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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인k 님의 서재입니다.

하트의 반(VAN)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명인k
작품등록일 :
2013.02.04 17:06
최근연재일 :
2019.02.10 2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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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13.03.21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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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24쪽

하트의 반(VAN) - 1-14.

DUMMY

정오가 지났다. 뒷마당에서 장작을 손질하던 엘리어트는 손을 멈추고는 집 쪽을 쳐다보았다. 부엌 들창으로 남자가 식탁에 앉아 게걸스럽게 빵을 뜯어 먹고 있는 게 보였다.


낡고 허름한 옷차림에 며칠은 깍지 않았는지 덥수룩하게 자란 수염이 지저분했다. 허리에 찬 검과 말투에서 풍기는 이미지로 보아 전장에서 떨어져 나온 용병이나 기사인 듯 했다. 그러나 오스티아에서 아무리 가까운 전장이라도 며칠 거리는 떨어져 있을 것이다. 어째서 이곳까지 오게 됐는지 엘리어트로서는 짐작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어쨌든 그가 어디서 왔건 집 밖으로 나갈 때까지 안으로 들어가지는 못할 테니 자신에게 큰 일이 생긴 건 틀림없었다. 들창을 쳐다보다가 곧 고개를 돌리며 엘리어트는 장작을 다시 손질하기 시작했다.






접시에 머리를 박은 채 허겁지겁 음식을 쑤셔 넣다가 시간이 좀 지나자 천천히 손이 느려졌다. 며칠 굶은 배가 점점 차오르자 그제야 정신이 좀 돌아왔는지 남자가 고개를 들고는 아까 밖으로 나갔던 소년을 눈으로 찾았다.


여기 들어오기 전 하루 동안 밖에서 지켜보았다. 마을과 떨어진 외진 곳이었고 지나가는 사람도 거의 없었다. 집 안으로 들어가는 사람도 꼬맹이 뿐. 혼자 살고 있는 게 분명한데다 도움을 요청할 곳도 없다는 확신이 들자 그는 부엌으로 돌진해 들어왔다.

얼굴에 묻은 음식 찌꺼기를 한 손으로 쓱 문질러 닦아내며 그는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들창 밖으로 소년이 뒷마당 쪽에 서 있는 걸 확인하고는 다시 자리에 앉으며 그는 또 접시에 머리를 박았다.



시간이 꽤 지났는데도 남자가 밖으로 나오려는 기색이 없자 엘리어트는 어떻게 해야할 지 생각했다. 들창에서 남자의 모습이 사라진 걸로 보아 집 안으로 들어간 듯 했다. 그 안에서 뭘 하고 있을지는 몰라도 좋은 일은 아닐 것이다. 집 안에 있는 물건 중 중요한 거라고는 아버지의 유골함 뿐이었다. 유골함은 벽난로 위 모아둔 돈을 넣어 놓은 상자 옆에 있었다. 깨뜨리거나 하지는 않겠지만 모를 일이다. 잠깐 망설이다가 조심스럽게 엘리어트는 집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예상대로 남자는 벽난로 앞에 서 있었다. 유골함은 그대로 였지만 남자는 상자에서 돈을 꺼내고 있었다. 엘리어트는 입을 열었다.

“그건 제가 모은 돈이에요.”

발소리로 엘리어트가 집 안으로 들어온 건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돈 세는데 정신이 팔려 남자가 말했다.

“이제 다시 모아야겠구나.”

세어보니 몇 푼 되지 않는 푼 돈이었다. 이 정도로는 말 한 필 사는 것도 어림 없었다. 생각보다 작은 돈에 얼굴을 찡그리던 남자는 갑자기 좋은 생각이라도 난 듯 인상을 폈다. 그리고는 돌아서서 엘리어트를 쳐다보았다.

“나하고 흥정 하겠냐 꼬맹이.”

뒤에서 엘리어트는 그를 빤히 보고만 있었다.






남자의 손에 떠밀려 엘리어트는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마을 어귀에 있는 방목장 앞까지 끌려 왔다.

“마굿간에 가서 말 한 필을 꺼내 와라.”

방목장 옆의 사람이 잘 보이지 않는 덤불 뒤에 서서 남자는 말했다.

“그렇게 하면 네 돈은 돌려주마.”

엘리어트는 가만히 남자를 올려다 봤다.

“좋은 거래 아니냐. 말을 꺼내 온다면 돈도 돌려주고 네 집에서도 나가마.”

남자는 말을 이었다.

“주인을 붙잡고 있는 동안 눈에 띄지 않게 조심해서 가져 와라. 실수 없이 말이야.”

남자를 가만히 보다가 엘리어트는 입을 열었다.

“실수하면요?”

소년의 음성에 남자의 눈동자가 그를 향했다.

“어린애가 하기엔 잘못할 수도 있는 일이잖아요.”

“맞아. 그렇지.”

