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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인k 님의 서재입니다.

하트의 반(VAN)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명인k
작품등록일 :
2013.02.04 17:06
최근연재일 :
2019.02.10 2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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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13.12.29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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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6쪽

하트의 반(VAN) - 2-3 아젠(2)

DUMMY

2.3 아젠(2)



켈그레브는 스무 명의 도적단을 이끄는 두목이었다. 먹고 살기 힘들어 도적이 됐지만 그는 여간해서는 행상인들이나 평민들의 주머니는 털지 않았다. 인적이 드문 길을 돌아다니다 마주치는 부유한 귀족이나 상인들을 주로 습격했고 나름 지략이 좋고 부하들도 그의 지휘에 잘 따라주어 지금까지 별 문제없이 이 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드미를 지나 페이테드로 가는 중에 대대적으로 도적대를 토벌하려고 근처를 돌아다니던 기사단과 마주쳤다. 그 와중에 실수로 그들 앞에 모습을 들킨 아들 녀석이 크게 다치는 바람에 지금 여자들 둘까지 동반해 도망치게 되고 말았다.



아들을 찾느라 시간을 지체하긴 했지만 길을 찾아가는데 워낙 용이주도한 켈그레브라 웬만한 기사단은 미처 생각지 못하는 방향을 따라 그들은 드미에서 이제 한참 멀어지고 있었다.






바퀴가 바닥에 눌려 마차에서 튀어 나갈듯한 속도로 마차는 돌길을 달려갔다. 앞에서 달려가고 있는 도적단의 제일 뒤에서 마부석에 앉아 말을 달리며 켈그레브는 마차 안을 들여다 보았다. 그는 안에 누워 있는 아들쪽을 확인했다.

바닥에 누워 마치 죽은 것처럼 아들은 꼼짝 안했다. 마차 안에 같이 앉아 있던 여자들은 엄청난 속도에 흔들리는 마차에서 옆으로 쓰러지지 않으려고 마차 가장자리에 딱 붙어 앉아 있었다.


“이제 따돌린 것 같은데요.”

마부석 옆에서 욘이 뒤를 돌아보며 말했다. 이미 드미에서 한참을 멀어졌다.

“기사단을 쉽게 보지 마라. 그 놈들은 늙은 뱀 같아서 죽은 것 같아도 바로 또 고개를 쳐드니까.”

“압니다. 두목이 귀가 닳도록 말하지 않았수?”

바람이 귀를 때리는 터에 큰소리로 욘은 대꾸했다.

“그래도 이 정도면 조금은 안심이유.”

다시 한 번 마차 밖으로 고개를 내밀어 뒤를 확인하고는 그가 몸을 바로 해 앉자 켈그레브는 다시 고삐를 내리쳤다. 마차가 여전히 엄청난 기세로 앞서가는 말을 따라 길을 달려갔다.




심하게 흔들리는 마차 안에서 한쪽 구석에 웅크리고 앉아 셰릴과 디에나는 쓰러지지 않게 겨우 버티고 있었다. 마차가 이렇게까지 속력을 낼 수 있다는 걸 두 사람 다 처음 알았다.

이러다간 어디 한 군데 부서져 나갈 것 같은데 마차는 전혀 속력을 줄일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이미 한참을 이런 속도로 달려가고 있다.

“대체 어디까지 가려는 거죠?”

흔들리는 마차 안에서 디에나가 겨우 말했다. 돌부리에라도 걸렸는지 마차가 좌우로 다시 크게 한 번 흔들리자 움찔하는 그녀를 꼭 잡으며 셰릴은 마부석에서 말을 달리고 있는 남자들쪽을 쳐다보았다.







미친 듯이 달리던 마차는 그 날 밤이 되서야 겨우 멈춰 섰다.


“내 아들은 어떻지?”

마차가 멈추자마자 고개를 돌려 마차를 가리고 있던 휘장을 걷어 올리며 켈그레브가 물었다.

“말했지만 밤이 지나야 알 수 있어요.”

흔들리는 마차에 한나절이 넘게 누워 있던 청년의 상태는 마을에 있을 때보다 더 나빠져 있다. 그 점을 도적떼 두목이 알아채지 못했기만을 바라며 셰릴은 대답했다.

“살려 놔야 할 거야.”

의미심장한 얼굴로 셰릴을 보며 다시 말하고는 남자가 마차에서 내렸다. 마차 앞에서 말을 달리던 남자들을 향해 성큼 걸어가는 그를 보다가 셰릴은 약상자에 손을 댔다.


