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21 Raider
037화 - B-21 Raider
진민규 장관이 전쟁부를 맡고 있긴 하지만, 그는 군 출신이 아니었다. 그에게 F22에 관해 설명했다.
“장관님, F22의 거의 유일한 약점은 전투행동반경이 760km로 짧다는 것입니다.”
“그야 공중급유기를 활용하면 늘릴 수 있는 거 아닙니까?”
“최첨단 스텔스기를 쓰면서 공중급유를 한다면, 작전에 상당한 제약이 따르게 됩니다. 결국, 공중급유하는 순간 스텔스를 포기하는 게 되지 않습니까?”
“아~ 그렇네요. 공중급유기가 포착되면, 뭔가 있다는 걸 방증하는 것이되니 ...”
“그렇죠. 오산 공군기지에서 베이징까지 1,000km가 넘습니다. 하지만 순안 공군기지에서는 750km 정도 되죠.”
“아 ··· 딱 F22의 전투행동반경에 들어오는군요.”
“네, 톈진이나 칭다오는 말할 것도 없고요.”
“아, 알겠습니다. 원수님.”
“어찌 보면, 핵무기보다 실질적인 견제 효과를 볼 수 있을 겁니다.”
“?”
“F22가 공중우세 전투기라고 하지만, 폭격 임무를 수행하지 못하는 게 아닙니다. 현재 중국의 방공만 수준 아니 그나마 있던 것도 우리 미사일에 완전히 초토화되었습니다.”
“아 ··· 그런데 F22의 작전반경에 베이징이 들어가게 되면 ···.”
“그렇죠. 폭장량에선 미치지 못하지만, F22가 B-2 전략폭격기의 역할을 할 수 있게 되는 겁니다. 위치만 특정되면 중국공산당 수뇌부도 안심할 수 없게 되는 거죠.”
“아 ···”
“그리고”
“?”
“이참에 전략폭격기를 좀 들여야겠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건의 드리려 했습니다. 우리 본거지가 태평양 키리바시인데 이 이점을 살릴만한 전략무기가 없습니다.”
“생각해둔 기종은 있습니까?”
“앞서 언급하신 B-21과 B-1B, B-52를 조율 중입니다.”
“B-52요? 그거 60년대에 만들어진 거 아닌가요?”
“그렇습니다만, 현재 B-52K 까지 개량과 보수를 거듭해서 현역으로 쓰고 있습니다.”
“그건 그렇고. 미국이 B-21, B-1B를 팔아준답니까?”
“그래서 B-52를 묶어서 도입하려는 것입니다. 사실 B-1B만 있어도 충분하긴 하지만 ···.”
“...”
“미국의 가려운 부분을 긁어주는 효자손으로 B-52를 함께 들여오려는 것입니다. 미군은 정치권의 압력 때문에 군비를 줄여야 하는 상황입니다.”
“음...”
“미군 수뇌부 입장에선 B-1B를 줄일 순 없고 그렇다고 아직 쓸만한 B-52를 퇴역시키기에도 아까운 상황입니다.”
“하긴, 둘 다 있어서 나쁠 건 없을 것 같네요.”
“그리고 ···.”
“말씀하세요. 장관님.”
“이제, 미국은 아시아에서 거의 손을 떼는 것이 기정사실로 굳어지는 분위기입니다.”
“음 ··· ”
“‘다른 나라 지켜줄 돈을 국내에 푼다.’라는 트럼프의 논리가 대중에게 먹혀들고 있습니다.”
“예상한 일이지만 ···.”
“트럼프가 자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면서, 현 정부조차도 군비축소를 선언한 상황입니다.”
“그건 그저 정치적 슬로건 정도에서 멈추지 않을까요?”
“그러기엔 트럼프의 기세가 만만치 않습니다. 현 정부 입장에선 ‘우리도 트럼프가 하려는 것을 다 하고 있다.’라는 걸 보여주려는 것 같습니다.”
“하~ 달러의 지위가 그냥 지켜진게 아닌데...”
미국이 압도적인 국방력을 유지해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달러의 기축통화 유지에 있다고 해다 큰 비약이 아니다.
미국과 일본이 1차 대만전쟁에서 패전하고 나서 달러의 지위가 심각하게 흔들렸었다.
하지만, 우리 OSS가 중국과의 전쟁에서 연전연승하고 2차 대만전쟁을 승리로 이끌어서 가장큰 이득을 본 것은 미국이었다.
