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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우주에서 돌아오는 중 ☽

굴참나무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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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이웃별
작품등록일 :
2016.01.25 14:04
최근연재일 :
2016.02.09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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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2.02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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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쪽

12. 진실의 파편들 (2)

DUMMY


“안녕? 주말 잘 보냈어?”


재이에게서 짙은 향수냄새가 난다. 꽃향기 아래에 텁텁하게 밀착되는 합성 머스크 향이 매우 강렬하고 노골적이다. 착색된 밀가루가 먼지처럼 보얗게 재이를 덮고 있는 것 같다.


“어제는 환상적인 가을 날씨였어. 그치?”


나는 선물에 대해 무슨 말인가를 하려 했지만 재이는 벌써 저만큼 앞쪽으로 가 앉는다. 앞쪽 중앙이 재이가 선호하는 자리이다. 다른 친구들과 환상적인 가을 날씨에 대해 인사를 나누며 매주 반복되는 월요일을 새롭게 맞이한다. 재이에게 변한 것은 아무 것도 없는 것처럼 보인다. 화를 잘 내는 사람들은 그만큼 잊는 일에도 익숙한 것이다.

그런 식으로 에너지를 발산하고 나면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니까 건강에 좋다고 하는 사람도 있지만, 정말 그렇다면, 그것은 화를 낸 본인에게만 해당되는 것이다. 반대로 가다듬을 수 없을 만큼 엉망인 그 불합리하고 불규칙한 파장의 에너지를 쐰 사람에게는 이로울 것이 없다. 간접흡연처럼, 그것은 민폐이다.


덕분에 호박마차에서 재이를 만나고 어색하게 헤어지면서 생긴 감정의 앙금 같은 것은 어떻게 처리해야 옳은지, 이런 상황에서 선물로 받은 향수에 대해서는 뭐라고 인사를 해야 하는지, 또 어제 재이가 알려줘서 보게 된 TV에 대해서는 뭐라 말해야 좋은지 하는 것들은 별로 신경 쓸 필요가 없어졌지만, 아쉽게도 재이에게서 나던 좋은 냄새를 더 이상 맡을 수 없다. 향수 때문만은 아니다. 그녀는 조금도 변하지 않은 것처럼 굴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변했다. 그래서 어울리지 않는 롤리타램피카를 뿌리고 지나치게 화려한 웃음을 지어보이고 있는데도 나는 그녀에게서 그녀답지 않은 불균형과 불안정, 비이성적이고 불합리한 냄새까지 맡는다.


아무려면 어떤가. 어차피 재이가 보여준 관심은 친절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내밀었던 손을 스스로 거두어들인다 하더라도 그녀를 탓하지는 않을 것이다. 잠깐 내 곁을 기웃거리다 지나간 다른 사람들처럼 재이 역시 지나가는 사람인 것이다. 내게 아무런 영향도 끼치지 못한 채 서서히 사그라지는 무의미한 잿빛 시간처럼. 그런데도 이상하게 허전한 기분이 든다.





마지막 수업이 채 끝나기도 전에 미류로부터 메시지가 왔다. [수업 끝나고 뭐할 거야?]


오늘은 진 할머니가 오실 것이다. 호박아저씨는 이번 주 중에 시간이 나지 않을 것 같아 진 할머니께 대신 집에 오셔서 이사 가는 일에 대해 조언을 부탁해둔 상태다. 나는 하루라도 빨리 떠나고 싶다. 집을 떠나 엄마의 집으로 들어가는 편이 우현과 마주치는 것보다는 나을 것이다. 떠나야 한다고 생각하니 그 집은 이미 내 집이 아닌 것 같다. 어제 문 안쪽에 잠금 고리를 달아놓았는데도 여전히 불안하다. 만일 우현이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이젠 그런 짓을 저지르지 않겠다고 약속을 한다 해도, 어쨌든 더 이상은 그 집에 머무를 자신이 없다. 만약 엄마의 집이 내가 지내기에 너무 거북한 곳이라면 그때 다른 방법을 찾으면 된다. 이제부터는 어떻게든 내 스스로 살아가야 한다는 걸 알고 있다.


[할 일이 있어]

“무슨 일인데?”


