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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인k 님의 서재입니다.

하트의 반(VAN)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명인k
작품등록일 :
2013.02.04 17:06
최근연재일 :
2019.02.10 23:08
연재수 :
29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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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9,470
추천수 :
28,216
글자수 :
2,269,960

작성
13.02.28 20:49
조회
10,105
추천
235
글자
19쪽

하트의 반(VAN) - 1-9.

DUMMY

“하아~”

부엌으로 들어오다 한 쪽 테이블에 앉아 길게 한숨을 내쉬고 있는 데비를 발견하고는 락터드는 의아한 얼굴을 했다.

“왜 그러니?”

“그냥요.”

한숨을 섞어 모호하게 데비가 대꾸했다.

“요즘 바쁜 것 같구나. 통 얼굴 보기가 힘들다.”

“좀, 바빠요. 사람을 찾고 있거든요.”

“사람?”

데비는 고개를 끄덕였다.

“근데 잘 안되요. 무작정 돌아다녀 봤는데 못 찾겠고.”

지난 번 나뭇단을 떨어뜨린 장소에 가서 장작을 쌓아 놓고 기다렸지만 소년은 오지 않았다. 다음날 가보니 나뭇단이 없어 진 걸 봐서 왔다 간 건 분명했다. 그 뒤로도 수시로 소년이 나무를 하러 왔던 장소에 가봤지만 만날 수가 없었다.


양 손으로 턱을 괸 채 앉아 있다가 그녀는 탁자에 얼굴을 댔다.

“그렇게 크지도 않은 마을인데.”

탁자를 턱으로 누른 채 눈만 들어 데비는 락터드를 쳐다보았다.

“사람, 찾으려면 어떻게 해야 되요?”

“글쎄다.”

물이 든 컵을 손에 든 채 락터드는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잠깐 생각하는 얼굴을 했다.

“그 사람이 자주 가는 곳에 가보는 게 쉽겠지?”

“거긴 너무 넓어서 몇 번 가봤는데 소용없었어요. 대신 다른 좋은 건 찾았지만.”

한숨을 섞어 데비가 대답했다.

“그렇다면 하는 일과 관련 있는 장소를 가보는 것도 방법이지. 힌트가 없다면 그 사람이 했던 말을 떠올려서 찾는 것도 좋을 거다.”

그 말에 곰곰이 생각하는 표정을 짓다가 문득 뭔가를 떠올린 얼굴이 되었다. 그녀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마을에 갔다 올래요.”

부엌 옆으로 난 쪽문 쪽으로 잰걸음을 옮기는 데비를 보고 락터드가 나섰다.

“아, 나도 같이 가자.”

옆으로 걸어오는 그를 향해 데비가 물었다.

“데이먼 아저씨한테 가시려구요?”

“잘 아는 구나.”

“뻔하죠, 뭐.”

당연한 걸 말한다는 듯 대꾸하며 데비는 문을 열었다.




가게 문을 붙잡고 서서 데이먼 바쇼는 밖에 서 있는 그를 멀뚱히 쳐다보았다.

“또 왔나?”

“오면 안 되나?”

문 앞에서 신발에 묻은 흙을 몇 번 털어내고는 락터드가 안으로 들어왔다.

“4년 동안 못 찾아 온 것에 비해 한 번 오기 시작하니 방문이 너무 잦아서. 게다가 이렇게 늦게 말이야.”

“늦다니, 아직 초저녁이야.”

“손님이 없어서 이 시간이면 난 요즘 진작 문 닫고 쉰다고.”

락터드가 안으로 들어오자 데이먼은 밖을 한 번 내다보고는 문을 닫았다.

“꼬마 아가씬, 오늘은 같이 안 왔네?”

“일이 있다고 시장에 갔어.”

락터드는 테이블 앞에 놓인 의자에 앉았다. 데이먼은 빵을 진열해 놓은 진열대 앞으로 가서 구워 놓은 빵 몇 개를 꺼내 담아냈다.

“식사 했나?”

절뚝거리며 걸어가 그는 그것을 락터드의 앞에 내려 놓았다.

“아, 고맙네.”

진열대 뒤쪽 서랍장으로 다시 걸어가 그 안에서 포도주 한 병을 꺼내들더니 옆에 놓인 잔 두개를 같이 들고 데이먼이 락터드의 옆으로 와 앉았다. 락터드는 포도주를 따르는 그를 보며 물었다.

