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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인k 님의 서재입니다.

하트의 반(VAN)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명인k
작품등록일 :
2013.02.04 17:06
최근연재일 :
2019.02.10 23:08
연재수 :
298 회
조회수 :
979,466
추천수 :
28,216
글자수 :
2,269,960

작성
13.09.02 23:26
조회
7,251
추천
160
글자
23쪽

하트의 반(VAN) - 1-59.

DUMMY

마을에 낯선 남자가 찾아왔다. 말을 타고 마을 입구에서 곧장 시장통으로 들어온 남자는 이른 아침이라 아직 한적한 시장 한 쪽 길을 계속 따라 내려갔다. 몸이 좋지 않았는지 얼굴은 수척했고 아침이었는데도 피곤한 기색이 역력한 표정으로 오다가 시장 중간쯤 있는 바쇼의 간판을 보고는 그제야 조금 눈빛이 살아나며 남자는 그쪽으로 말을 재촉했다.




“그가 나를 구하고, 동료들을 구했소.”

아침 일찍부터 가게로 찾아와 테이블 앞에 앉아 말을 하고 있는 남자를 맞은 편에서 데이먼은 가만히 보고 있었다.

“그가 없었으면 어쨌을 지..”

남자의 목소리는 우직했고 감정의 변화는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여기..”

락터드와 함께 전장에 있었던 기사라고 자신을 소개한 남자는 말을 잠시 끊고는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그리고는 편지 한 장을 꺼내 데이먼을 향해 건냈다.

“혹시 모를 때를 대비해 다들 편지를 써서 서로에게 맡겨 두었었지.”

나지막한 음성으로 제이버 쿼드린은 말했다.


유해는 고향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편지를 쓸 때만 해도 약간은 장난이 섞여 있었지만 그 와중에 락터드가 편지를 전해달라고 부탁한 곳은 고향이 아니었다.

“또 한 장은 엘리어트라는 소년 앞으로요.”

그 말에 멈칫하는 데이먼의 기색을 눈치 채지 못한 채 그는 잠깐 가게를 둘러 보았다.

“그 아이는 어디 있소?”


묻는 소리를 들으며 데이먼은 그가 전한 편지를 먼저 눈으로 읽어 내려갔다. 그다지 길지 않은 편지로 짧은 안부와 함께 혹시 모를 때를 대비해 그가 남작에게 부탁해 놓은 것들에 대해 적혀 있었다. 소리 없는 한숨과 함께 편지를 다 읽은 후 데이먼은 손을 내렸다.

“그 애는 떠났소.”

아무 것도 모른 채 엘리어트는 떠났다. 그 말에 이번에는 쿼드린이 멈칫했다.

“언제.. 아니 어디로 말이오?”

“오티어로 간다고 했지만, 모르겠소 어디로 갔을지. 떠난지 벌써 한 달 가까이 되었고.”

남자의 얼굴에 낭패의 기색이 스쳤다. 진작 왔어야 했지만 그도 심각하게 부상을 입어 한동안 꼼짝 못하고 있었다.


“찾을 방법이 없겠소?”

나직히 그가 물었다. 그러나 물으면서도 어리석은 질문이라는 생각과 함께 쿼드린이 쳐다보자 데이먼이 고개를 가로젓고 있었다. 시름에 잠겨 쿼드린은 입을 다물었다.





데이먼과 얘기를 조금 더 나눈 뒤 쿼드린은 가게 밖으로 나왔다. 가게 입구에 서서 그는 손에 들고 있는 편지를 내려다보았다.

데이먼에게 맡겨두지 않고 편지는 그냥 가지고 나왔다. 그 이유는 지금 돌아가는 그의 고향이 북쪽 지방이었기에 수소문 해서 소년을 찾을 가능성이 그나마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물론 다시 소년이 돌아올 경우 연락을 해달라는 말도 잊지 않고 데이먼에게 해두었다.

“엘리어트 네쉬.”

방금 전 데이먼에게 들은 소년의 이름을 그는 한 번 중얼거렸다. 오랜 친구의 마지막 말이 적힌 편지를 전하는 것은 단순한 약속이 아니었다.

그 이름을 잊지 않고 반드시 찾아낼 것이다. 머릿속으로 몇 번이고 되뇌이며 제이버 쿼드린은 매어둔 말이 있는 쪽으로 걸어갔다.
















이센은 대륙의 북동쪽 국경 근처로 거기서부터 황무지와도 같은 땅을 한참 지나야 이웃하고 있는 나라로 빠져 나갈 수 있었다.

국경이라고는 해도 초소가 있는 곳은 진작 통과했고 사막과도 같은 곳을 끝없이 걸어온 게 벌써 나흘 째였다. 중간에 유목민이나 작은 부족민들을 보았을 뿐 가도 가도 아무 것도 없는 척박한 땅이 계속 되었다.




