두 사라졌다.

중국의 경우, 시도 때도 없이 터지는 몬스터 사태를 처리하는 것에 급급한 것 같고.

일본은 내 존재 자체를 몰랐다.

내가 일본을 넘어갈 때 가짜 신분증을 이용한 탓이 컸다.

물론 일본 또한 유키온나로 인한 피해를 수습하기 바쁜 게 현실.

최근에는 살아 돌아온 조사단원들로부터 유키온나를 처리한 헌터그룹이 있을 거란 말이 흘러나오며 그 헌터그룹을 찾기 위해 분주했다.


‘그나저나 분신에게 적당한 신분이라도 만들어줘야 하나?’


이건 생각 안 해봤는데, 고민 좀 해봐야겠다.

이럴 땐 거려 삼촌에게 묻는 게 편했다.


“삼촌, 바빠요?”

“아니, 왜?”

“아시면서.”

“내가 볼 수 있는 건 4초가 한계야.”


내가 아는 거려 삼촌의 기프트는 ‘직감’과 ‘전투 예지’ 이렇게 두 개다.

하지만 아버지처럼 또 다른 기프트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참고로 ‘직감’은 말 그대로 현상이나 진상을 어떠한 증거나 증명 없이 아는 것을 말하고, ‘전투 예지’는 전투 시 찰나 간의 미래를 미리 내다보는 능력이었다.

전투라고 해서 전투 상황만이 아닌, 기프트를 끌어올리는 순간 예지는 발동했다.

그렇다 보니, 처음 이 능력에 적응하기 힘들었다고 들었다고 한다.

기프트를 펼치면 지금과 몇 초 후의 미래가 동시에 보였기 때문이라는데, 적응한 지금은 누구보다 뛰어난 스나이퍼였다.

현시점에서 볼 수 있는 미래는 4초 앞, 각성 초기에는 1초였던 것을 보면 장족의 발전이 아닐 수 없었다.


“그래서 궁금한 게 뭐냐?”

“분신에게 신분이 필요할까요?”


내 말에 삼촌이 잠시 생각하더니 결론 낸다.


“아니, 이대로가 좋다고 본다.”

“나중에 문제 되지 않을까요?”

“너랑 관계없는 것처럼 하면 되지. 그리고 기프트잖아. 걸리면 기프트라고 밝히면 된다고 본다. 오히려 가짜 신분으로 활동하면 그땐 그게 더 문제가 될 수 있어.”


기프트를 공개하고 안 하고는 개인의 자유지만 가짜 신분으로 활동하는 건 확실히 범죄가 맞았다.

물론 기프트 분신을 공개하면 여러 말들이 나오겠지만, 그거야 무시하면 그만이었다.


“그렇군요. 알겠어요.”

“그래. 참, 너 아리 만났다며?”

“아리···. 최아리 씨요?”

“그래, 내겐 조카같은 아이야. 다음에 보면 잘 해줘.”

“아, 네.”


함동우의 여자친구가 삼촌에겐 조카 같은 아이라니, 조금 묘했다.

하지만 언제 또 본다고 그걸 걱정하나.

걱정은 만나고 해도 됐다.

지금은 일할 시간이었다.


“나 사냥 갔다 올게!”

“응!”

“다녀오세요!”

“많이 잡아 와!”

“아니, 저 소리 듣지 마시고, 적당히만 잡아 와요!”


상진이의 말에 부산물 해체 파트의 직원들이 기겁하며 소리친다.

최근 세 명이 더 추가되어 다섯 명이 됐다.

모두 소대 후임으로 전역하자마자 상진이 낚아 왔다.

부대에서 늘 하던 일이라 그런지 금방 적응하더라.

무엇보다 그들도 12월에 첫 월급과 연말 보너스를 받았는데, 다들 만족해했다.

그럴 만도 한 게, 군대에서 받는 월급과는 비교할 수 없는 액수였기 때문이었다.


‘다른 작업장과 비교해도 액수가 크긴 하지.’


어차피 다 써보지도 못할 돈, 직원들 월급으로 팍팍 주고 있었다.


**


며칠이 흐르고 사무실, 상진이 급하게 날 찾아왔다.


“아버지, 한성 길드 마스터 되신 거야?”

“그건 아니고, 잘못된 걸 바로 잡은 거지.”

