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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깃꾸깃

잠든 공주와 경계의 마녀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완결

꾸깃쿠크
작품등록일 :
2022.05.18 19:12
최근연재일 :
2022.08.28 12:00
연재수 :
63 회
조회수 :
5,047
추천수 :
214
글자수 :
302,0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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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7.08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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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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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10쪽

빠져들다

DUMMY

“그럼, 너는 지금 가출한 상태라는 거야?”


“말하자면 그렇네요”


해가 지고 우리는 야영 준비를 시작했다. 나는 셔스와 함께 땔감으로 쓸 나뭇가지를 모았다.


“그런데, 마탑에 들어간 후부터는 방에만 틀어박혀 지냈기 때문에 아마 찾는 사람은 없을 것 같지만요. 사라진 지 모를지도... 아 스승님은 찾으실 수도 있겠네요.”


“마탑? 스승님?”


“네 저는 헤스티아의 푸른 탑에 속해 있어요. 스승님은 탑으로 저를 데려가 주신 분이시고요. 바쁘셔서 자주 뵙지는 못 했지만, 저에게는 아버지 같은 분이세요. 탑에 속한 마법사들은 외출에 엄격한 제한이 있는데 제가 아무런 보고도 없이 사라진 게 알려지면 스승님은 곤란해하며 저를 찾으실 것 같으니 가출했다는 표현이 맞을 것도 같아요.”


“공주님과는 어떻게 만난 거야?”


“공주님 일행과는 공주님 일행이 마탑에 도움을 요청하러 오셨을 때 처음 만났어요. 아, 그러고 보니 돌아가면 푸른 탑에서 쫓겨 날수도 있어서 이제 푸른 탑 소속이라고 하기 어렵겠네요.”


셔스가 짓궂게 웃어 보였다.


“쫓겨나? 왜?”


“저희 푸른 탑은 제국의 회색 탑, 로이드 왕국의 갈색 탑과 다르게 중립을 표방하고 있거든요. 공주님께서 도움을 요청하셨을 때도 장로분들이 푸른 탑은 마법이 전쟁에 악용되는 것에 반대한다며 연구와 교육을 중시한다는 뜻을 고수하셨고요. 그런데 그런 장로분들의 지시사항을 어기고 공주님 일행을 몰래 따라왔으니 들키면 쫓겨나지 않을까요? 탑을 떠날 때 살짝 장난을 치기도 했고요. 푸른 탑에 데려와 주신 스승님께는 죄송하지만요”


셔스는 쫓겨나는 것을 걱정하기보다는 재미있다는 듯이 얘기하고 있었다.


“그렇구나...”


읏차


나는 셔스의 말에 적당히 반응하면서 땔감을 줍는 일에 집중하고 있었다. 눈앞에 땔감으로 쓰기 적당한 나뭇가지들이 꽤 있었고 약 1분가량 집중하고 있는데 셔스가 나를 따라오지 않고 가만히 서 있음을 알게 됐다. 셔스를 바라보니 셔스는 무언가 말하려다가 내 반응에 머뭇머뭇하는 것 같았다.


너무 듣는 둥 마는 둥 했나.


사실 이때는 푸른 탑이 어떤 곳인지 몰랐기 때문에 푸른 탑에서의 지위를 포기하고 왔다는 셔스의 말에 큰 흥미가 없었다. 나중에 푸른 탑이 우리 세계의 하버드 대학 같은 곳이라는 것을 알고 조금 놀라기는 했지만 말이다.


아직 어린 셔스는 맘껏 자기 얘기를 하고 싶었지만 내가 별로 관심이 없는 듯하자 내 눈치를 보며 말할까 말까 고민하고 있는 것 같았다.


“탑에서 반대했는데 공주님을 따라온 특별한 이유가 있어?”


“네!!! 장님!!! 아주 특별한 이유가 있어요. 장님 코르니카 대륙 전기를 아시나요?”


셔스가 기다렸다는 듯이 얘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셔스의 눈이 반짝이고 있었다.


잘못 건드렸나? 얘기가 길어질 것 같았다.


“코르니카 대륙 전기? 잘 모르겠는데?”