달러의 국제지위를 지킬 수 있게된 것이었다.
그것이 단지 미국을 도우려고 한 것이 아니라, 우리의 자산 역시 달러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미국 입장에선 절체절명의 순간에 OSS가 나타나 준 것이었다.
불과 10년 도 안되는 기간에 혜성처럼 나타나서, 동아시아의 질서를 조율하고 중국을 압박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이 아시아의 방위를 OSS에 의존하는 것이 당장은 우리에게 나쁠것이 없었다.
단지 걱정하는 것은 투키디데스의 함정에 빠져서, 미국의 견제를 두려워할 시점이 너무 빨리오고 있는 것 같았다.
미국은 늘 자신이 키운 세력을 스스로 죽여왔던 것을 너무나 잘알고 있었다.
“미국도 우리 OSS에 아시아를 통째로 맡기는 것을 달가와 하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렇겠죠. 극동은 물론이고 동남아시아까지 친 OSS 국가가 되었으니 ...”
“미국 정부도, 트럼프 캠프도 아시아 정세나 국제적 영향력은 나중 일이고, 당장 이번 선거에 유리한 방향으로 모든 일을 벌이는 중입니다.”
“음, 전방위적인 군비축소는 이도저도 안될 것 같으니, 유럽과 중동에 집중한다는 생각인가 보군.”
“그렇습니다. 그래서 이번 B-21를 비롯한 전략폭격기 도입 협상도 시작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돈 먹는 하마 같은 골칫덩어리를 팔아버린다. 뭐 이런 건가요?”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다시, 대만에서 전쟁이 터져도 미국은 개입하지 않는다. 이건가요?”
“네.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어차피 OSS와 ESSO 국가가 가만히 있지는 못할 것’이란 계산이 깔려있습니다. 지난 전쟁을 통해 대만전쟁이 일어나면 가장 손해 보는 곳이 바로 남북한과 극동공화국이란 것이 증명된 셈이니까요”
“이겐 혼자 가야 한다는 소리군요.”
“그렇지만은 않을 겁니다.”
“?”
“2차 대만전쟁 당시 전쟁이 다 끝나가는 마당에 한국해군이 참전하지 않았습니까?”
“그랬죠. 애는 우리가 쓰고, 실리는 대한민국이 챙겼죠.”
“네. 그래서 지금 동중국해와 대만 해협에서 분쟁 발생 시 한국군이 자동참전할 수 있도록 준비 중입니다. ESSO 차원에서요.”
“그래야지요. 우리만 독박 쓸 순 없죠. 이젠 정말 벅차기도 하고요.”
“네. 그래서 한국해군의 3함대를 동중국해에 배치하는 것을 조율 중입니다. 일본을 포함해서요.”
“아, 그건 또 배 아프네. 사실 거긴 일본이 맡아주어야 하는데 ···.”
“그렇긴 합니다만, 아직 일본 해상자위대의 전력이 복구되지 않은 상황이라 ···. 일본이 군비를 지원하도록 협의 중입니다.”
“좋습니다. 그럼 장관님만 믿겠습니다.”
“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 가지 더 있습니다.”
“하하. 네.”
“이번에 B-21을 들여오면서 그 기체 중 한대를 OSS 1호기로 개수했으면 합니다.”
“오~ 거 좋습니다. B-21 Raider를 자가용으로 쓴다니 ··· 하하하.”
“좋아하실 것 같았습니다. 하하하.”
...
진 장관의 말은 밀덕의 로망을 실현하게 해주는 이야기였다. 아니 꿈조차 꾸지 못했던 것을 현실화하는 것이었다.
B-21 Raider는 미국의 최신형 저피탐성 폭격기였다. 말하자면, 스텔스 전략폭격기인 것이다.
기체 가격만 1조 원이고, 시간당 유지비가 2억 원이 들어가는 비행기가 B-21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돈이 있다고 손에 넣을 수 있는 물건도 아니었다.
그리고.
키리바시 OSS-LAND에서 다롄시까지의 직선거리만 7,000km였고, 윈난 연방까지는 10,000km가 넘었다.
그 거리를 은밀하고 조용히, 단번에 이동할 수단으로 B-21만 한 것도 없었다.
게다가 B-21은 조기경보기의 전투지휘와 정보수집을 위한 장비가 모두 개발되어있었고, 1호기로 사용하기에 충분했다.
