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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인k 님의 서재입니다.

하트의 반(V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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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인k
작품등록일 :
2013.02.04 17:06
최근연재일 :
2019.02.10 23:08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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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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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13.05.31 2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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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26쪽

하트의 반(VAN) - 1-30.

DUMMY

시간은 흘러간다. 겨울이 지났다. 그리고 다시 봄이 되자 잠에서 깨어난 것처럼 가게는 분위기가 바뀌었다.

잘 뿌리 내린 포도 나무를 가꾸기 위해 데이먼과 락터드는 번갈아 포도밭이 있는 산 어귀 오두막에서 지냈고 엘리어트도 가끔씩 그곳에 가서 일을 돕는 건 변함이 없었지만, 가게를 드나드는 손님이 점점 늘어나면서 그 때문인지 아니면 날씨 때문인지는 몰라도 가게는 더 활기찬 분위기가 되어가고 있었다.


수업도 변화가 있었다. 검술에 대해서는 당분간 계획이 없다던 락터드가 무슨 생각에선지 어느날 연습용 목검 하나를 준비해 왔다.


“봄도 됐고 하니 조금씩 해볼까 해서.”

숲의 한 가운데 서서 목검을 들어 올려 무게를 가늠하고 있는 엘리어트를 보면서 락터드는 들고 있던 목검을 가볍게 좌우로 움직였다.

“나는 일단..”

왼 손에 목검을 쥐고 그가 앞으로 내보였다.

“이 정도에서 시작할까 하는데.”

그는 말했다.

“실력을 봐야하니 덤벼봐라.”

말을 하는 그를 엘리어트는 잠시 올려다 보았다. 그리고는 곧 손에 힘을 주어 목검을 잡았다. 예전에 마을에서나 숲에서 처음 봤을 때 처럼 지지 않겠다는 기색이 느껴졌다.

시합에서 일부러 져준 적 있는 것치고는 승부 근성은 좀 있는 것 같았다.


‘물러서도 될 때와 아닐 때를 구분할 줄은 아는 모양이군.’

여유로운 기색으로 검을 쥔 채 그대로 엘리어트를 보고 있자니 잠시 후 그런 자신을 빤히 보다가 엘리어트가 한 발 앞으로 나왔다.



숲에서 오전 내내 검 연습을 하다가 가게로 돌아가 점심을 먹고 엘리어트는 다시 가게에서 나왔다. 좀 쉴 겸 해서 서고에 갔다 오라는 락터드의 말에 따라 그는 성으로 향했다.


서고로 들어가려는데 데비가 문 앞에 서 있는 게 보였다.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았는데 무슨 일이 있는지 문 옆에 서서 한숨을 푹 내쉬고 있는 얼굴이 그리 밝지 않았다. 걸어오는 엘리어트를 발견하고는 그녀가 고개를 들었다.

“엘리어트.”

엘리어트가 앞으로 오자 그녀가 아는 척을 했다.

“책 읽으러 온 거지?”

“응.”

“나, 물어 볼 게 있는데..”

그녀는 말했다.

“있잖아. 숲에서 혹시 엽초 같은거 본 적 있어?”

잠깐 생각하고는 곧 고개를 가로젓자 그 모습에 데비의 표정이 다시금 어두워졌다.

“그래?”

“엽초는 왜?”

“기버 할아버지 지병이 심해져서..”

정원사 기버 영감이 오래 앓아온 당뇨가 나이가 들수록 더 심해지고 있었다. 기력이 다 했는지 최근에는 눈도 잘 안 보이고 밖으로 나오는 것도 힘들어 할 정도여서 데비가 걱정을 크게 하고 있었다.

“도움이 되는 엽초가 있다던데..”

생각에 잠긴 얼굴로 데비가 중얼거렸다.

“숲에 가면 구할 수 있을까 했어.”

마을에 있는 약방에 알아봤지만 겨울이 지나면서 약초가 떨어져 들어오려면 조금 더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가면 찾아 볼게.”

걱정스러운 기색에 그가 말하자 그녀가 애써 조금 웃어 보였다.

“응.”

그러나 이내 눈을 내리 뜨는 기색이 어두워 보였다.

“나 오늘은 그냥 갈게.”