“가게는 잘 되나?”

“보고도 그런 소리가 나와?”

사람 한 명 없이 썰렁한 가게 안을 새삼 둘러 보며 한숨처럼 데이먼이 푸념했다.

“도대체 뭐가 문제지? 맛이 그렇게 없나?”

“난 괜찮은데..”

빵 하나를 덥썩 물고 대꾸하는 소리에 데이먼은 눈살을 찌푸렸다.

“자넨 원래 못 먹는 게 없잖아. 예전 생각하면 자네한테 이건 왕궁 음식이지.”

그 말에 락터드가 좀 웃었다. 그리고는 물었다.

“여기서 사는 거, 좋은가?”

데이먼이 어깨를 으쓱했다.

“왜? 좋으면 자네도 빵집이나 하면서 살게?”

“생각 중이야.”

담담히 락터드는 대꾸했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슬슬 생각을 해보려고.”

그가 진지하다는 걸 알고 데이먼은 의아한 얼굴을 했다.

“고향은 어쩌고? 잿더미가 됐다고 해도 자넨 영주 아들이고 그럼 그곳을 재건해야 할 거 아닌가?”

“그건 지금 영주이신 큰 형님과 아우들이 하고 있네.”

락터드는 고향을 떠올렸다.

“형님은 의욕적인데다 사람을 사랑하는 분이니까 굳이 나까지 나서지 않아도 될 거야.”

그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게다가 너무 오랜만에 돌아간 고향이라 그런 지 나 역시 낯설기도 하고.”

진지한 얼굴을 잠깐 보다가 목소리를 낮추며 데이먼은 물었다.

“수도로도 정말 돌아가지 않을 건가? 까놓고 말해 기사단장 자리도 자네라면 문제 없을텐데.”

문득 뭔가를 떠올리곤 그가 덧붙였다.

“아, 물론 그 글렌 후작이 방해만 하지 않는다면 말이야. 흠... 하긴 자네가 기사단장이 된다면 그 작자가 혹시 회유하려 들지도 모르겠군.”

“난 권력 싸움에는 관심도 없고 끼어들 생각도 없네.”

락터드가 대꾸했다.

“그 인간이 그 말을 믿지 않으니 문제 아닌가.”

술잔을 들어 올려 포도주를 쭈욱 들이키고는 데이먼이 입을 쓱 문질렀다.

“뭐 하긴 영주와의 친분이 아니더라도 여러 가지로 자넨 이곳에 인연이 많으니까. 왕실로 가지 않는다면 여기서 지내는 것도 나쁘진 않겠지.”

그 말에 락터드가 미소를 지었다.

“잘 생각해 보라구. 나야, 자네가 이 근처에 빵집만 차리지 않는다면 반대할 이유가 없지.”

길게 트림을 하며 만족스러운 얼굴로 대꾸하는 그를 보다가 락터드 역시 잠자코 잔을 들이켰다.






아침이 되었다. 부스스한 기색으로 락터드는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어젯밤 데이먼과 한 잔 하며 이런 저런 얘길 나누다가 과음을 했다. 벌이도 시원찮다면서 어디서 그렇게 가져오는지 데이먼은 테이블을 꽉 채울 정도로 병을 내왔고 술이 남아 있는 경우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사람을 보내주지 않는 덕에 그 술병들을 전부 다 비우고 돌아와야 했다. 두통이 엄습하는 머리를 한 손으로 누르며 그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부엌에서 연거푸 물을 들이키고 방으로 돌아오다가 락터드는 마침 복도 끝에 있는 문을 열고 밖으로 나오고 있는 데비와 마주쳤다.

“아저씨.”

데비가 먼저 그의 앞으로 쪼르르 뛰어왔다.

“아.. 데비.”

여전히 욱신거리는 머리에 손을 대며 락터드는 미소를 지으려고 애썼다.

“술을 많이 드셨나 봐요?”

빤히 올려다보며 데비가 물었다.

“아, 아니야.”

눈을 돌리며 대꾸하는 그를 향해 데비가 거짓말하지 말라는 듯 눈을 가늘게 떴다.

“냄새 나요.”

할 말이 없어 락터드는 겸언쩍게 웃었다.

“찾는 사람은 찾았니?”

어제 사람을 찾으러 나간다고 했던 게 떠올라 그가 물었다.

“아뇨.”

