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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인k 님의 서재입니다.

하트의 반(VAN)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명인k
작품등록일 :
2013.02.04 17:06
최근연재일 :
2019.02.10 23:08
연재수 :
29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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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9,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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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216
글자수 :
2,269,960

작성
13.09.04 22:51
조회
4,287
추천
170
글자
17쪽

하트의 반(VAN) - 1-60.

DUMMY

모래 동굴 안에서 길을 확인하는 동안 뒤를 봐줄 사람이 있는 게 좋을 거라는 말과 함께 키욘이 따라나서겠다고 하자 공작은 순순히 허락했다. 나서는 사람이 없어서 문제지 키욘 드팔가 정도 되는 용병이 가주면 공작으로서는 고마운 일이었다.


필요한 게 있으면 가져가라는 말에 공작의 막사 뒤에 있는 물품 보관 막사로 가서 두 사람은 표식으로 쓸 만한 게 있는지 확인했다. 그리고 나서 모래 동굴이 있다고 부관이 알려준 방향으로 곧장 향했다.




상단이 있던 곳에서 직선 방향으로 한참을 가니 어제 멀리서 희미하게 보였던 산 앞까지 올 수 있었다. 거기까지 오자 한밤중이 되었고 불이 붙은 램프를 앞으로 들어 보이자 두 사람은 가까이서 보니 곧 그것이 산이 아닌 엄청난 모래 더미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엘리어트는 입을 시커멓게 벌리고 있는 커다란 동굴 입구를 보았다. 산 전체가 거대한 모래 더미로 모래 더미가 여기저기 동굴을 만들며 산을 이루고 있었다. 신기한 일이었지만 동시에 언제 무너질지 모르니 위태로워 보이기도 했다.

“바람 때문에 안에 나 있는 굴들이 계속 위치를 바꾼다.”

뒤 따라 와서는 어깨에 이고 있던 푸대 자루를 바닥에 내려 놓으며 중얼거리듯 키욘은 말했다.

“운 좋으면 그래도 어디로 나오겠고, 운 없으면 늙어 죽을 때까지 헤매게 될 수도 있다고 하던데..”

손에 들고 있던 램프를 좌우로 들어 보이며 키욘은 모래 지형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근데 그게 다 소문이지 가본 놈도 없다면서 말만 무성하고..”

말하면서 키욘은 동굴 앞으로 다가갔다. 그 앞에 서니 차가운 바람이 이쪽을 향해 불어 나왔다. 아직 가을의 끝자락이지만 날은 상당히 빨리 추워지고 있다. 안에 들어가 더 기온이 떨어지는 곳에서 밤을 보내는 건 위험할 수도 있었다.


“말했지만 널 도와주려고 쫓아온 건 아니니..”

여러 가지 위험성을 떠올리며 퉁명스럽게 키욘은 말했다.

“여차하면 중간에 난 그냥 나올 거야.”

“네.”

엘리어트가 대답하자 키욘은 옆 눈으로 힐끔 그를 보았다.

대답하는 소리가 아니꼽다는 투도 그렇다고 냉소적으로 받는 투도 아니었다. 중간에 자신이 그를 그냥 두고 도망칠 거라는 걸 당연스럽게 소년은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런 태도는 실력에 대한 자신감에서 비롯된 것일 수도 있지만 그것보다는 그저 소년의 성격인 듯 했다.

‘이 녀석 어디서 온 거야?’

이제 망설임 없이 동굴 안으로 들어서고 있는 엘리어트를 뒤에서 잠깐 보다가 다시 푸대 자루를 어깨에 들쳐 매며 키욘도 걸음을 옮겼다.




동굴 안으로 들어가자 하나의 굴이 통로처럼 길게 이어져 있었다. 그러나 입구는 넓었지만 들어가자 마자 바로 좁아져 상단이 들어온다면 마차가 통과하는 건 무리일 것처럼 보였다.

긴 동굴이 끝나는 곳까지 빠져 나와 두 사람은 자리에 섰다. 램프를 눈높이로 들어 앞을 살펴보자 거기에 여러 개의 굴들이 여기저기 있었다. 동굴 안의 지도는 아주 상세히 표시되어 있었고 다행히 아직은 지도와 지형이 일치했다.

“초반이라 아직은 무사 통과인가 보구만.”

중얼거리며 키욘은 말했다.

“일단 표시해 둘까?”

엘리어트가 끄덕이자 그는 어깨에 매고 있던 자루에서 나무 말뚝 하나를 꺼내 들었다. 지금은 같더라도 금방 또 어떻게 바뀔지 모르니 이정표가 될만한 표시를 해두어야 했다.

