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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깃꾸깃

잠든 공주와 경계의 마녀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완결

꾸깃쿠크
작품등록일 :
2022.05.18 19:12
최근연재일 :
2022.08.28 12:00
연재수 :
63 회
조회수 :
5,043
추천수 :
214
글자수 :
302,098

작성
22.05.21 20:21
조회
225
추천
13
글자
10쪽

움직여라!

DUMMY

“이봐!!! 이봐!!!”


누군가가 부르고 있었다. 이제는 익숙한 목소리였다.


중년의 남성이 화살비가 쏟아지는 가운데 방패로 화살을 막고 있었다.


“이제 정신이 좀 드는가? 정신이 들었으면 어서 내려가서 치료받게 부상병은 이곳에 있어봤자 방해만 될 뿐이야”


이것 또한 이미 수차례 들은 대사였다. 나는 이전과 마찬가지로 죽을 껄 알면서도 야전병원으로 향하고 있었다. 이 놈의 몸뚱아리는 정말 조금도 내 의지를 반영하지 않고 있었다. 수 차례 반복되는 죽음 이후 나는 한 가지를 깨달았다.


‘그래 오늘 온 것은 시사회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게임을 플레이하기 위함이 아니라...’


이 빌어먹을 상황은 예정된 것이었다는 것이다. 나는 오늘 관람을 하기 위해 온 것이지 게임을 플레이하기 위해 온 것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나는 이곳에서 철저하게 관객의 입장이라는 것이다. 눈 앞에서는 사람이 죽는 참상이 벌어지고 있었고 자신도 계속 죽고 있었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아아아아아악”


지난번의 사제가 또 과격하게 화살을 뽑았다.

이제는 사제가 왜 이렇게 급하게 화살을 뽑는지도 이해가 될 것 같았다. 야전 병원의 상황은 정말로 처참하기 그지 없었다. 한 쪽 손이 잘린 사람, 머리에서 피를 철철 흘리고 있는 사람, 몸안의 장기가 튀어 나온 사람.... 다리에 화살이 박혀서 온 나는 상태가 양호한 편이었다. 심지어 나는 내발로 걸어 들어왔지만 대다수의 환자들이 다른 이의 도움으로 이곳에 올 수 있었다. 나정도는 경증의 환자에 속할 것이다. 어서빨리 치료하고 위험한 환자에게 가고 싶은 거겠지...


사제가 빛을 내며 치료를 하기 시작하자 얼마 후 어김없이 그 순간이 되었다.


또 커다란 불 덩어리가 보이고 이내 내 눈앞이 캄캄해졌다.


영화를 관람하듯이 이 상황을 관람한다는 것은 이해되었다. 그런데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이 두 가지 있었다. 첫 번째는 이 극심한 고통이다. 나는 분명 캡슐룸에서 지금의 상황을 관람하고 있을 터인데 내 캐릭터가 상처 입을 때 나에게도 고통이 전해졌다. 이것은 말이 안되었다. 그리고 두 번째 너무나 짧은 상영시간이었다. 무언가를 보기도 전에 내 캐릭터는 죽었고 같은 순간을 반복하고 있었다. 현재로서 알 수 있는 것은 여기가 성안이고 몬스터로 보이는 무리들과 전쟁을 하고 있다는 것 뿐이었다.


이 게임이 상용화 된다면 분명 망겜이 될 것이다.


머릿속에는 어느새 이곳에서 꺼내달라는 외침만이 가득해지고 있었다. 아무것도 못하고 참기만 하면 분노가 쌓이는 법이다. 내 안에는 어느새 참을 수 없을 만큼 커다란 분노가 쌓이고 있었다.


또다시 침상에 누웠다. 또다시 사제가 화살을 뽑는다. 수십번... 수백번... 아니 이제는 횟수조차 잘 기억이 안 날 때였다.


“아아아아아아악”


사제가 뽑은 화살에 또다시 극심한 고통을 느꼈을 때 나는 필사의 마음으로 마지막 발악을 해보았다.


제발 움직여라


제발 움직여라


제발 움직여라


제발 움직여라


까닥


나의 간절한 마음이 통했는지 기적이 일어났다.


손가락이 움직였다. 내 움직임을 눈치 챘는지 사제는 잠시 치료를 멈추고 나를 바라보았다.