그녀가 고개를 저었다.

“제재소에 가면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발목까지 오는 살구색 원피스 위에 붉은색 케이프 망토를 걸쳐 입은 그녀는 어제에 이어 오늘도 외출할 생각인 듯 했다.

“그래서 오늘은 숲에 한 번 더 가보려고요.”

진지한 눈으로 락터드가 그녀에게 말을 했다.

“데비, 말했지만 혼자서 너무 깊은 곳까지 가선 안돼. 거긴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위험할 수 있단다.”

“위험한 건 저도 알아요. 그래서 안 위험한 장소만 가는 걸요.”

눈을 동그랗게 뜨며 데비가 대꾸했다.

“위험하지 않은지 어떻게 알지?”

“알아요.”

그녀는 고개를 끄덕했다.

“분명히요. 표시가 되 있거든요.”

잘 이해할 수는 없는 말이었지만 확신에 찬 어조였다. 난감한 기분으로 그가 말했다.

“어쨌든 위험한 것 같으면 절대로 안 가겠다고 약속하렴.”

“네. 알겠어요.”

정말 그러겠다는 듯 데비가 끄덕이는데 계단 위쪽에서 목소리 하나가 날아왔다.

“어딜 또 가려는데?”


고개를 돌리니 그녀의 외사촌 앤 웨이슬린이 계단을 내려 오고 있었다. 데비의 외가인 로안에서 어제 밤 오스티아를 방문한 그녀가 두 사람이 있는 곳으로 걸어왔다. 의미심장한 눈으로 데비를 향해 시선을 주며 앤이 입을 열었다.


“어제, 오늘 어딜 그렇게 돌아 다녀? 설마 너 매일 그러고 다니는 건 아니지?”

허리까지 오는 부드럽게 찰랑이는 긴 머리를 질끈 묶고 화장기 하나 없는 수수한 얼굴이었지만 한 눈에 보기에도 아주 미인이었다.

“일이 있어서 그런 거야, 뭐.”

“여덟 살짜리가 무슨 일?”

“나름대로 나도 바쁘다구.”

앤이 일단 잔소리를 시작하면 끝이 없다는 걸 잘 알고 있는 데비는 자리를 피하려는 듯 슬금슬금 옆으로 걸으며 덧붙였다.

“오늘은 일찍 올거야.”

얼른 계단을 내려 가는 데비를 보고 락터드는 웃음을 지었다. 그 뒷모습을 보고 있던 앤은 곧 그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새디 락터드 경이시죠? 죄송해요. 데비가 귀찮게 해서.”

그녀가 말했다.

“하하.. 아닙니다.”

삼촌의 은인인 기사가 며칠 성에 머무르고 있다는 얘기는 이미 들었다.

“너무 받아주지 않으셔도 되는데.....”

미안한 듯 말을 하며 데비에게 말하던 좀 전과는 달리 속을 내보이듯 앤이 무심코 한숨을 내쉬었다.

“숙모님은 로안에 계시고 삼촌은 늘 바쁘시니까, 저 애 혼자 보내는 시간이 많아요. 의외로 고집이 있는 편이라 혹시나 다른 사람을 곤란하게 하지 않을까 싶어서...”


말은 그렇게 하지만 혼자 있는 어린 사촌이 안쓰럽고 걱정이 되어 앤은 수시로 오스티아를 방문하곤 했다. 데비가 나간 쪽으로 다시 시선을 돌리며 골치가 아픈 듯 그녀가 중얼거렸다.

“볼 때마다 잔소리를 해놔서 그나마 크게 문제를 일으키진 않는 것 같지만요.”

“상활 판단이 빠른 애니까 주위에서 걱정할 만한 일은 아마 만들지 않을 겁니다.”

조금 웃으며 사람 좋게 대꾸하는 그를 보고는 앤도 좀 미소를 지었다.







수풀 사이에서 고개를 쑥 내밀고는 덤불을 밀치며 데비는 앞으로 나왔다. 머리에 붙은 잎사귀를 떼어 내며 그녀는 주위를 두리번 거렸다. 어차피 못 찾을 바에는, 그냥 표식이 된 장소를 수시로 가보는 것 밖에 방법이 없다고 생각했다. 서너 발자국 떨어진 곳에 있는 나무에 작은 십자 표시가 보였다.


