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B (Unified Space Ban)
061화 – USB (Unified Space Ban)
여느 때처럼.
김준명 특임장관과 함께 조깅을 마치고, 담배를 나눠 피우고 있었다.
“총통님!”
“네. 장관님.”
“저, 장관 말고 다른 거 시켜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왜요?”
“딱히 임무를 주시는 것도 아니고 ··· 무엇보다. 그냥 너무 어색해서 그럽니다.”
“총통에 각하 소리 듣는 사람도 있는 데 ··· 장관 가지고 뭘 그러십니까? ”
“그야 ··· 아무튼, 저에게 너무 안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그럼 새로운 직책을 하나 만들까요?”
“네? 어떤?”
“총우?”
“총우요? 그건 뭡니까?”
“총통 친구를 줄여서 총, 우!”
“아이고 ~”
“그냥 특임장관에 익숙해지세요. 나름으로 생각이 있어 만든 것이니 ···.”
“생각이라뇨?”
“음... 얼핏보면”
“???”
“마치, 무임소장관처럼 명확한 부처도 임무도 없는 것 같지만.”
“그러니 말입니다. 에휴~”
김준명 장관은 이름뿐인 명예직이라고 생각한 모양이다.
“그런게 아닙니다. 장관님은 저의 가장 가까운 측근이자, OSS 군 전체에 영향력을 가진 사람입니다.”
“...”
“또, 국무위원으로 어떤 정보도 접근할 수 있고 OSSA의 핵심인물들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고, 누구든 만날 수 있는 사람입니다.”
“그럼 저에게 감찰임무를 기대하신 겁니까?”
“하하. 그건 이 부장님이 시키지 않아도 하고있을 것이고, 장관님이 가진 소프트파워가 저를 대신해 누군가의 등뒤에 서있는 것이죠.”
“아... 전 그런건 복잡해서 모르겠습니다.”
“그냥 평소대로 가고 싶은데 가시고, 만나고 싶은 사람 만나시고, 하고 싶은 말을 하시면 됩니다.”
“아, 네 ~”
김 장관과 농담을 주고받는 사이에 보좌관이 보안 단말기를 들고 뛰어왔다.
“총통님. 경계 1호가 발령되었습니다.”
“중국입니까?”
“그렇습니다. 그리고 진민규 장관이 연락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보안 단말기를 받아들었다.
“네. 장관님!”
“총통님. 중국의 공격이 수 시간 내에 시작될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그리고 636작전도 준비를 마쳤습니다.”
진 장관과 통화를 하면서 눈짓과 손짓으로 상황실로 이동하자는 신호를 김준명 장관과 보좌진에게 했다.
“알겠습니다. 상황실로 가겠습니다. 앞으로 30분 후 636작전을 실행하세요.”
“아, 우리가 먼저 쏩니까?”
“누가 먼저는 중요치 않습니다. 30분 후 시작하세요.”
“네. 알겠습니다.”
진 장관과 통화를 마치고, 마리테라의 전략상황실로 이동했다. 걸음을 옮기는 가운데 김준명 장관이 입을 열었다.
“시작되는 겁니까?”
“네. 그렇습니다.”
“이번엔 총통님 각오가 남다른 것 같습니다?”
“장관님! 좋은 말도 안 듣고, 때려도 안 되면 어떻게 해야겠습니까?”
김 장관은 선뜻 답을 못하고 있었다.
“뭐, 어렵게 생각하십니까? 깊은 뜻을 두고 한 말이 아닙니다.”
“그렇다면 ··· 더 세게 때려야죠.”
“네. 그겁니다. 이번엔 반쯤 죽여놓을 겁니다. 2등 국가에 어울리는 수준으로요.”
“아 ···.”
“우리 인공위성을 공격한 건!”
“?”
“마치, 권투시합에서 글러브에 석고를 넣고 때린 거나 다름없습니다. 그러니 나도 글러브를 벗어 던져야겠죠.”
상황실에 도착하니, 정신없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는 진 장관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대형 상황 패널엔 계획좌표의 위치와 우리 전략자산의 위치가 표시되어 있었다. 누군가가 나를 발견하고, 소리 내려는 것을 발견하고는 손짓으로 그것을 제지했다.
어떤 것도 방해하고 싶지 않았다.
멀찍이 떨어져서 상황 패널을 바라보고 있는데, 김준명 장관이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
“5천 발이 넘는 미사일이 한꺼번에 발사된다니, 거의 핵폭탄급이겠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핵폭탄에 비할 바는 아니죠. 토마호크 미사일의 고폭탄두가 1t 미만입니다.”
“...”
