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잠비크 드릴
002화 - 모잠비크 드릴
- 탕탕, 탕탕, 탕탕 ...
- 탕, 탕 ... 탕탕 탕!
바닷바람을 가르며 총성이 울릴 때마다. 사람들은 탄성을 뱉어내거나 손뼉을 치고, 때로는 환호성을 지르기도 했다.
제5 강습전단의 수병과 특임대원을 위해 IPSC 룰로 개최한 사격대회였다.
* IPSC (International Practical Shooting Confederation) : 국제 실용 사격 연맹.
장병들을 위무하겠다는 것은 핑계였고, 실은 내 몸이 근질거려서 억지로 행사를 만든 것이었다.
아쉬운 것은 바스티온으로 대원들을 불러들일 것을 잘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메리카급 강습상륙함은 길이가 257m인 경항공모함이었지만, 전폭 32m라서 비좁다는 느낌이 들었다. 파나마 운하를 통과하기 위해 선폭이 좁게 설계된 탓이다.
잠시 딴생각에 빠진 사이, 어느새 내 차례가 돌아왔다.
크라프트 종이로 과녁엔 더블 샷, 스틸 타겟에는 1발, 하얀색 종이 표적은 인질이니 맞추면 감점이 된다.
표적에 붉은 표식이 있으면. 속사로 두 발을 쏘고, 마지막 한 발은 정확히 머리를 맞춰야 하는 모잠비크 드릴로 사격하는 것이 규칙이었다.
- 슈터~ 레디! (사수 사격준비)
... ...
- 삑!
샷 타이머의 버저 음과 동시에, 홀스터에서 쉐도우2 권총을 뽑아 들었다.
잰걸음으로 걸어갔다. 표적을 확인하면 본능적으로 방아쇠를 당겼다. 등 뒤로는 심판이 따라붙고 있었다.
- 탕탕!
권총의 슬라이드가 리코일 되면서, 손바닥과 손목으로 기분 좋은 타격감이 전해온다. 낚시의 손맛과는 다른 쾌감이다.
미묘한 화약 내음과 총성의 리듬을 느끼고, 탄흔 확인을 위해 시선을 초점을 바꿀 때마다. 모든 감각이 깨어나는 것을 느끼곤 한다.
- 탕탕, 탕탕 ··· 탕, 탕, 탕탕 탕!
- 삐이익!
- 11초 27!
- 우와아 ~~~~
- 짝짝짝짝짝 ...
사격이 끝나자 특임대원 하나가 소리치듯 말했다.
- 원수님이 이렇게 쏘시면 우린 뭐가 됩니까? 하하하.
“하하, 이건 그저 시합 아닙니까? 실전에선 다르겠지요.”
시합 결과 내가 전체에서 2등을 했다. 1등은 박태주 과장이 차지했다. 그는 UDU 출신으로 OSS 특임대를 거쳐 정보부로 차출된 인원이었다.
“오! 박 과장 역시, 녹슬지 않았군요.”
“이게 다, 원수님이 주신 이것 때문입니다.”
그는 유산탄 파편이 박힌 골드바를 꺼내 보였다.
“이젠 부적처럼 지니고 다니는 군요.”
“그럼요. 훈장보다 소중한 물건입니다. 제가 원수님과 함께 작전을 수행했다는 증거이니까요. 하하하.”
“이젠 추억이 되었네요. 그때 박 과장이 찰리팀 이끌고 활약이 대단했었는데 ···.”
박 과장이 보인 골드바는 대원들에게 작전 중 고립되는 등의 비상상황에 쓰라고 준 것이었다. 그런데 허리춤에 꽂아 두었던 그것이 작전 중 터진 유산탄 파편에서 그의 목숨을 구한 것이었다.
“저는 이 부장님이 국정원에 구금되었을 때가 더 긴박한 상황이었습니다.”
“아, 그래요. 그때 참 ···.”
“그런데 원수님 전화 한 통에 그 거만한 국정원 요원들이 사색이 되어서, 이 부장님을 모시고 오던 모습이 생각납니다.”
“내가 한 건, 한 통이지만. 손 제독, 김웅 사령관 등등 미 국무부, NSA, CIA까지 들쑤셔놓았으니까요. 하하.”
“하하하.”
박태주 과장의 시선이 내가 찬 벨트의 홀스터로 향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왜요?”
“원수님은 RMR을 안 쓰십니까? 요즘은 다들 쓰던데 ···.”
