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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깃꾸깃

잠든 공주와 경계의 마녀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완결

꾸깃쿠크
작품등록일 :
2022.05.18 19:12
최근연재일 :
2022.08.28 12:00
연재수 :
63 회
조회수 :
5,377
추천수 :
214
글자수 :
302,098

작성
22.06.12 18:06
조회
80
추천
2
글자
10쪽

부러움

DUMMY



“4,500원입니다”


포스기에 바코드를 찍고 돈을 받는다.


손님에게 담배를 건네준다,


“안녕히가세요”


담배를 받아 들고 나가는 손님에게 인사한다.


“하아”


나도 모르게 한숨이 나왔다.

얼마전 까지 치열한 전쟁터에 있었다.

평화가 제일 좋은 거라고 하지만 격렬한 경험은 여운이 남는 법인가 보다.


나는 어느새 일상으로 돌아와 있었다.


호라이즌을 소개하던 팀장의 모습이 떠올랐다.

자신의 인생을 최선을 다해 산 사람이 보여줄 수 있는 자부심과 자신감이 그곳에 있었다.


스스로에 대한 무한한 신뢰와 믿음, 자기애를 바탕으로

인생을 허투루 낭비하지 않는 삶을 사는 사람


팀장은 그런 부류의 사람들이 내는 아우라를 뽐내고 있었고


그런 사람이 자신의 삶을 투자 해 만든 결과물

현실이라는 갑갑함을 벗어던진 자유가 가득한 호라이즌이라는 세계는


그녀의 뒤에서 배경으로 펼쳐지며


모니터라고 하는 물리적 한계를 넘어 달콤한 향기를 나에게 보내고 있었다.


마치 악마처럼,

아니 판타지에 등장하는 서큐버스처럼

그녀의 이성적 매력마저도 이용하려는 듯

향기는 그녀를 만나 나의 감정을 자극하며 매혹적으로 나를 유혹하고 있었다.


만약, 나처럼 어딘가가 망가진 사람이 아니었다면 남는 것을 선택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남지 않았고 나의 선택에 팀장은 무척이나 놀랐던 것으로 기억한다.

팀장는 생각이 바뀌면 언제든지 연락달라고 했었다.


나는 지금 게임에 낭비할 시간은 없었다. 호라이즌은 너무나 매력적이었고 나는 아마 호라이즌에 푹빠져 버릴 것이다. 그리고 나는 어렸을 때부터 무언가에 빠지면 주변을 잘 보지 못하고 그것에만 몰두했었다. 호라이즌이 매력적이기 때문에 나는 호라이즌을 하면 안됐다. 지금은 해야할 것들이 많았다. 취업을 해야한다. 벌써, 서른이 넘은 나이였다. 언제까지 아르바이트만 할 수는 없었다. 20대였다면 해 볼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마치 율법과도 같이 나를 얽메고 있는 인생의 지침은 의무감으로 나를 괴롭히고 있었고 나는 이곳으로 돌아온 것이다. 테스터로 있는 동안 월급과 숙소를 제공해 준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평생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남들보다 늦게 사회에 나온 만큼 남들보다 더 시간이 없었고 몇 배로 노력해야 한다. 게임에 시간을 낭비할 수 없었다.


내 고질병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나는 테스터 제의를 거절하고 나왔다.


딸랑


“네 어서오세요”


다음 손님이 들어왔다.

지금 나의 현실은 각종 식료품이 있는 편의점의 이 공간이었다.


***




“현수군 이 것에 대해서 설명해 줄 수 있겠나?”


근무시간이 끝나고 퇴근하려는데 사장님이 나를 불러 편의점 안 쪽 테이블에 앉았다.

사장님은 신문 뭉치를 내 앞에 두셨다.


나이가 어느 정도 있는 사장님은 은퇴 후 편의점을 차리신 분이었고 인터넷이나 컴퓨터보다 종이신문이 편하신 분이었다.


“충격!!! 수많은 사상자를 낸 재개발지대 방화 사건의 범인 아직 학생으로 밝혀져”


“청소년 강력범죄 이대로 괜찮은가?”


“집중취재 신촌 재개발 방화사건 유가족 인터뷰”


한때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방화 사건의 신문들이 테이블 위에 펼쳐졌다. 이 사건은 많은 사상자가 나와 청소년 범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게 된 계기가 된 사건이었고 나도 잘 알고 있는 사건이었다.


