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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인k 님의 서재입니다.

하트의 반(VAN)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명인k
작품등록일 :
2013.02.04 17:06
최근연재일 :
2019.02.10 23:08
연재수 :
29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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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9,6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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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216
글자수 :
2,269,960

작성
13.07.18 23:01
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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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
글자
18쪽

하트의 반(VAN) - 1-40.

DUMMY

장마가 끝나고 한여름으로 접어들었다. 한동안 찜통 같은 무더위가 계속되었고 그리고 여름의 막바지에 이르자 슬슬 포도를 수확할 시기가 되었다. 포도주를 만들기 위해 락터드와 엘리어트는 매일 산 어귀 오두막으로 가 가지마다 풍성하게 열린 포도를 땄다.


“그 때요.”

낮은 가지에서부터 포도를 따 바구니에 담으며 엘리어트는 물었다.

“그건 뭐였어요?”

“그거?”

락터드는 그 옆 나무 앞에 있었다.

“배가 폭발했을 때요.”

“아 그거?”

나무 사다리의 중간쯤에 올라가 잘 익은 포도를 따 락터드는 들고 있던 바구니에 넣었다.

“화약이란다.”

“화약이요?”

엘리어트가 반문했다.

“데이먼한테 물어 보겠니?”

설명해줄까 하다가 잠깐 생각하고 락터드는 덧붙였다.

“거기에 대해 아주 잘 알고 있으니까.”

대답하며 그는 머리 위 높은 가지의 포도송이에 손을 댔다.





“화약 말이냐?”

오두막 지하실에서 포도를 숙성시킬 커다란 통 위에 올라 앉아 통 닦기에 여념이 없던 데이먼은 바구니를 들고 나타난 엘리어트의 질문에 허리를 펴고는 등을 몇 번 툭툭거렸다.

“네.”

엘리어트는 바구니 가득한 포도를 커다란 들통에 쏟아 냈다.

“그걸 알아서 뭐하게?”

“그냥 궁금해서요.”

책에서 얼핏 본 적 있지만 폭발하는 걸 본 적은 처음이었다.

“궁금할 거 없다. 영 쓸데없는 물건이니까.”

“지난 번에 그걸로 사람들을 구했잖아요.”

다 쏟아 붓고 난 바구니는 바닥에 내려 놓고 엘리어트는 다른 바구니를 들어 올렸다.

“그럼 쓸데없는 물건은 아닌 것 같은데..”

“그럴 때도 있다만, 아닐 때가 더 많았거든.”

엘리어트의 말에 안 좋은 기억이라도 떠올랐는지 미간에 주름을 잡은 채 중얼거리던 그는 자신을 보는 시선에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알고 싶냐?”


엘리어트가 고개를 끄덕이는 걸 보고 눈살을 좀 찌푸리다가 데이먼은 말했다.

“그럼 집에 가서 보여주마.”

가게에 예전에 만들어 두었던 화약이 좀 있다.

“가지고 계세요?”

“기념품 같은 거라 조금 가지고 있다.”

심드렁히 데이먼이 대꾸했다.

“내 다리를 날린 게 그놈들 덕이니, 별로 기념할 일도 아니다만.”

그 말에 좀 놀랐는지 엘리어트가 쳐다보자 데이먼은 무뚝뚝하게 말했다.

“그러니 쓸데없는 거란 거다. 쓸데없이 희생을 크게 만들거든. 다행히 흔한 물건은 아니지만.”

뭔가 못마땅했는지 그는 다시 눈살을 찌푸렸다.

“그래서도 물론 안 되고.”


화약의 위력은 다양하게 나타난다. 초석이나 철가루, 숯, 유황등으로 만들어지지만 그 외 들어가는 재료 중 쉽게 구할 수 없는 것도 있었고 조성을 어떻게 맞추느냐에 따라 위력도 판이하게 달라졌다.

때문에 화약을 제대로 만들 줄 아는 사람은 얼마 되지 않았다. 그리고 군사력을 좌우하기 때문에 화약을 제조할 줄 아는 자들은 각 영주국마다 귀하게 취급받았다.



“나중에 필요하다고 하면 알려주마.”

기사였을 때 데이먼은 제법 알아주는 화약 제조가였다.