* RMR (Ruggedized Miniature Reflex) : 광학식 도트사이트의 일종. 주로 권총에 사용하며 2009년 트리지콘(Trijicon) 사에서 출시하여 대중화되었다.
“박 과장도 안 쓰지 않습니까?”
“저야 임무 상 컨실드해야 하지만, 원수님은 스포츠 사격을 오랫동안 하셨는데 ···.”
* 컨실드 캐리 (Concealed-Carry) : 총기류의 은닉 휴대.
“RMR이 좋긴 하지만, 권총에 광학기기 달면 결정적인 순간에 곤란을 겪는 경우가 있더군요.”
“어떤?”
“도트를 키는 것도 번거로운 동작이고, 배터리가 떨어지거나 기능 고장이 날 가능성도 있고, 아이언 사이트로 조준하는 것도 불편하고, 그리고 ···.”
“아이언 사이트야 하이마운트를 쓰면 될 테고 ··· 또. 다른 문제가 있습니까?”
“가늠쇠가 하이마운트여도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
“오래전 비 오는 날 ... 여기에 ...”
홀스터에서 권총을 꺼내 슬라이드 윗면을 가리키며 박 과장을 바라보았다.
“빗방울이 RMR 유리 위에 떨어져서 도트가 안 보이더군요. 그래서 입으로 불었더니 유리에 서리가 끼어서, 일반 가늠쇠로도 조준할 수 없게 되더군요.”
“아 ··· 그렇죠. 소총도 덕지덕지 달아둔 것이 야전에서는 되려 방해될 때가 있더군요. 그런데 원수님, 실제 교전 상황이었습니까?”
“네.”
“어떤 교전이었는지 말씀해 주실 수 있습니까?”
“OSS를 설립하기 이전 일입니다.”
박 과장은 자세를 고쳐 잡고 있었다. 미묘하게 달라진 내 목소리의 톤이, 더는 묻지 말라는 의사가 전달된 것 같았다.
“아, 알겠습니다.”
* OSS (Organization of Strategic Services) 민간 군사기업과 방위산업 복합체.
행사를 마치고 함 내 식당에서 승조원들과 식사를 함께했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이런 왁자지껄한 느낌이 좋았다.
5년을 이어왔던 화산 겨울이 끝나고, 중국, 러시아와 치른 전쟁도 끝났지만.
세계는 더욱 파편화되었다. 각국은 자원과 식량을 무기화했고 생존을 위한 해적과 약탈자들은 여전히 들끓고 있었다.
분쟁지역과 중앙권력이 약화한 나라에서는 군벌이나 무장집단이 약탈경제에 의존하여 세계의 질서를 무너뜨리고 있었다.
내 재산, 내 회사, 내 사람을 지키려는 소박한 바람에서 만든 OSS가 어느새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OSS는 수백 대의 군함과 잠수함을 거느리고는 몇몇 정권을 무너뜨렸고, 새로운 나라를 독립시키는 초패권 조직이 되어 있었다.
그것은 그리 즐거운 일이 아니었다. 지켜야 할 것이 너무나 많아진 것이 문제였다. 더불어 나의 자유 또한 사라진 지 오래였다.
그런 답답한 현실의 청량제가 이렇게 병사들과 사격 시합을 하고, 몇몇 장교들과 시시껄렁한 농담을 주고받는 소소한 일이었다.
잠시 생각에 빠진 사이, 앳된 얼굴의 수병들이 근심 없이 웃고 떠드는 모습에 푸근한 안도감이 들었다.
함 참을 웃고 떠드는 사이에 부관이 내 옆에 서 있는 걸 느꼈다.
“원수님.”
“어, 내.”
그의 손에는 위성 전화가 들려있었다.
“아 ~ 누구입니까?”
“정보부 OSSIA 이 부장입니다.”
* OSSIA (OSS Intelligence Agency) : OSS 직속 정보부.
이 부장이 예고 없이 전화했다는 것은 아주 좋은 일이 아니라면, 나쁜 일이었다.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전화를 받았다.
“네. 부장님.”
“대표님. OSL 소속 화물선과 곡물 운반선이 나포되었습니다.”
“네에?”
“우크라이나에서 출발한 우리 상선 선단이 나포되고, 선원들이 인질로 잡혔습니다.”
“어디에서요?”
“홍해에서 아덴만으로 나가는 바브엘만데브 해협입니다.”
“이 ··· 미친. 소말리아 해적입니까?”
“해적은 맞습니다만. 후티 반군이 배후인 것 같습니다.”
“이것들이 미쳤구먼. 우리 사람은? 인명피해는 없습니까?”
