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DW
065화 - 2023DW
세계인에게 인류가 대멸종의 위기에 닥쳤다는 인식이 퍼지기 시작했다.
일상적이고 총체적인 복합재난이 반복된 것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당장 내일 지구가 멸망할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이젠, 사람들에게 퍼진 그 공포가 되레 재난적인 상황으로 번져나가고 있었다.
중국에서 벌어진 피난 행렬과 약탈이 중국만의 문제가 아니게 된 것이다.
대 지진으로 홍역을 앓았던, 미국은 트럼프의 허튼짓이 지구 종말을 앞당길 것이라 믿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그들 중 몇몇은 자신들만의 피난처를 만들기 시작했다. 또, 대부호 몇몇은 마리테라와 같은 방주를 만들기 시작했다는 뉴스도 들려왔다.
흉흉한 뉴스에 마음이 심란한 가운데 GEMA의 김범준 박사가 급히 보고할 것이 있다고 알려왔다.
‘가슴이 철렁하는 느낌이 이런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총통님!”
“무슨 일입니까? 박사님. 급하다고 하시니 겁납니다.”
“지구에 충돌할 확률이 매우 높은 소행성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네에? 아니 그걸 여태 모르고 있었단 말입니까?”
“아닙니다. 이미 알려진 소행성입니다만, 최근 관측결과 지구 충돌 확률이 발견 당시보다 심각하게 높다는 것이 확인된 것입니다.”
“아···.”
“그동안 NASA는 Sentry 시스템을 통해 지구와 충돌할 가능성이 있는 소행성을 계속 감시하고 있었습니다.”
“그렇겠죠. 지구의 공전 궤도가 가까운 소행성이 25,000개가 된다는 것은 저도 알고 있습니다.”
“네. 그렇습니다. 그중 지구와 충돌 가능성이 있는 소행성은 4천 개쯤 되는데 ···.”
김범준 박사는 말을 머뭇거리고 있었다.
“2023년 2월 26일에 새로이 발견된 소행성이 있습니다. 2023DW로 명명된 소행성이죠.”
“그런데요?”
“그 당시 관측 정보로 궤도를 예측했을 때 ···. 2046년 정도에 지구에 근접하고 충돌 확률을 600분의 1 정도로 추정했습니다.”
“그런데요?”
김범준 박사도 긴장했는지 마른침을 한번 삼키고 말을 이어갔다.
“그 소행성이 지구와 충돌 확률이 15분의 1로 늘어났습니다.”
“네에? 15분의 1이라면, 충돌하지 않더라도 ···.”
“그렇습니다. 충돌하면 거대한 재앙이고, 충돌하지 않더라도 지구와 근접해서 지나가기 때문에 여러 가지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하아~ 크기가 얼마나 됩니까?”
“당시 관측으로는 지름을 50m로 예상했는데, 실제는 짧은 쪽이 80m, 긴 쪽이 190m인 장방형 소행성인 것이 밝혀졌습니다.”
“아~ 만만치 않은 크기네요. 충돌 시 피해 규모를 예상할 수 있을까요?”
“그게 쉽지는 않습니다. 다만, 예를 들만한 사례가 있습니다.”
“네. 말씀해주세요.”
“퉁구스카 대폭발을 예로 들 수 있습니다.”
“아, 그 시베리아에 떨어졌다는 운석 말인가요?”
“운석인지, 소행성인지 아니면 혜성인지 확실치는 않습니다만. 1908년에 지름 50m 정도의 지구접근 천체가 떨어졌습니다.”
“아 ···.”
“당시 폭발로, 450km 떨어진 곳에 있던 열차가 전복되고, 나무 8천만 그루가 쓰러졌습니다.”
“... ...”
”폭발로 인한 지진으로 1,500km 떨어진 곳의 가정집 유리창이 깨진 기록도 있습니다. 이때 런던과 스톡홀름은 한밤중이었는데, 신문을 읽을 수 있을 정도의 백야현상이 일어 낮다고 합니다.”
“아 ··· 50m짜리가 그 정도인데. 이번엔 더 큰 것이.”
“당시 폭발 에너지를 추정하면 20메가톤으로 미국이 보유한 최고의 수소폭탄보다 5메가톤 정도 더 강력한 폭발이었습니다.”
“그렇게 큰 폭발이었는데 ··· 어째서?”