“하지만 함부로 여기지 않고 쉽게 생각하지 않겠다고 약속해야 한다. 그놈의 것 때문에 생각지도 못한 일이 벌어지곤 하니까.”

말을 하던 그는 엘리어트가 가져온 포도를 전부 통에 담은 것을 보고 물었다.

"다 했냐?"

"네."

“그럼 오전 일은 대충 끝낸 거 같으니 이제 가서 밥이나 먹자.”

그렇게 말하며 그가 통 밖으로 나왔다.







점심을 먹고 나와 엘리어트는 제재소로 갔다. 제재소도 작년부터는 부쩍 바빠져 반나절을 더해 하루 반을 일했고 엘리어트 외에도 마을의 젊은 청년 두 사람이 더 고용되서 일하고 있었다.

“아넷. 우리 말이야.”

저녁 때 일을 마치고 돌아가는 엘리어트를 보다가 머리를 긁적이며 버네드는 옆에 서 있는 아넷을 향해 말을 건냈다.

“나도 벌써 마흔이고 당신도 4년 뒤면 그렇잖아.”

청년들에게 줄 삯을 계산하고 있던 아넷이 그 말에 고개를 들어 남편을 보았다.

“이 이가. 내가 벌써 4년 뒤 나이까지 생각해야 겠어요?”

“아니, 내 말은 그게 아니라..”

발끈하는 그녀의 기색에 서둘러 버네드는 말했다.

“아이를 갖기엔 우리 둘 다 적은 나이가 아니라는 거지. 그래서 생각해봤는데..”

진지한 얼굴로 그는 말했다.

“엘리어트 말이야.”

무슨 말을 하나 싶어 의아한 눈으로 아넷은 남편을 쳐다보았다.



다음날 아침 엘리어트가 다시 제재소에 왔다. 원래 오는 날이 아니었지만 옆마을에 댈 물량을 만드는데 손이 부족해 엘리어트가 오늘은 오전까지 도와주기로 했다.

“엘리어트.”

오전 일을 끝내고 작업장에서 나온 엘리어트를 버네드가 불러 세웠다.

“나랑 아넷이 말이다.”

말하기가 좀 어색했는지 버네드는 한 번 헛기침을 했다.

“사실은 우리가 애가 없어서.. 양자를 들이면 어떨까 생각 중인데 말이야.”

거기까지 말하고 눈치를 살피듯 그는 엘리어트를 보았다.

“어떠냐?”

무슨 뜻인지 이해를 못하고 멀뚱히 보고 있는 눈빛에 다시 헛기침을 하고 그는 말을 이었다.

“그러니까 말이야...”

어제 아넷과 상의했던 얘기를 그가 다시 말하기 시작했다.





버네드 씨에게 말을 듣고 제재소를 나와 엘리어트는 다시 산 오두막으로 갔다. 포도 따는 일은 거의 끝났고 오늘부터는 포도를 으깨는 작업을 시작한다. 허리까지 오는 높이에 대략 사람 열은 들어갈만한 넓다란 통에 락터드와 함께 포도알을 들이 부었다.

발목 높이까지 포도가 차자 그만 멈추고 엘리어트는 곧 통 안으로 들어갔다. 포도를 밟아 으깨고 다 으깨진 포도들은 잘 손질된 오크통에 담았다.

“통이 모자라겠는데.”

이미 선주문을 받은 량도 많은데다가 수확된 포도도 예상보다 많아 올해는 작년에 비해 두 배에 해당하는 포도주를 담게 될 것 같았다. 그 덕에 오크통이 부족했다.

“농장에서 받아 올 수 있나?”

“거기서도 만들려면 시간이 필요해.”

오히라의 농장에 미리 말해두긴 했지만 아직 만들 시간이 충분치 않았다.

“급한대로 마을에 가서 몇 개 사올까?”

포도주도 맛에 따라 가격이나 쓰임이 달라지니 몇 개는 그냥 일반 통에 담아둘 수도 있다.

“그래야 겠군.”

락터드는 엘리어트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엘리어트.”

엘리어트는 구석 한 쪽에 있는 오크통 위에 걸터 앉아 있었다. 생각에 잠긴 얼굴로 부르는 소리를 못 듣고 있는 걸 보고 락터드가 다시 그를 불렀다.

