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심의 시작
“장!! 보고 싶었어요”
“공주님?? 여긴 어떻게?”
공주를 만나서 당황한 것도 잠시 머리가 어질어질하다.
“공주님, 아저씨가 곤란하겠어요. 그만 내려오세요”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응? 꺅”
내 위에 올라타 있던 공주는 무언가 깨달았는지 얼굴이 빨개져서 일어났다.
“장, 미안해요 이건... 이건... 너무... 반가워서...”
몸에 열이 계속나고 있었다. 공주의 얼굴이 흔들렸다. 그리고 목소리가 점차 끊겨 들리기 시작했다.
[경고 체력이 부족합니다.]
시스템 메세지가 떴다.
[‘면역’이 약해집니다]
[‘저주’가 발현됩니다]
“어? 장? 왜그래요?”
부끄러워하던 공주는 나의 이상함을 눈치채고 걱정하기 시작했다.
걱정하는 공주의 표정을 마지막으로 나는 의식을 잃었다.
의식을 잃기 전 마지막 시스템 메시지가 떴다.
[언데드화가 진행됩니다]
***
채현은 과거 현수의 플레이를 다시 보고 있었다.
인공지능 케이시가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현수의 플레이에서 그 실마리를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였다.
게임 속에서 현수는 엘프 무리를 만나 큰 위험 없이 게임을 진행 중이었다. 잠시 시선을 뗀다고 큰 일이 생기지는 않을 것이다. 몇 차례 현수의 플레이를 보던 채현은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베라딘 성에서 현수가 모두와 작별인사를 할 때였다.
“...계속 아저씨라고 부르기도 그렇고 이름을 알려 주실 수 있으신가요?”
“이름?”
“현······.”
“현수, 김현수라고 해”
딘과 작별할 때 자신의 이름을 말하던 김현수의 모습에서 이상함을 발견했다. 그가 이름을 말하는 부분만 마치 더빙된 소리가 나오는 것처럼 말과 입모양의 싱크가 맞지 않았다. 입모양과 말소리를 집중해서 봐야 알 수 있을 정도의 미묘한 차이였다. 당시는 플레이라는 기대감에 부풀어 있었으니 현수를 보던 모든 사람들이 발견하지 못한 것도 당연해 보였다. 채현은 하영을 부르려다가 멈칫했다. 잠시 고민하던 채현은 팀의 프로그래머 병수를 불렀다. 얼마 후 온 병수에게 영상을 보여주었다.
“영상은 제 전공쪽이 아니라서 뭐라고 말하기 어렵지만 약간 이상하기는 하네요. 테스터들의 플레이 영상은 실시간이기 때문에 이렇게 싱크가 안 맞는다는 일은 있을 수 없어요”
병수는 채현의 자리에 앉아 로그 기록을 뒤지기 시작했다.
“역시, 이 부분을 보시면 누군가 접속한 기록이 있습니다. 로그를 일부분 지워서 정확히 무엇을 했는지는 모르지만 흔적은 남아 있네요. 흠”
병수는 무언가를 고민하더니 채현에게 말했다.
“제 친구 중에 영상 쪽 일을 하는 녀석이 하나 있는데 그 녀석에게 물어보겠습니다. 이거는 프로그램 자체에 손을 댔다기보다 송출되는 영상 쪽에 무슨 손을 댄 것 같아요”
병수는 어딘가에 전화를 걸었고 친한 친구들 사이의 욕설이 오고가다 순간 채현이 옆에 있음을 깨달은 병수가 말투를 바꿨다.
“야, 이것만 확인 해주면 수고비도 주겠다니까? 아무리 시간이 없어도 친구 부탁하나 못들어주냐? 긴 영상도 아니야”
설득의 시간이 지나고 영상을 확인한 병수의 친구가 확인하고 답변을 주겠다고 하였다.
“야 이거 먼저 해줘야 한다. 알았지?”
