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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인k 님의 서재입니다.

하트의 반(VAN)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명인k
작품등록일 :
2013.02.04 17:06
최근연재일 :
2019.02.10 2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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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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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13.04.04 2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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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24쪽

하트의 반(VAN) - 1-18.

DUMMY

초가을. 어느 나라에서나 공통적인 수확의 계절로 들어서는 때. 이 때 만큼은 제 아무리 전쟁으로 아수라장이 된 곳이라도 농부들은 작은 수확의 기쁨을 누렸고 농부들의 주머니가 두둑해지면 덩달아 활기를 띄는 행상인들도 부지런히 발을 놀리며 여기저기를 돌아다니곤 했다.


어디서나 그렇지만 나라 안팎의 소식들은 만국 공통 시민 행상인들의 걸음이 빨라지는 것과 비례해 퍼져나가게 되는 법이다.


그 해 가을, 오스티아의 작은 마을에 살던 데이먼 바쇼가 이제 더 이상 빵집은 포기하고 포도나 심어보자고 결심한 해, 루튼의 동맹이자 유반의 사위국이었던 엘가스가 랭더발에게 패해 더 이상 내전에 관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는 소식과 랭더발이 왕의 사촌 에스코바 백작이 다스리는 지베른과 새로 협정을 맺었다는 소문, 그리고 그로 인해 대륙의 북쪽 지방이 얼마나 더 끔찍해졌는지에 대한 어디까지가 진실인지 알 수 없는 소문들이 라곤을 떠돌았고 거기에 오티어 지방으로 시찰을 나간 왕의 장자이자 다음 왕권 계승자인 첫째 왕자가 실종되었다던가 혹은 암살당했다는 기괴한 소문까지 덧붙여 퍼지고 있었다.


이런 흉흉한 소문과 더불어 라곤의 서쪽에 있는 룻사에서 대규모 반란이 있을 뻔 했다는 소문 역시 간간히 입에 오르기도 했다. 그 해 가을, 어디까지가 사실인지 알 수 없는 여러 소문들이 라곤을 휩싸고 도는데도 불구하고 오스티아는 조용했고 소문의 진위 여부와 관계 없이 축복이라고 여겨질만큼 그 곳은 여전히 평온했다.






머리위에서 햇살이 내리 쬐었다. 지친 말을 쉬게 하고자 고삐를 손에 쥔 채 말과 함께 터벅터벅 길을 걸어오던 남자가 한 손으로 이마에 고인 땀을 쓸어 냈다.

“날씨 참.”

그가 하늘을 한 번 올려다 보았다.

“아직 여름인가.”

중얼거리며 락터드는 길을 따라 양쪽으로 나있는 넓은 밭을 둘러 보았다. 곡식들이 풍성했다. 어느새 다시 수확철이 되었다. 지난 해 처음 오스티아를 방문했을 때로부터 근 열 달의 시간이 지났으니 그럴 만했다.

밭에서 일하는 농부들을 잠시 보고 있는 동안 서늘한 바람이 지나가며 땀을 식혀주었다. 잠시 자리에 서서 바람을 맞고 있는데 곁에서 말이 히잉거리는 소리를 내며 머리를 몇 번 푸드덕거렸다.

“그래, 가자.”

미소를 진 채 대꾸하며 터벅터벅 그는 걸음을 옮겼다.






마을 밖과 달리 마을 안으로 들어서자 분주한 기색이 느껴졌다. 여기저기 걸린 장식과 길다란 휘장들을 보고 락터드는 머리를 긁적였다. 축제라도 있나? 그러고보니 아주 예전에 이맘때가 축제일이었던 것 같다.


시장 중간에 있는 종마장에 말을 맡긴 뒤 광장으로 통하는 길로 들어서며 그는 주위를 둘러 보았다. 광장 여기저기에 장식이 되어 있었고 간단한 다과거리와 술이 올려진 테이블이 여러 개 나와 있었다. 그 주변에서 바쁘게 돌아다니고 있는 사람들 몇 몇이 보였다.


“아저씨!”

어딜 나갔는지 빵집 문이 잠겨 있었서 어떻게 할지 좀 망설이며 걷고 있는데 옆에서 들려온 외침에 락터드는 고개를 돌렸다.

“락터드 아저씨!”

광장 반대쪽에서 자신을 향해 뛰어오고 있는 소녀를 본 그의 입가에 미소가 떠올랐다.

“데비.”

정신없이 달려와 데비는 그의 앞에 멈춰 섰다. 숨을 헐떡이며 눈을 들어 소녀가 그를 쳐다 보았다.

“돌아오신 거에요?”

잘못 본 줄 알았는데 정말 아저씨다.

“룻사에서 이제 돌아오신 거에요?”

자신을 보며 연거푸 물어대는 모습에 락터드가 다정히 웃었다.

“그래.”

“완전히요?”

“하하...”

