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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인k 님의 서재입니다.

하트의 반(VAN)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명인k
작품등록일 :
2013.02.04 17:06
최근연재일 :
2019.02.10 23:08
연재수 :
29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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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269,960

작성
13.12.19 2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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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9쪽

하트의 반(VAN) - 2-2 이에넨(6)

DUMMY

2.2 이에넨(6)



망루에서 말을 찾아 일행은 그대로 브롤렌으로 향했다. 엄청난 속도로 길을 달린 뒤 얼마 후 브롤렌으로 들어가는 검문소가 보이기 시작했다.


“아무도 없는데?”

말에 탄 채 검문소를 기웃거리며 시즈는 갸우뚱했다.

“이렇게 비워놔도 되는 거야?”


“제정신이면 지금 누가 여기로 들어오려고 하겠냐?”

시큰둥하게 레이가 응수했다. 이곳에 아무도 없는 것부터가 이미 브롤렌 안의 상황을 단적으로 말해주고 있다.


“가자."

검문소를 확인하고 말 머리를 옆으로 틀며 엘리어트가 먼저 그 장소를 지나쳤다. 나머지 사람들도 곧 검문소 옆으로 나 있는 길을 달리기 시작했다.





브롤렌은 소영주국이다. 렘베르 산을 빠져나와 그 앞에 놓인 수십 개의 길에서 이어지는 가장 가까운 영주국이지만 그러나 지리적 이점은 그다지 많지 않다.

애초에 산맥을 넘어 오는 사람들이 그렇게 많지 않은데다가 행상인이나 장사꾼들은 거리는 좀 멀어도 근처에 있는 교역이 활발한 더 큰 영주국을 찾아가곤 했으니 브롤렌 자체는 조용한 곳이라고 볼 수 있었다. 적어도 폭동이 일어나기 전까지는.




검문소를 지나쳐 엘리어트들은 이제 마을 한 곳을 가로지르기 시작했다.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군데군데, 마을은 불 타 있었고 마을 사람들이라고 해봐야 길가에 힘없이 널부러져 있는 늙은이들이 다였다.


“마을이 다 죽었는데?”

말을 달리며 풍경처럼 스쳐가는 인가들을 보다가 시즈는 앞으로 다시 고개를 돌렸다.

“사람이 너무 없다. 다들 잡혀갔나?”

“그럴지도.”

바로 옆에서 말에 박차를 가하며 레이는 대꾸했다.

“기사들도 영주 편을 들지 않는다고 했지만 어디까지 개입하고 손 놨는지 모르니..”

“브롤렌 영주는?”

그를 향해 엘리어트는 물었다.

"어떤 자야?"

레이가 정보통 역할을 하는 건 출발전 네바렌에서 들었다. 자기네들끼리 쑥덕거리면서 그가 하는 말에 다들 집중하는 걸 보니 그쪽 방면에서는 꽤 신뢰가 쌓여 있는 것 같고.

“뭐.. 재물 좋아하고 여자 좋아하는, 그저 그런 영주요.”

바람 소리에 섞여 목소리가 흩어졌다.

“정도가 좀 심한 것 같았지만.”


좀 심한 게 아니라 사실 브롤렌 영주는 영주로서 지켜야할 도의적인 선을 넘은 자였다.

그의 옆에서 기사들은 영주의 오랜 폭정과 착취를 지켜봐왔다. 그리고 결국 마을 여러곳에서 동시에 폭동이 일어나자 숙고 끝에 그들은 영주에게서 등을 돌리기로 정할 수 밖에 없었다.


죽을 때까지 충성을 맹세한 군주에게 노골적으로 반기를 들만큼 기사의 도를 저버린 건 아니었지만 영주의 명령에 그들은 침묵했다.


“영주가, 완전히 실권했다고 봐야죠. 여기 상황을 통제를 못하니.”


북쪽 지방은 크고 작은 전쟁과 싸움이 잦은 곳이다. 도처에 위험이 있고 그런 만큼 언제 목숨을 걸 상황이 닦칠 지 몰랐다. 그러다 보니 북쪽의 기사들은 수도를 포함한 다른 어떤 지역 기사들보다 실력이 뛰어날 수밖에 없었고 그런 실력에 걸맞게 기사로서의 자긍심 또한 강했다.

