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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인k 님의 서재입니다.

하트의 반(VAN)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명인k
작품등록일 :
2013.02.04 17:06
최근연재일 :
2019.02.10 23:08
연재수 :
298 회
조회수 :
979,596
추천수 :
28,216
글자수 :
2,269,960

작성
13.12.20 20:14
조회
4,357
추천
124
글자
20쪽

하트의 반(VAN) - 2-2 이에넨(7)

DUMMY

2.2 이에넨(7)



도적들의 막사는 언덕 바로 아래 있다. 사뭇 거대한 크기로 백 명 이상은 들어갈만한 규모다. 그렇게 커다란 걸 숨기기도 쉽지 않지만 위치가 드러나도 상관없다고 생각했는지 언덕 위에서 봤을 때 막사는 딱 염탐하기 좋은 곳에 놓여 있었다.


어둠에 몸을 묻고 언덕 가장자리를 소리없이 타고 내려가 엘리어트들은 중간에 있는 나무에서 멈췄다. 나무 뒤에서 그들은 막사 정면을 응시했다. 막사 앞에 보초 두 명이 서 있는 걸 확인한 뒤 비탈을 우회하여 그들은 막사 뒤로 갔다.


“잠깐만요.”

막사 뒤쪽에 아무도 없는 걸 확인하고 앞으로 나가려는 엘리어트를 가슈가 저지했다. 그리고는 시즈를 쳐다봤다.

“확인해봐.”

끄덕이며 시즈는 자리에 엎드렸다. 바닥에 귀를 댄 채 가만 있는 시즈를 엘리어트는 보고 있었다. 잠시 후 시즈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때?”

가슈가 물었다.

“막사 안에 서른 명 이상. 모퉁이 돌아서 막사 뒤쪽에도 비슷하게 있어.”

설명하고 있는 시즈를 엘리어트가 빤히 쳐다 봤다.

“이 녀석 귀가 좋아요.”

그의 시선에 이번에는 아비크가 말했다.

“풀 밟는 소리만으로도 몇 명이나 있는지 알아내죠. 재주라곤 그거 하나 있는 놈이에 요.”

찡그리며 그는 덧붙였다.

“그 재주 하나에, 온갖 수발 다 들게 만들고. 이럴 거면 차라리 아까 그 노친네들이 가져가게 냅두는 게 나았지.”

“그만 좀 해. 나도 잘못했다고 생각한다고.”

면박 주는 아비크를 향해 시즈가 억울한 얼굴로 응수했다.


“그 정도 인원이 다면 좋겠지만 막사 크기로 보건데 다른 녀석들도 있을 것 같은데.. 더 몰려들기 전에 할까요?”

말을 하던 가슈는 엘리어트가 한 발 앞으로 나가는 것을 보았다.

“뭐해요?”

“너흰 여기서 기다려.”

걸음을 옮기려는 그를 보고 가슈는 의아해졌다.

“혼자 가려고요?”

“저 정도면 혼자 해결하는 게 빨라.”

그냥 하는 말도 과시하려고 하는 말도 아닌 소리다. 가슈와 아비크가 서로 마주봤다.

“발목 잡게 하지 말랬다고 지금 일부러 이러는 겁니까?”

기가 막혀서 아비크가 그를 향해 말했다.


산 초입에서 산적들을 상대했을 때부터 큰 싸움은 아니었어도 그가 웬만큼 실력이 되는 자라는 건 대충 눈치 챘다. 그러나 서른, 아니 막사 밖에 있는 인원까지 포함하면 대략 육십이 넘는 도적들을 혼자 상대하겠다고 하는 건 웬만한 기사라도 어렵다. 물론 어떻게 될지 모르니 혼자 가게 둘 건 아니지만.

“같이 가죠 웬만하면. 괜히 일 크게 만들지 말고.”

못마땅한 기색으로 아비크는 다시 말했다. 다들 혼자 보내지 않겠단 기색에 잠시 생각하다 엘리어트는 곧 말했다.

"정 그러고 싶다면, 그래."

"그러고 싶은 게 아니라 당연히 그래야죠."

무뚝뚝하게 아비크가 응수했다.