행렬의 가장 선두에서 말을 타고 가던 남자는 잠깐 말을 멈추고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초저녁의 어둑한 저녁 하늘 아래 희미하지만 조금씩 별자리가 보이기 시작했다. 북극성의 위치를 눈으로 쫓으며 남자는 지금 가고 있는 방향을 다시 확인했다.

“가메인 님.”

부관이 그의 옆으로 말머리를 틀며 다가왔다. 조용히 하라는 듯 가메인이라는 중년 남자가 한 손을 입가에 대자 잠자코 부관이 입을 다물었다.


상단은 지금 마차에 비싼 물건들을 싣고 물품 거래를 위해 라곤과 동쪽으로 이어진 이웃 나라고 가고 있다. 거래 규모가 상당히 컸기 때문에 혹시 모를 도적단의 습격을 대비해 꽤 많은 수의 호위병들도 함께하고 있었다.


이 상단의 우두머리인 드안 가메인 공작은 북쪽 지방에 있는 영주국 네바렌의 영주로 그러나 그는 영주라기보다는 상인에 가까운 자였다.

“오늘은 일단 여기서 야영을 하지.”

공작의 말에 부관이자 오랫동안 그의 오른팔 역할을 해온 아우드 릴이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릴이 옆을 쳐다보자 같이 와 있던 기사 한 명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나머지 병사들에게 알리기 위해 말머리를 돌렸다.



오늘은 여기서 야영을 한다는 전달 사항이 내려오자 기사들은 자신들이 묵을 막사를 짓기 위해 대지 한 쪽에 놓여 있는 커다란 바위돌들을 뒤로 한 채 그 앞에 천막을 치기 시작하고 있었다. 나머지 병사들과 용병들은 대충 추위를 피할 수 있는 곳을 마련하기 위해 바위를 기준으로 멀지 않은 곳에 삼삼오오 흩어져서 자리를 잡았다.


주위를 잠깐 살피다가 엘리어트는 그나마 등을 기댈 수 있는 바위 아래 빈 자리로 가 거기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오티어에 도착한 건 열 흘 전. 거기 오고난 뒤 어떻게 할까 생각하고 있는데 마침 근처를 지나고 있던 네바렌 상단이 대륙의 북동쪽으로 이동하기 위해 필요한 호위 용병을 구하고 있어 거기에 끼어들었다.


엘리어트는 어슴푸레 어둠에 묻히기 시작하는 광활한 땅을 쳐다보았다. 척박한 땅이었지만 끝도 없이 이어진 대지가 그 자체로도 장관이었다.

아주 어릴 때, 북쪽 지방 근처에서 산 적 있다. 기억은 전혀 없지만 그래서인지 이곳이 그렇게 낯설게만 느껴지지는 않았다. 무엇보다.. 이곳과 이어진 땅 어딘가에 스승이 있었다. 그런 생각이 들자 엘리어트는 손으로 얼굴을 쓱 한 번 문질렀다. 그러면서 다시 대지를 가만히 보고 있는데 그의 뒤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 왔다.



“어디서 수작이야?”

솥뚜껑만한 손으로 목덜미를 움켜 잡아 키욘 드팔가는 우악스럽게 소년을 흔들어 댔다. 그의 손에 대롱대롱 매달려 켁켁대고 있는 소년의 손에는 장검 하나가 들려 있다.

용병들은 개인적으로 검이나 창을 소지하고 있기도 했지만 특별히 무기가 없는 자들은 상단에서 마련해준 검이나 창을 사용했다. 그러나 무기들의 상태가 각각 달랐고 혹시나 싸움이 벌어 졌을 때 쥐게 되는 검의 상태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게 될 수도 있었으니 어떤 무기를 손에 잡을 수 있느냐는 중요한 문제였다.


그걸 아는 자들이 간혹 좋은 검에다 표시를 해놓곤 했는데 마침 소년이 몰래 그러려고 하다가 키욘에게 딱 걸린 참이었다.

“너같은 놈 때문에 너보다 살 가치가 있는 놈이 대신 죽는 거다.”

그의 손에 잡힌 소년은 옴짝달싹 못한 채 입도 벙긋 못하고 있었다.

“실력이 안되면 찌그러져 있던가 아님 스스로 꺼져. 여기 있는 우리들한테까지 피해 주지 말고.”

사실 그렇다고 해도 소년이 크게 잘못했다고 보기도 어려운 일이었으나 근처에 있던 사람들 어느 누구도 말리는 기색이 아니었다. 오히려 키욘 드팔가의 말이 맞다는 듯한 표정을 짓는 사람들도 있었다.

