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ptor
030화 – Raptor
전쟁부 회의에 참석한 OSS의 군 지휘관들은 마치 출발선에서 스탠바이 중인 육상선수처럼 의지가 충만했다.
그들의 자신감과 전쟁 의지는 높이 살 만했지만, 그럴수록 더욱 조심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자신감과 자만심은 늘 종이 한 장 차이였다.
실력에 대한 자신감은 마지막 한 수를 등한시하게 만들기 마련이었다.
패배에 대한 두렴움에 대해서, 한마디 보태야겠다고 생각했다.
“여러분들의 의견이 일치하니 보기 좋습니다. 하지만!”
- ...
- ???
“이번 상륙 작전은 예전에 우리가 했던 것과는 본질에서 다른 점이 있습니다.”
“...”
“상륙과 점령으로 끝이 나는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배후엔 아직도 440만의 중국 정규군이 버티고 있습니다.”
- 그야 ···.
- 그렇네요.
- 상륙 이후 지키는 게 더 큰 일입니다.
“그리고 여러분들이 간과한 것이 한 가지 더 있습니다.”
- ?
- ??
- ???
“크림반도는 우크라이나군이 함께 했고 미얀마, 예몐 후티는 우리와 비교도 안 되는 전력이 있었습니다.”
“...”
“자만할 일이 아니란 소리입니다. 어린애 팔을 비튼 것이 자랑이 될 순 없습니다.”
내 목소리의 톤이 다소 높아지자 다들 긴장하는 모습을 화면으로도 확인할 수 있었다.
“... 어, 이런. 제 목소리가 조금 높아졌군요. 여러분을 질책하고자 하는 말이 아닙니다.”
“...”
“신중에 신중, 조심에 조심, 준비에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는 의미에서 드린 말씀입니다.”
- 아, 네 ......
- 저희가 긴장이 풀어졌던 것 같습니다.
- 알겠습니다. 원수님. 더욱 준비를 철저히 하겠습니다.
“잔소리는 이쯤 해서 마무리하고, 본론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북한이 단둥시와 둥강시를 점령했습니다.”
“...”
“새로운 교두보를 확보하는 것보다, 둥강시로 상륙해서 해안을 따라 다롄으로 진격하면 우리 함대의 지원을 받으며 전투를 치를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여러분들의 생각은 어떠신지 듣고 싶습니다.”
OSS 해군의 손이일 제독이 발언을 시작했다.
“원수님이 말씀하신 작전이 현재로서는 최고의 방안이라 생각합니다.”
“...”
“둥강시에서 다롄시까지 3개의 주요 도로가 해안을 따라 이어지고 있습니다. 모두 해안에서 20km 안팎의 간격입니다.”
“그렇습니다. 저도 그것에 주목했습니다.”
“네. 우리의 자주포전함이 활약하기에 정말 안성맞춤인 지역입니다.”
- 오! 그렇네.
- 자주포전함! 드디어, 실전 투입인가?
- 그렇다면, 진격하는 내내 포병의 화력지원을 실시간을 받을 수 있겠군요.
“그렇습니다. 자주포전함에 실린 K9 자주포의 일반 고폭탄 사거리가 50km 이상 입니다.”
- 활공탄은 100km까지 날아가니 ···.
- 오! 기가 막히네. 하하.
“지상군의 진격로를 따라 24시간 포격 지원을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자주포전함은 우리 함대가 호위할 것이고요.”
“좋습니다. 우리의 목표는 다롄시를 완전히 장악해서 중국이 서해를 통한 보급을 근원적으로 차단하고 중국군의 힘을 조금씩 빼는 겁니다. 그리고 궁극적 목표는 ···.”
- ?
- ???
“랴오둥반도의 완전점령하고 나아가 중국 동북 3성에 새로운 나라를 독립시키는 것입니다.”
모두 우리가 만주에 진출할 것이란 사실을 짐작하고는 있었지만, 막상 전쟁부 회의에서 동북 3성 전체를 신생 독립국으로 만드는 것이 목표란 말에 좌중은 술렁거렸다.
중국 동북 3성은 남한 면적의 8배가 넘는 광활한 땅이었다.
그런 결심을 하게 된 배경에는 미국의 변화도 한몫했다.
미국과 일본은 1차 대만전쟁에서 패배한 이후로 동아시아 지역에서 중국과의 군사적 경쟁을 포기한 듯한 모습을 계속 보이었다.
결국, 대만도 OSS가 독자적으로 해방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일본은 남북한을 중국을 향한 방패 정도로 생각하고 있었고, 방패가 부서지기를 기다렸다가 자국을 방어한다는 생각인 듯했다.
