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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ndyHwang 님의 서재입니다.

메리슨폰데캠프의 비밀- 브라잇 동맹 2권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로맨스

완결

CindyHwang
작품등록일 :
2017.12.22 11:03
최근연재일 :
2019.11.22 11:34
연재수 :
74 회
조회수 :
4,231
추천수 :
75
글자수 :
241,822

작성
19.01.18 14:48
조회
48
추천
1
글자
8쪽

12. 스톰펌 왕과의 아침식사 - 1

DUMMY

다음날 아침, 위원장의 평가에 따르면 한껏 품위를 차린 이안과 수진은 소금궁전으로 향하였다. 검은 정장에 나비넥타이를 맨 이안은 굉장히 멋있어 보였다. 수진 역시 연둣빛의 발목까지 내려오는 롱드레스를 입었는데, 여태껏 입어본 옷들 중 가장 레이스가 많이 달려 화려했지만 꽉 끼는 상의 때문에 숨쉬기가 좀 힘들었다.


궁 앞에 도착하자 기다리고 있던 병사가 안으로 안내해주었다. 그는 두꺼운 철갑옷을 두르고 머리 위에 두 개의 작은 뿔이 난 투구를 쓰고 있었다.


소금궁전 내부의 천장과 벽은 외부와 마찬가지로 온통 하얀색이었다. 거기에는 딥언더니아의 눈부신 역사적 장면들이 세밀하고 생동감 있게 조각과 부조로 구현되어 있었다.


특히, 천장을 받치고 있는 높은기둥들에는 무거운 지붕을 양쪽 어깨에 짊어진 거인들이 생생하게 조각되어 있었다. 수진은 기둥 옆을 지나치면서 슬그머니 거인의 발등 부분을 만져보았다. 아주 매끄러운 것이 마치 처음부터 그렇게 생겨난 바위처럼 느껴졌다.


그들은 긴 복도로 들어섰다. 그러나 그곳은 이전과는 완전 딴판이었다. 마치 숲 속에 들어온 듯 자연을 강렬하고 다채롭게 채색한 그림들이 벽면과 천장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화사한 색채들의 향연이었다. 태양과 푸른 하늘, 어디에서도 보지 못한 희귀한 동식물들, 강, 호수, 뾰족한 꼭대기 정상에 눈이 쌓여있는 만년설과 날카롭게 깎아 들어가는 산맥이 굽이굽이 드넓게 펼쳐져 있었다.


그들이 지나감에 따라 그림들이 마치 따라오는 것 같은 착시현상도 느껴졌다. 지하에서 며칠을 생활하던 수진은 오랜만에 자연으로 나온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아졌다. 이안 역시 겉으로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딥언더니아의 놀라운 석공 기술과 예술성에 적잖이 감탄하는 중이었다.


다만 중간중간 보초를 서는 병사들이 그들을 향해 내비치는 험상궂은 표정에 좀 마음이 불편할 뿐이었다. 줄이 팽팽히 당겨진 것 같은 긴장감이 공기에 잔뜩 섞여있었다. 수진조차 그것을 느꼈는지 아주 작은 소리로 이안에게 물었다.


“왜 저렇게 우리를 째려보는 거야? 우린 그저 손님인데.”


“그렇게. 어쨌든 성을 나갈 때까지 꼭 내 옆에만 붙어있어. 혼자 다니지 말고.”


이윽고 병사가 한 문 앞에서 멈춰 섰다. 아이들이 안으로 들어가는 동안 그는 같이 들어가지 않고 밖에 남아있었다. 그곳은 작고 아담한 방이었다. 하얀 벽면에는 왕관을 쓰거나 갑옷을 입은 용맹스러운 딥언더니아인의 식사 장면을 그린 그림들이 배열 없이 아무 데나 붙어있었다. 방 중간에는 둥근 식탁이 놓여있었는데 훌륭한 아침식사가 벌써 가득 차려져 있었다.


바삭 튀긴 베이컨과 김이 모락모락 나는 수프 냄비, 막 구운 신선한 옥수수빵, 얇게 저며 꿀을 바른 쥐 바비큐 냄새는 그녀의 식욕을 더욱더 돋게 만들었다. 먹음직스러운 호박파이와 옥수수 버터구이, 그 외에 처음 보는 파이들과 쿠키는 식탁을 더욱 풍성하게 장식하였다.


그녀는 여기 있는 음식만으로 혼자 일주일은 거뜬히 지낼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되었다. 그러나 이안은 자신이 먹을 수 없는 것들이라 그런지 음식은 본체만체하며 의자에 얌전히 앉았다. 그의 앞으로 붉은 액체가 가득 든 아름다운 크리스털 잔이 놓여있었다.