얼굴을 일그러 뜨리며 남자가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네가 제대로 하지 못하면 난 화가 날 것이고 날 화나게 하면 너한테는 좋을 게 없을 거다.”

“가서 주인 아저씨한테 사실대로 말할 수도 있는 걸요.”

남자는 소년을 쳐다봤다. 이 상황에서도 묘하게 당돌했다. 조용했지만 자신을 겁내서 조용한 게 아닌 꼬맹이였다.

“이봐 꼬맹이.”

남자는 말했다.

“난 기사고 넌 평민에 고아다. 그게 무슨 뜻인지 알고 있냐? 여기서 무례하게 굴었단 구실로 내가 널 죽인다해도 아무도 날 처벌하지 않는다는 거다. 하지만 난 그 정도로 야비하진 않아. 그 점을 오히려 나에게 감사해야 할 거다.”

쇠덩이 같이 차가운 음성으로 말하며 그는 뒤에서 엘리어트를 어깨를 앞으로 밀쳤다.

“알아들었으면 이제 시키는 대로 해라.”

그 손에 한 발 앞으로 떠밀린 채 엘리어트는 고개를 돌려 다시 남자를 보았다.




주인한테 다가가 남자가 무슨 거창한 얘길 했는지 몰라도 벌쭉 웃는 얼굴로 목장 주인은 손짓 발짓 섞어가며 장황하게 남자를 향해 설명을 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잠깐 보다가 엘리어트는 목장 뒤로 돌아갔다.

눈에 띄지 않게 마굿간 안으로 들어가는 건 예상외로 쉬웠다. 안으로 들어와 출입문에 나무 빗장을 걸고 엘리어트는 뒤돌아 섰다. 스무 필의 말들이 칸칸이 들어가 있었다. 그 앞에 서서 엘리어트는 말들을 쳐다보며 잠시 서 있었다.




“역용마로 쓸 거면 그렇지 않아도 좋은 말이 어제 들어왔는데...”

앞에서 장황하게 설명하는 주인의 말을 건성으로 들으며 남자는 소년이 들어간 마굿간 뒤쪽을 힐끔 쳐다보았다. 들어간지 시간이 좀 됐다. 이쯤이면 됐겠지 싶었는데 갑자기 마굿간 뒤쪽이 소란스러워졌다.

말발굽 소리와 함께 땅이 울리는 기색에 두 사람이 고개를 돌리자 스무 마리의 말들이 마굿간에서 우르르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아이고 왠...!”

그 모습에 입을 딱 벌리며 남자의 앞에 서 있던 주인이 사방으로 뛰어가는 말들을 쫓았다. 방목장이라 울타리가 있어서 어디로 도망갈 염려는 없어 보였지만 주인은 기겁을 하고 말들을 쫓아가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다 남자는 고개를 돌렸다. 엘리어트가 마굿간에서 밖으로 나와 몸을 숨긴 채 뒤쪽으로 돌아가는 게 보였다.







집으로 돌아온 남자는 돌아서서 엘리어트를 쳐다보았다. 엘리어트는, 갈 곳도 없었고 집을 떠나서는 어디서 살아 본 적도 없었기 때문에, 그리고 아버지의 유품이나 유골함이 이 집에 있었기 때문에 돌아올 수밖에 없어서 순순히 남자에게 끌려와 있었다.


“고집께나 있나 보구나 꼬맹이.”

차가운 눈으로 엘리어트를 내려다 보며 남자가 말했다.

“이번엔 넘어 간다만 내일 또 그러면 가만 안 둔다.”

위협을 했던 것 치고 남자는 당장 엘리어트에게 해를 끼칠 작정은 아닌 듯 했다. 게다가 또 말을 구하러 갈 모양이었다.

“이제 나가라.”

어느새 하루가 다 지나가 있었다.

“난 그만 자야겠다.”

그가 다시 말했다.



엘리어트가 밖으로 나오자 안에서 문을 걸어 잠그는 소리가 났다. 어린아이라도 기사는 아무도 믿지 않는 것 같았다.

엘리어트는 집 뒤에 작은 헛간이 있는 쪽으로 걸어갔다. 예전에는 노새 한 마리를 매어 두었던 곳이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장례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노새를 판 뒤로는 한 번도 쓴 적 없었다.

쌓아 놓은 건초 더미위로 올라가 자리에 눕자 다행히 찬기운은 막아 졌다. 자리에 누워 엘리어트는 헛간에 나 있는 들창으로 밖을 내다 보았다. 밤하늘에 별들이 눈에 들어왔다.

기사는 위험한 사람이었고 그가 언제 여기서 나갈 것인지는 모를 일이었다.

지난번에 만났을 때 친척집에 간다고 했으니 당분간 그 애는 여기 오지 않을 것이다. 그것만은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눈을 감고 엘리어트는 잠을 청했다.




