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용의자(1)
이 글의 인물과 장소는 픽션입니다.
맑은 바다.
무수한 바나나 나무.
바람이 바다 쪽에서 시원하게 불고 밝은 햇살이 내리쬐는 해변.
넓은 해변에는 많은 피서객이 더위를 즐기고 있었다.
해변의 모래사장에서 돗자리를 깔고 눕거나 엎드려 일광욕하는 사람들.
피서객들은 햇볕을 쬐며 이야기를 나누고 차가운 음료수에 과일즙을 담은 탄산수를 마셨다.
해변 여기저기에는 하얗고 둥근 탁자와 파라솔을 꽂아 놓은 채 간이식 의자가 보였다.
바닷가에는 간이식 의자를 펴서 누울 수 있는 모양으로 만들고 침대처럼 거기에 누워 더위를 즐기고 있는 사람들이 널려 있었다.
그중에서 어느 파라솔.
파라솔의 그림자 아래에는 한 중년의 남자가 수건으로 몸의 물기를 닦고 있었다.
“어험! 흡. 흐흡.”
가볍게 몸을 푸는 운동을 한 그는 그대로 침대형 간이 의자에 누웠다.
그는 파라솔 아래에서 컵 가장자리에 오렌지 토막이 꽂혀있는 와인이 들어있는 잔을 탁자에서 들어 올렸다.
“커~어~!! 좋다~!”
그는 와인이 담긴 잔을 다시 파라솔 밑의 탁자에 내려놓았다.
“대표니~임! 이것 좀 드세요~ 아~앙~”
대표라 불린 중년 남자가 옆에 있는 애인이 주는 과일을 입안에 넣고 먹었다.
[와사사삭! 와삭!]
“와하하! 맛있군!”
“호호! 그러세요! 대표님!”
“하나 더 줘봐!”
“네~ 여기 있어요~”
애인이 대표에게 배를 썰어 그중 하나를 포크에 끼워 주었다.
배 껍질이 길게 여러 겹 쌓였다.
대표가 포크를 받아 배 조각을 먹었다.
“과연! 고급 배가 틀림없군. 이렇게 맛이 좋다니!”
[아삭아삭!]
“음······. 역시 맛이 좋아!”
“그럼요! 여기는 제주도잖아요. 오염된 도시에서 생산되는 것보다 시골의 맑은 공기를 접촉하며 자라는 과일이 더 좋지요! 호호호!”
“으하하하! 그렇지! 그렇지! 그게 내가 서울로 가지 않는 이유 중 하나야!! 으하하하!!!”
크게 웃고 나서 계속 입으로 배를 가져가는 차마당 대표.
그는 제주도에서 유명한 자였다.
특히 국세청에서 주목했다.
차마당 대표는 많은 탈세를 저질렀고 다른 회사의 탈세에도 관여한 것으로 국세청 기업 탈세 조사위원회에 조사되어 있었다.
더구나 탈세 기술까지 전수한다는 소문이 돌아 국세청은 제주도에서 늘어나는 조직적 탈세에 머리가 아팠다.
[딩동댕! 딩동댕! 딩동댕!]
차마당 대표의 스마트폰이 신호음을 내며 울렸다.
맛있는 과일을 먹은 차마당 대표가 입가의 냅킨으로 닦으며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차마당 대표입니다.”
“안녕하십니까? 대표님! 저 이 사장입니다! 하하하!”
“오! 이 사장님! 안녕하십니까? 하하하!”
“제가 차 대표님이 불철주야 일만 하시고 잠시 쉬시느라 바쁘실 때 죄송스런 마음을 무릅쓰고 전화를 드린 것은 다름이 아니라······.”
“네······. 네······. 아! 네······. 그럴 때는 본인에게 주지 말고 가족에게 주세요. 그러면 못 이기는 척하고 받습니다. 가족이 본인이 거절하는 것을 말리거든요. 그리고 만난 가족에게 좋은 인상을 주세요. 더욱 효과가 좋습니다. 하하하!”
“아! 그렇군요! 역시 차 대표님의 조언은 언제 들어도 진리의 말씀이십니다! 하하하! 정말 고맙습니다. 저도 한시름 놓을 수 있겠군요. 감사합니다!”
“하하하! 아닙니다. 이 사장님! 그런 일이 있으시면 언제든지 전화해 주세요. 저는 언제나 기다리고 있습니다! 하하하!”
“네. 감사합니다. 그럼.”
통화가 종료되자 스마트폰을 내려놓는 차마당 대표.