“엘리어트.”

그제야 들었는지 엘리어트가 이쪽을 쳐다보았다.

“마을에 가서 오크통 좀 사오자.”

고개를 끄덕이며 엘리어트가 오크통 위에서 내려왔다.



마차를 끌고 산길을 따라 두 사람은 마을로 내려갔다. 나무통을 파는 자재상은 시장 제일 안 쪽에 있었다. 일반통이라고는 해도 상태가 영 안 좋은 것은 쓸 수 없다.

“적당한 게 없으면 에보니나 펜에 가게 될 수도 있겠다.”

마차를 몰던 락터드가 말했다.

“그러진 않았으면 좋겠는데.”

한창 바쁘니 거기까지 가는데 시간을 뺏기게 되지 않길 바라며 혼자말처럼 중얼거리다가 문득 엘리어트의 기색이 너무 조용한 걸 알고 락터드는 옆을 보았다. 조금 전처럼 엘리어트는 생각에 잠겨 있었다.

“엘리어트.”

그가 부르자 생각에서 벗어나며 엘리어트가 고개를 돌렸다.

“무슨 일 있니?”

락터드가 물었다.

“네?”

“하루 종일 딴 생각을 하는 것 같아서 말이다.”

“그게...”

망설이며 엘리어트가 말을 흐렸다.

“말하기 곤란한 일이라도 생긴 거냐?”

그렇다면 말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듯 너그러운 어조였다.

“그게 아니라...”

어떻게 할지 망설이는 기색으로 잠깐 사이를 두었다가 천천히 엘리어트는 버네드 씨에게 들은 얘기를 했다.

“그래?”

잠시 후 얘길 듣고 락터드가 알겠다는 듯 끄덕였다. 다소 뜻밖의 얘기였지만 버네드가 평소에 엘리어트를 좋게 보고 있다는 것은 그도 알고 있었다. 그리고 락터드가 보기에 버네드는 사람 좋고 우직한 사내였다. 그런 남자의 양자가 된다는 건 엘리어트에게도 좋은 일이었다.

“잘된 일이구나.”

락터드는 말했다.


“아, 그런데 양자가 되면 기사 수업은 ..”

거기에 생각이 미치자 그는 좀 난감한 얼굴이 되었다.

“부모의 허락을 다시 받아야겠지?”

어떻게 해야할 지 곰곰이 생각하는 얼굴이 되는 락터드를 보다가 엘리어트는 입을 열었다.

“저.. 그러지 않을 거에요.”

고개를 돌려 락터드가 그를 향해 시선을 주었다.

“버네드 씨랑 아넷 아주머니는 좋은 분들이시고 저한테도 잘해주셔서 늘 고맙다고 생각했어요.”

엘리어트는 말했다.

“그런 말 해주신 거, 감사하다고 생각해요. 정말로.”

그래서 어떻게 말을 해야 할지 내내 고민이 되었다.

“그렇게 생각하면서 어째서?”

의아한 눈으로 묻는 스승을 엘리어트는 잠시 가만히 응시했다.

“그냥요.”

곧 고개를 돌리며 나직한 목소리로 그가 대꾸했다.




마차가 시장에 도착하자 곧장 자재상으로 가 나무통을 확인했다. 다행히 적당한 통이 몇 개 있어 계산을 하고 난 뒤 통을 마차 뒤에 싣고 나왔다.

그리고 나서 포도주를 담을 유리병 몇 개와 코르크 마개를 사기 위해 다시 마차를 몰았다. 유리병과 코르크 마개는 시장 입구 책방 옆의 작은 잡화상에서 팔았다. 마차가 잡화상 앞에 도착하고 락터드가 들어가 물건을 사는 동안 엘리어트는 마차를 지키고 있었다.


“엘리어트.”

궤짝 하나를 가지고 책방 앞으로 나오던 기스터 영감이 그를 보고는 아는 척을 했다.

“할아버지.”

그를 보고 엘리어트는 반가운 얼굴이 되었다.

“요즘 통 안보이더니.”

성에 있는 서고를 이용할 수 있게 된 다음부터는 책방에서 책을 살 일이 없어졌다. 그래도 가끔씩 들리긴 했지만 최근에는 이것저것 일이 많아서 할아버지를 보는 건 몇 달 만이었다.