다시 이틀이 지났다. 다음날 방목장에 갈 줄 알았는데 무슨 생각인지 이틀 간 남자는 집 안에서 꼼짝도 안했다. 사다 놓았던 식재료도 이제 거의 떨어졌을 것이다. 이틀간 제대로 먹지 못해 엘리어트도 배가 고팠다. 하지만 남자가 전부 챙겨가 집안에 들어간다고 해도 돈을 가져 올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남자는 아마 방 안에 있을 것이다. 남자가 방에 있다면 벽난로 옆에 있는 작은 벽장 안에 안 쓰는 물건들이 있다. 그걸 팔면 음식을 살 돈을 좀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며 엘리어트는 부엌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부엌문을 통해 집 안으로 들어간 엘리어트는 벽난로 쪽으로 가려다 그 앞에 서 있는 남자의 뒷모습을 보고 멈칫했다. 방안에 있을 거란 예상과는 달리 남자는 벽난로 옆 벽장 앞에 서 있었다.

그 손에 벽장 속에 들어 있던 아버지의 물건이 들려 있었다. 용병 생활을 하면서 아버지가 쓰던 칼과 긴 창, 그리고 방패였다.

“전쟁에 나갔던 사람이 있냐?”

천천히 남자가 물었다. 엘리어트는 가만히 있었다.

“대답해라.”

쇠덩이만큼 차가운 음성이었다.

“아버지가....”

조용히 엘리어트가 대답했다.

“몇 년이냐?”

“7년이요.”

남자는 돌덩이처럼 굳어진 듯 꿈쩍도 않은 채 방패만을 보고 있었다. 갑자기 그가 손가락으로 방패 위에 그려진 붉은 나선 문양을 가리켰다.

“에이볼드의 상징이다. 이런 방패를 하사 받은 걸로 봐서 네 아비는 제법 공을 세운 모양이구나.”

그가 코웃음을 쳤다.

“그 곳이 어떤 곳인지 네 아비가 얘기해 준 적 있냐?”

갑자기 남자는 평정심을 좀 잃은 것처럼 보였다.

“전쟁에서 뭐가 끔찍한 줄 아냐?”

대답을 듣기 위해 하는 말이 아니다. 유령 같은 얼굴로 남자는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매일 같이 사람을 죽이다 보면 말이야. 내 손에 죽은 시체를 쌓아두고 매일 그 옆에서 밥을 먹고, 잠을 자면 말이다.”

남자의 눈동자가 멍했다. 엘리어트는 멈칫했다. 그런 눈빛, 예전에도 본 적이 있었다.

“그러다 보면 어느 때부터는 여기 있는 나조차 산 것인지 죽은 것인지 그것마저 알 수가 없단 말이지.”

갑자기 그가 손을 놓았다. 쿵- 소리를 내며 방패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런 곳에서 살아 남았다고..?”

혼자말처럼 중얼대며 남자는 떨어진 방패를 물끄러미 응시하고 있었다. 자리에서 돌처럼 굳어진 채 움직이지 않는 그를 엘리어트는 가만히 바라 보았다. 그 모습이 지난 번과는 사뭇 다르게 느껴졌다. 갑자기 몸에서 모든 기운이 빠져 나간 것처럼 그는 왜소하고 초췌해 보였다.


“그런 눈으로 보지 마라 꼬맹이. 내가 여기 있는 건 돌아갈 곳이 없어서가 아니니까.”

그 시선을 느꼈는지 엘리어트 쪽은 쳐다보지도 않은 채 남자가 말을 하고 있었다.

“나도 고향에 집이 있다.”

목소리가 낮고 어두웠다.

“그곳으로, 지금 돌아가는 중이고.”

그러나 그 말이 허공에서 부서지 듯 공허하고 자신 없게 들렸다. 입을 다문 채 여전히 방패를 내려다 보고 있는 남자를 엘리어트 역시 가만히 보고만 있을 뿐이었다.





저녁이 되자 해가 산마루에 걸렸다. 초저녁이었지만 날은 점점 더 빨리 어두워졌다. 갑자기 덜컹하며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나 장작 더미에 앉아 있다가 엘리어트는 고개를 들었다.

집밖으로 나온 남자가 엘리어트는 안중에도 없는 듯 그의 곁을 쓰윽 지나쳐 다리 아래쪽으로 내려갔다. 뭔가 급한 일이라도 생각난 듯 걸어가는 남자의 발걸음이 급했다.

비틀거리며 길 아래로 걸어가고 있는 그의 뒷모습을 엘리어트는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다시 돌아올지도 모르겠지만 말 한 대로 집으로 돌아가는 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사는 좋은 사람이 아니다. 어쩌면 그의 말대로 자기에게 해를 끼쳤을 지도 몰랐다. 그의 모습은 이제 완전히 언덕 아래로 사라졌다.