그러므로 군주에 대한 충성을 다 하면서도 동시에 기사로서의 자긍심에 위배되는 짓이라면 경우에 따라서는 자신의 군주에게도 침묵하는 곳. 그것이 이 북쪽 지방의 기사들이었다.


“상황을 정리하려면 이제 수도에서 칙사가 오는 수 밖에 없을걸요.”

생각을 떠올리며 레이는 말을 이었다.

“그 정도까지는 가야 어떻게 할지 정해지겠죠. 영주에 대해 아니면 기사들에 대해.”


그가 말하는 동안 수풀 사이로 길게 이어진 길 끝에 도착하고 잠시 후 그들은 이제 두 번째 마을로 들어서기 시작했다.


실펜으로 빠지기 전 놓여 있는 마을이었다.

인가를 지나치며 그들은 계속 말을 달렸다. 이미 밤이 되었지만 인가 어느 한 곳에서도 불빛 하나 켜져 있지 않다. 달이 환하게 비추고 있지 않았다면 어둠속에서 길을 제대로 찾기도 어려웠을 것이다.


그렇게 계속 달리는데 저 앞 길 한 가운데에서 갑자기 그림자 하나가 보였다. 어두워서 형체만 보였지만 그 그림자 끝에 양 발이 연결 되어 있는 걸 보아 사람인 것은 분명했다.


말 달리는 소리가 제법 커 이쪽에서 달려가는 걸 알았을 텐데 그림자는 자리에서 움직일 생각을 않고 있었다.

거리가 점점 좁혀지면서 그대로 가다간 말에 치일 것 같은 거리쯤에 왔는데도 그림자가 여전히 미동이 없자 말고삐를 잡아 당기며 엘리어트는 속도를 줄였다. 잠시 후 그림자와 서너 걸음쯤 떨어진 곳에서 엘리어트의 말이 멈춰섰다.



급하게 속력을 줄인데다가 길을 막고 있는 사람의 형체를 보고 흥분했는지 뒷걸음질 치는 말을 진정시키며 엘리어트는 앞을 보았다.

달빛이 비추고 있어 길을 막고 서있는 사람을 알아 볼 수 있었다. 워낙 굳건히 땅을 밟고 서 있어 잘 몰랐는데 가까이서 보니 예순은 넘어 보이는 노인이다. 곡괭이 하나를 한 쪽 어깨에 인 채 노인은 자리에 꼿꼿이 서있다.


“비켜주시겠습니까.”

자리에서 꼼짝 않는 노인을 보며 곧 엘리어트는 말했다.

“밤중에 시끄럽게 죄송합니다만 저흰 여길 지나가야 합니다.”


그 말은 들은 척도 않고 엘리어트를 보다가 노인이 어깨에 대고 있던 곡괭이를 갑자기 앞으로 내밀어 보였다.


“저 할아버지 뭐 하는 거야?”

뭔 일인가 싶어 시즈가 중얼거리는데 갑자기 어둠 여기 저기서 크고 작은 발소리가 들려왔다. 엘리어트 뿐 아니라 다섯 모두 웬만한 기척쯤은 예리하게 알아차리는 사람들이기도 했지만 풀벌레 우는 소리 하나 없는 고요한 어둠속이어선지 작은 소리도 더 선명히 들렸다.


낯선 이들이 어둠 속에서 하나 둘씩 달빛 안으로 걸어나왔다. 열 댓 명쯤 되는 그들은 전부 노인으로 손에 길다란 곡괭이나 낫을 들고 앞으로 나오고 있었다.


“우리 거 돌려놔라 이놈들아.”


제일 앞에서 엘리어트를 향해 곡괭이를 내밀고 있던 노인이 외쳤다. 두 다리로 버티고 서 있을 땐 정정한 노인인 줄 알았는데 곡괭이를 어떻게 들고 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그렇게 말하는 목소리에 기운이라고는 하나도 없었다.


“우린 여기 처음 왔는데요 할아버지.”

영문 모를 소리를 하는 노인을 내려다 보며 기가 막힌 얼굴로 시즈가 대꾸했다.


“우린 이 마을과 상관없는 사람들입니다.”

오해가 있는 것 같아 엘리어트는 서둘러 말했다.

“그냥 지나가게 해주시면...”