“저기 어디 다른 불편하신 곳이 있으신가요?”


사제가 내게 질문을 해왔지만 지금 중요한 것은 질문이 아니었다. 이제 곧 이곳으로 불 덩어리가 날라온다. 나는 손가락에 힘을 주었고 그대로 잡아 당겼다.


내 캐릭터의 힘이 셌던건지 아니면 좁디 좁은 침대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곳에 아슬아슬하게 누워 있어서 였는지 내 몸은 침대 옆으로 떨어졌다.


사제는 당황하고 멀리서 내 상태를 지켜보던 어린 시동 하나가 나에게로 뛰어 왔다. 그리고 그들이 내 몸은 잡아 침대 위로 올리려고 하는 순간 큰 충격과 함께 야전 병원의 천막이 무너져 내렸다.


후우


후우


주변이 캄캄하였다. 살아 있는지 죽었는지 구분하기 어려운 가운데 내뱉는 숨을 통해 내가 살아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아까부터 배위에 무언가 묵직한 것이 느껴지고 있었다.


갑갑하다고 느끼고 있던 중


한줄기 빛이 비춰지고 눈 앞에 있던 잔해가 치워지기 시작했다.


“이봐 여기 살아있어!! 빨리 사제님을 불러와!!”


그렇게 나는 병사들에게 구조되었다.

나는 임시로 설치된 치료소로 옮겨졌고 상처를 치료 받았다.


지금은 밤이 되어 감자 한 개를 저녁으로 받아 쉬고 있었다.

나는 성벽에 기대어 잠시 상황을 정리해 보았다.


몬스터들의 공격은 잠시 소강상태에 접어들었고 성안은 다음 습격에 대비해 태세를 정비하고 있었다. 적의 투석 병기가 야전 병원에 직격 해 안에 있던 사람들이 대부분 죽었다고 한다.


수백 번이 지나고 나서야 지난 회차들에서 죽은 사인을 알게 된 것이다. 무언가 허탈했다.


이번의 나는 침대가 완충 역할을 해주면서 무너진 잔해로부터 큰 충격을 받지 않을 수 있었다고 한다. 운이 좋았다고 한다. 이래서 지진이 나면 책상 밑으로 숨으라고 하는 건가보다 싶었다. 또 나를 일으켜 세우려고 내 앞에 있던 사제와 시동은 나대신 큰 충격을 받아서 사제는 죽고 시동은 큰 상처를 입었다고 한다.


내가 쓰러져 있을 때 배 위에 느껴지던 묵직한 것은 쓰러진 시동이었던 것이다. 괜히 마음에 걸렸다. 어차피 게임 케릭터일 뿐인데.... 목숨을 빚진 느낌이었다.


아까 손가락을 움직여서일까 몸이 아직 완전히 내 의지대로 움직이지는 않았지만 부자연스럽게나마 움직일 수 있게 되었다. 다른 사람들은 내 부자연스러운 움직임을 다친 부분이 아직 낫지 않아 그런다고 여기는 것 같았다. 사제들은 성력을 아끼기 위해 움직일 수 있을 정도가 되면 치료를 하지 않았다. 게다가 야전 병원이 부서진 일로 인해 사제의 수가 부족해졌다. 완전히 치료 받지 못한 병사들은 많았고 다른 사람들에게 나도 그들 중 하나처럼 보이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감자를 다 먹은 나는 시동을 보기 위해 임시 치료소로 발걸음을 옮겼다.


“헤헤헤 이제 움직이 실 수 있으신가 보네요?”


시동이 웃으며 나에게 인사해 왔다.

시동의 손에는 물통과 젖은 천이 담겨져 있었다. 사제들의 치료를 받은 사람들의 간호를 돕고 있었던 것 같다. 본인도 아직 완전히 낫지 않았을 텐데....


“덕분에.... 그보다 너 움직여도 되는 거야?”


“사제님이 아직 조금 더 쉬어야 하다고 하시긴 했지만 그럴수가 없어서요 움직일 수 있으면 조금이라도 도와야죠”


“딘 이쪽으로 좀 와줘”


멀리서 사제 한명이 시동을 불렀다.


“네! 지금은 조금 많이 바쁘네요 나중에 또 봐요 아저씨!”


딘이라고 불린 아이는 자신을 부른 사제가 있는 쪽으로 뛰어 갔다.