무섭지 않았던 것은 아마 그의 기색 어딘가에 아버지와 닮은 점이 있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엘리어트는 한 번도 전쟁을 겪은 적이 없었다. 문득 아버지를, 그리고 기사를 저렇게 만든 전쟁이라는 것에 대해 엘리어트는 잠시 생각을 떠올리게 되었다.














룻사의 수도는 동서남북으로 높고 두꺼운 성벽으로 7백만 아르에 이르는 도시 전체가 둘러싸여 있었고 수도 밖으로 나가려면 보병이 감시하고 있는 철로 만든 각각의 성문을 통과해야 했다. 여왕이 있는 성은 수도의 북서쪽에 자리하고 있었다.



한쪽 무릎을 굽히며 락터드는 흙바닥 위에 손을 댔다. 근 며칠 동안 날이 제법 따듯해져 언 땅이 많이 녹은 상태였다. 유심히 바닥에 나있는 자국을 쳐다보고 있는 그의 눈빛이 날카로웠다.

“방금 전에 남문을 통해 마차 한 대가 마을 밖으로 나갔다고 합니다.”

연락병을 통해 각 문의 출입 상황을 듣고 온 부관이 그에게 다가와 말했다.

“서문으로 가지.”

생각에 잠긴 얼굴로 락터드는 말했다. 부관은 의아한 얼굴이 되었다.

“마차는 남문으로 갔다고 했는데요.”

“바퀴 자국을 보게.”

부관이 그가 보고 있던 곳을 내려다 봤다.

“그 정도 깊이를 낼만한 걸 싣고 말 한 필로 벌써 남문까지 가긴 어려워.”

말에 오르며 락터드는 고삐를 움켜 쥐었다.

“만약을 대비해 병사들을 남문으로 보내고 자네와 나는 그쪽으로 가보자고.”

락터드가 말에 박차를 가하자 부관이 당황하여 서둘러 말에 올랐다. 그리고는 곧 말을 달리는 그를 뒤쫓았다.




서문을 빠져 나간 마차 한 대가 느릿하고 평화로운 속도로 이웃 마을로 향하는 언덕길을 따라 올라가고 있었다. 마부석에 앉은 남자는 뭐가 기분 좋은지 콧노래까지 흥얼거리고 있었다.

“멈추시오!”

느슨하게 쥔 고삐를 한 번 가볍게 흔들던 그는 말발굽 소리와 함께 등 뒤에서 날아온 거친 음성에 무슨 일인가 하고 마차 밖으로 얼굴을 내밀며 뒤를 돌아보았다. 말 두 마리가 빠른 속도로 이쪽을 향해 곧장 달려오고 있었다.

“마차를 세우라니까..!”

남자 두 명 중 젊은 쪽이 소리치고 있었다. 어리둥절한 얼굴로 상인이 고삐를 잡아 당겼다. 움직이던 마차가 서서히 멈춰섰다. 말에서 내린 두 사람이 마차 앞으로 뛰어왔다.

“왜 그러시오?”

어리둥절해진 상인이 물었다.

“마차 안을 조사하겠소.”

금발 머리에 귀족인 듯 한 옷차림의 청년이 그를 향해 냉담히 말을 했다. 부관이 마차 주인에게 말을 하고 있는 사이 락터드는 뒤로 돌아가 마차에 올라 섰다. 짐칸에 있는 물건을 덮고 있던 하얀 천을 걷어 내자 각종 잡화로 꽉 찬 나무 상자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옆으로 다가와 그것을 들여다 본 부관의 얼굴에 낭패의 빛이 떠올랐다.

“놓쳤군요.”

락터드는 부관과 함께 덩달아 가까이 온 상인을 향해 시선을 주었다.

“이 마차는, 원래부터 타고 온 겁니까?”

갑작스런 질문에 내내 어리둥절해하고 있던 상인이 이내 대꾸했다.

“아니오. 방금 전 성문을 빠져 나올 때 마차를 바꿨소.”

부관의 안색이 변했다.

“누구와 바꿨단 말이오?”

“모르지 그야. 지나가는데 내 말과 마차가 좋아 보인다고 하면서.....”

상인은 말을 이었다.

“자기 마차와 바꾸지 않겠냐고, 뭐가 바빴는지 급하게 흥정하면서 이걸 줍디다.”

남자는 보기에도 묵직하게 느껴지는 작은 주머니 하나를 눈앞에 들어 보였다.

“마차 뒤에 무엇을 싣고 있는지 보았습니까?”

“못 봤소. 그냥 무거워 보이는 나무 궤짝 여러 개를 옮겨 실읍디다만.”

락터드는 길을 따라 어지럽게 나 있는 여러 개의 바퀴 자국을 쳐다보았다. 일단 성문을 빠져 나오면 그 때부터는 이웃 마을 곳곳으로 길이 나 있고 길마다 마차들이 왕래를 한다.

“얼굴을 보았습니까?”

“두건을 쓰고 있어서 얼굴은 보이지 않았소.”