내가 느리게 문자를 보내는 사이 미류가 벌써 등 뒤에 와서 묻고 있다. 미류는 무릎이 터진 청바지에, 이런 날씨에 딱 어울리는 긴 살구색 니트를 입고 있다. 아마 올리비아가 직접 짜 주었을 것이다. 비록 아침잠이 많아 아침을 차려주지 않는다고 미류는 투덜거렸지만 올리비아는 그런 일을 잘했다. 예전에도 미류의 스웨터와 모자를 잘 어울리는 색으로 직접 짜고 듀퐁사의 코듀라 원단으로 튼튼한 가방까지 세트로 만들어주었다.

나는 살구색 니트에 매달린 커다란 나무단추를 보며 ‘집안일’이라고만 말한다. 이사를 간다고 하면 미류는 이사하는 것까지 도와준다고 할 것이다. 미류가 곁에 있으면 안심이 되긴 하지만, 엄마의 집을 활짝 열어젖혀 미류에게 공개해도 되는지 잘 모르겠다. 무겁고 불쾌한 느낌이 드는 엄마의 집, 나도 모르는 엄마의 집을 미류에게 어떻게 설명해야할지. 열쇠와 약도까지 보내주었고 ‘이 집은 언제나 산야집’이라는 메모까지 적혀있었지만 나는 그 집을 직접 보아야지만 믿을 수 있을 것 같다. 엄마에게 나는 영원한 이방인인 것만 같아서.


“오케이, 그럼 집까지 데려다줄게. 설마 그것까지 거절하려는 건 아니겠지?”


아마도 복잡한 표정을 짓고 있을 내 얼굴을 보며 미류가 말한다. 그리고는 내 가방을 낚아채 제 어깨에 걸고 한 팔은 내 목에 두른다. 어깨에 내려앉은 무게를 느낀다. 미류의 팔의 무게이기도 하고 시간의 무게이기도 하다. 옛날에도 미류는 이렇게 내 어깨에 한 팔을 두르고 걷곤 했다. 가늘고 가벼운 팔이었다. 팔에 난 잔털들이 목덜미를 간질이면 나도 한 팔을 미류의 어깨에 둘렀다. 서로의 무게 때문에 몸은 무거워졌는데 이상하게도 내 불완전한 왼쪽이 채워지면서 완전한 한 마리 새가 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제 막 나는 법을 익히고 있는 어린 새처럼 우리는 자유로운 한쪽 팔을 푸드득거리며 비틀비틀 날아오르려고 애를 쓰곤 했다.



집까지 약 100미터 정도 남겨둔 시점에서 허리를 꼿꼿이 세운 채 당찬 걸음걸이로 보도를 걷고 있는 사람의 뒷모습이 시야에 잡힌다. 무릎까지 내려오는 진청색 가을 코트를 입고 코트 색 보다는 붉은 기운이 감도는 자줏빛 스타킹에, 자줏빛 페도라를 쓴 할머니는, 진 할머니다.


“누구?” 미류가 묻는다.

“최진화 할머니, 이모할머니라고도 부르는.”


미류는 차를 세우고 내가 앉은 조수석 창문을 통해 큰 소리로 인사를 한다.


“안녕하세요? 이모할머니. 저는 산야의 친구 미류예요. 산야네 집으로 가시는 거라면 타세요.”


진 할머니는 놀란 표정을 지으셨다가 금방 활짝 웃으신다.


“오, 내가 딱 맞게 왔나보구나. 잘됐구나. 그럼, 집에 다 왔지만 타고 갈까? 건강을 위해 일부러 한 정거장 전에서 내렸는데 괜히 그랬나 후회하고 있었단다. 나이가 드니 이런 사소한 일들이 왜 이렇게도 고민스러운지 말이다. 고맙다.”


“미류라고 불러요. 예전에 뵙고 인사드린 적이 있는데 기억나세요? 10년 쯤 전이라서 기억 안 나시겠지요?”


진 할머니는 미류를 기억하지 못하실 것이다. 올리비아의 아들이라고 하면 바로 기억해내실 테지만, 그때 미류는 나보다 조금 더 컸을 뿐 나만큼 왜소했고 지금과는 비교할 수도 없을 만큼 고집스럽고 우울해 보이는 아이였으니까. 게다가 올리비아가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컸다. 화려한 꽃 옆에 붙어있는 작은 풀꽃은 아무래도 기억하기 어려운 법이다.


“10년 전의 미루라? 기억력이 약해져서인지, 미안하구나, 기억하지 못해서. 하지만 반갑구나. 산야에게 이렇게 오랜 친구가 있다고는 왜 생각하지 못했을까. 산야를 도와주러 온 게로구나?”


“아니에요. 미류는 저를 그냥 바래다주는 거예요.”


“그렇지만 난 시간이 많아서 도와줘도 되는데.”