백여 명을 태우고 다니는 전용기보다 효율적이고 내 성격에도 잘 맞는 기체라고 생각했다.
잠시 즐거운 상상 속에 빠진 것도 잠시, 극동군 김 알렉세이 사령관이 전투 보고를 위해 대기 중이었다.
특별한 상황전파 없이 사령관이 전투 보고를 한다는 것은 결과가 좋다는 것을 의미했다.
“원수님! 무단장시와 지시시를 점령했습니다.”
“오, 수고하셨습니다. 정말 나흘 만에 작전에 성공하셨군요.”
“네. 배려해주시고 믿어주신 덕분에 작전은 성공적이었습니다.”
“성공적? 이라니, 우리 피해가 있었습니까?”
“우리 극동군은 전사자는 없습니다만 ···.”
“?”
“아직 만주군에 편입되지 못한 조선족 유격대 백여 명이 전사했습니다.”
“아 ··· 어쩌다 그런 일이 ···.”
“서로 통신이 원활치 못한 상황에서, 작전 공유가 문제가 있어 벌어진 일 같습니다.”
“통신이 원활치 못하다니? 특전여단과 만주군 지원이 없었나요?”
“그게, 옌볜의 만주군이 무기를 지원하기 했습니다만 ···.”
“?”
“무단장시와 지시 시 일대에 자발적으로 독자적으로 생겨난 조선족 무장단체여서, 미처 만주군의 통제를 받지 못한 상황이었습니다.”
“아 ···. 만주군은 이제 창설단계라 작전 통제가 될 상황이 안될 겁니다. 남은 병력을 사령관님이 잘 수습해서, 특전여단이 통제할 수 있도록 해주세요.”
“알겠습니다.”
“그리고 조선족 전사자는 OSS 만주군이 전사한 것을 기준으로 모든 예우를 할 수 있도록 잘 처리해 주세요.”
“네. 원수님. 그리고 ···.”
“?”
“다름이 아니라, 이대로 북진하는 것이 어떨지 여쭙고 싶습니다.”
“사령관님! 숨을 좀 고르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잠시 멈추라는 말에 할 말이 남았는지, 김 알렉세이 사령관은 침묵으로 답변을 대신에 하는 것 같았다.
“... 원수님.”
“마음에 남은 게 있으면 편하게 말씀하세요.”
“치타이허, 자무쓰, 허강시만 점령하면 극동공화국으로 밀고 들어온 중국영토를 모두 통제할 수 있게 됩니다. 그리고 현재 그 3곳은 무인지경이나 다름없습니다.”
“네. 무슨 말씀인지는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켜야 하는 것도 생각해야지요.”
“원수님!”
“네.”
“C자 모양의 현재 국경선이 900km가 넘습니다. 그걸 그대로 일자로 잘라내면 300km 이하로 방어선이 짧아집니다. 오히려 지키기 쉬워집니다.”
“음, 알고는 있습니다만 ···.”
“원수님 그저 지도만 보고 드리는 말씀이 아닙니다. 오랫동안 계획되었고 준비된 작전입니다.”
“아직, 우리 만주군의 전열이 정비되지 않은 상황이라 ···.”
“원수님! 전열이 흐트러진 것은 중국군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금이 적기입니다. 때를 놓칠 순 없습니다.”
...
* B-52의 현시점 현역기체는 H 모델.
* B-21 Raider는 2026년 배치를 목표로 노스럽 그루먼에서 개발 중이다. (2027년까지 100기 제작) - 에어포스 원(미 대통령 전용기) 후보에 오르긴 했지만, 탑승 인원수가 적다는 이유로 탈락했다.
* 투키디데스의 함정(Thucydides Trap) :
새로운 강국(세력)이 급격히 부상하면 기존 패권 국가가 이를 견제하기 위해 필연적으로 전쟁이 발생한다는 뜻으로 패권 안정론(hegemonic stability theory)를 설명하기 위해 쓰인다. - 그레이엄 앨리슨의 2012년 파이낸셜 타임즈 기고하면서 처음으로 쓰인 용어이다.
F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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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22에 탑승중인 조종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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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고도 비행중인 B-21
B-1B 전략폭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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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형 전략 폭격기 B-52
일명 노인학대 기종이다. H모델이 현역이나 그 마저도 1962년에 만들어진 노후기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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