심란해서 책을 읽을 마음은 아니었는지 그를 향해 애써 밝은 얼굴로 데비는 말했다.

“내일 봐 엘리어트.”

몸을 돌려 걸어가는 그녀의 뒷모습을 잠깐 보다가 엘리어트는 곧 서고 안으로 들어갔다.






목검 연습이 시작되고 간단히 해보겠다던 말과는 달리 며칠간 연습은 하루 몇 시간씩 계속됐다.

“수고했다.”

머리 한 가운데 해가 걸리자 숲 가운데 서서 방금전까지 휘두르던 목검을 어깨에 얹으며 락터드는 말했다.

“그만 가서 점심이나 먹자.”

거친 숨을 내쉬며 엘리어트는 방금 전까지 연습하던 목검을 쥔 손을 그제야 좀 느슨히 했다. 왼손이라도 락터드의 검을 막아내는 게 보통 일이 아니다. 처음 시작하면서도 락터드는 인정사정 없었다.


집으로 돌아가려고 락터드가 목검을 집어 넣는 동안 엘리어트는 잠시 주위를 둘러 보았다.

“잠시만 여기 더 있다 가도 되요?”

갑자기 그가 락터드를 향해 물었다.

“볼 일 있니? 쉬었다 다시 오지 그러냐?”

그 말에 망설이는 얼굴로 엘리어트는 대꾸했다.

“그렇게 시간이 필요한 일은 아니에요. 금방 할 수 있거든요.”

오전 내내 상당히 무리해서 시간을 보냈는데도 쉬라고 해도 쉴 것 같지는 않았다.

“알았다. 뭐 마음대로 해라.”

허락이 떨어지자 다행이라고 생각했는지 엘리어트가 곧 몸을 돌렸다.

“다녀오겠습니다.”

그대로 뛰어가는 엘리어트의 뒷모습을 락터드는 잠시 응시했다.

“고집은..”

어쩔 수 없다는 듯 그가 중얼거렸다.




연습 하고 있던 여기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약초와 풀들이 무성한 곳이 있었다는 게 아까 기억이 났다. 웨번으로 통하는 길이 이제 완성되어 제법 많은 사람들이 숲을 왔다 갔다 함에 따라 숲도 예전보다 부산스러워졌지만 그래도 아직 사람 손을 타지 않은 곳이 남아 있었다.


커다란 나뭇가지 한 쪽을 밀어내며 엘리어트는 그늘진 나무 사이로 나왔다. 데비가 말한 당뇨에 효과가 있는 풀은 지엽초나 일엽초라는 건데 엘리어트도 책에서 본 적은 있지만 실제 눈으로 본 적은 없었다. 수풀이 우거진 여기저기를 샅샅이 헤치며 그는 그 사이에 나 있는 약초나 풀들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점심 시간이 지날 때까지 장소를 샅샅이 확인했지만 찾고 있는 건 없었다. 하는 수 없이 그대로 다시 마을로 내려와 시장으로 들어서는데 시장 입구쪽에 있는 나무 아래에 니겔 일행이 모여 있는 게 보였다.

지난 번 일 이후 싸움을 걸어오는 일은 없었지만 니겔들이 시장이나 광장에서 지나가다 마주칠 때마다 못 마땅한 눈으로 보고 있는 것을 엘리어트는 알고 있었다.

“어이. 견습생 나리.”

제일 앞 쪽에 서 있던 에스퀸이 그를 보더니 야유하듯 말을 던졌다.

“어딜 그렇게 가시나?”

그가 말을 하자 다들 엘리어트 쪽을 쳐다보고 있었다.


“기사 수업을 받으니 이제 우리랑 어울릴 수준 좀 됐어?”

여전히 그가 비아냥대자 주변에 있던 다른 소년들이 킥킥거리기 시작했다.

“그러면 이쪽으로 오지 그래?”

킥킥대고 있는 소년들을 엘리어트는 가만히 서서 보고 있었다. 그러다가 천천히 그가 그들을 향해 걸어갔다.


진짜로 올 줄은 몰랐는지 엘리어트가 앞에 서자 소년들은 입을 다물고 있었다. 말을 꺼낸 에스퀸은 엘리어트가 쳐다보자 좀 당황한 기색이 되었다.