대형 막사 뒤쪽으로 좀 떨어진 곳에 다시 쳐 놓은 보조 막사 하나가 있었다. 마을에서 약탈해온 물건들중 놓을 자리가 없는 것들은 그 안에 쌓아 두고 있다.

모닥불을 펴 놓고 앉아 보조 막사를 지키고 있던 남자가 입을 쩍 벌리며 길게 하품을 했다. 입맛을 쩝쩝 다시며 그가 옆을 보았다. 여자와 아이들이 그 옆에 한데 모여 앉아 있다.

“쓸데없는 짓 할 생각 말고 가만히 잠이나 쳐 자.”

힐끔힐끔 그를 향하는 불안한 시선을 향해 남자가 입을 쩝쩝거리며 퉁명스럽게 말했다. 그 소리에 여자와 아이들이 두려운 얼굴로 몸을 움츠리는 것을 보며 그는 다시 모닥불로 시선을 돌렸다.

오늘 밤만 여기서 보내고 내일 아침 일찍 떠난다. 어디로 가서 약탈해 온 것들을 팔아 넘길 거라고 했다. 내일 또 한참 이동하려면 피곤할텐데 마침 오늘 보초를 서는 순번인 게 귀찮다.

‘하필 오늘..’

다시 옆으로 그가 시선을 힐끔 돌렸다. 잠자기도 틀렸겠다 어차피 다들 이쪽으로 오지도 않을 텐데 반반한 계집이나 하나 골라서...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막사 너머 저쪽에서 소리가 났다. 뭔가가 둔탁하게 부딪치는 듯한 소리와 함께 낮은 신음소리가 들리는가 싶더니 이내 조용해졌다. 의아한 얼굴로 남자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귀를 기울였지만 소리는 더 이어지지 않았다.

“꼼짝 말고 있어.”

여자와 아이들을 향해 다시 으름장을 놓고는 옆에 세워둔 검을 집어 들고 그는 막사 옆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모퉁이를 다 돌기도 전에 바닥 여기저기 널부러져 있는 대 여섯 명을 발견했다.

움찔하며 그는 앞으로 나갔다. 그쪽에서 쉬고 있던 남은 다섯 명도 자리에 쓰러져 있는 걸 발견하고 그는 얼어 붙었다.

쓰러진 자들의 한 가운데 처음 보는 남자가 서 있었다. 남자의 눈동자가 힐끔 이쪽을 향했다. 그 눈빛이 조용하고 침착하다. 이런 곳에 혼자 서 있는 남자를 보고 순간 상황을 이해하고는 직감적으로 그는 몸을 돌려 뛰었다.

그리고는 보조 막사쪽으로 돌아와 모닥불 제일 가까이 있던 여자를 그가 한손으로 잡아 세웠다.

“흑.....!”

울면서 발버둥치는 여자를 붙잡은 채 고개를 돌린 그는 저쪽에서 바로 자신을 따라 온 엘리어트를 발견하고는 소리쳤다.

“꼼짝 마.”

두 사람과 서너 발작쯤 떨어진 곳에서 엘리어트는 멈춰섰다.

“한 발만 더 움직이면 이 년을..”

말을 하는데 바로 눈앞에서 뭔가가 번쩍했다.

다음 순간 여자를 잡고 있던 손이 스르륵 놓아졌다. 손에서 풀려 나자마자 뒤를 확인할 것도 없이 여자는 허둥지둥 옆으로 빠져나갔다.






엘리어트의 지시대로 막사 안으로 뛰어들어가 다섯이서 서른 명의 도적들을 거의 단숨에 쓰러뜨린 뒤 아비크와 길더, 레이가 상황을 마무리 하는 동안 가슈와 시즈는 밖으로 나왔다.

잔당들이 또 오지 않는지 확인하기 위해 막사 근처에 시즈를 남겨 둔 뒤 가슈는 엘리어트가 사라진 쪽으로 갔다.

말렸는데도 굳이 막사 뒤 인원은 혼자 상대하겠다고 가버렸다. 혹시 몰라 도와주러 가면서 가슈는 골치 아프단 생각을 했다.


단독 행동을 좋아하는 자를 따르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실력없는 자는 아닌 것 같지만 그 실력이 어느 정도 인지 아직 확인 못했으니 혹여 자신을 과신하며 나서기 좋아하는 인간이라면 뒤처리 하는 것도 일이다.