“흐흐흐. 또 한 건 했군. 이번에는 얼마가 입금될까?”
“어머~ 또 남을 도왔구나.”
“그래. 또 도왔지. 나는 인정이 많거든. 하하하!”
“그래서 이번에는 뭘 도운 거야? 얼마나 들어와?”
“아이고 우리 이쁜이~ 뭘 그렇게 알고 싶어 하나?~”
“호호호! 자기가 나날이 발전하는 모습을 보이니까 기대가 돼서 하는 말이야.”
“그래! 칭찬을 들으니 기분 좋은데. 하하하!”
차마당 대표는 애인의 말에 기분 좋은 웃음을 웃었다.
하지만 애인이 보기에는 느끼한 웃음이었다.
‘아이고. 언제까지 저 웃음을 봐야 하지. 더 느끼해진 것 같네.’
애인은 차마당 대표의 웃는 모습을 바라보며 마주 웃음 지었다.
‘그래! 이것도 일이다! 일! 참자!’
애인은 유혹적인 웃음으로 얼굴을 치장하며 말했다.
차마당 대표의 눈이 휘둥그레지며 침을 꿀꺽 삼키며 애인의 비키니 수영복이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호호호! 우리 대표님이 잘되기를 바라야지!”
“그, 그래. 알았어. 이번에 이 사장에게 답례금이 들어오면 저번에 하고 싶다던 커피숍을 내주지!”
“어머! 그래요! 호호호! 우리 차 대표님은 통도 크셔라! 호호호!”
애인의 웃음에 차마당 대표는 몹시 기뻤다.
그는 누워있던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애인에게 키스했다.
둘의 입맞춤은 진했다.
주변으로 지나가던 피서객들이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기도 했다.
“하하! 저것 봐! 저것 봐! 대낮에 뽀뽀하고 있어!”
“뭘. 흔한 장면인데.”
“물론 사람들이 많이 키스한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저렇게 진하게 하는 건 처음 봐서 그래!”
차마당 대표와 애인의 키스가 끝났다.
애인은 차 대표의 빈 와인 잔에 와인을 따라주었다.
그리고 자신의 와인 잔에도 고급 와인을 따랐다.
와인이 가득 차올랐다.
차마당 대표가 코를 대고 와인의 향기를 음미했다.
더위로 흐려진 정신이 맑아질 정도로 좋은 향기.
“흐으음······. 하~ 냄새가 좋군.”
“호호호! 그렇죠! 호호호!”
둘은 건배를 하고 와인을 음미했다.
다시 와인 잔이 채워졌다.
차마당 대표는 와인 잔을 든 채 침대형 간이 의자에 몸을 뉘었다.
햇빛이 바닷물에 반사되어 차마당 대표의 눈에 들어왔다.
‘햇볕이 강렬하군. 미국 플로리다 해변의 햇볕 같아!’
이렇게 생각하며 눈을 감으려는 차마당 대표.
그때 대표의 눈에 강렬한 빛이 보였다.
저 멀리에 있는 한 점의 빛.
차 대표는 눈이 부셨다.
‘무슨 빛이지?’
차마당 대표는 눈을 찡그렸다.
그가 손을 들어 눈 주위에 그림자가 지게 할 때였다.
“왜 그러세요? 우리 대표님?”
“아니. 저 바다에서 자꾸 눈을 뜨지 못하게 빛이 비쳐와서.”
“빛? 아마 등대일 거예요. 등대의 헤드라이트 렌즈에 햇빛이 반사되어 여기까지 보이는 거예요.”
“그래? 그렇다면야 별······.”
차마당 대표가 애인의 말을 듣고 별수 없이 선글라스를 쓰고 누우려고 할 때였다.
[튜슈욱!!]
무엇인가가 빠르게 지나가는 소리가 들렸다.
아무도 신경을 쓰지 않았다.
하지만 반응은······.
“으윽······.”
“자기? 왜 그래요? 어디 아파요?”
애인의 말에도 대답 없이 탁자에 엎드리는 차마당 대표.
입을 가리며 애인이 주변에 있는 경호원에게 눈을 돌렸다.
경호원이 다가와 차 대표를 불렀다.
“대표님? 대표님?”
차마당 대표의 몸이 침대형 간이 의자에서 모래사장으로 떨어졌다.
그리고 그의 이마에 구멍에서 피가 새어 나왔다.
“꺄아아악!!!”
차마당 대표의 애인이 놀라 눈을 크게 뜨며 비명을 질렀다.
선작-칭찬-댓글은 작가에게 힘이 됩니다.~^^
-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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