그 말이 들리지 않는지 말하고 있는 동안에도 이쪽을 노려보고 있는 노인들은 다들 눈빛이 변해 있었다.

조금씩 그들은 엘리어트들을 향해 가까이 다가갔다.

엘리어트의 양쪽에 있던 가슈와 레이, 시즈의 말이 한 두발씩 뒷걸음질 쳤다.


“뭐야 이 노인네들."

노인 둘이 너무 가까이 다가와 잘못하다간 말에 밟힐 것 같아 중얼거리며 아비크도 말을 옆으로 비켜서게 했다.


“어쩔 거에요?”

계속 피할 수도 그렇다고 때려눕힐 수도 없어서 당황한 기색으로 시즈가 물었다. 그러고 있는데 노인 한 명이 시즈의 말에 달려들어 말안장에 매어둔 봇짐에 손을 댔다.

“뭐하는 거에요?”

기겁하며 시즈가 손으로 봇짐을 잡았다. 그러나 노인은 막무가내였다. 그를 시작으로 주변에서 한꺼번에 엘리어트들을 향해 우르르 달려 들었다.


어떻게 할 수가 없어서 다들 버티며 자기 봇짐을 뺏기지 않으려 하고 있는데 시즈의 봇짐이 결국 노인들의 손에 떨어졌다.

“으앗, 할아버지..!”

당황한 채 시즈가 말에서 뛰어 내리며 봇짐을 따라갔다.

“아, 진짜 왜 이래요?!”

노인들을 상대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데 뒤에서 누군가 시즈의 머리 위로 곡괭이를 들어 올리고 있었다. 앞에 신경 쓰느라 뒤에서 그러는 것을 시즈는 미처 알아채지 못했다.

“시...!”

상황을 먼저 발견한 아비크가 그를 부르는 찰나 장검 하나가 바람을 가르며 날아왔다. 시즈의 머리를 내리 찍으려는 곡괭이에 정통으로 꽂힌 검이 그대로 곡괭이와 함께 뒤로 튕겨졌다.

날아온 힘이 엄청났는지 미처 손을 놓지 못한 노인이 그대로 곡괭이에 딸려 바닥으로 넘어졌다. 뼈가 부러지는 듯한 소리가 나자 나머지 노인들이 흠짓하며 검이 날아온 쪽을 쳐다보았다.


이쪽을 향해 검을 집어 던진 엘리어트가 말에서 내려섰다.


"아이고..."

넘어진 것만으로도 타격이 컸는지 바닥으로 쓰러진 노인은 일어나지도 못하고 신음했다. 그걸 보고 나머지 사람들이 어찌할 바를 몰라 하는 동안 엘리어트는 그들을 향해 다가갔다.


걸어온 그의 양쪽으로 노인들이 갈라졌다. 제일 끝에서 시즈의 봇짐을 손에 쥐고 있던 노인은 자신을 향해 저벅저벅 걸어오는 엘리어트를 보며 이미 겁을 집어 먹고 있었다. 엘리어트는 보따리를 꽉 움켜 쥔 채 그대로 자리에 얼어 붙어 있는 노인의 앞에 섰다.


“돌려 주십시오.”

최대한 조용히 엘리어트는 말했다.

“저희 물건입니다.”

곡괭이를 들고 덤빈 것치고 뒷심이 있는 것은 아니었는지 그 새 창백해져서는 노인은 어쩔 줄 모르는 얼굴이다. 그러고 있는데 뒤에서 다시 큰 소리가 났다.


"진짜..!"

이번에는 아비크를 향해 달려 들다가 그가 몸을 피하자 그대로 균형을 잃고 바닥으로 풀썩 쓰러지는 노인들이 보였다.

“영감님들. 정신 좀 차려요.”

손 하나 까딱 안했는데 줄줄이 넘어지는 영감들을 보고 아비크는 기가 막혔다.

“우린 그냥 지나가는 것 뿐이니까 생사람 잡지 말고 아니 괜히 생목숨 끊기기 전에 비키라고요 좀..!”

마지막에는 화가 났는지 말하는 소리가 주변을 쩌렁쩌렁 울리자 그 기세 만으로도 노인들이 움찔거렸다.

“나 원 참.”

껄끄러운 얼굴로 아비크가 인상을 썼다.


