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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사막

2회차 빌런의 헌터생활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하늘사막
작품등록일 :
2022.08.15 18:07
최근연재일 :
2022.11.01 13:00
연재수 :
5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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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4,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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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63,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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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9.23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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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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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3
글자
11쪽

31. 강중건의 행보.

DUMMY

**


한창 헌터로 활동하던 시절, 강중건은 일 년 중 연말이 가장 귀찮았다.

정부나 기업, 기관에서 연말 행사에 그를 초청하기 위해 수많은 초청장을 보내왔기 때문이다.

국내에 6명 밖에 없는 S등급 헌터이기에 그만큼 찾는 곳이 많았다.

하지만 그런 초청은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몬스터 퇴치하는 것만으로도 시간이 모자랐던 탓이다.


그리고 한성 길드를 나온 후에도 그런 초청은 이어졌지만, 응하지 않았다.

대외적으로 은퇴를 천명했기에 오직 부상자를 치료할 때만 외부 활동을 이어갔다.

그러던 것이 올해부터는 달라졌다.

정부의 초청에도 기업의 초청에도 응했다.

이게 다 막 헌터 사무실을 시작한 강진혁을 지원하기 위해서였다.

각성 후 첫 외부 활동이라 할 수 있는 중국 돌원숭이 사태에서 강진혁이 보여준 힘은 너무 눈에 띄었다.

쓸데없는 외부 공격으로부터 강진혁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예전의 입지를 회복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오랜만에 피곤하군. 이제 거의 다 쳐냈지?”

“네, 이제 남은 건 한성 유족 재단의 행사뿐입니다.”


이럴 때면 항상 강중건은 비서를 자처한 이거려가 대답했다.

한성 유족 재단은 대격변 시기 함께 몬스터 퇴치에 앞서다 쓰러진 전우들을 기리고, 그들의 유가족을 지원하기 위해 강중건이 주축이 되어 만든 사립 재단이다.

강중건은 한성 유족 재단의 발기인이자 초대 이사장으로 자신이 가진 한성 길드의 지분 절반을 이곳에 위탁해 운용했다.

그러던 것이 한성과 결별하며 모든 직책을 내려놓고 물러난 후 관심을 끊었다.

그런 곳을 이번에 다시 찾았다.

감회가 새로웠다.


“그곳도 6년만인가?”

“네.”


하지만 오랜만에 찾는 재단이 조금 낯설었다.

그가 오지 않은 사이 외부 인테리어가 좀 바뀐 탓이었다.


“너무 화려해졌군.”


이는 그가 원하는 방향성이 아니었다.

행사는 최대한 검소하게, 그 돈을 차라리 유가족을 지원하는 데 쓰는 것이 미래를 위해서도 좋다고 생각했기에 과도한 인테리어나 행사는 최대한 자제해 왔다.

그가 재단 건물 입구로 다가가자 앞을 막아서는 이가 있었다.


“어떻게 오셨···. 헙! 강중건 마스터님.”

“조민호? 네가 여기 왜 있냐?”


조민호는 강중건이 한성 길드에 있을 때 들어온 막내급 헌터였다.

몇 번인가 부상을 치료해준 터라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유족의 밤 행사의 경호 책임자로 왔습니다.”

“유족의 밤 행사에 경호가 필요해?”


유족의 밤 행사는 지난 1년 간 유족 기금 사용 내용을 공개하는 자리, 그마저도 관계자들만 함께하는 자리였다.

물론 이게 끝나면 저녁 시간에 학생인 유족을 초청해 장학금을 전달하고 그들에게 다양한 음식을 준비해 대접하는 게 주된 목적이었다

초청된 유가족 대부분이 미성년자라 술도 없었다.

그 어디에도 경호가 필요할 정도로 위험한 행사가 아니었다.


“... 제가 말씀드리는 것보다 직접 보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조민호가 직접 문을 연 재단 대회의실에서는 젊은 남녀들이 흥청망청 술을 마시고 있었다.

함께 들려온 음악 소리는 소음에 가까웠다.


“하, 소음을 막으려고 귀한 아티팩트까지 써? 이것들 미쳤구나? 거려야, 초청장 진짜냐? 이꼴을 보면 아무래도 나한테 초청장이 올 일이 없었을 것 같은데.”

“현재 유족 재단 상태를 보여드리고 싶었습니다.”


이 말에서 초청장도 행사도 다 가짜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이거려는 변해버린 재단의 진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다.


“인마, 이런 상태였으면 진작 알렸어야지!”

“죄송합니다. 대신 증거는 착실히 모아뒀습니다.”

“그렇다면 뭐.”


거슬리는 놈들 한 번에 처리하는 데는 증거만 한 게 없었다.

강중건이 안으로 들어가자 사람들의 시선이 모여들었다.


“뭐야 저 노땅은?”

“씨발, 조성수. 물 관리 이따위로 할 거야?”

“조 팀장! 이게 뭐야! 내가 허락 없이 사람 들이지 말라고 했지!”


