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옥토스 대령과 보석섬 - 2
그의 발에서 풀려난 그들은 정말 번개 같은 속도로 일렬로 정렬했다. 해마를 제외한 나머지는 돛새치가 뭔지 알지도 못했지만 지금 그것이 중요한 게 아니었다. '살짝 맛이 간' 정도가 아닌 '완전 돌아버린' 상태일지도 모를 문어의 신경을 거스르지 말아야 했다.
"저 은색 바위가 있는 곳까지 발맞춰 행진한다. 실시!"
그의 발 하나에 들린 호루라기 호령에 맞춰 그들은 행진하기 시작했다. 수진의 발이 계속 틀리자 문어의 인상이 사나워지고 눈이 매서워졌다.
“하나, 둘, 하나, 둘, 발 똑바로 맞춘다. 하나, 둘, 하나...”
가까이 다가가자 바위가 바로 은색 프라이팬이란 것을 알아차렸다. 번쩍이는 은빛 광채를 스스로 품어낼 정도로 새것인 그것은 8명 모두가 탈 수 있는 크기였다.
“제군들은 안으로 재빠르게 들어간다. 실시!”
모두 허겁지겁 프라이팬에 탔다. 대령은 다리의 빨판으로 머리에 쓴 하얀 모자를 찍어 올린 후 다른 다리를 집어넣어 그 안에 숨겨둔 나팔을 꺼내 들었다. 그리고 음정이 전혀 안 맞는 불협화음 멜로디를 짧게 연주하더니 입에서 나팔을 떼자마자 힘차게 오늘의 중요사항을 발표했다. 참가자들의 귀가 쫑긋 섰다.
“지금 제군들이 타고 있는 배의 이름은 ‘살아있는 자들을 위한 안식처’이다. 이름처럼 여러분의 목숨을 지켜줄 유일한 방편이 될 것이니 소중히 다루어야 한다. 알겠나? 오늘 제군들은 나 옥토스 대령의 고도로 훈련된 해군으로 복무할 것이다.
자세한 세부 일정을 알려주겠다. 제군들은 20분 정도 잠수를 한 후 드넓게 펼쳐진 지하 바다를 항해한다. 최종 목적지인 보석섬에 내려 임무를 완성한 후 이곳으로 무사귀환하게 될 것이다. 아주 간단하다. 그럼 출발하기 전에 혹시 있을지도 모를 질문을 받겠다. 질문?”
수진이 제일 먼저 손을 치켜들었다. 그런데 그녀가 "오..." 첫마디를 떼자마자 대령은 인상을 팍 찌푸리더니 다리로 사정없이 수면을 때리며 버럭 했다.
“감히 대령에게 구호도 안 붙이고 질문을 하다니. 이런 기본상식도 없는 것 같으니라고. 당장 물속으로 처박아 통통 불린 다음, 내 입으로 넣고 싶지만 너무 밥맛 떨어지게 생겨 이번은 그냥 넘어가겠다. 딱 한 번만 말할 테니 모두들 귓구멍 파고 잘 들어라.
나에게 말을 하기 위해서는 제일 먼저 똑바로 거수경례를 한 후 “대령님께 충성!”이란 구호를 외쳐야 한다. 용건은 그다음에 말한다. 알겠나?”
수진은 두 번 실수는 절대 안 된다는 심정으로 프라이팬 바닥 위에 똑바로 서서 영화에서 본 것처럼 멋있게 거수경례를 했다. 그리고 큰 목소리로 시원시원하게 외쳤다.
“대령님께 충성! 오늘 일정에서 '무사귀환'이라고 말씀하셨는데 정확히 어떤 의미입니까? 이 항해가 목숨이 달린 아주 위험한 일입니까?”
대령은 그녀가 혹 저지를지도 모를 실수나 버럭질 할 수 있는 꼬투리를 찾으려고 무섭게 노려보았지만 그녀의 질문이 썩 마음에 드는 모양이었다. 찌푸린 인상이 살짝 펴지며 고개를 끄덕이니 머리에 쓴 대령 모자가 따라 흔들거렸다.
“아주 좋은 질문이다. 그렇다. 우리의 목적지는 이 세상에서 가장 깊고 어두운 지하 바다 한가운데에 떠있는 보석섬이다. 그런데 그곳으로 가는 길목에는 지구의 모든 바다와 강들로부터 흘러드는 물이 모여 떨어지는 '배수구'가 위치해있다. 제군들은 그곳을 무사히 건너야 한다. 허나 그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왜냐? 내가 여러분의 배를 직접 들어 옮길 것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배수구를 지나면 점점 물살이 느려지는데 곧 망자들이 지하세계로 내려가는 '망자의 물길'에 도착하게 된다. 내 명령에 따르지 않으면 제군들은 물귀신이 되어 그들과 함께 지하세계로 직행할 수 있다. 목적지인 보석섬 근처엔 가지도 못한 채 그대로 죽을 수 있단 말이다. 그러니 살기 위해서라도 내 명령을 잘 따라야 한다.”
“대령님께 충성! 그 명령이란 도대체 무엇입니까?”
거수경례 후 카할이 잔뜩 굳은 표정으로 진지하게 물었다. 다른 참가자들의 얼굴에도 똑같이 어두운 그늘이 드리워졌다. 캠프가 그리 위험한 줄은 아무도 예상치 못했던 것이다. 자신의 생명이 이 방사능에 오염된 문어의 말에 달렸다니, 모두 숨죽인 채 그의 다음 대답을 기다렸다.
“제군들이여, 잘 들어라. 망자의 질문에 절대 대답하지 말라. 듣지도 말고 말하지도 말라. 그냥 입을 굳게 다물어라. 만약 망자의 질문에 한마디라도 대답한다면 그들이 배안으로 기어들어와 대답한 자의 손을 잡고 저 깊고 어두운 물속으로 끌고 갈 것이다. 저승세계로 향하는 여행의 짝꿍으로 만드는 거다.
망자의 일에 난 전혀 관여할 수 없다는 걸 유념해라. 그러니 너희를 보호할 수도 없지. '예, 아니오'란 대답조차 하지 말고 그냥 바닥에 납작 엎드려있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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