“우리랑 어울리겠다고?”

나무 아래 앉아 있다가 엘리어트와 소년들이 마주 서는 걸 보고 있던 니겔이 입을 열었다. 그가 말을 하자 엘리어트의 시선이 그쪽을 향했다.

“그럴 작정이면 확인을 해봐야 겠는데.”

엘리어트의 시선에 그가 으쓱했다.

“진짜로 수준이 되는지 어쩐지 말이야.”

“뭘 해주면 되는데?”

조용히 묻는 소리에 니겔의 시선이 다시 그를 향했다. 정말 같이 어울리고 싶어서 하는 소리가 아니다. 순순히 물러나지 않겠다는 기색에 잠깐 있다가 곧 니겔은 말했다.

“정말 해보시겠다?”


그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은 채 니겔은 엘리어트의 앞으로 걸어갔다. 뒤에 있던 소년들도 우르르 따라가 엘리어트를 둘러 쌌다.

“그럼 따라 와. 근데 못 해내면 댓가가 비싸다는 것도 알아둬라.”

말을 하던 그는 문득 엘리어트의 뒤쪽에서 걸어오는 사람을 발견하고는 덧붙여 말했다.

“뭐, 계집애들이랑 어울리는 걸 좋아하는 것 같으니 겁나면 지금 그냥 도망쳐도 상관 없고.”

니겔의 시선이 그의 뒤를 향해 있는 것을 보고 엘리어트는 돌아 보았다. 시장에서 나왔는지 락터드와 데비가 몰려 있는 아이들을 틈에서 엘리어트를 발견하고는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엘리어트.”

걸어오며 의아한 듯 데비가 그를 불렀다.


“그러지 않을 거면 좀 있다 폭포수가 있는 데로 와라.”

거기까지 말하고 니겔은 몸을 돌렸다. 가까이 온 두 사람과 마주치는 것을 피해 소년들은 발을 돌려 곧 시장 아래로 걸어갔다. 그 모습을 엘리어트는 가만히 보고 있었다.


“무슨 일이야?”

아무래도 심상치 않다고 생각했는지 옆으로 다가와 데비가 물었다.

“쟤들하고 무슨 얘기 했어?”

걱정스러운 얼굴로 재차 묻자 엘리어트가 고개를 저었다.

“아무 것도 아냐.”

‘아무 것도 아닌 게 아닌 것 같은데..’

니겔들이 사라진 쪽을 보면서 고개를 조금 갸웃거리고는 그녀는 곧 락터드가 있는 쪽으로 걸어가는 엘리어트의 뒤를 따라 갔다.




가게에 와서 잠깐 얘기하고 데비는 바로 돌아갔다. 데비가 돌아가고 엘리어트는 락터드와 포도 나무를 덮어줄 지푸라기를 새끼줄로 잇는 일을 했다. 새끼줄을 사오기 위해 락터드는 시장 입구에 있는 잡화상에 갔었고 거기서 약방에 갔다 오는 데비를 우연히 만났다고 했다.


“무슨 일인지 물어도 되냐?”

볏짚을 가지런히 정리하며 락터드가 물었다. 그 질문에 망설이는 듯 했으나 곧 엘리어트는 상황을 간단히 그에게 말했다.

“그런 거면 아까 그냥 두지 그랬니?”

다 듣고 난 뒤 락터드는 말했다.

“데비가 나섰으면 그냥 넘어갔을 수도 있었는데.”

망설이는 기색으로 엘리어트는 대답했다.

“그냥.. 도움 받고 싶지 않았어요.”

볏짚을 새끼줄로 꼬아 옆에 차곡차곡 쌓으면서 락터드는 가볍게 말했다.

“도와주랴?”

엘리어트는 그를 올려다보았다. 말없이 고개를 가로젓는 그를 보며 락터드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 말을 이었다.

“어떻게 할 셈이냐?”

“잘 모르겠어요.”

곰곰이 생각하는 얼굴이었다.

“좀 더 생각을 해 보려고요.”

진지하게 대답하며 엘리어트는 다시 볏짚을 묶었다.