“그래, 그래. 산야의 친구라면 언제든지 환영이지. 이사를 간다는 게 생각보다 힘이 드는 일이니까. 산야의 구운 사과 홍차가 일품이란 소문을 들었는데 너도 들었니?”


“지금 방금 들었는데 마시고 싶은 걸요.”


말은 부드럽게 하지만 미류로부터 싸늘한 냉기가 흘러나온다. 이사를 간다고? 왜 아무 말도 하지 않은 거지? 예전에도 우리는 이런 식으로 헤어지지 않았던가. 예고도 없이 연락도 없이, 할머니는 나를 데리고 갑자기 이 거만한 주상복합아파트로 이사를 온 것이었다. 나조차도 몰랐으니 미류에게 미리 얘기해주지 못한 것은 내 책임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그것은 누구의 책임도 아니었다. 할머니나 올리비아의 책임이라고 할 수도 없다. 사람들은 저마다 신념이라는 걸 가지고 있으니까.



아파트 입구가 열리자 소포가 도착했다는 디지털목소리가 나온다. 갑자기 온 세상이 회색조의 무중력 상태로 일그러진다. 내가 발을 디디고 있는 로비의 단단한 대리석이 형태를 잃은 채 아래로 한없이 꺼져버린다. 나는 약간 비틀거렸다. 다행히도 진 할머니가 나를 앞질러 고객센터로 먼저 가신다. 고객센터에서 나를 기다리는 것은 소포가 아니라 경찰이었다.


“불필요한 질문으로 고객을 불편하게 해서는 안 됩니다.”


경찰보다 키가 훨씬 큰 경비원이 경찰을 내려다보면서 말했다. 나를 찬찬히 훑어보는 경찰의 시선이 역겨워서 토할 것만 같다.


“엊그제 밤에 몇 시에 집에 들어왔습니까?”


“아니, CCTV는 무엇 때문에 있답니까? 왜 그런 걸 이 아이에게 묻는지, 그 이유나 먼저 들어봅시다.” 진 할머니가 말한다.


“이 학생에게만 묻는 것이 아닙니다. 5호기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는 거주자 모두에게 묻는 것입니다. 엊그제 밤에 여기 직원 하나가 그 엘리베이터 안에서 발견되었습니다.”


“어머나, 세상에, 여기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난 건가요?”


“아닙니다. 그 직원이 5호기 엘리베이터 안에서 울고 있었는데, 말도 잘 못하고 겨우 기어 다니는 것이 아주 갓난아기처럼 되어버렸답니다. 손가락을 빨고 칭얼대는 것까지요. 구급차를 불러 병원에 갔지만 이상한 점은 아무 것도 발견할 수 없고 몸 상태도 양호한데 그냥 그렇게 되어버렸답니다. 일시적으로 뭔가가 잘못되었을 뿐, 금방 깨어나리라 기대하고 있었는데 그 상태로 오늘이 사흘째입니다. 그 직원이 야근을 하느라 남아있었고 당시의 CCTV 일부가 정지 상태인 점으로 미루어 사전계획 하에 어떤 일이 진행되었다고 추측할 뿐입니다. 거주자들의 협조가 필요한 부분입니다. 평소에 6401호 학생에게 각별히 신경 쓰고 있었다던데 혹시 그날의 일에 대해 아는 바나 짚이는 바가 있습니까?”


“맙소사, 그렇게 말씀하시니 그 직원이라는 사람이 누군지 알 것 같네요. 이건 살인사건보다도 희귀한 사건이군요. 하지만 이 애가 뭘 알겠어요. 그 사람이 각별하게 굴었던 이유는 유 선생님의 팬이었기 때문인데. 나와 선생님이 함께 있어도 어찌나 깍듯하게 굴던지, 팬으로서 알아 모시려는 태도가 분명하게 느껴집디다.”


“죄송하지만 학생에게 몇 가지만 질문하겠습니다. 협조 부탁드립니다. 토요일 밤에 9시를 전후해 혹시 기우현 씨를 보았습니까? 아니면 어떤 소리라도.”


“이 아이가 얼마나 창백한지 좀 보세요. 지금 여러 가지로 정신적인 충격을 겪고 있다는 걸 알만한 분들이 어쩌면 이런 식으로 사람에게 겁을 주고 그러시나. 딱한 일이지만 조만간 병원에서 어떤 결과를 내놓겠지요. 갑자기 그리되었으니 또 누가 알겠어요? 아무 일 없었다는 듯 갑자기 제자리로 돌아올지. 가자, 산야야, 여긴 경찰보고 소포라고 하는 모양이다. 이런 식으로 고객을 우롱하다니, 여기 명성도 이젠 다 옛말이구나.”