여전히 믿지 못하겠다는 음성에 소리내어 웃으며 그가 말했다.

“그 동안 어땠니? 잘 지냈니?”

“네.”

데비는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저씨는요?”

“나도 그렇지.”

웃으며 한 말이었으나 어쩐지 낯선 기색이 느껴져 데비가 의아한 눈으로 락터드를 응시했다.

“왜 그러니?”

빤히 그를 올려다보고 있던 데비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에요.”

그녀는 다시 미소를 지었다.

“돌아오셔서 정말 기뻐요.”

데비는 락터드의 팔을 잡아 끌며 한 발 앞으로 나갔다.

“아빠는 로안에서 아직 안 돌아오셨어요. 그러니까 그 동안 축제를 구경해요. 네?”

말을 하며 앞서 나가는 데비의 손에 이끌려, 웃으며 락터드도 걸음을 옮겼다.




1년에 한 번. 오스티아에 있는 모든 마을에서 거의 비슷한 시기에 열리는 축제였다. 수확기로 접어 들기 전 고단한 농부들의 기운을 북돋아주기 위해 오니트 영주가 주관하여 열리는 이 축제가 열린지 이미 십 년이 넘었다.


“봄이 지나면 돌아오신다더니 여름이 지날 때까지 안 오셔서 영영 안 오실 줄 알았어요.”

광장 가운데를 가로지르며 데비가 말했다.

“그랬니?”

락터드가 웃었다.

“룻사는 어떤 곳 이었어요?”

궁금한 듯 그녀가 물었다.

“글세.”

예의 사람 좋은 미소를 띈 채 락터드는 대답했다.

“나름 좋은 곳이었단다.”

“그래서 늦으신 거에요?”

“꼭 그런 것 만은 아니고..”


빤히 올려다 보며 하는 소리에 웃으며 대꾸하는 그를 보던 데비의 시선이 문득 그의 옆쪽으로 쏠렸다. 락터드의 옆을 지나가고 있는 한 무리의 소년들이 보였다.

“어?”

소년들은 길게 줄이 늘어져 있는 작은 테이블 쪽으로 가고 있었다. 검술 대회 참가 신청서를 받는 테이블이란 표시가 보였다. 대회장은 광장 동쪽 끝이었는데 여기서도 참가 신청을 받는 것 같았다.


길게 줄을 늘어선 채 소년들이 장난치며 떠들고 있다. 왠만한 소년들은 대부분 대회에 참가할 것이다. 엘리어트도 참가하면 좋을 거란 생각에 잠시 접수대 쪽을 보며 좀 망설이다가 그녀는 곧 짧게 숨을 내쉬었다.

“아니야.”

“왜 그러니?”

몇 발 앞서 가던 락터드가 고개를 돌리며 물었다.

“아.. 아니에요.”

서둘러 데비는 그의 옆으로 걸어갔다.

“검술 대회에 흥미가 있니?”

걸어온 데비를 향해 락터드가 물었다. 데비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어차피 여자애들은 참가도 못하는데요 뭐.”

그녀는 중얼거렸다.

“그냥요.”

“데비.”

광장 한 쪽에 쳐져 있던 천막 중 한 군데에서 누가 데비를 불렀다. 안에서 데비 또래의 여자 아이가 천막을 붙잡은 채 고개를 빼꼼이 내밀고 있었다.

“거기서 뭐해? 우리 도와줘야지.”

“아니 난...”

“진짜 바쁘단 말이야.”

이느가 투덜거렸다.

“화환 만들기 끝나면 과자도 구워야 되는데 너만 놀고 있을 거야?”

“그런 거 아냐.”

곤란해 졌는지 미간을 살짝 구기며 대꾸하는 그녀를 보고 락터드는 말했다.

“할 일이 있나 보구나.”

“축제 기간 동안 쓸 화환이랑 장식 만들기가 안 끝났거든요.”

좀 미안한 얼굴로 데비는 말했다.

“잠깐 안에 있다 가실래요? 아저씨. 얼마 안 걸릴 거에요. 잠깐이면 되요.”

“아.. 난.”

괜찮다고 말하려는데 데비가 막사 안으로 서둘러 뛰어 들어가는 것을 보고는 어쩔 수 없이 락터드도 그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축제 준비 때문에 임시로 사용하는 천막 중 하나였다. 주로 아이들이 사용하는 공간이었는지 안에 어른은 한 명도 없었고 데비 또래의 여자 아이들이 천막 한 가운데 빙 둘러 앉아 머리를 맞대고 모여 있었다.

“얼마나 남았는데?”

“다섯 개.”

화환 하나를 만드는데 제법 손이 갔다. 검술 대회 및 각종 놀이 대회, 기타 경연에서 이긴 사람에게 줄 것이었다. 손재주가 좋은 데비가 만드는 화환이 가장 예뻤다.

“다섯 개나?”

