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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사막

2회차 빌런의 헌터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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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사막
작품등록일 :
2022.08.15 18:07
최근연재일 :
2022.11.01 13:00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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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9.21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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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29. 일본의 대응.

DUMMY

외출을 서두르는 아버지의 모습에 묘한 기시감이 들었다.

가령.


“아버지, 설마 여자 만나요?”

“무슨 그런 당연한 소리를 그렇게 정색하면서 물어?”


그 말을 끝으로 현관문이 닫혔다.

내가 아버지를 너무 몰랐다.

기프트도 그렇고, 만나는 이성도 그렇고.

이러다 내년에 동생 생기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그런 일 있으면 먼저 알려줘요.

놀라지 않게, 마음의 준비라도 미리 해두게요.

그러다 문득 과거의 기억이 떠올랐다.


‘전에는 이러지 않았는데.’


회귀 전에 아버지에게 애인이 있다는 이야기는 들어보지 못했다.

어쩌면 당연했다.

그 당시 난 헌터에 적응하지 못하고 이리저리 사고 치기 바빴던 시기라 주변에 신경 쓸 여력이 없었다.

그건 가장 가까운 아버지에게도 마찬가지였다.


‘내년에 나 동생이 생기는 거 아니겠지? 내년이면 나이 차이가 얼마야? 스물다섯? 여섯? 와, 이거 너무 많이 나는데. 근데 새어머니가 나보다 어린 건 아니겠지?’


어느새 내 상상 속에는 나보다 어린 새어머니와 동생이 생겼다.

문득 외롭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 이때 왜 상진이가 생각나?’


연말이기도 하니, 만날 사람도 없고.

녀석에게 전화를 걸었다.


“뭐하냐?”

-뭐야? 인사도 없이?

“뭐하냐고.”

-왜 심심하냐? 놀 사람 없어?

“시끄럽고 나와 술이나 마시게.”

-미안, 나 지금 우리 애들 팬미팅 가.

“애들? 그 여자 아이돌?”

-어, 무식이들이랑 같이 가는데, 너도 올래?

“됐어, 끊어.”

-어, 그럼 연휴 끝나고 보자.


무식이들은 작업장에서 일하는 군대 후임들을 말했다.

무식이를 대표로 해서 가끔 부르던 것이 이제는 녀석들의 호칭이 됐다.


‘아, 나만 외로운 건가?’


조금 뻗대다 가려 했는데, 안 되겠다.

그냥 가자, 일본.

기다려라 유키온나.


**


내각조사실 직속 카이주 대응 전략실이 분주히 움직였다.


“다이세쓰산을 시작으로 후라노시에 이르는 모든 전기 및 통신 시설이 먹통입니다.”

“후라노시는 이미 전 주민을 소개한 지역 아닌가?”


세상이 균열이 등장하고 오지의 마을부터 비우기 시작했다.

후라노시는 오지까지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비웠다.

근처에 험한 지형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렇긴 하지만, 간혹 사냥팀의 베이스캠프로 이용되는 곳이라 임시 전기 시설과 통신 시설이 남아있습니다.”

“연말인데?”

“안타깝게도 25일부터 30일까지 사냥 신고한 팀이 10개였습니다.”


사냥 신고는 의무가 아니었다.

그런 탓에 이름 있는 길드가 아닌 이상 사냥 신고 같은 건 하지 않았다.

공식적으로는 10팀이지만, 그보다 더 많은 팀이 신고하지 않고 사냥하고 있다는 말이었다.


“모두 연락이 안 되나 보군.”

“네.”


달리 해석하면 모두 죽었다는 뜻과 같았다.


‘그때 온 경고가 사실이었어. 재앙급을 넘어서는 괴수가 세상에 등장할 거라더니.’


강진혁은 12월 초부터 일본 언론과 몬스터 대응 관련 일본 정부 부서에 유키온나 출현에 대해 경고했다.

물론 대부분 가볍게 넘겼지만, 이곳 카이주 대응팀의 전략팀장인 니시로만은 그 경고를 무시할 수 없었다.

메일에서 경고한 장소가 그의 고향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제보 내용과 비슷한 시간, 비슷한 위치에서 눈 폭풍이 발생했다.


“이렇게 되면 눈 폭풍을 일으킨 주범이 여기서 말한 유키온나라고 보는 게 맞겠군.”

“네. 분석팀에서도 그렇게 보고 있습니다.”


메일에 적인 정보를 바탕으로 그동안 수집한 정보를 취합하여 회의에 들어간 직원들은 단시간에 보여준 다이세쓰산의 변화와 인근까지 뻗은 먹구름을 분석하는데 여념이 없었다.

