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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ndyHwang 님의 서재입니다.

메리슨폰데캠프의 비밀- 브라잇 동맹 2권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로맨스

완결

CindyHwang
작품등록일 :
2017.12.22 11:03
최근연재일 :
2019.11.22 11:34
연재수 :
7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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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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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
글자수 :
24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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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7.12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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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16. 학을 드디어 보다 - 1

DUMMY

그날 오후에는 딥언더니아의 평범한 가정방문 체험이 기다리고 있었다. 카할은 자신의 집으로 이안과 수진을 초대했다. 예전에 한번 방문한 적이 있어 그들은 별 부담 없이 가벼운 발걸음으로 향할 수 있었다. 이안은 오전의 일로 여전히 민감한 상태였지만 친구들과 수다를 떨다 보니 어느새 기분이 좋아졌다. 눈에 가시 같던 티앤이 보이지 않는 것도 한 요인이 되었음에 분명했다.


카할이 큰 소리로 인사를 하며 집안으로 들어가자 주방에서 요리를 하던 그의 어머니가 단박에 뛰어나왔다. 그리고 아들이 거의 질식할 정도로 꼭 껴안아 준 다음 이안과 수진도 차례로 힘껏 포옹해주었다.


이 날은 반가운 손님이 한 명 더 기다리고 있었으니 바로 카할의 아버지 미할 캐이브였다. 그는 무사히 물건들을 배달하고 집에 돌아와 있었다.


매우 반가워하며 그들을 맞이하던 그가 이안의 손을 덥석 잡더니 기쁜 목소리로 말했다.


“아들을 대신해 캠프비를 내줘서 고맙다. 정말 고마워.”


어색해진 이안이 괜찮다고 여러 번 말해도 그는 연신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하는 것이었다. 그러자 이안 역시 그와 보조를 맞춰 목을 굽신거렸고, 그렇게 몇 분간 두루미들이 서로 인사하는 것처럼 우스꽝스러운 장면이 연출되었다. 이 광경을 목격한 다른 이들의 입에서 웃음폭탄이 팡 터져 나왔다. 다 같이 한바탕 웃고 나서야 그들은 식탁에 나란히 앉을 수 있었다.


카할의 어머니가 막 구워온 옥수수 빵과 진한 코코아 잔들이 식탁에 올려졌다. 잔잔한 시냇물처럼 끊이지 않는 웃음소리, 정성 들인 음식, 친구, 이야기, 따듯한 우정과 애정, 이런 소소하고 평범한 것들로도 행복이 무한정 만들어질 수 있으며 주변을 가득 채워 나가는 것을 수진은 진심으로 느낄 수 있었다.


미할은 여행 중에 만났던 친구들에 대해 계속 이야기했지만, 오두막에서 목격했었던 백골단에 대해서는 절대 입 밖으로 내지 않았다. 이안과 수진 역시 그의 의중을 알아차리고 입을 열 때마다 꽤 조심해야만 했다.


미할이 옥수수 빵을 한 입 베어 먹으며 달력을 쳐다보다가 벌떡 의자를 박치고 일어났다. 그가 신이 난 표정으로 소식을 크게 알리기 시작했다. 그의 입에서 빵 부스러기가 여기저기로 발사되었지만 모두 안전하게 몸을 대피하여 별 피해가 없었음을 꼭 알려주고 싶다.


“지금 스위티니아 왕국에서는 ‘스위티니아 케이크 축제’ 준비로 온 나라가 정신이 없더구나. 대회가 네 달 앞으로 다가와서 숙소와 대회장을 짓느라 과자와 사탕, 초콜릿이 아주 많이 필요하데. 이번에 약 300팀 넘게 참가하는데 대회가 개최된 이래 최대 규모라 하더군.

그래서 그런지 배달해온 물건들을 내려놓자마자 바로 칼, 오븐 판, 냄비 등등 주문을 많이 하더구나. 새로 주문받은 것까지 다 팔고 나면 카할 참가비로 낸 금화 3닢을 제하고도 꽤 남을 거 같아. 그때까지만 조금 더 기다려 줄 수 있겠니, 이안?”


“아니에요. 안 주셔도 돼요.”


