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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ndyHwang 님의 서재입니다.

메리슨폰데캠프의 비밀- 브라잇 동맹 2권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로맨스

완결

CindyHwang
작품등록일 :
2017.12.22 11:03
최근연재일 :
2019.11.22 11:34
연재수 :
74 회
조회수 :
4,183
추천수 :
75
글자수 :
241,822

작성
18.12.14 11:39
조회
53
추천
1
글자
9쪽

11. 화과산의 손오공 - 3

DUMMY

걸어 들어가는 회랑의 양쪽으로 거대한 석상들이 그들을 향하여 나란히 세워져 있었다. 쥐-소-호랑이-토끼-용-뱀-말-양-원숭이-닭-개-돼지 순으로 같은 동물들끼리 서로 마주 보며 서 있었다.

동물들 사이사이에는 불꽃이 켜진 등잔을 대나무 죽도 끝에 얹어놓은 승려상들이 세워져 있었다. 그것들이 모두 지켜보는 가운데 길을 지나가려니 그들의 마음은 이상스레 불편하고 불안해졌다.


회랑이 끝나자 오나시아에서나 주로 볼 수 있는 오각형 모양의 정자 앞에 도착했다. 깊디깊은 지하에 이런 곳이 다 있다니, 그들은 눈으로 직접 목격하면서도 매우 신기해했다.


지붕을 이루고 있는 남색 기왓장 겉면에는 하얀 먹으로 의미를 알 수 없는 고대 한자들이 잔뜩 적혀있었다. 지붕을 받치고 있는 두꺼운 나무기둥들에도 검은 먹으로 쓴 고대 한자들이 세로로 길게 쓰여 있었다.


이안은 한 글자도 이해할 수 없었지만 전체적으로 소름 끼치고 음흉한 느낌이 나는 것으로 보아 고대 오나시아에서 행했던 흑마법주문이지 않을까 추측해보았다.


하지만 정작 그들을 경악시킨 것은 따로 있었으니, 바로 정자 안에서 팔팔 뛰어다니며 퍽퍽 소리를 지르는 커다란 회색 원숭이였다. 그들이 들었던 외침은 바로 이것의 입에서 나온 것이었다. 사람인 줄로 기대했다가 짐승인 것으로 밝혀지자 그들의 얼굴에는 뚜렷한 실망감이 드러났다. 사람을 만나 이곳을 빠져나가는 방법을 물어보려 했던 계획이 증발하면서 장차 어떡해야 할지 그들의 눈앞이 문자 그대로 컴컴해졌다.


게다가 원숭이는 쉬지도 않고 정신없이 날뛰는 것으로 보아 정신도 온전치 않은 것 같았다. 그것의 몸 전체에 난 회색 털과 달리, 허연 털이 복실 거리는 가슴 부분을 훤히 드러낸 노란색 상의와 나풀거리는 노란색 반바지를 입고 있었다. 허리에는 호랑이 가죽을 둘렀다. 원숭이가 급히 달려와 수진의 앞 난간 위로 덥석 올라서서는 그녀에게 마구 손을 흔들며 소란을 피웠다.


“친구, 어서 나 좀 구해줘. 난 정자 밖으로 한 발자국도 나갈 수 없어. 이렇게 살아있는 생물을 본 게 도대체 얼마만인지. 지나가는 개미조차 없었는데 드디어 사람이, 그것도 둘씩이나 나를 구하러 와줬구나. 드디어 됐어. 내 기도가 통한 거야. 제발 나 좀 여기서 꺼내 줘. 제발, 제발!”


다짜고짜 그들에게 이해할 수 없는 말들을 내뱉으며 구해달라고 두 손으로 빌었다가, 불현듯 혼자 무섭게 화를 내며 정자 안을 마구 뛰어다녔다가, 아무리 봐도 미쳐 맛이 간 원숭이가 틀림없는 것 같았다. 그들은 그에게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은 채 정자 주위를 한 바퀴 돌아보았다.

그러자 그도 안에서 그들을 따라 같이 돌았다. 원숭이는 눈물을 흘리며 무릎을 꿇더니 정말로 불쌍하게 애원하기 시작했다. 털이 난 뺨 위로 줄줄 흘러내리는 눈물에 마음이 약해진 수진이 먼저 물었다.


“너는 누구니? 여기 왜 있는 거야?”