이는 향후 유키온나를 상대할 카이주 대응팀에 전달될 정보들이었다.

사람들 사이에 몇 가지 이해되지 않는 의문이 오갔다.


“재앙 3급을 넘는 몬스터라고 했습니다.”

“자칭 멸망급이라고 했지?”

“네.”


그에 따라 그들도 유키온나에 대해 멸망급으로 등급이 정했지만, 멸망급 괴수에 대한 정보가 너무 부족했다.


“이걸로는 아무것도 안 돼. 정부에서는 믿지 않을 거야. 더 정확한 정보 없나?”


매뉴얼에 없는 등급이었다.

니시로는 일본 정부에서는 불안을 조장한다는 이유에서 자신들이 전달한 정보를 쉽게 믿으려 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다.


“이건 새로 들어온 기상 관측 정보입니다. 눈폭풍 지역 중심의 기온이 영하 100도라고 합니다. 강한 눈폭풍으로 가시거리 또한 20m도 되지 않을 정도라고 합니다.”

“영하 100도? 정말이야?”

“네, 저도 오류인가 싶어 기상청에 몇 번이나 확인했습니다.”

“미쳤군.”


이미 각국 정부에서는 재앙 3급을 넘어서는 몬스터가 나타날 것이라 예상했다.

그래서 나름의 대책도 세웠다.

하지만 그 안에 영하 100도가 넘는 혹한 속에서 싸운다는 가정은 없었다.

그렇다고 냉기 면역 관련 기프트를 가진 헌터를 들여보내야 하는데, 그 수가 너무 적었다.

더욱이 S급과 A급만 고려하면 손에 꼽을 정도였다.


“일단 조사단 먼저 꾸리는 게 어떻겠습니까?”

“조사단? 하지만 냉기 면역을 가진 헌터가 없지 않나?”


일단 카이주 대응팀 소속에는 한 명도 없었다.

그렇다고 일반 길드 소속 헌터들을 강제 소집할 수도 없었다.


“긴급 상황이야. 내 명의로 각 길드에 협조공문 보네. 냉기와 화기 기프트를 지닌 헌터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네!”


니시로는 급한데로 전략팀장이라는 자신의 직함을 사용하기로 했다.

물론 얼마나 통할지는 장담할 수 없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주변 기온 영하 70도, 중심 기온은 영하 100도가 넘었다.

충분한 방비가 있더라도 인간이 버틸 수 있는 온도가 아니었다.

더욱이 눈폭풍에 갇히면 쉽게 빠져나올 수 있는 환경이 아니었다.

가시거리 20m, 시야 확보가 어렵기 때문이었다.


“삿포로시는 어떻게 합니까? 대응 5단계, 긴급 대피 명령을 내려야 하는 것 아닙니까?”

“... 위에서 원하지 않으신다. 그러니 무조건 막는다는 생각으로 작전을 짠다.”


대격변 이후 대도시와 그 주변 위성 도시를 제외하면 대부분 중소 도시는 비웠다.

덕분에 대도시의 부동산 가격을 비롯한 생활물가가 천정부지로 올랐다.

무너진 경제, 이를 버티고 있는 건 새롭게 부상한 몬스터 산업이었다.


홋카이도에서 몬스터 산업의 중심이 된 도시가 삿포로다.

삿포로를 제외하면 홋카이도에 살아남은 도시는 몇 개 없었다.

이런 도시 하나를 비운다는 건 간단한 지시로 끝날 문제가 아니었다.

그로 인해 벌어지는 재산상의 피해와 손해를 누군가는 책임져야 했다.

그리고 현 정권은 이를 책임 질 생각도 없고, 의지도 없었다.


이제까지 모든 총리는 몬스터로 인해 많은 인명피해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날 뿐이었다.

그동안 모든 정권이 그렇게 해왔다.

이제 사람들도 이를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수준에 이르렀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그게 아니었다.

책임져야 할 자가 물러나니 대책은 흐지부지되기 일쑤였고, 새롭게 들어선 총리는 앞으로의 희망만 떠들 뿐 지나간 일에 대해서는 대책을 세우고 있다는 말만 반복하고 끝내 해결하려는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

그거 아니어도 해결해야 할 현안은 많았고 정부의 실적은 그런 사소한 문제를 해결함으로 언론으로 부풀리기 바빴다.


니시로는 이번도 다르지 않을 것이 생각했다.