“사망자는 없습니다만, 보안 요원들이 교전 중 부상한 것 같습니다.”
“미 해군은 뭐 하고 있었습니까?”
“그게, 전쟁 때문에 대부분 전력이 호르무즈 해협에 집중되어있는 데다가, 한국, 프랑스 해군이 있긴 했지만. 후티 반군이 다른 상선을 기만 공격하는 바람에 우리 상선이 보호받지 못했습니다.
“하아 ~ ”
“그리고 문제는 인질의 소재입니다. 소말리아와 예멘 등으로 분산되어 구금된 것으로 보입니다.”
“그 말은 후티 반군과 소말리아 해적들이 작당했다는 ··· ?”
“그렇게 보입니다. 반군의 해협 공격과 해적의 상선 납치가 동시에 이루어졌습니다. 해적과 후티 반군 내 파벌들이 인질과 상선을 나누어 가진 것 같습니다.”
“알겠습니다. 요구사항이 뭡니까?”
“돈입니다. 인질을 나누어 가진 각 파벌의 요구를 모두 합치면, 미화 1억5천만 달러 (2,000억 원)입니다.”
“일단 달라는 대로 주고 인질부터 송환받으세요.”
“대표님 협상 채널을 통해서 OSS 소속이란 것을 밝히고, 경고부터 먼저 해도 되지 않을까요?”
“우리 사람의 생명을 두고 확률게임을 하고 싶진 않습니다. 그래봤자 전투기 2대 값입니다.”
“아 ···. 알겠습니다.”
사람을 구하는 것이 우선이었지만, 그렇다고 그냥 지나갈 수는 없는 일이었다. 더 큰 충격과 공포를 준비해야 했다.
제1 함대의 손이일 제독을 통신 호출했다.
“원수님. 연결했습니다.”
“제독님. 상황전파는 되었지요?”
“...”
***
* 모잠비크 드릴 (Mozambique Drill) : 신속하게 두 발을 쏴 적을 저지한 후, 나머지 한발을 머리에 정확히 조준해 쏘는 사격술. 모잠비크 전쟁 당시 로디지아 용병이었던 마이크 루소가 고안했다. 현대 사격술 체계를 만든 제프 쿠퍼가 보급하였다.
* 샷 타이머 (Shot Timer) : 사격의 시작과 끝, 발사 탄환 수와 발사 간격을 측정하는 장치.
* 쉐도우2 (CZ Shadow 2) : 체코 조병창에서 만든 CZ 75를 계승하여 만든 스포츠 권총이다. CZ 75는 북한 백두산 권총의 원형이기도 하다.
아메리카급 강습상륙함.
사출장치만 없을 뿐 항공모함이나 다름없다.
강습상륙함의 웰독. 임무특성에 따라 없는 기종도 있다.
IPSC 벨트와 CZ shadow 2
CZ shadow 2
좌. 택티컬 배럴(소총용 소음기 장착 가능, 14mm 역나사)
우. 일반버전에서 그립만 교체함
Glock 19 - 매치 사이트로 커스텀
영화<아저씨> 에서 원빈이 손에 들고 "아직 한발 남았다!"를 읊조리던 총.
작중. 나오는 RMR과 하이마운트 사이트를 장착한 G19
RMR 토트를 촬영 (실제론 더 작게 보인다.)
어딘가 숨겨져 있던 RMR 찾아서 장착함.
RMR 반사유리가 오염되면 광학식, 기계식 모두 조준이 불가능하게 된다.
반사유리로 쏘는 레이저에 물이 한방울만 떨어져도 기능하지 못함.
*경기용으로는 매우 유용함 - 조준선 정열을 하지 않아도 조준가능.
IPSC 경기장면. 후방에서 심판이 샷타이머를 들고 있다.
위버 스탠스 사격자세. 요즘은 거의 쓰이지 않지만, 실제 상황에선 종종 쓰이게 된다. (이하. AI 생성 이미지)
이어플러그, 보안경은 필수이다.
한손 사격역시 중요한 능력. 때때로 양손을 번갈아 사격하는 룰을 만들기도 한다. 군 전술사격이 아닌경우 장갑을 끼진 않는다.
매우 우스꽝스러운 자세이지만 실제 전술 사격의 일종이다. 통로, 기내등에서 주로 쓰인다.
유용할 수도? 있는 롱탄창
좌. 9mm JHP 할로포인트 탄.
중. 5.56mm 나토탄.
우. 7.62mm 탄
* 사진속 탄은 미미 사용된 탄피에 탄두를 다시 붙인 모형탄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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