오랜 행군에 지쳐 있는데다 어디서 위험한 게 튀어 나올지도 모르는 상황에서는 남에게 너그러워지기 어려운 법이었으니 소년이 그에게 봉변을 당하고 있는 게 잘됐다는 얼굴이었다.

“손 놔줘요.”

그런 분위기를 타고 그의 등 뒤에서 침착한 목소리 하나가 날아왔다. 고개를 돌려 키욘 드팔가는 목소리와 함께 옆으로 걸어온 소년을 쳐다보았다.

“뭐냐, 넌?”

두 사람 사이로 걸어와 엘리어트는 남자를 쳐다보았다. 그 시선에 키욘은 으쓱거렸다.

“뭘 안다고 끼어 들어?”


그러나 말은 더 하지 않았지만 여전히 자신을 똑바로 응시한 채 자리에서 꿈쩍 않고 있자 키욘은 엘리어트를 위아래로 흝어 보았다. 처음 보는 얼굴인 걸로 보아 상단에 끼어 든지 얼마 되지 않는 소년인 듯 했다.

“꼬맹이 지금 나랑 맞서기라도 하겠단 거냐?”

재밌다는 듯 키욘이 말했다. 소년은 여전히 입을 열지 않았다. 그러나 또한 여전히 비켜줄 기세도 아니었다.


잠깐 그를 보다가 키욘은 손을 놓았다. 대롱대롱 매달려 있던 소년이 바닥으로 풀썩 내려 앉으며 허둥지둥 뒤로 물러났다. 그리고는 어쩔 줄 몰라하는 기색으로 그와 엘리어트를 번갈아 한 번씩 쳐다보았다.


갑자기 나타난 소년이 못마땅하기도 했지만 그가 끼어들자 주변에 있던 용병이나 병사들이 다들 이제 한층 재밌게 되었다는 눈으로 이쪽을 보고 있는 걸 알고 키욘은 더욱 인상을 썼다. 별 것도 아닌 일에 소년을 그냥 보내줘서 그 눈들에게 얕잡혀 보일 수는 없었다.

“검을 잡아 봐라.”

겁을 주려는 듯 무시무시한 기색으로 그는 말했다.

“나설 때 안 나설 때 구분 못하는 꼬맹이한테는 매가 약이니.”

키욘은 말했다.

“버릇을 고쳐주마.”

그 말투가 제법 으스대는 듯 들렸다. 그러나 입이 거칠어 자칫 말만 떠드는 허풍쟁이로 보일지 몰라도 키욘 드팔가는 용병 사이에서도 제법 이름이 알려진 실력자였다.


그를 잠시 보고 있다가 그냥 보내주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지 시키는대로 엘리어트는 걸어가 한쪽에 대충 쌓아 놓은 무기 더미에서 검 하나를 꺼내 들었다.

꼬마 놈이 검을 만져봤자 얼마나 만져봤을까 싶어 그를 보고 있는데 검 무더기 중 하나를 골라 들고 날을 확인하는 기색이 꽤 자연스러운 게 생각보다 검에 더 익숙한 소년이라는 게 느껴졌다. 검을 손에 들고 엘리어트가 그의 앞으로 왔다.


조금만 상대해 주자라고 생각하며 키욘은 허리에 차고 있던 검을 뽑아 들었다.

“먼저 덤비자 했으니 같은 편한테 칼 맞게 되도 원망하지 마라.”

“그럴 일 없어요.”

키욘의 앞에 마주 선 채 엘리어트가 대꾸했다.



키욘은 서너 발작 떨어져 있는 엘리어트를 보았다. 그가 앞으로 나오려 하자 엘리어트도 움직였다. 그 움직임이 먼저 움직인 키욘보다 반 발 정도 빨랐다.

“윽..!”

검이 그의 양 옆구리로 서너 번 동시에 들어왔다. 간신히 막고서는 키욘은 한 발 뒤로 물러났다.

꼬마 놈을 진짜로 상대하고 있던 것도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해도 소년의 검이 순간 어찌나 날카롭고 빠른지 그는 살짝 놀랐다. 게다가 왜소한 덩치에 안 맞게 가해지는 힘 역시 상당했다.

‘이거 제대로 해야겠는데.’

체면 때문에 겁이나 좀 주려고 했는데 잘못하다간 더 큰 망신으로 이어질 것 같은 느낌에 키욘은 검 자루를 쥔 손에 이제 확실히 힘을 주었다.

“뭐하는 짓이야?”

그렇게 다시 엘리어트를 향해 달려 들려는데 기사 한 명이 그제야 두 사람을 발견하고는 말을 탄 채 이쪽으로 왔다.

“떨어져.”

기사가 다시 소리쳤다. 엘리어트는 키욘을 보았다. 다행히 기사의 말에 그가 더 움직이지 않을 것 같자 엘리어트도 검을 든 손을 내렸다.