“난 손오공이야. 이래 봐도 화과산의 신비스러운 돌 안에서 하늘과 땅의 힘, 해와 달의 정기를 받아 태어났다고. 신비스러운 태생으로 인해 원숭이들의 왕이 되었지. 아주 오래전에, 지금은 기억조차 가물거리는데, 오나시아 반도원의 복숭아를 훔친 죄로 여기에 갇히게 되었어. 쳇, 복숭아 몇 개 훔쳐 먹었을 뿐인데.”


“얼마 동안 갇혀 있었는데?”


“잠깐만, 내가 표시해 둔 데가 있어. 하나, 둘, 셋, 넷···.”


이안의 물음에 손오공은 정자 맞은편으로 재빠르게 달려가더니 나무 난간 위에 손톱으로 긁어 만든 선을 하나 둘 세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 수가 당체 끝이 나지 않는 것이었다. 30분 넘게 걸려서야 드디어 셈이 끝났다.


“.....998

년..........................................................................................................................................................................................................................................................................999년..................................................................................................................................................................................................................................................................1,000년.......1,000년 1,2,3....8, 정확히 1,000년 하고 8개월이야.”


“뭐? 그렇게나 오래 있었단 말이야?”


그들은 도무지 믿기지 않는다는 눈길로 손오공을 바라보며 외쳤다. 그는 다시 울상이 되어 눈물을 뚝뚝 흘리기 시작했다. 마음이 약해진 그녀는 안쓰러운 얼굴로 다시 물었다.


“그럼 1,000년 이상 갇혀 지내면서 구해달라고 계속 이렇게 소리치고 있었던 거야?”


“사실을 말하자면,, 허허, 이거 말해도 되나 몰라. 에잇, 이미 다 어긋난 일인데 이제 와서 무슨 상관이야. 자, 내 말 좀 들어봐. 복숭아를 훔쳐 먹은 죄로 난 1,000년 8개월 전 이곳으로 보내졌어. 이 앞에 도착하니 정자 안에 꼬리가 아홉 개 달린 여우 구미호가 있지 않았겠어?

나를 끌고 온 오나시아 군인이 말하길, 그녀도 나처럼 큰 대역죄를 짓고 이리로 끌려왔는데 이제 그녀는 사면되고 내가 대신 갇혀야 한다는 거야. 얌전히 주어진 임무를 잘 수행하면 1,000년 후에 그녀처럼 풀어줄 거라고.

그래서 난 훔쳐 먹은 죄를 반성하는 마음으로 정말로 열심히 일을 했어. 저기, 커다란 거울 보이지?”


그의 손가락이 가리킨 정자 한가운데 바닥에는 커다란 거울이 산산조각 난 채 부서져 있었다. 거울을 뒤에서 지탱해주던 기다란 청동 받침대는 뒤로 넘어가 바닥에 미끄러져 놓여있었고 그 주위로 잔해들이 널브러져 있었다. 그는 그곳으로 다가가 마치 예전의 온전한 거울을 바라보던 시늉을 내며 말을 이어갔다.


“지금은 이 모양이지만 예전엔 여기 이렇게 멀쩡히 놓여있었어. 이것은 보통 거울이 아니야. 여기서 아주 멀리 떨어져 있는, 지하 얼음 속에 갇힌 마왕 블랙수트를 비춰주는 거울이라고. 블랙수트, 너희들도 알지?


난 매일 매시 매분 매초 이것을 쳐다보며 그를 감시했어. 처음엔 좀 꺼림칙하기도 했었지. 마왕이 눈을 부릅뜬 채 봉인되어서 오히려 거울을 통해 날 항상 감시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거든. 뭐, 몇 달이 지나자 아무렇지 않았지만. 어쨌든 난 게으름 피우지 않고 정말 열심히 일했어.


그런데 한 8개월 전,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 터져버렸어. 그날도 어느 때처럼 거울을 통해 마왕을 지켜보고 있었는데, 아, 다시 생각하기도 싫어. 하지만 너희에게는 설명을 해줘야겠지.


그의 머리를 덮고 있는 얼음 위로 갑자기 빨간색 액체가 떨어져 흘러내리는 거야. 얼음이 녹기 시작했어. 완전히 녹아내리고, 아 끔찍해.

잠시 후 마왕의 부릅뜬 두 눈이 스르륵 감겼지. 그리고 눈을 번쩍 뜨며 앉은 자세에서 천천히 일어났어. 브라잇동맹사에 손을 얹고 맹세하건대, 이때 난 너무 놀라서 거의 졸도할 뻔했다고. 정말이야! 혹시 꿈을 꾸고 있나 싶어 눈을 세게 비비고 다시 거울을 바라보았지.


