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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인k 님의 서재입니다.

하트의 반(VAN)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명인k
작품등록일 :
2013.02.04 17:06
최근연재일 :
2019.02.10 2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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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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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269,960

작성
13.12.15 2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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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7쪽

하트의 반(VAN) - 2-2 이에넨(5)

DUMMY

2.2 이에넨(5)



시즈를 시작으로 한 두 명씩 잠에 서 깨고 잠시 후 그들은 다시 출발했다. 그리고 얼마지 않아 아침 햇살이 조금씩 나무 사이를 뚤고 들어오기 시작할 때 쯤, 쏴-하는 물소리가 어디서 들리는가 싶더니 수풀을 헤치고 앞으로 나오자 마자 바로 강이 보였다.


“와~”

강 앞에 서서 시즈가 감탄했다. 눈앞에 펼쳐진 강폭이 엄청났다. 이 정도면 강이 아니라 바다라고 생각할 정도였다. 폭이 넓으면서 동시에 물살도 거세 보인다.

“가까운데 폭포도 있나봐.”

근처 어디서 들려오는 물소리에 목을 길게 빼며 시즈는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마실 나왔냐?”

뒤에서 아비크가 말을 끌고 걸어나왔다.

“기운도 뻗친다 아침부터.”

아직 잠이 덜 깼는지 길게 하품을 하며 그가 시즈를 지나쳤다. 그 뒤통수에 대고 찡그리며 혀를 내밀고는 시즈도 곧 그를 따라갔다.






이른 아침이었지만 나루터에는 사람이 제법 됐다. 강을 건넌 뒤에도 산을 다 빠져나가려면 또 한참이 걸렸으니 밤이 되기 전 인근 마을에 도착하기 위해 장사꾼이나 방문객이나 할 거 없이 이른 아침부터 모여들어 있었다.



“거미 숲으로 들어가면 얼마나 걸릴 것 같아요?”

엘리어트와 레이가 배삯을 계산하고 올 동안 이제 승선을 시작하고 있는 배 앞에서 기다리며 가슈를 향해 길더가 물었다.

“반나절?”

가슈는 2년쯤 전에 이곳에 왔던 기억을 떠올렸다.

“어차피 숲을 가로지르고 있으니까 별 문제 없으면 점심 전에 도착할 거야.”

길더를 향해 가슈는 웃으며 물었다.

“진짜 거미라도 무서워하는 거야?”

“누구나 약점이 있잖아요.”

어깨를 살짝 움츠리며 길더가 그 말에 부정하지 않고 대꾸했다.



배에 오르기 시작하는 사람들 쪽을 구경하고 있다가 시즈는 나루터 한 쪽에 서 있는 기사들을 보았다. 보라색 망토를 걸친 남자 둘이 거기 서 있었는데 배에 오를 생각은 아니었는지 이쪽은 관심도 없이 서로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웬 기사들이지?”

의아한 듯 그가 중얼거렸다.

“나루터에 사람이 왜 있냐? 배 타려고 겠지.”

별 걸 다 궁금해 한다는 듯 대꾸하던 아비크는 마침 뒤에서 걸어오는 엘리어트와 레이를 보며 말을 이었다.

“호기심은 접어두고 슬슬 우리 일에 집중해.”

그렇게 말하며 그는 이제 옆으로 온 엘리어트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렇게 배를 타고 강을 타고 올라가 그들은 곧 강 반대쪽에 도착했다. 유속이 빠르고 바람이 제법 세 배의 속도가 빨라서인지 생각보다 오래 걸리지는 않았다.

배에서 내리자마자 그들은 다시 가슈가 말한 거미의 숲으로 향했다. 길이 미로처럼 얽혀 있어 이름 붙은 곳이었지만 어차피 길에 상관없이 가고 있었으니 나루터 저쪽에서 이동했던 것과 큰 차이는 없었다.


그렇게 카쉬르에서 출발한지 이틀 반이 지날 쯤 그들은 이제 렘베르 산맥을 거의 빠져 나오고 있었다.










강을 건너도 한참을 이동해 산을 빠져 나왔을 때쯤, 잠깐 자리에 서서 엘리어트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왜요?"

뒤에서 따라오고 있던 가슈가 왜 그러냐는 듯 말을 건냈다.

“근처에 여행자 숙소나 민가가 있을까?”

엘리어트는 물었다.