“한국의 현무5는 8t이 넘지만 ··· 아무튼 이번에 발사되는 미사일을 모두 합쳐도 핵폭탄 수준은 아닙니다.”
“...”
“하지만, 광범위하게 쏟아지는 미사일의 공포와 혼란은 핵폭탄에 버금가겠죠.”
“그렇겠네요. 몇 시간 만에 수천 발의 미사일에 공습까지 계획되어 있으니 ···.”
“이번엔 민간인 희생도 적지 않을 것입니다.”
“아 ··· 그건 평소 총통님 소신에 ···.”
“네. 저도 고민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 ...”
“미친개랑 싸우는데 좋은 말로 타이를 순 없는 노릇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걱정이 있습니다.”
“그 미친개가 핵을 쓰면 어찌합니까? 다른 덴 몰라도 마리테라에···.”
“걱정하지 마세요.”
“?”
“인공위성을 쓰지 못하는 마당에 태평양 한가운데에서 계속 이동하는 마리테라를 찾지도 못하겠지만,”
“찾는 다 한들, 위성항법장치 없이 관성항법으로 그 먼 거리를 날아오면 오차가 엄청납니다.”
“...”
“본래! 대륙간탄도미사일은 고정된 좌표, 즉 지상목표만 상정해서 개발된 겁니다.”
“그야 그렇지만···.”
“도시가 통째로 이동할 거라고 상상이나 했겠습니까?”
“알긴 합니다만 그래도 걱정이 되긴 합니다. 인공위성 공격도 미친 짓이니 그보다 더한 걸 할 수도 있다는···.”
“아마도, 핵을 도저히 쓸 수 없으니 위성을 택한 걸 겁니다.”
“그럼, 우리 OSSA 연방의 다른 곳을 공격하면요?”
“그럼, 잠수함 속에서 울고 있는 불라바(다탄두핵미사일)가 중국 땅으로 날아가겠죠. 그럼 중국은 석기시대로 돌아가는 겁니다.”
“하긴 ···.”
“그리고 중국과 북한 이런 권위주의 국가의 특징! 아니 가장 큰 실수가 있습니다.”
“어떤? 가끔 총통님이 반문하시면 섬뜩해집니다. 하하.”
“북한은 평양에, 중국은 베이징에서도 중난하이에!”
“아~ 최고권력층이 한곳에 모여 산다는 것 말입니까?”
“그렇습니다. 지도자뿐만 아니라 최고권력 기득권층이 그들의 가족들까지 한곳에 몰려있죠.”
“...”
“만약 중국이 핵을 쓰면. 중국 고위층이 몰려있는 중난하이부터 흔적도 없이, 지도에서 지워질 겁니다.”
“아! 그렇다면, 중난하이에 급격한 변화가 있다면 그것을 이상징후로 생각할 수 있겠군요. ”
“그렇죠. 만약 중국이 핵을 쓸 생각을 한다면, 그곳부터 비워질 겁니다.”
...
작전 636은 중국 전략지원부대의 번호에서 따온 작전명이었다.
63600부대는 2015년 시진핑의 특별명령으로 창설된 중국만의 독특한 군종이었다.
정보부대는 물론 대륙 전체의 우주개발 로켓과 미사일 관련 기관과 시설의 통제 권한을 가지고 있었다.
다시 말해,
이번 인공위성 공격을 주도한 것뿐만 아니라.
중국이 핵 버튼을 만지작거리기 위한 모든 정보와 수단을 제공하는 핵심이자 코어였다.
그것이 우리가 63600 전략지원부대를 주목표로 삼은 이유였다.
그들이 영원히 인공위성을 쓰지 못하게 하는 것이 첫 번째 목표였지만.
사실은 중국이 핵 투발을 위한 눈과 귀를 가려서 의사결정을 할 수 없도록 하는 것과 핵 무력 관리 체계를 무력화하려는 의도였다.
우주엔 분명 중국의 위성이 돌고 있지만, 그것을 활용할 수 없도록 모든 기반시설을 지도에서 지워버리는 것이다.
인공위성의 데이터를 수신하고 관제하는 지상국도 물론 빠짐없이 계획좌표의 목록에 들어갔다.
SSCC (상하이 위성 제어센터), BSTCC (북경 위성 추적, 제어센터), 정주 위성 모니터링센터뿐만 아니라, 중국 내에 있는 소규모 지상국과 추적 스테이션도 빠짐없이 좌표에 포함되었다.
그리고 조금더 나아가, 우주개발 자체를 시도할 수 없도록 말이다.
