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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ndyHwang 님의 서재입니다.

메리슨폰데캠프의 비밀- 브라잇 동맹 2권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로맨스

완결

CindyHwang
작품등록일 :
2017.12.22 11:03
최근연재일 :
2019.11.22 11:34
연재수 :
7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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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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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
글자수 :
241,822

작성
19.10.11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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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9쪽

17. 돌비 마스터 - 2

DUMMY

돌비 마스터는 임시로 지어진 아담한 나무 창고로 그들을 데리고 갔다. 그 안에는 다양한 도구와 장비들이 차곡차곡 쌓여있었다. 그는 한쪽 구석에 수북이 쌓여있는, 아까 빤빤한 피부의 그 장인이 자랑하던 것과 같은 검은 신발더미 앞으로 다가갔다.


“이것은 개발한 자의 이름을 따서 ‘카무신’ 이라고 부르지유. 이 고무는 특수한 재료들을 섞어 만들었는데 아마 그것에 대해선 잘 알지 못할 거유.

특수한 재료가 뭐냐구유? 바로 달팽이의 끈적거리는 진액, 5년 동안 자라서 말린 끈끈이 풀, 3년 3개월 3일 동안 절벽에서 한 번도 내려온 적이 없는 도마뱀의 발가락, 보름달이 뜨는 밤에 잡은 개미핥기의 혀 등 이지유.

뭐, 재료를 더 첨가하고 싶으면 세상에서 제일 끈끈한 것들을 같이 섞어주면 되유. 고무와 이것들을 잘 섞은 후 신발을 만들고 신 테두리 안쪽에 룬문자로 주문을 적어 넣으면 완성이유.

이걸 신으면 절대 벽에서 떨어지지 않고, 마치 땅 위에 있는 것처럼 편안하게 서 있을 수 있게 되지유. 자, 다들 한번 신어봐유.”


처음에는 조금 커 보이던 카무신을 수진이 신어보자 신발이 저절로 작아지더니 딱 편할 정도의 사이즈로 맞춰졌다. 발을 땅에서 떼어낼 때마다 약간 힘이 들어갔지만 그럭저럭 걸을 만했다. 아이들 모두 카무신을 신은 채 왔다갔다 걸어 다녔다. 그때 신을 유심히 살펴보던 수진이 불쑥 손을 들어 마스터에게 질문했다.


“이것 말이에요. 한국에서 조상님들이 신던 ‘고무신'과 모양이 똑같아요. 지금도 사찰에서 신는다고요.”


“그런가유? 그럼 그들이 우리 것을 모방했나 봐유. 아주아주 오래전부터 우리 장인들은 ‘하하호호히히’를 넘어 세계 방방곡곡으로 건축기술과 석공기술을 전수하러 출장을 떠나기도 했지유.

이집트 기자의 ‘대피라미드’ 짓는 법을 전수해주었고, 멕시코 유카탄 주 욱스말의 ‘마술사의 피라미드’, 음, 그러니까 마야의 전설에 따르면 일명 ‘난쟁이의 집’인 그곳도 우리가 단 하루 만에 건설했지유.

그런데 종종 가지고 간 도구를 장인들이 여기저기 흘리거나 잃어버리지 않겠어유? 아주 환장하겠슈. 꼼꼼히 챙기라고 아무리 해도 말이 씨도 먹히지 않으니 말이어유. 한국도 몇 번 갔을 거구먼유. 분명 덜렁대던 장인이 짐을 챙기다가 거기서 카무신을 잃어버렸던 게 틀림없구먼유. 한국인이 우연히 그것을 발견하고 똑같이 만들어 팔았을 거구먼유.

허나 여기서 명확히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카무신’은 우리 딥언더니아에서 만든 것이 원조(Original)라는 사실이유. 왜냐하면 고무신은 우리 것처럼 천장을 걸어 다닐 수 없을테니까유.”


돌비 마스터는 카무신 신은 발을 벽에 대더니 밟고 올라서기 시작했다. 옆 벽면을 마치 평지라도 되듯 가뿐히 걸어 올라가서는 높은 천장에 거꾸로 매달린 채 아이들에게 어서 오라고 소리쳤다. 그들도 할 수 있다며 아래로 계속 응원을 보냈다.


그러나 그들은 벽 앞에 나란히 서기는 했지만 겁이 나는지 아무도 먼저 나서려 하지 않았다. 천장에서 계속해서 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용기를 갖고 발을 디뎌보슈! 어서유!”


수진이 먼저 카무신 신은 발을 벽에 대어보았다. 우란이 다가와 밑에서 그녀의 등을 잡아주었다. 우란이 손을 빼자 신기하게도 수진은 힘 하나 들이지 않은 채 꼿꼿이 바닥과 평행으로 벽면 위에 서 있었다. 그러자 다른 이들도 용기를 내어 한 발짝씩 발을 내딛기 시작했다.