그 대답에 어깨가 들썩일 정도로 데비가 한숨을 내쉬었다.

“여태 뭐하고..”

“이것저것 바빴단 말이야.”

그 말에 아까 고개를 내밀었던 소녀가 뾰로통한 얼굴로 대꾸했다.


“난 괜찮으니 할 일 하렴 데비.”

따라 들어온 락터드는 데비가 곤란해 하는 것 같자 다시 말했다.

“이거 원래 제가 할 일은 아니에요.”

한숨을 섞어 데비가 중얼거렸다.

“전 애보기 담당인데.”

보니까 구석에 데비보다 더 어린애 대 여섯 명이 옹기종기 앉아 있었다. 그 가운데 다른 아이들보다 조금 큰 소년이 앉아 아이들에게 바람개비를 만들어 주고 있는 게 보였다.

“저 때문에 엘리어트까지 고생하고..”

그 쪽을 보며 데비가 중얼거렸다. 원래 그녀의 일이었지만 스텔라와 이느가 화환 만드는 걸 도와달라고 하는 바람에 같이 온 엘리어트에게 아이들을 떠 넘기게 되었다.

아까는 그 중 한 명이 엄마를 찾는 바람에 데려다 주고 오는 길이었고, 그러다 락터드 아저씨를 발견한 거지만.


“난 괜찮아.”

언제 데비가 옆으로 오나 싶어 여자 아이 몇 명이 이쪽을 힐끔거리는 것을 보며 락터드는 말했다.

“얼른 도와주렴. 다들 기다리는데.”

데비가 다시 망설였다.

“그러면 잠깐만요. 잠시만 근처를 둘러보고 계세요.”

한 발을 떼며 그녀가 당부했다.

“멀리 가시면 안되요.”

“알았다.”

웃으며 락터드가 대꾸했다.



데비가 여자 아이들 틈에 끼어 앉는 것을 보다가 락터드는 다시 천막 밖으로 나가려고 몸을 돌렸다. 그러다 천막 입구 옆에 데비보다 더 어린애들이 모여 앉아 있는 게 눈에 들어왔다. 축제 준비로 바쁜 부모들이 맡겨놓고 간 아이들을 돌보는 것 같았는데 그 가운데 앉아 아이들에게 바람개비를 만들어 주고 있는 소년이 있었다.


바람개비가 만들어지는 게 신기했는지 소년의 주위에 아이들이 오글오글 붙어서 소년의 손에서 바람개비가 만들어지는 걸 넋놓고 보고 있었다. 데비의 말로 미루어 보건데 자의로 있는 건 아닐거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시선을 느꼈는지 소년이 고개를 들고 이쪽을 쳐다보았다.

“데비 도와주고 있는 거냐?”

그 시선에 웃으며 락터드는 말했다.

“착하다.”

엘리어트는 남자를 잠시 응시했지만 별다른 대꾸없이 다시 바람개비에 시선을 돌렸다.


락터드는 그런 소년의 모습을 잠깐 응시했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자신에게 거리를 두는 기색을 좀 느낄 수 있었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열 달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런 듯 했다. 고집이 제법 있나. 입가에 미소를 띠운 채 생각하다가 곧 몸을 돌려 그는 천막 밖으로 걸어 나갔다.




천막 밖으로 나온 락터드는 여유로운 얼굴로 주변을 둘러 보며 걸었다. 이런 활기차고 평화로운 분위기를 느껴보는 게 오랜만이란 생각을 하는데 누군가 그를 불렀다.

“락터드 경.”

길 가장자리에 울타리로 경계 지워진 작업장 쪽에 있던 남자가 한 손으로 울타리를 잡고는 이쪽으로 뛰어 넘고 있었다. 청년을 보고 락터드도 반가운 얼굴이 되었다.

“나이더 경.”

카이렌 나이더가 그를 향해 다가왔다.

“룻사에서 돌아오신 겁니까?”

안색을 밝히며 그가 물었다.

“얼마 전에 왔습니다.”

웃으며 락터드는 말했다.

“뭐하십니까.”

머쓱한 듯 카이렌이 뒷통수를 긁적였다.

“알고 지내던 아저씬데 손이 필요하다고 해서요. 목수 일 좋아합니다.”

울타리 너머에서 그는 축제에 쓸 작은 나무 상자들을 만들고 있었다.


“구경하시는 겁니까?”

오니트 영주가 아직 로안에서 돌아오는 중이라는 걸 생각하며 카이렌은 물었다.

“그러려고요”

대꾸하는 소리에 카이렌이 잘되었다는 듯 고개를 끄덕했다.

“제가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그렇게까지 안 하셔도...”

“아닙니다. 마침 일도 다 끝낸 참이어서요.”

카이렌은 뒤돌아 울타리 너머에 있는 남자를 향해 외쳤다.

“일 끝냈으니까 전 가봅니다 아저씨.”

목수인 듯한 남자가 알았다는 듯 손을 들어 보이고 있었다.