이 사건의 범인이 나였기 때문이다.


“...”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가만히 신문을 바라보았다.


또였다. 또 이 사건이 나의 발목을 붙잡고 있었다. 당시 사건으로 소년교도소에 수감되었고 자극적인 소재에 관심이 많던 사람들이 내 신상을 파헤치기 위해 몰려들었었다. 수많은 언론과 영상들이 나에 대해 보도했고 그때 그어진 빨간 줄은 나를 계속해서 붙잡고 늘어졌다. 사회의 낙인과 죄책감은 늘 나를 괴롭혔고 꽤 오랜 시간 방황했었다. 그리고 그것은 나아지기는 했어도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그나마 지금은 아프신 엄마를 위해 똑바로 어떻게든 살아보고자 하고 있었는데······.


악인에게 사회는 자비가 없었고 사회의 차가운 시선과 낙인은 언제나 날 괴롭혔다. 호라이즌에서 사람들의 친절이 너무나 따듯했던 것은 어쩌면 현실에서의 내가 그 반대만을 경험했었기 때문이어서 일지도 모른다.


“그 침묵은 이 신문에 나오는 사람이 현수 군이 맞다는 의미로 받아들여도 되는건가? 침묵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네”


“...”


나는 여전히 아무 말을 하지 않았다. 여태까지 비슷한 상황에서 많은 말을 해왔고 그 말들은 언제나 곡해되고 왜곡되었다. 억울함에 분노하기도 해봤지만 그럴수록 저럴 줄 알았다는 말만 메아리처럼 되돌아 왔을 뿐이었다.


“최근 물건이 맞지 않는 일도 있었다네. 침묵보다는 설명이 필요하네. 내가 현수군을 믿기 위해 이 사건에 대해서 설명해 주지 않겠나?”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알겠네. 자네가 아무 말도 하지 않겠다면 강요할 수는 없지. 내게 조금의 시간을 주지 않겠나?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하네”


시간이 어느 정도 흐르고 더 이상의 대화는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는지 사장님은 대화를 종료하였다.


그렇게 나는 사장님으로부터 일을 쉴 것을 권유받았다. 말이 좋아 쉬는 거지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쉰다는 것은 해고나 마찬가지였다.


이제와서는 아무런 감정도 들지 않았다. 분노는 이미 많이 했으니까.


편의점을 나와 있는 극장에서 클래식 음악에 대한 광고가 크게 붙어 있었다.

거대한 건물로 향하는 계단이 고급 문화를 즐기고자 하는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가족 단위로 웃고 떠들고 있는 사람들,


아무 생각없이 걷고 있는데 옆에서 사람들이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독설로 인해 연주자를 자살로 몰고 갔던 지휘자가 컴백할 것 같다는 이야기였다.


순간 모든 것이 부러웠다.


클래식이라는 내가 접할 수 없는 분야를 당연하다는 듯 즐기고 있는 사람들도

가족들이 같이 나들이를 나온 사람들도

잘못을 해도 아무렇지 않게 다시 사회에 나오는 사람도


그냥 부러웠다.



***


“선배! 김현수 씨를 저렇게 보내면 안돼요. 그는 우리의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핵심인물이에요”


채현은 의자에 앉은채 신문을 보고 있는 도린에게 큰 목소리로 말했다.


신문에는 “청소년 강력범죄 이대로 괜찮은가?”라는 헤드라인이 적혀 있었다.


“...”


“아 진짜! 무슨 말이라도 해보세요 이봐요 신도린씨”


“너 그러다 한 대 치겠다?”


흥분하고 있는 채현에게 도린은 태평하게 대답했다.


“정말 칠지도 모르니까 대답 좀 해주시죠 신도린 씨? 머릿속으로 이미 수 백번 쳤으니까요”


살짝 채현을 보던 도린은 고개를 돌려 다시 신문으로 얼굴을 돌렸다.


“너무 걱정마 그는 다시 올거야”


천재를 범인이 이해할 수 없는 것일까. 문제상황에서도 도린은 항상 낙천적이었다. 물론 그의 말대로 해서 해결되지 않은 적은 드물었지만, 이해할 수 없는 답답함은 괴로운 법이었다.


“내 말대로 해서 틀린 적 없잖아? 안 그래?”