수진은 우란의 손을 잡아끌었다. 우란은 카할을, 카할은 이안을, 이안은 안젤라를, 안젤라는 허준을, 허준은 티앤을, 티앤은 해마의 손을 잡아당기며 줄을 이루어 벽으로 이끌었다.


그들은 돌비 마스터 옆에 도착하여 천장에 박쥐처럼 거꾸로 매달리게 되었다. 머리카락과 단체복에 달린 리본들이 중력을 받아 아래로 흘러내렸지만 처음 겪는 신기한 경험에 그런 것쯤은 조금도 거추장스럽지 않았다. 그들은 그를 따라 천장을 좀 더 걸으며 적응 훈련을 마친 후에야 반대쪽 벽을 타고 바닥으로 내려왔다.


“비록 신을 신고 있어도 천장에서 작업하는 것은 많은 기술을 필요로 하지유. 그러니 여러분은 이번에 천장 작업을 할 수 없어유.”


그들은 그의 안내를 받아 한 구역으로 따라갔다. 아무도 없는 휑한 공간에 그의 키 만한 바위들이 여기저기에 띄엄띄엄 놓여 있었다. 잠시 후 그는 처음 아이들에게 카무신을 소개했었던, 머리와 수염이 허연 장인을 데리고 와서는 ‘조각의 기초기술’을 가르치도록 시켰다.


장인은 자신이 알고 있는 조각기술 전부를 단 30분 만에 쏟아내느라 숨도 제대로 못 쉬어가며 빠르게 설명을 이어갔다. 혀에 무슨 모터라도 달린 듯 방언을 쏟아내는 것처럼 빠르게 말을 내뱉었다. 그러나 그의 엄청난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들 중 그의 말을 제대로 이해하는 자는 거의 없었다. 다들 그저 어떻게 되겠지 란 생각으로 이 지루한 시간을 견디고 있을 뿐이었다.


그의 설명이 끝난 후 한 사람씩 바위를 배정받았다.


“원하는 작품을 만들어 보슈. 완성된 조각품은 메리슨 폰데 캠프 개최 기념으로 여기 지하 정원에 영원히 전시될 예정이니 성심껏 완성하셔야 해유. 꼬박 이틀을 드릴께유.”


말을 마친 그가 기초기술을 설명해준 장인과 함께 총총걸음으로 사라졌다.


한동안 아이들은 배정받은 바위를 멍하니 쳐다볼 뿐이었다. 곧 결심이 섰는지 카할이 침착한 표정으로 망치와 끌을 들더니 바위를 내리치기 시작했다. 그러자 다른 이들도 망치를 들고 따라 때리었다. 바위의 재질이 그리 단단하지 않았기에 잘 부서졌다. 이틀이면 충분하다고 여겨졌다.


수진은 당당하고 용감한 여전사의 모습을 새기고 싶었다. 그래서 머릿속으로 구상한 스케치를 돌 위에 대충 투영하여 깎아내려갔다. 완성품이 지하 정원에 영원히 전시된다고 하니 자신이 할 수 있는 한 최고의 작품을 만들어내야 했다. 그녀뿐 아니라 모두들 다 같은 생각인 듯, 서로에게 말 한마디 꺼내지 않은 채 열심히 작업에 몰두했다.


그렇게 꼬박 이틀이 지나갔다. 수진은 조각을 하면서 익룡처럼 거대한 학과 무시무시한 개에 대한 기억이 점차 무뎌지고 공포심과 불안이 어느 정도 해소됨을 느끼었다. 마음의 상처가 치유되고 안정을 되찾아갔다. 내색은 안 했지만 이안 역시 비슷한 것 같았다.


드디어 결전의 날이 밝았다. 돌비 마스터가 장인들과 버핏 위원장을 대동하고 작업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아이들이 지난 이틀 동안 잠자는 시간과 식사 시간까지 아껴가며 완성한 작품들을 처음으로 공개하는 자리였다.


여덟 개의 바위들이 황금색 천으로 가려져 있고 아이들은 각자의 작품 앞에 서 있었다. 모두들 만족한 결과물이 나왔는지 보람찬 표정들이었다. 단, 수진만 빼고 말이다. 그녀의 얼굴엔 깊은 좌절과 체념이 가득 떠올라 있었다.


왕허준이 제일 앞줄에서 긴장된 얼굴로 서 있었다.


“먼저 시작하세요.”


마스터의 요청에 그는 자부심 가득한 시선으로 주위를 둘러보며 발표를 시작했다.


“오나시아 왕국의 타이타이 왕을 조각하였습니다. 저의 아버님 되십니다. 그분에게서 뿜어 나오는 영광의 빛줄기가 이곳까지 비추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그가 말을 마치며 천을 밑으로 잡아당기었다. 구슬이 매달린 왕관을 쓴 거대한 체구의 남자가 공작 꼬리털로 만든 부채 든 손을 하늘 높이 뻗으며 포효하고 있었다. 왕관만 없었으면 딱 나무 위의 사람을 잡아먹으려 공격하려는 불곰의 모습이었다. 왕의 옷 표면은 시간이 부족해 미처 완성시키지 못하여 거칠고 엉성했고, 얼굴은 눈코입을 넣지 못해 둥근 계란처럼 뭉뚱그려져 있었다.