이안이 정색한 표정으로 손사래를 쳤다. 그러자 미할이 더 난리를 치며 단호한 얼굴로 말했다.


“아니야. 그래도 그게 아니지. 더군다나 내가 갚을 능력이 된다면 갚아야지.”


“맞아요, 아버지. 당연히 그렇게 하셔야죠.”


장사가 잘 되었다는 소식에 카할이 신이 나서 대꾸했다. 이안은 잠시 골똘히 생각하다가 조심스럽게 제안했다.


“그렇다면 금화로 주시지 말고 필요한 물품을 대신 만들어서 주시면 안 될까요?”


“그것도 좋지. 최선을 다해 만들어주마.”


“이래 봐도 우리 아버지 솜씨가 블랙 아이런에 견주어 절대 뒤지지 않으셔. 내가 장담한다니까.”


“저는 딱히 필요한 건 없고요, 음... 수진, 너 뭐 필요한 것 있어?”


그녀는 예전 오두막에서 미할이 직접 소개해주었던 물품들을 기억해 내고는 하나하나 머릿속에 떠올리며 대답했다.


“파이를 깨끗이 자를 수 있는 디저트전용 칼도 좋고요. 열기가 세 달 가고 물만으로 설거지되는 냄비도 좋아요. 음. 아무리 봐도 칼이 더 좋을 것 같아요. 할머니께 드리면 정말 좋아하실 거예요.”


“하하, 따로 선택할 필요 없이 내가 알아서 챙겨 보내주마.”


“고맙습니다.”


수진의 얼굴에 함박미소가 지어졌다. 그녀는 옥수수 빵 한 개를 통째로 들어 먹기 시작했다. 카할이 코코아 한 모금을 급히 삼키다가 뜨거워 켁켁거렸다. 그러다 문득 뭔가가 떠올랐는지 눈을 동그랗게 뜬 채 아버지를 향해 흥분된 목소리로 외쳤다. 어떻게 그동안 잊어버릴 수 있었을까 심히 자책하는 표정을 지으면서 말이다.


“집에 오시면 바로 물어보려 했는데, ‘학 쫓아버리기 축제’가 곧 돌아오지요?”


“그렇지. 매년 요맘때였지, 아마?”


“2주 뒤래요. 곧 포스터가 붙을 거래요.”


어머니가 대신 답해주자 카할의 얼굴이 금세 환해지며 좋아라했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설레는 표정으로 주먹을 쥔 채 식탁 주위를 왔다갔다 하기 시작했다. 미할은 그가 왜 그러는지 충분히 안다는 듯 옅은 미소를 띤 채 이안과 수진을 향해 제안했다.


“올해에도 예외 없이 아주 볼만한 경기가 될 거다. 이번에는 너희들도 다 함께 축제를 구경하면 참 좋겠는데. 캠프가 끝나고 별 일 없으면 잠시 우리 집에 머물다가 축제까지 보고 떠나는 게 어떻겠니?”


“아주 좋아요! 그렇지, 이안? 근데 ‘학 쫓아버리기 축제’는 뭔가요?”


이안이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이는 걸 확인한 수진이 흥미롭다는 얼굴로 물어보았다.


그러자 카할이 저쪽에서 식탁으로 단번에 달려오더니 그녀의 두 손을 붙잡으며 의자에서 일으켜 세웠다. 그는 무척이나 흥분한 상태였고 그런 모습이 이안의 흥미를 점점 끌기 시작했다. 그 역시 처음 들어보는 생소한 축제였던 것이다.


“수진, 지상에 펼쳐진 옥수수 밭을 보았지?”


“응, 카할. 아주 넓더라.”


“옥수수는 딥언더니아에서 가장 중요한 양식이야. 1년 내내 옥수수가 열려. 그런데 가끔씩 불청객들이 날아들어 훼방을 놓지 뭐야. 바로 ‘학’이야. 그것들은 멀리서 날아와 곧 추수를 앞둔 옥수수를 따먹거나 긴 다리로 휘저어 밭을 엉망으로 만들어놓지. 그래서 예전부터 딥언더니아에서는 농부들이 순번을 정해 밭에서 그것들을 내쫓았어.