나는 진 할머니의 자신만만한 태도에 한없는 고마움을 느낀다. 나는 잘못한 것이 없다. 오히려 피해자이고 우현이야말로 천벌을 받아야 마땅하다. 그는 자신의 본분을 잊고 CCTV뿐만 아니라 잠금장치의 전산망을 무력화시키고 거주자의 아파트에 침입해 치유할 수 없는 폭력을 행사했다.

하지만 내가 우현을 고발한다면, 경찰서에 가서 그가 내게 행했던 폭력에 대해 빠짐없이 진술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경찰의 말대로라면, 이상해진 그의 증상들에 대해서 납득할 만한 설명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꽃들이 그랬을 거라고 말하면 믿어줄까? 그날 새벽에 집에 와 보니 집 안의 꽃들이 모두 까맣게 시들어 있었고 그 향기 또한 지독하게 변형되었으니 분명 우현을 쓰러트린 것은 꽃들이라고 하면 사람들이 뭐라고 할까? 식물들이 상황에 맞게 유전자를 재배열한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니 그들이 화학성분을 변형시키려는 ‘의지’만 있다면, 유전자 재배열보다 훨씬 수월하게 수천 가지의 유기화합물을 만들어낼 수도 있는 것이라고. 그래서 우현을 살짝 밀쳐내기만 했는데 그렇게 쉽게 쓰러진 것이라고 말하면?



나는 막연하게나마 식물들에게 소통할 수 있는 언어가 있다는 것을 안다. 언어 말고 다른 말을 찾아내고 싶지만 마땅한 말이 없어 그냥 그렇게 표현한다. 어린이의 순수함으로 설명하자면 ‘전령’ 쯤이 될까?

그것은 학자들이 말하는 식물의 화학식 또는 화학반응식이라고 부르는 것일지도 모르고 약초학자들이 말하는 약효가 될 수도 있다. 시인들이 예찬하는 식물의 정신이기도 할 것이고 인디언을 비롯해서 땅에 귀를 기울이던 옛사람들이 식물의 영혼이라고 일컬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그 모든 표현들이 내가 느끼는 식물의 ‘언어’에 대한 약간의 비유적인 설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식물들의 기본 대사활동이라는 것은 물과 이산화탄소를 생존에 필요한 일차화합물로 바꾸고 남은 산소를 대기 중에 방출하는 것이다. 그리고 남아있는 소량의 탄소, 수소, 산소원자들로 수십만, 혹은 수백만의 이차복합화합물을 만들어낸다. 사람이 세포로만 이루어진 것이 아니듯 식물들의 생장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어 보이는 이런 이차화합물들은, 그리고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각각의 하위물질들은 분명 식물들의 의지로 인해 조절되고 식물의 정체성에 대해 말해준다. 당분자 네 개의 관계만 바꾸어도 35,000개 이상의 서로 다른 화합물을 만들어낼 수 있지 않은가.

이런 유기화합물들은 극히 미량만으로도 분명하게 외부세계에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충분한 설명이 되지 않는다. 그것은 언어를 표현하는 ‘기호’에 불과할 뿐이다.

정신이라고 하기에는 물리적인 면 또한 무시할 수 없다. 가장 아름다운 표현은 식물의 영혼이지만 끊임없이 소멸과 생산이 반복되고 다른 개체의 것들과 뒤섞여 재결합되기도 하기에 유동성이 너무 크다. 영혼이란 적어도 각자만의 고유한 코드를 가지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 글쎄, 인간이란 자신이 이해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만 이해하려들기 때문에 다른 방식으로 존재할 수 있는 영혼에 대해서는 상상도 못하는 걸지도 모른다.

어쨌든 그것들은 매 순간 다른 형태로 뿜어져 나와 끊임없이 세상과 접촉한다. 마치 살아있는 유기체들처럼 각각의 개체와 상호호흡하며 엄청난 양의 정보를 주고받는다. 수명이 백 년도 채 안 되는 나 같은 인간에게 이런 종류의 영속적인 소통은 불가해한 것이다. 식물들은 고요하지도 정적이지도 않고 한 곳에 서서 자신의 운명을 숭고하게 받아들이지도 않는다는 것, 뿌리가 있기에 오히려 얼마나 자유로우며 역동적이고 얼마나 지적인지를 어렴풋하게 이해하고 있을 뿐이다. 그래서 더욱 이들이 택한 희생은 나를 혼란스럽게 한다. 내가 무엇이라고. 무엇 때문에. 단지 내가 간절히 원해서였을까?