약통이 들어 있는 나무 상자는 끌려 올 때 겨우 챙겨왔다. 작은 약통 중에 하나를 열어 셰릴은 해열 효과가 있는 약을 꺼냈다.


미친듯이 흔들리던 마차에서 남자는 정신을 차렸다 잃었다를 반복하고 있었다. 그렇게 흔들리는 마차에서 계속 정신을 잃고 있기도 힘들었는지 안색이 파리해 진 채 지금은 반쯤 눈을 뜨고 있다.

“도와줘요 디에나.”

남자 옆으로 다가가며 셰릴이 말했다.


두 사람이 양 옆에서 붙잡고 남자를 조금 일으켜 세웠다. 입도 제대로 벌리지 못하는 청년에게 억지로 약을 먹이자 기침을 하며 그대로 남자가 토악질을 해댔다.

“먹어야 되요.”

계속 기침을 해대는 남자의 옆에서 셰릴은 나직히 말했다.

“열이 계속 나면 위험해요.”

그 말을 들었는지 어쨌는지 기침을 계속 하는 그를 보다가 다시 그녀가 약을 들었다.



잠시 후 몇 번 다시 토하기는 했으나 억지로 반쯤 약을 먹고 나자 남자는 자리에 누워 곧 다시 죽은 듯 잠에 빠졌다. 잠이 든 남자를 잠시 보다가 이마에 살짝 맺힌 땀을 닦아 내며 셰릴은 조금 뒤로 물러났다.

조심스럽게 그녀는 휘장 밖으로 살짝 보이는 마차 밖을 쳐다보았다. 어떻게 할 작정일까. 무엇보다 자신들을 어떻게 할까.


유모의 집을 찾아갔을 때 호위병을 조금만 남겨 둔 걸 셰릴은 지금 후회했다. 오스티아에서는 기사들이 수시로 순찰하기도 했고 도적이 마을 안까지 들어왔던 적이 없었기 때문에 경계심을 가지지 않았던 게 실수였다.

디에나까지 같이 있으니 좀 더 안전에 신경을 썼어야 했는데... 자신은 몰라도 디에나는..


밖이 조용한 것을 느끼며 그녀는 이번에는 가지고 있던 약상자를 내려다 보았다. 상자의 제일 아래칸에 단검 한 자루가 들어있다. 혹시 몰라 호신용으로 넣어 두었던 것이다. 스무 명도 넘는 도적들 한가운데서 고작 단검 한 자루로 뭘 할수 있을지 모르지만 눈치를 봐서 여차하면 디에나만이라도 도망치게 해야 할 것이다. 그럴 수 있을까...


“그 안에 칼이라도 들어 있는 모양이지?”


잠깐 생각에 팔려 있다가 조심스럽게 상자 아래 손을 대려는데 머리 위로 목소리가 날아왔다. 손을 멈추며 그녀는 고개를 들었다. 마차 밖에서 남자가 그녀들을 쳐다보며 서 있었다.

흠짓하는 그녀를 향해 남자가 다시 말했다.

“관두는 게 좋아. 어설프게 칼 같은 걸 내보였다간 그 자리에서 저승행이니까. 우린 반항하는 자한텐 가차 없거든.”

말하는 목소리가 조용했다.

“아무리 예쁜 귀족 아가씨라도 말이야.”

수수하게 차려 입고 있긴 했지만 옷차림이나 말투에서 그녀들이 평범한 마을 처녀가 아니라는 것은 그도 이미 눈치 채고 있었다.


“여긴 건장한 사내 놈들이 스무명은 있어. 내가 지시를 해도 녹록하게 따르지 않는 놈들이지. 그런 놈들 눈 밖에 나 공연히 험한 꼴 당하고 싶지 않으면 내 말대로 가만 있는 게 좋을 거야.”

“닥쳐.”

무서운 눈으로 디에나가 그를 노려 보았다.

“네깟 놈들에게 조롱받을 이유 없다. 죽이고 싶으면 죽여.”

살기등등한 기세에 두목은 잠시 그녀쪽을 보았다. 숨막힐 듯 조용한 공기가 흘렀으나 곧 두목이 큭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소리 없이 셰릴은 숨을 한 번 내쉬었다. 이 순간만큼은 두목이 호탕한 성격인 것에 그녀는 감사했다.

“이봐 아가씨.”

웃음을 누그러뜨리며 켈그레브는 말했다.