“천만다행으로 사람의 거의 없는 시베리아 중앙부에 떨어진 것도 있고, 당시 러시아제국의 혼란 때문에 제대로 된 조사를 하기 어려운 상황도 있었습니다.”
“이 마당에 인공위성들은 다 작살을 내놨으니 ···.”
“그러게 말입니다.”
“그건 그렇고, 어디에 떨어지는가가 중요하겠군요.”
“그렇습니다. 퉁구스카 대폭발은 정말, 가장 피해가 적을 곳에 떨어졌지만···.”
“중국이나 북미 같은 곳에 떨어지면 ···.”
“히로시마에 떨어진 원자폭탄 5천 개 이상이 일시에 폭발한 것과 맞먹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무섭습니다.”
“더 두려운 것은 그 정도의 폭발력이라면 화산이나 지진대에도 즉각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 ···. 연쇄적인 재앙이 닥칠 것입니다.”
“아 ··· 만약 바다에 떨어지면요.”
“바다도 바다 나름이겠지만 태평양 한가운데 떨어졌다고 가정하면.”
“...”
“보통 생각하는 것처럼 쓰나미 같은 해일이 생기진 않지만, 생태계와 기후변화에 엄청난 악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그럼. 미사일 같은 거로 분쇄해 버릴 순 없습니까? 인공위성도 떨어뜨리는 마당에 ···.”
“그게 ···.”
“왜요?”
“그걸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유일한 나라가 미국인데···. 트럼프가 과학기술과 R&D 예산을 대폭 삭감하는 바람에···. 우주 관련 예산은 처참할 정도고요···.”
“그래도 미사일 쏘는 건 할 수 있을 거 아닙니까?”
“그게, 소행성은 인공위성과 차원이 다릅니다.”
“...”
“인공위성은 비교적 지구에 바짝 붙어 있으니, 요격이 가능한 것입니다. 소행성을 지구의 영향권 밖에서 파괴하는 것은 ···.”
“...”
“비유를 들자면 뉴욕에서 총을 쏴서, 서울에 있는 모긴 눈알을 맞추는 정도로 어려운 일입니다.”
“그렇다고 인공위성 궤도 수준에서 핵폭탄을 터트리는 것도 ···.”
“핵이 문제가 아니라, 인공위성은 초속 7km 정도로 지구를 일정한 궤도로 돌고 있는 것이지만, 소행성이 지구에 충돌한다는 것은 직선으로 내리 꽂히는 겁니다.”
“아···.”
“가장 현실적인 것은 NASA의 다트 미션이 제대로 동작하는 것인데···.”
* DART(Double Asteroid Redirection Test) 소행성 궤도를 충돌체를 이용해 조금씩 바꾸는 프로젝트.
“예산이 없다면 우리라도 지원해주면 되잖아요.”
“그런데 ···.”
“?”
“이젠 예산의 문제를 벗어나 버렸습니다.”
“네? 어째서?”
“트럼프 때문에 NASA의 DART 시스템 자체가 붕괴한 상황입니다. 과학자와 기술자들은 뿔뿔이 흩어져 버렸고 ···.”
“그래도 다시 복구하면 ···.”
“문젠 시간입니다. 이제 1년도 채 남지 않았습니다.”
“아 ······.”
지구 전체가 러시안룰렛을 하는 상황이 되어버린 것이다.
어디든 그 소행성이 떨어진 나라는 회복 불가능한 파괴를 경험, 아니 흔적도 없이 사라질 수 있는 일이었다.
온전한 지구에서 사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 되어버렸다.
결국, 살아남은 사람들 사이에서 생존할 길을 찾는 방법밖에 남지 않았다.
영화에서나 보던 아포칼립스의 시작이 예고된 것이었다.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을 자각할 때마다 온몸에 힘이 빠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옛말에 ‘맥이 빠진다.’란 것이 이런 느낌이란 것을 새삼 깨달을 정도였다.
그런 맥 빠지는 뉴스가 계속 들려왔다.
봄이 되자 대륙 곳곳에서 산불이 이어졌고, 대형 지진 소식도 연이어 들려왔다.
남태평양 통가에서 터진 화산을 시작으로 파푸아 뉴기니, 필리핀 다바오, 일본의 도쿄와 나고야, 알래스카를 거쳐서 캐나다 벤쿠버, 미국, 멕시코, 페루까지 연속적으로 지진이 발생했다.