“아니, 얼굴도 안 보이는 자한테 마차를 판 단 말이오?”

화가 난 기색으로 부관이 상인을 향해 따졌다.

“얼굴에 금칠한 것도 아닌데 봐서 뭐하게."

퉁명스럽게 남자가 대꾸했다.

"장사치 눈에는 원래 돈만 보이오. 그것도 모르오?”

락터드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장사를 하시니 일대를 잘 알거라고 생각합니다만 근처에 폐가나 뭐든 물건을 숨길만한 장소가 있습니까?”

진지한 물음에 상인이 떨떠름히 대꾸했다.

“이펜 마을로 가는 길 중간에 빈 집이 좀 있긴 하오. 아, 센버른 쪽에도 몇 채... 아마 그 정도 일거요.”

상인의 말을 들으며 락터드는 여러 개로 나뉘어진 길을 둘러 보았다.

“병사들을 보내 이펜과 센버른으로 가는 길을 수색해 케이그. 마차를 갈아 타는데 시간을 들였으니 멀리 못 갔을 거다.”

“알겠습니다.”

락터드는 말에 올랐다.

“대장님?”

의아한 듯 부관이 그를 올려다보았다.

“난 기벨트에 가봐야 겠어.”

말에 박차를 가하며 락터드는 길을 달려갔다.




기벨트는 수도에 가까운 마을 중 부두가 있는 곳이었다. 훔친 물건들을 밖으로 빼돌릴 생각이라면 생각할 수 있는 가장 빠른 이동 수단이 있는 곳이다. 부두 가에 도착한 락터드는 강 위에 떠 있는 배가 없음을 확인하고는 선착장 주위를 살피기 시작했다.


세 번째 선착장을 조사하려는 찰나 등 뒤에서 그를 부르는 소리가 났다.

“대장님!”

돌아보니 케이그 부관이 말을 멈춰 세우며 바닥으로 내려서고 있었다.

“찾았습니다. 센버른입니다.”

외치듯 부관이 하는 소리를 들으며 락터드는 고삐를 잡아당겨 말을 뒤로 돌렸다.







“간이 부어도 한참 부었군. 이 많은 무기들을 빼돌리려고 하다니 말야.”

폐가 안쪽 바닥에 수두룩하게 쌓여진 무기를 파악하던 성의 병사들 중 한 명이 기가 막힌 얼굴로 중얼거렸다.

“이게 다 왕실 기반이 약한 탓이지 뭐.”

투덜대듯 한탄하는 남자의 옆에 서 대꾸하던 또 다른 병사가 락터드와 케이그가 다가오는 것을 보고는 그의 옆구리를 찔렀다. 남자가 얼른 입을 다물었다.


케이그는 상자를 덮고 있던 모포를 젖히며 안을 들여다보았다. 철제로 만든 검과 방패, 도끼까지. 어림잡아도 수백 자루는 되어 보였다. 전부 룻사 왕조의 상징인 황색 십자 무늬가 새겨져 있었다. 왕궁 외곽 창고에서 대량으로 없어진 무기를 막상 눈으로 확인하자 케이그는 기가 막혔다. 이런 짓을 할 놈들이 대체 누구란 말인가.

“다 확인했습니다. 없어진 수와 동일합니다.”

병사 한 명이 그의 옆으로 와서 보고했다.

“전부 마차로 옮기도록 해.”

말하며 케이그는 고개를 돌려 락터드를 찾았다.



병사들이 궤짝을 옮기는 동안 락터드는 폐가 밖을 돌아 보고 있었다. 센버른은 수도 외곽에서도 서쪽 끝에 위치한 마을이었다. 갑작스럽게 이곳에 은폐해 둔 게 아니라 계획적이라면, 멀리 달아날 생각을 안 하고 이곳에 옮긴 걸 보아 상당히 배짱이 좋은 놈들이었다.

“물건들은 다시 싣고 있습니다.”

케이그가 옆으로 다가왔다.

“근처를 샅샅이 수색중입니다만...”

혹시 몰라 나머지 병사들은 이 일대를 수색 중이었다. 난감한 얼굴로 케이그는 말을 이었다.

“아직 특별한 연락은 없습니다.”

“증거가 될 만한 걸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니 이 이상 추적은 어렵겠지.”

락터드는 생각에 잠긴 얼굴이었다.

“제법인 녀석들이야.”

그랬다. 창고를 지키던 보초병들이 기습을 당하고 운좋게 살아 남은 병사를 통해 연락을 받자마자 이쪽도 꽤 발 빠르게 대응했기에 왠만하면 꼬리가 잡힐 법도 했으나 벌써 흔적을 감췄다.

“성으로 돌아가지.”

생각에서 벗어나며 락터드가 말했다.

“일단 보고 드리자고.”

“네.”

그 말에 끄덕이며 케이그가 락터드의 뒤를 따랐다.