사실이야 어찌되었든 나 같은 사람을 바라보는 눈은 편견에 치우쳐 있거나 처음부터 썩 호의적이지 않다는 것을 나는 잘 안다. 입이 거친 남자아이들한테 그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내가 계집아이처럼 굴어서 남색가들이 현혹되는 거라고. 그들의 말이 휘두른 폭력에 고스란히 당한 것은 나였고 아픈 것도 나였지만 나는, 마치 내가 가해자인 것처럼 죄의식을 느꼈고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것이 어째서 내 탓인지 모르지만 이 세상에 불합리한 것들이 어디 한두 가지뿐이겠는가.


이 세상에 불합리한 것들이 어디 한두 가지뿐이겠는가.


“아, 죄송합니다. 사실은 정말 소포가 와 있거든요. 꽃다발입니다.”


고객센터 직원으로부터 꽃다발을 전해 받는 내 손은 심하게 떨리고 있다. 아마 입 주변도 경련이 일고 있을 것이다. 조금 놀라거나 긴장을 하면 순식간에 내 몸은 이렇게 떨린다. 목소리도, 심장도 마찬가지이다. 아마 낯빛은 창백하다 못해 푸른색에 가까울 것이다. 나는 무심코 카드에 적혀있는 내 이름을 보고 다시 한 번 깜짝 놀란다. 조문의 꽃다발이 아니다. 발신인은 살바도르 신. 복잡한 심정으로 카드를 빼 주머니에 넣는다. 미류가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고 기다리고 있다.


“예쁜 꽃다발이구나. 노란 장미다발이라니, 귀엽기도 하지. 아직도 조문의 꽃다발이 배달되는 모양이구나······”


진 할머니는, 내가 진 할머니를 때때로 이모할머니라고 부르듯 사적인 장소에서는 할머니를 언니라고 부른다.


“아, 아니요, 이건······”


“오, 그럼 우리 산야 앞으로 온 것이구나. 이거 실례했다. 그러고 보니 산야 생일이 이맘때쯤인 걸로 알고 있는데 축하 꽃다발인 게로구나! 여자 친구가 생긴 거냐? 언니가 아셨더라면 좋아했을 텐데. 나는 산야가 인기가 많을 거라 생각했어. 이렇게 잘생기고 착한 아이는 드물지, 그렇지 않니, 미루야? 할머니는 널 과잉보호했던 거야. 하지만 너도 알지? 그건 책임감이라기보다 사랑이었다는 걸 말이다.”


아무 말 없이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있던 미류는 엘리베이터가 서자 열림 버튼을 누르고 진 할머니와 내가 나갈 때까지 기다린다. 미묘한 색깔의 온기가 미류에게서 발산되는 것을 본다. 체온에서 나오는 팽팽한 파장 같은 것이 내 살갗에 닿자 성게처럼 생긴 생물이 가슴 속에서 부풀어 오른다. 이걸 슬픔이라고 하는 건 정확하지 않지만 가슴에서 자라는 이 생물을 제대로 표현할 길이 없어 나는 그냥 슬픔이라고 해 둔다. 이것은 유령만큼이나 오래된 이야기이다. 어렸을 때, 친구가 될 듯 다가왔던 아이들이 지금 미류에게서 나온 이런 온기를 발산하는 걸 본 적이 있다. 똑같지는 않지만 이렇게, 그 아이가 내뿜던 익숙한 빛깔이 아닌 낯설고 미묘한, 온기와 긴장을 담은 색채가 발산되는 걸 보았다. 어쩌면 ‘보았다’는 건 잘못된 표현일지도 모른다. 그 색채들은 코 속에서 감지된 휘발성화학성분들이 내 머리에서 제멋대로 합성해 낸 이미지일지도 모른다. 어쨌든 내가 그 온기를, 그런 종류의 미묘한 색조를 본 후에 친구가 될 듯 다가왔던 아이들은 점차로 내게서 멀어져갔다.