“알겠다니까 다행히 영상이 길지는 않네. 확인하고 연락 줄게”
통화가 끝나고 병수는 채현에게 연락 오면 말하겠다고 하고 물러났다.
왜 하필 이 부분일까?
이름을 말하는 부분... 짐작가는 바가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면... 모두를 신뢰할 수 없게 될것만 같았다. 선배도... 친구도...
채현은 가만히 현수의 플레이를 보았다.
자신이 모르는 어떤 일이 진행되고 있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
“여기는?”
나는 정신이 들자 주변을 보았다.
야전 천막의 지붕이 보였다.
“장!!! 정신이 드시나요?”
공주가 손에 물수건을 든 채 나를 보고 있었다. 마지막에 봤을 때 짧았던 머리가 상당히 길어져 있었다. 지난 번 접속 이후 시간이 얼마나 지났던 것일까? 공주는 아름다운 여인이 되어 있었다. 머리를 위로 묶은 공주의 옆얼굴이 보였다. 매력적이었다.
내가 왜? 누워있는 거지?
상황을 파악하던 나는 마지막에 보았던 문구가 떠올랐다.
“언데드???”
“맞아요 아저씨, 아저씨는 언데드화가 진행되고 있었어요. 물린 외상이 있던 건 아닌 것 같던데... 어디서 언데드의 피를 뒤집어 쓴 적이라도 있으셨던 건가요? 감염 속도로 짐작해 보건데 언데드의 피 몇 방울이 상처나 입을 통해 몸안으로 들어갔던 것 같아요”
공주와 비슷한 누더기를 걸친 젊은 청년이 나를 안다는 듯이 말하고 있었다.
어렸을 적 보고 게임 속 시간으로 10년이상 지난 후에 봤기 때문에 얼굴은 많이 달라져 있었지만 낯익은 목소리에 그가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 또, 정체를 알고 나서 보니 어렸을 적 모습도 군데군데 남아 있었다.
“딘?”
“네. 아저씨 오랜만입니다”
딘은 온화한 얼굴을 하고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큭
무척이나 반가운 얼굴에 몸을 일으키려는데 통증이 찾아왔다.
“아직은 움직이지 마세요. 산채로 몸이 썩어 가고 있었습니다. 아직은 제대로 움직이기 어려우실 거에요. 아저씨 운이 좋으셨어요. 언데드가 되기 직전에 저와 공주님을 만나셨으니까요”
영문을 몰라하는 나에게 딘이 친절하게 설명해 주었다. 딘은 언데드화를 막을 수 있는 스킬을 갖고 있었고 공주는 언데드가 되지 않았다면 저주를 치유할 수 있는 스킬을 갖고 있다고 했다. 다만, 딘은 언데드화를 막을 수 있지만 치료 할 수 없고 공주는 언데드화를 치유할 수 있지만 치유의 속도가 언데드화의 속도보다 느려 언데드화하는 사람을 치유할 수 있는 것은 둘이 같이 있을 때 뿐이라고 하였다. 그런데, 나는 마침 두 사람을 동시에 만나 치유될 수 있었으니 운이 정말 좋았다고 한다.
나는 함정에 걸려 거꾸로 매달려 있을 때 언데드 놀의 시체가 나에게 쓰러졌던 것이 떠올랐다. 그때 굳은 피를 왕창 뒤집어 썼었다. 아마도 그때 감염되었던 것 같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얘기를 하며 한참을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피아와 이담이 들어왔다.
“장님 몸은 괜찮으신가요?”
이담은 나의 안부를 물었다. 하지만 내가 걱정된다기보다는 상태가 호전된 것에 흥미가 있는 듯 했다.
이담은 공주와 딘에게 대화를 요청했고 공주는 내가 걱정되어서 나가기 주저하다가 피아가 나를 돌보겠다는 이야기를 듣고 이담을 따라 나섰다.
“장 바로 올게요.”
공주가 나가고 피아와 단 둘이 되었다.