“기사 수업 때문에 바쁜 모양이구나.”

책방 앞으로 다가온 엘리어트를 향해 인자하게 웃으며 영감이 말했다.

“너무 힘들게 하진 마라.”

손을 뻗어 그가 엘리어트의 머리를 가볍게 한 번 쓰다듬었다.

“적당히 요령도 피우고 그래도 너라면 괜찮을거야.”

눈을 찡긋 하며 하는 소리에 엘리어트가 희미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 있는데 갑자기 우당탕 소리가 나며 옆집 잡화점 가게 문에서 락터드가 앞으로 튀어 나왔다.

생각보다 부피가 큰 상자 안에 가득 물건을 들고 나오다 앞이 안 보여 어디에 발이 걸렸는지 비틀거리다가 앞으로 넘어지는 락터드를 엘리어트와 기스터 영감이 어리둥절한 눈으로 보았다.

“휴...”

넘어지면서 상자를 놓치는 건 면했지만 병 한 두 개가 바닥으로 떨어지면서 깨지는 소리를 냈다.


곧 자리에서 일어난 락터드는 바닥에 떨어져 있는 유리병을 보고 한숨을 내쉬며 어깨를 늘어 뜨렸다. 엘리어트가 옆으로 걸어왔다.

“괜찮으세요?”

“괜찮다.”

힘없이 웃어 보이며 대꾸하고는 락터드는 깨진 병을 들어 올렸다. 병 하나가 제법 비싼데다가 지금 가지고 있는 돈도 없어 다시 살 수 없었다.

“이거 참...”

넘어져서 깨뜨렸다고 하면 꼬투리 잡혀 내내 한소리 들을 것이다.

“데이먼한테는 비밀로 해줄래?”

겸언쩍은 듯 웃으며 락터드가 엘리어트에게 말했다.

“전 거짓말은 안 해요.”

그 말에 스승을 빤히 보다가 엘리어트가 대답했다.

“잠자코만 있으면 되지 않니?”

“데이먼 아저씨가 안 물어 보시면요.”

그러나 병 값으로 받은 돈이 빈다는 걸 알면 셈이 밝은 데이먼이 바로 확인할 게 분명했다.

“하지만 물어보실 것 같아요.”

뒤통수를 긁적이며 락터드는 쓴 웃음을 지었다.

‘자식.. 봐주는 거 없네.’


“아이고, 괜찮으십니까? 기사님.”

넘어지는 것을 보고 있던 기스터 영감이 저쪽에서 말을 건냈다.

“아 예. 괜찮습니다.”


락터드가 넘긴 상자를 마차 뒤에 싣고 와 엘리어트는 다시 기스터 영감에게로 걸어갔다. 아까 가지고 나온 궤짝에 안팔린 책을 정리할 생각이었는지 기스터 영감은 책장 앞에다 작은 발 받침대를 놓고 있었다.

“제가 할게요 할아버지.”

그 모습에 엘리어트가 말했다.

“아니다. 이제 가봐야지.”

엘리어트가 락터드를 향해 시선을 주자 락터드가 끄덕였다.

“도와드리렴.”

그는 깨진 병 조각이 남아 있는 바닥을 보았다.

“나도 저것 좀 치워야 하니.”


허락이 떨어지자 엘리어트는 영감이 들고 나온 나무 궤짝이 있는 쪽으로 걸어갔다. 잘 안 팔리는 책은 선반에서 치워 안에 들여다 놓곤 했다. 어지럼증이 있는 기스터 영감을 도와 예전에 종종 엘리어트가 정리하는 걸 돕곤했다.


맨 위 선반과 두 번 째 선반에서 책을 꺼내 내려와 나무 궤짝 안에 차곡차곡 담았다.

“안에 놔둘까요?”

“오냐.”

책을 다 담고 묻자 영감이 끄덕였다. 궤짝을 들고 엘리어트는 책방 안에 있는 작은 방쪽으로 걸어갔다.


“영감님께는 친절하네요.”

유리 조각을 다 치우고 락터드가 책방으로 걸어오며 말했다.

“저한텐 은근히 고집있게 구는데 말이죠.”

락터드가 기운 없이 웃어 보였다.

“비결 좀 알려 주시겠습니까?”

