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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스카 님의 서재입니다.

그라이 게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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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이나이™
작품등록일 :
2017.03.02 11:28
최근연재일 :
2017.05.25 12:50
연재수 :
68 회
조회수 :
56,710
추천수 :
482
글자수 :
307,554

작성
17.04.01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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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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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글자
13쪽

9. 만남(2)

이 글의 인물과 장소는 픽션입니다.




DUMMY

비행기는 강릉공항에 내렸다.

빨치산이 공항에 대기하고 있던 군인들에게 넘어갔다.


증언과 상담을 마친 승객들도 공항을 나와 자기들의 목적지로 향했다.

나와 상담을 마치고 공항 안의 커피숍으로 갔다.

엘프인 그녀와 함께.


“왜 아무 말씀 없으세요?”

“······.”


나는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반가운 마음도 들었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는 몰랐다.


앞에 놓인 커피에서 김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내 입이 열렸다.


“다시 만나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네.”

“만주의 시골길에서 만났을 때가 마지막인 줄 알았어요.”

“저도 그랬어요.”

“······. 잘 있었어요?”

“네. 잘 있었어요.”

“······. !!!”


그때 난 깨달았다.

주변을 너무 의식하지 않았다.


그녀를 만나면서 너무 마음을 놓은 것이다.

이렇게 방심을 하다니!


나는 내가 할 일이 있었다.

이미 빨치산 때문에 할 수 없는 일이 되었지만.


나는 빠른 눈썰미로 커피숍 안을 살폈다.

다행히 나를 보는 수상자는 없었다.

하지만 만일이라는 것도 있었다.


나는 그녀에게 말했다.


“자리를 옮기지요.”

“네. 당신이 편한 곳으로 옮겨요.”


*****


우리가 간 곳은 강릉의 항구였다.

지나다니는 사람들의 이야기 소리가 들렸다.


“오늘 비행기에서 빨치산이 폭탄을 가지고 난동을 부렸다며?”

“나도 들었어! 마약까지 하고 있었다는군!”

“그놈들은 다 잡아들여야 해! 시대가 어떤 시대인데!”


우리는 항구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서 있었다.

그녀의 복장은 처음 만났던 흉가에서의 복장이었다.


만주에서도 같은 복장이었다.

아마도 이 세상을 여행하는 표준 복장인 것 같았다.


그녀가 입을 열었다.


“제 이름은 세이리아에요.”

“나는 정자추······.”

“이제야 서로의 이름을 알게 되었네요.”


바닷바람이 불어왔다.

시원하고 맑은 바람이었다.

다시 안심하고 있었다.


“비행기에는 어떻게 나타난 건가요?”

“정령 마법이에요. 당신이 있는 곳을 정령에게 데려다 달라고 했죠? 당신이 제 기억 속에 계속 있었거든요.”

“······.”

“그런데 그게 비행기 안이었네요. 저는 그런 상황을 여기를 여행하며 봐왔어요. 그래서 대응할 수 있었어요.”


멀리서 뱃고동이 들린다.

그곳을 보니 크루즈 여객선이 들어오고 있었다.

그녀가 그것을 보고 말했다.


“우리 저 배를 타봐요.”


그리고 앞장서서 걸어간다.

나도 그 뒤를 따라갔다.

우리는 표를 사서 크루즈 여객선에 올라탔다.


*****


배가 출항했다.

우리는 크루즈 여객선 안을 돌아다니며 여기저기를 구경했다.

정확히는 그녀가 구경했다.


나는 주변에 의심 가는 자가 없는지 살폈다.

별다르게 의심이 가는 자는 없었다.


우리는 크루즈 여객선에 마련된 작은 바(BAR. 칵테일 술집.)에 앉았다.

그녀가 ‘피시 크러쉬’를 주문했다.

바텐더가 그 칵테일을 만들기 시작했다.


피치 트리, 샤워 혼합, 크랜베리 주스, 얼음.


해당 재료를 넣고 만든 칵테일이 주문한 세이리아의 앞에 놓였다.

엘프인 그녀는 그것을 마시고 만족한 표정을 지었다.


나는 ‘준 벅’을 주문했다.

바텐더가 재료를 모았다.