너무 나도 착한 아이였다. 이곳에서는 사제들이 신성력을 다룰 수 있지만 사제라는 직업의 특성상 엄격한 규율을 지켜야 하기 때문에 사제가 되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이 없다고 한다. 그래서 각 종교의 교단에서는 고아원을 운영하고 고아원 아이들의 지원을 받아 수련을 통해 사제로 키워내고 있다고 한다. 지원한 아이들은 사제의 시중을 들면서 수련을 하고 신성력이 발현되면 견습 사제가 된다고 한다. 하지만 모든 아이들이 신성력을 쓸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특별한 재능 혹은 깊은 신앙심을 가진 자만이 신성력을 쓸 수 있다고 한다. 당연히 후자는 교회에서 하는 말이었다. 딘은 아직 신성력이 발현되지 않아 시종의 일을 하고 있다고 한다. 만약 올해마저도 신성력이 발현되지 않는다면 내년에는 더 이상 시종일을 하지 못하고 교회를 나가거나 교회의 잡일을 하게 된다고 한다. 신성력이 발현되지 않아 교회의 다른 일을 하게 되는 것은 사제의 수련을 받지 못하는 것으로 사제들에게 오는 각종 지원을 받지 못하게 된다고한다. 그리고 이는 시종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일이라고 한다. 치료를 받는 동안 주변사람들이 딘에 대해 한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이상과 같았다.


“게임 주제에 쓸데없이 디테일하긴....”


나는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몸을 움직일 수 있게 된 것은 다행이었지만 아직도 나는 게임 속에 있었다. 내일은 또다시 전쟁이 시작 될 것이다.


어떻게 하면 게임을 끝낼 수 있을지,

도대체 시간이 얼마나 흐른건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고민한다고 답이 나오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병사들의 숙소가 있는 천막에 가서 잠이 들었다.


“자네 이쪽으로 어서!!”


다음날이 되자 몬스터들의 침공이 다시 시작되고 처절한 전투가 시작되었다. 하늘에서는 화살비가 쏟아지고 나는 성문을 지키고 있었다. 공성 병기가 성벽을 두드리고 있었고 곧 있으면 성벽에 구멍이 생길 것 같았다.


“전열을 지켜라 곧 적들이 들어온다.”


어제 화살비를 막아주었던 중년의 남성은 부대의 백부장이었고 지금 우리 앞에서 지휘를 하고 있었다.






문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성벽이 부서지고 거대한 오거가 문을 부수고 난입했다. 오거의 뒤로는 고블린처럼 보이는 무리들이 성안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전황은 절망적이었고 어디도 도망칠 곳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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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잠든 공주와 왕자 (2) +2 22.08.20 34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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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실패 (1) +3 22.08.04 35 2 13쪽
52 이수연 (2) +4 22.07.31 42 3 11쪽
51 이수연 (1) +2 22.07.30 41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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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여왕거미 +4 22.07.23 49 3 12쪽
48 외출 +4 22.07.21 43 2 13쪽
47 흔들다리 효과 +2 22.07.19 40 2 12쪽
46 장 그랜시아3 +2 22.07.17 37 2 9쪽
45 장 그랜시아2 +4 22.07.16 46 3 10쪽
44 병원에서 +4 22.07.14 50 4 10쪽
43 피오드 숲 신전2 +2 22.07.12 42 2 11쪽
42 피오드 숲 신전1 +4 22.07.10 48 3 10쪽
41 빠져들다 +2 22.07.08 43 3 10쪽
40 엘프들과의 회담 +2 22.07.08 47 3 12쪽
39 피오드 숲의 엘프 +4 22.07.07 47 3 10쪽
38 판도라의 상자 +2 22.07.05 46 3 11쪽
37 의심의 시작 +8 22.07.03 52 3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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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정비 +2 22.06.12 66 2 10쪽
21 부러움 +1 22.06.12 73 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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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성벽위 전투 +2 22.06.01 116 3 10쪽
10 설득 +4 22.06.01 130 3 11쪽
9 도적의 정보 +2 22.05.29 131 2 9쪽
8 드디어 진행되는 이야기 +4 22.05.29 148 4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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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움직여라! +6 22.05.21 226 13 10쪽
2 시사회 +6 22.05.20 257 1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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