하지만 어느 특정한 날에는 평소보다 훨씬 많은 학들이 떼 지어 몰려온데. 그래서 그날을 나라 자체적으로 ‘축제’라는 이름을 내걸어서 다 함께 힘을 합쳐 학을 내쫓고 우리 식량을 보호하는 거야.”


“와, 듣기만 해도 아주 재밌겠는걸. 나도 학 정도는 달려가서 내쫓을 수 있어.”


동물원에서 보던 학을 떠올린 그녀가 자신 있게 말하자 옆에서 가만히 듣던 미할이 껄껄거렸다. 이어 카할과 그의 어머니까지도 따라 웃기 시작했다. 그녀뿐 아니라 이안조차 그들이 왜 그렇게 웃는지 이유를 알 수 없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수진아, 과연 네가 그렇게 할 수 있을지 장담은 못하겠구나. 왜냐면 이건 생명을 내걸고 하는 아주 위험한 축제이거든. 매년 사망자와 부상자가 나오니까 말이다.”


“학이 독수리나 매처럼 위험한 종은 아니잖아요, 그런데 왜 위험하다는 거죠?”


이안의 대꾸에 미할은 바로 대답을 내놓지 않았다. 그는 방금 부인이 잔에 부어준 코코아를 호호 불어가며 두어 모금 마시고 난 후 또 다른 제안을 했다.


“나랑 좀 있다가 같이 밭에 나가보자꾸나. 그러면 다 이해가 될 거야. '백번 말해줘도 못 알아듣던 놈, 한번 보여주니 단박에 일어나네.'란 딥언더니아 격언처럼 말이다.”


“아버지, 올해에는 제가 ‘학과의 결투’에 나가 싸우는 것을 친구들에게 꼭 보여주고 싶어요. 나가도 괜찮죠?”


"카할, 안 된다, 절대 안 돼! 어미 속을 또 뒤집어놓겠다는 거냐?”


어머니가 무섭게 화를 내자 그는 아버지 미할에게 간절히 애원하는 눈빛을 쏘아 보냈다. 그가 부인의 눈치를 슬슬 살피자 그녀는 인상을 팍 쓰며 고개를 강하게 내저었다. 그는 "후~”하고 한숨을 내쉰 뒤에 어쩔 수 없다는 듯 두 손바닥을 위로 들어 올리고 어깨를 으쓱하며 타일렀다.


“네 어머니가 저렇게나 반대하니 안 되겠다. 좀 더 커서 나가렴. 아직은 너무 어려.”


“다 큰 후에도 절대로 안 된다. 왜 굳이 거기에 또 나가려고 하는 거니? 네가 잘못되면 우린 어떻게 될지 생각 안 해봤니? 아주 날고 긴다는 용사도 나갈까 말까 한 결투를 왜 목숨을 걸면서 나가려고 그래? 안 그래도 요 몇 달간 예전보다 학이 나타나는 횟수와 숫자가 훨씬 늘어났다고 다들 걱정인데, 축제날은 오죽하려고. 그냥 편안히 살자. 응, 아들?”