말뚝을 내려 놓고 키욘은 그것을 망치로 내려 쳤다. 바닥까지 모래로 되어 말뚝이 박혀들어 가는데 힘이 없었지만 다행히 그 끝이 땅에 닿았는지 겨우 말뚝이 세워졌다.

“됐다.”

망치를 어깨에 얹으며 그가 말했다.




길게 이어지는 통로를 두 사람은 계속 걸어갔다.



동굴을 가로지르는데 반나절, 다시 돌아오는데 반나절 정도가 걸리면 밤새 걸어 아침 나절이면 돌아올 수 있다. 물론 운이 좋을 때 얘기다.


걸어가며 엘리어트는 주변을 확인했다. 동굴 안은 바닥과 벽 천장이 모두 모래로 되어 있었다. 폭이 넓지 않고 어른 한 명 지나갈 정도의 높이로 뚤린 굴들을 벌써 수십 개 넘게 보았다.


이제 또 들어 가고자 하는 동굴 입구 앞에 정면으로 서니 모래 바람에 눈이 까끌거려 키욘은 고개를 조금 옆으로 했다.

“그러고보니 어디서 왔냐? 꼬맹이.”

다시 램프를 앞으로 내세워 안으로 걸어 들어가면서 키욘이 물었다.

“오스티아에서요.”

“멀리서도 왔네.”

두 사람이 앞으로 나가자 램프의 빛으로 어둠이 조금씩 물러났다.

“그런 곳에서 여기까지 뭐하러? 돈이라도 벌러?”

검을 부딪쳐 본 건 짧았지만 실력이 있는 소년일 거라는 건 알 수 있었다.

“몇 년 죽어라 이곳에서 굴러 먹는다면 모를까 그러지 않고서야 돈벌이가 엄청 되는 것도 아니고, 그다지 좋은 꼴도 못 본다.”

들쳐 맨 자루가 흘러 내리려 하자 그는 한 쪽 어깨를 한 번 으쓱거렸다.

“이미 알겠지만 말이야.”

그 말에 대꾸하지 않으며 엘리어트는 잠자코 다시 지도를 들여다 보았다.


지도는 알아보기 쉽게 표시되어 있었지만 그러나 처음 얼마간을 제외하고 그 다음부터 모래 동굴 안은 지도가 무색하리만큼 변화가 심했다. 모래 통로는 계속해서 이어졌다 끊어지기를 반복했고 그 때마다 새로 나타난 통로 중 들어갈 곳을 선택해야 했다.


지도에 표시된 통로가 없어진 곳도 있었고 새로 생겨 있는 곳도 있었다. 그럴 경우 키욘은 남고 엘리어트가 개 중 맞을 거라고 판단되는 통로로 들어갔다. 통로를 통과해 그 끝에 이르면 그곳을 다시 지도와 비교해 지형이 비슷하면 걸어온 통로가 맞는 것으로, 다르다면 다시 키욘이 있는 곳으로 돌아가 다른 길을 확인했다.




갈림길이 나왔다. 이번에는 네 군데로 나뉘어져 있었다.

“여기도 달라요.”

목탄으로 지도에 표시하며 엘리어트가 말했다. 지도에 표시되어 있는 것보다 굴 하나가 더 있다. 지도로 본다면 가운데 길이 가고자 하는 방향이지만 어느 게 가운데 길인지 알 수 없었다.

“들어가 볼께요.”

그 중 하나를 택해 입구로 들어서며 엘리어트가 말했다.

“그래라.”

대꾸하며 키욘은 들고 있던 램프와 자루를 바닥에 내려 놓았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일단 여기까지를 표시를 해두기 위해 말뚝 하나를 자루에서 꺼내 그 앞에 밖아 놓고 엘리어트를 기다리던 키욘은 한참이 지나도 그가 돌아오지 않자 가운데 굴로 가서 안을 기웃거렸다.

‘왜 안 와?’

그 앞으로 그는 조금 더 가까이 다가섰다. 모래가 섞인 바람이 굴을 통해 그를 향해 불어 닥쳤다. 눈에 모래가 들어가는 기분에 살짝 찡그리며 그는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그러고 있는데 바닥에 놓아둔 램프의 주변으로 갑자기 그림자가 드리우는 느낌이 들었다.

고개를 돌리자 검은 늑대 한 마리가 그를 향해 하얀 이를 드러내며 그르렁 거리고 있었다.