엘리어트가 한 말과 아비크의 큰 목소리 덕인지 그들의 주위에서 넘어져 있는 노인들을 보면서 조금 전보다는 한 풀 꺾인 기색으로, 더 덤빌 생각은 버렸는지 이제 노인들은 엘리어트들을 보고 있을 뿐 더 이상 그들에게 다가오지 않았다.





"이게 무슨 난리야."

시즈가 봇짐을 챙겨 다시 말에 오르는 동안 같이 말에 오르며 여전히 아비크가 투덜거렸다.


“근데 왜 다 노인들뿐이죠?”

그런 아비크 옆에서 있다가 이제 한 쪽에 얌전히 모여 엘리어트들이 지나가길 기다리고 있는 노인들을 한 번 쳐다보고는 이상하다는 듯 길더가 말했다.

“폭동 일으켜서 젊은 사람들은 영주한테 잡혀 갔나?”

길더가 중얼거리는 동안 엘리어트도 다시 말에 올랐다.


아닌게 아니라 젊은 사람들은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젊은이들이 없는 것도 노인들이 저러는 것도, 이유가 있겠지만 그러나 일일이 그런 것까지 신경쓰고 있을 수는 없다.


그대로 말에 올라 그는 고삐를 옆으로 돌렸다. 한 발 물러나 아직도 이쪽을 빤히 보고 있는 노인들을 보다가 엘리어트가 먼저 말을 달렸다.


“왜 저렇게 보는 거야, 사람 불편하게.”

여전히 투덜대며 아비크가 그 다음으로 말을 달렸다. 나머지 사람들도 다시 길을 달리기 시작했다.
















밤이 되어 일행은 이제 브롤렌 밖으로 막 빠져 나오고 있었다. 그렇게 한참을 달려가다 선두에서 언덕길을 오르던 엘리어트가 멈춰섰다.

“왜 그래요?”

언덕을 내려가 앞에 놓인 숲만 빠져 나가면 실펜으로 이어지는데 갑자기 멈춰선 그를 보고 뒤따르던 아비크가 물었다.

“도적단이다.”

엘리어트가 말했다.

아비크는 엘리어트의 시선을 따라갔다.

저 멀리 언덕 아래로 막사가 보인다. 횃불 몇 개가 환하게 주위를 밝히고 있다. 막사 앞에서 막 밖으로 나오고 있는 남자가 보였는데 멀다고 해도 얼핏 보이는 옷차림이나 생김새만으로도 뭐하는 놈들인지는 알 수 있었다.


“도둑놈들 주제에 잘도 돌아다니네.”

두 사람의 옆으로 와 그쪽을 내려다보며 레이가 기가 막힌 듯 중얼거렸다.

"여긴 마을에서 멀지도 않은데.."

“아무도 손댈 사람이 없는데 못 그럴 이유가 없지.”

대꾸하며 가슈는 멀리 보이는 막사를 응시했다.

“아까 그 마을도 저 놈들한테 당했을지 모르겠어요.”

폭동으로 쑥대밭이 된 것도 모자라 도적단까지 쳐들어 왔다면, 아까 그 노인들이 이유도 없이 막무가내로 덤벼든 게 이해가 됐다.

“하긴 기사들도 병사들도 움직이지 않으니 저놈들만 살판 났겠죠.”

언덕 아래를 내려다보며 그가 다시 중얼거렸다.


엘리어트는 멀리보이는 도적들의 막사를 응시했다. 상대하는 건 어렵지 않지만 여기서 일을 복잡하게 만들어 더 시간을 허비하는 건 피해야 했다.

“다른 길을 찾자.”

웬만하면 그냥 지나칠 생각에 엘리어트는 주위를 둘러 보았다. 도적들을 피하려면 돌아 갈만한 다른 길을 찾아야 한다.


“이쪽으로 가볼께요.”

가슈와 아비크, 시즈가 오른쪽 방향을 가리키자 끄덕이며 엘리어트는 그들과 반대방향으로 말을 돌렸다. 그 뒤를 레이와 길더가 따랐다.








오른쪽으로 나 있는 숲 길로 들어가 중간에 하늘을 찌를 듯이 높이 솟아 있는 나무까지 오자 시즈가 말을 멈추며 나무를 올려다 보았다. 이 정도 높이면 꽤 멀리까지 내다 보일 것이다.

“위로 가볼게.”