룻사는 작은 나라였지만 교역이 성황했기에 나라 곳곳에서 왕래가 활발했고 그 만큼 이동 수단과 상권이 잘 발달한 곳이었다. 수도로 들어오는 각각의 성문 근처에는 여기저기 외부에서 들어온 진귀한 물건들을 파는 잡화상이 즐비했다. 그 중 남쪽 성문 근처에 있는 무역상 알렌 드갈의 가게가 잡화점 중에서는 가장 규모가 컸다.


잡화상 주인 알렌 드갈은 특히 룻사와 이웃하는 벨디아에서 물건을 사들여 오곤 했는데 벨디아는 철을 연마하는 기술이 발달해서 시계를 비롯한 작고 정교한 물건들이 그의 가게에서 주로 팔리곤 했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드갈은 가게 앞 여기저기를 휘휘 돌아다니며 점원이나 일꾼들이 제대로 일을 하고 있는지를 감시 중 이었다. 노는 손이 없음을 확인한 그의 표정이 흡족스러워졌다. 드갈은 날이 갈수록 번성해가는 자신의 가게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가게 규모에 맞춰 새로 고용한 인부가 이번 달만해도 벌써 여섯이다.


그럴 만하지. 벨디아와의 거래를 자신보다 더 유리하게 이끌 만한 말솜씨를 가진 상인이 어디 있겠는가. 무역상은 왕실의 규제하에 가게를 운영하는 종속업이었으나 그는 평민 치고는 수도의 여느 귀족 못지 않은 자산가였고 자신은 충분히 그럴 만한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어이, 거기 너.”

뒷문에서 나와 상자 하나를 들 쳐 맨 채 창고로 걸어가는 인부를 그가 소리쳐 불렀다. 인부가 자리에 서자 드갈은 걸어가 그가 들고 있는 상자 안을 확인했다. 최근 루더 백작과의 거래로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이 딴 게 왜 그렇게 많이 필요한지는 모르겠지만 돈만 두둑이 준다면야 무슨 상관인가.


“조심히 다뤄. 이거 하나 값이 네 놈 하루 일당이야.”

퉁명스럽게 그가 말했다.

“네.”

조용히 대꾸하고는 인부가 다시 걸음을 옮겼다. 드갈은 걸어가는 그의 뒷모습을 보며 뭔가 못마땅한 듯 눈살을 찌푸렸다. 최근 고용한 젊은 인부 중 가장 마음에 안 드는 녀석이었다. 저렇게 계집애같이 생겨서야 어디다 쓰겠는가. 인부가 창고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확인하고는 그는 가게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 발을 돌렸다.







“대장님.”

복도를 서성이고 있다가 리얀 케이그는 이제 막 방 밖으로 나온 락터드를 보고 서둘러 그쪽으로 걸어갔다. 어떻게 됐냐는 듯한 눈으로 그가 락터드를 쳐다보았다.

“특별한 말은 없으셨네.”

리얀 케이그가 안심했다는 듯 숨을 한 번 들이 마셨다.

“걱정했나?”

머쓱한 듯 케이그는 뒷통수를 긁적였다.

“도적들을 놓친 데 대한 문책을 받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아버님이시잖은가? 너무 과한 생각 아냐?”

락터드의 부관을 맡고 있는 리얀 케이그는 룻사의 최고 행정관인 카렐 케이그 백작의 아들이었다.

“그렇다고 봐 주시는 분 아닙니다.”

농담처럼 하는 말에 얼굴을 붉히며 그가 대꾸했다.

“대장님이시니까 넘어가신 거겠죠.”

락터드는 잠시 생각에 잠긴 얼굴이 되었다.

“문책은 없지만 이 일이 수도 경비를 맡고 있는 우리 책임이라는 사실은 변함없어.”

그 말에 케이그의 표정도 진지해졌다.

“네.”

잠시 사이를 두었다가 겸언 쩍은 얼굴로 그는 다시 말했다.

“그나마 놈들이 멀리까지 빼돌릴 생각을 안 한 게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나 봅니다. 안 그랬으면 찾기 어려웠을 텐데.”

“그렇게 생각하나? 난 더 문제라고 보는데.”

담담히 락터드는 말했다.

“수도에서 멀리 빼돌리려 했다면 밀거래나 적어도 돈이 목적이라고 할 수 있지.”

케이그는 말을 하고 있는 그를 쳐다보았다.

“팔수도 없는 무기들을 수도 근경에서 가지고 있으려 했다면 그건 별로 좋은 이유에서는 아니야.”

케이그는 어리둥절해졌다.

“무슨 말씀이십니까? 그게.”