그런 일이 몇 번 반복되자 나의 내부에는 이런 온기에 반응하는, 가시를 가진 생물이 조건반사적으로 자라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가슴이 너무 아파서 병이 생긴 줄로만 알았다. 어느 날 갑자기 친구가 떠난다는 두려움, 그것은 유령을 보는 것이 왜 나쁜지, 왜 다른 사람들보다 냄새를 잘 맡으면 안 되는지에 대한 불친절한 답변이었다. 사람은 어쩌면 자신이 아는 범주 내에서만 이해하도록 프로그램 되어있는 건지도 모른다. 불가해한 현상은 종교가 되든지, 종교가 될 만큼 신성을 갖추지 못한 것은 악마적인 현상으로 받아들여진다. 그 어느 쪽도 친구가 되기에는 극복해야할 괴리감이 너무 크다. 조금씩, 결국은 모든 아이들이 벽을 쌓거나 내게서 달아나버리고 더 이상 내 곁에는 아무도 남아있지 않다는 것을 알아차린 후에 나는 조심스럽게 문을 닫아걸었다.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한 어떤 장치가 필요했던 것이다. 나를 드러내지 않는 것.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지내는 것. 투명한 유리 옷을 입고 내 주변에 보호막을 치는 것. 나는 그런 방법을 택했다. 비록 완벽한 해결책은 되지 못하더라도 문제의 핵심으로부터 나를 약간 떨어트릴 수는 있었다.


그러나 미류와는 그 괴리감을 극복했다. 아니다. 처음부터 그런 괴리감은 존재하지도 않았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미류와는 어떤 유대감마저 느껴졌다. 마치 오래전에 헤어진 쌍둥이 형제가 만난 것처럼 우리의 의식은 서로를 알아보았고 서로를 껴안았다. 그런데 이제 와서 이런 미묘한 빛깔이라니. 내 가슴을 아프게 하는 이런 가시 돋친 생물이라니······.


집에 들어서자 진 할머니는 약간 과장된 목소리로 ‘세상에’를 연발하신다.


“세상에나, 세상에! 아직도 이렇게 살고 있었니.”


할머니의 목소리를 듣는 것 같아 한기와 함께 번쩍거리는 두통이 느껴진다. 평소 할머니와 진 할머니는 친자매 이상으로 가까운 사이였다. 나이 차이는 많지 않지만 진 할머니는 할머니의 제자였고 이미 오래 전부터 ‘새들의 정원’의 실질적인 총책임자셨다. 그래서 그런지 두 사람의 옷 입는 취향이나 말하는 방식도 많이 닮았다.

“세상에, 언니나 너나 똑같다. 나는 여기에 올 때마다 마음이 편치 않았단다. 현관에 겉옷을 벗어놓고 손을 씻고 들어와서도 의자에 앉아있는 것이 왜 그렇게도 불편하던지······. 혹시 내 몸에서 머리카락이라도 떨어질까 봐 몸을 움직이는 것도 조심스러웠다. 여긴 꼭 박물관 같지 뭐냐. 언니는 그렇다 치고, 너까지 이럴 줄이야. 네가 머리를 기르는 걸 보고 실은 안심을 했는데.”


“이젠 편하실 대로 하시면 되는데.”


그렇게 말해놓고 나는 멋쩍게 진 할머니를 바라본다. 진 할머니는 벌써 욕실에 손을 씻으러 들어가셨다.


“아직도 꽃다발이 배달되느냐고 하셨죠? 할머니 방 침대 위에 보낸 사람들의 카드가 있어요.”


진 할머니는 손수건을 꺼내 눈시울을 훔치며 할머니의 방으로 들어가신다. 낯선 손님처럼 어정쩡하게 서 있는 미류에게 편하게 앉으라고 하고 나는 차를 끓이기 위해 주방으로 간다. 미류가 빠른 걸음으로 다가와 내 손목을 잡는다.


“난 돌아갈게. 내가 생각이 모자랐던 것 같아. 아무래도 내가 있으면 나누기 어려운 이야기도 있을 텐데.”


나는 물끄러미 미류의 손을 본다. 강하고, 따뜻한 손을. 땀샘을 통해 흘러나와 피부 주위에서 아름답게 번지는 미류의 향기를. 복잡 미묘한 감정들의 향기들을.


“이사얘기는 다 끝난 다음에 말하려고 했어.”


“왜 그래야 하지?”


마음이 아프다. 나는 설명을 잘 못한다. 엄마의 집으로 들어가기로 결정을 했다고 미리 말했더라면 미류는 좋아했을 것이다. 그러나 내가 엄마의 집을 생각하면 얼마나 깜깜한 느낌이 드는지, 미류는 모른다.


“차라도 마시고 가.”


