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트의 반(VAN) - 1-35.
여름이 되었다. 곧 장마가 시작 되었고 우중충하고 흐린 날씨와 함께 비는 하루 걸러 한 번씩 오스티아에 내렸다.
바람이 방안으로 밀려들어오면서 들창이 덜컹거리며 흔들렸다. 서둘러 걸어가 들창을 잡고는 루씰 투스는 밖을 내다 보았다. 마른 번개가 저 멀리 나루터 하늘에서 번쩍거리는 것이 눈으로 보였다.
“또 폭풍우가 오려나.”
새까맣게 구름 낀 하늘을 올려다보며 중얼거리고는 그녀는 들창을 닫았다. 걸어가 방금 정리하고 걷은 이불 포대를 둘둘 말아 양 손에 든 채 루씰은 방 밖으로 걸어 나갔다.
이웃 마을과 교통로 역할을 하는 에보니에는 나루터가 하나 있었는데 여관 투스는 나루터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있었다. 여관 주인은 헤먼 투스라는 영감으로 젊었을 때부터 근 사십 년을 이 자리에서 여관을 운영했다. 한 때는 사위와 딸과 함께 여관을 꾸렸지만 8년 전에 사위가 사고로 죽고 나서 지금은 과부가 된 딸과 어린 손자와 함께 투스를 지키고 있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여관은 발 딛을 틈이 없을 정도로 사람이 붐비며 북새통을 이루었지만 지금은 여관들이 늘어나고 상대적으로 투스는 낡아가서 예전만큼 많은 손님을 끌지는 못했다. 그래도 나루터에서 가장 가깝다는 이점 때문에 손님이 완전히 끊기 지는 않았지만.
1층 식당 옆에 붙어있는 부엌에서 뒤뜰로 이어진 작은 문 밖 처마 아래 서서 파이프 담배를 입에 문 채 투스 영감은 하늘을 올려다 보고 있었다. 안에서 담배를 피우면 끝없이 잔소리 하는 딸년과 부엌일 하는 아낙들 덕에 담배를 필만한 곳은 이런 후미진 구석 밖에 없었다. 여기도 언제까지 괜찮을지 모르지만.
영감은 담배를 깊이 들이 마셨다 내뿜었다. 담배 연기가 위로 피어 오르는 것을 보다가 연기와 맞물려 시선이 구름 낀 하늘로 이어졌다. 아직 저녁이 될 시간은 아니지만 이미 새까맣게 낀 먹구름으로 날은 어두컴컴하다. 제법 거세진 바람과, 마른 번개가 하늘 저쪽에서 번쩍거리는 것으로 보아 곧 한바탕 쏟아질 것이다.
“또 여기 숨어 있소? 영감.”
중년 남자 한 명이 여관 뒤쪽으로 나 있는 샛길을 통해 이쪽을 향해 걸어오며 걸쭉한 목소리로 영감을 향해 말했다.
“어, 어.”
제대로 시선도 주지 않은 채 영감이 웅얼거리듯 응수했다.
“아니 자기 집에서 왜 이런데 숨어서 이래? 당당하게 사슈.”
남자는 여관에 잡다한 물건을 대는 버르만이었다.
“여기도 감지덕지야.”
다시 담배를 들이 마시며 영감은 대꾸했다.
“루씰이 싫어하니.”
“루씰이?”
그 말에 갑자기 버르만이 헤벌쭉 웃었다.
“그럼 안 되지 안 돼. 루씰이 싫어하면.”
“물건은?”
요즘 올 때마다 되풀이 하는 소리를 다시 듣기 전에 영감은 말했다.
“다 가져왔어?”
“가져왔지. 지난번에 주문한대로.”
들고온 상자를 바닥에 내려 놓고는 그는 상자 옆을 발로 툭툭 쳤다. 젊었을 때는 행상을 하며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다가 지금은 마을 안에서 잡화상을 하고 있는 버르만은 체격이 건장한 중년 사내로 나이답지 않게 말이 많고 실없는 농담을 자주 하는 남자였다.
“여기서 청승 떨지 말고 오늘 나랑 같이 한 잔 어떻소?”