그녀는 그의 맞은편에 얌전히 앉았다. 아직 왕이 도착하지 않았기에 올 때까지 기다려야만 했다.

식탁에는 총 3개의 의자가 놓여 있었다. 남아있는 의자가 둘이 앉은 것보다 좀 더 높고 등받이와 팔걸이가 황금으로 되어있기에 딱 보기에도 왕을 위한 자리임을 알 수 있었다.


갑자기 문 밖에서 나팔소리가 들려왔다. 동시에 문이 안으로 활짝 열리며 키는 작지만 우람한 근육질 체구의 스톰펌 왕이 쿵쿵거리는 발걸음으로 씩씩하게 들어왔다. 따라 들어오려는 병사들을 손으로 저지하고 씩씩 숨소리가 섞인 거친 어투로 명령했다.


“식사하는데 보호는 필요 없어. 필요하면 부를 테니 밖에서 대기하고 있어.”


말을 다 끝내지도 않았는데 그가 문을 세게 쾅 닫아버렸다. 그의 우락부락한 얼굴과 거침없는 태도에 앉아있던 그들은 벌떡 의자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어젯밤 위원장에게서 귀에 딱지가 앉도록 배운 인사예절로, 고개를 90도로 숙여 예의를 표하자 그는 손을 마구 흔들며 사양해댔다.


“거, 부담스러워하지 말고 얼른 앉으라고. 나도 빨리 앉을 테니. 편하게, 그냥 나처럼 편히 앉아.”


구부정하게 황금 의자에 앉은 그의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벽에 부딪쳐 메아리쳐 돌아오자 그들의 귀가 얼얼했다. 그들은 캠프 개막식에서 본 왕이 지금 앞에 있는 자와 동일인물인지 솔직히 믿기 힘들었다.


황금 왕관 밑으로 제멋대로 튀어나온 붉은 곱슬머리가 등 뒤로 길게 늘어뜨려져 있었는데 과연 며칠간 빗질을 한 번이라도 하긴 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마구 엉켜있었다. 오늘따라 험상궂어 보이는 그의 얼굴 한가운데 위치한 코끝은 매우 빨갛고 뭉툭했다. 입 아래 달린 붉은 수염은 느슨하게 따서 가슴 앞으로 내렸는데 그 위로 과자와 빵 부스러기 같은 것들이 많이 붙어있었다. 아마 개막식에서는 최대한 단장을 하고 나오셨나 보다.


검은 눈동자 간간히 초록색이 감도는 두 눈을 그들에게 고정한 채 왕은 손으로 쿠키 여러 개를 집어 입속에 쳐 넣었다. 다 씹어 먹고 나서야 시선을 음식으로 돌리던 그의 눈에 불현듯 벼락이 내비쳤다. 그리고 주먹으로 식탁을 쾅 내리치며 문을 향해 으르렁거렸다. 순간 호박파이를 집으려던 수진이 깜짝 놀라 빈손을 도로 잡아당겼다.


“이놈들아, 여기 맥주가 없잖아. 맥주 없이 어떻게 밥을 먹으라는 거야?”


밖에서 알겠다는 대답이 들려온 지 단 15초 만에 하얀 거품이 싹 올려져 있는, 은으로 만든 생맥주 2잔이 왕 앞에 대령되었다. 이제 모든 게 맘에 드는지 맥주를 입에 대고 게걸스럽게 마시는데 한 번에 잔의 3분의 1이 비워졌다. 맥주잔을 식탁 위에 탕 내려놓자 다른 음식 접시들이 살짝 허공에 떠오르다 떨어졌다.


왕이 식사를 시작했다. 이건 뭐 대식가도 그런 대식가가 없을 정도였다. 쓰레기처럼 시커먼 봉투를 닮은 그의 입안으로 음식들이 마구 쳐 넣어졌다.

수진은 음식을 집는 그의 손과 부딪치지 않도록 조심하느라 맛있는 음식들을 앞에 두고도 마음 편히 먹지 못하였다.

이안 역시 고개를 내린 채 액체를 마시기도 하고 크리스털 잔을 괜히 쓰다듬기도 하는 등 딴 짓을 피웠다. 그러다 우연히 고개를 들었는데 막 옥수수 버터구이를 끝낸 손가락을 빨던 왕의 이글거리는 눈동자와 딱 마주쳤다. 순간 그의 등으로 강한 전류가 흐르는 듯 따끔했다.


“식사가 모자라면 더 가져오라 하지. 한잔 더 하겠나?”


그가 고개를 끄덕이자 왕이 문에 대고 피 한잔과 맥주 두 잔을 더 주문했다. 들어온 맥주 두 잔까지 다 마시자 왕의 배는 엄청 튀어나와 있었다. 곧 그가 트림을 해댔는데 그 소리가 목소리만큼이나 우렁찼다.