일을 끝내고 잠깐 쉬는 사이 엘리어트는 니겔 일행이 기다리고 있는 숲 안쪽으로 갔다. 약속한 대로 폭포수가 떨어지고 있는 숲 안까지 가자 그 앞에 니겔 일행이 있었다. 엘리어트가 나타나자 소년들이 그를 향해 돌아섰다.


“저기.”

엘리어트는 니겔이 손가락 끝으로 가리키는 쪽을 쳐다보았다.

“저기 꼭대기에다 방패를 두고 왔거든.”

니겔은 말했다.

“가서 가져와.”

절벽은 어린애가 올라갈 만한 높이가 아니었는데다 위에는 새둥지까지 있었는데 그 때문에 아무나 함부로 올라 갈 수도 없었다. 그걸 이미 알고 있는 알폰스와 에스퀸이 서로 눈빛을 주고 받으며 조소하고 있었다.

“가지고 내려 오면 시장으로 와라.”

가만히 서서 절벽을 올려다 보고 있는 그를 향해 다시 말하고는 엘리어트만 남겨 둔 채 세사람이 몸을 돌렸다. 혼자 남은 엘리어트는 니겔이 가리킨 절벽 위를 물끄러미 올려다 보고 있었다.


“야, 니겔. 근데 정말 저기 방패 두고 온 거야? 거짓말이지?”

뒤를 따라가며 알폰스가 물었다.

“아무렴 어때? 어차피 찾아올 것도 아닌데.”

무심히 대꾸하는 소리를 들으며 알폰스는 절벽을 올려다 보고 있는 엘리어트를 힐끔 돌아보았다.

“무슨 일 나진 않겠지?”

영 마음이 편치 만은 않았는지 그가 슬며시 말했다.

“올라가다 떨어지면 진짜 죽을 텐데.”

“알게 뭐야.”

대꾸하는 목소리가 퉁명스러웠다.

“각오하고 올라가던지 아님 겁나면 도망치겠지.”

알폰스는 뒤를 다시 힐끔 보았다. 하긴 무모하게 진짜로 올라가진 않겠지 설마.

“근데 너 저 자식 왜 그렇게 싫어하냐? 사실 눈에 띄는 녀석도 아닌데.”

다시 앞을 보며 그가 니겔을 향해 물었다.

“그냥 다 거슬려.”

냉담한 얼굴로 니겔이 다시 말했다.





혼자 남은 엘리어트는 폭포 옆으로 길게 이어지고 있는 절벽을 올려다 보고 있었다. 예전에 락터드와 카이렌이 내려 갔던 절벽과 이어지는 곳이다. 요즘은 혼자서도 암벽을 오르내리는 연습을 할 정도였기 때문에 이 정도 절벽을 올라가는 건 그렇게 어려운 일이라고 느껴지진 않았다.


걸어가 엘리어트는 절벽에 손을 댔다. 그리고는 조심스럽게 절벽을 기어 오르기 시작했다. 조금 오르다보니 폭포의 습기 때문에 바위 중간에 미끌거리는 곳이 꽤 있었다. 위험해서 잠깐 멈추고는 엘리어트는 위를 보았다. 절반 채 못 미친 거리였는데 절벽 사이 틈으로 보이는 하늘에 새들이 있는 게 보였다.

꽤 크기가 큰 새로 근처에 둥지가 있는지 같은 자리를 빙빙 돌고 있다. 새 둥우리가 있는 곳에 올라갔다간 바로 새들에게 공격 당할 것이다. 여기 있는 새들은 대부분 매 과에 속한 아주 큰 새들이었고 부리가 날카로워 잘못 공격당하면 어른이라도 크게 다칠 수 있었다.



잠시 하늘을 보다가 다시 천천히 엘리어트는 아래로 내려왔다. 새들도 문제였고 미끄러운 걸 좀 막아줄 수 있는 것도 필요했다.

손에 묻은 물기를 털어내며 어떻게 하면 좋을 지 그는 잠시 생각했다. 시원하게 떨어지는 폭포 소리가 귀를 울리는 동안 생각에 빠져 있다가 엘리어트는 떨어지는 폭포 쪽으로 잠깐 시선을 돌렸다.