그렇게 생각하며 막사 뒤로 돌아가다가 가슈는 자리에 섰다.

막사 뒤쪽 여기 저기 쓰러져 있는 남자들이 있다. 몇 발작 떨어진 곳에도 숨이 끊어진 채 쓰러진 자들이 보인다.


가슈는 주위를 둘러 보았다. 어디로 갔는지 엘리어트는 보이지 않는다.

주변을 살피며 가슈는 앞으로 나갔다. 막사 뒤에 따로 있는 작은 막사 근처까지 갔다가, 거기에서 서로 부둥켜 안은 채 두려운 눈빛으로 자신을 응시하고 있는 여자와 아이들을 발견했다.

잡혀온 사람들이란 건 척 봐도 알 수 있다. 마을 사람들일 거라고 생각하며 그들을 지나쳐 가다가 막사 끄트머리 쯤 엘리어트가 있는 게 보였다. 가슈는 그에게 다가갔다. 엘리어트는 발 아래 목을 관통 당한 채 쓰러진 남자의 앞에 서 있었다.

“안은?”

쓰러진 사내쪽을 보는 가슈를 향해 엘리어트가 물었다.

“해지웠고 뒤처리 중이에요.”



그에게로 가까이 와 가슈는 여전히 겁에 질려 두 사람쪽을 보고 있는 여자와 아이들로 시선을 돌렸다.

“마을 주민같은데...”

그는 중얼거렸다.

“남자들은 죽이고 여자와 아이들은 잡아온 모양이네요.”


쓰러진 사내의 앞에 몸을 숙여 엘리어트는 그 허리춤에 꽂혀 있는 열쇠 다발을 끌러냈다. 안의 상황이 정리됐는지 그 때쯤 아비크를 비롯한 나머지 사람들이 둘이 있는 쪽으로 달려왔다.

“풀어줘.”

웬 여자와 아이들인가 싶어 어리둥절 그들을 보고 있는 시즈를 향해 엘리어트가 말했다.


다행히 바로 상황 파악을 하고는 열쇠를 받아들며 시즈가 이쪽을 보고 있는 여자와 아이들 쪽으로 서둘러 다가갔다. 시즈가 묶여 있는 손을 풀어주는 동안 막사 한 쪽을 들어 올리며 엘리어트는 보조 막사 안으로 들어갔다.



가슈는 바닥에 쓰러져 있는 시체를 응시했다. 목이 정확히 수평으로 잘려 있다. 고통이 없을 것은 분명했으나 눈으로 보기엔 잔혹하리만큼 망설임이 없는 솜씨다.

고개를 돌려 가슈는 막사 안으로 들어간 엘리어트 쪽을 보았다. 산에서 처음 도적들과 마주쳤을 때 그는 될 수 있는 한 희생을 줄이고 싶어 하는 것 같았고 그러기에 실력을 떠나 가슈는 내심 그가 좀 심약한 인간일 거라고 생각하고 있던 중이었다.

“냉정하네 의외로.”

아래를 내려다 본 채 그가 중얼거렸다.







막사 안으로 들어온 엘리어트는 한 쪽에 높이 쌓아둔 여러 개의 상자 앞으로 걸어갔다. 그리고는 상자를 덮고 있던 천을 걷어 올렸다.

“잡혀 온 사람들은.....”

머리위의 천을 밀쳐 올리며 가슈가 그를 따라 안으로 들어왔다. 바닥 여기저기 어지럽게 흩어져 물건들을 밟지 않고 건너 그는 엘리어트에게 다가갔다.

“일단 아까 그 마을에 데려다 주려고요.”

여러 마을에서 약탈해 온 물건들이 잔뜩 쌓여 있다. 상자도 꽤 여러 개다.

“그래.”

시즈의 봇짐을 찾기 위해 상자를 열고 있는 엘리어트를 보고는 그 옆에서 가슈도 상자 하나를 열었다.

“녀석이 여자와 아이들을 죽이면 어쩌려고 했어요?”

상자 안을 뒤적이며 가슈가 물었다. 엘리어트 앞에 혼자 죽어 있던 남자를 보고 상황은 대충 짐작할 수 있었다.