“가시죠.”

앞장 서는 카이렌을 보고 좀 미소를 지으며 락터드도 걸음을 옮겼다.




마을의 규모에 비해 축제는 제법 화려했다. 광장 곳곳은 꽃과 휘장들, 각종 장식들로 알록달록했고 그 앞에는 여러 가지 먹거리와 놀거리들로 인산 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사람들 틈을 지나쳐 걸으며 락터드는 주위를 둘러 보았다.

“활기차네요.”

“오스티아에서 열리는 제일 큰 행사입니다.”

맞은 편에서 오는 사람들과 부딪치지 않게 주의하며 카이렌은 말했다.

“영주님이 항전에 나가 계실때 잠시 중단 되었던 거 빼고 십 년도 넘었으니까 역사가 오래되기도 했고요.”

“네. 그랬던 것 같습니다.”

광장 정중앙에서 얼음 조각상을 열심히 만들고 있는 남자를 지나쳐 두 사람은 광장의 동쪽으로 걸어갔다.

“예전에도 오스티아에 오신 적 있으십니까?”

무심코 응수하는 소리에 카이렌이 물었다.

“아.. 좀 옛날에요.”

대꾸하며 문득 생각이 나 락터드는 다시 말했다.

“참. 숲은 어떻습니까?”

암반 지대에서의 사고를 떠올리며 그는 물었다.

“잘 마무리 됐습니까?”

“네 괜찮습니다.”

걱정하지 말라는 듯 카이렌은 대답했다.

“보수 작업도 끝냈고. 지난 번 같은 일은 이제 생기지 않을 겁니다.”

좀 생각하는 얼굴로 그는 말을 이었다.

“그 일로 숲을 그냥 방치해 두는 것도 좋지 않은 것 같아서 영주님께서 이용할 방법을 찾아보라고 하셨는데...”

난감한 듯 그가 턱끝을 살짝 긁적였다.

“생각해 보고 있는데 별로 떠오르는 게 없어서 걱정입니다.”

“좀 생각하면 방법이 나오겠죠.”

락터드는 말했다.

“머리가 좋은 분이지 않습니까?”

“별로 그렇지도 않습니다.”

갑작스런 칭찬에 당황한 듯 그가 대꾸했다. 그러고 있는데 갑자기 머리 뒤쪽에서 제법 큰 함성 소리가 났다.


“검술 대회가 행사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돌아보는 그를 향해 카이렌이 말했다.

“구경 해 보시겠습니까? 아직 시간이 안됐으니까 아마 연습 시합이겠지만 실제로 실력 있는 사람들이 꽤 나옵니다.”

“그렇습니까?”

흥미롭다는 듯 응수하고 있는데 이번에는 카이렌의 뒤쪽에서 누군가 그를 불렀다.

“카이렌.”

키헨 헤일러가 대회장 뒤쪽에서 나오고 있었다. 난감한 얼굴로 달려와 마침 잘됐다는 듯 그는 카이렌을 향해 말했다.

“여기서 뭐해요? 나 좀 도와줘요.”

“왜?”

“검술 대회 준비가 덜 돼서요. 이제 시작해야 되는데.”

키헨은 성인부 검술 시합 대회 준비를 돕고 있었다.

“아직 준비 안 끝났어?”

“그렇게 됐어요.”

락터드 경을 미처 못보고 떠드는 그를 향해 카이렌이 다시 말했다.

“키헨.”

짐짓 부르는 소리에 무슨 뜻인가 싶어 그를 보다 그제야 옆에 있는 락터드를 발견하고는 머쓱한 얼굴로 키헨이 뒷통수를 긁적였다.

“아.. 락터드 경. 죄송합니다. 제가 미처..”

“바쁘신가 봅니다.”

웃으며 락터드가 말했다.

“이런 행사 준비는 처음이라서요.”

지난 번 헤쉬드 일로 만난 적이 있는 초입 기사 키헨은 아직도 어딘지 좀 어리숙한 기색이었다.

“연습 시합 끝나면 바로 시작해야 되는데...”

난감한 얼굴로 그는 카이렌을 향해 하소연했다.

“좀 도와 줘요.”

키헨의 사수인 카이렌은 사람은 좋은데 가끔씩 덜렁대는 그의 모습에 한숨을 한 번 내쉬었다.

“잠깐 계시겠습니까?”

락터드를 향해 그가 말했다.

“다녀 오십시오. 그 동안 구경 좀 하고 있겠습니다.”

소년부 시합장을 가리키는 그를 향해 카이렌이 좀 난감한 미소를 지어 보이고는 다시 키헨을 쳐다봤다.

“뭐가 문제야?”

“그게요..”

못미덥다는 듯 말을 하는 카이렌을 향해 키헨이 대꾸하는 걸 보다가, 락터드는 함성이 일고 있는 시합장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검술 대회라..’

