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tRep
003화 - SitRep
손이일 제독은 대한민국 해군 출신이다.
상승함대 3함대 사령관을 거쳐, 합동참모본부 차장을 지낸 야전과 군사외교력을 두루 갖춘 인물이었다.
그 후 어렵사리 OSS로 영입하였고, 지금의 OSS 해군을 만드는 데 일조하였다. 그는 이미 OSL 상선 나포에 대한 상황 조치에 들어간 모양이었다.
“네. 원수님. OSSIA 정보부로부터 싯트랩(sitrep)을 받았습니다. 에리트레아와 예멘 해역에 대한 추가 정보를 수집 중입니다.”
* SitRep (Situation Report) : 특정 지역 혹은 작전에 대한 상황 보고서.
“에리트레아요?”
“그렇습니다. 위성 정보를 분석한 결과 해적선은 소말리아에서 출발했습니다만, 인질은 에리트레아와 예멘으로 분산된 수용된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 배는?”
“우리 상선들은 알-후데이다(Al-Hudaydah) 항구로 나포되었습니다.”
“확실히 여러 세력이 개입된 모양이군요.”
“그럴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제독님. 현재 투사 가능한, 가장 가까운 우리 전력이 어떻게 됩니까?”
“제1 항모전단이 지중해에 있습니다.”
“흑해는요?”
“제1, 3 강습전단과 제3 상륙전단이 배치되어 있습니다.”
“알겠습니다. 일단 OSS 크림군 2개 사단을 상륙전단에 배치할 수 있도록 준비해주시고.”
“...”
“1 항모전단과 3 강습을 지중해 수에즈 운하 근처로 이동해서 대기할 수 있도록 해주세요.” “즉시 조치하겠습니다.”
“그리고”
“?”
“우리가 취할, 만약의 군사행동에 대비해서 펜타곤(미 국방성)에 미리 언질을 주는 게 좋겠습니다. 이 부장하고도 상의하시고요.”
“네. 알겠습니다.”
아시아와 동유럽을 정리하고 나니 중동이 문제였다. 인질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우크라이나산 곡물과 철광석은 우리에게 없어서는 안 될 물자였다.
이번 일로 CTF 151 국제 함대의 해상 순찰 정도로는 부족하다는 것이 증명된 셈이다. 수에즈 운하부터 아덴만까지 항구적인 안전조치를 우리 스스로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 CTF 151 (Combined Task Force 151) : 아덴만과 인도양의 해적 퇴치를 목적으로 미국이 주도하여 만든 다국적 연합.
손이일 제독과 보안통신을 마치자, 김준명 이사가 옆에서 기다리고 서 있는 것이 보였다.
“대표님. 이동하셔야 합니다.”
“아, 그거 안 하면 안 됩니까?”
“조금 미룰 순 있습니다만, CNN 취재단이 항모에 이미 도착해 있어서 ···.”
“하긴, 한다고 해놓고 번복하는 것도 그렇네요. 갑시다!”
본래 사람들에게 주목받는 것을 극도로 싫어했다.
어릴 때부터 칭찬받는 것조차 유쾌한 경험이 아니어서 피해 다녔다. 칭찬을 받으면 그것으로 내가 무언가에 고무된 것처럼, 연기해야만 하는 것이 싫었다.
하지만, 내가 이끄는 조직이 가족이란 생각이 들면서부터 싫은 일들을 하나씩 하게 되었다. 그것 중 하나가 최초로 언론 인터뷰에 응하게 된 것이었다.
인터뷰는 보안상 이유로 기함인 바스티온 호 대신 니미츠급 항공모함인 제2 항모에서 하는 것으로 결정되었다.
호위 편대로 F-35B가 먼저 이륙했고, 나 역시 MV-280 벨러 틸트로터기에 올랐다. 일행을 태운 3대의 수직 이착륙기가 차례로 강습상륙함에서 이륙했다.
***** CNN LIVE *****
...
“안녕하십니까. 앨런 케런입니다. 저는 지금 언론사 최초로 이시언 의장의 인터뷰에 앞서 항공모함 갑판 위에 있습니다.”
카메라 렌즈는 리포터 어깨 넘어 관제탑과 함재기들의 모습을 패닝 하며 보여주고 있었다.
“본 항공모함 OSS의 제2 항모입니다. 니미츠급 항공모함으로 이시언 의장이 미국에서 함재기를 포함하여 수백억 달러(수십조 원)에 사들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화면은 항공모함에 탑재된 항공기와 형형색색의 작업 조끼를 입은 항공요원들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본 항모는 100대의 항공기와 더불어 6천 명이 타고 있으며. 전화기와 TV만 해도 3,000대가 설치되어있는 떠다니는 작은 도시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거대한 항공모함의 모습을 올려다보듯 한 화면으로 전환되었고, 거대한 닻을 끌어올리는 모습이 비치었다.