채현의 답답함을 눈치 챘는지 도린이 첨언하였다.


“하지만...”


“그럼 우리 내기할까? 김현수 씨가 다시 연락할지 말지? 나는 김현수 씨가 다시 전화건다는데 걸지 내가 이기면.... 그래 이 방좀 치워주지 않을래? 바쁘다 보니 정리할 시간이 없지 뭐야 지금보니 너무 더럽네”


채현이 항상 빈둥빈둥 노는 것 같은 도린의 입에서 바쁘다는 말이 나온 것을 조금 어이없어 하던 차였다.


“따르릉 전화왔어요~!”


갑자기 앳된 아기 목소리가 채현의 주머니에서 들려왔다.

아직 할말이 남은 채현은 전화를 받을지 말지 잠시 머뭇거렸다.


“그 벨소리 아직도 안 바꿨나봐? 받아봐”


머뭇거리는 채현을 본 도린이 말하였다.


채현은 전화를 받았다.


“%^&%#$%%”


알아듣기 힘든 작은 소리가 핸드폰 너머에서 들려왔다.


“그 말 정말인가요?”


핸드폰 너머의 사람이 하는 얘기를 가만히 듣던 채현은 밝은 표정이 되었다.


“정말 그가 다시 연락했나요?”


채현은 믿을 수 없다는 듯 몇 번을 확인하고 사실을 받아들였다.


“네 제가 바로 가겠습니다.”


전화를 끊고 채현은 도린을 바라보았다.


“거봐 내 말이 맞지?”


도린이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채현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번에도 도린의 말이 맞았다는 사실이 화가 났다.


이 인간의 이 얄미움은 어떻게 안되는 걸까?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다는 태도에 긴장감이라고는 없는데 그럼에도 항상 맞는 말을 하고 뭐든 척척해결 해 낸다. 정말이지 인간미가 없는 사람이었다. 그게 나쁜 거는 아닌데 그냥 태도만 좀 바꿔주면 더할 나위 없을 것 같았다.


“그럼, 더 이상 할말 없지? 사무실 청소 부탁할게~”


채현이 제기한 문제가 해결되자 도린은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문으로 향했다.


“잠깐, 선배!! 나 아직 내기에 응한다는 말 안했....”


도린은 채현의 말을 듣지 않고 나가버렸고 지저분한 사무실에 채현은 덩그라니 혼자 남았다.


자신의 말에 아랑곳도 안하고 나가는 도린을 보고 채현은 잠시 벙쪄있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나 지금 무시당한거야?


자신이 이런 취급을 받을 사람이던가?


채현은 한 손으로 주먹을 불끈 쥐면서 복수를 다짐했다.


“신도린!!!, 내 기필코 언젠가 한방 먹여준다.”


채현은 도린의 말대로 청소를 할 생각은 없었지만 신경쓰여 지저분한 사무실을 바라보다가 도린이 보던 신문이 보였다.


요즘 같은 디지털 시대에 종이 신문이라니 위화감이 들었다.


신문에는 커다랗게 헤드라인으로


“청소년 강력범죄 이대로 괜찮은가?”라는 말이 쓰여 있었고


본문에는 사진과 함께 피해자에 대한 이야기가 써있었다.


그 중 한 어린 피해자는 화재로 집과 가족을 잃고 본인도 혼수상태에 있다고 써있었다.


“하여간 알 수 없는 사람이라니까”


역시 천재를 범인이 이해하기는 어려운 법인 걸까


채현은 도린이 종이신문을 왜 보고 있는지 몰랐지만 도린이 이상한 행동을 한 것이 어제 오늘 일은 아니었고 넘어가기로 했다.


채현은 현수를 만나기 위해 사무실을 나왔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 작성자
    Lv.44 뾰족이언니
    작성일
    22.08.14 15:53
    No. 1

    현수에게 저런 사연이!! 윽 ...엄청난 사건이네요. 다음화는 저녁에 다시 달릴 게요. 지금 해야 할 일이 산더미 ㅠㅠ..);"
    재미있게 읽고 갑니다. ㅊ.ㅊ)!!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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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러움 +1 22.06.12 81 2 10쪽
20 호라이즌 +2 22.06.11 85 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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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새끼 드래곤 +2 22.06.11 83 2 11쪽
17 결계 +2 22.06.05 93 2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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