마을이 아니어도 여행자 숙소로 이용되는 빈집이나 아니면 외딴 곳에 홀로 떨어져 있는 여관 같은 곳이 있다.

“그건 왜요?”

“브롤렌 상황을 알고 가게.”

폭동이 일어난 곳에 무작정 가는 것보다 그곳 상황을 조금이라도 알고 들어가는 게 나을 거란 생각이다.

가슈는 나머지 사람이 있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는 목소리를 높였다.

“레이.”

시즈와 길더 두 사람 근처에 있던 레이가 부르는 소리에 이쪽을 보았다.

“근처에 여행자 숙소 같은 곳 있어?”

“그건 왜?”

“무작정 브롤렌으로 향하는 것보다 분위기라도 파악해보게.”

가슈는 말했다.

“거기 상황을 잘 모르니까.”


레이는 잠깐 생각했다.

“그런 거면 근처에 여기서 죽치고 사는 아저씨 한 명이 있긴 한데...”

그는 말했다.

“산을 확인하고 맨날 지도에 이상한 표시나 하는 미치광이 아저씬데 근처 소문이나 소식은 또 꿰고 있어.”

엘리어트가 끄덕였다.

“거기로 가보자 그럼.”

“네.”

별다른 이견 없이 레이가 대꾸했다.


"뭐하러 그래?"

앞장서는 엘리어트의 뒤에 있던 아비크가 가슈의 옆으로 걸어가며 말했다.

"시간 없다면서 귀찮게."

여기 모여 있는 이들 수준이면 아무 것도 모른채 폭동이 일어난 곳에 간다 해도 빠져 나오는 것 정도는 문제없다.

"싸우러 가는 것도 아니고."


"저 사람이 우리에 대해 그 정도도 파악 못하고 얘길 꺼냈을 것 같진 않아."

먼저 가고 있는 엘리어트를 보며 가슈가 가볍게 대꾸했다. 아비크는 새삼 그를 보았다.

"그래?"

생각보다 가슈가 엘리어트란 자를 높이 평가하고 있다는 뜻으로 들린다.


"레이 말로 미뤄볼 때 뭐 그 정도는 되는 사람일 거라고 짐작하는 것 뿐이야."

가슈는 으쓱했다.

"게다가 지금 우리 지휘관이니 일일이 토다는 것보다 시키는데로 해야지. 어쨌든 책임을 지는 건 저 사람이니까."

"그런가."

가슈의 말에 아비크는 잠깐 생각하다 곧 수긍했다.

"그래 뭐, 네 말이 맞긴 하다."

일에 대한 책임은 지휘관인 엘리어트에게 있고 그러니 아주 어긋난 명령만 아니라면 자신들은 시키는대로 하는 것이다. 용병으로서는 그것이 최선이다.


"아, 놓치겠다."

잡담은 그만하고 이제 앞서고 있는 사람들을 따라가잔 뜻으로, 미소지으며 가슈는 아비크의 등을 손바닥으로 툭쳤다.








산맥의 가장 끝자락에 야트막한 산이 있다. 그 산 중턱까지 올라오니 작은 망루가 하나 있었다.


“어이 아저씨~”

망루 위로 올라서서는 안에서 지도를 들여다 보고 있는 남자를 발견하고는 반갑다는 듯 레이가 손을 들어 보였다.

남자가 고개를 들었다. 기분 좋게 인사한 레이와 달리 그를 보고는 남자는 기겁했다.

“왜 또 왔어?”

“왜 이래요? 오랜만에 왔는데 섭섭하게.”

넉살 좋게 대꾸하며 레이는 남자를 향해 다가갔다.


“반응은 저 아저씨가 미치광이를 본 것 같은데?”

뒤에서 아비크가 가슈를 향해 말했다.

“그러게.”

동감이라는 듯 가슈가 끄덕였다.


겁을 먹은 듯한 남자를 달래듯 뭐라고 말을 하는 레이를 보며 망루 위로 올라와 그들은 기다렸다.








레이가 남자를 향해 말하는 동안 망루 한 쪽에 서서 엘리어트는 망루 밖을 내다보고 있었다. 주위를 관측하기 위해 지어진 작은 누각으로 지대 차이가 있어서 인지 높지 않은 산인데도 여기서 저기 먼 곳까지 한 눈에 들여다 보인다.


그렇게 앞을 보다가 그의 시선이 망루 한 쪽 구석을 향했다. 길고 가느다란 원형의 나무통이 그 자리에 놓여 있었다.