“또한, 닻의 무게는 27t이며 닻을 연결하는 쇠사슬 한마디의 무게가 160kg에 달합니다. 갑판의 넓이가 1.8헥타르(5450평), 축구장 3개를 합친 크기입니다.”
“...”
“24층 건물 높이의 일명 슈퍼캐리어로 불리는 초대형 항공모함에서 이시언 원수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다시 화면이 바뀌었고, MV-280 벨러수직 이착륙기 3대가 항공모함 갑판에 다가오는 모습을 비추고 있었다.
“말씀드리는 순간, 이시언 의장이 도착한 듯합니다. 기자는 자리를 옮겨 인터뷰 준비를 하겠습니다. 스튜디오 마이크를 받아주십시오”
화면이 CNN 뉴스룸으로 바뀌었다. 앵커와 두 명의 패널이 앉아있다.
“감사합니다. 캐런. CNN 취재역사상 기록될만한 순간이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세계질서에 큰 영향력을 미치지만, 베일에 싸여있던 이시언 의장을 저희가 독점 인터뷰하게 된 것입니다.”
“...”
“인터뷰 내용은 편집 후 글로벌 보이스 본 방송 영향력의 실체(Unveiling the Impact) 편에서 시청하실 수 있습니다. 본 방에 앞서, 이해를 돕고자 도움 말씀을 주실 두 분의 패널이 함께하셨습니다.”
화면은 스튜디오에 자리한 패널들의 모습을 하나씩 보여주고 있었다.
“미 국방성 차관보를 지내신 스티브 존슨 씨와 미 해군과 CIA 동아시아 담당관이셨던 마이클 터너 씨입니다.”
스튜디오에 자리한 패널들이 하나씩 카메라와 앵커에게 인사를 했다.
“먼저 터너 씨에게 묻겠습니다. 시청자들에게 OSS와 이시언 의장에 대해서 간략한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네. 먼저 이시언 의장은 베일에 싸여있는 만큼 다양한 이름과 호칭으로 불리는 사람입니다.”
“?”
“언론에선 국제기구의 의장으로 호칭하지만, 수십만의 군대를 통솔하는 원수이기도 합니다. 동시에 여러 기업의 소유자이자 CEO를 겸하고 있습니다.”
“국제기구라 하면 어떤 것이 있습니까?”
“군사 및 경제 동맹체입니다. 극동아시아의 ESSO, 남중국해와 태평양의 PATA 그리고 흑해 연안 국가의 동맹체인 BBSA가 있습니다.”
“어떻게 한 사람이 그렇게 많은 국제기구에 관련할 수 있었습니까?”
“화면을 보시죠.”
화면엔 동아시아 지도위에 블라디보스토크와 사할린 일대의 극동공화국, 한국, 북한, 일본 그리고 필리핀까지 ESSO란 표시와 함께 음영 처리되어 있었다.
“모든 걸 이 자리에서 설명해 드리긴 어려울 듯합니다. 한마디로 설명해 드리면 3차 대전의 와중에 미국의 역할을 보조하면서 국제적 영향력이 높아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아, 그렇군요. 그렇다면 OSS의 군사력은 어느 정도 수준입니까?”
“이것 역시 말씀드리기 매우 복잡한 문제입니다. 항공모함을 기준으로 하면 비밀에 싸인 바스티온 호를 포함하면 미 해군의 50%에 해당하는 전력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으며, 잠수함 전력은 미국을 능가한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엄청나군요. 어떻게 일개인 (一個人)이 십수 년 만에 그렇게 성장했는지, 의문스러울 뿐입니다.”
“음 ··· 이렇게 이해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이시언 원수는 기업처럼 군사력을 키웠습니다. 마치 일론 머스크가 테슬라를 키운 것처럼 말이죠.”
“그렇다면 재력도 엄청날 듯한데 ···.”
“추산하기로는 순 자산만 8조 달러(1경 원)가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빈살만의 4배에 달하는 자산이죠.”
“네에 ~ 8조 달러요?”
화면엔 뉴스룸 앵커의 놀란 표정이 그대로 촬영되고 있었다.
“미국 연간 국방비의 10배, 정부의 연간예산(6조 달러, 한국의 12배)을 훌쩍 뛰어넘는군요.”
“그렇습니다. 하지만, 큰 차이가 있습니다.”
“???”
“모두 이시언 원수의 개인재산이란 겁니다. 즉 의회의 동의도, 정치권의 눈치도 보지 않고 예산을 집행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아 ··· 알겠습니다만. 어떻게 1명의 개인이 당대에 어떻게 그런 큰 부를 축적할 수 있었는지 감이 안 옵니다.”
“많은 추측이 있습니다만. 북한산 희토류와 극동 공화국의 석유를 OSL이 독점적으로 수입, 수출하고 있습니다.”
“그렇군요.”
앵커의 표정에서 혼란과 의구심이 가득 차 있음을 엿보이고 있었다.