“내 아들이 깨어나고 우리가 안전한 곳까지 빠져 나가면 곱게 돌려 보내주지. 하지만 그 동안 반항하면, 말했지만 봐주는 거 없어.”

마차에서 한 발 떨어지며 그가 덧붙였다.

“어느 쪽이 나을지 한 번 잘 생각해 보라고.”

그렇게 말하며 남자가 고개를 돌렸다.

“오늘 밤은 여기서 보낸다.”

말들을 붙잡고 서 있는 도적들을 향해 소리치는 소리를 들으며 셰릴은 소리없이 다시 숨을 들이 마셨다.



“나쁜 놈들.”

그녀의 걱정과는 달리 옆에서 디에나가 인상을 쓴 채 중얼거렸다.

“도와줬는데 은혜도 모르면서.”

“그래도 함부로 말하지 말아요.”

조용히 셰릴은 말했다.

“어떻게 될 줄 알고..”

“죽기밖에 더 해요?”

찡그리며 부루퉁하게 말하는 소리에 셰릴은 그녀를 보았다.

“우린 잘못한 것도 없는데, 그럼 이런데서 죽는 건 억울하잖아요.”

나직한 음성으로 타이르듯 셰릴은 말했다.

"그러니까 지금은 말 한 마디도 조심해야 해요."


“하지만 난 명예를 버리면서까지 살고 싶진 않아요.”

그 말에 시큰둥하게 디에나가 대꾸했다.

“셰릴도 그렇잖아요?”

“아뇨. 난 살 수 있다면 살고 싶어요.”

디에나는 그녀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무슨 짓을 해서라도요?”

“명예롭게 죽는 게 나쁘진 않을지 몰라도 기회가 있는데 굳이 죽는 쪽을 선택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남자가 사라진 뒤 마차 주변이 조용해 진 것을 느끼며 그녀는 다시 말했다.

“이렇든 저렇든 난 역시 죽는 건 싫지만요.”

조심스럽게 몸을 움직여 마차 가장자리에서 그녀는 살짝 밖을 내다 보았다. 대체 여기가 어디일까.


“어디까지 내려 온 걸까요?”

이제 바닥에 주저앉으며 방금 전 대화는 머리에서 떠난 듯 디에나가 다시 말했다.

“잘 모르겠어요.”

한밤중이 될 때까지 밖을 볼 수가 없었으니 방향도 시간도 제대로 알 수가 없다.


셰릴은 마차 밖에 귀를 기울였다. 마차 밖으로 풀 벌레 우는 소리가 들리는 것 외에 멀리서 남자들이 웅성거리는 소리만 있을 뿐 조용했다.


“할머니 괜찮겠죠?”

혼자말처럼 디에나가 중얼거렸다.

“가져간 약이 효과가 있을 거에요.”

"우릴 찾을까요?"

"쓰러진 호위병들을 보고 무슨 일 생긴 건 알았을 거에요. 하지만..."

셰릴은 소리없이 숨을 들이 마셨다.

"그런다고 해도 우리가 어디 있는지 알 수 없을 거에요."

어느 방향으로 갔는지 아무도 본 사람이 없을 것이다. 그녀의 말에 잠시 생각하다가 디에나는 발 끝으로 바닥을 톡톡쳤다.

“우린 이제 어떻게 될까요?”

“저들이 약속했잖아요.”

마차 안쪽에 누워 있는 남자쪽을 다시 돌아 보며 조용히 셰릴은 말했다.

“상태가 좋아지면 우릴 놔두고 갈 거에요.”

디에나는 눈동자를 위로 치켜 떴다.

“도둑놈들이 약속을 지킬 생각이 있긴 할까요?”

“... 그러길 바래야죠.”

마차에 등을 기대며 지친 듯 셰릴은 살짝 한숨을 내쉬었다.








그로부터 닷새 후, 드미에서도 한 참 멀어지고 그들을 쫓는다는 기사단도 이미 따돌린 게 확실했지만 마차는 여전히 급하게 길을 가고 있었다.

“이제 곧 카르입니다.”

켈그레브를 향해 욘이 말했다.

“이대로 곧장 가면 문제없이 페이테드에 도착하겠네요.”

그들의 목적지인 페이테드에 가까이 왔다는 생각에 다행이라는 듯 중얼거리다가 문득 생각난 얼굴로 그가 다시 물었다.

“여자들은 이제 어쩌죠?”

“가는 길에 버려둬야지.”