“저야 말로 궁금합니다.”

비식 웃으며 기스터 영감은 말했다.

“여간해선 남한테 속을 안 내비치는 녀석인데....”

머리를 긁적이던 손을 내리며 락터드는 영감을 보았다.

“기사님한테는 그래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모양입니다.”

웃으며 하는 소리에 락터드는 잠깐 엘리어트가 들어간 가게 안쪽으로 시선을 주었다. 희미하게 그는 미소를 지었다.

“그냥 잔소리 하는 것 뿐인데요.”

그리고는 곧 한숨을 섞어 그가 대꾸했다.





엘리어트가 책방 안에 있는 작은 창고방에서 다시 궤짝을 정리하는 동안 앞을 지나치던 마차 한 대가 가게 앞에 멈추고 있었다. 왠 마차인가 싶어 돌아보는데 안에서 내리는 사람을 알아보고는 락터드의 눈썹이 조금 치켜 올라갔다.

“데비.”

마차 안에서 내려선 소녀가 이쪽을 향해 뛰어왔다.

“아저씨.”

앞으로 뛰어온 그녀가 크게 숨을 몰아쉬며 그를 올려다 보았다.

“아이쿠.. 이거 오랜만이구나.”

1년도 넘게 보지 못한 데비가 갑자기 나타나자 눈을 조금 크게 뜨며 그는 말했다.


“로안에서 이제 돌아오는 거니?”

“네. 지금이요.”

지금 막 로안에서 돌아와 그녀는 성으로 들어가는 길이었다. 그러다가 길가에서 락터드를 발견하고 마차를 세웠다.

"잘 계셨어요?"

"그래. 잘 지냈니?"

웃으며 대꾸하고 그는 물었다.

“어머니는 괜찮으시고?”

“많이 좋아지셔서 이제 괜찮으세요.”

“다행이구나, 걱정했는데.”

미소를 지으며 그는 다시 말했다.

“못 본 사이에 예뻐졌구나.”

“어머. 원래 예뻤는데요 전.”

짐짓 시치미를 떼며 대꾸하는 소리에 락터드가 좀 웃는 동안 안에서 엘리어트가 나왔다. 밖으로 걸어 나오던 그는 락터드의 옆에 서 있는 데비를 발견하고는 걸음을 멈추었다.


“안녕.”

그를 발견하고 싱긋 웃으며 데비가 인사를 했다. 엘리어트는 두 사람의 앞으로 걸어왔다.

“안녕.”

그녀를 향해 마찬가지로 인사를 하고는 엘리어트가 입을 다물자 두 사람을 잠깐 보다가 락터드는 기스터 영감을 향해 말했다.

“영감님. 이왕 온 김에 제가 도와드릴 건 없습니까?”

그가 영감을 향해 걸어갔다.

“어디가 고장이 났다든지..”

기스터 영감을 향해 성큼 걸어가는 락터드를 잠깐 보다가 데비는 다시 엘리어트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오랜만이야 엘리어트.”

미소를 지으며 그녀가 그를 향해 말했다.

“1년 하고도 넉 달 만이네.”

엘리어트는 말하고 있는 그녀를 가만히 보았다.

“응.”

고개를 좀 끄덕이다가 그는 입을 뗐다.

“괜찮으셔?”

그 물음에 데비가 다시 엘리어트를 보았다.

“로안에 계신..”

“아.. 아저씨한테 들었구나.”

데비는 눈썹 옆을 긁적였다.

“엄마는 많이 괜찮아 지셨어. 그래도 걱정이 되서 한 동안 있었거든.”

그녀는 말을 이었다.

“좀 빨리 오고 싶었는데, 이모는 날 너무 예뻐해. 그래서 어쩌다 보니까..”

생각지도 못한 기한을 다시 떠올리며 데비는 다시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너랑 아저씨한테 인사도 제대로 못하고 가서, 사실은 계속 마음에 걸렸는데..”

환하게 웃으며 그녀는 말했다.

“그래서 돌아오자마자 인사하려고 했는데 이렇게 바로 만났네.”

“아가씨.”

말하고 있는데 마차 안에 타고 있던 일행이 길게 그녀를 불렀다.

“아.. 가요.”

그쪽에 대고 대꾸하며 데비는 다시 엘리어트를 보았다.