그리고 일본과는 동맹이긴 했지만, 독도와 제7광구 등의 분쟁 때문에 대한민국군과 합동작전이 어려웠고. 북한 역시 일본과 함께 할 이유가 없었다.
그런 분위기에서 동해를 공유하는 극동공화국 역시 일본과 섞이기는 매우 어려운 상황이었다.
결국, 중국의 팽창을 상대하려면 OSS가 그와 대등한 힘의 균형을 이루어야만 했다.
국지전에서는 군사기술이 월등한 우리가 유리하지만, 장기적인 경쟁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서는 절대적인 인구와 영토의 크기를 갖춰야만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남북한과 극동공화국 그리고 만주 땅이 필요한 것이었다.
적어도 고구려의 최전성기에 해당하는 정도의 땅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어야만, 중국을 상대할 수 있을 것이란 판단이었다.
그렇게 OSS의 전쟁부 회의는 마무리되었고, 구체적인 작전계획을 수립하여 진 장관이 보고하기로 하고 끝을 맺었다.
한편,
단둥과 둥강시를 점령한 북한은 그것을 김정은의 치적으로 엄청난 선전을 하는 모양이었다.
그놈의 백두혈통 소릴 들을 때마다 두드러기가 나는 것 같았지만 ‘개똥도 약에 쓸 곳이 있다’라는 옛말을 되새길 뿐이었다.
그가 나와의 약속을 어기고 둥강시까지 점령할 덕분에 우리의 상륙 작전이 훨씬 수월해진 것이 사실이었다.
그리고 서둘러 상륙 작전을 하려는 또 다른 이유가 있었다.
그것은 김정은에게 단둥과 둥강 ‘여기까지만 니 땅!’이란 것을 분명히 하려는 의도도 있었다.
지금까지의 태도로 보아 그럴 것 같지는 않았지만, 전쟁의 속성상 무슨 일이든 벌어질 수 있었다.
그는 우리가 베트남과 윈난성에서 개고생하는 동안 스멀스멀 백두산 일대의 국경을 다시 그을 정도의 눈치는 있었다.
랴오둥반도의 상륙 작전을 위해 정신없는 가운데 극동공화국 국경에서 또, 한번 대규모 교전이 일어났다는 소식을 접했다.
‘그렇게 많은 사상자를 내고도 ···?’
순간, 내가 방심했다는 생각이 들었고, 뭔가 뒤통수를 맞은 듯한 기분이었다.
...
OSS 극동군 김 알렉세이 사령관을 통신 연결하라고 지시했다.
“네. 원수님.”
“어떻게 된 겁니까?”
“아, 저도 무척 놀랐습니다. 이번엔 중국 인민군이 대규모 드론공습을 시도 해왔습니다.”
“어떤 드론으로? 얼마나 되기에?”
“아직 집계는 안 되었습니다만, 소형드론 수천 대는 족히 되는 것 같았습니다.”
“아 ···.”
“우리 피해는?”
그의 입에서 어떤 말이 나올지 긴장되어 나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키고 있었다.
“천만다행으로 아군의 피해는 극히 미미합니다. 부상자는 상당하지만, 전사자는 없습니다.”
“후~ 다행입니다. 어찌 된 건가요?”
“저도 미처 대비를 못 하고 있었는데, 우리 드론 군의 서지석 사령관이 단단히 준비했던 모양입니다.”
“아, 역시.”
OSS 드론여단의 서지석 사령관은 기술 사관인 준위로 특임대의 작지대장 (작전 지원대장)이었다.
드론과 관련한 전술과 기술적 능력이 뛰어나 준위였지만 최초 드론여단장으로 특별 임명하였고, 이후 여단은 군단 규모로 커졌다.
본래부터 덕후 기질이 다분한 사람으로 나와는 코드가 맞는 사람이었다. 문득, 처음으로 터키에서 신흥캠프로 바이락타르 TB-3 드론을 들여왔을 때 함께 그것을 조립하던 추억이 떠올랐다.
“사령관님 그러니까, 중국 드론 공세를 어떻게 막은 겁니까?”
“아, 곧 전투화면이 지휘 서버에 업로드될 것입니다. 경황이 없어서 ···.”
“그래도 간략히 설명 좀 해보세요.”
“한마디로 드론끼리의 공중전이 벌어졌습니다.”
“오!”
“서지석 여단장이 기존 상업용 드론에 반동을 최소화한 12게이지 버드샷 산탄총을 장착했습니다.”
“하~ 좋은 아이디어네요. 본래 새 잡는 용도이니 ···.”
“네. 저도 보고 무척 신기했습니다. 적 드론이 위험지역에 오기 전에 ···.”
“...”
“우리 드론이 선제적으로 출격해서 상당수를 격추했고, 나머지는 지상군의 재밍(전파방해) 장비 등으로 무력화시킬 수 있었습니다.”