앞에서 가고 있는 두 사람을 향해 그가 말했다. 아비크의 뒤에 있던 가슈가 끄덕여 보였다. 두 사람은 앞으로 가게 두고 말에서 내려 시즈는 그대로 나무 위로 올라갔다.


제일 높은 나무 꼭대기까지 올라오니 바로 머리 위에서 달이 크고 환하게 사방을 비추었다. 달빛에 의지해 그는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눈은 이미 어둠에 익숙해졌다. 나무 사이로 이용할 수 있는 좁고 구불구불한 길 여러 개가 보인다. 그중 실펜으로 갈 수 있는 가장 빠른 길을 확인하는데 저쪽 아래에서 움직임이 느껴졌다.

나뭇가지를 붙잡은 채 떨어질 듯 몸을 앞으로 내밀어 시즈는 그쪽을 자세히 보았다. 말이 움직이고 있다. 그리고 곧 그 말에 탄 남자들의 옷이 아까 막사 안에서 나왔던 도적과 같다는 걸 알았다.

근처를 확인하고 있던 도적단 일행인 듯 하다. 그리고 운 나쁘게 그들은 곧장 자신이 있는 이쪽 나무 근처로 오고 있다.


어떻게 할까 시즈는 망설였다. 아비크나 가슈에게 알릴 수도 있지만 소리내 부르기엔 거리가 멀기도 했고 괜히 신호를 보내다 도적이 눈치채면 곤란하니 차라리 그들이 지나갈 때까지 그대로 숨어 있는 게 낫겠다 싶었다. 소리 없이 나뭇잎 사이로 숨어 들어가며 그는 기척을 감췄다.


그리고 잠시 후 말들이 그가 숨어 있는 나무 옆으로 다가왔다. 대략 열 필의 말발자국 소리.

‘빨리 지나가라.’

그렇게 속으로 생각하고 있는데 잊고 있던 게 문득 떠올랐다.

‘으악.. 내 말..’

안장이 얹혀 있으니 사람이 타고 온 말이라는 건 대번 알 수 있다.나무 그늘 속에 두긴 했지만 잠깐 살펴보고 바로 내려갈 생각에 굳이 숨겨두지 않았다.

그늘에 가려 제발 보이지 않기만 바라고 있는데 그러나 그 바람이 통하지 않았는지 숨어 있는 나무의 옆을 지나던 말발굽 소리가 갑자기 뚝 끊겼다. 잠깐 수군대는 소리와 함께 주변을 확인하는지 발소리가 왔다갔다 하는 게 들렸다.


그리고 잠시 후, 다시 말이 터벅터벅 걷는 소리가 나더니 곧 말발굽 소리가 멀어졌다.

‘휴...’

주위가 조용해지자 다행이라는 듯 숨을 몰아쉬며 나뭇가지 밖으로 고개를 내민 채 아래를 확인하고는 시즈는 곧 나무 아래로 쭈욱 내려왔다.


바닥에 내려서서 도적들이 근처에서 사라진 것을 확인하고 원래 있던 자리로 오는데 그 자리에 있어야 할 자신의 말이 없는 것을 보고 그는 자리에서 굳어졌다. 서둘러 달려가 주위를 살폈으나 아무 것도 없다. 도적들이 자신의 말을 끌고 갔다.

시즈는 굳어졌다. 여정에 필요한 이것저것 뿐 아니라 통행증도 안장 옆에 매어둔 봇짐 속에 들어있다.

“의이그...!”

작게 기함하며 그가 머리를 쥐어 뜯는 동안 확인을 마치고 뒤에서 아비크와 가슈가 그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아비크들과 떨어져 길을 확인하던 엘리어트는 지금 서 있는 곳에서 이어진 길이 숲을 가로질러 반대쪽으로 이어진 것을 보았다. 실펜 방향과 가깝고 아까 그 천막과 아주 떨어져 있진 않아도 들키지 않고 피해가기는 충분하다.

“아비크 녀석들 불러 올까요?”

엘리어트와 같은 생각이었는지 옆에서 같이 길을 쳐다보고 있다가 레이가 말했다.


“그럴 필요 없어.”

뒤에서 목소리가 날아왔다.

“때맞춰 왔네.”

다가오는 아비크들을 보고 부르러가는 수고는 덜었다는 듯 레이가 말했다.