하지만 나름 열심히 한 흔적이 역력했기에 마스터를 비롯한 다른 장인들과 아이들은 손뼉을 쳐 주었다. 위원장은 마치 열성팬이라도 되듯 발을 구르며 환호성을 내질렀다.


“토르의 망치로 거인의 두개골을 때리려는 저 자신입니다.”


왕허준의 것과 비교하면 카할의 것은 꽤나 괜찮은 작품이었다. 거인의 정수리 부분과 그 위에 앉아 망치든 손으로 내리치려는 카할의 모습이 마치 당대의 영웅인 것처럼 역동적으로 표현되었다. 마스터가 칭찬을 늘어놓았다. 한 가지 아쉬운 거라면 코 부분을 할 시간이 부족하여 콧대 없이 구멍 2개가 뻥 뚫려 있었다는 점이다.

삽화 3.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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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 18. 위험한 모험을 계획하다 - 2 19.11.01 35 1 9쪽
70 18. 위험한 모험을 계획하다 - 1 19.10.25 34 1 13쪽
69 17. 돌비 마스터 - 3 19.10.18 28 1 6쪽
» 17. 돌비 마스터 - 2 19.10.11 30 1 9쪽
67 17. 돌비 마스터 - 1 19.10.04 41 1 8쪽
66 16. 학을 드디어 보다 - 6 19.08.30 32 1 5쪽
65 16. 학을 드디어 보다 - 5 19.08.23 48 1 8쪽
64 16. 학을 드디어 보다 - 4 19.08.09 33 1 10쪽
63 16. 학을 드디어 보다 - 3 19.07.26 48 1 7쪽
62 16. 학을 드디어 보다 - 2 19.07.19 49 1 11쪽
61 16. 학을 드디어 보다 - 1 19.07.12 36 1 9쪽
60 15. 도둑맞은 토르의 망치 - 9 19.07.05 46 1 11쪽
59 15. 도둑맞은 토르의 망치 - 8 19.06.28 39 1 10쪽
58 15. 도둑맞은 토르의 망치 - 7 19.06.14 39 1 8쪽
57 15. 도둑맞은 토르의 망치 - 6 19.06.07 43 1 10쪽
56 15. 도둑맞은 토르의 망치 - 5 19.05.24 42 1 10쪽
55 15. 도둑맞은 토르의 망치 - 4 19.05.17 39 1 7쪽
54 15. 도둑맞은 토르의 망치 - 3 19.05.10 58 1 7쪽
53 15. 도둑맞은 토르의 망치 - 2 19.05.03 42 1 7쪽
52 15. 도둑맞은 토르의 망치 - 1 19.04.26 59 1 9쪽
51 14. 대장간 박물관 - 5 19.04.12 46 1 10쪽
50 14. 대장간 박물관 - 4 19.04.05 45 1 7쪽
49 14. 대장간 박물관 - 3 19.03.29 40 1 6쪽
48 14. 대장간 박물관 - 2 19.03.22 51 1 6쪽
47 14. 대장간 박물관 - 1 19.03.19 47 1 6쪽
46 13. 아이런 대장간 - 2 19.03.08 62 1 7쪽
45 13. 아이런 대장간 - 1 19.02.22 63 1 7쪽
44 12. 스톰펌 왕과의 아침식사 - 3 19.02.15 61 1 7쪽
43 12. 스톰펌 왕과의 아침식사 - 2 19.01.25 51 1 7쪽
42 12. 스톰펌 왕과의 아침식사 - 1 19.01.18 48 1 8쪽
41 11. 화과산의 손오공 - 7 19.01.11 59 1 4쪽
40 11. 화과산의 손오공 - 6 19.01.04 52 1 8쪽
39 11. 화과산의 손오공 - 5 18.12.28 49 1 8쪽
38 11. 화과산의 손오공 - 4 18.12.21 80 1 8쪽
37 11. 화과산의 손오공 - 3 18.12.14 54 1 9쪽
36 11. 화과산의 손오공 - 2 18.11.23 75 1 6쪽
35 11. 화과산의 손오공 - 1 18.11.09 44 1 8쪽
34 10. 석탄 광산 NO. 5 - 4 18.11.02 63 1 6쪽
33 10. 석탄 광산 NO. 5 - 3 18.10.26 58 1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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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8. 다크 동맹 vs 브라잇 동맹 - 3 18.08.31 60 1 8쪽
26 8. 다크 동맹 vs 브라잇 동맹 - 2 18.08.17 59 1 8쪽
25 8. 다크 동맹 vs 브라잇 동맹 - 1 18.08.10 58 1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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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7. 옥토스 대령과 보석섬 - 5 18.07.20 65 1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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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6. 믿고 있는 모든 것에 의문을 품어라 - 4 18.06.01 54 1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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