나는 담담하게 미류에게 말하고 주방으로 들어가 물을 끓인다. 오랫동안 할머니 방에 계시다 나온 진 할머니께 사과가 없어서 구운 사과 홍차는 어려울 것 같다고, 마침 쨈이 있으니 홍차에 사과 쨈을 넣어 드실지(진 할머니는 가끔 그렇게 드셨다) 묻는다. 진 할머니는 잊고 있었다는 듯 T백화점에서 사 오신 와플을 꺼내시며 그냥 얼그레이로 하자꾸나 하신다. 나는 접시 세 개를 꺼내 와플을 하나씩 담는다. 그리고 지난번에 할머니께 가져가려고 만들어두었던 건자두 절임을 오렌지필링과 함께 와플 위에 올려 식탁에 차려놓는다. 진 할머니는 매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셨다. 미류는 프룬과 와플과 홍차가 매우 환상적인 조합이라고 말한다.


나는 프룬을 먹을 때마다 버지니아 울프가 머릿속에 떠오른다. 울프는 프룬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는데, 어쩌면 주로 커스터드 소스를 곁들여 먹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이렇게 계피랑 와인에 절여 오렌지 필링을 얹었더라면. 두 개째를 먹으면서 나는 여전히 울프 생각을 했다. 그녀의 우울한 옆모습이 엄마를 닮은 것 같다고.


“...... 그렇지 않니, 산야?”


와인과 계피 속에서 깊어질 대로 깊어진 말린 과일 특유의 복잡다단함 위로 오렌지 향이 반짝반짝 피어나고 있는데 갑자기 각이 진 목소리가 튀어나와 나는 깜짝 놀란다.


“...... 이사 가기 전에 한번 거기에 다녀와 보는 게 좋지 않겠냐는 말이다. 그래야 뭐가 필요한지 알 수 있잖니. 그리고 포장이사는 영 찜찜하지 않느냔 말이다. 몸은 편하겠지만, 그래도 내 물건은 내가 챙겨야 마음이 편하지.”


“어차피 저는 제 방에 있는 것들만 가져갈 거예요. 옷이랑 책이랑 침구, 그리고 당장 필요한 것들, 식기나 세면도구 정도만. 나머지 할머니의 물건들은 이 집과 함께 진 할머니와 호박아저씨께 맡겨야 할 것 같아요.”


진 할머니는 ‘그래, 그쪽에도 엄마의 살림살이가 있을 테니까.’라고만 하실 뿐 미류를 의식해서인지 엄마의 이야기나, 할머니의 유품들을 어떻게 할 것인지, 이 집은 어떻게 될 것인지 하는 얘기는 하지 않으셨다. 그래도 사생활의 기록 같은 것이 있을 수도 있으니 할머니의 물건들을 꼼꼼하게 확인해보는 게 좋을 거라고만 말씀하셨다. 나는 엄마의 앨범을 생각했다. 그건 가지고 가서 엄마에게 전해주는 것이 옳을 것이다. 엄마가 깨어나든 그렇지 않든.



미류는 차를 마시고 정말 일어섰고 진 할머니는 일부러 자리를 피하는 거라면 그러지 않아도 되는데, 라고 말하셨다. 진 할머니는 정말 그렇게 생각하고 계신 것이다. 미류가 돌아간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이젠 저녁을 준비해야지, 하시며 일어서신 걸 보면 알 수 있다. 진 할머니도 나도 저녁을 함께 먹자는 말은 하지 않는다. 우리는 서로를 잘 알기 때문이다. 진 할머니 역시 식사는 먹던 곳에서 습관처럼 하는 걸 좋아하신다. 그래서 백화점에 들러 와플을 사 오셨다는 걸 나는 잘 알고 있다.


“어제 저녁에 TV 봤니?”

현관에서, 줄곧 하고 싶었던 말은 이 말 뿐이었구나 싶을 정도로 또렷하게, 나를 보면서 진 할머니가 물으신다.


나는 고개를 끄덕인다.

“일부 만요.”


“나도 대중의 힘으로 살아가는 사람 이다만, TV나 인터넷이 전하는 내용은 반만 듣고 반은 버리는 게 맞는 것 같구나. 앞으로도 내 말 명심해라.”


“할머니가 말씀하셨던 문장 그대로네요. 걱정하지 마세요. 그리고 이 꽃은 이모할머니 드릴게요. 어차피 짐을 싸야하니까 여기에 두는 것 보다는 그게 나을 것 같아요.”