몸을 숙여 영감이 상자 안을 확인하는 동안 버르만은 말했다.
“이런 날엔 술 한 잔 해야 제격이지.”
“장사 안 하고?”
“오늘 배달은 여기가 마지막이라 더 일 없수.”
“자네 말고 우리 장사 말이야.”
“보아하니 여기도 오늘은 별 손님 없을 것 같구먼 뭘.”
“없긴 왜 없어?”
“배 안 들어오면 손님 없는 거지 별 수 있나?”
폭풍우가 오면 오늘 더 이상 배가 들어오는 건 어려울 것이다.
“배 안 뜨면 하루 더 묶는 손님 느는 건 생각 안하고?”
“아.. 그것도 그러네.”
그제야 생각했는지 머리를 긁적거리는 버르만을 보다가 투스 영감은 다시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아닌 게 아니라 날이 이러면 금방 비가 쏟아질테니 오늘 더 이상 배가 뜨기는 어려울 것이다. 사십 년을 이 자리에서 장사를 했으니 구름 낀 정도만 봐도 어느 정도 쏟아질 지 감이 잡혔다. 오늘 뿐 아니라 아마 며칠은 날이 좋을 것 같지 않다.
“며칠은 지루하겠구먼.”
혼자말처럼 영감이 중얼거렸다.
“지루하긴. 다행인줄 아슈. 옆 마을은 지금 도적단 때문에 속께나 끓인다던데.”
작년에 오랜만에 오스티아에 흉작이 찾아와서 먹고 살 길이 궁해서인지 갑자기 도적단들이 기승을 부리고 있었다. 최근에는 에보니에서 좀 떨어져 있는 마을이 도적단의 습격을 받았고 그래서 영주 기사들이 그곳에 대거 내려가 있다는 소식을 행상인들에게 전해 들었다.
“그것보다 낫지 뭘.”
“그야 그렇지.”
핀잔에 기운없이 응수하며 영감은 이제 파이프를 뒤집어 다 타버린 담뱃재를 바닥에 툭툭 털어 냈다.
부엌 뒷문이 덜컥 열렸다. 밖에 있는 빗자루를 가져 오려고 한 발 밖으로 나오던 루씰은 마침 밖에 있는 아버지와 버르만을 보았다.
“여어. 루씰.”
한 손을 들어 보이며 옆에서 버르만이 그녀를 향해 인사치레를 했다.
“버르만.”
건성으로 응수하며 루씰은 영감을 향해 말했다.
“여기 계셨어요?”
“그래.”
티나지 않게 파이프를 뒤로 슬며시 감추며 영감이 대꾸했다.
“이제 붐빌 시간인데 여기 계시지 말고 식당 좀 도와주세요.”
“알았다.”
빗자루를 들어올리는 그녀를 향해 영감은 말했다.
“위는 다 치웠냐?”
아까 방 정리 하러 올라가는 루씰을 확인하고 밖에 나온 참이었다.
“대충이요.”
“대충 말고 깨끗이 해야지.”
“방은 다 치웠는데 할 일 또 있단 뜻이에요. 대충 치웠다는 게 아니라.”
미간에 살짝 주름을 잡으며 그녀가 대꾸했다.
“여기서 고생하는 거 싫으면 말이야 루씰.”
그녀를 향해 좀 음흉하게 웃어 보이며 버르만은 말했다.
“나한테 시집이나 오라니까.”
“또 그 소리에요? 농담하지 말아요 버르만.”
“농담 아니야. 나한테 시집오면 내가 잘 해줄께.”
벌써 몇 번째 같은 소리에 그녀는 소리 없이 한숨을 내쉬고는 무뚝뚝하게 대꾸했다.
“그렇게 잘해줘서 부인이 집 나갔어요?”
그의 부인은 벌써 서너 해 전에 집을 나갔다.
“그 여편네는 딴 놈이랑 눈 맞아 도망간 거고.”
기분 나쁜 일이 생각났는지 인상을 쓰며 그가 대꾸했다.
“오죽했으면 그랬을까.”