아뿔싸, 그는 없었어, 사라진 거야. 내 인생에서 그때만큼 소름 끼친 적은 없었어. 당황한 나는 거울의 각도를 이리저리 돌려가며 구석구석 비춰보았는데 아무 데도 없는 거야. 계속 뚫어져라 찾는데, 찾고 있는데 앗, 갑자기 그의 얼굴이 거울 전체에 확 비춰서는 나를 빤히 쳐다보는 거야. 그는 윙크까지 했어.


"아아악!"


공포에 질린 나는 비명을 지르며 얼른 몸을 뒤로 내뺐지. 그러자 거울에 스르륵 금이 가더니 이렇게 산산조각 나 버렸어.”

삽화 3.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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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 18. 위험한 모험을 계획하다 - 1 19.10.25 34 1 13쪽
69 17. 돌비 마스터 - 3 19.10.18 28 1 6쪽
68 17. 돌비 마스터 - 2 19.10.11 29 1 9쪽
67 17. 돌비 마스터 - 1 19.10.04 41 1 8쪽
66 16. 학을 드디어 보다 - 6 19.08.30 31 1 5쪽
65 16. 학을 드디어 보다 - 5 19.08.23 48 1 8쪽
64 16. 학을 드디어 보다 - 4 19.08.09 33 1 10쪽
63 16. 학을 드디어 보다 - 3 19.07.26 48 1 7쪽
62 16. 학을 드디어 보다 - 2 19.07.19 48 1 11쪽
61 16. 학을 드디어 보다 - 1 19.07.12 36 1 9쪽
60 15. 도둑맞은 토르의 망치 - 9 19.07.05 46 1 11쪽
59 15. 도둑맞은 토르의 망치 - 8 19.06.28 39 1 10쪽
58 15. 도둑맞은 토르의 망치 - 7 19.06.14 39 1 8쪽
57 15. 도둑맞은 토르의 망치 - 6 19.06.07 42 1 10쪽
56 15. 도둑맞은 토르의 망치 - 5 19.05.24 42 1 10쪽
55 15. 도둑맞은 토르의 망치 - 4 19.05.17 39 1 7쪽
54 15. 도둑맞은 토르의 망치 - 3 19.05.10 58 1 7쪽
53 15. 도둑맞은 토르의 망치 - 2 19.05.03 42 1 7쪽
52 15. 도둑맞은 토르의 망치 - 1 19.04.26 59 1 9쪽
51 14. 대장간 박물관 - 5 19.04.12 46 1 10쪽
50 14. 대장간 박물관 - 4 19.04.05 45 1 7쪽
49 14. 대장간 박물관 - 3 19.03.29 40 1 6쪽
48 14. 대장간 박물관 - 2 19.03.22 51 1 6쪽
47 14. 대장간 박물관 - 1 19.03.19 47 1 6쪽
46 13. 아이런 대장간 - 2 19.03.08 61 1 7쪽
45 13. 아이런 대장간 - 1 19.02.22 63 1 7쪽
44 12. 스톰펌 왕과의 아침식사 - 3 19.02.15 61 1 7쪽
43 12. 스톰펌 왕과의 아침식사 - 2 19.01.25 50 1 7쪽
42 12. 스톰펌 왕과의 아침식사 - 1 19.01.18 48 1 8쪽
41 11. 화과산의 손오공 - 7 19.01.11 59 1 4쪽
40 11. 화과산의 손오공 - 6 19.01.04 52 1 8쪽
39 11. 화과산의 손오공 - 5 18.12.28 49 1 8쪽
38 11. 화과산의 손오공 - 4 18.12.21 80 1 8쪽
» 11. 화과산의 손오공 - 3 18.12.14 54 1 9쪽
36 11. 화과산의 손오공 - 2 18.11.23 75 1 6쪽
35 11. 화과산의 손오공 - 1 18.11.09 44 1 8쪽
34 10. 석탄 광산 NO. 5 - 4 18.11.02 63 1 6쪽
33 10. 석탄 광산 NO. 5 - 3 18.10.26 58 1 7쪽
32 10. 석탄 광산 NO. 5 - 2 18.10.19 54 1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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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7. 옥토스 대령과 보석섬 - 6 18.07.27 66 1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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