락터드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 표정이 진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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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트의 반(VAN)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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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 하트의 반(VAN) - 2-4 재회(4) +34 14.01.09 3,894 131 15쪽
98 하트의 반(VAN) - 2-4 재회(3) +34 14.01.08 4,448 125 19쪽
97 하트의 반(VAN) - 2-4 재회(2) +14 14.01.07 3,633 119 9쪽
96 하트의 반(VAN) - 2-4 재회(1) +15 14.01.06 3,466 125 11쪽
95 하트의 반(VAN) - 2-3 아젠(6) +13 14.01.05 3,755 118 19쪽
94 하트의 반(VAN) - 2-3 아젠(5) +8 14.01.02 3,302 121 14쪽
93 하트의 반(VAN) - 2-3 아젠(4) +12 14.01.01 3,306 124 14쪽
92 하트의 반(VAN) - 2-3 아젠(3) +6 13.12.31 3,007 120 17쪽
91 하트의 반(VAN) - 2-3 아젠(2) +19 13.12.29 3,694 115 16쪽
90 하트의 반(VAN) - 2-3 아젠(1) +12 13.12.26 3,768 119 12쪽
89 하트의 반(VAN) - 2-2 이에넨(10) +5 13.12.25 4,489 132 20쪽
88 하트의 반(VAN) - 2-2 이에넨(9) +11 13.12.24 4,123 129 11쪽
87 하트의 반(VAN) - 2-2 이에넨(8) +12 13.12.22 3,893 115 13쪽
86 하트의 반(VAN) - 2-2 이에넨(7) +7 13.12.20 4,357 124 20쪽
85 하트의 반(VAN) - 2-2 이에넨(6) +3 13.12.19 4,086 124 19쪽
84 하트의 반(VAN) - 2-2 이에넨(5) +8 13.12.15 4,224 126 17쪽
83 하트의 반(VAN) - 2-2 이에넨(4) +1 13.12.12 3,849 130 12쪽
82 하트의 반(VAN) - 2-2 이에넨(3) +1 13.12.10 4,050 124 18쪽
81 하트의 반(VAN) - 2-2 이에넨(2) +5 13.12.08 4,211 126 11쪽
80 하트의 반(VAN) - 2-2 이에넨(1) +10 13.12.05 4,355 120 20쪽
79 하트의 반(VAN) - 2-1 헬렌(4) +9 13.12.03 4,321 118 15쪽
78 하트의 반(VAN) - 2-1 헬렌(3) +3 13.12.01 3,578 118 20쪽
77 하트의 반(VAN) - 2-1 헬렌(2) +12 13.11.28 3,831 111 17쪽
76 하트의 반(VAN) - 2-1 헬렌(1) +3 13.11.26 4,018 120 9쪽
75 하트의 반(VAN) - 2-0 엘소(2) +8 13.11.26 4,066 137 11쪽
74 하트의 반(VAN) - 2-0 엘소(1) +15 13.11.24 4,194 140 14쪽
73 하트의 반(VAN) - 번외. 반 네쉬하트(5) +10 13.11.21 3,222 96 19쪽
72 하트의 반(VAN) - 번외. 반 네쉬하트(4) +9 13.11.20 3,186 91 26쪽
71 하트의 반(VAN) - 번외. 반 네쉬하트(3) +3 13.11.17 2,961 92 18쪽
70 하트의 반(VAN) - 번외. 반 네쉬하트(2) +3 13.11.15 3,407 97 14쪽
69 하트의 반(VAN) - 번외. 반 네쉬하트(1) +11 13.11.11 4,060 101 14쪽
68 하트의 반(VAN) - 1-67. +19 13.09.18 5,305 162 16쪽
67 하트의 반(VAN) - 1-66. +11 13.09.17 6,937 154 22쪽
66 하트의 반(VAN) - 1-65. +4 13.09.16 4,120 154 10쪽
65 하트의 반(VAN) - 1-64. +3 13.09.14 5,764 157 13쪽
64 하트의 반(VAN) - 1-63. +2 13.09.12 4,048 138 10쪽
63 하트의 반(VAN) - 1-62. +16 13.09.09 6,178 155 15쪽
62 하트의 반(VAN) - 1-61. +7 13.09.06 4,361 157 14쪽
61 하트의 반(VAN) - 1-60. +2 13.09.04 4,287 170 17쪽
60 하트의 반(VAN) - 1-59. +17 13.09.02 7,252 160 23쪽
59 하트의 반(VAN) - 1-58. +21 13.08.30 4,647 158 21쪽
58 하트의 반(VAN) - 1-57. +9 13.08.28 4,058 150 12쪽
57 하트의 반(VAN) - 1-56. +33 13.08.26 4,737 153 17쪽
56 하트의 반(VAN) - 1-55. +13 13.08.23 5,020 168 16쪽
55 하트의 반(VAN) - 1-54. +10 13.08.21 7,902 168 19쪽