폭포는 폭이 넓지는 않았지만 높이가 절벽 높이 만큼 되어 떨어지는 기세가 사뭇 굉장했다. 그러고 보니 저 폭포 뒤쪽에 동굴이 하나 있다. 예전에 발견했는데 굳이 들어가보지는 않았다. 잠시 그쪽을 응시하다가 엘리어트는 폭포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물이끼가 차 미끄러운 폭포 옆 벽에 붙어 조심스럽게 옆으로 가 중간에 튀어나온 돌이 끊어지자 폭포수를 뚫고 엘리어트는 한 번에 그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쏟아지는 물을 맞아 머리에서부터 뚝뚝 떨어지는 물기를 손으로 털어내며 엘리어트는 동굴 안을 조심스럽게 둘러 보았다. 폭포수가 있는 동굴 입구에서 빛이 들어와선지 완전히 어둡지는 않았다.

안으로 조금씩 더 들어가 바닥이나 동굴 벽에 나 있는 풀들을 찬찬히 훑어 보았다. 데비가 말한 당뇨에 효과가 있는 약초 중에는 습한 곳에서 빛을 피해 자라는 풀도 있었다.


동굴 안은 사람이 들어왔던 적은 없었는지 벽에 온통 이끼로 꽉 차 있었고 풀들이 생각보다 무성하게 자라 있었다. 여기저기 나 있는 풀들 천천히 확인하다가 엘리어트는 동굴 벽 위로 중간쯤 나 있는 풀을 발견했다.

일엽초 한 포기가 그 중간에 자라 올라와 있는 것을 보고 그는 다행이라는 얼굴이 되었다. 성큼 그쪽으로 걸어가 바위를 붙잡고 엘리어트는 서너 걸음 위로 올라갔다. 여기서도 물이끼 때문에 자꾸 발이 빠졌지만 몇 번 노력 끝에 간신히 바위 틈을 붙잡고 위로 올라 설 수 있었다. 엘리어트는 양 발로 바위 틈을 딛고 약초가 있는 바위에 팔을 올려 몸을 지탱했다. 그리고는 바로 눈 앞에 있는 일엽초를 잠시 가만히 응시했다.











마굿간에서 나온 데비는 방으로 돌아가려고 정원 중간에 나 있는 문을 열고 들어 서고 있었다. 기버 할아버지에게 약을 가져다 주고 잠깐 옆에서 지켜보다 할아버지가 잠이 들자 막 나온 참이었다. 오늘도 약방에 가봤지만 아직 들어온 약초가 없다고 했다.

“정말 큰 일이네요.”

옆에서 같이 간호하고 있다 돌아오던 레사가 중얼거렸다.

“저러다 돌아가시면 어쩌죠?”

“입방정 떨지 마.”

그 말에 짐짓 무뚝뚝하게 데비가 말하자 머쓱한 얼굴로 레사가 입을 다물었다. 중간에 나 있는 문을 열고 정원 한 쪽에서 나와 서고가 있는 탑을 가로지르다가 그녀는 서고 문 앞에 뭔가 있는 것을 발견했다. 작은 화분이 거기 놓여 있었다.

“뭐에요, 그게?”

문 앞으로 가 화분을 들어 올리는 그녀를 의아한 눈으로 보며 레사가 물었다.

“방에 두시게요?”

데비는 화분 안에 심겨 있는 길다란 약초를 잠시 응시했다.

“아니.”

일엽초 잎의 은은한 향을 주위에 퍼졌다.

“달여서 기버 할아버지 드릴거야. 당뇨에 좋은 거라.”

“언제 가져 오신거에요?”

“내가 가져온 게 아냐.”

소중한 듯 그녀가 화분을 끌어 안았다.

“그럼 누가요?”

궁금한 듯 물으며 다시 정원을 가로질러 가는 데비의 뒤를 레사가 쫓아갔다.






저녁 시간 전까지 있다가 식사 하라고 부르려고 보니 엘리어트가 다시 보이지 않아 데이먼이 물어보자 락터드가 사정 얘기를 간단히 했다.

“동네 꼬맹이들하고 그런 일이 있었어?”

“그런 가봐.”

“자네도 몰랐고?”

“나야 그 애한테 뭔가 지시를 하지만 항상 옆에 있는 건 아니니...”

락터드가 말했다.

“다 알 순 없지.”