어느 굴이 다음 지점으로 이어지는지는 감으로 찍을 수 밖에 없었지만 지금까지는 의외로 크게 틀리지 않고 올 수 있었다. 하지만 통로의 개수는 점점 더 많아졌다. 이렇게 되면 날이 밝기 전에 돌아가려는 계획은 틀어질 수밖에 없었다. 길을 찾는 것도 중요했지만 너무 늦게 돌아가면 공작 일행이 자신들이 못 돌아올 것으로 생각하고 그냥 떠날 수도 있었다.

말은 그렇게 해도 결국 키욘이 자신을 도와주기 위해 왔다는 것을 엘리어트는 알고 있었다. 자신 때문에 그까지 위험해지게 할 수는 없으니 최대한 서둘러야 했다.


통로가 끝나고 그 끝에 이르러 눈 앞에 나타난 지형을 엘리어트는 눈으로 확인했다. 이번에는 운이 좋지 않았는지 지형은 지도와 달랐다. 혹시 몰라 작은 부분까지 비교해 봤지만 비슷한 게 없었다. 이 통로는 아니라고 판단하며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가기 위해 엘리어트는 몸을 돌렸다.






굴을 다시 빠져 나오자 키욘이 앞에 있었다.

“왔냐?”

그의 손에 붉은 피가 묻은 칼이 들려 있는 것을 보고 엘리어트는 걸음을 멈추었다. 바닥에 검은 짐승 한 마리가 쓰러져 있었다.

“이 놈도 길을 잘못 들어왔나 보다.”

초승달 모양의 칼을 다시 검집에 집어 넣으며 키욘은 말했다.

“불쌍하지만 그렇다고 이 놈 요깃거리가 되줄 수는 없으니 말이야.”

며칠을 굶었는지 눈을 희번덕거리며 덤벼드는 늑대는 죽일 수밖에 없었다.

“길은 어때?”

검을 다시 주머니에 차며 키욘은 물었다.

“여긴 아니에요.”

“그래?”

“옆에 통로로 다시 가보고 올게요.”

“그래라. 난 여기서 이 놈 장사나 지내줘야 겠다.”

의외로 생명을 함부로 여기지는 않았는지 그렇게 말하며 숨이 끊어진 늑대를 향해 걸어가는 키욘을 잠깐 보다가 엘리어트는 바로 옆으로 나 있는 통로로 들어갔다.



잘못하다간 한 장소에서 여러 방향으로 나 있는 굴들을 전부 들어갔다 다시 돌아와야 할 수도 있었지만 운이 좋은 건지 아니면 의외로 판단을 잘 해서인지 서너 번 되돌아오긴 했어도 한 자리에서 그렇게 오래 시간을 지체하지는 않고 두 사람은 계속해서 앞으로 나갈 수 있었다.



그리고 밤새 통로들을 왔다 갔다 한 끝에 드디어 모래 동굴의 거의 마지막에 다다르게 되었다.

“끊겼는데..”

지도에 표시되어 있는 통로가 아예 앞에 없는 걸 보고 키욘은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잘못 온 건가?”

아예 길이 끝나고 앞은 완전히 막혀 있었다.

“일났네. 어디서부터 잘못 온 거야?”

제대로 찾아 왔다면 거의 다 왔으니 이제 출구가 보여야 하는데 아무 것도 없다면 여기까지 표시해 둔 길이 틀렸다는 뜻이다.


표시를 해놨으니 원래 출발했던 장소로 돌아가는 거야 불가능하지 않지만 어디서부터 틀어졌는지 알 수 없으니 길을 찾는 건 이제 끝이었다. 괜히 고생만 하고 소득도 없이 끝날 참이다.

“젠장, 이거야 원..”

투덜대는 키욘을 내버려 둔 채 엘리어트는 걸어가 앞을 막고 있는 모래 더미에 손을 댔다. 손으로 모래를 만져보니 그다지 오래 되지 않았는지 다른 곳보다 부드러운 느낌이 들었다.

“왜?”

“모래가 쌓인 게 오래되지 않은 것 같아요.”

말하며 모래 벽을 주먹으로 두어 번 내리치자 의외로 쉽게 모래가 파헤쳐 지는 것을 엘리어트는 물끄러미 보았다.





벌판이었다. 군데군데 커다란 바위나 모래 더미가 있을 뿐 마찬가지로 황량한 대지는 이제 새벽의 희미한 빛으로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 한 쪽에 있는 모래 더미의 귀퉁이가 조금씩 무너지며 바닥으로 떨어져 내렸다. 그러다 어느 순간 커다랗게 구멍이 뚫리며 안에서 사람 하나가 모래를 밀치고 튀어 나왔다.