중간에서 한 번 구부러져 있는 걸 감안하면 원형의 나무통은 거의 시즈의 키만큼 길었고 중간에 접힌 부위에서 바닥으로 고정되어 나머지 부위가 위를 향하고 있다. 자세히 보니 그 끝이 동그란 유리로 막혀 있었다.

걸어가 엘리어트는 그 뒤에 섰다. 형태로 보아 망원경이다.


고개를 숙여 엘리어트는 안을 들여다 보았다. 생각대로 저기 멀리까지 크게 확대되어 보였다.

유리 자체가 귀한 물건이라 쉽게 볼 수 있는 것도 아니지만, 생각보다 멀리 깨끗하게 보이는 게 꽤 값비싼 유리를 쓴 듯 했다. 하지만 나무로 만든 나머지 부분은 조악하기 이를 데 없다. 솜씨로 보아 직접 만든 것 같은데 그러나 조악하긴 해도 이런 걸 손으로 만드는 것 자체가 쉬운 게 아니다.


“뭐해요?”

시즈가 다가왔다. 가느다란 나무 통을 들여다 보는 걸 보고 그가 의아한 듯 표정을 지었다.

“그게 뭐에요?”

“망원경.”

“그게요?”

이름을 들어 본 적은 있었는지 그 말에 신기한 얼굴로 시즈가 옆에 바짝 붙었다. 엘리어트가 한 발 비켜나자 시즈는 얼른 그 안에 눈을 댔다.

“진짜네.”

안을 들여다 보며 그가 감탄했다.


시즈가 망원경에 정신이 팔려있는 동안 엘리어트는 레이쪽을 쳐다보았다. 뭐라고 구슬렸는지 남자는 이제 어느 정도 진정 된 것 같았다.

“거기야 난리도 아니지.”

브롤렌에 대해 묻는 소리에 남자가 말하는 걸 보며 엘리어트는 그쪽으로 다가갔다.


“그 동안 폭정이 어찌나 심했는지 마을이 다 한꺼번에 들고 일어나서는.. 브롤렌 전체가 한동안 난리도 아니었어.”

“그런 얘긴 할 거 없고 지금 어떠냐고요.”

“지금도 비슷하지 뭐. 어떻겠어?”

“영주가 가만 앉아서 당하고 있진 않을 거 아니에요?”

폭동을 진정시키기 위해 당연한 얘기지만 병력을 움직였을 것이다.

“가만 있을 수 밖에 없어. 기사들이 움직이지 않으니까.”

레이는 골치 아프게 됐다는 얼굴이 되었다.

“정말이요?”

기사들이 움직이지 않는다는 건 상황이 갈 때까지 갔다는 뜻.


“기사들이 영주 말을 거역할 수도 있어요?”

두 사람이 하는 소리를 들으며 아비크를 향해 길더가 물었다.

“그럴 수도 있나보네 지금 보니까.”

자신도 기사들에 대해 잘 아는 게 아니라 아비크가 시큰둥히 대꾸했다.


“상황은 최악인 것 같은데 돌아갈 수도 없으니, 그냥 최대한 빨리 지나쳐 갈 수 밖에 없을 것 같은데요.”

조금 전 옆으로 걸어와 얘길 듣고 있던 엘리어트를 향해 레이는 말했다.

“기사들도 손 놨다면 영주가 없는 거랑 진배없단 얘긴데.”

“혹시 지금 이에넨으로 가려는 거야?”

남자가 레이를 향해 물었다. 그 소리에 엘리어트를 비롯한 모두의 시선이 그를 향했다. 신기라도 있는지 아니면 지금 브롤렌을 통과하면 갈만한 곳은 이에넨 뿐이라고 때려 맞춘 건지.

레이는 엘리어트를 쳐다보았다. 잠깐 남자를 빤히 응시하고 있다가 곧 엘리어트가 끄덕였다.

"네."

레이가 대답했다.

“왜?”

“왜긴요? 영주를 만나러..”

“이에넨 영주?”

남자가 의아한 얼굴을 했다.

“이에넨 영주는 거기 없어.”

모두의 시선이 그를 향했다.

“무슨 소리에요?”

“떠났어. 한 이틀 됐나..”

이마 한 가운데를 손가락으로 긁적거리며 남자가 말했다.

“확실해요?”