“이쪽으로 가면 되겠어.”

“아, 잠깐...”

골치 아픈 얼굴로 아비크는 말했다.

“일이 좀 생겼는데..”

“무슨 일?”

의아한 듯 레이가 물었다.

“저 녀석한테 물어봐.”

등 뒤로 풀이 죽어 가슈와 함께 말을 타고 오고 있는 시즈를 가리키며 아비크는 대꾸했다.




“뭐?”

시즈에게 상황을 듣고 난 뒤 레이가 기가 막힌 얼굴이 되었다.

“그거 하나도 제대로 못 지켜? 이 바보야.”

“그럼 어떡해? 나 혼자 그 놈들 상대할 순 없잖아.”

울상으로 시즈는 말했다. 맨 손으로 혼자 열 명 가까운 도적들을 상대하는 건 그에게는 무리다.

“기척이나 죽이고 있으면 그냥 지나갈 줄 알았지, 설마 그런 것까지 다 집어 갈 줄 누가 알았어?”


도적들은 아마 봇짐에 뭐가 들었는지까지는 보지 못했을 것이다. 말을 보고 주변에 누가 있는지 확인한 뒤 아무도 없자 - 지금 브롤렌 상황을 보건데 어디서 떨어져 나온 말 한 마리가 돌아다닌다 해도 이상할 게 없었으니 그냥 데려간 것 뿐일 것이리라.


“도적이 뭐하는 놈들인지 몰라? 그 놈들은 남의 물건 가져가는 게 일이야.”

기가 막힌 듯 레이가 대꾸하는 소리를 들으며 아비크는 엘리어트 쪽을 보았다.

“어떡하죠?”

시간을 줄이기 위해 도적들을 상대하지 않으려 한 건데.


“가서 찾아 와야지.”

아비크의 말에 담담히 대꾸하며 엘리어트는 몸을 돌렸다. 성큼 걸어가는 그를 보다가 아비크가 시즈를 향해 주먹을 한 번 들었다 내렸다.

“의이구, 넌 진짜..!”