“아으..!”

모래를 헤집고 틈으로 겨우 빠져 나온 키욘은 나오자마자 입안에 잔뜩 들어간 모래를 뱉어 냈다.

“죽겠네. 이게 다 뭐야..”

크게 투덜대며 그는 머리부터 발까지 뒤집어 쓴 모래를 털어 냈다. 모래들이 사방으로 날렸다.

“여기 어디야?”

털어내도 끝없이 나오는 모래들을 계속 털며 키욘은 주위를 보았다.


아직도 깜깜한데다 어디였는지 대지에는 풀 한 포기 없는 사막 같은 땅이었다.

“잘 못 온 거 아냐?”

뒤에서 투덜거리는 키욘을 내버려 둔 채 엘리어트는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북극성이 아직 머리 위에서 빛나고 있는 것을 보며 엘리어트는 대답했다.

“제대로 왔어요.”


그렇게 말하며 엘리어트는 저 멀리 보이는 지평선 끝으로 고개를 돌렸다. 지평선 끝에서부터 조금씩 새벽의 어슴푸레한 빛이 비추기 시작하고 있었다. 어느새 새벽이 되어오고 있다. 아침이 되기 전 다시 상단이 있는 곳으로 돌아가려 했으나 계획과 달리 시간이 꽤 걸렸다. 물론 돌아갈 때는 훨씬 빨리 돌아갈 수 있을 것이다.


“그래?”

몸이 피곤하니 맞다고 하는 걸 굳이 다시 집고 넘어갈 마음은 들지 않았는지 제대로 찾아온 걸 어떻게 알 수 있냐고는 굳이 다시 묻지 않으며 키욘은 산만한 어깨를 쭈욱 폈다.

“아이고 삭신이야.”

등을 두드리며 그는 말했다.

“그래도 생각보다 별 거 아니네. 괜히 소문만 무성했구만.”

밤새 죽도록 걸은 건 생각 안하고 그렇게 말하며 그는 목을 좌우로 꺽었다.

“그럼 이제 돌아 가자. 아~ 피곤...”

그러고 있는데 갑자기 모래 더미 옆에서 뭔가가 스르르 움직였다. 두 사람이 그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잠깐 서로 얼굴을 마주 보다가 그리고는 조심스럽게 그쪽으로 걸어갔다.



모래 더미 뒤로 돌아가 보니 웬 노파 하나가 거기 쪼그려 앉아 있었다.

“이런 곳에 웬 할망구야?”

노파 뿐인지 아니면 주변에 혹시 다른 누군가 있는지 주변을 확인했지만 눈에 띄는 건 없었다.

“저 나이에 설마 도적단은 아닐테고.”

키욘이 중얼거리는 동안 엘리어트는 노파를 보고 있었다.

“어디 부족민인가?”

그러나 그냥 부족민이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고 뒤에 도적단이라도 달고 있다면, 상단 전체를 도적단 앞으로 끌고 오는 게 되기 전에 일단 확인 해봐야 했다.



주위에 아무도 없는 걸 재차 확인하고 두 사람은 앞으로 걸어갔다.

“놀랐잖아 할망구.”

노파의 옆으로 걸어가며 키욘이 말했다.

“이런 곳에서 뭐하고 있소?”

으쓱거리며 키욘은 물었다.

“혼자 있어?”

옆으로 걸어온 두 사람에게는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노파는 계속 뭐라고 혼자말을 중얼 거리고 있었다.

두 사람이 의아하게 생각한 것처럼 노파 역시 두 사람을 보고 놀랐을 법도 했으나 전혀 반응 없이 노파는 무슨 소린지 알아 들을 수 없는 말만 계속 중얼거렸다.


“할망구. 내 말 안 들리슈?”

귀가 잘 안들려서 그런가 싶어 목소리를 조금 더 크게 하며 키욘은 말했다.

“어디서 왔냐고?”

그제야 노파의 눈동자가 그를 향하는 듯 했다.

“테이드...”

잠시 후 작게 노파가 말했다.

키욘의 옆에서 말하는 걸 듣고 있던 엘리어트는 노파의 입에서 나온 말에 살짝 표정이 변했다.



“테이드?”

그런 엘리어트의 기색을 눈치 못챈 채 키욘은 다시 목소리를 크게 했다.

“테이드에서 여기까지 왔다고?”