여기서도 꽤 많은 소년들이 기사 수업을 받고 있다고 들었다. 두 사람이 사라지자 좀 흥미가 이는 얼굴로 그는 함성이 일고 있는 소년부 시합장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어디 갔지?’

화환 만들기를 끝내고 대충 뒷정리를 한 다음 밖으로 나와 데비는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광장 끝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아저씨도 없지만 엘리어트도 사라졌다. 정오가 되어서 아이들을 부모에게 데려다주고는 돌아오지 않는다. 물론 더 할 일이 있는 건 아니었지만.


어쨌든 두 사람을 찾을 생각에 광장의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다 한참을 걸어 검술 대회장 앞까지 온 데비는 마침 그 쪽에 있는 락터드를 발견했다.

“아저씨.”

데비는 관중석 뒤쪽에 서 있는 그를 향해 걸어갔다.

“데비.”

“여기 계셨어요?”

끄덕이며 락터드는 물었다.

“일은 다 끝났니?”

“네. 대충이요.”

그녀는 락터드가 시선을 주고 있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소년부 검술 대회장이었는데 아직 시작은 안하고 단상 위에서 몇 몇이 연습 시합 중인 게 보였다.

“시합 구경하시게요?”

질문하며 다시 단상쪽을 보다가 데비는 단상 옆쪽 대기 장소에서 시합이 시작되기를 기다리고 있는 한 무리의 소년들 사이에 있는 사람을 알아 보았다.

“어?”

그녀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엘리어트에요.”

락터드는 그녀의 시선을 따라갔다. 한 손에 목검을 쥔 채 단상에서 좀 떨어진 옆의 대기 장소에서 소년이 다른 소년들과 같이 서 있었다.

“참가 신청을 했구나.”

신기하다는 듯 중얼거리던 데비가 락터드를 쳐다보았다.

“저기, 가까이서 구경 안하실래요?”

“아, 난 그냥 여기 있으마.”

웃으며 락터드가 말했다.

“그럼 전 앞에 가볼게요.”

사뭇 의욕이 난 기색으로 데비가 몸을 돌려 성큼 단상 앞으로 뛰어갔다. 그 모습에 미소를 짓고는 눈을 돌려 락터드는 단상 위를 쳐다보았다.







바람개비를 만들어준 아이들을 시간이 되어 각각 부모에게 데려다 주고 오다가 시합장 앞을 지나게 됐다. 검술 대회는 소년이라면 웬만큼 어린 아이를 제외하고는 거의 대부분이 관심을 갖고 또 많이 참가한다.

엘리어트 역시 작년에 참가했다. 그 땐 책을 사고 싶어서 우연히 그런거라 다시 참가해야 겠다는 생각을 한 적은 없다. 하지만...


대회장 앞에서 시합이 시작되길 기다리며 소년들 몇 명이 목검으로 연습하고 있는 게 보였다. 진지한 얼굴도 있었고 대충 신나서 장난 치듯 목검을 휘두르고 있는 소년들도 있었다. 그 모습을 잠시 응시하다가, 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접수장 쪽으로 가 엘리어트는 참가 신청서를 써냈다. 그리고 정신을 차려보니 시합이 시작되기를 기다리면서 지금 여기 있다.


이제 곧 대회가 시작된다. 옆에서 신이 나서 장난을 치고 있는 다른 소년들을 보며 엘리어트는 생각했다. 생각해보니 윌더른에 와서 처음 참가해 보는 축제다. 작년에 참가했던 검술 대회는 축제의 일환이 아니라 독립적으로 열린 행사였다.

축제로는 아버지가 살아계실 때도 열리는 걸 보았지만 그 때는 아버지가 사람이 많은 곳을 달가워하지 않았기 때문에 와보지 않았다. 조금은 자신도 여기에 속한 사람이라는 느낌을 느끼고 싶어서 그랬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며 엘리어트는 집어든 목검을 살짝 움직였다.


경기를 위해 피어드 제재소에서는 해마다 대량으로 목검을 만들곤 했다. 저마다 무게가 조금씩 달랐다. 무거울수록 위력이 셌으나 잘 다루지 못하면 오히려 해가 되는 법이다. 무게가 제법 느껴졌지만 작은 손도끼가 망가진 후로 사용해온 아버지의 도끼자루보다 무겁지는 않다고 생각하며 무심코 그는 관중석 쪽으로 시선을 주었다.


관중들이 넘어오지 않게 하기 위해 막아둔 야트막한 판자 뒤쪽으로 데비가 들어오고 있는 게 보였다. 자신이 쳐다보는 걸 알았는지 그녀가 양 손을 입가에 댄 채 이쪽을 향해 뭐라고 말을 했다. 시끄러운 사람들 틈에 있어 잘 들리진 않았지만, 아마 응원하는 말일 것이다.


세 번의 연습 시합이 끝나고 대회 시작을 알리는 종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진행자가 목소리를 높였다.