“그래도 한성 길드인데.”


뉴스에서 한성 길드의 대표가 경질됐다는 소식과 함께 새로운 길드 마스터로 아버지의 이름을 거론했다.

나도 자세한 이야기는 못 들었다.

지나가는 말로 그저 잘못된 걸 바로잡고 있다고만 하셨다.


‘이런 식으로 역사가 바뀌었네.’


내 손에 무너진 길드가 아버지의 휘하로 들어갔다.

한성 그룹에서는 어떻게 나올지 모르겠지만, 그거야 내 알 바 아니었다.

물론 아버지에게 문제가 발생하면 한성 그룹, 회장 일가는 뼈조각 하나 남기지 않고 정리할 생각이다.

조성수에게 했던 것처럼.


마침 뉴스에서 조성수에 대해서 보도했다.

마약 투약 혐의로 현장 구속됐던 녀석이 풀려난 것을 언급했고, 이후 녀석의 행적이 파주를 거쳐 국경까지 이어진 것을 발견한 것이다.

뉴스에서는 이런 행적을 두고 구속될 것이 두려워 중국으로의 밀항을 의심했다.

당연히 국경을 넘은 건 녀석의 뼈로 만든 내 분신이었지만, 일을 잘해주고 있다.


‘체이서가 있을 텐데, 분신과 놈을 구분 못 한 건가?’


추노꾼처럼 범죄자를 찾는 추적자를 운용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하지만 그들도 진짜와 분신을 구분하지 못하는 모양이다.

분신에 기프트 ‘빙결’을 부여한 게 통한 거라면 할 말 없지만, 여튼 이러한 보도는 내게 의미가 있었다.

며칠이 지나자 한성 길드에 대한 윤곽이 드러났다.


“의외네? 아버지가 길드 마스터 안 하시는 거야?”

“공식적으로 은퇴하신 거잖아. 그리고 전우현 헌터라면 충분하지. 능력도, 인성도.”

“그렇긴 하지. 한국에 있는 6대 헌터 중 한 명인데.”


전우현은 한성 길드 소속 S등급 헌터로 회귀 전 두어 번 손속을 나눈 적이 있다.

홀로 시간을 거스르는 것과 같은 그의 움직임은 날 살짝 곤란하게 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살짝이라는 거지.’


전투에 지장이 될 정도로 위협이 되는 수준은 아니었다.

그래도 6대 헌터, 다른 헌터와 비교하면 뛰어난 실력자인 건 분명했다.

그때 문이 열리고 아버지가 들어오셨다.


“오셨어요?”

“밥 먹고 있냐?”

“네. 아버지도 와서 드세요.”


밥과 숟가락만 더해진 식사 자리가 이어졌다.


“한성, 괜찮아요?”

“이제 제 자릴 찾은 것이지.”

“한성 그룹에서 가만있어요?”

“고소 고발 들어갈 거다.”


명분으로 안 돼서 고소 고발로 흔들려는 건가?


“한성이 그런데요?”

“아니, 우리 쪽에서. 지난 6년 놈들이 해 먹은 것들이 많아. 반대파 라인의 헌터를 위험한 현장에 보낸 것도 한둘이 아니고. 정신없을 것이다.”


아버지가 그렇다고 하니, 그런가 보다 한다.

회귀 전과 달라졌다고 하지만 충분히 감수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아버지를 믿었다.


“그리고 흔적 지울 거면 철저히 해야지, 인마. 소각장 CCTV가 두어 개 살아있었다고 하더라.”

“거려 삼촌이 그래요?”

“그래. 네 뒷정리하는 게 일이라더라.”


조심해야겠네.

근데 아들이 서른 명 가까이 죽였는데, 그 말이 단가?

단단히 혼내고 해야 하는 거 아닌가?

아버지의 무심한 한 마디와 달리 상진이는 지금 그게 무슨 말이냐는 듯 식탁 아래에서 내 발을 툭툭 친다.

하지만 말해줄 생각 없었다.


“뭘 자꾸 차. 밥이나 먹어.”

“... 나쁜 시끼.”


이런 녀석을 보니, 나중에 뒷정리를 이 녀석에게 맡길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거려 삼촌처럼 잘 성장해야 할 텐데, 걱정이다.


**


일상은 변하지 않았다.