“용병들끼리 싸우는 건 금지되어 있으니 둘 다 까불지 말고 가만 있어.”

귀찮은 얼굴로 두 사람을 보며 기사가 다시 말했다.

“알겠수다.”

퉁명스럽게 키욘이 대꾸했다.

“더럽게 떽떽 거리시네.”

말 머리를 돌리는 기사를 향해 키욘이 투덜대는 동안 엘리어트는 다시 걸어가 검을 원래 있던 자리에 놓았다. 그리고는 아까 있던 자리로 돌아기기 위해 몸을 돌렸다.

이쪽을 한 번 더 쳐다보고는 기사가 곧 사라지자 키욘은 고개를 옆으로 했다. 소년은 어느새 다시 자리로 돌아가고 있었다.

‘자식..’

방금 전 엘리어트가 덤벼들던 기색을 떠올리며 키욘은 자리에 앉는 엘리어트 쪽을 힐끔 보았다. 그러나 더 이상 시비 걸지 않고 못마땅한 기색으로 그도 곧 자리에 앉았다.








상단이 이동하고 있는 곳은 이정표라고는 하나도 없는 사막과 같은 황무지로 일단 라곤에 속한 대륙의 땅이긴 했지만 끝도 없이 이어지는 벌판에 사람이라고는 거의 살지 않았고 유목민이나 소수 민족들이 간혹 부족을 이루어 몰려 있는 곳이 있긴 했지만 말이 좋아 부족민이지 사실 도적떼나 다름 없는 자들의 무리였다. 그러니 그들과 마주치는 건 최대한 피하는 게 상책이었다.


“시간을 너무 지체했어.”

헤르스 기사단이 마중 나오기로 한 곳까지는 아직 한참이 남았다는 걸 상기하며 막사 한 쪽에 서서 가메인 공작이 중얼거렸다.

“좀 더 시간을 줄일 방법이 없나? 릴.”

그 옆에 조용히 서 있던 참모인 아우드 릴은 공작의 말에 잠깐 생각하는 얼굴이 되었다.

“여기서 좀 떨어진 곳에 모래 동굴이 있습니다.”

그는 말했다.

“찾아보면 예전 지도가 어디 있을 겁니다.”

“모래 동굴은 나도 아네만..”

그의 말에 가메인 공작은 대답했다.

“하지만 그건 이용하기가 곤란해.”


모래 동굴은 안에 수십 개의 작은 굴로 이뤄져 있다. 그리고 특이하게 그 안에서는 바람이 끊이지 않고 불었다. 처음 동굴이 만들어진 뒤 그 이후로 바람이 조금씩 거세져 그러면서 가벼운 모래들이 움직이며 굴의 위치를 조금씩 바꾸고 있었으니 통과할 수 있으면 지금 가고자 하는 곳까지 거리를 상당히 줄여줄 것이었으나 그 안을 통과해 이 땅을 지나갔다는 말은 몇 년간은 들어 본 적이 없었다. 처음 동굴이 생겼을 때 거길 지났던 몇 몇 상단들에 의해 만들어진 지도만이 운좋게 전해질 뿐이었다.


“길의 방향이 바뀌니 까딱하다간 그 안에서 길을 잃고 빠져 나오지 못할 수도 있을 겁니다.”

가메인 공작의 생각을 아는 릴이 말했다.


길의 방향이 미묘하게 계속 바뀌니 잘못 들어갔다가 엉뚱한 곳으로 향하게 되거나 또는 더 잘못됐다간 상단 전체가 그 안에 갇혀 죽을 때까지 헤매면서 빠져 나오지 못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잘 찾으면 지름길로 이어져 헤르스 기사단이 머무르고 있는 요새와 가까운 곳으로 반나절 안에 빠져 나올 수 있을 겁니다.”

릴은 말했다.

“위험하지만 어쨌든 방법입니다.”

그가 말을 마치자 가메인 공작은 잠시 생각을 했다. 마중 나오기로 한 헤르스 기사단을 만나기로 한 날짜는 이제 이틀 정도가 남았다. 그러나 이대로 계속 가다간 며칠이 더 걸릴 지 몰랐다. 날짜를 맞추지 못하면 길이 엇갈려 못 만날 수도 있는데다가 그렇게 되면 그대로 거래가 틀어졌다고 생각할 수도 있었다.

“일단 길이나 한 번 확인해 보지.”

공작이 말하자 릴이 끄덕였다.

“누구를 보내시겠습니까?”

이용할 것인지 말 것인지는 둘째 치고 누구를 보내 동굴 안을 확인하게 할지 그것도 문제였다.