그가 말을 이었다.

“혼자 온 건 아닐 거 아뇨? 아들 없어? 같이 온 사람 없냐고?”

그러나 한 마디 대답만 했을 뿐 이내 다시 눈이 돌아가며 노파는 또 알아들을 수 없는 말로 중얼댔다.

“뭐야, 이 할망구. 노망이라도 났나.”

더 물어 봤자 소용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지 노파를 그만 닦달하며 키욘은 엘리어트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테이드 난민인가 본데?”


짧은 거리는 아니지만 그나마 여기서 가까운 영주국이었다. 얼마 전 전쟁이 끝났지만 그 지역의 피해가 심각하다는 소리를 들었다. 이겼지만 전쟁이 일어난 땅에서 살아 남은 사람들은 계속 살아갈 힘을 잃었고 테이드에서도 그들을 구호해줄 방법이 없어 그대로 방치되다 보니 결국 살 곳을 찾아 많은 사람들이 그 땅을 떠나고 있다고 했다.

“그렇다고 여기까지 와 있네.”

다른 영주국에 비해 가깝다고 해도 오기 쉬운 거리는 아니다.

“다행히 도적단은 아닌가 보다.”

어떻게 돌변할지는 모르지만 난민이면 일단 도적단은 아니었으니 한시름 놓아도 될 것이었다.



“할망구. 여기서 이러지 말고 집에나 가쇼.”

이 허허 벌판 어디에 집이 있을지는 모르지만 그렇다고 혼자 여기까지 온 건 아닐테니 혀를 끌끌 차며 키욘은 말했다.

“여기 있다 괜히 송장 치우게 하지 말고.”


그런데 그 순간 그 말이 무슨 신호라도 됐는지 노파의 눈빛이 변했다.

“왜...?”

의아한 기색으로 묻는 키욘을 향해 갑자기 노파가 달려 들었다.

“내 아들이 죽었어..!”

그를 잡은 팔을 벌벌 떨며 노파는 소리쳤다.

“내 아들이...!”

“아, 뭐하는 거야? 안 떨어져?!”

질겁을 하며 키욘이 노파를 떼어 냈다. 노파가 바닥으로 풀썩 떨어졌다.

“그 인간만 없었어도 이렇게 되진 않았을 텐데..”

바닥에 주저 앉은 채 갑자기 노인은 흐느끼는 것을 엘리어트는 보고 있었다.

“할망구. 그럼 그건 그 사람한테 가서 따지시든가..!”

그러나 기겁한 키욘은 그 모습에 동정심이 일지는 않았는지 기막힌 듯 소리쳤다.



“노인네. 기운 없어 보이더니 힘 한 번 장사네.”

노파에게서 두어 걸음 떨어지며 키욘은 진저리를 쳤다.

“빨리 돌아가자. 저 노인네한테 건질 건 없는 것 같으니까.”

근처에 도적단이 있다면 눈에 보이는 뭔가가 있어야 했지만 지평선 저 너머까지 주위에 걸리는 건 아무 것도 없었다. 노파가 테이드 난민이라면 그들이 도적단일 가능성도 적었다.


키욘이 성큼 왔던 곳으로 걸어가는 동안 뒤에 남아서 엘리어트는 이제 울음을 멈추고 다시 또 중얼거리기 시작하는 노파를 보았다. 방금 전 노파가 외치던 소리가 귀에 울렸다.

“뭐해? 돌아가려면 또 한참이야.”

