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비오는 밤(1)
이 글의 인물과 장소는 픽션입니다.
“반장님! 이쪽입니다!”
수사반장은 현장에 있던 형사의 외침을 듣고 그곳으로 갔다.
침대 위에는 남녀가 총에 맞아 살해된 채 누워있었다.
“누군가? 신원조회가 됐나?”
“조직의 두목과 그 애인입니다.”
“으음. 그게 다인가?”
“이리 오십시오. 이 모텔의 실내 CCTV에 범인이 촬영되어 있습니다.”
“범인이!”
실내 CCTV에는 두목과 애인이 정사를 나누는 모습이 촬영되어 있었다.
그렇게 30분의 시간이 흐른 뒤 누군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복면을 쓰고 손에는 권총을 든 범인.
조직의 두목이 베개 밑에 숨겨둔 우지 기관단총을 꺼내 들어 쏘려고 한다.
총구에서 불이 두 번 번쩍이고 조직의 두목과 애인이 쓰러졌다.
범인은 다가와 다시 한번 두목과 애인의 머리에 총을 쏘아 확인 사살.
“범인은 하나군.”
“끝이 아닙니다! 계속 보십시오!”
“응?”
계속되는 실내 CCTV의 어두운 화면 속에서 범인이 복면을 벗는다.
긴 머리.
긴 머리의 범인이 어디론가 전화를 한다.
스마트폰의 화면이 밝게 빛나 실내 CCTV의 화면에 비추어졌다.
수사반장의 눈이 커졌다.
어두운 화면이지만 확인할 수 있었다.
화면을 확대한다면 저 스마트폰의 전화번호가 보일 것이다.
그리고 범인이 여자인 것을 윤곽선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사건을 맡은 형사에게 말하는 수사반장.
“자네 이 실내 CCTV 녹화 화면을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지는 않았겠지?”
“반장님이 처음이십니다.”
“절대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지 말게. 감식반에 넘길 것이니.”
“네. 반장님.”
*****
“여기는 순찰 5조. 한강 변에는 용의자와 인상착의가 비슷한 사람은 없습니다!!”
“순찰 8조. 이상 무! 용의자의 인상착의와 같은 사람 없음!!”
“17조입니다! 불법 총기를 소지한 혐의로 5명 체포! 현재 연행 중! 용의자와는 인상착의가 다릅니다!”
경찰들의 무전기에서 나온 전파가 서울의 밤하늘을 제비처럼 날아다녔다.
서울 시민들은 근래에 보이지 않던 경찰 순찰차의 대규모 순찰에 많이들 신경을 썼다.
한강에는 경찰 순시선이 돌아다니고 조금이라도 큰 도로에서는 어떤 차량도 검문을 피할 수 없었다.
거기다 검문 때문에 길이 막힌 것을 항의하자 기다려보라는 말만을 되풀이했다.
길 한쪽에는 전경들이 서서 대기하고 있는 것을 온종일 볼 수 있었다.
“대체 무슨 일이야???”
“강도나 폭력 사건이겠지. 아니면 살인사건이나······.”
“근래에 검문이 시작됐는데······.”
“무슨 일인지는 몰라도 상당히 불편해!!”
“혹시 빨치산인가? 아니면 테러???”
이곳은 유흥가.
정자추가 그 거리를 걷고 있다.
그는 걸으면서 무엇인가를 생각하는 듯했다.
정자추는 술집의 호객행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그대로 지나쳐 갔다.
그는 골목에 있는 바 형태의 술집에 들어갔다.
그가 들어가자 바텐더가 브랜디 한 컵을 내주었다.
정자추가 이곳에 자주 오는지 웃음도 띠는 바텐더.
바에는 전자오락실의 오락기가 설치되어있었다.
많은 손님이 그 오락기 앞에서 게임을 하고 있었다.
100원짜리 동전을 넣고 하는 그 오락기는 각종 슈팅과 액션, 퍼즐, 퀴즈 게임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지금 보면 추억이 돋게 꾸며져 있었다.
정자추도 해봤는데 동그란 공이 긴 장벽에 부딪혀 그 부분을 깨 내는 게임은 어린 시절을 생각나게 하기에 충분했다.
긴 광선과 여러 발의 총알이 날아가 위나 옆에 있는 외계인의 우주선과 전투기를 박살 내는 게임도 그 당시에는 매우 재미가 있는 게임.
[삐용!! 삐용!!]
[뿅뿅뿅!!!]