돌아오지 못할 수도 일에 그의 사람인 기사들을 보내는 건 자칫 남은 기사들에게 신뢰를 잃는 일이 될 수도 있었다. 그렇다고 용병들을 보내자니, 그들은 대부분 여기 근처 출신들이고 모래 동굴의 위험성에 대해서는 익히 알고 있었다. 간다고 나서는 이가 쉽게 없을 것이다.

막사 한 쪽을 머리 위로 들어 올리며 가메인은 입구에 서서 밖을 내다보았다. 여기 저기 흩어져 쉬고 있는 병사들이 보였다. 멀리 구석에 모여 앉아 있는 대 여섯 명의 아이들쪽을 보았다. 대부분 열 다섯에서 열 여덟 사이로 여기 오기전 오티어 인근에서 구한 소년 용병들이었다.

“저 아이를...”

개중 체구가 작고 영민해 보이는 소년을 가리키며 가메인은 말했다.

“잠깐 데려와 보게.”

그렇게 말하자 끄덕이며 옆으로 와 있던 릴이 밖으로 나갔다.



가메인 공작이 동굴 안을 확인하기 위해 보내려던 소년은 조금 전 키욘에게 목덜미를 잡혔던 아이였다. 공작에게 상황을 듣고 나자 그의 짐작대로 머리는 잘 돌아갔는지 일의 위험성을 바로 눈치 채고 소년은 이미 겁을 집어 먹고 있었다.

“저.. 저, 못해요.”

떨리는 목소리로 소년이 말하자 가메인 공작과 릴이 그를 보았다. 가기 전부터 겁을 집어 먹고 있으니 이런 아이가 제대로 길을 확인할리 만무했다. 어쩔 수 없이 그냥 용병들에게 얘기해 지원자를 찾을까 하고 있는데 두 사람이 조용하자 더 겁이 났는지 소년이 다시 말하고 있었다.

“더 실력 좋은 애를 알려 드릴께요. 저보다 나을 거에요.”

“실력이 좋은 애?”

“네.”

릴이 되묻자 그의 흥미를 끌었다는 생각에 안심했는지 소년이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상단 주인인 공작이 찾는다는 소리에 엘리어트는 고개를 들었다. 이 상단에 발을 들이고 통제하는 기사들 몇 명만 봤을 뿐이지 높은 사람이라고는 본 적 없었다. 그러나 굳이 토를 달 이유는 없었으니 순순히 엘리어트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기사가 안내한 막사까지 와 안으로 들어가자 막사 한 쪽에 중년 남자 한 명이 서 있었다. 오랜 여정에 적당한 간편한 옷차림을 한 남자가 안으로 들어오는 엘리어트를 보고 있었다.

“이 아이냐?”

그가 들어오자 남자는 그 옆에 서 있던 소년을 향해 묻고 있었다. 엘리어트가 쳐다보자 그 시선에 조금 눈을 피하며 소년이 끄덕이고 있었다.

“네. 맞아요.”

가메인 공작은 앞으로 걸어오고 있는 소년을 보았다. 소년 용병들을 주의 깊게 본 적은 없었지만 그 중에도 처음 보는 얼굴이었다. 아마 이 상단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은 아이일 것이다.


가메인 공작은 그를 빤히 응시했다. 이런 곳에 불려와 상단의 최고 책임자와 마주대하고 있으니 눈치라도 살필만 했으나 자신을 보고 있는 소년의 눈동자는 침착했다. 그걸 보니 제법 배짱이 있는 아이란 생각이 들었다.

“근처에 모래 동굴이 하나 있다.”

곧장 공작은 말했다.

“바람 때문에 동굴 안에서 제 길을 찾기가 어려우니 미리 가서 표시를 남기고 길을 확인하고 올 사람이 필요한데, 이 아이가...”

공작은 다시 옆에 서 있던 소년을 가리켰다.

“네가 적당하다는 구나.”

엘리어트가 그쪽을 쳐다보자 조금 당황한 듯 했지만 별다른 반응 없이 소년은 눈만 내리 뜨고 있었다.

“그러니 다녀 와야 겠다.”

자신을 향해 말을 잇는 공작을 향해 엘리어트가 다시 고개를 돌렸다.





막사 밖으로 나와 그 앞에 서서 엘리어트는 부관이라는 남자에게서 받은 지도를 잠시 다시 확인했다. 남자에게 받은 건 이 지도 한 장과 거기에 표시할 수 있는 목탄 한 개 뿐이었다.

“어이. 건방진 꼬맹이.”

막사 옆에 앉아 있던 한 무리의 병사들 사이에서 누군가 그쪽을 향해 야유하듯 말을 던졌다. 고개를 돌리니 키욘이 그 사이에 앉아 있다가 자리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높으신 분 막사에는 무슨 볼 일로?”

으쓱거리며 옆으로 걸어온 그는 엘리어트가 들여다 보고 있는 지도를 어깨 너머로 넘겨다 보았다.