켈그레브가 퉁명스럽게 말했다.

“이쯤이면 돌아가서 고한대도 우릴 쫓아오진 못할 거다.”

못마땅한 듯 욘이 눈살을 찌푸렸다.

“그냥 죽여 버리는 게 낫지 않아요? 괜히 여지를 남길 필요는....”

켈그레브가 쳐다보자 욘은 다시 말했다.

“그냥 죽여 버립시다 두목. 아니면 어디다 팔아버리거나..”

“언제부터 네가 여기 대장이 됐냐?”

켈그레브가 으르렁댔다.

“닥치고 시키는 대로 해.”

이런 일에 약하게 나오는 두목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욘의 표정이 좀 못마땅해졌다. 그러나 두목을 거스를 마음은 없었는지 삐죽거리며 그는 그대로 입을 다물었다.










며칠 동안 열이 오르락 내리락 하던 청년이 어제부터는 다시 열이 나는 것도 없이 상태가 제법 좋아져 있었다. 자는 청년의 옆에서 셰릴은 그의 숨소리가 이제 많이 안정된 것을 확인했다. 그러고 있는데 갑자기 마차가 자리에 섰다.

“내려.”

또 무슨 일인가 싶어 두 사람이 마부석 쪽을 보는데 마차 앞을 막아둔 휘장을 걷어 올리며 안을 향해 욘이 퉁명스럽게 말했다.



마차에서 내려 조심스럽게 셰릴과 디에나는 마차 밖으로 내려섰다.

“약속은 지킨다.”

마부석 쪽으로 다가온 두 사람을 내려다보며 켈그레브가 말했다. 짧게 그 한 마디만 하고 마차를 출발시키려는 그를 보고 서둘러 셰릴이 앞으로 나섰다.

“기다려요. 여기가...”

그러나 더 말할 새도 없이 마차는 그대로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뒤에 남아 셰릴은 앞으로 달려가는 마차를 멍하니 보았다. 잠시 후 흙먼지를 일으키며 달려가는 마차가 시야에서 완전히 멀어지자 그녀는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 도적들의 손에서 벗어났다는 게 그제야 실감났다.

그러나 도적들 손에서 벗어난 거야 다행이긴 했지만 지금 황망한 곳에 버려졌다. 어딘지도 모를 이런 곳이라니. 도적들 손아귀보다 조금 더 낫겠지만 위험하긴 마찬가지다.


“여기가 대체 어디에요?”

마찬가지로 마차가 사라지는 것을 보다가 천천히 디에나가 입을 열었다.

“정말 여기다 버려두는 거에요?”

셰릴보다 걱정은 덜 한 것 같았지만 이 상황이 황당하긴 그녀도 마찬가지인 듯 했다.


정말 어디에 버려두고 간 건지.. 막막한 기분이 몰려들었다.

“일단 마을을 찾아봐요.”

곧 셰릴은 말했다.

“여기 계속 있을 순 없으니까..”

그렇게 말하며 그녀는 주위를 둘러 보았다. 어딘지 모를 숲 한 가운데.

마음을 단단히 먹으며 셰릴은 걸음을 뗐다. 이번만큼은 겁이 전혀 안 나는 건 아니었는지 더 이상 말하지 않고 디에나도 조심스럽게 그녀를 따라 나섰다.







어디서 또 도적들이라도 갑자기 불쑥 나타나지 않을까 싶어 긴장한 채 셰릴은 계속 앞으로 걸어갔다.

어릴 때 숲에서 곧잘 시간을 보냈던 경험으로 어느 정도 숲에 익숙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이런 곳을 돌아다니는 게 위험하지 않을 리 없었다.


그녀는 머리 위에서 울창하게 우거진 나무들을 올려다 보았다. 한낮의 태양이 머리 위에 높이 떠 있다. 밤에 버려지지 않은 게 그나마 다행이다. 그렇게 숲을 따라 한참을 걸었을까. 마지막으로 우거진 수풀을 밀고 앞으로 나오자 조그만 빈 터가 나왔다.


더 앞으로 나가지 않고 어느 방향으로 가야할지 고민하고 있는데 빈 터 저쪽에 뭔가가 움직이는 게 눈에 들어왔다. 자세히 쳐다보니 꼬마 아이 하나가 나뭇가지 하나를 들고 수풀을 이리저리 들쑤시고 있었다.

안도감이 밀려들었다. 아이가 돌아다니는 걸 보니 가까이에 인가가 있다는 뜻이다.