신 선생님이 보낸 노란 장미다발을 드리자 진 할머니는 흔쾌히 받으신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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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10

  • 작성자
    Lv.24 오월(五泧)
    작성일
    16.02.03 00:29
    No. 1

    흠미 있게 읽었습니다.
    건필하시고, 화이팅하시바랍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Personacon 이웃별
    작성일
    16.02.03 00:56
    No. 2

    오월님^^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3 tulip642..
    작성일
    16.05.05 18:41
    No. 3

    열쇄와 약도까지 보내주었고--->열쇠
    오타가 또 나왔네요.

    '화'의 물리화학적 정의가 마음에 드네요.

    저는 커피 외에는 차를 거의 마시지 않습니다. 커피도 완전 블랙으로만 마시지요. 마시던 먹던 섞는 것을 싫어해요. 원래의 맛이 사라지니까요. 한국음식은 거의 다 섞는 거라 전 싫어합니다. 양식 중에서도 드레싱 없이 먹은 샐러드가 제일 마음에 들어요.식 생활이 거의 서구화 되었어요. 홍차에 쨈을 넣어서 드시다니 읔!

    향수 이야기가 나오네요. 아메리카 대륙에서 살면서 제일 역겨운 것이 진한 향수를 쓰는 여자들이에요. 아주 역겹습니다. 어떤 때는 구토증이 나와요. 길을 가다가 향수를 많이 쓰는 아줌마가 오면 전 행길을 건너서 반대편 길로 갑니다. 한국에서는 화류계 여성들이 진한 향수를 쓰더군요. 과유불급인데...

    물리화학적인 접근으로 존재물을 분석하는 방식이 흥미롭네요.
    좋은 글입니다. 창의성이 도처에서 번득이네요. 천재성이라고 말해야 더 정확할 것 같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Personacon 이웃별
    작성일
    16.05.05 18:56
    No. 4

    히힛 감사합니다^^ 고쳤어요!

    저는 짜지만 않으면 아무 거나 다 잘 먹어요^^
    홍차에 쨈을 넣어먹는 건 러시아 사람들이 그렇게 한다고 해요.
    얼그레이 중에 립톤에서 나온 러시안 얼그레이가 있는데 향이 정말 환상적이에요. 저도 가향홍차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지만 그건 정말 맛있었어요. 그런데 그게 러시아 사람들이 쨈을 넣어 먹는 습관에서 힌트를 얻은 차라고 해요. 트와이닝의 레이디 그레이나 포트넘앤메이슨의 다른 비슷한 (이름이 기억나지 않아요) 얼그레이도 있는데 립톤의 러시안 얼그레이가 가장 좋았어요^^
    홍차를 바라보는 시각을 변화시켜준 녀석이에요^^

    여기도 요즘 여자분들은 가끔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향수를 뿌릴 때가 있어요. 전 향수는 커녕 화장도 싫어해서 그런 냄새들에 더 민감해지는 것 같아요.

    천재성이라니 쑥스러워요. 미숙한 실험작품인 거지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79 서백호
    작성일
    16.08.23 20:55
    No. 5

    세상에나 세상에나 이때 별님은 26쪽이나 되는 글을 쓰고 있었군요. 오오! 존경스러워요. ㅎㅎ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Personacon 이웃별
    작성일
    16.08.23 21:11
    No. 6

    ㅋㅋㅋ존경은요 .. 감히 호랑이님 앞에서 ^^;;
    양보다는 질이지요. 그런데 이 잃어버린 고리는 질도 나쁘지 않다고 봐요. ㅋㅋ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탈퇴계정]
    작성일
    17.04.22 14:41
    No. 7

    저는 향수 좋아해요. 기분전환용이랄까...
    도시는 생활 냄새도.... 가끔 저한테도 비릿한 냄새가 나면
    살짝 뿌려줍니다. ㅎㅎ
    롤리타는 정말 강해서 조심해야하지만요.ㅎㅎ
    꽃들의 공격이 흥미롭네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Personacon 이웃별
    작성일
    17.04.22 22:30
    No. 8

    그럼요. 향수나 향초는 좋은 기분을 유지시켜주는 데 많은 영향을 주지요.
    다만 상황을 잊은 짙은 향수는 가끔 참기 어려울 때도 있어요. :)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45 희망녀
    작성일
    17.05.19 05:18
    No. 9

    꽃들이 사람을 해친다? 정말이지 그런 일이 있었으면 하네요. 그럼 위기에 처한 사람을 구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읽고 갑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Personacon 이웃별
    작성일
    17.05.28 00:15
    No. 10

    감사합니다. 희망녀님^^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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