“그러실 수 있죠. 코르니카 대륙 전기는 제가 제일 좋아하는 얘기에요. 저는 거기 나오는 다락방의 현자 같은 모험을 항상 꿈꿨거든요”


셔스의 이야기는 너무 길었기 때문에 요약해서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았다. 게이트랜드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코르니카 대륙이 있는데 코르니카 대륙 전기는 그곳에서 벌어진 여러 이야기가 망라된 책이라고 한다. 주된 이야기는 마신과의 전쟁이고 전쟁에서 활약한 5영웅과 12현자의 이야기와 각 왕국의 이야기들이 있다고 한다. 다락방의 현자는 르키아 제국의 초대 황제와 여행한 마법사라고 한다.


세상을 등지고 자신의 다락방 속 가득한 책에 파묻혀 살던 현자가 황제와의 운명적 만남으로 세상에 나오는데 셔스는 공주 일행을 만났을 때 다락방의 현자가 황제를 만났을 때 같은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공주님 일행을 봤을 때 감이 왔어요. 마치 다락방의 현자가 르키아 황제를 만났을 때 이런 기분이지 않았을까 하고요. 당시에 제국과 공주님 양측이 동시에 마탑에 왔고 탑의 일원으로서 저도 그 자리에 있었죠. 양 쪽의 압박 속에서 마탑은 공주님의 요청을 결국 거절했고 그러자 원래부터 안하무인이었던 제국군 사절이 결과에 만족하며 무례하게 굴기 시작했었죠. 모두가 그의 행동에 불쾌해하던 중 만찬회에서 긴장한 여시종이 사절에게 실수로 물을 엎질렀어요. 사절이 그녀를 때리려는데 공주님이 막아서며 대신 맞으셨어요. 당황해 하는 사절과 당당한 공주님의 모습이 대비됐었죠. 사절이 머뭇대는데 공주님이 여시종부터 챙기시던 모습은 정말 인상적이었요. 그리고 사절을 단호하게 나무라셨죠. 공주님은 원하는 바를 얻지 못하셨는데도 실망하시기보다 당당하셨죠. 그리고 장님과 마찬가지로 이방인이신 박진수님이 공주님이 어떤 분인지 말씀해주신 것도 동행을 결정하는데 한몫했던 것 같아요. 탑에 머무시는 동안 공주님 일행의 행보는 주민을 위하셨고 제 마음도 조금씩 움직였던 것 같아요. 제국군 사절의 연락으로 공주님을 잡으러 제국 본대가 오기 전에 공주님 일행은 몰래 떠나셔야 했고 탈출을 돕다가 저도 그대로 따라와 버렸네요. 그때, 장로님들이 아끼는 탑 벽에 구멍을 내버린데다가 사절을 돼지우리에 빠뜨려 버렸으니 꽤 미움 샀을 것 같아요. 물론 제가 한 짓인지 모르게 했지만 제가 사라진 것을 알게 되면 제 짓이었다고 짐작할 거에요”


“진수? 박진수라고 했어? 진수가 헤스티아에 있어?”


“네! 그분을 아시나요? 같은 이방인이시니 아실 수도 있겠네요. 그분은 헤스티아에서 마법을 공부하고 계세요”


오랜만에 듣는 반가운 이름이었다. 언젠가 한번 헤스티아를 가봐야겠다고 생각하는데 셔스가 말을 이어 하였다.


“저는 지금 상당히 만족스러워요. 책으로만 봤던 모든 것들이 제 눈 앞에 펼쳐지고 있거든요. 괴짜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이렇게 야영을 위해 나뭇가지를 주우며 느끼는 나무의 감촉조차 신비롭고 새로워서 재미있어요. 하루하루가 두근대요. 스승님께는 죄송하지만요. 스승님이 너무 혼내시지는 않겠죠?”


어릴 때 가질 수 있는 꿈과 낭만이 셔스의 얼굴에 있었다.


그 모습은 부모님 말씀에 따르며 공부만 하던 모범생이 처음으로 부모님 몰래 일탈을 경험할 때 모습 같았다.


중간중간 스승이 얼마나 혼낼지 걱정하는 것이 아직은 어린애라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 떨어지는 낙엽만 봐도 즐거울 때지...


나는 가만히 이야기를 들었다.


셔스는 그 후에도 한참을 공주 일행과 여행을 하고 나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신나서 얘기했다. 땔감을 줍는 시간보다 셔스의 이야기를 듣는 시간이 더 길어졌을 때쯤 우리는 야영지로 돌아왔고 모두는 내가 어떤 일을 겪었는지 안다는 듯이 측은한 표정으로 보고 있었다.




“고생했다.”