“다행입니다. 얼른 전투 영상을 보고 싶습니다. 하하.”
“보시면 놀라실 겁니다. 드론 조종사들이 전투기 파일럿 못지않습니다. 이참에 극동군에도 드론 연대를 창설하려고 합니다.”
“좋은 생각입니다.”
김 알렉세이 사령관과 통신을 마치고, 김준명 이사와 함께 지휘 서버에 올라온 전투 영상을 보았다.
그 영상에는 드론의 전투 장면뿐만 아니라 드론 오퍼레이터의 모습들도 함께 담겨있었다. 그들이 사용한 것은 FPV(First Person View) 드론이었다.
조종사들은 하나같이 VR 고글 같은 것을 쓰고 있었고, 전투대형에 맞춰 의자에 앉아 있었다. 그리고 육성으로 자기 편대에 전투지휘를 하는 편대장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양측의 드론 간 벌어진 공중전은 흡사 1, 2차 세계대전의 도그파이트를 재현한 듯했다.
하지만 중국 드론은 대부분 지상에 박격포탄을 떨어뜨리거나 자폭 드론이었지만, 우리 OSS의 드론은 드론을 잡기 위한 킬러 드론이었다.
마치, 2차대전 당시 폭격 편대가 호위 전투기 없이 우리 진영으로 다가온 것이나 다름없었다.
우리의 킬러 드론을 발견한 중국 드론들은 나름의 회피기동과 도주를 시도했지만, 그것을 추격한 우리의 킬러 드론은 중국 드론을 추격해서 꼬리를 잡으면 12게이지 버드샷을 날렸다.
산탄을 맞은 중국 드론은 빗맞기만 해도 균형을 잃고 추락하기 일쑤였다.
서지석 사령관의 아이디어는 샷건으로만 끝나질 않았다.
높은 상공에서 넓게 펼쳐지며 떨어지는 그물을 투하하는 드론도 있었고, 제법 괜찮은 효과를 보이었다.
그리고 가장 눈길을 끈 것은 특이하게 생긴 기관단총을 장착한 드론이었다.
권총탄을 쓰는 일반 기관단총과도 확연하게 달랐다. 총 덕후인 나도 알아보기가 어려웠다.
김준명 이사와 함께 OSS 드론군의 전투 영상을 보며 감탄하는 가운데 진민규 장관이 찾아왔다.
“원수님! 보고드릴 것이 있습니다.”
“아, 네. 장관님 저것 좀 보십시오. 서지석 여단장의 작품입니다. 대단하지 않습니까?”
나는 화면을 가리키며 진민규 장관을 바라보았다. 그는 알 듯 모를듯한 웃음을 지어 보이며 입을 열었다.
“원수님이 좋아하실 만한 소식입니다.”
“오!”
“미국이 우리에게 F-22 랩터를 팔겠다고 합니다.”
“네에~?”
“물론 미국은 계산속이 있긴 하지만 ···.”
“그 계산속이란 거 무엇인가요?”
“그게 FA-XX 6세대 전투기가 곧 실전배치를 앞두고 있다는 정보입니다.”
“그러니까 일단 6세대가 배치되면, ‘똥값이 될 것이니 제값 받고 팔겠다.’ 이거군요.”
“네. 그렇습니다.”
“음, 꼭 필요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그놈들 장단에 춤추는 건 영 ···.”
“협상을 해볼 만합니다. 미국으로선 45 인시나 들어가는 F-22 기체를 유지보수하는 게 여간 골치 아픈 게 아닌 듯합니다.”
“그걸 사줄 만한 곳이 우리 말고 다른 곳이 있나요?”
“살 곳은 많지만, 보통의 국가에선 협상에만 몇 년이 걸릴 겁니다. 그러면 판매를 위해 현 기체를 유지하느니 퇴역시키는 것이 싸게 먹힐 겁니다.”
“음, 좋습니다. 칼자루는 우리가 쥐었군요. 하하.”
...
* 인시 (Man-Hour) : 정비 소요에 들어가는 인적시간. 45 인시는 전투기가 1시간 작전을 수행하면 1명이 45시간 동안 정비를 해야 하는 것을 의미한다.
자주포전함 상상도. (작중 설계는 조금 다르다.)
자주포의 해상 기지 역할을 하면서, 동시에 자주포를 함포로 운용할 수 있다.
해상작전이 완료되면, 자주포를 상륙시킬 수 있는 램프를 갖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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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포전함의 다른 모델.
갑판아래엔 자주포 정비시설과 탄약창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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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 소형드론 요격을 위한 킬러드론. 12게이지 버스샷을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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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조형 킬러드론 - 페이로드에 기존 샷건을 장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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