“아이네요.”

디에나도 꼬마를 발견하고는 말했다.


두 사람이 아이 쪽으로 걸어가려는데 인기척을 느꼈는지 아이가 뒤를 돌아보는 듯 싶더니 갑자기 두 사람과 반대쪽으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아, 잠깐..”

당황해 셰릴이 손을 뻗었다.

“꼬마야 잠깐만..”

그대로 아이를 따라 뛰어가다가 중간에 튀어 나온 돌부리에 걸려 빈터 한 가운데에서 그녀가 앞으로 넘어졌다.

“셰릴.”

뒤에서 디에나가 뛰어왔다.

“괜찮아요?”

옆에 주저 앉아 그녀를 보며 걱정스러운 듯 디에나가 물었다.

“괜찮아요.”

대꾸하며 고개를 들어 그녀는 눈으로 아이를 찾았다. 아이의 모습은 이미 보이지 않았다.

“그새 사라졌는데요.”

디에나가 중얼거렸다.

셰릴은 한숨을 내쉬었다. 어쩔 수 없다.

“그래도 애가 있는 거 보니까 인가가 멀지 않을 거에요.”

일단 아이가 달려간 쪽으로 가보자고 생각하며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나는데 앞에서 수풀이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났다. 두 사람이 고개를 들었다. 아까 달려갔던 아이가 어느새 다시 돌아와서는 좀 떨어진 곳에 서서 두 사람을 보고 있었다.

“꼬마야.”

또 도망칠까 싶어 서둘러 셰릴은 입을 뗐다.

“우리 나쁜 사람 아니야.”

조심스럽게 앞으로 나오며 그녀는 말했다.

“마을이 어디 있는지 좀 알려주면...”

그렇게 말하던 그녀는 자신을 보는 아이의 얼굴 한 가운데서 붉게 빛나는 눈동자를 보았다. 피처럼 붉은 그 눈동자가 자신을 빤히 응시하고 있었다.

“셰릴..?”

당황스럽기는 마찬가지였는지 디에나가 그녀를 부르는데 수풀이 다시 부스럭거리는 소리를 냈다. 잠시 후 여기 저기 수풀 사이에서 대여섯 명의 아이들이 조금씩 모습을 드러냈다.

자신들을 보고 있는 눈동자가 다들 피처럼 붉은 것을 보고 할 말을 잃고 셰릴은 잠시 멍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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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19

  • 작성자
    Lv.42 김집사
    작성일
    13.12.30 08:53
    No. 1

    잘 보고 갑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9 명인k
    작성일
    13.12.30 19:04
    No. 2

    네 감사합니다 ^^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 들꽃처럼
    작성일
    13.12.30 16:23
    No. 3

    갑자기 뱀파이어 생각이 나서 무서워했어요 ㅋㅋㅋ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9 명인k
    작성일
    13.12.30 19:04
    No. 4

    켁... 안되는데요 그런 느낌이면.. =.=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9 백미천사
    작성일
    13.12.31 10:44
    No. 5

    흠..여전히 갈증이 풀리지 않는군요...얼렁 얼렁 많이 써서 좀 만나게 해줘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9 명인k
    작성일
    13.12.31 19:56
    No. 6

    노력중입니다. 하지만 당분간 백미천사 님 갈증이 풀리지 않을 것 같아 걱정이...^^;;;;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9 명인k
    작성일
    13.12.31 20:09
    No. 7

    연참하라는 말이 연참대전 참가하라는 뜻이 아니었군요.. ^^; 그러려면 비축분을 좀 만들어야 하나 하고 있었는데.. 그냥 쓰는데로 올려야 겠네요 ^^

    그리고 제가.. 핑계를 대려는 건 아니지만 지금 현재 비축분은 전혀 없습니다. 있는데 안 올리는 게 아니라.. 그럼 두 달 동안 뭐했냐 하실 것 같은데..;;
    콘티라고 해야 하나요.. 큰 틀과 적절한 에피소드만 생각해 두고 실제로 글을 써둔 게 아니어서 세부적인 장면을 생각해 두지 못했습니다. 그걸 쥐어 짜서 글을 올리는 중이라..
    앉으면 막 써지면 좋겠지만 그럴 실력이 안됩니다 ㅠㅠㅠㅠㅠ
    어쨌든 노력.. 중이긴 합니다. 진짜에요... ;;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4 누들스
    작성일
    14.01.12 22:51
    No. 8