“1번 리네 테르사 2번 엘리어트 네쉬. 앞으로!”

진행자의 말에 데비를 보고 있던 엘리어트는 곧 고개를 돌리며 단상 위로 걸어갔다.


지고 싶지 않다.

단상 위로 올라가며 엘리어트는 생각했다. 사람들의 함성과 대회장의 열기. 자신을 경계하면서 경기장 맞은편에 서 있는 대전 상대. 그 때문인가. 아니면 자신을 놀리는 아이들이나 데비 앞에서 창피 당하고 싶지 않다는 마음 때문일까.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그는 자신이 지지 않을 거란 걸 알았다. 그리고 그러기에 더욱 이겨야겠다는 생각이 마음 한 곳에서 밀려오고 있었다.

“시작!”

진행자가 외치는 소리와 함께 목검을 좌우로 한 번 움직이며 이쪽을 향하는 상대의 움직임에 시선을 둔 채 엘리어트도 옆으로 걸음을 뗐다.




크게 할 일이 있는 것도 아니고 소년부 시합에 관심이 가기도 해서 관중석에서 시합을 보고 있던 락터드는 엘리어트가 나오자 좀 흥미로운 시선을 주고 있었다. 아이들한테 인기가 많을 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소년이 참가할 거라고는 생각 못했다. 별로 나서는 성격 같지 않아 보였는데 남자아이는 역시 남자아이인가.


엘리어트의 대전 상대는 덩치가 크고 힘이 세 보였다. 움직이는 걸 보건데 날렵하고 검을 좀 다룰 줄 아는 아이 같았다.

‘첫 시합에 만만치 않은 상대 같은데.’

가벼운 얼굴로 그는 엘리어트가 어떻게 나올지를 지켜 보았다.




엘리어트는 리네 테르사의 이름을 알고 있었다. 자신보다 두 살 위였으나 덩치로는 대여섯 살은 많아 보이는 저 소년이 니겔 만큼은 아니지만 나름 실력이 좋다고 아이들이 수군거리는 걸 들은 적이 있다.


대전 상대가 엘리어트인 걸 보고 리네는 좀 안심하는 기색이었다. 그러나 봐 줄 생각은 없었는지 시합 개시를 알리자 잠깐 동태를 살피다 곧 엘리어트를 향해 달려 들었다. 덩치에 비해 몸이 날렵해 가볍게 엘리어트의 행동 반경 안으로 들어왔다. 소년답지 않은 빠른 기세에 관중석에서 살짝 환호가 일었다.


리네의 목검이 엘리어트의 어깨를 내리치는 걸 보고 아마 다들 리네가 쉽게 이길거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검이 내려오는 순간 엘리어트의 몸이 사선으로 움직이며 리네의 검을 피했다. 그 행동에 리네가 멈칫하는 동안 엘리어트는 어느새 그의 뒤로 돌아가 있었다. 그리고 리네가 미처 몸을 돌리기 전에 뒤에서 그를 향해 목검을 내리쳤다. 겨우 그것을 피해 간신히 옆으로 몸을 돌린 리네는 뒤로 물러나서는 당황해서 엘리어트를 쳐다보았다.


별로 어려운 상대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행동을 쫓아가기가 힘들다. 게다가 목검을 들고 있는 소년의 눈빛이 아까 시합 시작 전과는 사뭇 달라져 있었다. 그 눈빛에 리네가 멈칫하는 사이 엘리어트가 다시 달려 들었다. 조금 전 리네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그는 리네의 코 앞까지 밀착해 들어갔다.

기세에 움찔한 리네가 자기도 모르게 다시 한 발 뒤로 물러나는 찰나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엘리어트가 연속적으로 공격을 가했다. 얼결에 앞을 막은 리네의 목검이 엘리어트의 검에 부딪치자 튕겨져서 공중을 날아갔다.


승부가 나자 함성이 울려 퍼졌다.

“꼬맹이들도 제법 하네?”

“그러게.”

아이들 틈에서 경기를 보고 있던 남자들이 웃으며 말을 주고 받는 옆에서 락터드는 잠자코 서 있었다. 승자를 보고 사람들이 환호하는 것과 달리 그의 표정은 좀 진지했다.


진행자의 승리 선언 후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한 얼굴로 단상에서 몸을 돌리는 소년은 방금 전 시합중에 보여준 기세와 또 달라져 있다. 그의 시선이 계단을 내려가는 엘리어트를 따라갔다. 단순히 말이 별로 없는 착한 소년이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저 애는...

“좀 위험한걸.”