멜론 리큐어, 말리부 럼, 크렘 드 바나나, 레몬주스, 파인애플 주스.


모든 재료가 바텐더의 손에 혼합되어 칵테일 ‘준 벅’이 완성되었다.

세이리아의 컵과 내 컵이 건배로 마주쳤다.


[땡!]


칵테일이 내 목을 넘어갔다.

만일을 대비해 알코올도수가 적은 것을 주문했는데 술맛이 괜찮았다.


그녀와 난 칵테일을 하나씩 더 주문했다.

서로 말은 없었다.


그러나 나는 그녀를 다시 만난 것으로 만족했다.

그녀는 몰라도 나는 그녀가 옆에 있는 것을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았다.


“얼굴이 빨개졌어요.”


그녀가 말했다.

나는 건너편 술병들 사이에 있는 작은 거울을 보았다.

정말 얼굴이 빨개져 있었다.


“하하하!”


나는 웃었다.

그녀도 소리 내지 않고 웃음 지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갔다.


*****


“뭐라고?! 시한폭탄!! 빨치산이!!”

“네! 선장님! 지금 해양경찰대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으음······.”

“어떻게 할까요?”

“지금 당장 전 승무원들에게 찾게 하게!”

“네!”

“승객들이 동요하지 않게 조심해서!”

“네!”


크루즈 여객선의 모든 승무원이 빨치산이 설치한 시한폭탄을 찾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무리 조심해도 비밀은 세어나가기 마련이다.

이 사실은 곧 승객들이 알게 되었다.


“뭐요?! 그게 정말이요?!”

“정말이요?! 승무원들이 숨어서 이야기하는 것을 들었소!”

“어떻게 승객 몰래 그럴 수가 있지?!”

“어서 피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더구나 승무원들도 우왕좌왕하고 있었소!”

“그게 사실이면 정말 큰 일이군요!!”

“어서 피해요!!”

“아니 피하기 전에 선장을 찾아가서 진위를 들어봅시다! 아닐 수도 있잖소!!”


그 말에 몇몇 승객이 동조했다.


“그렇습니다. 승무원들의 다른 말을 잘못 들은 것일 수도 있습니다.”

“무슨 대책이 있으니 우리 승객에게 알리지 않은 것일 겁니다!”

“일단 찾아가 봅시다! 여러분!”


승객들은 이구동성 떠들며 선장을 찾아갔다.

그러나 몇몇 승객들은 구명보트가 매달려 있는 갑판으로 달려나갔다.

크루즈 여객선의 여행이 난장판이 되기 시작했다.


*****


“우리가 타고 있는 여객선에 시한폭탄이 장치되어 있다네요.”

“음. 그렇군요.”


정자추의 감상은 그게 전부였다.

오랜 전투 속에 있다 보니 감성이 메말라 있는 것이다.

거기다 만주에서 6년간이나 암살자로 활동했으니 무척 냉정한 감정을 가지게 된 것이다.


바텐더가 두 사람의 눈치를 보더니 조용히 말했다.


“두 분은 안 피하십니까?”


세이리아가 말했다.


“피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아요. 여기 이분 때문에.”


정자추의 입가에 웃음이 걸렸다.


“우리도 선장을 만나러 가보지 않을래요?”

“세이리아는 가보고 싶어요?”

“네.”


*****


“자! 여러분! 진정해주십시오!”


선장이 자신을 찾아 조타실까지 온 승객들을 진정시키면서 말했다.

승객 중의 한 명이 말했다.


“시한폭탄이 있다는데 어떻게 된 겁니까?”

“해양경찰로부터 긴급통신이 왔었습니다. 강릉의 항구에 내린 승객 중 한 명이 자신은 빨치산이라며 이 크루즈 여객선에 시한폭탄을 장치했다고 연락을 했답니다.”

“정말입니까?”

“그럼 시한폭탄이 진짜 있다는 거군요?”

“아아! 어쩌지!”


승객들은 서로서로 말하며 절망하는 듯한 분위기로 변하기 시작했다.

선장이 사람들에게 외쳤다.