이마를 쥐어 박으려는 아비크를 피해 얼른 가슈의 등 뒤로 몸을 숨기며 시즈가 입을 삐죽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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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 하트의 반(VAN) - 1-66. +11 13.09.17 6,936 154 22쪽
66 하트의 반(VAN) - 1-65. +4 13.09.16 4,120 154 10쪽
65 하트의 반(VAN) - 1-64. +3 13.09.14 5,764 157 13쪽
64 하트의 반(VAN) - 1-63. +2 13.09.12 4,048 138 10쪽
63 하트의 반(VAN) - 1-62. +16 13.09.09 6,178 155 15쪽
62 하트의 반(VAN) - 1-61. +7 13.09.06 4,360 157 14쪽
61 하트의 반(VAN) - 1-60. +2 13.09.04 4,286 170 17쪽
60 하트의 반(VAN) - 1-59. +17 13.09.02 7,251 160 23쪽
59 하트의 반(VAN) - 1-58. +21 13.08.30 4,646 158 21쪽
58 하트의 반(VAN) - 1-57. +9 13.08.28 4,058 150 12쪽
57 하트의 반(VAN) - 1-56. +33 13.08.26 4,737 153 17쪽
56 하트의 반(VAN) - 1-55. +13 13.08.23 5,020 168 16쪽
55 하트의 반(VAN) - 1-54. +10 13.08.21 7,901 168 19쪽
54 하트의 반(VAN) - 1-53. +7 13.08.19 5,245 160 11쪽
53 하트의 반(VAN) - 1-52. +5 13.08.16 6,038 157 10쪽
52 하트의 반(VAN) - 1-51. +5 13.08.15 5,375 165 16쪽
51 하트의 반(VAN) - 1-50. +16 13.08.12 6,527 179 15쪽
50 하트의 반(VAN) - 1-49. +7 13.08.10 6,228 168 18쪽
49 하트의 반(VAN) - 1-48. +4 13.08.08 5,734 165 22쪽
48 하트의 반(VAN) - 1-47. +15 13.08.06 5,212 161 16쪽
47 하트의 반(VAN) - 1-46. +8 13.08.05 4,830 168 12쪽
46 하트의 반(VAN) - 1-45. +7 13.08.02 5,132 172 11쪽
45 하트의 반(VAN) - 1-44. +6 13.08.01 4,774 166 9쪽
44 하트의 반(VAN) - 1-43. +9 13.07.29 5,468 169 15쪽
43 하트의 반(VAN) - 1-42. +8 13.07.25 5,012 179 12쪽
42 하트의 반(VAN) - 1-41. +11 13.07.22 4,801 171 16쪽
41 하트의 반(VAN) - 1-40. +6 13.07.18 5,175 180 18쪽
40 하트의 반(VAN) - 1-39. +4 13.07.15 4,726 186 22쪽
39 하트의 반(VAN) - 1-38. +9 13.07.11 6,738 166 13쪽
38 하트의 반(VAN) - 1-37. +13 13.07.08 5,223 165 19쪽
37 하트의 반(VAN) - 1-36. +2 13.07.05 6,458 170 24쪽
36 하트의 반(VAN) - 1-35. +6 13.07.01 6,039 164 17쪽
35 하트의 반(VAN) - 1-34. +25 13.06.13 5,892 181 11쪽
34 하트의 반(VAN) - 1-33. +5 13.06.10 8,205 191 21쪽
33 하트의 반(VAN) - 1-32. +9 13.06.06 6,924 166 17쪽
32 하트의 반(VAN) - 1-31. +3 13.06.03 6,939 178 17쪽
31 하트의 반(VAN) - 1-30. +13 13.05.31 8,834 188 26쪽
30 하트의 반(VAN) - 1-29. +17 13.05.27 7,425 196 19쪽
29 하트의 반(VAN) - 1-28. +7 13.05.23 7,359 181 12쪽
28 하트의 반(VAN) - 1-27. +10 13.05.20 8,232 176 19쪽
27 하트의 반(VAN) - 1-26. +3 13.05.16 8,543 181 13쪽
26 하트의 반(VAN) - 1-25. +3 13.05.14 8,319 184 27쪽
25 하트의 반(VAN) - 1-24. +15 13.05.09 8,367 232 24쪽
24 하트의 반(VAN) - 1-23. +7 13.05.03 10,464 289 25쪽
23 하트의 반(VAN) - 1-22. +9 13.04.29 9,083 201 21쪽
22 하트의 반(VAN) - 1-21. +1 13.04.25 8,406 209 12쪽
21 하트의 반(VAN) - 1-20. +9 13.04.21 9,478 215 21쪽
20 하트의 반(VAN) - 1-19. +29 13.04.07 9,109 242 19쪽
19 하트의 반(VAN) - 1-18. +10 13.04.04 8,447 220 24쪽
18 하트의 반(VAN) - 1-17. +7 13.04.02 8,157 209 21쪽
17 하트의 반(VAN) - 1-16. +7 13.03.28 9,018 197 15쪽
16 하트의 반(VAN) - 1-15. +6 13.03.25 10,205 200 15쪽
15 하트의 반(VAN) - 1-14. +6 13.03.21 8,954 223 24쪽
14 하트의 반(VAN) - 1-13. +7 13.03.17 9,494 228 12쪽
13 하트의 반(VAN) - 1-12. +8 13.03.11 9,217 222 16쪽
12 하트의 반(VAN) - 1-11. +6 13.03.07 9,541 230 16쪽
11 하트의 반(VAN) - 1-10. +6 13.03.04 10,136 251 18쪽
10 하트의 반(VAN) - 1-9. +2 13.02.28 10,105 235 19쪽
9 하트의 반(VAN) - 1-8. +6 13.02.26 10,644 256 14쪽
8 하트의 반(VAN) - 1-7. +6 13.02.25 11,241 271 15쪽
7 하트의 반(VAN) - 1-6. +19 13.02.21 11,296 282 16쪽
6 하트의 반(VAN) - 1-5. +14 13.02.19 13,169 277 20쪽
5 하트의 반(VAN) - 1-4. +13 13.02.17 14,299 330 15쪽
4 하트의 반(VAN) - 1-3. +9 13.02.17 15,196 327 13쪽
3 하트의 반(VAN) - 1-2. +15 13.02.11 16,470 350 13쪽
2 하트의 반(VAN) - 1-1. +15 13.02.10 21,873 403 12쪽
1 하트의 반(VAN) - 0. +15 13.02.04 29,030 440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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