“이에넨 깃발이 펄럭이는 행렬이 이 앞을 지나가는 걸 봤어. 엄청 화려한 마차가 선두에 있던데, 그런 마차는 영주가 아니면 이에넨에서는 탈 사람 없을 걸.”

그 말에 이번에는 모두 엘리어트를 쳐다보았다. 이틀 전이면 카쉬르에 모인 직후다. 지금

말이 사실이라면 이미 늦은 시점에 이곳으로 출발한 거다.

“어쩌죠?”

가슈가 물었다.

“쫓아야지.”

잠깐 생각에 잠겨 있다가 곧 엘리어트는 말했다.

“영주가 라제크에 도착하기 전에.”

“이틀 전이면 이미 한참 갔을 텐데요.”

“브롤렌을 통하지 않고 돌아갔으니 아주 멀리 가진 않았을 거야.”

브롤렌을 통과했으면 빨랐겠지만 그곳을 거치지 않기 위해 이 앞을 지나쳐 길을 우회해 갔으니 평소보다 시간이 걸릴 것이다.


엘리어트는 망루 한 쪽 커다란 테이블 위에 펼쳐진 낡은 지도를 들여다 보았다.


“브롤렌을 돌아 다시 서쪽으로 방향을 틀었을 테니까...”

지도에서 북서 방향에 위치하는 라제크를 확인하며 엘리어트는 말했다.

“이틀이면 아마 실펜이나 벤고트를 지나고 있을 거야.”

굳이 말을 달려서까지 라제크로 가고 있을 이유는 없을 테니 말이 걷는 속도를 생각한다면 그쯤을 지나고 있을 것이다.

“빨리 쫓아가죠 그럼.”

좌우간 결론만 중요한 아비크가 말했다.

“더 멀어지기 전에.”

그렇게 말하면서 아비크가 먼저 몸을 돌리려는데 남자가 끼어들었다.

“실펜으로 들어 가려면 통행증이 있어야 되는데 그건 챙겨 온 거야?”

“통행증이요?”

레이가 반문했다.

“워낙 뒤숭숭하다 보니까 브롤렌 사람들이 넘어오는 걸 실펜 영주가 제한하고 있거든. 일이 있어서 타 지방에서 오는 사람들은 통행증이 있어야 드나들 수 있어.”

“그건 어디서 구하는데요?”

“오다 못 봤어? 나루터에 기사들이 있었을 텐데.”

영주의 명으로 실펜 기사들이 나루터에서 신원을 확인하고 필요한 사람에게만 통행증을 끊어주고 있었다.

“거봐. 내가 좀 이상하댔잖아.”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시즈가 아비크를 향해 말했다. 개의치 않고 아비크는 엘리어트를 보았다.

“어떡할래요?”

“필요하다면 가서 받아 와야지.”

엘리어트는 대꾸했다. 이에넨 영주가 라제크로 출발한지 이틀이 지났다고 해도 라제크까지 며칠이 걸릴테니 따라잡을 여유는 아직 있다.

그러나 숲을 지나 나루터까지 왕복하는데 빨라도 반나절은 걸린다. 그 사이 영주들의 마차는 운이 좋아야 실펜에, 아니면 그곳을 이미 벗어나고 있을 것이다. 거기서 벗어나면 라제크로 가는 길이 여러 갈래로 나뉘니 찾기가 쉽지 않아 진다.


“나루터까지 전부 같이 움직여야 될까요?”

혼자말처럼 길더가 중얼거렸다.

“그래야할 걸.”

그 말에 왠지 이제 적극적이 되어 남자가 다시 대꾸했다.

“실펜 기사들이 워낙 꼼꼼해서 들어가는 수를 전부 확인 하고 인원수대로만 통행증을 줄 거야. 하나라도 없으면 못 들어가.”

귀찮게 되었다는 듯 아비크가 찡그렸다.


“가자.”

망루에서 몸을 돌리며 엘리어트는 말했다.

“이제 더 늦기 전에.”

나머지 사람들도 우르르 그를 따라 나섰다.

“말 좀 맡길게요.”

그렇게 말하며 레이가 몸을 돌렸다.

“이만한 소식 챙겼으면 이번엔 값 치러야 돼.”

뒤에 남아 있던 남자가 서둘러 그를 향해 소리치는 소리를 듣는 둥 마는 둥 하며 레이가 마지막으로 망루 밖으로 나왔다.