앞에서 키욘이 소리쳤다. 몸을 돌리며 엘리어트는 곧 키욘이 있는 쪽으로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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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하트의 반(VAN) - 1-56. +33 13.08.26 4,737 153 17쪽
56 하트의 반(VAN) - 1-55. +13 13.08.23 5,020 168 16쪽
55 하트의 반(VAN) - 1-54. +10 13.08.21 7,902 168 19쪽
54 하트의 반(VAN) - 1-53. +7 13.08.19 5,245 160 11쪽
53 하트의 반(VAN) - 1-52. +5 13.08.16 6,038 157 10쪽
52 하트의 반(VAN) - 1-51. +5 13.08.15 5,375 165 16쪽
51 하트의 반(VAN) - 1-50. +16 13.08.12 6,528 179 15쪽
50 하트의 반(VAN) - 1-49. +7 13.08.10 6,230 168 18쪽
49 하트의 반(VAN) - 1-48. +4 13.08.08 5,734 165 22쪽
48 하트의 반(VAN) - 1-47. +15 13.08.06 5,212 161 16쪽
47 하트의 반(VAN) - 1-46. +8 13.08.05 4,831 168 12쪽
46 하트의 반(VAN) - 1-45. +7 13.08.02 5,132 172 11쪽
45 하트의 반(VAN) - 1-44. +6 13.08.01 4,774 166 9쪽
44 하트의 반(VAN) - 1-43. +9 13.07.29 5,468 169 15쪽
43 하트의 반(VAN) - 1-42. +8 13.07.25 5,012 179 12쪽
42 하트의 반(VAN) - 1-41. +11 13.07.22 4,802 171 16쪽
41 하트의 반(VAN) - 1-40. +6 13.07.18 5,177 180 18쪽
40 하트의 반(VAN) - 1-39. +4 13.07.15 4,726 186 22쪽
39 하트의 반(VAN) - 1-38. +9 13.07.11 6,738 166 13쪽
38 하트의 반(VAN) - 1-37. +13 13.07.08 5,225 165 19쪽
37 하트의 반(VAN) - 1-36. +2 13.07.05 6,458 170 24쪽
36 하트의 반(VAN) - 1-35. +6 13.07.01 6,041 164 17쪽
35 하트의 반(VAN) - 1-34. +25 13.06.13 5,893 181 11쪽
34 하트의 반(VAN) - 1-33. +5 13.06.10 8,205 191 21쪽
33 하트의 반(VAN) - 1-32. +9 13.06.06 6,924 166 17쪽
32 하트의 반(VAN) - 1-31. +3 13.06.03 6,941 178 17쪽
31 하트의 반(VAN) - 1-30. +13 13.05.31 8,835 188 26쪽
30 하트의 반(VAN) - 1-29. +17 13.05.27 7,428 196 19쪽
29 하트의 반(VAN) - 1-28. +7 13.05.23 7,359 181 12쪽
28 하트의 반(VAN) - 1-27. +10 13.05.20 8,234 176 19쪽
27 하트의 반(VAN) - 1-26. +3 13.05.16 8,544 181 13쪽
26 하트의 반(VAN) - 1-25. +3 13.05.14 8,319 184 27쪽
25 하트의 반(VAN) - 1-24. +15 13.05.09 8,367 232 24쪽
24 하트의 반(VAN) - 1-23. +7 13.05.03 10,464 289 25쪽
23 하트의 반(VAN) - 1-22. +9 13.04.29 9,083 201 21쪽
22 하트의 반(VAN) - 1-21. +1 13.04.25 8,406 209 12쪽
21 하트의 반(VAN) - 1-20. +9 13.04.21 9,478 215 21쪽
20 하트의 반(VAN) - 1-19. +29 13.04.07 9,110 242 19쪽
19 하트의 반(VAN) - 1-18. +10 13.04.04 8,448 220 24쪽
18 하트의 반(VAN) - 1-17. +7 13.04.02 8,159 209 21쪽
17 하트의 반(VAN) - 1-16. +7 13.03.28 9,019 197 15쪽
16 하트의 반(VAN) - 1-15. +6 13.03.25 10,205 200 15쪽
15 하트의 반(VAN) - 1-14. +6 13.03.21 8,955 223 24쪽
14 하트의 반(VAN) - 1-13. +7 13.03.17 9,495 228 12쪽
13 하트의 반(VAN) - 1-12. +8 13.03.11 9,218 222 16쪽
12 하트의 반(VAN) - 1-11. +6 13.03.07 9,542 230 16쪽
11 하트의 반(VAN) - 1-10. +6 13.03.04 10,136 251 18쪽
10 하트의 반(VAN) - 1-9. +2 13.02.28 10,107 235 19쪽
9 하트의 반(VAN) - 1-8. +6 13.02.26 10,646 256 14쪽
8 하트의 반(VAN) - 1-7. +6 13.02.25 11,244 271 15쪽
7 하트의 반(VAN) - 1-6. +19 13.02.21 11,296 282 16쪽
6 하트의 반(VAN) - 1-5. +14 13.02.19 13,170 277 20쪽
5 하트의 반(VAN) - 1-4. +13 13.02.17 14,300 330 15쪽
4 하트의 반(VAN) - 1-3. +9 13.02.17 15,197 327 13쪽
3 하트의 반(VAN) - 1-2. +15 13.02.11 16,471 350 13쪽
2 하트의 반(VAN) - 1-1. +15 13.02.10 21,877 403 12쪽
1 하트의 반(VAN) - 0. +15 13.02.04 29,032 440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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