그것도 그렇겠다는 듯 끄덕거리던 데이먼은 곧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눈살을 찌푸렸다.

“그나저나 꼬맹이들 자네가 뭐라도 엄청나게 가르쳐 준 줄 아나 보구만. 뭐 배운 게 있다고.”

할 말이 없었는지 쓰게 웃고는 락터드는 산 저쪽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날이 어두워진다. 엘리어트가 제대로 하고 있을지 생각하며 그는 잠시 밖에 시선을 고정했다.





해가 질 무렵에 엘리어트는 다시 절벽 사이로 와 있었다. 어두워 질 때 움직이면 조금이나마 새들 눈을 피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았다.

머리 위를 올려다 보니 아까랑 마찬가지로 커다란 새 한 두 마리가 절벽 위를 빙빙 돌고 있는 게 보였다. 자리에서 한 쪽 무릎을 굽혀 앉아 엘리어트는 가지고 온 연을 꺼내 펼쳤다.

연에 길게 실을 매달아 머리 위로 띄우기 시작했다. 한참을 올라간 연이 하늘에서 바람에 실려 움직이자 그대로 걸어가 엘리어트는 그 끝을 좀 떨어진 나무 한 쪽에 매달았다.

연이 움직이는 걸 잠깐 확인했다. 움직일 때마다 하늘에서 가벼운 소리가 들려 왔다. 중간에 속이 비었는 가볍고 가느다란 대나무를 매달아 놓았다. 바람이 불어 공기가 통과하면서 작지만 울림을 내니 그 소리에 경계를 사 새들이 바로 쉽게 덤벼들지는 못할 것이다.


잠시 후 하늘에 연이 하나 더 띄워졌다. 두 개의 연이 하늘 높은 곳에서 바람에 날리는 것을 보며 엘리어트는 아까 있던 곳으로 돌아갔다. 간간히 들려오는 울림 소리를 들으며 그는 곧 조심스럽게 폭포수 옆 쪽을 기어 올라가기 시작했다.


주머니에 넣어 온 송진 가루를 손에 묻힌 채 중간 중간 물기로 미끄러운 바위 위를 간신히 타고 올라가 그 끝에 이르자 손을 뻗어 마지막 바위를 잡고는 엘리어트는 위로 올라섰다.

올라 서기 직전에 하늘을 확인해 보니 아래에서 봤을 때보다 훨씬 커다란 새 서너 마리가 바람에 움직이는 연이 있는 쪽을 맴도는 중이었지만 엘리어트의 생각대로 소리 때문인지 쉽게 덤비지는 않고 있었다.


엘리어트는 절벽을 쭉 눈으로 따라갔다. 연 주변을 날고 있는 새들이 있는 곳에 조금 못미쳐 방패가 바닥에 놓여 있는 게 보였다. 이쪽의 기색을 눈치채지 못하길 바라며 최대한 소리를 죽인 채 엘리어트는 절벽 가장자리를 따라 뛰어갔다. 그대로 방패를 집어 들고 몸을 돌려 엘리어트는 다시 있던 자리로 뛰었다.

자리에서 몸을 숙인 채 방패를 등 뒤에 단단히 묶으며 하늘을 보니 이제 파악을 끝냈는지 새들이 연을 부리로 쪼아 대고 있는 게 보였다. 금방 아래로 떨어질 것 같은 연을 보면서 엘리어트는 다시 조심스럽게 아래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다음 날 아침 일찍 종마장에 가 할 일을 마치고 나와 가게로 가지 않고 엘리어트는 시장 입구쪽으로 다시 돌아나오고 있었다. 니겔 일행이 자주 모여 있는 시장 어귀 한 쪽으로 걸어가니 일찍이었지만 니겔과 아이들 한 두 명이 이미 거기에 있었다.

엘리어트를 발견한 니겔이 고개를 들어 그를 쳐다보았다. 그 손에 들려 있는 방패를 발견하고 니겔의 표정이 조금 변했다.


갑자기 나타난 그를 보고 셋 다 입을 열지 않는 가운데 손에 들린 방패를 본 에스퀸이 표정이 변해 한 발 앞으로 나왔다.

“말도 안돼. 진짜 가져 왔어?”