“인질을 죽이면 흥정이 안되잖아.”

“흥정할 생각이 있긴 했고요?”

눈썹을 살짝 치켜 뜨며 가슈가 다시 물었다. 대꾸가 없어서 돌아보는데 마침 시즈의 봇짐 꾸러미를 발견하고 엘리어트가 그것을 들어올리고 있었다.

“여기 있는 것들도 같이 마을에 가져다 줘.”

통행증을 꺼내 가슈에게 넘기며 엘리어트는 말을 이었다.

“알았어요.”

통행증을 손에 든 채 끄덕이며 가슈가 대꾸했다.










여자와 아이들은 가슈와 길더, 시즈가 데려다주기로 했다. 도적들이 가지고 있던 짐수레에 상자 몇 개와 사람들을 태운 뒤 가슈들이 출발하자 남은 세 사람도 말이 있는 쪽으로 갔다.


마차가 저쪽으로 사라지는 걸 확인한 뒤 그대로 말에 오르려는데 길 아래 어딘가에서 또 다시 말발굽 소리가 났다.

남은 잔당들이 돌아오나 싶어 아비크와 레이가 그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잠시 후 달빛이 비치고 있는 길을 힘차게 달려오고 있는 수십 마리 말들이 보였다.

“또냐?”

귀찮게 됐다는 얼굴로 아비크가 중얼거렸다.

“이번엔 아닌 것 같은데?”

달려오고 있는 말 위에서 펄럭이고 있는 깃발을 보며 레이가 말했다.

“브롤렌 기사단이다.”

잠시 후, 그들과 좀 떨어진 곳에 수십 마리의 말들이 순서대로 멈춰서기 시작했다.






선두에는 갑옷을 입은 기사들이 있었다. 그 뒤를 따르던 병사들은 기사들이 자리에 서자 열을 지어 멈춰서고 있다. 도적을 소탕하러 왔는지 다들 전투라도 나가는 복장이었다.


선두에서 말을 세운 기사가 고삐를 잡아당기며 자리에서 조금 왔다 갔다 하는 말을 진정시켰다. 그러면서 그가 엘리어트 들을 내려다 보았다. 오면서부터 이미 군데군데 쓰러져 있는 도적들을 보았는지 다행히 이쪽을 오해하고 일단 덤비고 보자고 생각하는 건 아닌 듯 했다.

제일 앞에 서 있는 엘리어트를 향해 이윽고 기사가 입을 뗐다.

“도적단인가?”

"아닙니다."

확인차 묻는 소리에 엘리어트는 대답했다.

“지나가던 용병입니다 저희는.”


그 대답에 엘리어트를 빤히 보다가 기사가 옆에 있던 다른 기사을 향해 손짓을 했다. 지시에 기사들이 말에서 내렸다.

“그대들이 이런 건가?”

막사 안으로 걸어 들어가는 기사들을 힐끔 보던 엘리어트는 묻는 소리에 다시 앞으로 시선을 돌렸다. 이번에는 기사의 옆에 있던 청년 하나가 묻고 있었다.

“그렇습니다.”


말 위에 있던 청년이 주위를 다시 빙 둘러 보았다.

“우리가 할 일을 대신 해주었군.”

엘리어트를 향해 부드러운 음성으로 그가 말했다.

"고맙네."


말하고 있는 남자는 브롤렌 영주의 아들이었다. 그는 아버지처럼 난폭하고 무자비한 성격이 아니어서 나름 기사들의 지지를 받았고 이제 기사들에 의해 아비 대신 영주의 자리에 오를 것을 요청받고 있는 중이었다.

아버지의 오랜 폭정을 줄곧 깊이 고민하며 옆에서 지켜보던 젊은 공자였지만 그러나 동시에 그는 아비를 몰아내고 영주의 자리에 오르는 것에 쉽게 동의하지 못하는 나름 효심있는 청년이기도 했다.


그런 이유로 지금까지 가만히 있었으나 그러나 도적들이 마을까지 내려와 약탈을 저지르고 있다는 말을 듣고 더 미룰 수는 없었는지 드디어 결심을 하고 늦었지만 기사들과 함께 이곳으로 달려오던 중이었다.



“같이 가세.”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공자는 말했다.