현 총리도 피해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고 물러나겠다는 발표하고 당내 다른 계파에서 새로운 총리를 내세울 것이다.

그게 지금 일본의 현실이었다.

하지만 누군가는 해야 했다.


“카이주 타격팀 팀장은 누구로 내정됐지?”


조사단도 조사단이지만, 진짜는 몬스터를 사냥할 타격팀이었다.

특히 팀장은 중요했다.

일반적으로 타격팀장은 총리가 10대 길드의 대표나 부대표 중 한 명을 인선했다.

그리고 총리가 갈려 나가면 타격팀장도 같이 교체됐다.

팀장이 되기 위해 각 길드의 로비도 치열했다.

하는 일에 비해 얻는 게 많았기 때문이다.

큰 피해가 발생해도 총리와 같이 물러나면 그뿐이었다.

얻은 것 많고 손해 볼 일 없는 자리가 타격팀장이었다.


“그게···. 아직 인선이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다만 이번대 타격팀장은 정령 검사로 유명한 야마모토 코지였는데, 일주일 전 몬스터 사냥 중 죽고 말았다.

그래서 타격팀장이 공석으로 남아있었다.


“뭐? 아직도?”

“네.”


불과 며칠 전까지 각 길드의 로비가 있었던 것을 알았다.

하지만 한순간 그런 로비가 멈추고 길드 관계자들이 관망하기 시작했다.

니시로는 이게 무슨 신호인지 대충 눈치챘다.

유키온나에 대한 경고가 카이주 대응 전략실에만 보내지진 않았을 터.

그들도 낌새를 눈치챈 것이다.

이대로라면 52시간 안에 눈폭풍이 삿포로까지 도달하고 만다.

그럼 늦었다.

그때 비서가 팩스를 들고 나타났다.


“팀장님, 총리실에서 타격팀 파견은 취소하고 조사단 급으로 팀을 변경한다고 합니다.”

“... 미친! 그들은 사냥팀이 아니잖아! 그들로 뭘 할 수 있다고. 이 미친놈들이!”

“몬스터에 대한 아무런 정보 없이 타격팀을 들여보낼 수 없다는 게 총리실의 의견입니다.”

“총리실의 의견은 무슨, 총리의 의지겠지.”


타격팀 없이 조사단을 파견한다는 건 사실상 삿포로를 포기한다는 말과 같았다.

역시나 그의 예상대로였다.

도쿄와 삿포로의 가치를 저울질하면 당연히 도쿄였다.

무엇보다 현재 남동진하는 눈폭풍의 진행 방향을 볼 때, 눈폭풍은 그대로 진행하다 바다로 향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었다.

정말 방향을 틀지 않는다면.


‘기상 정보를 통제할 때부터 알아봤지만, 썩었어. 이 정부는.’


“다 끝났군.”


니시로는 손에 든 서류를 책상에 던지고 눈을 감았다.

총리실에서 포기한 상황에 더 회의를 진행해 봐야 무의미했다.

잠시 후 눈을 뜬 그는 휴대폰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 삿포로 전체에 대응 5단계 긴급 대피 지시 내려라···. 도쿄에선 포기했다···. 책임은 내가 진다···. 그래, 살아서 보자.”


삿포로 부시장으로 있는 고향 친구에게 연락한 니시로였다.


**


크리스마스를 하루 앞두고 일본으로 왔다.

그 과정에 인천의 빌런 맛집 두 곳을 때려잡고 얻은 신분증을 이용했다.

단순히 출입국 기록을 남기기 싫어서였다.


유키온나가 삿포로를 휩쓰는 건 30일 밤이지만, 그 이전부터 존재감을 드러낸 사실을 알고 있다.

후에 후쿠오카 중앙에 자리한 다이세쓰산(大雪山) 일대에서 시작된 눈폭풍의 주인이 유키온나였다는 게 조사 결과 밝혀진다.

하지만 그게 언제 시작했는지 그 정확한 날짜까지는 나도 몰랐다.

워낙 오래전 일이고, 국내 일도 아니기에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유키온나가 나타났다는 뉴스가 나오기 전까지 마지막 삿포로를 즐길 생각이었다.


‘유키온나가 나타나고 움직여도 안 늦어.’


처음에는 세상 사람들에게 멸망급 괴수의 위험성에 대해 알려야 하는 게 아닌가 고민도 했지만, 알아도 못 막고 몰라도 못 막는다.

지금 수준에서는.

그러니 내가 알아서 처리하고 보상도 내가 알아서 받아 갈 생각이다.

그게 마력석이고 기프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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