앤이 내 어깨에 한쪽 손을 올리고 짤막하게 한마디 했다.


“봐봐, 나는 절대 저 녀석하고 같이 붙여 주지 마, 차라리 언데드들하고 싸우겠어”


그림 씨가 말했다.


땔감을 주우러 갔던 우리는 1시간이 넘도록 안 돌아왔고 모두가 슬슬 걱정하던 참이었다고 한다. 걱정하고 찾으러 오지 않은 건 셔스가 이런 적이 한두 번이 아녔기 때문이라고 한다.


“저희가 많이 늦었죠? 그럼 바로, 불 피울게요”


눈치가 없던 셔스는 모두의 반응이 단지 우리가 늦게 와서라고 생각하는 듯했다.


“마나여, 우리의 우정에 기대어 지금 이곳에서 그대의 능력을 빌리니, 꺼지지 않고, 퍼지지 않는 작은 불꽃을 내게 나타내소서, 파이어!”


셔스의 간단한 주문과 함께 작은 불꽃이 피어나더니 장작에 옮겨붙었다.


숲속에서 불을 피우면 위험한 법이지만 셔스가 마법으로 만든 불꽃은 지정한 물체만 태우고 연기 또한 나지 않는다고 한다. 셔스는 언젠가 모험을 하고 싶은 마음에 이런 생활형 마법을 많이 익혀뒀었고 일행에게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고 한다.


셔스가 다시 한번 간단한 주문을 외우자 중앙에 모여 있던 불로부터 작은 불씨들이 튀어나와 우리 주위를 날아다녔다. 불씨는 각각 밝기를 달리하며 어떤 것은 반딧불이처럼 은은하게 어떤 것은 촛불처럼 밝게 빛을 냈다. 각기 다른 조명은 중앙의 불과 함께 어두운 숲 속의 분위기를 더욱 낭만적이게 만들어 주고 있었다.


반짝이는 불빛에 둘러싸여 우리는 동그렇게 둘러앉아 식사를 나눠 먹었고 일행과 불꽃을 보고 있자니 나는 오랜만에 캠프파이어를 하는 기분이 들었다.


반찬 투정하는 데카메론과 그를 달래는 앤, 요리의 간을 맞추고 있는 그림 씨, 인간의 음식을 먹을까 말까 고민하고 있는 이담, 벌써 세 그릇째 먹고 있는 피아, 그림 씨를 도와 음식을 배식하는 딘, 한 손으로는 밥을 먹고 한 손으로는 마법을 조작하고 있는 셔스, 모두가 추억으로 남을 장면이었고 한 폭의 그림 같았다.


그리고 나는 반대편에 앉아서 수프를 먹던 공주와 눈이 마주쳤다.


공주는 살짝 나에게 웃어 보였다.


이 세계가 허구라는 것을 알지만, 이곳에 사는 사람들은 그 어떤 사람들보다 인간다웠고 정이 갔다. 자신의 모험을 두근대며 이야기하는 셔스의 이야기가 마냥 재미없지 않았던 것도 그래서였을 것이다.


나도 살짝 공주에게 웃어 보이고 우리는 서로 응시했다.


주변의 불빛 때문에 그녀의 머리가 은은하게 주황빛을 머금으며 빛났다.


나는 점점 이 세계에 빠져들고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 작성자
    Lv.44 뾰족이언니
    작성일
    22.08.28 18:52
    No. 1

    앗^^)! 빠져 들면 언 된다고 했던 거 같은데
    ...ㅠㅠ);
    저는 상관 없겠죠. 후후후^^)~ 기차타고 가면서 잼께 읽고 있어요^^)~ 저는 추운날 캠프 파이어 좋아해요. 여름은 에어컨 있는 집이 최고인듯 합니다. ㅎㅎ^^)~ 다음편으로 갑니다.
    ㅊ.ㅊ)/

    찬성: 1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7 꾸깃쿠크
    작성일
    22.08.28 22:35
    No. 2

    작가님이 빠지시는 건 언제든지 환영입니다^^

    찬성: 1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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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피오드 숲 신전1 +4 22.07.10 48 3 10쪽
» 빠져들다 +2 22.07.08 44 3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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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의심의 시작 +8 22.07.03 52 3 10쪽
36 숲속의 재회 +4 22.07.02 52 2 9쪽
35 언데드들의 등장 +4 22.06.30 54 3 13쪽
34 엘프 순찰대와의 만남 +2 22.06.28 54 3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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