사냥과 의뢰를 반복하다 쿨다운이 되면 마력석을 흡수했다.

마력석을 통한 마력 흡수, 마력 강탈은 하루에 한 번만 가능했기에 가능한 재앙급 마력석 위주로 흡수했다.

그렇다고 재앙급 마력을 고스란히 흡수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흡수율도 그다지 좋지 않은데, 흡수한 마력에 남은 몬스터의 마성까지 제거하고 나면 남는 건 본래 마력석이 가진 마력의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았다.

어차피 본격적으로 힘을 써야 할 때는 프로즌 본 드레이크가 등장하는 10월이라는 생각에 마음을 급하게 먹지 않았다.

진짜 다급한 건 분신이었다.

분신 만들 때마다 재앙급 마력석을 소모하다 보니, 어느새 분신돌원숭이를 사냥하고 구한 수백 개의 마력석이 바닥을 드러냈다.

그렇다고 재난급 마력석으로 분신을 생성하자니, 그 성능이 성에 안 찼다.

부여할 수 있는 기프트도 하나고 출력도 낮았던 탓이다.

그래서 효율적인 분신 운용을 위해 연구에 연구를 거듭했다.


궁하면 통한다던가.

미처 생각지 못한 아주 간단한 방법으로 분신의 소모된 마력을 충전할 수 있었다.


‘누가 알았겠어. 단순히 마력석을 먹이는 것으로 마력이 충전될지.’


물론 흡수 효율은 재난급 마력석으로 핵을 만들 때의 30%도 되지 않았다.

하지만 재난급 마력석으로 재앙급 마력석을 충전할 수 있는 것만으로 충분했다.

그래서 가급적 재난급 마력석을 충전용으로 사용했다.

덕분에 재앙급 마력석 소모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었다.

하지만 재충전에는 한계가 있었다.

충전할수록 충전 한계 용량이 줄어드는 배터리처럼 마력석도 충전할수록 수용 용량이 줄었다.

솔직한 심정으로 이것도 어디인가 싶지만,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다는 걸 나를 보며 느낀다.


‘다음 멸망급 마수가 나타난 곳이 어디였더라? 동아시아 지역은 아니었던 것으로 아는데.’


20년 전의 기억도 기억이지만, 당시 멸망급 마수에 대해 크게 신경 쓰지 않았던 탓에 잘 떠오르지 않았다.


“와, 저 죽일 놈들.”

“왜?”

“뉴질랜드에 미친 놈 나타났는데?”

“뉴질랜드? 아, 더 마스터?”

“어, 너도 봤구나?”


뉴질랜드 하니 생각났다.

‘더 마스터’라는 거창한 이름을 내건 빌런 길드가.

자신들만이 세상을 지배할 주인이라며 이름을 ‘The Master’라고 지은 웃기지도 않는 놈들이었다.

그 첫 행보가 뉴질랜드 정부 점령이었다.

그러나 그 거창한 시작과 다르게 그들의 활동은 3개월을 넘기지 못했다.

때마침 나타난 멸망급 몬스터 때문이었다.


‘그래, 거대 불개미 무리가 이때 나왔지.’


불개미와는 전체적인 외형만 비슷하다는 이유로 거대 불개미로 명칭을 붙였지만, 애초 종 자체가 달랐다.

당장 덩치부터가 그랬다.

여왕은 체고 2m, 체장 5m에 일개미는 2.5m, 병정개미는 3.5m에 이르렀다.

다리는 개미처럼 여섯 개였지만, 머리와 가슴, 배를 연결하는 작은 허리가 아닌 상당히 굵은 허리를 가지고 있었다.


여기서 내가 주목한 건 병정개미로, 기본적으로 재앙 1급의 힘을 지니고 있었다는 것이다.

현재 재앙급 마력석이 부족한 내게는 제법 군침 도는 녀석이 아닐 수 없었다.


작가의말

10분 늦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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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5. 뒷정리. +6 22.09.29 8,058 196 11쪽
34 34. 조성수의 빙결. +3 22.09.28 7,972 208 12쪽
33 33. 연말은···. +3 22.09.27 7,905 195 11쪽
32 32. 유키온나. +2 22.09.24 8,078 205 11쪽
31 31. 강중건의 행보. +4 22.09.23 8,077 21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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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28. 악연. +4 22.09.20 8,585 20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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