“가봐야 겠다 다시.”

오니트 남작도 아직 그녀가 돌아온 걸 모르고 있었다. 기다리는 일행도 있는데다 가서 돌아왔다는 말을 하고 짐도 정리해야 했다.

“나중에 또 봐. 엘리어트.”

고개를 끄덕여 보이는 엘리어트를 향해 다시 미소 짓고는 그녀는 마차로 뛰어갔다. 그 모습을 엘리어트는 가만히 응시했다.


“데비가 아주 예뻐졌구나.”

뒤에서 날아온 소리에 엘리어트가 돌아 보았다. 갑판대 뒤에 서 있던 락터드가 뛰어가는 데비의 뒷모습을 보며 태평스러운 얼굴로 말하고 있었다.

“그렇지 않니?”

엘리어트의 얼굴이 좀 붉어졌다.

“네?”

짐짓 모른척하며 락터드는 말했다.

“그냥 물어 보는 거다.”

잠시 가만히 있다가 엘리어트는 대답했다.

“원래부터 예뻤어요, 저 앤.”

데비가 뛰어간 마차쪽을 보며 말하는 소리에 락터드는 소리 없이 웃었다.

‘이 녀석은 의외인데서도 솔직하다니까.’

책방 안에 대고 락터드는 목소리를 높였다.

“저희 그만 가보겠습니다 영감님.”

기스터 영감이 안에서 손을 들어보이는 것을 보고 락터드는 책방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는 마차 쪽으로 몸을 틀었다.

“가자 이제.”