“글로벌 보이스의 사전방송은 이것으로 마칩니다. 본 방송에서 이시언 의장의 인터뷰와 심층취재 내용을 보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
“다음 프로그램은 러시아의 페르마프로스트(permafrost : 영구동토층) 개발에 따른 기후위기에 대한 심층 보도가 이어집니다. 채널 고정해주세요.”
...
* OSL (Ocean Science & Logistics) : 이시언이 해양개발과 크루즈선 운영목적으로 설립한 회사. 이후 곡물과 원자재, 에너지를 수입하는 해운회사가 되었다.
* OSLAM (OSL Asset Management)
* 극동공화국 : 구 러시아 동부군관구 지역의 신생 독립국. 블라디보스토크, 사할린 등이 포함된다.
* * * * * * * * * *
호위 전투기들이 돌아가고, MV-280 제2 항모 갑판에 착륙하자.
배흥신 함장과 장교 몇몇과 도열해있는 것이 눈에 들왔다. 기체에서 내리자 장교단이 구호 없이 경례를 올려붙였다.
가볍게 경례를 받고, 배흥신 함장과 눈을 맞추었다.
“원수님. 정말 오랜만에 뵙습니다.”
“그러게요. 흑해에서 돌아온 이후로 처음이군요.”
“원수님. 정보부 이 부장이 통신 대기 중입니다.”
“아, 그래요? 갑시다.”
함상 이동용 카트를 타고 항공모함의 마스트로 향했다. TFCC 전술 통신센터로 올라가서 이 부장과의 보안통신을 연결했다.
“대표님. 인질들의 소재가 파악되었습니다.”
“그래요? 정확한 위치입니까?”
“총 다섯 군데로 분산되어있고 건물까지는 특정되었습니다. 특임대와 작전을 준비할까요?”
“아닙니다. 일단 달라는 대로 다 주고 사람부터 빼 오세요.”
“위치도 특정되었는데 ··· 후티 반군 따위에게 ···.”
“부장님!”
“네 ···.”
“한 사람이 죽이는 데 총알 한 발이나 핵미사일이나 똑같습니다.”
“...”
“선상도 아니고. 곳곳에 분산되어 위치가 불분명한 인질을 구출하는 작전이 아름답지 않다는 건! 부장님도 잘 아시지 않습니까?”
“그래도 협상 전에 경고라도 하는 것이 ···.”
“그건 군사적 압박입니다. 상황이 예상치 못하는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고. 되려, 군사적 행동에 대한 시그널을 주면 협상 시간만 길어질 뿐입니다 ······ 그냥 달라는 대로 주고 사람 먼저 빼 오시라고요”
내 목소리의 톤이 다소 올라가는 것을 이 부장도 느낀 모양이었다. 다소 풀죽은 듯한 목소리도 대답이 돌아왔다.
“알겠습니다. 대표님”
이 부장에게 다그치듯 사람부터 구하라고 이야기했다. 그것이 우선되어야만, 단호하고 명료한 메시지를 줄 수 있을 것이다.
...
* TFCC (Tactical Flag Communications Center) - 전술 통신센터 / 기함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하여 관련 기관과 정보 공유가 가능한 네트워크가 연결되어 있음.
* ESSO (East Sea Solidarity Organization) : 동해를 중심으로 한 군사경제 동맹체, 필리핀도 추가로 가입되었다. 미국은 옵저버자격의 회원국이 되었다.
* PATA (Pan-Asian Treaty Alliance) : 중국의 남중국해 도발을 계기로, OSS의 주도로 만든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국가 연합체.
* BBSA (Balkan and Black Sea Alliance) : 흑해 연안과 발칸반도 국가들의 군사동맹체 OSS의 크림반도 탈환과 흑해 연안의 러시아본토 침공을 계기로 만들어졌다. 동유럽에서 NATO의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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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국방성 기념 코인
The Pentagon (the Department of Defense)
V-280 Valor
작중. 주인공이 애용하는 기체
틸트로터 수직이착륙기, V-22의 단점을 대폭수정하고 다운사이징 했다.
순항속력 : 520km/h (최대 565)
항속거리 : 3,900km
작전반경 : 1,400km
최대이륙중량 : 14톤
승무원 4명 외 14명의 병력이 착석할 수 있다.
* 기존 헬기의 단점을 모두 극복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OSS 제2 항모와 같은 니미츠급 항공모함
만재 배수량 : 110,000t
전장 : 332.8m
전폭 : 76.8m
높이 : 74m
동력 : A4W 가압수형 원자로(550MW)
출력 : 280,000 마력
속도 : 30노트 (56km/h)
승조원 : 6,012명 (함승조 3532, 항공대 2,480)
항공모함에 착함하는 v-22 (작중 이시언은 v-280을 이용했다.)
항공모함에 쓰이는 닻
인터뷰 중인 이시언 (AI 생성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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