숲의 여기 저기를 기웃거리며 나무들을 유심히 살핀 결과 3개의 장소로 통하는 표식을 찾을 수 있었다 오늘은 그 중에서 가장 먼 곳으로 왔다. 사실 여긴 지난 번에 한 번 와 보고 멀어서 다시 오지 않았다. 지난 번에 왔을 때 사람의 손길이 닿은 흔적이 없었기 때문에 소년이 자주 오지는 않는 장소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다르게 생각해 보니 오래 오지 않았으니까 이번에는 올지 모른단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으로 십자 표시가 되어 있는 나무를 확인하고는 데비는 이스릴 성 중정원 정도 크기인 풀밭으로 나왔다. 풀밭을 가로질러 걸어가며 그녀는 다시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인기척은 느껴지지 않는다.

풀밭을 가로질러 그 끝에 있는 나무 사이를 통과하자 다시 그 두 배 정도의 넓은 풀밭이 나왔다. 걸음을 멈추고 그녀는 주위를 둘러 보았다. 작은 언덕배기 중간쯤 자신이 서 있었다.


더 이상 표식이 없었기 때문에 이 이상 갈 수는 없었다. 그녀는 고개를 돌리며 주위를 찬찬히 살펴 보았다. 그러다가 저 끝에 있는 나무 아래에서 뭔가가 조금 움직이는 느낌을 받았다. 자세히 보려고 눈을 살짝 찡그리며 대여섯 발자국쯤 가까이 걸어가다 데비는 나무 아래 누가 누워 있는 걸 알았다. 자리에 서서 잠시 그쪽을 보다가 그녀가 안도의 한숨을 살짝 내쉬었다.






햇살이 따듯해서 언덕 아래 누워 엘리어트는 눈을 감고 있었다. 머리 뒤로 팔을 괸 채 그는 얼굴로 불어오는 바람을 맞았다.


“여기서 자면 감기 걸려.”


위에서 날아온 소리에 천천히 엘리어트는 눈을 떴다. 정면으로 비치는 햇살 때문에 눈이 부셔서 저절로 눈이 살짝 찡그려졌다.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는 사람을 바로 알아볼 수가 없어서 햇살을 가리듯 그는 한 손을 눈 가에 댔다.


“볕이 있긴 하지만 이제 춥다구.”

풀숲에 누워 있다가 눈을 뜨며 부스스한 기색으로 일어나 앉는 소년을 향해 데비는 말을 건냈다.


“한참 찾았어.”

멍하니 자신을 보고 있는 소년을 보며 밝은 얼굴로 그녀는 말했다.

“마을에도 갔었고 제재소에도 갔었는데 없길래, 혹시 다시 못만나나 했는데 역시 이 곳엔 자주 오는 거구나. 그럼 계속 여기서 기다릴껄.”

그에게 하는 말인지 아님 혼자말인지 알 수 없는 소리와 함께 그녀는 말을 이었다.

“아, 맞다. 표식 말이야, 참 잘 해놨더라. 나도 금방 알아봤어. 나중에 누가 이 숲에서 길을 잃어도 그걸 보면 길을 찾기 쉬울 것 같아.”

양 손으로 허리를 집은 채 데비는 나뭇가지를 향해 시선을 주었다.

“그게 표식이란 걸 알면 말이지만.”


말을 하다가 문득 뭔가가 떠올랐는지, 가만히 자신을 보고 있는 소년을 향해 그녀가 고개를 돌렸다.

“난 데비야.”

귀엽지만 분명한 목소리로 데비는 말했다.

“이름이 뭐야? 오늘은 알려 줘.”


거침없이 말을 내뱉는 그녀를 가만히 보고 있던 엘리어트는 데비가 말을 멈추고 자신을 빤히 응시하자 어쩐지 어색한 기분이 들었다. 어서 대답을 하라는 듯 소녀가 자신을 보고 있었다. 그 푸른색 눈동자가 너무 깨끗하고 투명했다. 햇살 때문인지.. 엘리어트는 다시 눈이 부시다는 생각을 했다.


“... 엘리어트.”

천천히 대답하는 소리에 데비는 미소를 지었다.

“엘리어트.”

이름을 외우려는 듯 한 번 대뇌더니 손가락을 뻗어 그녀는 숲 저쪽을 가리켰다.

“나 말이야, 표시해 놓은 곳 두 군데 정도는 저쪽에서 더 찾았는데.....”

데비는 눈동자를 조금 위로 치켜 떴다.