굳이 말을 또 끌고 갈 필요는 없어서 말은 망루에 맡긴 뒤 여섯은 그대로 산을 가로질렀다. 나무와 나무 사이를 건너 뛰어 아까보다 훨씬 더 빠른 속도로 숲을 통과해 이쪽에 있는 나루터에 도착했다. 이번에는 운이 좋았는지 마침 바로 저쪽으로 건너는 배를 놓치지 않고 다시 탈 수 있었다.


아까보다 빠른 속도로 나루터로 돌아온 뒤 그들은 아까 봤던 자리에 그대로 자리 잡고 있는 기사들을 향해 곧장 다가갔다.

“통행증이 필요합니다.”

남자를 향해 엘리어트가 말했다. 엘리어트를 쳐다보고 느릿하게 기사들이 신원과 방문 목적을 묻자 그는 곧 대답했다.

“엘리어트 네쉬하트. 네바렌 영주님의 명령으로 이에넨을 방문하려 합니다.”

여기까지는 거짓말을 할 필요가 없는 내용이다. 시간이 없는데 괜히 거짓말을 했다 혹시나 일이 꼬이는 상황이 오면 안되기도 했고.

“그 영주님 일행이 지금 실펜을 지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가 내민 네바렌 영주의 서명이 들어가 있는 신분증을 확인하고 기사들이 다시 그와 뒤에 서 있는 다섯 명을 찬찬히 응시했다.


이름과 신분을 종이에 적어두고 그들이 한 사람씩 통행증을 적어주는 동안 엘리어트는 한 발 뒤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나루터는 아까보다 많이 한산하다. 어두워지기 전에 산을 빠져나가야 하니 오후가 지나고 있는 이 시간에 배를 타는 사람들은 많지 않은 것 같았다. 기사들이 할 일을 하는 동안 잠시 그렇게 기다리고 있는데 문득 이쪽을 보고 있는 시선이 느껴졌다.

엘리어트는 고개를 돌렸다. 그가 있는 곳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서 있던 남자와 눈이 마주쳤다. 자신과 눈이 마주치자 남자가 순간 멈칫하는 것 같았으나 이내 아무렇지도 않은 듯 고개를 돌리고 있었다.


“다 된 것 같은데요.”

순서대로 통행증을 받고 다들 이름이 적힌 통행증을 확인하는 일행의 앞에서 가슈가 말했다. 이제 또 강을 넘어가는 배를 확인하기 위해 일행이 몸을 돌리자 엘리어트 역시 잠깐 남자를 다시 보다가 곧 걸음을 옮겼다.






다시 배에 오르고 잠시 후 천천히 배가 나루터를 떠났다.


“이게 오늘 마지막 배편이랍니다.”

뱃전에 서서 출렁이고 있는 강물을 보고 있는 엘리어트를 향해 다행이라는 듯 가슈가 말했다. 별 다른 대꾸없이 끄덕이며 엘리어트는 옆을 히끔 보았다. 아까, 나루터에서 본 남자가 그와 좀 떨어진 곳에 서서 다른 사람들처럼 강이 흘러가는 걸 보고 있었다.


이쪽에서 보고 있는 걸 아는지 모르는지 이제 남자의 기색은 태연했다. 우연히 눈이 마주친 것만으로 너무 지나치게 생각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아까 기사들을 향해 목적과 이름을 밝힌 뒤라는 게 마음에 걸렸다. 목소리가 큰 건 아니었지만 나루터가 한산하고 조용했기에 남자에게까지 들렸을지도 모른다.

“내리자마자 정신 없겠네요.”