방패를 세 사람의 앞에 내려 놓는 그를 향해 못 믿겠다는 듯 그가 다시 목소리를 높여 말했다.

“거짓말이지?”

노려보며 에스퀸이 앞으로 나오자 엘리어트는 말했다.

“거짓말 한 거 없어.”

“거짓말 아니면? 그 절벽을 진짜 올라갔다 왔다고? 새들이 가만 안 있었을 텐데?”

“방법을 생각해서 가져 온 거뿐이야.”

목소리에 망설임이 없어 에스퀸은 잠깐 머뭇거렸다. 그러다 무슨 말이라도 해보라는 듯 그가 니겔을 쳐다보았다.

“니겔.”

아까부터 입을 다물고 있는 니겔로 말하자면 엘리어트가 들고 있는 방패가 진짜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

“아무 방패나 주워 온 거 진짜 아냐? 정말로 올라 갔다 온 거 맞아?”

“너 우리랑 어울릴 생각 없잖아.”

못 믿겠다는 듯 다시 확인하는 에스퀸의 말을 자르며 니겔이 입을 열었다. 말하는 목소리에 냉기가 돌았다.

“그럼 그냥 못하겠다고 눈치껏 적당히 항복하지 그랬냐? 해내버리면, 내가 앞으로 무슨 짓을 할 지 모르는데.”

말을 하는 그를 엘리어트는 잠시 가만히 보았다.

“그런다고 해도..”

천천히 엘리어트는 입을 열었다.

“내가 지는 일은 없을 거야 이제.”

말하는 목소리가 조용했지만 흔들림이 없었다.

“물러나주지 않을 거니까.”


엘리어트의 눈동자가 세 사람을 향해 있었다. 에스퀸과 알폰스가 그 눈빛에 조금 머뭇거리는 동안 니겔은 엘리어트를 뚫어지게 보고 있었다.

방패는 그가 절벽 위에다 올려 놓은 것은 아니다. 웨번으로 통하는 길을 내는 동안 주변을 확인한다고 영주 기사 중 한 명이 절벽 끝에 올라갔을 때 가지고 갔던 것이다. 그러다 갑자기 독수리 떼의 공격을 받는 바람에 서둘러 내려 오느라 방패를 미처 못 가져 내려오는 것을 마침 구경을 나왔다 본 적 있었다.


그 만한 절벽을 올라가겠다고 생각해 본 적도 없고 그럴 수도 없을 거라고 니겔은 생각했다. 그러나 자신이 못할 줄 알고 시도도 안해본 걸 엘리어트가 해냈다고 생각하니 참을 수없는 기분에 그의 주먹에 점점 힘이 들어가고 있었다.

그의 기색이 살벌해지는 것 같아 뒤에 있던 알폰스는 잠깐 주변의 눈치를 살폈다. 시장에 보는 눈이 많았다. 아무리 귀족이라도 시장 한 복판에서 누굴 두드려 패는 꼴을 보이는 건 좋게 보일만한 일은 아니다.

어쩔까 싶어 니겔을 보고 있었지만 주먹은 떨려도 다행히 그 점을 알고 있었는지 당장 덤비려는 것 같진 않았다.


더 이상 니겔이 입을 열지 않자 잠시 있다가 엘리어트는 세 사람에게서 천천히 몸을 돌렸다. 그리고는 왔던 길을 따라 다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저 자식 기사 수업 좀 받았다고 아주 배짱만 늘었네.”

거리 위로 올라가는 엘리어트를 보며 기가 막힌 듯 에스퀸이 말했다.

“아예 묵사발 내 놓을까? 지난 번 처럼.”

대답이 없자 에스퀸은 니겔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야, 니겔.”

부르는 소리에 대꾸하지 않으며 니겔은 몸을 돌려 엘리어트와 반대 방향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두 사람이 걸어가는 그를 서둘러 따라갔다.







방패를 전하고 엘리어트는 바로 가게로 향했다. 일단 오늘은 이 정도로 일단락 되는 것 같았다. 다음에 또 시비를 걸 수도 있다. 하지만 아까 말한 것처럼 앞으로는 순순히 물러설 생각은 없었다.


