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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인k 님의 서재입니다.

하트의 반(VAN)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명인k
작품등록일 :
2013.02.04 17:06
최근연재일 :
2019.02.10 2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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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13.12.24 2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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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하트의 반(VAN) - 2-2 이에넨(9)

DUMMY

2.2 이에넨(9)



매를 따라, 엘리어트는 한참 말을 달렸다. 그러다 조금 전부터 주변의 나무들이 온통 회색으로 변하기 시작하자 그는 속력을 늦췄다.

방금 전 매가 길게 울음소리를 내며 머리 위를 날아갔을 뿐, 날짐승 한 마리의 기척도 느껴지지 않는다. 누렇고 얼룩덜룩하게 말라붙은 잎사귀가 진흙으로 된 바닥 여기저기에 기운없이 내려 앉아 있다. 불에 탄 흔적도 없이 글자 그대로 죽은 숲이 이어진다.


이곳이 어디로 통하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브롤렌을 통과하는 게 무서워 자신들을 몰래 따라온 남자가 혼자 지나가기에는 심하게 으스스해 보이는 숲이었다.

엘리어트는 겁이 났는지 콧바람을 내뿜으며 조금씩 뒤로 물러서는 말을 진정시켰다.

여기 저기 울퉁불퉁하게 튀어 나온 나무 뿌리에 발이 걸리지 않도록 조심하며 그는 다시 말을 달렸다.



그렇게 한참을 달려 숲을 빠져 나온 뒤 새벽의 푸르스름한 빛이 조금씩 사방을 밝히기 시작할 때쯤 저기 멀리 검문소 하나가 보이기 시작했다.

가까이 이르자 말을 멈추고 자리에 서서 엘리어트는 검문소 위에 꽂혀 있는 기를 보았다. 라제크의 깃발이 검문소 위에서 느리게 펄럭이고 있었다.











마을로 내려와 여관에 방을 잡고 하룻밤 잠을 청한 뒤 다음날 아침, 자리에서 일어나 가슈들은 여관 밖으로 나왔다. 피곤했는지 다들 밤새 죽은 듯 골아 떨어졌다. 그리고나서 일어나니 허기가 산처럼 덮쳐왔다. 배가 너무 고파 멀리 갈 수도 없어서 여관에서 나오자 마자 그들은 제일 먼저 눈에 띄는 식당으로 우르르 들어갔다.


아침이라고는 해도 이미 정오가 가까워올 때였다. 주문한 음식을 다 먹어 치울 때까지 다들 말이 없었다. 잠시 후 식사가 끝날 쯤이 되어 배가 조금씩 불러오자 그제야 다들 음식을 집어 들던 손을 늦췄다.


식탁 제일 안쪽에서 그나마 얌전히 식사를 하던 가슈는 이제야 정신이 난 얼굴로 식사를 마무리하는 나머지 넷을 보다가 무심코 식당 안을 한 번 둘러 보았다. 식당 구석에 앉아 있는 여자들 서넛이 눈에 들어왔다.


술집에 고용된 여자들인지 옷차림이 야하고 화려해 보였는데 게걸스럽게 먹어 대던 자신들을 보고 있었는지 눈이 마주치자 여자들이 킥하고 웃었다. 그 중 한 명이 장난스럽게 눈을 찡긋하며 손을 살짝 흔들어 보였다.

“피곤하긴 한데....”

자신들을 향해 웃어 보이는 여자들을 향해 턱짓을 하며 그는 물었다.

“어쩔래?”

그 말에 다들 고개를 돌렸다. 남자들이 단체로 쳐다보자 여자들은 이쪽을 향해 교태 어린 웃음을 짓고 있었다.

“난 됐어.”

시큰둥하게 아비크가 대꾸했다.

“레이, 길더. 너희들은?”

“저러는데 당연히 가야지.”

“저도요.”

가볍게 대꾸하는 두 사람을 보다가 가슈는 아비크를 향해 되물었다.

“정말 안 낄거야?”

“됐다. 아침부터.”

맡은 일을 제외하고 나머지에는 별로 관심을 안 갖는 아비크였다.

“놀 거면 늬들끼리 놀아.”

의자를 밀며 아비크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난 근처나 돌아보고 있을 테니까.”

“그래 그럼.”

굳이 더 권하지 않고 가슈가 대꾸했다.









“왜 혼자 나와?”

혼자 일찍 식사를 끝내고 밖에서 말을 확인하고 있던 시즈는 아비크가 걸어나오자 의아한 듯 물었다.

"딴 녀석들은?"

“좀 더 있다 나올 모양이야.”

“그래? 그럼 나도...”

중얼거리며 다시 술집 안으로 들어가려는 시즈의 목덜미를 아비크가 덥석 잡았다.

“왜?”

반동으로 뒤로 다시 끌려오며 쳐다보는 그를 향해 아비크는 말했다.

“넌 나하고 구경이나 하다 오자.”

“아침부터 어딜?”

“이 동네.”

한산한 거리를 둘러보며 아비크는 말했다.

“다시 올 것도 아닌데 둘러 보는 것도 좋잖아.”

