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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사막

2회차 빌런의 헌터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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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사막
작품등록일 :
2022.08.15 18:07
최근연재일 :
2022.11.01 13:00
연재수 :
50 회
조회수 :
494,432
추천수 :
10,690
글자수 :
263,640

작성
22.09.27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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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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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
글자
11쪽

33. 연말은···.

DUMMY

**


나즈사 카오루는 프리랜서 헌터다.

크리스마스를 맞이하여 집에서 쉬고 있는데, 카이주 대응팀에서 연락이 왔다.

지금 다이세쓰산에서 발생한 의문의 눈폭풍을 조사하는 데 힘을 보태달라는 정중한 부탁이었다.

그가 발탁된 이유를 냉기 저항 기프트가 있기 때문이었다.

당장 크게 쓸 곳도 없는 기프트지만 자신을 필요로 한다는 카이주 대응팀 직원의 말에 흔쾌히 승낙했다.


‘나도 쓰임이 있네?’


고작 C등급 헌터였다.

바로 헌터 본부를 찾으니 나즈사 카오루는 자신 말고도 9명의 인원이 이번에 뽑혔다는 걸 알았다.


“... 조사단의 역할이 큽니다. 다만 위험이 감지된다면 무조건 안전한 곳으로 대피하십시오.”


삿포로까지 이동은 순조로웠다.

하지만 문제는 폭풍의 영역에 들어선 후부터였다.


“시동 꺼졌어!”

“젠장! 유리창도 모두 터졌는데!”

“이러다 진짜 얼어 죽겠어, 우리!”


블리자드 외곽을 넘은 지 10분 후, 차량이 퍼졌고 조금 있으니 하나둘 뿌려진 눈송이에 차량은 넝마가 됐다.

나름 냉기 저항 기프트를 지닌 헌터들로 꾸려진 조사단이었지만, 빠르게 냉기가 파고들었다.

시작부터 삐걱대기 시작했다.


“끄악!”

“조심해! 눈송이가 칼날보다 날카로워!”


샤삭!

몰아치는 눈송이에 창가 쪽 단원 둘이 피투성이가 됐다.

그게 악몽의 시작이었다.

이후 차량을 탈출해 어찌어찌 가까운 대피소를 찾은 그들이지만, 뭐 하나 해보지도 못하고 세 명의 희생자만 발생하고 말았다.


“추워. 카오루 넌 괜찮아?”

“네, 아직 버틸 만해요.”


말은 그렇게 했지만, 손끝부터 냉기가 느껴졌다.

지독한 냉기가 냉기 저항 기프트마저 뚫고 파고들기 시작한 것이다.

신체 말단부터 서서히 얼어가기 시작했다.


“이렇게 넓은 곳이 아니라, 최대한 좁은 곳으로 들어가요. 우리.”

“그래, 그렇게라도 버티자.”


카오루가 내놓은 의견에 모두가 대피소에 있는 가장 작은 방에 모였다.

그럼에도 너무 추웠다.

특수 온도계가 가리키는 온도가 영하 70도를 넘었을 때, 모두가 죽음을 떠올렸다.

그리고 모두 포기했을 때, 불의 정령을 이끌고 한 사람이 대피소로 들어왔다.

불의 정령으로부터 전해진 온기가 좁은 실내의 공기를 데웠다.

덕분에 영하 70도에 이르던 기온이 영하 50도, 영하 30도까지 올라갔다.

그제야 살만해졌다.

그건 카오루만이 아니었다.

그들의 냉기 저항이면 영하 30도쯤은 알몸으로도 충분히 버틸 수 있었다.


살만해진 사람들은 정령사에게 이런저런 질문을 했다.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없었다.

그는 말없이 정령이 힘을 잃어가면 마력석을 정령에게 먹였다.

그의 행동은 그게 다였다.

간신히 불의 정령의 열기에 추위를 버티던 사람들은 더는 말을 걸지 않았다.

그리고 아침이 밝아올 때쯤 블리자드가 서서히 힘을 잃기 시작했다.


“살았다!”

“진짜 살았어!”

“감사합니다···. 어? 어디 가셨지?”

“누구?”

“정령사님.”

“그러게? 어디 가셨지? 조금 전까지 계셨는데?”


정령사가 있던 자리에는 아무런 흔적도 남아있지 않았다.

모두가 기쁨에 흥분한 사이 감쪽같이 사라진 것이다.


“문도 안 열렸잖아.”

“뭐지? 귀신인가?”

“미친놈아, 무슨 귀신! 천사면 천사지.”


**


실상 유키온나가 지닌 자체 무력은 강하지 않았다.

진짜는 유키온나가 만들어낸 블리자드였다.

거기에 중심으로 갈수록 극한의 추위는 극에 달한 냉기 면역이 아니고서는 감히 접근할 수도 없었을 정도였다.

물론 도달한다고 끝이 아니었다.