대기석으로 들어가는 엘리어트를 보며 락터드가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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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트의 반(VAN)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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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 하트의 반(VAN) - 2-4 재회(4) +34 14.01.09 3,892 131 15쪽
98 하트의 반(VAN) - 2-4 재회(3) +34 14.01.08 4,447 125 19쪽
97 하트의 반(VAN) - 2-4 재회(2) +14 14.01.07 3,631 119 9쪽
96 하트의 반(VAN) - 2-4 재회(1) +15 14.01.06 3,466 125 11쪽
95 하트의 반(VAN) - 2-3 아젠(6) +13 14.01.05 3,754 118 19쪽
94 하트의 반(VAN) - 2-3 아젠(5) +8 14.01.02 3,301 121 14쪽
93 하트의 반(VAN) - 2-3 아젠(4) +12 14.01.01 3,305 124 14쪽
92 하트의 반(VAN) - 2-3 아젠(3) +6 13.12.31 3,006 120 17쪽
91 하트의 반(VAN) - 2-3 아젠(2) +19 13.12.29 3,693 115 16쪽
90 하트의 반(VAN) - 2-3 아젠(1) +12 13.12.26 3,767 119 12쪽
89 하트의 반(VAN) - 2-2 이에넨(10) +5 13.12.25 4,489 132 20쪽
88 하트의 반(VAN) - 2-2 이에넨(9) +11 13.12.24 4,122 129 11쪽
87 하트의 반(VAN) - 2-2 이에넨(8) +12 13.12.22 3,892 115 13쪽
86 하트의 반(VAN) - 2-2 이에넨(7) +7 13.12.20 4,357 124 20쪽
85 하트의 반(VAN) - 2-2 이에넨(6) +3 13.12.19 4,085 124 19쪽
84 하트의 반(VAN) - 2-2 이에넨(5) +8 13.12.15 4,221 126 17쪽
83 하트의 반(VAN) - 2-2 이에넨(4) +1 13.12.12 3,849 130 12쪽
82 하트의 반(VAN) - 2-2 이에넨(3) +1 13.12.10 4,050 124 18쪽
81 하트의 반(VAN) - 2-2 이에넨(2) +5 13.12.08 4,211 126 11쪽
80 하트의 반(VAN) - 2-2 이에넨(1) +10 13.12.05 4,355 120 20쪽
79 하트의 반(VAN) - 2-1 헬렌(4) +9 13.12.03 4,319 118 15쪽
78 하트의 반(VAN) - 2-1 헬렌(3) +3 13.12.01 3,578 118 20쪽
77 하트의 반(VAN) - 2-1 헬렌(2) +12 13.11.28 3,831 111 17쪽
76 하트의 반(VAN) - 2-1 헬렌(1) +3 13.11.26 4,018 120 9쪽
75 하트의 반(VAN) - 2-0 엘소(2) +8 13.11.26 4,066 137 11쪽
74 하트의 반(VAN) - 2-0 엘소(1) +15 13.11.24 4,194 140 14쪽
73 하트의 반(VAN) - 번외. 반 네쉬하트(5) +10 13.11.21 3,220 96 19쪽
72 하트의 반(VAN) - 번외. 반 네쉬하트(4) +9 13.11.20 3,186 91 26쪽
71 하트의 반(VAN) - 번외. 반 네쉬하트(3) +3 13.11.17 2,960 92 18쪽
70 하트의 반(VAN) - 번외. 반 네쉬하트(2) +3 13.11.15 3,407 97 14쪽
69 하트의 반(VAN) - 번외. 반 네쉬하트(1) +11 13.11.11 4,060 101 14쪽
68 하트의 반(VAN) - 1-67. +19 13.09.18 5,305 162 16쪽
67 하트의 반(VAN) - 1-66. +11 13.09.17 6,936 154 22쪽
66 하트의 반(VAN) - 1-65. +4 13.09.16 4,120 154 10쪽
65 하트의 반(VAN) - 1-64. +3 13.09.14 5,764 157 13쪽
64 하트의 반(VAN) - 1-63. +2 13.09.12 4,048 138 10쪽
63 하트의 반(VAN) - 1-62. +16 13.09.09 6,178 155 15쪽
62 하트의 반(VAN) - 1-61. +7 13.09.06 4,360 157 14쪽
61 하트의 반(VAN) - 1-60. +2 13.09.04 4,286 170 17쪽
60 하트의 반(VAN) - 1-59. +17 13.09.02 7,251 160 23쪽
59 하트의 반(VAN) - 1-58. +21 13.08.30 4,646 158 21쪽
58 하트의 반(VAN) - 1-57. +9 13.08.28 4,058 150 12쪽
57 하트의 반(VAN) - 1-56. +33 13.08.26 4,737 153 17쪽
56 하트의 반(VAN) - 1-55. +13 13.08.23 5,020 168 16쪽
55 하트의 반(VAN) - 1-54. +10 13.08.21 7,901 168 19쪽