“아니라니까? 나 잘못한 거 없어.”
혼자된 여자한테 이리저리 추파를 던지는 사내들을 많이 겪어서인지 이제 웬만한 말에는 끄덕도 않는 그녀는 억울한 듯 목소리를 높이는 버르만의 말에는 더 이상 응수하지 않고 뒷문 밖에 내놓았던 빗자루를 들어 올렸다.
“볼 일 끝났으면 빨리 가기나 해요. 비 더 쏟아지기 전에.”
조금 전부터 이제 부슬부슬 비가 내리기 시작하고 있다. 구름으로 봐서 금방 소나기로 바뀔 것이다.
“오늘 배 더 들어오진 않겠죠 아버지?”
빗자루를 든 채 문득 좀 걱정스러운 얼굴로 루씰이 말했다.
“날씨를 보아하니 힘들 것 같은데. 왜?”
“레미 오늘 돌아온다고 했잖아요.”
“그랬나?”
“그랬어요.”
루씰은 어두컴컴한 하늘을 한 번 올려다 봤다.
“날이 이런데 내일 오겠죠, 설마.”
조금 걱정이 되는 얼굴로 한 번 중얼거리고는 그녀는 곧 다시 부엌 안으로 들어갔다.
“레미 오늘 온다고 했어요?”
루씰이 안으로 들어가자 버르만이 곧 영감을 향해 물었다.
“그랬나봐.”
열 세 살 된 루씰의 아들이 며칠 전에 옆 마을에 갔다.
“그랬나봐는 무슨. 남의 손자요? 걱정 안 돼?”
의외로 레미가 그를 잘 따랐기 때문에 버르만은 루씰보다는 레미와 사이가 더 좋았다.
“늙어봐. 아무리 걱정 되도 기억이 안 나는 게 있는 법이야.”
한숨처럼 대꾸하고는 영감은 말했다.
“좌우간 할 일 없으면 나루터에나 한 번 갔다와 봐 그럼. 배 얼마나 더 들어올지도 물어보고.”
“알겠수다. 그래야 겠네.”
들고 왔던 나무 궤짝을 그는 구석 한 쪽으로 밀어 놓았다.
“갔다 오겠수 그럼.”
술 얘기는 까먹었는지 그새 다른 데 정신이 팔린 얼굴로 영감을 향해 말하고는 버르만은 몸을 돌렸다. 샛길 밖으로 나가 성큼 걸음을 옮기는 버르만의 뒷모습을 보다가 영감은 다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어지간히 쏟아지겠구만.”
심상치 않은 하늘의 기운을 느끼며 영감이 중얼거렸다.
여관 1층 식당 테이블은 총 열 두 개였다. 배가 늦어져서 방에 있던 사람들이 많이 내려와 있었는지 평소보다 많은 테이블 차 있었다. 그러나 딱히 식사를 시키는 사람은 많지 않아서 부엌은 한가했다.
대략 서너 개 테이블에 간단히 차를 내다 주고 빈 쟁반을 든 채 부엌으로 빠져 나와 루씰은 들창을 열고 다시 밖을 보았다. 조금 전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해 이미 꽤 많은 비가 쏟아지고 있었다. 이 정도 비바람이면 나루터는 더 심할 것이다.
걱정스러운 얼굴로 그녀는 들창을 다시 내다봤다. 나루터에서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사람을 많이 봐서 인지 레미는 평소 새로운 것을 많이 보고 많은 곳을 돌아다니고 싶어 했다.
내내 졸라대는 걸 계속 허락 안하다가 지난 번 여관과 친분이 있던 아버지의 오랜 친구 손에 들려 옆마을에 잠깐 갔다 오게 했다. 오늘 돌아올거라고 했는데 하필 날씨가 이래서 제대로 오고 있는지 걱정이 됐다.
“루씰.”
주문이 들어왔는지 안쪽에서 부르는 소리에 서둘러 생각에서 벗어나며 루씰은 서둘러 창을 닫고 몸을 돌렸다.