이안이 살짝 인상을 찌푸렸지만 왕은 전혀 눈치 채지 못한 듯 보였다. 아니 모르는 체 하는 것일 수도 있었다. 수진은 더 이상 먹고 싶은 욕구가 완전히 사라져 버려 어서 끝나서 떠나기만을 속으로 바라는 중이었다. 왕은 옆에 가지런히 놓인 냅킨을 확 펼쳐 입과 수염에 붙은 음식물을 대충 닦고는 바닥으로 내던졌다.


다시 트림을 요란스레 마친 그가 입을 열었다.


“식사를 대충 끝낸 것 같으니 이제 편안히 이야기나 나눠볼까?”

삽화 3.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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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 17. 돌비 마스터 - 3 19.10.18 29 1 6쪽
68 17. 돌비 마스터 - 2 19.10.11 30 1 9쪽
67 17. 돌비 마스터 - 1 19.10.04 42 1 8쪽
66 16. 학을 드디어 보다 - 6 19.08.30 32 1 5쪽
65 16. 학을 드디어 보다 - 5 19.08.23 49 1 8쪽
64 16. 학을 드디어 보다 - 4 19.08.09 33 1 10쪽
63 16. 학을 드디어 보다 - 3 19.07.26 48 1 7쪽
62 16. 학을 드디어 보다 - 2 19.07.19 49 1 11쪽
61 16. 학을 드디어 보다 - 1 19.07.12 36 1 9쪽
60 15. 도둑맞은 토르의 망치 - 9 19.07.05 47 1 11쪽
59 15. 도둑맞은 토르의 망치 - 8 19.06.28 39 1 10쪽
58 15. 도둑맞은 토르의 망치 - 7 19.06.14 40 1 8쪽
57 15. 도둑맞은 토르의 망치 - 6 19.06.07 43 1 10쪽
56 15. 도둑맞은 토르의 망치 - 5 19.05.24 43 1 10쪽
55 15. 도둑맞은 토르의 망치 - 4 19.05.17 39 1 7쪽
54 15. 도둑맞은 토르의 망치 - 3 19.05.10 59 1 7쪽
53 15. 도둑맞은 토르의 망치 - 2 19.05.03 43 1 7쪽
52 15. 도둑맞은 토르의 망치 - 1 19.04.26 60 1 9쪽
51 14. 대장간 박물관 - 5 19.04.12 46 1 10쪽
50 14. 대장간 박물관 - 4 19.04.05 46 1 7쪽
49 14. 대장간 박물관 - 3 19.03.29 41 1 6쪽
48 14. 대장간 박물관 - 2 19.03.22 51 1 6쪽
47 14. 대장간 박물관 - 1 19.03.19 47 1 6쪽
46 13. 아이런 대장간 - 2 19.03.08 62 1 7쪽
45 13. 아이런 대장간 - 1 19.02.22 64 1 7쪽
44 12. 스톰펌 왕과의 아침식사 - 3 19.02.15 62 1 7쪽
43 12. 스톰펌 왕과의 아침식사 - 2 19.01.25 51 1 7쪽
» 12. 스톰펌 왕과의 아침식사 - 1 19.01.18 49 1 8쪽
41 11. 화과산의 손오공 - 7 19.01.11 59 1 4쪽
40 11. 화과산의 손오공 - 6 19.01.04 53 1 8쪽
39 11. 화과산의 손오공 - 5 18.12.28 49 1 8쪽
38 11. 화과산의 손오공 - 4 18.12.21 81 1 8쪽
37 11. 화과산의 손오공 - 3 18.12.14 55 1 9쪽
36 11. 화과산의 손오공 - 2 18.11.23 76 1 6쪽
35 11. 화과산의 손오공 - 1 18.11.09 45 1 8쪽
34 10. 석탄 광산 NO. 5 - 4 18.11.02 64 1 6쪽
33 10. 석탄 광산 NO. 5 - 3 18.10.26 59 1 7쪽
32 10. 석탄 광산 NO. 5 - 2 18.10.19 55 1 8쪽
31 10. 석탄 광산 NO. 5 - 1 18.10.05 78 1 8쪽
30 9. 샌드펜으로 보낸 편지 - 2 18.09.21 52 1 6쪽
29 9. 샌드펜으로 보낸 편지 - 1 18.09.14 83 1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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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8. 다크 동맹 vs 브라잇 동맹 - 2 18.08.17 59 1 8쪽
25 8. 다크 동맹 vs 브라잇 동맹 - 1 18.08.10 59 1 7쪽
24 7. 옥토스 대령과 보석섬 - 6 18.07.27 67 1 5쪽
23 7. 옥토스 대령과 보석섬 - 5 18.07.20 65 1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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