“우리가 해야할 일을 대신 해주었으니 거기에 맞게 보답을 하지.”

“죄송합니다만..”

엘리어트는 말했다.

“저희는 지금 급히 가야 할 곳이 있습니다.”

정말 지체할 시간이 없다.

“그리고 그다지 보답 받을 일을 한 것도 아닙니다.”

그 말에 공자가 머뭇거리자 옆에 있던 기사가 공자를 보다가 입을 열었다.

“무례하구나.”

기사의 목소리는 차가웠다.

“용병 주제에 감히 공자님의 호의를 거절하려 들다니.”

불쾌하다는 듯 싸늘한 눈으로 그가 엘리어트를 내려다 보았다.



“주군한테 등 돌리는 기사가 누구한테 무례하다고 할 처지는 아닌 것 같은데..”

엘리어트의 뒤에 서있던 아비크가 중얼거렸다.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

개중 가까이 있던 기사의 시선이 힐끔 이쪽을 향하는 것 같자 레이가 그를 쿡 찌르며 작게 말했다.


“무례하게 들렸다면 용서하십시오.”

공자를 향해 엘리어트는 다시 말했다.

“하지만 저희는 급한 일로 이곳을 지나고 있었습니다. 공자님의 호의에 충분히 감사드리지만 더 지체했다가는 저희가 맡은 일을 해낼 수가 없을 것 같아 무례를 무릅쓰고 말씀드렸습니다.”

허리를 굽히며 엘리어트는 공자를 향해 머리를 숙였다.

“너그럽게 이해해 주셨으면 합니다.”


자신을 향해 예의를 갖추려는 듯 허리를 숙인 채 가만히 있는 그를 보다가 어쩔 수 없다는 듯 공자는 미소지었다.

“알겠소.”

공자는 다시 주위를 보았다. 여기저기 쓰러져 있거나 신음하고 있는 도적들이 군데군데 보인다. 셋이서 저들을 해치운 걸 보니 실력이 꽤 좋은 용병들인 듯 했다.

“은혜를 입고 무례를 범한 건 이쪽인 것 같군.”

예의 부드러운 투로 공자는 말을 이었다.

“나중에 찾아온다면 내 잊지 않고 보답하겠소.”

“감사합니다.”

여전히 허리를 숙인 채 엘리어트가 말했다.



이곳을 마저 정리하기 위해 공자 일행이 도적단의 막사 주변에서 왔다 갔다 하는 것을 보다가 엘리어트는 말에 올랐다.

“쉽게 온다 싶더니 쓸데없는 일로 계속 늦어지네요.”

뒤에서 역시 말에 오르며 아비크가 중얼거렸다.


엘리어트가 먼저 말을 달리자 두 사람도 그를 따랐다. 세 사람의 말이 다시 숲속 길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다시 달려 이제 막 숲을 빠져나가려는데 갑자기 엘리어트가 자리에 섰다.

“왜 그래요?”

뒤 따라오던 아비크기 그를 따라 말을 세우며 의아한 듯 물었다.

“미행이 붙어있어.”

그다지 멀지 않은 거리를 두고 뒤에서 희미하지만 말발굽 소리가 나고 있었다. 아까 마을에서 멈춰 섰을 때부터 이상하다는 생각은 했지만 그 때는 확신을 못했다. 그러나 지금 자신들이 타고 있는 말과 섞이지 않은 말발굽 소리가 작지만 규칙적으로 느껴지고 있었다.

고개를 돌려 엘리어트는 달려온 숲 길 저쪽을 쳐다보았다 .





구불구불한 길을 엘리어트와 아비크, 레이의 말이 전속력으로 달려 갔다. 어둠속에서 말발굽 소리만 시끄럽게 숲을 울리고 있었다.


달려가다 길이 오른쪽으로 휘며 급하게 꺽어지는 곳으로 들어가자 말들의 모습이 길에서 갑자기 사라졌다. 말발굽 소리가 멀어지며 점차 숲안은 조용해졌다. 그리고 나서 잠시 후 아까 엘리어트들이 왔던 쪽에서 말 한 마리가 길을 따라 이쪽으로 빠르게 달려왔다.


마찬가지로 오른쪽으로 급하게 휘어지는 곳을 돌아 가는 순간, 어둠 속에서 엘리어트가 나와 그대로 말 위로 뛰어 올랐다.