계획좌표엔 중국에 있는 위성 기지국뿐만 아니라 우주발사센터와 같은 기간시설과 연구소도 포함되었다.
장쑤성의 타이위안 위성발사센터, 쓰촨성 시창 발사 센터, 간쑤성 주취안 위성발사센터가 포함되었다.
...
대화를 나누는 사이에 진 장관이 문득 고개를 들어 주위를 살피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나를 찾는 것 같았다.
그와 시선이 마주치자, 약속이라도 한 듯이 서로에게 다가갔다.
“총통님 모든 준비를 마쳤습니다. 최종 결심을 확인해 주십시오.”
“네. 즉시 시행하세요.”
내 말이 떨어지자, 진 장관은 636작전의 개시를 알렸고. 각각의 SCS 화면에 비치고 있는 아스널십, SSBN 잠수함, 이지스 구축함에서 미사일이 발사되기 시작했다.
그것을 시작으로
잠시 뒤,
다른 화면에는 북한의 준중거리 순항 미사일인 화살 2, 3형이 지상에서 발사되는 모습이 보였다.
또, 다른 화면에는 대한민국의 대형 탄도미사일 현무 5가 불을 뿜으며 솟구치고 있었다.
이것으로 대한민국과 북한도 참전하게 되었다. 일본의 군사자산도 동원하고 싶었지만, 마땅한 수단이 없었다.
미일 유도탄 협정 때문에 일본은 장거리 미사일이 없었고, 그렇다고 육군이나 공군을 참전시킬 순 없었다.
무엇보다. 일본의 군대는 그냥 자위대로 남겨두는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했다.
작전 상황실 SCS 화면에는 초토화된 중국의 인공위성 기지국과 로켓발사장, 미사일 기지와 군수공장의 모습이 중계되고 있었다.
엄청난 화염과 연기, 말 그대로 불바다가 재현되고 있었다.
끔찍한 장면이었다. 민간인의 희생도 피할 수 없을 것 같았다.
문득 두려웠다. 내 결심이 저런 지옥을 만들었다는 사실, 그리고 그 지옥에서 또 어떤 미친 생각과 결정들이 나올지 두려워졌다.
하지만.
멈추면 넘어지는 자전거처럼, 속도를 잃으면 추락하는 인공위성처럼 내가 만든 궤도 위를 끊임없이 돌 수밖에 없었다.
...
636작전의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중국이 발해공화국을 침범했다. 그들도 예정된 작전을 시행한 것이었다.
그렇지만.
충분히 예상했었고, 되돌려줄 선물? 또한, 넉넉하게 준비해둔 상황이었기에 발해 공화국군과 OSS 만주군이 잘 막아내고 있었다.
또, 선제적인 항공공습으로 중국군의 예봉은 이미 꺾인 상태였다.
그렇게.
우리의 미사일이 대륙을 뒤덮고 나서, OSSA의 이름으로 성명을 발표했다.
골자는
중국의 우주(인공위성) 공격에 대한 응징으로 이번 미사일 공격이 시작되었음을 알리고.
그 대상이 중국의 인공위성 관련 시설이란 것도 명시했다.
그리고 일방적인 선언을 추가했다.
<앞으로 OSSA는 중국이 어떠한 우주개발 관련 시설과 발사체를 용인하지 않을 것>이란 내용이었다.
덧붙여,
그것이 발견되는 즉시 경고 없이 파괴하겠다는 내용이었다.
국제 관례상, 전례가 없는 매우 일방적인 선언이었다.
그것은 국제기구를 통한 의결이나 조약이 아닌 일방적인 경고였다. 또, OSSA가 중국에 대해 상시적인 감시와 공격을 선언한 것이다.
우리는 그것을 아시아 A-USB 라 지칭했다.
* A-USB (Asian Unified Space Ban Declaration) 아시아 우주개발 금지 선언.
하지만, 어떤 언론사에서 A-USB를 USB-C로 바꿔 부르기 시작했다. C는 china를 의미했다.
그도 그럴 것이, OSSA와 대한민국만 예외로 두었기 때문이었다.
더 놀라운 것은 다른데 있었다.
A-USB라는 비합리적이고 일방적인 선언에 대한 아무런 비판여론이 일지 않았다.
마치,
포토라인에 선 흉악범을 뚜드려패는 사람을 구태여 뜯어말리지 않듯이, 국제사회도 우리를 말리지 않고 있었다.
...
미사일 공격에 폭발하는 중국의 위성 기지국.
.
추가 공습에 불바다가 되어가는 중국의 군수공장
.
미사일 공격을 받은 중국의 우주로켓 발사장.
.
불바다가 되어가는 63600 부대 사령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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