다시 한 번 데비가 사라진 쪽을 보다가 엘리어트도 곧 발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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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 하트의 반(VAN) - 번외. 반 네쉬하트(3) +3 13.11.17 2,962 92 18쪽
70 하트의 반(VAN) - 번외. 반 네쉬하트(2) +3 13.11.15 3,407 97 14쪽
69 하트의 반(VAN) - 번외. 반 네쉬하트(1) +11 13.11.11 4,062 101 14쪽
68 하트의 반(VAN) - 1-67. +19 13.09.18 5,307 162 16쪽
67 하트의 반(VAN) - 1-66. +11 13.09.17 6,937 154 22쪽
66 하트의 반(VAN) - 1-65. +4 13.09.16 4,120 154 10쪽
65 하트의 반(VAN) - 1-64. +3 13.09.14 5,764 157 13쪽
64 하트의 반(VAN) - 1-63. +2 13.09.12 4,049 138 10쪽
63 하트의 반(VAN) - 1-62. +16 13.09.09 6,180 155 15쪽
62 하트의 반(VAN) - 1-61. +7 13.09.06 4,361 157 14쪽
61 하트의 반(VAN) - 1-60. +2 13.09.04 4,289 170 17쪽
60 하트의 반(VAN) - 1-59. +17 13.09.02 7,252 160 23쪽
59 하트의 반(VAN) - 1-58. +21 13.08.30 4,648 158 21쪽
58 하트의 반(VAN) - 1-57. +9 13.08.28 4,058 150 12쪽
57 하트의 반(VAN) - 1-56. +33 13.08.26 4,737 153 17쪽
56 하트의 반(VAN) - 1-55. +13 13.08.23 5,020 168 16쪽
55 하트의 반(VAN) - 1-54. +10 13.08.21 7,902 168 19쪽
54 하트의 반(VAN) - 1-53. +7 13.08.19 5,246 160 11쪽
53 하트의 반(VAN) - 1-52. +5 13.08.16 6,038 157 10쪽
52 하트의 반(VAN) - 1-51. +5 13.08.15 5,376 165 16쪽
51 하트의 반(VAN) - 1-50. +16 13.08.12 6,528 179 15쪽
50 하트의 반(VAN) - 1-49. +7 13.08.10 6,231 168 18쪽
49 하트의 반(VAN) - 1-48. +4 13.08.08 5,734 165 22쪽
48 하트의 반(VAN) - 1-47. +15 13.08.06 5,212 161 16쪽
47 하트의 반(VAN) - 1-46. +8 13.08.05 4,831 168 12쪽
46 하트의 반(VAN) - 1-45. +7 13.08.02 5,133 172 11쪽
45 하트의 반(VAN) - 1-44. +6 13.08.01 4,774 166 9쪽
44 하트의 반(VAN) - 1-43. +9 13.07.29 5,468 169 15쪽
43 하트의 반(VAN) - 1-42. +8 13.07.25 5,013 179 12쪽
42 하트의 반(VAN) - 1-41. +11 13.07.22 4,803 171 16쪽
» 하트의 반(VAN) - 1-40. +6 13.07.18 5,178 180 18쪽
40 하트의 반(VAN) - 1-39. +4 13.07.15 4,727 186 22쪽
39 하트의 반(VAN) - 1-38. +9 13.07.11 6,738 166 13쪽
38 하트의 반(VAN) - 1-37. +13 13.07.08 5,225 165 19쪽
37 하트의 반(VAN) - 1-36. +2 13.07.05 6,459 170 24쪽
36 하트의 반(VAN) - 1-35. +6 13.07.01 6,041 164 17쪽
35 하트의 반(VAN) - 1-34. +25 13.06.13 5,893 181 11쪽
34 하트의 반(VAN) - 1-33. +5 13.06.10 8,205 191 21쪽
33 하트의 반(VAN) - 1-32. +9 13.06.06 6,926 166 17쪽
32 하트의 반(VAN) - 1-31. +3 13.06.03 6,942 178 17쪽
31 하트의 반(VAN) - 1-30. +13 13.05.31 8,836 188 26쪽
30 하트의 반(VAN) - 1-29. +17 13.05.27 7,429 196 19쪽
29 하트의 반(VAN) - 1-28. +7 13.05.23 7,359 181 12쪽
28 하트의 반(VAN) - 1-27. +10 13.05.20 8,235 176 19쪽
27 하트의 반(VAN) - 1-26. +3 13.05.16 8,545 181 13쪽
26 하트의 반(VAN) - 1-25. +3 13.05.14 8,319 184 27쪽
25 하트의 반(VAN) - 1-24. +15 13.05.09 8,367 232 24쪽
24 하트의 반(VAN) - 1-23. +7 13.05.03 10,464 289 25쪽
23 하트의 반(VAN) - 1-22. +9 13.04.29 9,083 201 21쪽
22 하트의 반(VAN) - 1-21. +1 13.04.25 8,406 209 12쪽
21 하트의 반(VAN) - 1-20. +9 13.04.21 9,478 215 21쪽
20 하트의 반(VAN) - 1-19. +29 13.04.07 9,110 242 19쪽
19 하트의 반(VAN) - 1-18. +10 13.04.04 8,448 220 24쪽
18 하트의 반(VAN) - 1-17. +7 13.04.02 8,160 209 21쪽
17 하트의 반(VAN) - 1-16. +7 13.03.28 9,020 197 15쪽
16 하트의 반(VAN) - 1-15. +6 13.03.25 10,206 200 15쪽
15 하트의 반(VAN) - 1-14. +6 13.03.21 8,955 223 24쪽
14 하트의 반(VAN) - 1-13. +7 13.03.17 9,495 228 12쪽
13 하트의 반(VAN) - 1-12. +8 13.03.11 9,218 222 16쪽
12 하트의 반(VAN) - 1-11. +6 13.03.07 9,542 230 16쪽
11 하트의 반(VAN) - 1-10. +6 13.03.04 10,136 251 18쪽
10 하트의 반(VAN) - 1-9. +2 13.02.28 10,107 235 19쪽
9 하트의 반(VAN) - 1-8. +6 13.02.26 10,646 256 14쪽
8 하트의 반(VAN) - 1-7. +6 13.02.25 11,245 271 15쪽
7 하트의 반(VAN) - 1-6. +19 13.02.21 11,296 282 16쪽
6 하트의 반(VAN) - 1-5. +14 13.02.19 13,172 277 20쪽
5 하트의 반(VAN) - 1-4. +13 13.02.17 14,301 330 15쪽
4 하트의 반(VAN) - 1-3. +9 13.02.17 15,198 327 13쪽
3 하트의 반(VAN) - 1-2. +15 13.02.11 16,472 350 13쪽
2 하트의 반(VAN) - 1-1. +15 13.02.10 21,877 403 12쪽
1 하트의 반(VAN) - 0. +15 13.02.04 29,032 440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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