“뭘 보냐?”

지도에 표시된 그림을 알아 보고 그는 으쓱했다. 지도가 뭘 표시하고 있는지 정도는 그도 알아 볼 수 있었다.

“모래 동굴 지도 아냐?”

“네.”

그다지 숨길 일도 아니라 순순히 엘리어트가 대꾸해주자 오히려 이상하다는 듯 키욘은 그를 보았다. 잠깐 생각하다 그는 말했다.

“그걸 왜 가지고 있냐?”

“여기 가서 길을 확인 하고 오래요.”

“뭐?”

그 말에 기막힌 얼굴로 키욘은 엘리어트를 보았다.

“너보고?”

“네.”

“거길 왜.. 아니 그보다 너 모래 동굴이 뭔지는 알고?”

“아뇨.”

사실 처음 들어 보았다. 대꾸하는 엘리어트를 보고 키욘은 잠깐 말문이 막혔다. 그가 더 이상 물을 것 같지 않자 자리에서 벗어나며 엘리어트는 막사 뒤쪽으로 걸어갔다.


‘저 녀석, 무슨 일인 줄 알고 저렇게 아무렇지도 않아?’

기가 차서 잠깐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데 뒤에서 아까 그 소년이 막사 밖으로 나왔다. 막사 앞에 서 있는 키욘을 보고 조금 움찔하나 싶더니 그를 피해 옆으로 걸어 갔다.

“잠깐 서봐.”

슬금슬금 도망가려는 그를 퉁명스러운 목소리로 키욘이 불러 세웠다.





엘리어트는 막사 뒤에 있는 커다란 바위돌 앞에 서 있었다. 바위를 이용해 상단 일행은 그 앞에 천막을 치고 잠시 몸을 숨긴 채 쉬고 있었다.


“아까 같은 호의는 역시 쓸데없는 짓이었단 거지.”

지도를 들여다 보며 어떻게 할까 생각하고 있는데 뒤에서 목소리가 날아왔다. 머리 뒤로 팔을 괸 채 키욘은 엘리어트가 서 있는 곳까지 걸어오고 있었다.

“도와주고 돌아서면 등에 칼을 꽂는 놈이 적지 않으니..”


그럴 줄 알았다는 듯 말을 하던 그는 소년을 향해 시선을 주었다. 도와줬다 뒷통수 맞은 격인데 기분이 어떨까 싶어 쳐다 보았으나 그러나 풀 죽어 있을 것으로 생각한 소년의 표정은 의외로 담담했다.

“안 억울하냐?”

“누굴 도왔단 생각한 적 없어요.”

대꾸하며 엘리어트는 앞에 쌓여 있는 그의 키에서 두 배 정도 되는 높이의 바위 위로 올라갔다.

하늘을 올려다보며, 엘리어트는 북극성의 위치를 기억했다. 어느 방향에서 북극성이 보였는지 기억해 두면 동굴에서 빠져 나와 방향을 파악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키욘은 바위 위에 서서 하늘을 보는 소년을 응시했다. 얘길 들어보니 어차피 공작은 동굴 안에서 길을 찾으면 좋고 아니어도 그만 이라고 생각하며 그를 보내는 것 같았다.

찡그리며 키욘은 머리를 쓱쓱 문질렀다.

자신이 어떻게 될지도 모르고 무턱대고 담담히 받아들이는 소년도 마음에 안 들었지만 어린 소년 용병의 목숨 정도는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는 공작의 태도는 더 마음에 안 들었다.

“어이. 몇 살이냐? 너.”

북극성의 위치를 확인하고 엘리어트는 아래로 다시 뛰어 내려왔다.

“열 여섯.”

바위 아래로 뛰어 내리며 대꾸하는 소년의 말을 들으며 키욘은 다시 물었다.

“진짜 혼자 갈거냐? 위험할텐데.”

“상관 없어요.”

대답에 망설임이 없어 키욘은 그 얼굴을 다시 쳐다 볼 수 밖에 없었다. 비리비리한 꼬맹이 놈이 결단력 하나는 되게 좋네.


이제 확인할 건 다 확인하고 막사쪽으로 가려는지 엘리어트가 몸을 돌리고 있었다.

“야.”

걸어가려는 그를 키욘이 불렀다. 엘리어트가 돌아보자 못마땅한 듯 찌푸리던 그는 곧 말했다.

“같이 가자.”

그는 말했다. 엘리어트가 빤히 보자 그는 덧붙였다.

“중요한 일인데 네가 잘 못하면 우리가 낭패 잖냐.”

