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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ndyHwang 님의 서재입니다.

메리슨폰데캠프의 비밀- 브라잇 동맹 2권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로맨스

완결

CindyHwang
작품등록일 :
2017.12.22 11:03
최근연재일 :
2019.11.22 11:34
연재수 :
74 회
조회수 :
4,188
추천수 :
75
글자수 :
241,822

작성
18.07.06 15:50
조회
74
추천
1
글자
8쪽

7. 옥토스 대령과 보석섬 - 3

DUMMY

말을 마친 옥토스 대령은 프라이팬 위로 자신의 넓적한 아랫배를 꽉 밀착시켜 물이 스며들지 않도록 압축했다. 흡사 화장실 변기 옆에 놔두는 '뻥뚫어'를 변기 구멍 위에 대고 꾹 누르는 형상이었다. 그리고 바로 물구덩이 속으로 풍덩 잠수해 들어갔다.


아이들은 컴컴한 프라이팬 바닥에 납작 엎드린 채 프라이팬이 이리저리 기울어질 때마다 떼구루루 굴러다녔다. 멀미가 났다. 다행히 팬이 균형을 잡더니 위로 올라가는 느낌이 들었다. 그들 머리 위로 약한 빛이 새어 들어오기 시작했다.



프라이팬은 사방이 뚫린 지하 바다 위에 덩그러니 떠있었다. 팬의 손잡이는 대령의 두 다리가 꽉 감은 채 뒤에서 밀어 팬을 앞으로 나아가게 했다. 주변은 조용하고 어두웠다. 물을 헤치고 나아가는 물살만이 유일하게 들려오는 효과음이었다. 대령의 흰 모자가 어둠 속에서 노란 형광색으로 변하며 주변을 어설프게 비춰주었다. 참가자들은 두려움 반 호기심 반으로 팬의 모서리에 기대어 앉았다. 다들 말없이 망망대해를 둘러보았다.


떨어지는 물소리가 멀리서 들려오기 시작했다. 가면 갈수록 소리는 점점 커져 곧 엄청난 소음으로 변하였다. 옆 사람의 말소리조차 잘 들리지 않을 정도였다.


“저기 물이 떨어지는 커다란 구멍이 있어!”


카할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지만 일부러 그의 손가락이 가리키지 않아도 다들 이미 그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저 앞의 오른쪽으로 그들이 타고 있는 팬의 열 배는 족히 넘는 크기의 시커먼 물구멍이 뻥 뚫려 있었다. 엄청난 양의 물이 힘차게 그 안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정말 이름 그대로 '배수구'였다.


아이들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갔다. 배수구 부근에는 자체적으로 발생한 여러 개의 소용돌이가 휙휙 바람을 일으키며 돌아가고 있었다.


문득 유속이 빨라졌다. 강한 파도 같은 물결이 그들이 탄 팬을 탁탁 치더니 훽 낚아채갔다. 팬은 소용돌이에 휘말려 빙빙 돌기 시작했다. 대수롭지 않은 표정의 대령은 그것의 손잡이를 세 다리로 휘감아 수면 위로 들어 올렸다. 그리고 동시에 다른 다리들을 있는 힘껏 헤엄쳐서 비교적 얌전한 가장자리로 빠져나오려 했다.


그런데 그게 뜻대로 되지 않았다. 자꾸 안으로 안으로 배수구로 떠밀려가는 것이었다. 순간 당황한 대령이 다급한 목소리로 명령했다.


“모서리를 꽉 붙잡아!”


그는 잔뜩 수축시킨 다리들을 힘껏 방아쇠처럼 허공으로 당기었다. 그의 거대한 몸이 수면 위로 붕 점프해 날아올랐다. 그런 식으로 두 번 점프를 하여 간신히 소용돌이가 없는 가장자리로 넘어올 수 있었다. 그동안 팬 안의 아이들은 완전 물에 빠진 생쥐 꼴이 되어버렸다. 그러나 아무도 거기에 불만을 품진 않았다. 배수구에 빠지지 않은 것만도 천만다행이었기 때문이다.


그들의 파랗게 질린 안색은 차차 원래대로 되돌아왔다. 그들은 대령의 명령에 따라 손바닥을 모아서 팬 안에 잔뜩 고인 물을 퍼내었다.



잠시 후, 물의 흐름이 점차 느려지고 강폭이 좁아지기 시작했다. 물을 푸던 해마가 부르르 떨리는 어깨를 손바닥으로 비비며 중얼거렸다.


“갑자기 추워진 것 같네.”


다른 이들의 입에서도 새하얀 입김이 새어 나왔다. 기온이 확 떨어져 지하무덤에 있는 것처럼 공기가 매우 차가웠다.


“모두 정신 똑바로 차려! 곧 망자의 물길에 도착한다. 만일에 대비해 이것으로 입을 봉해. 그래야 지껄이지 못하지.”


대령이 발 하나를 들어 뒤집자 자주색 빨판에 노란 박스테이프들이 달랑달랑 붙어있었다. 그가 협박조로 다그쳤다.