사방에서 욕이 쏟아졌다.

특히 낯익은 한 놈이 조민호 팀장을 부르며 호통을 쳤다.

하지만 조민호는 들리지 않는다는 듯 문을 닫고 나가버렸다.


“하하. 이것들 제대로 미쳤구나.”

“뭐래? 이 늙은이···. 컥!”


입을 털던 녀석 하나가 강중건의 지팡이(강진혁이 선물했다)에 턱을 맞고 무너졌다.

이를 시작으로 강중건과 이거려가 움직였다.

모두 한방, 사이좋게 바닥에 드러누웠다.

흥겹던 파티장은 피로 물들었고 비명이 가득했다.

일부가 탈출을 위해 문으로 향했지만, 문은 열리지 않았다.

조민호의 지시로 모든 문이 봉쇄된 탓이었다.

각성자가 섞여 있어 간혹 반항은 있었지만, S등급 헌터인 강중건을 넘을 수 없었다.

내부는 금방 정리됐다.


“다행히 내가 아는 얼굴은 없군.”

“그들에겐 초청장도 가지 않았을 겁니다.”


강중건이 말한 아는 얼굴이란 전우의 유족을 말했다.

함께 몬스터를 상대한 전우의 죽음도 슬펐지만, 그 유족들이 이런 곳에서 연말을 흥청망청 보냈다면 그 또한 슬펐을 것이다.


“그렇다면 물어볼까?”


정신을 잃고 쓰러진 녀석 하나를 치료했다.

퍽!

강한 충격과 함께 정신을 차린 녀석은 한성 길드의 부대표 조성수였다.

한성 길드를 대표하는 A등급 헌터로 명성을 날리기 시작한 조성수지만 강중건에게는 한 주먹거리도 안 됐다.


“끄으···.”

“어이, 젊은 친구. 우리 알지?”

“강중건?”


퍽!


“내가 네 친구냐? 네 애비도 내 앞에서 내 이름 함부로 못 불렀어, 인마. 그동안 대체 뭘 보고 배운 거야? 이 새끼는?”


강중건은 조성수를 잘 알았다.

그 소심한 아들을 괴롭힌 녀석을 잊을 만큼 그는 성인군자가 아니었다.

오히려 적아의 구분이 확실한 타락 성자였다.


“이거 다 네 친구들이라 이거지? 말하기 싫으면 안 해도 돼. 하지만 나와 내 전우들의 재산을 함부로 취급한 것에 대해서는 대가를 받아야겠어.”


각오하는 게 좋을 것이다.

그의 전우는 한성에만 있는 게 아니었으니.


**


조성수가 입건 됐다.

일단 한성 유족 재단 공금 횡령과 마약 투약 혐의였다.

그리고 놈의 범죄 혐의는 조금씩 늘어나고 있었다.

강중건은 오랜만에 한성 길드 대표 조진호를 찾았다.


“조진호 대표, 한성이 유족 재단에 지분이 있던가?”

“있지. 30%.”

“30%? 이야, 언제 그렇게 많은 지분을 확보했데?”

“당신이 자리를 비운 사이에.”

“그랬어? 그럼 내가 아주 잘했어라고 말할 줄 알았나 보지?”


강중건의 말에 조진호가 움찔했다.

하지만 애써 태연한 척했다.

강중건이 물러나고 벌써 7년, 길드 대표로 거친 헌터들을 관리해온 조진호였다.

헌터의 기세에 어느 정도 적응한 그였다.


“그 지분 빼는 게 좋을 거야. 안 그럼 한성 길드가 쪼개지는 것으로 끝나지 않을 테니까.”

“6년 전이라면 모를까 지금은 통하지 않아.”


조진호는 길드 내에 존재하는 강진호의 영향력을 제거하기 위해 정말 열심히 노력했다.

길드에 남은 강중건의 측근이었던 헌터들을 찢어 놓고, 그게 통하지 않을 때는 파견이라는 이름으로 멀리 유배 보내기까지 했다.

그렇게 보낸 6년이었다.


“그래? 그럼 조만간 다시 보자고.”

“....”


강중건은 왔던 것처럼 사라질 때도 상대의 허락을 요구하지 않았다.


“거려야, 이사회 소집해라. 안건은 대표이사 경질이다.”

“알겠습니다.”

“그리고 진혁이 녀석은 어디 있냐? 며칠째 집에도 안 들어오던데.”


연휴 전날, 장난 좀 쳤다고 소심한 녀석이 삐져 가출했다고 생각하는 강중건이었다.

그러면서도 내심 어디서 여자에게 끌려다니는 건 아닌지 걱정이었다.


‘그 얼굴이면 실패할 리 없겠지만, 불안하다니까.’


한때 멸망급 빌런이라 불렸던 강진혁이지만, 아버지 강중건에게는 여전히 어디 내놓기 불안한 아들일 뿐이었다.


“현재 일본에 있습니다.”

“일본? 거긴 왜?”