얼음 창칼과 대포 같은 파괴력을 지닌 눈덩이를 버텨야 했고, 거기에 마지막에 선보인 눈꽃 칼날은 중심에 도달하는 과정에서 대부분의 마력을 소진한 헌터를 믹서기처럼 갈아버렸을 터였다.

지난 생에 유키온나로 인해 수십만의 삿포로 시민이 죽어 나간 사실이 이해가 됐다.

그런 블리자드를 내가 삿포로시 바로 앞에서 멈춰 세웠다.

이를 한국 뉴스에서도 속보로 다뤘다.


-인구 100만 삿포로시를 위협하던 의문의 블리자드가 소멸의 길에 들어섰습니다. 블리자드의 영역에 일부 걸쳤던 삿포로시 외곽에서만 10만 명이 넘는 피해자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됐으며 현재까지 집계된 사망자만 3천 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일본 당국의 방치에 피난을 준비하던 삿포로 시민들이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는 모습입니다. 유키온나가 홋카이도 중심을 가로지르며 100억 엔이 넘는 재산 피해와 1만 명에 이르는 사망자가 발생했습니다. 대격변 이후 발생한 최초 기상 이변에 일본 정부는 상황 대응이 적절했는가에 대해서 일본 시민들이 불만을 쏟아냈습니다. 한국 정부도 이번 일본 사태를 보고···.


-일본 카이주 대응팀에서는 이번 블리자드에 대해 공식적으로 유키온나라 명명했습니다.


-조사단 7일이 복귀했습니다. 최초 10명으로 출발한 조사단은 폭풍역 내부에서 몰아친 블리자드에 순식간에 초토화됐고 가까운 대피소로 몸을 피할 수밖에 없었다고 발표했습니다.


-조사단의 생존에는 불의 정령사가 큰 힘을 보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검은 레더 아머만 걸친 정령사는 작은 불의 정령을 다뤘으며, 불의 정령이 만들어낸 열기로 대피소 실내 온도를 영상권에 가깝게···.


-28일 아시베츠산에서 소멸한 블리자드에 대한 조사가 한창 진행되는 가운데, 블리자드의 갑작스러운 소멸에 의문을 가지고···.


-유키온나의 갑작스러운 소멸에 언제 다시 이와 같은 거대 블리자드가 발생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일본 정부는 기상 위성을 통해 상시 감시 체계로 전환을···.


세계는 이번 블리자드를 기상 이변이라 결론지었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었다.

300km가 넘었던 폭풍 영역에 있는 몬스터라고는 유키온나 하나뿐이었으니까.

그리고 혹시나 유키온나를 관측했다 하더라도 그 부정형의 형태를 보고 몬스터라고 생각하긴 쉽지 않았을 것이다.


‘직접 보지 않았다면 나라도 못 믿었겠지.’


물론 제대로 핵심을 짚은 사람들도 있었다.


-기상학자들은 계절풍의 영향을 거슬러 이동한 유키온나에 대해 의문을 드러내는 가운데, 몬스터 전문가들은 이번 블리자드가 몬스터의 영향일 가능성을 배제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을 내놓았습니다. 이는 이제까지 인류가 상대해 보지 못한 종류의 몬스터일 수 있으며···.


-이번 유키온나가 단순한 블리자드가 아니라 멸망급 몬스터라는 의견이 나온 가운데, 사태를 미리 예견하고 일본 정부와 각종 미디어에 이러한 사전에 알린 시민의 제보가 있었다고···.


소파에 비스듬히 누워서 쏟아지는 속보를 보고 있으니 아버지가 들어오셨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깔끔한 정장을 입은 모습이었다.

그래서 그런가, 좀 어색한 느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오, 아들. 연휴는 잘 쉬었냐?”

“저야 뭐, 잘 쉬었죠? 근데 지난 이틀 어디 가셨던 거예요?”

“이틀? 무슨 소리야?”


28일 유키온나를 사냥하고 돌아온 후 아버지는 집에 계시지 않았다.

그래서 물었는데, 이틀만이 아니었던 것 같다.


“설마, 24일에 나가서 한 번도 안 들어오셨어요?”

“그야 당연한 거 아니냐? 연말은 연인과 함께, 그런 상식도 모르는 거냐, 넌?”


그게 왜 상식이지?

그리고 연말은 가족과 함께라는 문구가 맞는 캐치프레이즈 아닌가?


“그거, 가족과 함께 아닌가요?”

“왜 그렇게 질척거려? 설마 네 녀석 애인도 없는 거냐?”


뭐지? 저 질렸다는 표정은?


“...꼭 있어야 하는 건 아니잖아요?”

“뭐야? 난 당연히 너도 연인과 보낼 줄 알았지.”

“그건 당연히가 아니잖아요.”


뭐가 당연하다는 거지?

세상에 솔로가 얼마나 많은데.

2천만 솔로에게 돌 맞을 발언이다, 이건.