“이 아침에 뭐가 있다고...”

시즈가 투덜거렸다.

“구경하고 싶으면 혼자 해.”

“혼자 무슨 재미냐?”

느긋하게 대꾸하는 소리에 시즈가 다시 찡그렸다. 그러고 있는데 안에서 레이가 걸어 나왔다.


“둘러 본다더니 여기 있어?”

두 사람을 향해 레이가 말했다.

“너야말로 왜 나와?”

“생각해 보니까 여기까지 온 김에 잠깐 들를 데가 있어서.”

“어디?”

“여기도 나 만큼 이것저것 소식 꿰차고 있는 영감님이 한 명 있거든.”

“그, 산지기 아저씨처럼?”

“비슷해.”

“너보고 또 기겁하는 거 아냐?”

“이번엔 안 그럴 걸?”

골치 아픈 얼굴로 그가 미간에 주름을 잡았다.

“돈 거래가 아니면 한 마디도 안하려고 해서 오히려 내가 곤란하단 말이야.”

말을 맡아줬던 산지기 아저씨와 달리 이번에는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다.

“같이 갈래?”

레이는 술집 앞 길을 따라 길게 이어지는 반대쪽 골목을 가리켰다.

“심심하면.”

딱히 할 일이 있는 것도 아니고 시즈나 데라고 동네나 한 바퀴 돌려고 했으니 굳이 거절할 이유가 없어 아비크가 끄덕였다.

“그러자.”

"뭐야~ 난 생각도 없는데."

양 팔을 머리 뒤로 괴며 시즈가 투덜거렸다. 그러나 투덜거리는 것치곤 흥미가 없는 건 아니었는지 앞서는 레이와 아비크의 뒤를 그가 따라 그는 걸음을 옮겼다.



술집 맞은편으로 건너가 세 사람은 그대로 골목 안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마침 골목 안에서 나오던 동네 처녀처럼 보이는 여자들이 그들과 마주치자 옆으로 조금 비켜서며 지나갔다.

지나가는 아가씨의 머리칼이 눈에 들어오자 아비크는 잠깐 그쪽을 응시했다. 밝은 갈색의 긴 머리. 헬렌에서 만난 누군가가 문득 생각났다.

그러고 보니 제대로 갔나. 얼핏 드미를 거쳐서 간다는 것 같았는데 별 문제없이 돌아갔겠지?

“보통내기는 아닌 것 같았으니까..”

무심코 혼자 중얼거리는 소리에 옆에서 시즈가 되물었다.

“뭐가?”

“아무 것도 아냐.”

대꾸하며 곧 입을 다물고는 아비크는 골목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골목을 돌아 나오니 그 끝에 작은 마구간이 하나 있었다.

“만날 사람이 여기 있어?”

두리번거리며 시즈가 물었다. 마구간인데 말 한 마리 안보인다.

“그래.”

레이는 마구간 안으로 걸어들어 갔다.

“말지기가 소리통 역할도 하는 거야?”

“그런가 보지 뭐.”

무심히 대꾸하며 아비크 역시 레이를 따라 안으로 갔다.




“오랜만이야.”

안으로 들어온 레이를 보고 안에서 구유를 손보고 있던 남자가 별로 놀라지도 않은 기색으로 입을 뗐다.

“무슨 일로 여기까지?”

손님 대하듯 능글맞은 기색이었다.

“그냥 왔어요.”

걸어가 레이는 말우리를 막고 있는 통나무 한 쪽에 몸을 기대고 섰다.

“이 동네는 요즘 재밌는 얘기 없어요? 있으면 온 김에 좀 듣고 가게.”

“재밌는 얘기라.. 몇 개 굵직한 게 있는데..”

남자가 다시 씨익 웃었다.

“얼마나 듣고 싶은지 보여줘야 얘길 하지.”


레이는 안을 구경하고 있는 아비크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있는 것 좀 내놔봐.”

“내가 왜?”

“네바렌에 가면 줄게.”

“일없다.”

그 말은 믿을 수가 없었는지 흥미 없는 얼굴로 아비크는 말했다.

“돈도 없고.”

“너도 얘기 듣잖아.”

“난 들을 필요 없는데?”

관심도 없다는 듯 딱 잘라 하는 소리에 한숨을 쉬고는 레이는 이번에는 시즈를 보았다 .

“시즈.”

“난 진짜 하나도 없어.”

이름을 부르자 마자 눈을 동그랗게 뜨며 순진한 얼굴로 그가 말했다. 레이는 한숨을 내쉬었다.

“늬들한테 내가 뭘 바라겠냐..”

어쩔 수 없이 품안에 손을 넣어 그가 작은 꾸러미 하나를 꺼내 남자의 앞에 던졌다.

“별 거 없으면 다시 가져갈 거에요.”

주머니 안을 확인하고 남자가 누런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이 정도면 뭘 얘기 해줘야 하나..”

잠시 생각하다 그는 곧 말했다.

“산맥 저쪽에서 왔지?”

“그렇죠.”