갑자기 튀어 나온 그의 기세에 대처를 못하고 움찔하는 남자를 움켜 잡은 채 엘리어트는 말 위에서 그를 밀어냈다. 두 사람이 그대로 바닥으로 떨어졌다.



엘리어트는 자신에게 깔린 채 바닥으로 떨어져 신음하고 있는 남자를 보았다. 달빛으로 얼굴을 확인할 수 있었다. 나루터에서 자신과 눈이 마주친 남자다.

“왜 우릴 따라왔지?”


남자를 유인하기 위해 엘리어트의 말을 끌고 길 저쪽으로 달려갔던 아비크와 레이가 돌아와 엘리어트가 누르고 있는 남자를 내려다 보았다.


“대답 해.”

남자를 찍어 누른 채 엘리어트는 말했다.

“넌 누구야?”

아직 바닥으로 떨어진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했는지 엘리어트의 질문에 남자는 낮게 신음할 뿐이었다.

대꾸가 없자 남자의 웃옷 안쪽에 손을 넣어 그대로 엘리어트는 그의 주머니를 뒤졌다. 그러나 신분을 알 수 있을 만한 것은 가지고 있지 않았다.


“좋게 말하니까 얼렁뚱땅 넘어갈 모양인데..”

엘리어트가 남자의 소지품을 확인하는 동안 옆에 있던 아비크가 그의 목언저리를 움켜 잡은 채 남자를 일으켜 세웠다.

“윽...”

끌려 일어나며 남자가 다시 신음했다.

“왜 따라왔어?”

남자의 멱살을 움켜 잡은 채 아비크가 목소리를 높였다.

“뭘 노리고?”

“아, 아니오. 그런 거.”

아직도 충격에서 못 벗어난 듯 했지만 더 꾸물거렸다간 목에 칼이라도 날아올 것 같았는지 남자가 그제야 입을 뗐다.

“그, 그냥 나루터에서 우연히 들었소. 당신들이 브롤렌을 지난다고..”

겁을 먹었는지 목소리가 떨렸다.

“나도 급히 브롤렌을 지나 가야하는데 혼자 가는 건 두렵고 어떡할까 고민 중인 참에 마침 그 말을 듣고..”

남자는 말을 이었다.

“뒤를 따라 가면 좀 나을 것 같아서 그냥 온 거요. 다른 의도는 없소 정말.”

“진짜 그게 다야?”

말을 하는 남자를 아비크가 위협적인 눈으로 노려보았다.

“거짓말 하면 좋은 꼴 못 볼거야.”

“정말이오. 정말.”

하얗게 질려서 움찔거리며 말하는 남자를 보다가 엘리어트는 남자가 타고 온 말을 뒤지고 있는 레이 쪽을 보았다. 안장 옆에 매달린 봇짐에도 별 게 없었는지 그의 시선에 말 옆에서 레이가 고개를 저었다.


엘리어트는 다시 남자를 보았다. 더 캐물어 봤자 나올 건 없을 것이다. 잠깐 있다가 그는 말했다.

“놔줘.”

여전히 미심쩍은 얼굴로 남자를 다시 보고는 떨떠름한 기색으로 아비크가 손을 놓았다.



그가 손을 놓자 남자가 뒤로 한 발 물러나며 헛기침을 해댔다. 엘리어트와 아비크를 번갈아 쳐다보다가 조금씩 뒷걸음질 치더니 곧 말이 있는 쪽으로 절뚝거리며 뛰어갔다.

말에 올라 탄 남자가 힘겹게 고삐를 쥐고는 말머리를 돌렸다. 엘리어트는 이제 말을 타고 길 저쪽으로 달려가는 그를 보았다.

신분증이 꼭 필요한 것은 아니었지만 영주국 간을 건너갈 때면 여간해서는 가지고 다니는 게 보통이다. 신분을 확인할 게 전혀 없다는 게 남자를 더 수상하게 만들고 있었다.


“레이.”

엘리어트가 부르자 레이가 옆으로 걸어왔다.

“매를 붙여 둘 수 있어?”

말을 타고 멀어지는 남자 쪽을 보다가 레이가 길고 가늘게 휘파람을 불었다.