퉁명스럽게 말하는 그를 엘리어트가 잠시 응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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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 하트의 반(VAN) - 2-4 재회(1) +15 14.01.06 3,466 125 11쪽
95 하트의 반(VAN) - 2-3 아젠(6) +13 14.01.05 3,754 118 19쪽
94 하트의 반(VAN) - 2-3 아젠(5) +8 14.01.02 3,301 121 14쪽
93 하트의 반(VAN) - 2-3 아젠(4) +12 14.01.01 3,305 124 14쪽
92 하트의 반(VAN) - 2-3 아젠(3) +6 13.12.31 3,006 120 17쪽
91 하트의 반(VAN) - 2-3 아젠(2) +19 13.12.29 3,693 115 16쪽
90 하트의 반(VAN) - 2-3 아젠(1) +12 13.12.26 3,767 119 12쪽
89 하트의 반(VAN) - 2-2 이에넨(10) +5 13.12.25 4,489 132 20쪽
88 하트의 반(VAN) - 2-2 이에넨(9) +11 13.12.24 4,122 129 11쪽
87 하트의 반(VAN) - 2-2 이에넨(8) +12 13.12.22 3,892 115 13쪽
86 하트의 반(VAN) - 2-2 이에넨(7) +7 13.12.20 4,357 124 20쪽
85 하트의 반(VAN) - 2-2 이에넨(6) +3 13.12.19 4,086 124 19쪽
84 하트의 반(VAN) - 2-2 이에넨(5) +8 13.12.15 4,221 126 17쪽
83 하트의 반(VAN) - 2-2 이에넨(4) +1 13.12.12 3,849 130 12쪽
82 하트의 반(VAN) - 2-2 이에넨(3) +1 13.12.10 4,050 124 18쪽
81 하트의 반(VAN) - 2-2 이에넨(2) +5 13.12.08 4,211 126 11쪽
80 하트의 반(VAN) - 2-2 이에넨(1) +10 13.12.05 4,355 120 20쪽
79 하트의 반(VAN) - 2-1 헬렌(4) +9 13.12.03 4,319 118 15쪽
78 하트의 반(VAN) - 2-1 헬렌(3) +3 13.12.01 3,578 118 20쪽
77 하트의 반(VAN) - 2-1 헬렌(2) +12 13.11.28 3,831 111 17쪽
76 하트의 반(VAN) - 2-1 헬렌(1) +3 13.11.26 4,018 120 9쪽
75 하트의 반(VAN) - 2-0 엘소(2) +8 13.11.26 4,066 137 11쪽
74 하트의 반(VAN) - 2-0 엘소(1) +15 13.11.24 4,194 140 14쪽
73 하트의 반(VAN) - 번외. 반 네쉬하트(5) +10 13.11.21 3,220 96 19쪽
72 하트의 반(VAN) - 번외. 반 네쉬하트(4) +9 13.11.20 3,186 91 26쪽
71 하트의 반(VAN) - 번외. 반 네쉬하트(3) +3 13.11.17 2,961 92 18쪽
70 하트의 반(VAN) - 번외. 반 네쉬하트(2) +3 13.11.15 3,407 97 14쪽
69 하트의 반(VAN) - 번외. 반 네쉬하트(1) +11 13.11.11 4,060 101 14쪽
68 하트의 반(VAN) - 1-67. +19 13.09.18 5,305 162 16쪽
67 하트의 반(VAN) - 1-66. +11 13.09.17 6,936 154 22쪽
66 하트의 반(VAN) - 1-65. +4 13.09.16 4,120 154 10쪽
65 하트의 반(VAN) - 1-64. +3 13.09.14 5,764 157 13쪽
64 하트의 반(VAN) - 1-63. +2 13.09.12 4,048 138 10쪽
63 하트의 반(VAN) - 1-62. +16 13.09.09 6,178 155 15쪽
62 하트의 반(VAN) - 1-61. +7 13.09.06 4,360 157 14쪽
61 하트의 반(VAN) - 1-60. +2 13.09.04 4,286 170 17쪽
» 하트의 반(VAN) - 1-59. +17 13.09.02 7,252 160 23쪽
59 하트의 반(VAN) - 1-58. +21 13.08.30 4,646 158 21쪽
58 하트의 반(VAN) - 1-57. +9 13.08.28 4,058 150 12쪽
57 하트의 반(VAN) - 1-56. +33 13.08.26 4,737 153 17쪽
56 하트의 반(VAN) - 1-55. +13 13.08.23 5,020 168 16쪽
55 하트의 반(VAN) - 1-54. +10 13.08.21 7,901 168 19쪽
54 하트의 반(VAN) - 1-53. +7 13.08.19 5,245 160 11쪽
53 하트의 반(VAN) - 1-52. +5 13.08.16 6,038 157 10쪽
52 하트의 반(VAN) - 1-51. +5 13.08.15 5,375 165 16쪽
51 하트의 반(VAN) - 1-50. +16 13.08.12 6,527 179 15쪽