“폭포수가 있는 곳, 마음에 들었어. 그런 곳이 있는 줄은 전혀 몰랐는데.”

궁금한 얼굴로 그녀는 물었다.

“또 다른 곳은 없어? 그런 곳 또 있지 않아? 알려줘, 엘리어트. 응? 비밀로 하기 없기야.”

끊임없는 질문에 대답을 해야 하는 건지 말아야 하는 건지 좀 난감해 하는 기색이 되는 것 같자 그 모습을 보고 데비는 쿡 웃으며 말을 멈추었다. 잠시 사이를 두었다가 상냥한 어조로 그녀는 다시 말했다.

“언제 여기 와?”

“... 아무 때나.”

자리에서 일어나 엘리어트는 나뭇짐을 챙기려고 허리를 굽혔다.

“아무 때 언제?”

그의 옆으로 한 발 더 가까이 다가가 데비가 다시 물었다.

“나무하러 올 때.”

엘리어트는 묶어 놓은 나무단을 들어 올렸다.

“약초나 나물을 캐러 올 때도.”

“그렇구나.”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데비는 엘리어트가 집어 들려 하는 마지막 나뭇단을 얼른 양 팔에 안아 올렸다. 그가 머뭇거리며 자신을 쳐다 보자 그녀는 말했다.

“실수 안 해 이번엔.”

싱긋 웃으며 데비는 들고 있던 나뭇단을 한 번 추슬러 올렸다.





정오가 되었다. 며칠 신경 쓰지 못했던 말을 손질해두기 위해 마굿간 쪽으로 걸어가던 락터드는 마침 그 안에서 말 한 필을 끌고 나오는 카이렌을 보았다.

“나이더 경.”

반가운 얼굴로 그가 말을 건냈다.

“아.. 락터드 경.”

말을 끌고 앞으로 오는 카이렌을 향해 인사처럼 락터드는 물었다.

“어딜 가십니까?”

“마을 끝에 있는 숲 지대에 좀 가보려고 합니다.”

공손한 어조로 카이렌이 대답했다.

“무슨 일이라도..?”

“아뇨. 그런 게 아니라 그냥 숲을 한 번 탐색해 보려고요.”

좀 쑥쓰러웠는지 웃으며 카이렌은 대답했다.

“그 숲은 미지의 경계거든요. 사고도 좀 잦고.”

말이 울음소리를 내며 몇 번 뒷걸음질 치자 카이렌이 말을 쳐다보며 고삐를 잡아 당겼다.

“언제고 한 번은 확인을 해놔야 겠다 싶었던 거라, 시간이 있을 때 가보려고 합니다.”

한 손으로 말머리를 쓰다듬는 그를 보다가 흥미롭다는 듯 락터드는 말했다.

“같이 갈까요?”

“경께서요?”

락터드는 미간을 살짝 긁적였다.

“그런 일에 흥미가 좀 있거든요.”

“그래주신다면 저야 감사하죠.”

반가운 얼굴로 카이렌이 대꾸했다.





말을 달려 숲에 도착한 두 사람은 말에서 내려 고삐를 숲 입구에 있는 나무에 묶어 놓고 안쪽으로 들어갔다. 데비와 왔던 숲터를 지나, 가지가 울창해 빛도 잘 들어오지 않는 어둑한 숲 안쪽으로 걸어들어 갔다.


제법 숲의 깊은 곳까지 들어왔다고 느낄 무렵 락터드는 다시 한 번 주위를 둘러 보았다. 별로 이상할 것 없는 나무들 사이를 걸었으나 어느 순간 오랫동안 정체되어 있던 듯한 희미한 안개와 함께 눅눅한 공기가 폐로 스며 들고 있었다.


“여기서 사람이 죽은 일도 있었다고 들었습니다만.”

길이 좁아지면서 울창한 나뭇가지들이 시야를 가리기 시작했다.

“밀렵을 하던 사냥꾼 두 명이 덫에 걸린 채 짐승을 만나 목이 부러졌죠.”

잔가지를 손으로 밀어 내며 앞서 나가던 카이렌이 대꾸했다.

“1년 쯤 전에 영주님과 함께 숲의 끝까지 갔다 온 적은 있지만 그 때에도 일부밖에 보지 못했습니다. 워낙 광대한 숲이 돼놔서.”