잠시 후 하늘 어디서 매 한 마리가 나타나 한 두 번 원을 그리더니 곧장 날아와 그의 팔에 앉았다. 머리를 쓰다듬고는 남자가 간 방향으로 그가 다시 매를 날렸다.

“다음 도착하는 마을까지는 따라갈 수 있을 거에요.”

말발굽 소리는 이제 거의 사그라들고 있다. 엘리어트는 남자가 사라진 길 저쪽을 다시 쳐다 보고는 곧 자신의 말이 있는 곳으로 몸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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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 하트의 반(VAN) - 2-2 이에넨(1) +10 13.12.05 4,355 120 20쪽
79 하트의 반(VAN) - 2-1 헬렌(4) +9 13.12.03 4,321 118 15쪽
78 하트의 반(VAN) - 2-1 헬렌(3) +3 13.12.01 3,578 118 20쪽
77 하트의 반(VAN) - 2-1 헬렌(2) +12 13.11.28 3,831 111 17쪽
76 하트의 반(VAN) - 2-1 헬렌(1) +3 13.11.26 4,018 120 9쪽
75 하트의 반(VAN) - 2-0 엘소(2) +8 13.11.26 4,066 137 11쪽
74 하트의 반(VAN) - 2-0 엘소(1) +15 13.11.24 4,194 140 14쪽
73 하트의 반(VAN) - 번외. 반 네쉬하트(5) +10 13.11.21 3,222 96 19쪽
72 하트의 반(VAN) - 번외. 반 네쉬하트(4) +9 13.11.20 3,186 91 26쪽
71 하트의 반(VAN) - 번외. 반 네쉬하트(3) +3 13.11.17 2,961 92 18쪽
70 하트의 반(VAN) - 번외. 반 네쉬하트(2) +3 13.11.15 3,407 97 14쪽
69 하트의 반(VAN) - 번외. 반 네쉬하트(1) +11 13.11.11 4,060 101 14쪽
68 하트의 반(VAN) - 1-67. +19 13.09.18 5,305 162 16쪽
67 하트의 반(VAN) - 1-66. +11 13.09.17 6,937 154 22쪽
66 하트의 반(VAN) - 1-65. +4 13.09.16 4,120 154 10쪽
65 하트의 반(VAN) - 1-64. +3 13.09.14 5,764 157 13쪽
64 하트의 반(VAN) - 1-63. +2 13.09.12 4,048 138 10쪽
63 하트의 반(VAN) - 1-62. +16 13.09.09 6,178 155 15쪽
62 하트의 반(VAN) - 1-61. +7 13.09.06 4,361 157 14쪽
61 하트의 반(VAN) - 1-60. +2 13.09.04 4,287 170 17쪽
60 하트의 반(VAN) - 1-59. +17 13.09.02 7,252 160 23쪽
59 하트의 반(VAN) - 1-58. +21 13.08.30 4,647 158 21쪽
58 하트의 반(VAN) - 1-57. +9 13.08.28 4,058 150 12쪽
57 하트의 반(VAN) - 1-56. +33 13.08.26 4,737 153 17쪽
56 하트의 반(VAN) - 1-55. +13 13.08.23 5,020 168 16쪽
55 하트의 반(VAN) - 1-54. +10 13.08.21 7,902 168 19쪽
54 하트의 반(VAN) - 1-53. +7 13.08.19 5,245 160 11쪽
53 하트의 반(VAN) - 1-52. +5 13.08.16 6,038 157 10쪽
52 하트의 반(VAN) - 1-51. +5 13.08.15 5,375 165 16쪽
51 하트의 반(VAN) - 1-50. +16 13.08.12 6,528 179 15쪽
50 하트의 반(VAN) - 1-49. +7 13.08.10 6,230 168 18쪽
49 하트의 반(VAN) - 1-48. +4 13.08.08 5,734 165 22쪽
48 하트의 반(VAN) - 1-47. +15 13.08.06 5,212 161 16쪽
47 하트의 반(VAN) - 1-46. +8 13.08.05 4,831 168 12쪽
46 하트의 반(VAN) - 1-45. +7 13.08.02 5,132 172 11쪽
45 하트의 반(VAN) - 1-44. +6 13.08.01 4,774 166 9쪽
44 하트의 반(VAN) - 1-43. +9 13.07.29 5,468 169 15쪽