    오랜만에 등장하는 기하 일족이네요 ㅎㅎ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9 명인k
    작성일
    14.01.12 23:02
    No. 9
  • 작성자
    Lv.74 작작삼삼
    작성일
    14.02.11 18:52
    No. 10

    잘 읽고 있습니다. 그런데, 치안이 잘 잡힌 세계같습니다. 데비가 돌아다니는데도 호위 하나 없는 걸 보면요. 엘리어트하고 데비가 허물없이 놀 수 있는걸 보면, 계급간 차별도 별로 없어보입니다.
    그래도... 영지 밖을 나가는 건데 호위병 하나 없이 돌아다니는 것은 조금 의문이 듭니다. 분명 셰릴이 호위병을 떼놓고 왔다고 해도, 그 주변 인물들이 그걸 그냥 두고 본다는 건 조금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9 명인k
    작성일
    14.02.11 20:58
    No. 11

    호위병 부분을 반복적으로 지적을 받으니 아무래도 수정을 좀 해야겠네요. 계급간의 차이는 있긴 하지만 어린 아이들한테 그걸 강요할 정도로 오니트 남작이 생각이 막힌 사람은 아닙니다. 락터드도 마찬가지고. 오랫동안 전장을 돌아다니면서 겪은 경험으로 사람 다 똑같다는 걸 아는 사람들이란 거죠.. 제가 아래 어디서도 그렇게 썼던 것 같긴 한데..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38 삐웅
    작성일
    15.01.16 18:14
    No. 12

    중세시대에 예쁜여자는 눕히면입자인 시댄데 뭐 이런거야 설정이니 그렇다치고 민폐만드는 여주인공이야 성격이 착해서라고 이해하고 넘어가겟지만 상처하나없이 보내주는 도적단이라니.....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Lv.95 용천마
    작성일
    15.03.09 01:38
    No. 13

    호위 설정은 아무리봐도 무리수입니다.

    좀 수정해주세요.

    딸이 그렇게 우긴다고 들어준 영주도 이해할수 있는 범위가 아니죠. 아버지라고 생각이 안들정도로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9 명인k
    작성일
    15.03.22 19:52
    No. 14

    완결되면 수정하겠습니다. 중간에 수정은 시간도 없고 스토리까지 손을 대야 하니 지금은 할 생각이 없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0 순한양
    작성일
    17.08.30 04:17
    No. 15

    배운게 없는 도적들이 저렇게 미인을 본다면. . . 바로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9 명인k
    작성일
    17.08.30 16:43
    No. 16

    먹고 살기 힘들어서 도적이 됐지만 나름 원칙은 있는 도적단 두목이라고 말하고 싶었는데 전달이 안되는 모양이군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0 순한양
    작성일
    17.08.30 04:19
    No. 17

    얼굴도 이쁘고 저 시대에 흔치않는 치료사라. . . 솔직히 누구나 강제로 자기사람 만들지 않을까요? 목숨하나 더 달고 다니는건데? 락터드가 북쪽으로 대신간것도 개연성이 좀 그렇고요 하지만 전 이글을 좋아하는 독자입니당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9 명인k
    작성일
    17.08.30 16:56
    No. 18

    락터드는 여기 안나오는데 1부에서 말하시는 건가요? ^^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냉가
    작성일
    17.09.21 01:03
    No. 19