가게 앞에 이르자 데비가 가게 문 밖에서 기다리고 있는 게 보였다. 걸음을 멈추고 그는 생각에서 벗어났다.

“어디 갔다 와?”

그를 발견하고 반색하며 다가와서는 데비가 물었다.

“시장에..”

말꼬리를 흐리며 엘리어트가 대꾸했다.


“있잖아. 엽초 가져다 놓은 거 맞지?”

기다리고 있던 본론이 그게 아니었는지 더 이상 캐묻지 않으며 데비가 물었다. 잠깐 있다 곧 고개를 끄덕해 보이는 그를 향해 짐짓 시치미를 떼며 질책하듯 그녀는 말했다.

“어디 있는지 알고 있었음 진작 말을 해 줬어야지.”

엘리어트는 난감한 얼굴이 되었다.

“그 땐 몰랐어. 우연히 발견했거든.”

“어쨌든 조금 더 빨리 알려줄 수 있었잖아?”

다시 난감한 얼굴로 엘리어트가 머리에 손을 댔다. 이럴 때는 사실 니겔 들을 대하는 것보다 더 무슨 말을 해야할 지 모르겠다.


옆 눈으로 힐끔 그를 보며 놀리는 건 그만하면 됐다고 생각했는지 데비는 쿡 웃었다.

“어디서 찾았어?”

웃는 얼굴로 그녀는 물었다.

“숲 끝에 있는 폭포 안쪽 동굴에서.”

“폭포 안에 동굴도 있어?”

“응.”

데비가 눈을 반짝였다.

“나 가봐도 돼?”

“그건..”

난감한 얼굴로 엘리어트는 말했다.

“안 되겠어. 위험해서.”

의외로 확실히 하는 소리에 데비는 입을 뾰로통하게 오므렸다.

“피..”

김샜다는 듯 중얼댔으나 더 이상 우기지 않고 그녀는 들고 있던 화분을 앞으로 내밀었다. 그리고는 그를 향해 말했다.

“지금까지 신세진 거에 대한 보답.”

얼결에 화분을 받아든 엘리어트는, 지금껏 신세라고 할만한 게 있었는진 잘 기억이 안 났지만 뭐라고 딱히 할 말이 떠오르지 않아 그냥 가만히 있었다. 그런 그를 향해 허리를 굽혀 고개를 가볍게 숙여 보이며 짐짓 그녀는 말했다.

“몇 번째인진 모르지만 매번 고맙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갑자기 격식을 갖춘 인사에 얼떨떨했는지, 그리고 손 안에 들려 있는 화분을 어떻게 해야할 지 모르겠는지 엘리어트는 그녀와 화분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그 모습에 손으로 입을 가리며 고개를 옆으로 해 그녀가 쿡 웃었다.

남자애한테 화분을 선물하는 건 자신이 생각해도 좋은 생각은 아니었지만 얼마나 고마워 하고 있는지 마음을 전할 만한 적당한 게 당장 없었다.

“엘리어트는 대단한 거 같아.”

여전히 난감해 하고 있는 그를 향해 웃는 얼굴로 그녀는 말했다.

“고맙다구. 이번엔 더.”

밝게 웃는 그녀를 보다가 엘리어트는 다시 화분을 보았다. 화분에는 가져갔던 일엽초 대신 흰색 수선화 두 송이가 예쁘게 피어 있었다.



“영 쓸데없는 것만 가르쳐 준 건 아닌 것 같은데.”

가게 앞에서 데비와 얘기를 하고 있는 엘리어트를 보며 창가에 있던 락터드가 중얼거렸다.

“더 두고 봐야지. 속단하지 말게 아직.”

뒤를 지나가던 데이먼이 그 말에 코웃음치며 응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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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하트의 반(VAN) - 1-6. +19 13.02.21 11,296 282 16쪽
6 하트의 반(VAN) - 1-5. +14 13.02.19 13,170 277 20쪽
5 하트의 반(VAN) - 1-4. +13 13.02.17 14,300 330 15쪽
4 하트의 반(VAN) - 1-3. +9 13.02.17 15,197 327 13쪽
3 하트의 반(VAN) - 1-2. +15 13.02.11 16,471 350 13쪽
2 하트의 반(VAN) - 1-1. +15 13.02.10 21,877 40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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