환태평양 조산대를 시계방향으로 돌며 지진이 발생한 것이다. 특히 미국의 샌프란시스코는 지난 대지진이 겨우 복구되어가는 과정에서 다시 또 지진이 발생한 것이었다.
그 와중에 신기한 것은 전쟁의 화마를 피해간 곳에서만 대지진이 발생한 것이다.
전 세계의 모든 국가가 한 가지 이상의 재앙 속에 빠져있는 셈이었다. 전쟁, 지진, 산불, 홍수, 해수면 상승으로 인한 해안 붕괴까지···.
‘인도주의적 지원’이란 말은 죽은 말이 되어갔다.
당장 자국이 죽을 판이니 다른 나라를 돕는 것이 사치가 되어 버린 것이다.
대한민국에선 ‘조상님이 터를 잘 잡으셨다.’란 말이 유행하고 있었다.
한국 사람들은 부족한 부존자원과 강대국의 틈바구니에서 지정학적 불리함을 토로하곤 했다. 하지만 지구 전체가 팥죽 끓듯이 신음하는 사이에도 한국과 만주 땅은 비교적 온전했다.
환태평양 조산대도 아슬아슬하게 일본에서 끊겨있었고, 지진에 이은 해일조차도 일본이 천연방파제 역할을 해주고 있었다.
산불도 호주나 북미에 비하면, 소소한 수준이었고. 해수면 상승으로 혼란이 있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사람이 떼죽음을 당할 정도는 아니었다.
OSSA 연방과 ESSO 의 결성으로 북한의 전쟁 위협도 사라진 마당이니, 지구에 몇 안 되는 안전한 땅이 대한민국이었다.
그 외 소소한 문제로 해상으로 넘어오는 중국 난민을 처리하는 방법을 두고 국내정치가 시끄러운 정도였다.
그도 그럴 것이, 육로를 통한 중국 난민은 만주의 발해공화국과 북한이 가로 막고 있었다.
그리고 중국 난민으로선 불과 몇 달 전까지 전쟁을 치른 발해공화국으로 피신하기는 쉽지 않았다.
발해공화국이 그것을 막았다기보다. 중국 당국의 국경통제 때문이었다.
중국 남부의 난민들은 최근 해방된 광둥자치국(홍콩)과 광시자치국, 윈난연방 등으로 흩어질 수 있었지만.
중국 북부와 동부 난민들은 갈 길을 찾을 수 없었고, 결국 서해를 건너 북한과 대한민국으로 밀려들고 있었다. 새로운 형태의 보트 피플이 생긴 것이다.
대한민국으로선 참으로 골치 아픈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인도적 차원에서 난민을 받는 것 자체를 반대하는 국민 정서도 만만치 않았고, 또 그렇다고 해서 무작정 배를 타고, 바다를 건너온 사람들을 사지로 내모는 것 또한 쉽지 않았다.
북한은 공해상에서 총질하거나, 배의 접안을 못하도록 하는 강경조치를 했다.
하지만, 갈 곳이 없는 중국 난민들은 바다 위에서 버틸 수밖에 없었고. 배 안에서 굶어 죽는 사람이 속출하는 사태까지 내몰렸다.
국제적 비난에도 북한은 난민들을 나 몰라라 하고 있었지만, 그 꼴을 보는 내가 견디기 어려워 난민을 받으라고 압박을 넣었다.
한국은 그렇지 않아도 연이은 출산율감소로 인해 인구위기에 처한 터라, 난민을 사회적으로 받아들이기 위한 시스템을 만들고 있었다.
난민 캠프에 일시적으로 그들을 수용한 후 사회화 과정을 거쳐서 단계적으로 시민으로 받아들이는 정책을 마련했다.
수용민 > 난민 > 체류허가 > 취업허가 > 영주권 > 시민권 > 귀화 등의 단계를 거치도록 했다.
한국의 중국 난민의 수용은 인구절벽으로 비정상국가가 된 대한민국의 어쩔수 없는 선택이기도 했다.
5천만 인구가 출산율감소로 3천만으로 줄어든 결과, 60만 군대는 30만으로 쪼그라들었고, 인구의 75%가 45세 이상인 초고령 국가가 되었기 때문이었다.
...
퉁구스카 대폭발로 쓰러진 나무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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