여관이 나루터에서 멀지 않은 곳이라 나루터에 갔다가 억수같이 쏟아지는 비를 뚫고 잠시 후 버르만은 다시 여관으로 돌아오고 있었다. 1층 식당을 통해 안으로 뛰어 들어오자 입구 근처에 앉아 있던 사람들 몇이 그를 향해 시선을 주었다. 머리와 어깨에서 뚝뚝 떨어지는 물을 털어내며 주위를 두리번대다가 그는 구석 한 쪽 테이블에 자리 잡고 앉아 있는 영감의 앞으로 걸어갔다.
“어때?”
식당 일을 좀 도와주다가 할 일이 없어 한 구석에 앉아 있던 영감이 그를 향해 물었다.
“영감 말대로 오늘 배는 더 이상 못 뜬다고 합디다.”
맞은편에 앉아 나루터지기들한테 들은 말을 전하며 버르만은 젖은 머리를 다시 털어냈다.
“그것보다 돌아오는 거 말이오. 가보니까 펜에서 이미 배가 한 척 들어와 있더라고.”
펜은 레미가 간 마을이다.
“그럼 레미는?”
“그 배엔 없었소. 근데..”
갑자기 말을 많이 해서 숨이 찼는지 버르만은 침을 한 번 꼴깍 삼켰다.
“펜에서 출발한 게 두 대래.”
“두 대?”
“선원들이 그러는데 나머지 한 대가 오다가 방향을 돌리는 걸 봤답니다.”
“그게 무슨 소립니까?”
갑자기 두 사람 근처에 앉아 있던 남자 한 명이 두 사람의 대화에 끼어 들었다.
“배에 무슨 문제라도 생겼습니까?”
버르만이 돌아보니 남자 뿐 아니라 가까운 테이블에 앉아 있던 사람들이 전부 버르만쪽을 보고 있었는데 식당 안이 좀 조용했는데다가 대부분 일행을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이다 보니 나루터에 대해 그가 하는 말이 귀에 들어온 듯 했다.
“비 때문에 여기까지 들어오지 못하고 중간에 다른 나루터쪽으로 방향을 튼 모양이오.”
버르만은 대답했다.
“그게 무슨 소리요?”
옆 테이블에 앉아 있던 다른 남자들도 끼어 들었다.
“여기 다른 나루터가 있었소?”
버르만이 쳐다보자 남자가 덧붙였다.
“우리 일행도 펜에서 들어오는데 아직 도착을 안했소.”
먼저 온 배가 들어온 지 이미 시간이 좀 지났기 때문에 여기 일행이었다면 이미 이 여관으로 찾아 왔을 것이다. 오기로 한 사람들이 아직 오지 않았다면 다른 배에 타고 있을 가능성이 있었다.
“다른 데라기 보단 예전에 쓰던 나루터 쪽으로 간 것 같소.”
버르만은 아까 선원들에게 들었던 소리를 다시 전했다.
“선원들 말로는 그 쪽으로 회항하는 걸 본 것 같다고 해.”
풍랑에 배를 대는 게 어려워서 배를 돌렸을 수 있다. 그런데, 그리 멀지 않은 거리에 배 안에 무슨 일이라도 생긴 게 아니라면 그쪽으로 회항했다는 건 좀 이상한 일이었다.
“거기면 여기서 그렇게 멀지 않은 곳인데.”
버르만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는 투스 영감이 옆에서 혼자말처럼 중얼거렸다. 영감도 예전 나루터는 알고 있다. 사용안한지 벌써 몇 년은 된 나루터로 거기서 산 하나를 돌아 나오면 바로 에보니로 이어진 길과 연결된다.
하지만 그쪽에서 산을 돌아 빠져나오는 길은 이미 사람 발길이 끊겨 있기 때문에 지금은 어떻게 됐는지 알 수 없었다.
“길도 험하고 걸어서 돌아오기 쉽지 않을 것 같아.”
비슷하게 생각하고 있었는지 중얼거리던 버르만이 잠깐 멈추었다가 말을 이었다.
“아무래도 내가 가보는 게 좋겠소.”
그 말에 영감이 그를 보았다.
“자네가?”