“뚜렷한 목적 없이 잠깐 여행을 떠난 것 같습니다. 며칠째 삿포로 일대에서 머무르고 있습니다.”

“일본 여자가 취향인가? 너, 녀석 컴퓨터 좀 뒤져봤냐?”


한창 젊을 때니 야동이야 보겠지만, 하반신이 친일인 건 좀 문제였다.

세상이 어지러울 때 일본이 여러모로 한국 정치부터 경계까지 혼란스럽게 만든 전력이 있어 강중건은 일본 자체가 싫었다.


“크흠···. 그건 아닌 것 같습니다. 지난 며칠 만난 사람이라고는 한국 여행자 둘이 다였습니다. 그것도 한때 같은 도장을 다녔던 함동우라는 헌터더군요.”

“남자야?”

“한 명은 여잔데, 함동우 헌터의 여자친구입니다.”


더 정확히는 이거려가 이끄는 정보길드의 주요 요원이었지만, 그것까지 설명하지 않았다.

한편 그 덩치에 그 얼굴에, 여자가 없다는 게 이해가 안 가는 강중건이었다.


“그래? 날 닮았으면 그렇지 않을 텐데, 녀석 고잔가? 내가 그것까진 치료할 수 없는데.”


한국에서 가장 뛰어난 힐러지만, 그것까지는 어떻게 하지 못했다.

엘리베이터가 멈추고 문이 열렸다.

1층 로비에는 강중건에게 익숙한 헌터들이 모여있었다.


“마스터, 오셨습니까?”

“낯간지럽게 무슨 마스터야, 내려놓은 지가 언제인데.”


모인 헌터들의 면면을 보았다.

마지막 본 모습과 비교하니 얼굴에 주름이 늘었다.

그만큼 오랜 시간이었다.


“소식 들었습니다. 조성수. 잘하셨습니다.”

“새꺄, 내가 너희 칭찬 들으려고 이러는 줄 알아? 내가 없으면 더 잘해야 했을 것 아냐! 이게 뭐냐? 이게. 먼저 간 녀석들에게 미안하지도 않냐?”

“면목 없습니다.”

“나 돌아오면 다들 죽었다고 생각해라.”

“각오하고 있습니다.”

“새끼들이 입만 살아서는. 가자, 밥이나 먹자.”

“네.”


로비를 벗어나는 강중건 뒤를 한성의 네임드 헌터들이 따랐다.

한편, 강중건이 떠난 대표실로 길드 이사들이 모였다.


“강중건으로부터 길드 대표이사 해임안 올라올 테니, 길드 주주 명단부터 파악해.”

“바로 연락 돌리겠습니다.”

“그리고 유족 재단 일 어떻게 된 거야? 거긴 내가 건들지 말라고 했을 텐데!”


조진호의 불같은 분노에 이사들이 일제히 입을 다물었다.

하지만 그들은 억울했다.

지금 이 사달을 만든 건 조진호의 아들 조성수였다.

직책도 부대표로 이사들로서는 어떻게 손댈 수 있는 대상이 아니었다.


‘그래, 강 마스터가 남아있을 때가 천국이었지.’

‘길드 마스터가 공석이 된 후 길드 꼴을 봐. 그래도 그분은 상식적이었는데.’


모두는 아니지만, 일부 이사들의 마음속에서 반감이 싹텄다.


“김 팀장, 성수 녀석 꺼내 와.”

“알겠습니다.”


조진호는 법무팀장에게 마약 투약 혐의로 현장에서 체포된 조성수를 꺼내오라고 지시했다.

현행범이라도 빼낼 힘이 한성 길드에는 있었다.

그리고 그날 밤 바로 조성수가 석방됐다.


강중건은 옛 동료들과 따뜻한 한 끼를 나누고 유족 재단의 원래 취지대로 장학생들에게 연락해 장학금을 전달했다.

그러고 돌아오는 길에 기막힌 소식을 들었다.


“조성수 풀려났습니다.”

“썩어도 준치라 이건가? 누가 안에서 움직였는지 파악하고, 청장에게 내가 좀 보잔다고 해라.”

“알겠습니다.”

“죽자고 덤비면, 죽여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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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36. 임해술. +5 22.09.30 7,747 202 12쪽
35 35. 뒷정리. +6 22.09.29 8,057 196 11쪽
34 34. 조성수의 빙결. +3 22.09.28 7,971 208 12쪽
33 33. 연말은···. +3 22.09.27 7,904 195 11쪽
32 32. 유키온나. +2 22.09.24 8,077 205 11쪽
» 31. 강중건의 행보. +4 22.09.23 8,077 21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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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28. 악연. +4 22.09.20 8,585 202 11쪽
27 27. 맞는 것 같네. +3 22.09.17 9,123 213 12쪽
26 26. 아는 것 이상. +1 22.09.16 8,947 209 12쪽
25 25. 살라맨더 대검. +2 22.09.15 8,986 198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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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22. 첫 의뢰. +1 22.09.08 10,086 22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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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 회귀. +19 22.08.15 23,584 34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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