“자자! 여러분 조용히 해주십시오! 그 통보는 사실인지 거짓인지 아직 모릅니다. 빨치산이라며 연락을 한 자도 아직 누군지 모릅니다! 즉, 장난일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사람들이 장난일 수도 있다는 선장의 말에 조용해졌다.


“하지만 해양경찰의 수사가 끝나기까지 우리 배 내부를 세밀하게 수색할 작정입니다! 그러니 부디 여러분도 협력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게 무슨 말이오?! 그러다가 폭탄이 터지면 우린 다 어떻게 되오!!”

“맞소! 우리는 구명보트를 타고 이 여객선에서 멀리 떠나겠소!”


몇 명의 승객들이 선장의 도움 요청에 불응하는 태도를 보였다.

그때였다.


무전사가 선장에게 전문을 하나 가져왔다.

선장은 전문을 읽고 침착한 목소리로 사람들에게 말했다.


“여러분 해양경찰이 범인인 빨치산을 체포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어디 있는지는 도무지 말을 안 한다고 하는군요. 부디 여러분이 타고 있는 배를 위해서 협력해주시기 바랍니다!”

“무슨 소리요?! 승객들을 이용해 폭탄을 찾는다니!”

“우리는 이 배를 떠나겠소!”


많은 사람이 선장의 만류에도 구명보트를 내리고 크루즈 여객선 밖으로 떠났다.

다행히 파도가 잔잔했다.


선장은 떠나는 승객들에게 멀리 가지 말라고 신신당부했다.

승객들은 자기들이 구명보트를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므로 선장의 말을 들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몇몇 용기 있는 승객들이 선장과 승무들을 도와 시한폭탄수색에 나섰다.

정자추와 세이리아도 그 안에 있었다.


*****


선장은 시한폭탄을 찾는 승무원들과 승객에게 말했다.


“지금부터 선내를 수색하겠습니다! 시한폭탄의 시간이 얼마나 남았는지 모릅니다. 그러니 한시라도 빨리 찾아야만 합니다!”


선장의 말이 끝나자 모두 폭탄수색을 위해 각 방을 열어보고 기관부와 창고를 조사하기 시작했다.


“어디에 폭탄이 있을 것 같아요?”

“글쎄요. 숨겨놨으니 잘 보이지 않는 곳이겠죠?”

“그럼 창고?”

“오히려 그곳이 찾기가 쉬워요. 아마도 늘 보이지만 잘 가지 않는 곳에 숨겨 놓았을 거예요.”


승무원들이 각 방을 수색하고 있었다.


“저쪽을 수색해주게. 나는 이쪽을 수색하지!”

“옷장도 살펴봐!”

“화장실의 물통에도 있을 수 있어!”


그 말을 들으며 복도를 걸어가는 정자추와 세이리아.


“우리도 찾기로 하지. 우선 이 방부터.”


정자추가 방으로 들어가지 세이리아도 따라 들어가 방을 수색했다.

구명보트를 급히 찾아간 승객의 방인지 텔레비전이 켜져 있고 술안주가 탁자 위에 그대로 있었다.


화장실의 물탱크까지 수색하고 그 방을 나와 다음 방으로 갔다.

거기서도 결과는 같았다.


*****


“찾았습니다! 선장님!!”

“어디에 있었지?”

“수리를 위해 폐쇄된 객실입니다! 그 안에 있는 옷장 속에서 시한폭탄을 발견했습니다!!”


보고를 받은 선장을 위시해 모두가 그 객실로 몰려갔다.

과연 그곳에는 크고 중량감을 지닌 물건이 있었다.


아랫부분의 전자시계가 1초씩 줄어드는 것이 보였다.

모두가 놀라워했다.


폭탄은 2개의 산소통을 기반으로 시한장치와 함께 만들어져 있었다.

선장이 말했다.


“누구 폭탄을 해체할 수 있는 사람이 있나?”


아무도 말이 없었다.

선장이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전쟁을 겪었는데도 아무도 없다는 말인가?”


승무원도 승객도 서로의 얼굴을 바라만 보았다.

모두 어찌할 바를 몰라 했다.


이대로 시간이 다 되면 폭탄이 폭발한다!

이제는 어찌해야 하는가?


모두가 당황하고 있을 때 한 사람이 앞으로 나섰다.

정자추였다.