“그럼 그곳과 연관된 소식을 말해주는 게 좋겠군. 시마르 혈맹국 얘기 말이야.”

“끼어들어서 미안한데요.”

시큰둥하게 레이는 말했다.

“나 거기서 왔어요. 그쪽 얘긴 아저씨보다 훨씬 꿰고 있다고요.”


“그 혈맹국 중 하나가 시마르에서 빠져 나와 라제크와 손을 잡는다는데도?”

“이에넨 얘기 하는 거면...”

시큰둥히 레이는 말했다.

“그거 다시 내놔요.”

“이에넨 아니야.”

남자는 말했다.

“베닛사 말이야.”

그 말에 그제야 레이의 시선이 힐끔 그를 향했다.

“베닛사가 시마르 혈맹국에서 빠져나와 라제크와 손을 잡는다는 얘기가 돌아.”

남자는 말했다.

“아주 조심스럽게 말이야.”

레이가 남자를 다시 보았다.

“제대로 들은 거 맞아요?”

좀 미심쩍은 눈으로 남자를 보며 그가 확인했다.

“이에넨이 아니라 베닛사라고요?”

“이에넨 얘긴 굳이 돈 받고 해줄 정도로 비밀도 아니지.”

아비크와 레이가 서로 얼굴을 마주 보았다.


네바렌이 이에넨을 막으려 했던 건 네바렌 자체의 교역적인 문제가 얽혀 있고 또 선대 영주와의 친분 때문이었다. 남자의 말대로 그런 문제가 얽혀 있지 않다면 이에넨이 시마르에서 나간다고 해도 크게 문제가 될 건 없었다. 하지만 베닛사는, 얘기가 달랐다.

“병력이나 위치만 봐도 시마르에서 중요할텐데...”

베닛사의 병력은 시마르 영주국 중에서도 네바렌 다음이다.

“시마르에서 빠져 나오면 남은 영주국들이 타격이 좀 있을 걸?”

“이 얘기 어디서 들었어요?”

레이는 말했다.

“확실 한 거에요 진짜?”

“확실해. 출처는 못 밝히지만 말이야.”

으쓱거리며 남자가 다시 말했다.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잠시 후 남자에게 몇 가지 얘기를 듣고 다시 밖으로 나온 아비크와 레이의 옆에서 의아한 듯 시즈가 중얼거렸다.

“이에넨뿐 아니라 갑자기 왜 베닛사까지...”

그렇게 말하다 문득 생각난 얼굴로 그는 다시 말했다.

"이제 어떡해?"

대꾸가 없자 시즈는 두 사람 쪽을 보았다.

“응? 어쩌냐고?”

“그야 우리도 모르지.”

재차 묻는 소리에 생각에 잠겨 있던 레이가 입을 뗐다. 그러면서 아비크를 보았다.

“괜히 찜찜한데, 이거 네바렌에 알려야 하나? 어쩌지?”

잠시 생각을 하던 아비크가 한숨처럼 말했다.

“가슈한테 가보자.”

복잡하게 생각하는 걸 싫어하는데다가 이런 일은 원래 가슈가 전문이다.

“이런 거 생각하는 건 그 녀석 담당이니까.”

말하며 그는 걸어온 골목 저쪽으로 몸을 돌렸다.


작가의말

짧아서 내일 다시 올리겠습니다..

 

그리고 모든 분들께 메리 크리스마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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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하트의 반(VAN) - 1-30. +13 13.05.31 8,835 188 2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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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하트의 반(VAN) - 1-27. +10 13.05.20 8,234 176 19쪽
27 하트의 반(VAN) - 1-26. +3 13.05.16 8,544 181 13쪽
26 하트의 반(VAN) - 1-25. +3 13.05.14 8,319 184 27쪽
25 하트의 반(VAN) - 1-24. +15 13.05.09 8,367 232 24쪽
24 하트의 반(VAN) - 1-23. +7 13.05.03 10,464 289 25쪽
23 하트의 반(VAN) - 1-22. +9 13.04.29 9,083 201 21쪽
22 하트의 반(VAN) - 1-21. +1 13.04.25 8,406 20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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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하트의 반(VAN) - 1-10. +6 13.03.04 10,136 251 18쪽
10 하트의 반(VAN) - 1-9. +2 13.02.28 10,107 235 19쪽
9 하트의 반(VAN) - 1-8. +6 13.02.26 10,645 256 14쪽
8 하트의 반(VAN) - 1-7. +6 13.02.25 11,244 271 15쪽
7 하트의 반(VAN) - 1-6. +19 13.02.21 11,296 282 16쪽
6 하트의 반(VAN) - 1-5. +14 13.02.19 13,170 277 20쪽
5 하트의 반(VAN) - 1-4. +13 13.02.17 14,300 330 15쪽
4 하트의 반(VAN) - 1-3. +9 13.02.17 15,197 327 13쪽
3 하트의 반(VAN) - 1-2. +15 13.02.11 16,471 350 13쪽
2 하트의 반(VAN) - 1-1. +15 13.02.10 21,877 403 12쪽
1 하트의 반(VAN) - 0. +15 13.02.04 29,032 440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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