“정말,,, 얼마전부터 생각했지만 아저씨 손이 정말 많이 가네”
피아는 내 머리의 물수건을 갈아 주었다
머리의 물수건이라니······.
판타지 세상에서 경험할 줄은 몰랐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간병 받는 다는 것은 마음을 따듯하게 위로 해주는 듯 했다. 괜찮은 기분이었다. 게다가 상대방이 상당한 미인이어서 더욱 그랬다.
“저 사람들을 잘 알아?”
피아의 질문에 감고 있던 눈을 떴다.
“왜?”
“저들 추격을 받고 있었어. 우리가 발견했던 인간들의 흔적은 저들을 쫓아온 군대의 흔적이었어. 아까전 들렸던 폭발 소리는 군대가 언데드 무리와 마주쳐 싸우던 소리였다고”
피아의 말을 듣던 나는 공주와 이야기를 나눠 봐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 번 퀘스트 클리어 후 들모아 시장이 공주를 이용하려 했다는 내용을 보았었다. 앤 설린과의 일로 공주의 옆을 지켜주지 못했던 것이 미안했다.
“저 둘 누구인지 모르겠어?”
“응? 내가 알아야 해?”
“베라딘 성에서의 꼬마 공주 혹시 기억해?”
“아!”
나의 말에 한참을 고민하던 피아가 손을 탁쳤다.
“그 꼬마 공주!!! 그런데 왜 이렇게 컸어?”
나는 피아에게 내가 그동안 겪었던 일들을 이야기했다.
게임에 접속하고서 엘프들하고만 지냈던 피아는 게임 속 시간의 흐름을 모르고 있었다고 한다. 엘프들은 성장이 느렸고 게임 내 시간이 그만큼 흘렀으리라고는 생각못했다고 한다.
나는 속으로 운영진들이 그런 이야기를 해주지 않은 건가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자신도 채현의 친절과 시나리오 클리어라는 업적을 달성해 남보다 더 들을 수 있었을 뿐이지 드림픽쳐스가 테스터들에게 많은 정보를 주는 게 아니라는 사실이 떠올랐다.
처음 시사회 당시만해도 시사회라고 속이고 우리를 플레이 못하는 게임 속으로 넣은 사람들이기도 했으니까 말이다.
“메인 퀘스트라... 아저씨 이번에도 무슨 퀘스트를 받았어?”
의외의 질문에 오히려 반문했다.
“언데드에 대해 알았을 때 퀘스트 창이 하나 떴는데 너한테는 안 뜬 거야?”
“응? 무슨 퀘스트?”
피아가 영문을 모르겠다는 얼굴로 나를 쳐다 보았다.
나는 퀘스트 창을 보았다
어느새 퀘스트가 갱신되어 있었다.
내가 쓰러져 있는 동안 엘프 마을에 도착했던 것이다.
[피오드 숲의 엘프2]
언데드의 등장을 알게 된 엘프들은 혼란스럽습니다. 그들을 토벌해야 한다는 주장과 위협이 되지 않는다면 희생을 감수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이 강하게 부딪치고 있습니다. 엘프들은 죽음은 두렵지 않으나 언데드가 되는 것을 두려워합니다. 언데드가 된다면 신과 자연으로부터 버림받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들이 두려움을 극복하고 언데드들에게 맞서 싸울 수 있도록 도우세요
클리어시 보상 :
엘프 종족의 호감도 +10
이네아 여신의 축복
실패시 :
엘프 마을의 멸망
가까운 사람의 죽음
※ 해당 퀘스트는 연계 퀘스트입니다. 퀘스트 클리어하면 다음 퀘스트를 수행하실 수 있습니다.
[[피오드 숲의 엘프] 퀘스트를 달성하여 보상이 지급됩니다. ]
[오래된 인연과 재회했습니다]
[엘프 종족의 호감도가 10 올랐습니다]
[피오드 숲의 엘프2 퀘스트를 받았습니다]
기절해 있는동안 보지 못했던 기록들이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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