“선장. 내가 전쟁터에서 폭탄을 해체해 본 경험이 있소.”

“오!! 그렇습니까? 그럼 부탁드립니다! 자! 모두 이 방에서 나가시오!”


선장은 승객들과 승무원을 데리고 시한폭탄이 있는 객실을 나갔다.

이제 방에는 정자추와 세이리아만이 있었다.


“옆에 있어 주는군요.”

“이것도 여행의 한 부분이에요.”


정자추는 시한폭탄의 분해를 시작했다.

10분 정도의 시간이 지났다.

객실 밖에서 기다리는 선장과 승무원, 승객들은 그 시간이 영원 같았다.


정자추는 시한장치의 나사를 풀고 안에 있는 여러 가지 색의 전선을 살핀 뒤 전선을 절단했다.


뜻밖에도 초급수준의 기술로 만들어졌는지 시한장치의 시간이 멈추었다가 꺼졌다.

옆에서 보고 있는 세이리아가 말했다.


“다 된 건가요?”

“네. 다 됐습니다.”


정자추는 폭탄으로 사용되는 산소통 2개를 분리해내고 연결된 전선을 절단했다.

산소통 속에는 아마도 폭약이 들어있을 것으로 생각되었다.


시한폭탄이 분해되자 선장이 들어와 물었다.

그는 정자추를 바라보았다.


“다 된 겁니까?”

“그렇습니다.”

“대단히 감사합니다!”

“하지만 이대로는 산소통의 폭약이 위험하니 제가 처리를 하겠습니다. 가서 큰 여행 가방을 가져오시기 바랍니다.”

“알겠습니다! 곧 가져오겠습니다!”


선장은 승무원들에게 큰 여행 가방을 찾아오라고 시켰다.

승무원들이 비어있는 객실을 돌면서 승객이 버리고 간 여행 가방을 찾기 시작했다.


다시 시한폭탄이 있던 객실에는 정자추와 세이리아만이 남게 되었다.

주변에 아무도 없자 정자추는 정령 마법으로 산소통을 얼렸다.


두꺼운 얼음이 산소통을 감쌌다.

폭약을 터지지 않게 안전하게 보관하려면 그 방법이 가장 좋았다.


세이리아가 그런 정자추를 보며 아직 마법이 걸리지 않은 산소통에 마법을 걸어 얼렸다.

엘프인 그녀는 정령 마법에 능숙했다.


얇은 얼음이 눈에 띄지 않게 산소통을 감쌌다.

정자추보다 더 완성도 높은 얼음 마법으로 산소통의 폭약을 얼렸다.


“전 아직 멀었군요?”


정자추가 자신과 세이리아의 얼음 마법을 건 산소통을 비교하며 말했다.


“아니에요. 당신도 이만하면 굉장한 실력자예요.”


그녀의 칭찬에 정자추의 얼굴이 붉어졌다.

잠시 후 선장과 승무원들이 산소통이 들어갈 만한 큰 여행 가방을 찾아서 가지고 왔다.


선장이 얼음에 둘러싸인 산소통을 보고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하지만 지금 중요한 것은 그런 것이 아닌 것은 분명했다.


폭약이 있을 수 있는 두 개의 산소통은 그 가방 안으로 들어갔다.

얼음 마법에 걸린 채로.


*****


크루즈 여객선이 다시 강릉으로 돌아왔다.

해양경찰이 크루즈 여객선을 수색해서 더 이상의 위험물이 없음을 확인했다.


멀리서 해양경찰의 선박에 둘러싸인 크루즈 여객선을 보면서 정자추와 세이리아는 작별인사를 했다.


“잘 가요. 세이리아.”

“당신을 다시 만나 즐거웠어요. 정자추.”


커피숍에서 마지막 커피와 과자를 먹고 둘은 다시 만나기를 기원했다.

그녀의 모습이 서서히 사라지기 시작한다.


엘프인 그녀의 머리카락 속에서 긴 귀가 살짝 보였다.

세이리아가 웃음 지으며 손을 흔들며 작별인사를 했다.


정자추도 손을 살짝 흔들며 웃음 지었다.

하나의 만남이 지나갔다.





선작-칭찬-댓글은 작가에게 힘이 됩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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