50 하트의 반(VAN) - 1-49. +7 13.08.10 6,228 168 18쪽
49 하트의 반(VAN) - 1-48. +4 13.08.08 5,734 165 22쪽
48 하트의 반(VAN) - 1-47. +15 13.08.06 5,212 161 16쪽
47 하트의 반(VAN) - 1-46. +8 13.08.05 4,830 168 12쪽
46 하트의 반(VAN) - 1-45. +7 13.08.02 5,132 172 11쪽
45 하트의 반(VAN) - 1-44. +6 13.08.01 4,774 166 9쪽
44 하트의 반(VAN) - 1-43. +9 13.07.29 5,468 169 15쪽
43 하트의 반(VAN) - 1-42. +8 13.07.25 5,012 179 12쪽
42 하트의 반(VAN) - 1-41. +11 13.07.22 4,801 171 16쪽
41 하트의 반(VAN) - 1-40. +6 13.07.18 5,175 180 18쪽
40 하트의 반(VAN) - 1-39. +4 13.07.15 4,726 186 22쪽
39 하트의 반(VAN) - 1-38. +9 13.07.11 6,738 166 13쪽
38 하트의 반(VAN) - 1-37. +13 13.07.08 5,223 165 19쪽
37 하트의 반(VAN) - 1-36. +2 13.07.05 6,458 170 24쪽
36 하트의 반(VAN) - 1-35. +6 13.07.01 6,039 164 17쪽
35 하트의 반(VAN) - 1-34. +25 13.06.13 5,892 181 11쪽
34 하트의 반(VAN) - 1-33. +5 13.06.10 8,205 191 21쪽
33 하트의 반(VAN) - 1-32. +9 13.06.06 6,924 166 17쪽
32 하트의 반(VAN) - 1-31. +3 13.06.03 6,940 178 17쪽
31 하트의 반(VAN) - 1-30. +13 13.05.31 8,834 188 26쪽
30 하트의 반(VAN) - 1-29. +17 13.05.27 7,425 196 19쪽
29 하트의 반(VAN) - 1-28. +7 13.05.23 7,359 181 12쪽
28 하트의 반(VAN) - 1-27. +10 13.05.20 8,232 176 19쪽
27 하트의 반(VAN) - 1-26. +3 13.05.16 8,543 181 13쪽
26 하트의 반(VAN) - 1-25. +3 13.05.14 8,319 184 27쪽
25 하트의 반(VAN) - 1-24. +15 13.05.09 8,367 232 24쪽
24 하트의 반(VAN) - 1-23. +7 13.05.03 10,464 289 25쪽
23 하트의 반(VAN) - 1-22. +9 13.04.29 9,083 201 21쪽
22 하트의 반(VAN) - 1-21. +1 13.04.25 8,406 209 12쪽
21 하트의 반(VAN) - 1-20. +9 13.04.21 9,478 215 21쪽
20 하트의 반(VAN) - 1-19. +29 13.04.07 9,109 242 19쪽
19 하트의 반(VAN) - 1-18. +10 13.04.04 8,447 220 24쪽
18 하트의 반(VAN) - 1-17. +7 13.04.02 8,157 209 21쪽
17 하트의 반(VAN) - 1-16. +7 13.03.28 9,018 197 15쪽
16 하트의 반(VAN) - 1-15. +6 13.03.25 10,205 200 15쪽
15 하트의 반(VAN) - 1-14. +6 13.03.21 8,954 223 24쪽
14 하트의 반(VAN) - 1-13. +7 13.03.17 9,494 228 12쪽
13 하트의 반(VAN) - 1-12. +8 13.03.11 9,217 222 16쪽
12 하트의 반(VAN) - 1-11. +6 13.03.07 9,541 230 16쪽
11 하트의 반(VAN) - 1-10. +6 13.03.04 10,136 251 18쪽
10 하트의 반(VAN) - 1-9. +2 13.02.28 10,105 235 19쪽
9 하트의 반(VAN) - 1-8. +6 13.02.26 10,644 256 14쪽
8 하트의 반(VAN) - 1-7. +6 13.02.25 11,241 271 15쪽
7 하트의 반(VAN) - 1-6. +19 13.02.21 11,296 282 16쪽
6 하트의 반(VAN) - 1-5. +14 13.02.19 13,169 277 20쪽
5 하트의 반(VAN) - 1-4. +13 13.02.17 14,299 330 15쪽
4 하트의 반(VAN) - 1-3. +9 13.02.17 15,196 327 13쪽
3 하트의 반(VAN) - 1-2. +15 13.02.11 16,470 350 13쪽
2 하트의 반(VAN) - 1-1. +15 13.02.10 21,873 403 12쪽
1 하트의 반(VAN) - 0. +15 13.02.04 29,030 440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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