    내 아들은 어떻지?
    밤이 지나야 알 수 있어요
    살려놔야 할 거야

    살리면 며느리 죽으면 마누라 이게 저 때 도적들 상식일 거 같은데... ㅋ
    예의 바르고 실력있는 놈들이 도적단을 왜 해 용병단을 하지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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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트의 반(VAN)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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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 하트의 반(VAN) - 2-4 재회(4) +34 14.01.09 3,895 131 15쪽
98 하트의 반(VAN) - 2-4 재회(3) +34 14.01.08 4,448 125 19쪽
97 하트의 반(VAN) - 2-4 재회(2) +14 14.01.07 3,633 119 9쪽
96 하트의 반(VAN) - 2-4 재회(1) +15 14.01.06 3,467 125 11쪽
95 하트의 반(VAN) - 2-3 아젠(6) +13 14.01.05 3,756 118 19쪽
94 하트의 반(VAN) - 2-3 아젠(5) +8 14.01.02 3,302 121 14쪽
93 하트의 반(VAN) - 2-3 아젠(4) +12 14.01.01 3,307 124 14쪽
92 하트의 반(VAN) - 2-3 아젠(3) +6 13.12.31 3,007 120 17쪽
» 하트의 반(VAN) - 2-3 아젠(2) +19 13.12.29 3,695 115 16쪽
90 하트의 반(VAN) - 2-3 아젠(1) +12 13.12.26 3,768 119 12쪽
89 하트의 반(VAN) - 2-2 이에넨(10) +5 13.12.25 4,490 132 20쪽
88 하트의 반(VAN) - 2-2 이에넨(9) +11 13.12.24 4,123 129 11쪽
87 하트의 반(VAN) - 2-2 이에넨(8) +12 13.12.22 3,894 115 13쪽
86 하트의 반(VAN) - 2-2 이에넨(7) +7 13.12.20 4,359 124 20쪽
85 하트의 반(VAN) - 2-2 이에넨(6) +3 13.12.19 4,086 124 19쪽
84 하트의 반(VAN) - 2-2 이에넨(5) +8 13.12.15 4,224 126 17쪽
83 하트의 반(VAN) - 2-2 이에넨(4) +1 13.12.12 3,850 130 12쪽
82 하트의 반(VAN) - 2-2 이에넨(3) +1 13.12.10 4,050 124 18쪽
81 하트의 반(VAN) - 2-2 이에넨(2) +5 13.12.08 4,211 126 11쪽
80 하트의 반(VAN) - 2-2 이에넨(1) +10 13.12.05 4,357 120 20쪽
79 하트의 반(VAN) - 2-1 헬렌(4) +9 13.12.03 4,322 118 15쪽
78 하트의 반(VAN) - 2-1 헬렌(3) +3 13.12.01 3,578 118 20쪽
77 하트의 반(VAN) - 2-1 헬렌(2) +12 13.11.28 3,832 111 17쪽
76 하트의 반(VAN) - 2-1 헬렌(1) +3 13.11.26 4,018 120 9쪽
75 하트의 반(VAN) - 2-0 엘소(2) +8 13.11.26 4,066 137 11쪽
74 하트의 반(VAN) - 2-0 엘소(1) +15 13.11.24 4,195 140 14쪽
73 하트의 반(VAN) - 번외. 반 네쉬하트(5) +10 13.11.21 3,222 96 19쪽
72 하트의 반(VAN) - 번외. 반 네쉬하트(4) +9 13.11.20 3,186 91 26쪽
71 하트의 반(VAN) - 번외. 반 네쉬하트(3) +3 13.11.17 2,962 92 18쪽
70 하트의 반(VAN) - 번외. 반 네쉬하트(2) +3 13.11.15 3,407 97 14쪽
69 하트의 반(VAN) - 번외. 반 네쉬하트(1) +11 13.11.11 4,062 101 14쪽
68 하트의 반(VAN) - 1-67. +19 13.09.18 5,307 162 16쪽
67 하트의 반(VAN) - 1-66. +11 13.09.17 6,937 154 22쪽
66 하트의 반(VAN) - 1-65. +4 13.09.16 4,120 154 10쪽
65 하트의 반(VAN) - 1-64. +3 13.09.14 5,764 157 13쪽
64 하트의 반(VAN) - 1-63. +2 13.09.12 4,049 138 10쪽
63 하트의 반(VAN) - 1-62. +16 13.09.09 6,180 155 15쪽
62 하트의 반(VAN) - 1-61. +7 13.09.06 4,361 157 14쪽
61 하트의 반(VAN) - 1-60. +2 13.09.04 4,288 170 17쪽
60 하트의 반(VAN) - 1-59. +17 13.09.02 7,252 160 23쪽
59 하트의 반(VAN) - 1-58. +21 13.08.30 4,648 158 21쪽
58 하트의 반(VAN) - 1-57. +9 13.08.28 4,058 150 12쪽
57 하트의 반(VAN) - 1-56. +33 13.08.26 4,737 153 17쪽
56 하트의 반(VAN) - 1-55. +13 13.08.23 5,020 168 16쪽
55 하트의 반(VAN) - 1-54. +10 13.08.21 7,902 168 19쪽
54 하트의 반(VAN) - 1-53. +7 13.08.19 5,246 160 11쪽