“... 근데 뭐야? 말하는 걸 보니 너도 집에 안 들어온 것 같은데? 그동안 뭘 한 거냐?”

“... 일이 있어서요.”


있었지, 아주 큰 일이.

회귀 전과 비교하면 내가 이번에 구한 목숨만 10만 명이 넘었다.

이 정도면 회귀 전에 저지른 잘못의 10%는 용서되지 않을까?

뭐 꼭 이를 상계하겠다는 건 아니고.


“실속 없는 녀석···. 얼굴이 아깝다, 인마.”


저 실망한 표정, 좀 억울하네?


“저도 뭐 혼자 있진 않았어요. 설녀라고, 좀 차갑고 거친 여자 좀 만나고 왔어요.”

“그래? 그럼, 축하하고.”


별로 대수롭지 않다는 듯 안방으로 들어가신다.

설마 안 믿는 건가?


“...진짠데.”


물론 부정형 괴수라 성별이 있는 것 같진 않지만, 상당히 차갑고 거칠었던 건 사실이었다.

또 그 거친 손길로 내 옷과 트롤 가죽 이너 아머를 갈가리 찢어 놓기까지 했다.


‘이거 생각할수록 신세 처량하네. 젠장.’


근데 일본 이것들은 왜 이걸 유키온나라고 이름 지었지?

상대해 봤다면 절대 그런 게 아닌, 그냥 눈폭풍 괴수라는 걸 알았을 텐데?


“어, 일본 소식이네? 쯧쯧, 저것들은 좀 당해도 싸. 아, 맞다. 그래서 네가 만난 설녀는 예뻤냐?”


어느새 옷을 갈아입은 아버지가 거실로 나오셨다.

TV를 보면서 내가 만났다는 설녀에 관련해 물어왔다.

하지만 딱히 설명할 게 없다.

아버지도 보면 알 것 아닌가.

설마 몰라서 묻나?

아, 모르시는구나.

설녀가 일본어로 유키온나라는 걸.


“드세더라고요. 그래서 그냥 깔끔하게 정리했어요. 다시 볼 일 없게.”

“그래, 성격 그거, 정말 중요하지. 잘 정리했어.”

“제 이야기는 됐고, 만나시는 분은 언제 소개해줄 거예요?”

“유키온나라. 이름 한번 어울리네. 여자의 깊은 한이 느껴지는 이름이야, 그치 않냐?”


어느새 아버지의 관심은 TV로 향했다.

설마 내 질문이 부끄러우신 건가?

그렇다면 더 안 물어볼 수 없잖아.

조만간 새 가족이 생길지도 모르는 일인데.


“아버지, 이번에 25살 어린 동생 생기는 건 아니죠? 이미 생겼으면 미리 말씀해주세요. 상처 안 받을 자신 있으니까.”

“쯧쯧, 3만 명? 많이도 죽었네. 저렇게 처리할 거 좀 더 빨리 처리하지. 예나 지금이나 느려터진 건 알아줘야 한다니까?”


그새 사망자가 3만 명으로 늘었어?

아니 그 전에, 내 말이 안 들리나?

왜 대화가 헛도는 느낌이지?


“아버지, 저 누구랑 대화하고 있나요?”

“또, 또 저럴 줄 알았다. 아니, 어떻게 된 나라의 총리가 반년도 못 버텨? 에잉.”


말하기 싫구나.

그럼 그렇지.


“저 나가요.”

“...늦냐?”

“몰라요. 누가 말 상대를 안 해줘서 뒷산에 있는 몬스터랑 대화 좀 나누려고요.”

“그래, 그럴 때는 몸의 대화가 최고지. 올 때 도시락 좀 사 와.”

“여자친구분께 싸주라고 하세요. 도시락 정도는.”


회귀 후 처음으로 의문이 든다.

난 지금 누구를 지키고 싶은 걸까?

우리 아버지 정말 내 아버지 맞나?

아니, 그 전에 나, 아버지 아들이긴 한 걸까?

그 말이 그 말 아닌가 싶지만, 자꾸 그런 의문이 든다.

어째 점점 미쳐가는 것 같은데, 착각이겠지?’


회귀한 후, 나름 정상이 됐다고 생각했는데 그건 또 아닌가 보다.

멸망급 빌런의 망령이 나와 같이 돌아온 건가 싶어 문득 겁이 났다.

앞으로 정신 바짝 차려야지, 안 되겠다.


‘근데 이것들 뭐야?’


꼬리가 붙은 것 같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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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35. 뒷정리. +6 22.09.29 8,057 196 11쪽
34 34. 조성수의 빙결. +3 22.09.28 7,971 208 12쪽
» 33. 연말은···. +3 22.09.27 7,905 195 11쪽
32 32. 유키온나. +2 22.09.24 8,077 205 11쪽
31 31. 강중건의 행보. +4 22.09.23 8,077 21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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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 회귀. +19 22.08.15 23,584 34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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