“보석섬에 도착한 후에 입에서 테이프를 뗀다. 알겠나? 거기 뚱뚱이 (왕허준이 답답한 나머지 입에 붙인 테이프를 떼어내려 하자), 지금 그걸 떼었다간 배 밖으로 던져버릴 줄 알아!”


다들 테이프로 입을 단단히 봉한 후 팬 모서리에 돌아가며 얌전히 앉아있었다. 주위가 너무 조용했다. 그들의 심장은 공포심으로 꽁꽁 얼어붙어 쪼그라들었고 입에선 기침이 튀어나왔다.


불현듯 푸르뎅뎅한 손 하나가 수면 위로 쑥 올라왔다. 그리고 수진 앞의 모서리를 탁 잡는 것이었다. 순간 그녀의 머리칼이 쭈뼛 서고 눈동자는 두 배 이상 커졌다. 나머지 손도 따라 올라오더니 곧이어 머리 뒤통수에 칼이 박혀 이마를 관통한 남자의 얼굴이 팬 위로 불쑥 솟아올랐다. 눈구멍과 콧구멍은 시커멓게 뻥 뚫려있었다.


그때였다. 머리통이 없는 여자의 토르소(상체)가 반대쪽 모서리의 왕허준 앞으로 기어올랐다. 그런데 올라오던 그녀가 갑자기 뒤로 확 젖혀지는 게 아닌가? 이어 뭉개진 얼굴에 총알구멍이 5개나 뚫린 대머리 남자가 그녀 자리를 대신해 올라오려 했다.


하나같이 끔찍한 죽음을 맞이한 흉측한 몰골의 영혼들이 떼거지로 배 모서리에 다닥다닥 달라붙기 시작했다. 그러나 다행히도 배 안으로 들어오지는 못하였다. 경악하며 기겁한 참가자들은 급히 모서리에서 벗어나 배 한가운데로 몰려들더니 서로 등을 붙인 채 뭉쳐 앉았다.


허준은 대령의 말을 잘 떠올린 나머지 급히 바닥에 이마를 대고 납작 엎드린 채 벌벌 떨었다.

평소 잘 놀라지 않던 이안 역시 지금 상황에 무척 당황한 모습이었고 안젤라는 그의 팔에 바짝 매달려 놓아주지를 않았다.

카할과 우란이 그나마 좀 나은 상태인 것 같았지만 다가오는 저것들처럼 얼굴은 시퍼렇게 질려가고 있었다. 티앤 단까오는 그나마 무덤덤한 표정이었다.

수진은 여기에 세세히 쓰진 않겠지만 사람이 보통 기절하기 직전에 보이는 증상들을 두루 보여주었다는 걸 알아주기 바란다.


망자들이 그들에게 손을 내밀며 말을 꺼내었다. 목소리가 동굴 안에서 공명되는 것처럼 아주 잘 들렸다.


“나랑 같이 이야기하지 않을래?”


“내게 다가와 줘. 우리 뭐 할까?”


“귀여운 아이야, 이름이 뭐야? 대답 좀 해봐, 응?”


대령은 침묵을 지키며 천천히 그리고 조심히 팬을 밀었다. 사방에서 모여드는 영혼들의 포위로 앞으로 나아가기가 쉽지 않았다. 딱딱하게 굳어지는 젤리를 미는 것만 같았다. 그렇다고 함부로 배를 몰수도 없었다. 까닥 잘못되면 전복될지도 모를 일이었다.


아이들은 이미 입을 봉한지라 말 한마디 할 수 없었고 심한 공포심에 피까지 얼어붙을 지경이었다. 망자들은 배 주변을 몇 겹으로 둘러싸며 텅 빈 눈으로 그들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수진과 우란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아예 두 눈을 질끈 감아버렸다. 나머지 아이들도 어쩌지 못한 채 그냥 그렇게 견뎌야만 했다.


앞에서 반짝이며 반사해온 빛 한 줄기가 프라이팬을 비추었다. 망자들이 하나둘씩 떨어져 나가기 시작했다. 모서리에 매달렸던 그것들은 결국 물속으로 다 사라져 버렸다. 이안이 대령의 허락을 구해 그의 다리를 타고 머리 위의 모자 귀퉁이로 올라가 방금 지나온 길을 뒤돌아보았다.


그곳은 두 갈래 물길로 나뉘어있었는데 그들이 탄 배는 왼쪽으로 건너왔고, 망자들은 물속에 잠긴 채 오른쪽으로 떠내려갔다. 그곳은 약간 과장하면 물 반 귀신 반이었고, 수면 위로 형상들이 수시로 올라왔다 내려가다를 반복하였다.


팬 주위의 기온이 확 높아졌다. 더 이상 춥지도, 하얀 입김도 나오지 않았다.