54 하트의 반(VAN) - 1-53. +7 13.08.19 5,245 160 11쪽
53 하트의 반(VAN) - 1-52. +5 13.08.16 6,038 157 10쪽
52 하트의 반(VAN) - 1-51. +5 13.08.15 5,375 165 16쪽
51 하트의 반(VAN) - 1-50. +16 13.08.12 6,528 179 15쪽
50 하트의 반(VAN) - 1-49. +7 13.08.10 6,230 168 18쪽
49 하트의 반(VAN) - 1-48. +4 13.08.08 5,734 165 22쪽
48 하트의 반(VAN) - 1-47. +15 13.08.06 5,212 161 16쪽
47 하트의 반(VAN) - 1-46. +8 13.08.05 4,831 168 12쪽
46 하트의 반(VAN) - 1-45. +7 13.08.02 5,132 172 11쪽
45 하트의 반(VAN) - 1-44. +6 13.08.01 4,774 166 9쪽
44 하트의 반(VAN) - 1-43. +9 13.07.29 5,468 169 15쪽
43 하트의 반(VAN) - 1-42. +8 13.07.25 5,012 179 12쪽
42 하트의 반(VAN) - 1-41. +11 13.07.22 4,802 171 16쪽
41 하트의 반(VAN) - 1-40. +6 13.07.18 5,177 180 18쪽
40 하트의 반(VAN) - 1-39. +4 13.07.15 4,726 186 22쪽
39 하트의 반(VAN) - 1-38. +9 13.07.11 6,738 166 13쪽
38 하트의 반(VAN) - 1-37. +13 13.07.08 5,224 165 19쪽
37 하트의 반(VAN) - 1-36. +2 13.07.05 6,458 170 24쪽
36 하트의 반(VAN) - 1-35. +6 13.07.01 6,040 164 17쪽
35 하트의 반(VAN) - 1-34. +25 13.06.13 5,893 181 11쪽
34 하트의 반(VAN) - 1-33. +5 13.06.10 8,205 191 21쪽
33 하트의 반(VAN) - 1-32. +9 13.06.06 6,924 166 17쪽
32 하트의 반(VAN) - 1-31. +3 13.06.03 6,941 178 17쪽
31 하트의 반(VAN) - 1-30. +13 13.05.31 8,835 188 26쪽
30 하트의 반(VAN) - 1-29. +17 13.05.27 7,428 196 19쪽
29 하트의 반(VAN) - 1-28. +7 13.05.23 7,359 181 12쪽
28 하트의 반(VAN) - 1-27. +10 13.05.20 8,234 176 19쪽
27 하트의 반(VAN) - 1-26. +3 13.05.16 8,544 181 13쪽
26 하트의 반(VAN) - 1-25. +3 13.05.14 8,319 184 27쪽
25 하트의 반(VAN) - 1-24. +15 13.05.09 8,367 232 24쪽
24 하트의 반(VAN) - 1-23. +7 13.05.03 10,464 289 25쪽
23 하트의 반(VAN) - 1-22. +9 13.04.29 9,083 201 21쪽
22 하트의 반(VAN) - 1-21. +1 13.04.25 8,406 209 12쪽
21 하트의 반(VAN) - 1-20. +9 13.04.21 9,478 215 21쪽
20 하트의 반(VAN) - 1-19. +29 13.04.07 9,110 242 19쪽
19 하트의 반(VAN) - 1-18. +10 13.04.04 8,448 220 24쪽
18 하트의 반(VAN) - 1-17. +7 13.04.02 8,159 209 21쪽
17 하트의 반(VAN) - 1-16. +7 13.03.28 9,019 197 15쪽
16 하트의 반(VAN) - 1-15. +6 13.03.25 10,205 200 15쪽
» 하트의 반(VAN) - 1-14. +6 13.03.21 8,955 223 24쪽
14 하트의 반(VAN) - 1-13. +7 13.03.17 9,495 228 12쪽
13 하트의 반(VAN) - 1-12. +8 13.03.11 9,217 222 16쪽
12 하트의 반(VAN) - 1-11. +6 13.03.07 9,542 230 16쪽
11 하트의 반(VAN) - 1-10. +6 13.03.04 10,136 251 18쪽
10 하트의 반(VAN) - 1-9. +2 13.02.28 10,107 235 19쪽
9 하트의 반(VAN) - 1-8. +6 13.02.26 10,646 256 14쪽
8 하트의 반(VAN) - 1-7. +6 13.02.25 11,244 271 15쪽
7 하트의 반(VAN) - 1-6. +19 13.02.21 11,296 282 16쪽
6 하트의 반(VAN) - 1-5. +14 13.02.19 13,170 277 20쪽
5 하트의 반(VAN) - 1-4. +13 13.02.17 14,300 330 15쪽
4 하트의 반(VAN) - 1-3. +9 13.02.17 15,197 327 13쪽
3 하트의 반(VAN) - 1-2. +15 13.02.11 16,471 350 13쪽
2 하트의 반(VAN) - 1-1. +15 13.02.10 21,877 403 12쪽
1 하트의 반(VAN) - 0. +15 13.02.04 29,032 440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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