어머니의 애원에 카할은 퍽 실망한 표정으로 빈 의자로 다가와 힘없이 앉았다. 그의 고개와 어깨가 푹 숙여졌다. 옆에서 수진이 그의 어깨를 가볍게 두들기며 다독거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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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 18. 위험한 모험을 계획하다 - 3 19.11.08 39 1 10쪽
71 18. 위험한 모험을 계획하다 - 2 19.11.01 36 1 9쪽
70 18. 위험한 모험을 계획하다 - 1 19.10.25 35 1 13쪽
69 17. 돌비 마스터 - 3 19.10.18 29 1 6쪽
68 17. 돌비 마스터 - 2 19.10.11 30 1 9쪽
67 17. 돌비 마스터 - 1 19.10.04 42 1 8쪽
66 16. 학을 드디어 보다 - 6 19.08.30 32 1 5쪽
65 16. 학을 드디어 보다 - 5 19.08.23 49 1 8쪽
64 16. 학을 드디어 보다 - 4 19.08.09 34 1 10쪽
63 16. 학을 드디어 보다 - 3 19.07.26 48 1 7쪽
62 16. 학을 드디어 보다 - 2 19.07.19 49 1 11쪽
» 16. 학을 드디어 보다 - 1 19.07.12 37 1 9쪽
60 15. 도둑맞은 토르의 망치 - 9 19.07.05 47 1 11쪽
59 15. 도둑맞은 토르의 망치 - 8 19.06.28 39 1 10쪽
58 15. 도둑맞은 토르의 망치 - 7 19.06.14 40 1 8쪽
57 15. 도둑맞은 토르의 망치 - 6 19.06.07 43 1 10쪽
56 15. 도둑맞은 토르의 망치 - 5 19.05.24 43 1 10쪽
55 15. 도둑맞은 토르의 망치 - 4 19.05.17 40 1 7쪽
54 15. 도둑맞은 토르의 망치 - 3 19.05.10 59 1 7쪽
53 15. 도둑맞은 토르의 망치 - 2 19.05.03 43 1 7쪽
52 15. 도둑맞은 토르의 망치 - 1 19.04.26 60 1 9쪽
51 14. 대장간 박물관 - 5 19.04.12 47 1 10쪽
50 14. 대장간 박물관 - 4 19.04.05 46 1 7쪽
49 14. 대장간 박물관 - 3 19.03.29 41 1 6쪽
48 14. 대장간 박물관 - 2 19.03.22 52 1 6쪽
47 14. 대장간 박물관 - 1 19.03.19 48 1 6쪽
46 13. 아이런 대장간 - 2 19.03.08 62 1 7쪽
45 13. 아이런 대장간 - 1 19.02.22 64 1 7쪽
44 12. 스톰펌 왕과의 아침식사 - 3 19.02.15 62 1 7쪽
43 12. 스톰펌 왕과의 아침식사 - 2 19.01.25 51 1 7쪽
42 12. 스톰펌 왕과의 아침식사 - 1 19.01.18 49 1 8쪽
41 11. 화과산의 손오공 - 7 19.01.11 60 1 4쪽
40 11. 화과산의 손오공 - 6 19.01.04 53 1 8쪽
39 11. 화과산의 손오공 - 5 18.12.28 49 1 8쪽
38 11. 화과산의 손오공 - 4 18.12.21 82 1 8쪽
37 11. 화과산의 손오공 - 3 18.12.14 55 1 9쪽
36 11. 화과산의 손오공 - 2 18.11.23 76 1 6쪽
35 11. 화과산의 손오공 - 1 18.11.09 45 1 8쪽
34 10. 석탄 광산 NO. 5 - 4 18.11.02 64 1 6쪽
33 10. 석탄 광산 NO. 5 - 3 18.10.26 59 1 7쪽
32 10. 석탄 광산 NO. 5 - 2 18.10.19 55 1 8쪽
31 10. 석탄 광산 NO. 5 - 1 18.10.05 78 1 8쪽
30 9. 샌드펜으로 보낸 편지 - 2 18.09.21 52 1 6쪽
29 9. 샌드펜으로 보낸 편지 - 1 18.09.14 83 1 6쪽
28 8. 다크 동맹 vs 브라잇 동맹 - 4 18.09.07 61 1 6쪽
27 8. 다크 동맹 vs 브라잇 동맹 - 3 18.08.31 60 1 8쪽
26 8. 다크 동맹 vs 브라잇 동맹 - 2 18.08.17 59 1 8쪽
25 8. 다크 동맹 vs 브라잇 동맹 - 1 18.08.10 59 1 7쪽
24 7. 옥토스 대령과 보석섬 - 6 18.07.27 67 1 5쪽
23 7. 옥토스 대령과 보석섬 - 5 18.07.20 65 1 7쪽
22 7. 옥토스 대령과 보석섬 - 4 18.07.13 55 1 6쪽
21 7. 옥토스 대령과 보석섬 - 3 18.07.06 75 1 8쪽
20 7. 옥토스 대령과 보석섬 - 2 18.06.29 61 1 5쪽
19 7. 옥토스 대령과 보석섬 - 1 18.06.15 52 1 7쪽
18 6. 믿고 있는 모든 것에 의문을 품어라 - 5 18.06.08 54 1 3쪽
17 6. 믿고 있는 모든 것에 의문을 품어라 - 4 18.06.01 54 1 7쪽
16 6. 믿고 있는 모든 것에 의문을 품어라 - 3 18.05.25 64 1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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