카이렌의 말을 들으며 락터드는 주위를 살펴 보았다. 확실히 이런 숲은 드물었다. 오스티아의 평화로운 분위기에 맞지 않는 어딘지 음산하고 불안해 보이는 숲이었다.


“숲이 끝나는 곳부터는 암반 지대고 다시 그 너머로 대략 2백만 아르까지가 오스티아 령입니다만 이용을 못합니다.”

카이렌은 한 손으로 머리 위로 나 있는 제법 굵은 가지를 느리게 밀어냈다.

“내버려 두기엔 아까운 땅인데요.”

마지막 나뭇가지를 앞으로 밀고 나오자 나무의 크기가 갑자기 바뀐 곳으로 이어졌다. 숲과 숲의 경계인 듯, 키가 작은 수풀들이 드문드문 나 있는 작은 벌판이 있는 것을 보며 락터드는 한 발 앞으로 나갔다.

“조심하십시오.”

뒤에서 카이렌이 말했다.


발아래를 보니 사람 키 정도 너비로 길이 끊겨 있었다. 얼핏 봤을 때는 그렇게 깊을 것 같지 않지만 저 아래로 흐르고 있는 강물이 상당히 검어 보였다.

“이 숲이 위험한 이유죠.”

카이렌이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는 그의 옆으로 걸어왔다. 농담을 하듯 가볍게 그가 말했다.

“무심코 봐 넘겼다간 어디로 떠내려갈지 모릅니다. 한 두 개가 아니거든요.”

“천연 함정이라니 재밌습니다.”

흥미롭다는 듯 중얼거리는 목소리를 들으며 카이렌이 길을 뛰어 넘었다.

“가시죠.”