삽화 2.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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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 17. 돌비 마스터 - 3 19.10.18 28 1 6쪽
68 17. 돌비 마스터 - 2 19.10.11 29 1 9쪽
67 17. 돌비 마스터 - 1 19.10.04 41 1 8쪽
66 16. 학을 드디어 보다 - 6 19.08.30 31 1 5쪽
65 16. 학을 드디어 보다 - 5 19.08.23 48 1 8쪽
64 16. 학을 드디어 보다 - 4 19.08.09 33 1 10쪽
63 16. 학을 드디어 보다 - 3 19.07.26 48 1 7쪽
62 16. 학을 드디어 보다 - 2 19.07.19 48 1 11쪽
61 16. 학을 드디어 보다 - 1 19.07.12 36 1 9쪽
60 15. 도둑맞은 토르의 망치 - 9 19.07.05 46 1 11쪽
59 15. 도둑맞은 토르의 망치 - 8 19.06.28 39 1 10쪽
58 15. 도둑맞은 토르의 망치 - 7 19.06.14 39 1 8쪽
57 15. 도둑맞은 토르의 망치 - 6 19.06.07 42 1 10쪽
56 15. 도둑맞은 토르의 망치 - 5 19.05.24 42 1 10쪽
55 15. 도둑맞은 토르의 망치 - 4 19.05.17 39 1 7쪽
54 15. 도둑맞은 토르의 망치 - 3 19.05.10 58 1 7쪽
53 15. 도둑맞은 토르의 망치 - 2 19.05.03 42 1 7쪽
52 15. 도둑맞은 토르의 망치 - 1 19.04.26 59 1 9쪽
51 14. 대장간 박물관 - 5 19.04.12 46 1 10쪽
50 14. 대장간 박물관 - 4 19.04.05 45 1 7쪽
49 14. 대장간 박물관 - 3 19.03.29 40 1 6쪽
48 14. 대장간 박물관 - 2 19.03.22 51 1 6쪽
47 14. 대장간 박물관 - 1 19.03.19 47 1 6쪽
46 13. 아이런 대장간 - 2 19.03.08 61 1 7쪽
45 13. 아이런 대장간 - 1 19.02.22 63 1 7쪽
44 12. 스톰펌 왕과의 아침식사 - 3 19.02.15 61 1 7쪽
43 12. 스톰펌 왕과의 아침식사 - 2 19.01.25 50 1 7쪽
42 12. 스톰펌 왕과의 아침식사 - 1 19.01.18 48 1 8쪽
41 11. 화과산의 손오공 - 7 19.01.11 59 1 4쪽
40 11. 화과산의 손오공 - 6 19.01.04 52 1 8쪽
39 11. 화과산의 손오공 - 5 18.12.28 49 1 8쪽
38 11. 화과산의 손오공 - 4 18.12.21 80 1 8쪽
37 11. 화과산의 손오공 - 3 18.12.14 54 1 9쪽
36 11. 화과산의 손오공 - 2 18.11.23 75 1 6쪽
35 11. 화과산의 손오공 - 1 18.11.09 44 1 8쪽
34 10. 석탄 광산 NO. 5 - 4 18.11.02 63 1 6쪽
33 10. 석탄 광산 NO. 5 - 3 18.10.26 58 1 7쪽
32 10. 석탄 광산 NO. 5 - 2 18.10.19 54 1 8쪽
31 10. 석탄 광산 NO. 5 - 1 18.10.05 78 1 8쪽
30 9. 샌드펜으로 보낸 편지 - 2 18.09.21 51 1 6쪽
29 9. 샌드펜으로 보낸 편지 - 1 18.09.14 81 1 6쪽
28 8. 다크 동맹 vs 브라잇 동맹 - 4 18.09.07 60 1 6쪽
27 8. 다크 동맹 vs 브라잇 동맹 - 3 18.08.31 60 1 8쪽
26 8. 다크 동맹 vs 브라잇 동맹 - 2 18.08.17 58 1 8쪽
25 8. 다크 동맹 vs 브라잇 동맹 - 1 18.08.10 58 1 7쪽
24 7. 옥토스 대령과 보석섬 - 6 18.07.27 66 1 5쪽
23 7. 옥토스 대령과 보석섬 - 5 18.07.20 64 1 7쪽
22 7. 옥토스 대령과 보석섬 - 4 18.07.13 54 1 6쪽
» 7. 옥토스 대령과 보석섬 - 3 18.07.06 75 1 8쪽
20 7. 옥토스 대령과 보석섬 - 2 18.06.29 61 1 5쪽
19 7. 옥토스 대령과 보석섬 - 1 18.06.15 51 1 7쪽
18 6. 믿고 있는 모든 것에 의문을 품어라 - 5 18.06.08 53 1 3쪽
17 6. 믿고 있는 모든 것에 의문을 품어라 - 4 18.06.01 54 1 7쪽
16 6. 믿고 있는 모든 것에 의문을 품어라 - 3 18.05.25 63 1 6쪽
15 6. 믿고 있는 모든 것에 의문을 품어라! - 2 18.05.18 56 1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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