54 하트의 반(VAN) - 1-53. +7 13.08.19 5,245 160 11쪽
53 하트의 반(VAN) - 1-52. +5 13.08.16 6,038 157 10쪽
52 하트의 반(VAN) - 1-51. +5 13.08.15 5,375 165 16쪽
51 하트의 반(VAN) - 1-50. +16 13.08.12 6,527 179 15쪽
50 하트의 반(VAN) - 1-49. +7 13.08.10 6,228 168 18쪽
49 하트의 반(VAN) - 1-48. +4 13.08.08 5,734 165 22쪽
48 하트의 반(VAN) - 1-47. +15 13.08.06 5,212 161 16쪽
47 하트의 반(VAN) - 1-46. +8 13.08.05 4,830 168 12쪽
46 하트의 반(VAN) - 1-45. +7 13.08.02 5,131 172 11쪽
45 하트의 반(VAN) - 1-44. +6 13.08.01 4,773 166 9쪽
44 하트의 반(VAN) - 1-43. +9 13.07.29 5,468 169 15쪽
43 하트의 반(VAN) - 1-42. +8 13.07.25 5,012 179 12쪽
42 하트의 반(VAN) - 1-41. +11 13.07.22 4,801 171 16쪽
41 하트의 반(VAN) - 1-40. +6 13.07.18 5,175 180 18쪽
40 하트의 반(VAN) - 1-39. +4 13.07.15 4,726 186 22쪽
39 하트의 반(VAN) - 1-38. +9 13.07.11 6,738 166 13쪽
38 하트의 반(VAN) - 1-37. +13 13.07.08 5,223 165 19쪽
37 하트의 반(VAN) - 1-36. +2 13.07.05 6,458 170 24쪽
36 하트의 반(VAN) - 1-35. +6 13.07.01 6,039 164 17쪽
35 하트의 반(VAN) - 1-34. +25 13.06.13 5,892 181 11쪽
34 하트의 반(VAN) - 1-33. +5 13.06.10 8,205 191 21쪽
33 하트의 반(VAN) - 1-32. +9 13.06.06 6,924 166 17쪽
32 하트의 반(VAN) - 1-31. +3 13.06.03 6,939 178 17쪽
31 하트의 반(VAN) - 1-30. +13 13.05.31 8,834 188 26쪽
30 하트의 반(VAN) - 1-29. +17 13.05.27 7,425 196 19쪽
29 하트의 반(VAN) - 1-28. +7 13.05.23 7,359 181 12쪽
28 하트의 반(VAN) - 1-27. +10 13.05.20 8,232 176 19쪽
27 하트의 반(VAN) - 1-26. +3 13.05.16 8,543 181 13쪽
26 하트의 반(VAN) - 1-25. +3 13.05.14 8,319 184 27쪽
25 하트의 반(VAN) - 1-24. +15 13.05.09 8,367 232 24쪽
24 하트의 반(VAN) - 1-23. +7 13.05.03 10,464 289 25쪽
23 하트의 반(VAN) - 1-22. +9 13.04.29 9,083 201 21쪽
22 하트의 반(VAN) - 1-21. +1 13.04.25 8,406 209 12쪽
21 하트의 반(VAN) - 1-20. +9 13.04.21 9,478 215 21쪽
20 하트의 반(VAN) - 1-19. +29 13.04.07 9,109 242 19쪽
» 하트의 반(VAN) - 1-18. +10 13.04.04 8,447 220 24쪽
18 하트의 반(VAN) - 1-17. +7 13.04.02 8,157 209 21쪽
17 하트의 반(VAN) - 1-16. +7 13.03.28 9,018 197 15쪽
16 하트의 반(VAN) - 1-15. +6 13.03.25 10,205 200 15쪽
15 하트의 반(VAN) - 1-14. +6 13.03.21 8,954 223 24쪽
14 하트의 반(VAN) - 1-13. +7 13.03.17 9,494 228 12쪽
13 하트의 반(VAN) - 1-12. +8 13.03.11 9,217 222 16쪽
12 하트의 반(VAN) - 1-11. +6 13.03.07 9,541 230 16쪽
11 하트의 반(VAN) - 1-10. +6 13.03.04 10,136 251 18쪽
10 하트의 반(VAN) - 1-9. +2 13.02.28 10,105 235 19쪽
9 하트의 반(VAN) - 1-8. +6 13.02.26 10,644 256 14쪽
8 하트의 반(VAN) - 1-7. +6 13.02.25 11,241 271 15쪽
7 하트의 반(VAN) - 1-6. +19 13.02.21 11,296 282 16쪽
6 하트의 반(VAN) - 1-5. +14 13.02.19 13,169 277 20쪽
5 하트의 반(VAN) - 1-4. +13 13.02.17 14,299 330 15쪽
4 하트의 반(VAN) - 1-3. +9 13.02.17 15,196 327 13쪽
3 하트의 반(VAN) - 1-2. +15 13.02.11 16,470 350 13쪽
2 하트의 반(VAN) - 1-1. +15 13.02.10 21,873 403 12쪽
1 하트의 반(VAN) - 0. +15 13.02.04 29,030 440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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