53 하트의 반(VAN) - 1-52. +5 13.08.16 6,038 157 10쪽
52 하트의 반(VAN) - 1-51. +5 13.08.15 5,376 165 16쪽
51 하트의 반(VAN) - 1-50. +16 13.08.12 6,528 179 15쪽
50 하트의 반(VAN) - 1-49. +7 13.08.10 6,231 168 18쪽
49 하트의 반(VAN) - 1-48. +4 13.08.08 5,734 165 22쪽
48 하트의 반(VAN) - 1-47. +15 13.08.06 5,212 161 16쪽
47 하트의 반(VAN) - 1-46. +8 13.08.05 4,831 168 12쪽
46 하트의 반(VAN) - 1-45. +7 13.08.02 5,133 172 11쪽
45 하트의 반(VAN) - 1-44. +6 13.08.01 4,774 166 9쪽
44 하트의 반(VAN) - 1-43. +9 13.07.29 5,468 169 15쪽
43 하트의 반(VAN) - 1-42. +8 13.07.25 5,012 179 12쪽
42 하트의 반(VAN) - 1-41. +11 13.07.22 4,803 171 16쪽
41 하트의 반(VAN) - 1-40. +6 13.07.18 5,177 180 18쪽
40 하트의 반(VAN) - 1-39. +4 13.07.15 4,727 186 22쪽
39 하트의 반(VAN) - 1-38. +9 13.07.11 6,738 166 13쪽
38 하트의 반(VAN) - 1-37. +13 13.07.08 5,225 165 19쪽
37 하트의 반(VAN) - 1-36. +2 13.07.05 6,459 170 2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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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하트의 반(VAN) - 1-33. +5 13.06.10 8,205 191 21쪽
33 하트의 반(VAN) - 1-32. +9 13.06.06 6,925 166 17쪽
32 하트의 반(VAN) - 1-31. +3 13.06.03 6,942 178 17쪽
31 하트의 반(VAN) - 1-30. +13 13.05.31 8,836 188 26쪽
30 하트의 반(VAN) - 1-29. +17 13.05.27 7,429 196 19쪽
29 하트의 반(VAN) - 1-28. +7 13.05.23 7,359 181 12쪽
28 하트의 반(VAN) - 1-27. +10 13.05.20 8,235 176 19쪽
27 하트의 반(VAN) - 1-26. +3 13.05.16 8,545 181 13쪽
26 하트의 반(VAN) - 1-25. +3 13.05.14 8,319 184 27쪽
25 하트의 반(VAN) - 1-24. +15 13.05.09 8,367 232 24쪽
24 하트의 반(VAN) - 1-23. +7 13.05.03 10,464 289 25쪽
23 하트의 반(VAN) - 1-22. +9 13.04.29 9,083 201 21쪽
22 하트의 반(VAN) - 1-21. +1 13.04.25 8,406 209 12쪽
21 하트의 반(VAN) - 1-20. +9 13.04.21 9,478 215 21쪽
20 하트의 반(VAN) - 1-19. +29 13.04.07 9,110 242 19쪽
19 하트의 반(VAN) - 1-18. +10 13.04.04 8,448 220 24쪽
18 하트의 반(VAN) - 1-17. +7 13.04.02 8,160 209 21쪽
17 하트의 반(VAN) - 1-16. +7 13.03.28 9,019 197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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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하트의 반(VAN) - 1-14. +6 13.03.21 8,955 223 24쪽
14 하트의 반(VAN) - 1-13. +7 13.03.17 9,495 228 12쪽
13 하트의 반(VAN) - 1-12. +8 13.03.11 9,218 222 16쪽
12 하트의 반(VAN) - 1-11. +6 13.03.07 9,542 230 16쪽
11 하트의 반(VAN) - 1-10. +6 13.03.04 10,136 251 18쪽
10 하트의 반(VAN) - 1-9. +2 13.02.28 10,107 235 19쪽
9 하트의 반(VAN) - 1-8. +6 13.02.26 10,646 256 14쪽
8 하트의 반(VAN) - 1-7. +6 13.02.25 11,245 271 15쪽
7 하트의 반(VAN) - 1-6. +19 13.02.21 11,296 282 16쪽
6 하트의 반(VAN) - 1-5. +14 13.02.19 13,172 277 20쪽
5 하트의 반(VAN) - 1-4. +13 13.02.17 14,301 330 15쪽
4 하트의 반(VAN) - 1-3. +9 13.02.17 15,198 327 13쪽
3 하트의 반(VAN) - 1-2. +15 13.02.11 16,472 350 13쪽
2 하트의 반(VAN) - 1-1. +15 13.02.10 21,877 403 12쪽
1 하트의 반(VAN) - 0. +15 13.02.04 29,032 440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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