[삥삥삥!!!]
[디요!! 디요!!]
전자오락실의 오락기의 그리운 소리가 바 안에 울려 퍼졌다.
바텐더가 브랜디를 앞에 놓고 생각에 잠긴 듯이 눈을 감고 있는 정자추에게 말했다.
“손님도 그리우시죠! 저 시절은······. 저도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걱정도 없었지요. 어른들이야 걱정이 많으셨겠지만······. 이제 그때의 어른들 나이가 돼서 생활에 쫓기다 보니 저것을 가지고 놀던 시절을 잊고 있었지요.”
바텐더가 다른 손님에게 소주를 따라준다.
“맛있게 드십시오!”
다시 정자추가 있는 곳으로 온 바텐더.
“저 오락기는 사실 부모님이 돌아가신 후 가지고 온 겁니다. 부모님이 아셨다면 공부 안 하던 때를 생각하냐며 난리가 났겠지요. 부모님은 제가 공부를 못해서 여기 바를 경영하는 줄 아세요. 남들처럼 회사의 셀러리맨이 되지 못한 자식을 못마땅하고 불쌍히 여기셨지요.”
“여기 소주 한 잔 더 주세요!”
“네. 손님.”
바텐더가 소주병을 기울여 작은 잔에 술을 따랐다.
[또르르.]
손님은 말린 오징어를 안주로 하고 바텐더가 따라준 소주를 살짝 기울여 맛보면서 마셨다.
다시 정자추에게 간 바텐더.
“손님도 단골이시니까 아시겠지만 여기는 전자오락실 같은 분위기 때문에 찾으시는 분들이 많으십니다. 이제는 전자오락을 어떻게 하시는지 모르시는 분들도 오시지요. 그런 분들은 그냥 구경만 하시는데 그래도 즐거우신가 봅니다.”
[딸랑!!]
바의 문이 열리며 손님이 한 사람 더 들어왔다.
그는 바텐더가 있는 자리에 앉아 위스키를 주문했다.
“손님. 괜찮으시겠습니까? 이미 취하신 것 같은데?”
“아! 괜찮아요! 이렇게 말도 똑바로 하지 않소.”
손님이 위스키를 재촉하니 바텐더가 위스키를 컵에 따라주었다.
한 번에 마시는 손님.
[탁.]
“한 잔 더!”
바텐더는 술잔을 위스키로 채웠다.
“자동차를 운전하시는 것은 아니 시겠지요?”
“염려 마시오! 자동차가 아예 없으니! 하하하!”
“네?”
바텐더가 의문을 표할 때였다.
들어오고 있는 손님 한 명.
여자 손님이었다.
여자 손님은 바의 실내를 둘러보더니 감탄한 듯이 눈을 빛냈다.
바텐더가 물었다.
“어떤 것을 원하십니까? 음료수를 드릴까요?”
“아, 아뇨······. 맥주를 주세요. 얼음을 넣어서.”
여자 손님은 자리에 앉았다.
그때 전자오락을 하는 사람들의 고함이 들려왔다.
“아! 이런! 너 때문이야!!”
“그게 왜 나 때문이야?”
“네가 팔꿈치로 날 건드렸잖아!!”
“닿지 않았어!!”
“느낌이 있었는데! 야. 빨리 동전 줘!!”
“없어! 임마!”
“뭐?! 뭣!! 야! 치사하게 이럴래!!”
“네가 더 치사하지! 메롱 이다! 임마!!”
고함소리가 큰 것에 놀라 여자 손님이 그쪽을 돌아보는 것을 본 바텐더.
“신경 쓰지 마세요. 진짜 게임을 한 가닥 한다는 유저는 자기 실수를 외부의 원인에서 찾지 않습니다.”
바텐더가 얼음을 담은 맥주를 여자 손님의 앞에 놓았다.
그녀는 맥주잔을 집어 들고 홀짝거리며 마시려 했다.
그때.
[딸랑!! 딸랑!!]
다시 문이 열리고 손님들이 들어왔다.
바 안의 손님들의 눈이 그자들에게 쏠렸다.
분위기가 차갑고 험상궂은 인상이었다.
그자들은 바 안을 살피다가 정자추를 발견하고는 그쪽으로 걸어갔다.
자기에게 오는 것을 알고도 침묵을 지키는 정자추.
“주민등록증을 보여주시겠습니까?”
그 손님들은 형사였다.
선작-칭찬-댓글은 작가에게 힘이 됩니다.~^^
-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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