돌아보며 그가 말했다. 락터드도 몸을 날려 카이렌이 있는 쪽으로 건너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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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 하트의 반(VAN) - 번외. 반 네쉬하트(4) +9 13.11.20 3,186 91 26쪽
71 하트의 반(VAN) - 번외. 반 네쉬하트(3) +3 13.11.17 2,961 92 18쪽
70 하트의 반(VAN) - 번외. 반 네쉬하트(2) +3 13.11.15 3,407 97 14쪽
69 하트의 반(VAN) - 번외. 반 네쉬하트(1) +11 13.11.11 4,060 101 14쪽
68 하트의 반(VAN) - 1-67. +19 13.09.18 5,305 162 16쪽
67 하트의 반(VAN) - 1-66. +11 13.09.17 6,936 154 22쪽
66 하트의 반(VAN) - 1-65. +4 13.09.16 4,120 154 10쪽
65 하트의 반(VAN) - 1-64. +3 13.09.14 5,764 157 13쪽
64 하트의 반(VAN) - 1-63. +2 13.09.12 4,048 138 10쪽
63 하트의 반(VAN) - 1-62. +16 13.09.09 6,178 155 15쪽
62 하트의 반(VAN) - 1-61. +7 13.09.06 4,360 157 14쪽
61 하트의 반(VAN) - 1-60. +2 13.09.04 4,286 170 17쪽
60 하트의 반(VAN) - 1-59. +17 13.09.02 7,252 160 23쪽
59 하트의 반(VAN) - 1-58. +21 13.08.30 4,646 158 21쪽
58 하트의 반(VAN) - 1-57. +9 13.08.28 4,058 150 12쪽
57 하트의 반(VAN) - 1-56. +33 13.08.26 4,737 153 17쪽
56 하트의 반(VAN) - 1-55. +13 13.08.23 5,020 168 16쪽
55 하트의 반(VAN) - 1-54. +10 13.08.21 7,901 168 19쪽
54 하트의 반(VAN) - 1-53. +7 13.08.19 5,245 160 11쪽
53 하트의 반(VAN) - 1-52. +5 13.08.16 6,038 157 10쪽
52 하트의 반(VAN) - 1-51. +5 13.08.15 5,375 165 16쪽
51 하트의 반(VAN) - 1-50. +16 13.08.12 6,527 179 15쪽
50 하트의 반(VAN) - 1-49. +7 13.08.10 6,228 168 18쪽
49 하트의 반(VAN) - 1-48. +4 13.08.08 5,734 165 22쪽
48 하트의 반(VAN) - 1-47. +15 13.08.06 5,212 161 16쪽
47 하트의 반(VAN) - 1-46. +8 13.08.05 4,830 168 12쪽
46 하트의 반(VAN) - 1-45. +7 13.08.02 5,132 172 11쪽
45 하트의 반(VAN) - 1-44. +6 13.08.01 4,774 166 9쪽
44 하트의 반(VAN) - 1-43. +9 13.07.29 5,468 169 15쪽
43 하트의 반(VAN) - 1-42. +8 13.07.25 5,012 179 12쪽
42 하트의 반(VAN) - 1-41. +11 13.07.22 4,801 171 16쪽
41 하트의 반(VAN) - 1-40. +6 13.07.18 5,175 180 18쪽
40 하트의 반(VAN) - 1-39. +4 13.07.15 4,726 186 22쪽
39 하트의 반(VAN) - 1-38. +9 13.07.11 6,738 166 13쪽
38 하트의 반(VAN) - 1-37. +13 13.07.08 5,223 165 19쪽
37 하트의 반(VAN) - 1-36. +2 13.07.05 6,458 170 24쪽
36 하트의 반(VAN) - 1-35. +6 13.07.01 6,039 164 17쪽
35 하트의 반(VAN) - 1-34. +25 13.06.13 5,892 181 11쪽
34 하트의 반(VAN) - 1-33. +5 13.06.10 8,205 191 21쪽
33 하트의 반(VAN) - 1-32. +9 13.06.06 6,924 166 17쪽
32 하트의 반(VAN) - 1-31. +3 13.06.03 6,940 178 17쪽
31 하트의 반(VAN) - 1-30. +13 13.05.31 8,834 188 26쪽
30 하트의 반(VAN) - 1-29. +17 13.05.27 7,425 196 19쪽
29 하트의 반(VAN) - 1-28. +7 13.05.23 7,359 181 12쪽
28 하트의 반(VAN) - 1-27. +10 13.05.20 8,232 176 19쪽
27 하트의 반(VAN) - 1-26. +3 13.05.16 8,543 181 13쪽
26 하트의 반(VAN) - 1-25. +3 13.05.14 8,319 184 27쪽
25 하트의 반(VAN) - 1-24. +15 13.05.09 8,367 232 24쪽
24 하트의 반(VAN) - 1-23. +7 13.05.03 10,464 289 25쪽
23 하트의 반(VAN) - 1-22. +9 13.04.29 9,083 201 21쪽
22 하트의 반(VAN) - 1-21. +1 13.04.25 8,406 209 12쪽
21 하트의 반(VAN) - 1-20. +9 13.04.21 9,478 215 21쪽
20 하트의 반(VAN) - 1-19. +29 13.04.07 9,109 242 19쪽
19 하트의 반(VAN) - 1-18. +10 13.04.04 8,447 220 24쪽
18 하트의 반(VAN) - 1-17. +7 13.04.02 8,157 209 21쪽
17 하트의 반(VAN) - 1-16. +7 13.03.28 9,018 197 15쪽
16 하트의 반(VAN) - 1-15. +6 13.03.25 10,205 200 15쪽
15 하트의 반(VAN) - 1-14. +6 13.03.21 8,954 223 24쪽
14 하트의 반(VAN) - 1-13. +7 13.03.17 9,494 228 12쪽
13 하트의 반(VAN) - 1-12. +8 13.03.11 9,217 222 16쪽
12 하트의 반(VAN) - 1-11. +6 13.03.07 9,541 230 16쪽
11 하트의 반(VAN) - 1-10. +6 13.03.04 10,136 251 18쪽
» 하트의 반(VAN) - 1-9. +2 13.02.28 10,106 235 19쪽
9 하트의 반(VAN) - 1-8. +6 13.02.26 10,644 256 14쪽
8 하트의 반(VAN) - 1-7. +6 13.02.25 11,241 271 15쪽
7 하트의 반(VAN) - 1-6. +19 13.02.21 11,296 282 16쪽
6 하트의 반(VAN) - 1-5. +14 13.02.19 13,169 277 20쪽
5 하트의 반(VAN) - 1-4. +13 13.02.17 14,299 330 15쪽
4 하트의 반(VAN) - 1-3. +9 13.02.17 15,196 327 13쪽
3 하트의 반(VAN) - 1-2. +15 13.02.11 16,470 350 13쪽
2 하트의 반(VAN) - 1-1. +15 13.02.10 21,873 403 12쪽
1 하트의 반(VAN) - 0. +15 13.02.04 29,030 440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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