그 생각을 알지 못한 채 뱃전에 몸을 기대며 옆에서 가슈가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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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 하트의 반(VAN) - 1-54. +10 13.08.21 7,901 168 19쪽
54 하트의 반(VAN) - 1-53. +7 13.08.19 5,245 160 11쪽
53 하트의 반(VAN) - 1-52. +5 13.08.16 6,038 157 10쪽
52 하트의 반(VAN) - 1-51. +5 13.08.15 5,375 165 16쪽
51 하트의 반(VAN) - 1-50. +16 13.08.12 6,528 179 15쪽
50 하트의 반(VAN) - 1-49. +7 13.08.10 6,230 168 18쪽
49 하트의 반(VAN) - 1-48. +4 13.08.08 5,734 165 22쪽
48 하트의 반(VAN) - 1-47. +15 13.08.06 5,212 161 16쪽
47 하트의 반(VAN) - 1-46. +8 13.08.05 4,831 168 12쪽
46 하트의 반(VAN) - 1-45. +7 13.08.02 5,132 172 11쪽
45 하트의 반(VAN) - 1-44. +6 13.08.01 4,774 166 9쪽
44 하트의 반(VAN) - 1-43. +9 13.07.29 5,468 169 15쪽
43 하트의 반(VAN) - 1-42. +8 13.07.25 5,012 179 12쪽
42 하트의 반(VAN) - 1-41. +11 13.07.22 4,802 171 16쪽
41 하트의 반(VAN) - 1-40. +6 13.07.18 5,177 180 18쪽
40 하트의 반(VAN) - 1-39. +4 13.07.15 4,726 186 22쪽
39 하트의 반(VAN) - 1-38. +9 13.07.11 6,738 166 13쪽
38 하트의 반(VAN) - 1-37. +13 13.07.08 5,224 165 19쪽
37 하트의 반(VAN) - 1-36. +2 13.07.05 6,458 170 24쪽
36 하트의 반(VAN) - 1-35. +6 13.07.01 6,040 164 17쪽
35 하트의 반(VAN) - 1-34. +25 13.06.13 5,893 181 11쪽
34 하트의 반(VAN) - 1-33. +5 13.06.10 8,205 191 21쪽
33 하트의 반(VAN) - 1-32. +9 13.06.06 6,924 166 17쪽
32 하트의 반(VAN) - 1-31. +3 13.06.03 6,941 178 17쪽
31 하트의 반(VAN) - 1-30. +13 13.05.31 8,835 188 26쪽
30 하트의 반(VAN) - 1-29. +17 13.05.27 7,427 196 19쪽
29 하트의 반(VAN) - 1-28. +7 13.05.23 7,359 181 12쪽
28 하트의 반(VAN) - 1-27. +10 13.05.20 8,234 176 19쪽
27 하트의 반(VAN) - 1-26. +3 13.05.16 8,544 181 13쪽
26 하트의 반(VAN) - 1-25. +3 13.05.14 8,319 184 27쪽
25 하트의 반(VAN) - 1-24. +15 13.05.09 8,367 232 24쪽
24 하트의 반(VAN) - 1-23. +7 13.05.03 10,464 289 25쪽
23 하트의 반(VAN) - 1-22. +9 13.04.29 9,083 201 21쪽
22 하트의 반(VAN) - 1-21. +1 13.04.25 8,406 209 12쪽
21 하트의 반(VAN) - 1-20. +9 13.04.21 9,478 215 21쪽
20 하트의 반(VAN) - 1-19. +29 13.04.07 9,110 242 19쪽
19 하트의 반(VAN) - 1-18. +10 13.04.04 8,448 220 24쪽
18 하트의 반(VAN) - 1-17. +7 13.04.02 8,159 209 21쪽
17 하트의 반(VAN) - 1-16. +7 13.03.28 9,019 197 15쪽
16 하트의 반(VAN) - 1-15. +6 13.03.25 10,205 200 15쪽
15 하트의 반(VAN) - 1-14. +6 13.03.21 8,954 223 24쪽
14 하트의 반(VAN) - 1-13. +7 13.03.17 9,495 228 12쪽
13 하트의 반(VAN) - 1-12. +8 13.03.11 9,217 222 16쪽
12 하트의 반(VAN) - 1-11. +6 13.03.07 9,542 230 16쪽
11 하트의 반(VAN) - 1-10. +6 13.03.04 10,136 251 18쪽
10 하트의 반(VAN) - 1-9. +2 13.02.28 10,107 235 19쪽
9 하트의 반(VAN) - 1-8. +6 13.02.26 10,646 256 14쪽
8 하트의 반(VAN) - 1-7. +6 13.02.25 11,244 271 15쪽
7 하트의 반(VAN) - 1-6. +19 13.02.21 11,296 282 16쪽
6 하트의 반(VAN) - 1-5. +14 13.02.19 13,170 277 20쪽
5 하트의 반(VAN) - 1-4. +13 13.02.17 14,300 330 15쪽
4 하트의 반(VAN) - 1-3. +9 13.02.17 15,197 327 13쪽
3 하트의 반(VAN) - 1-2. +15 13.02.11 16,471 350 13쪽
2 하트의 반(VAN) - 1-1. +15 13.02.10 21,877 403 12쪽
1 하트의 반(VAN) - 0. +15 13.02.04 29,032 440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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