“거기서 길 찾기 어려워. 더구나 날도 이래서.”
젊은 시절 한창 떠돌아다닌 적이 있는 그는 여기나 근처 길은 거의 꿰고 있었다. 에보니에 길잡이로는 그만한 사람이 별로 없었다.
“그러다 혹시 엇갈리면 어쩌게?”
“그럼 그냥 돌아오면 되지 뭐.”
버르만은 귀를 기울였다. 천둥소리는 점점 커지고 자주 들렸다.
“일단 가봐야겠수.”
결심을 굳히고는 그는 말했다.
“진짜 가보게?”
“영감님은 하나 뿐인 손자가 거기 있을지도 모르는데 걱정도 안 되오?”
“걱정이야 되지.”
잠깐 생각하다가 한숨을 섞어 영감은 말했다.
“그럼 가보게. 마차는 우리 여관 것을 가져가고.”
“알겠소.”
대답하던 버르만이 문득 켕기는 얼굴로 말을 이었다.
“아, 루씰한테는 말하지 마요. 쓸데없이 나선다고 뭐라고 할 것 같아.”
별로 그럴 것 같지는 않았지만 잠자코 영감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네.”
“우리도 같이 갑시다.”
버르만이 일어서자 남자들 몇 명이 따라 일어났다.
“우리 일행도 걱정되니까.”
버르만은 남자들을 쳐다보았다. 장사를 하며 자주 오가는 자들이었는지 얼굴이 좀 익숙했다.
“그러슈 그럼.”
“우리도 가겠소.”
옆 테이블에 앉아 있던 또 다른 남자들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버르만의 앞으로 걸어왔다.
“중요한 물건을 싣고 오기로 했는데 여기서 기다리기만 할 수는 없으니.”
다섯 명의 남자들이 나서는 것을 보며 버르만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마차를 내 올테니 갈 사람은 따라 나오슈.”
발을 돌려 그가 먼저 식당을 가로질러 걸어갔다.
버르만이 나서자 우르르 따라 나가는 남자들을 투스 영감은 잠시 보고 있었다.
“여기 잠깐 있을래?”
버르만과 남자들이 식당 밖으로 나가자 옆 테이블에서 처음 말을 건냈던 남자가 같이 있던 소년을 향해 말을 하는 소리가 들렸다.
“저도 갈게요.”
“아니야. 여럿이 움직이는 것보다 혼자 다녀오는 게 나을 것 같다 지금은.”
소년을 향해 덧붙이며 남자는 발을 돌렸다.
“금방 다녀 올테니 여기 있으렴.”
성큼 남자가 밖으로 나가는 것을 잠시 보다가 소년이 곧 다시 자리에 앉는 것을 투스 영감은 물끄러미 보았다.
“걱정 마라.”
혼자 남은 레미 또래의 소년을 향해 영감은 말했다.
“덩치 좋은 사내들이 다 같이 가니 위험하지 않을 거야. 그리 멀지 않은 곳이라 금방 돌아 올 거고.”
영감의 말에 엘리어트가 고개를 조금 끄덕여 보였다.
“같이 갑시다.”
빗속을 뚫고 마차로 뛰어가 락터드는 마차 옆에서 뭔가를 손보고 있는 버르만을 향해 말을 걸었다. 마차 한 쪽에 묶여 있는 밧줄을 확인하고 있던 버르만이 고개를 들었다.
“댁도?”
“친구가 그 배에 타고 있을 것 같아서.”
아까 처음에 질문을 했던 남자를 버르만은 다시 쳐다봤다. 처음 보는 얼굴이었지만 아까 레미와 비슷한 또래 소년과 있는 것을 봤다. 크게 문제가 있는 사람은 아닐 것이다. 게다가 친구를 데리러 간다는데 문제가 될 것도 없고.
“타슈 그럼.”
허락이 떨어지자 감사의 뜻으로 고개를 한 번 끄덕여 보이고는 뛰어가 락터드는 마차 뒤에 올랐다. 이미 마차 안에 타고 있던 여섯 명의 남자를 보고 그는 비어 있는 한 쪽에 자리 잡고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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