43 하트의 반(VAN) - 1-42. +8 13.07.25 5,012 179 12쪽
42 하트의 반(VAN) - 1-41. +11 13.07.22 4,802 171 16쪽
41 하트의 반(VAN) - 1-40. +6 13.07.18 5,177 180 18쪽
40 하트의 반(VAN) - 1-39. +4 13.07.15 4,726 186 22쪽
39 하트의 반(VAN) - 1-38. +9 13.07.11 6,738 166 13쪽
38 하트의 반(VAN) - 1-37. +13 13.07.08 5,224 165 19쪽
37 하트의 반(VAN) - 1-36. +2 13.07.05 6,458 170 24쪽
36 하트의 반(VAN) - 1-35. +6 13.07.01 6,041 164 17쪽
35 하트의 반(VAN) - 1-34. +25 13.06.13 5,893 181 11쪽
34 하트의 반(VAN) - 1-33. +5 13.06.10 8,205 191 21쪽
33 하트의 반(VAN) - 1-32. +9 13.06.06 6,924 166 17쪽
32 하트의 반(VAN) - 1-31. +3 13.06.03 6,941 178 17쪽
31 하트의 반(VAN) - 1-30. +13 13.05.31 8,835 188 26쪽
30 하트의 반(VAN) - 1-29. +17 13.05.27 7,428 196 19쪽
29 하트의 반(VAN) - 1-28. +7 13.05.23 7,359 181 12쪽
28 하트의 반(VAN) - 1-27. +10 13.05.20 8,234 176 19쪽
27 하트의 반(VAN) - 1-26. +3 13.05.16 8,544 181 13쪽
26 하트의 반(VAN) - 1-25. +3 13.05.14 8,319 184 27쪽
25 하트의 반(VAN) - 1-24. +15 13.05.09 8,367 232 24쪽
24 하트의 반(VAN) - 1-23. +7 13.05.03 10,464 289 25쪽
23 하트의 반(VAN) - 1-22. +9 13.04.29 9,083 201 21쪽
22 하트의 반(VAN) - 1-21. +1 13.04.25 8,406 209 12쪽
21 하트의 반(VAN) - 1-20. +9 13.04.21 9,478 215 21쪽
20 하트의 반(VAN) - 1-19. +29 13.04.07 9,110 242 19쪽
19 하트의 반(VAN) - 1-18. +10 13.04.04 8,448 220 24쪽
18 하트의 반(VAN) - 1-17. +7 13.04.02 8,159 209 21쪽
17 하트의 반(VAN) - 1-16. +7 13.03.28 9,019 197 15쪽
16 하트의 반(VAN) - 1-15. +6 13.03.25 10,205 200 15쪽
15 하트의 반(VAN) - 1-14. +6 13.03.21 8,955 223 24쪽
14 하트의 반(VAN) - 1-13. +7 13.03.17 9,495 228 12쪽
13 하트의 반(VAN) - 1-12. +8 13.03.11 9,218 222 16쪽
12 하트의 반(VAN) - 1-11. +6 13.03.07 9,542 230 16쪽
11 하트의 반(VAN) - 1-10. +6 13.03.04 10,136 251 18쪽
10 하트의 반(VAN) - 1-9. +2 13.02.28 10,107 235 19쪽
9 하트의 반(VAN) - 1-8. +6 13.02.26 10,646 256 14쪽
8 하트의 반(VAN) - 1-7. +6 13.02.25 11,244 271 15쪽
7 하트의 반(VAN) - 1-6. +19 13.02.21 11,296 282 16쪽
6 하트의 반(VAN) - 1-5. +14 13.02.19 13,170 277 20쪽
5 하트의 반(VAN) - 1-4. +13 13.02.17 14,300 330 15쪽
4 하트의 반(VAN) - 1-3. +9 13.02.17 15,197 327 13쪽
3 하트의 반(VAN) - 1-2. +15 13.02.11 16,471 350 13쪽
2 하트의 반(VAN) - 1-1. +15 13.02.10 21,877 403 12쪽
1 하트의 반(VAN) - 0. +15 13.02.04 29,032 440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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