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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군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無明에구
작품등록일 :
2013.06.18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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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7.22 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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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5.0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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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군2부

DUMMY

시간에 구애 받을 필요는 없었다. 예상되는 위협은 무조건 없애버리는 것이 피해를 줄일 수 있는 상책이라 생각한 윤방식 소장은 후미에 있는 천포대대가 도착할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그사이 기병대대는 우측으로 정찰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천천히 움직였다.

대한제국군의 움직임은 숲속에 있는 바르 기병대에게 모두 파악되고 있었다.

"왜 움직이지 않는 거지 ? 들켰나 ?"

바르는 대한제국군이 이동을 멈추자 의아심이 들었다. 본대는 움직이지 않고 기병대가 숲과는 한 참 떨어져 있는 잡목지대로 이동하고 있었다.

"그럴 리가 없는데"

적절한 공격시점을 찾고 있던 바르는 망원경을 접고는 병력을 말에 올라타도록 하고 좀 더 지켜보기로 마음먹었다. 모두들 조용히 말을 타고 바르의 공격 명령을 기다리고 있는데 땅이 미약하게 떨려오더니 굉음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드드드"

"뭐야. 저건"

갑자기 들려온 소리에 말들이 동요를 일으켰지만 매복병들은 능숙하게 자신의 애마를 어르고 있었다. 바르는 왼손으로 말갈기를 쓰다듬으며, 스스로 움직이는 시커먼 철 덩어리를 신기한 듯 바라보았다. 바르가 바라보는 철 덩어리 위에는 포 한 문이 실려 있었다. 일렬로 늘어선 천포는 천천히 숲을 지나쳐 갔다. 그 옆으로 보병들이 열을 맞춰 이동해 갔다. 천포는 숲으로부터 날아올 지 모를 것들로부터 보병을 엄호하며 움직이는 방벽이 되어 주고 있었다. 숲과 일직선이 되게 움직이는 괘도와 엔진에서 만들어낸 소음이 점점 커지더니 어느 순간 주위가 조용해졌다. 앞으로 움직이던 천포가 어느 순간 멈춰 서더니 천포병들이 천포에서 일사분란하게 뛰어 내렸다 . 105미리 포를 탑재한 천포병들이 서둘러 네 모퉁이에 완충 지지대를 들이대고는 단단히 고정시켰다. 진행방향을 향하던 포신이 빙그르 돌더니 거의 동시에 숲을 향하자, 철 덩어리들의 움직임을 세세히 관찰하며 공격 시점을 가늠하던 바르가 놀라 소리쳤다.

"공격"

공격명령을 기다리던 궁수들이 먼저 화살을 날렸다. 대략 500미터를 날아간 활들이 대한제국군 행렬에 떨어져 내렸다. 화살이 날아오는 것과 거의 동시에 50문의 천포들이 일제히 포탄을 쏘아 올렸다.

"꽈광"

천포가 쏠 수 있는 최소 거리인 500미터를 날아간 포탄이 지면에 자탄을 뿌리며 숲속을 막 빠져 나오던 기병들을 휩쓸었다. 갑자기 날아온 화살에 당황하던 보병들이 숲속을 향해 무조건 소총을 발사하기 시작했다.

"탕타타타타탕"

"펑"

더불어 천포에 달려있던 12.5미리 기관총이 불을 뿜었다. 겨우 30초가 흘렀을 시간이 느릿느릿 흘러갔다. 탄창하나를 다 비워버리고 새 탄창을 갈아 끼우던 병사들이 사격 중지 명령에 어디서 튀어 나올지 모를 적을 찾아 총구를 이리 저리 돌렸다.

"사격 중지. 사격 중지"

윤방식 소장은 1연대와 천포대대가 날리는 총포성에 귀가 멍멍해져서 쓰고 있던 철모를 탁탁 쳤다. 매복병이 포격에 놀라 뛰어 나오면 잡으려 했던 예상과 달리, 적들이 먼저 화살 공격을 퍼부으며 돌격을 감행했지만, 그 수가 의외로 적었다. 숲속에서 달려 나오다 총탄에 맞아 쓸어진 적은 기껏해야 수백기 정도가 될까 말까 했다. 포탄으로 잔가지에 불이 붙었는지 검은 연기가 여기저기서 올라왔다.

"1연대 투입 시켜 깨끗이 청소해"

바르는 자기가 왜 말에서 떨어져 꼼짝 못하고 있는지 이해가 가질 않았다. 짧은 시간동안 주위에 정적이 감돌았다. 아무런 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모든 것이 정지된 듯 그의 눈동자에는 파란하늘만이 보였다. 자신과 같이 온 이천 명의 기병들도 모두 사라져 버린 것 같았다. 안간힘을 쓰며 일어나려 했지만 온몸이 하나도 움직이지 않았다.

"소대장님. 여기 지휘관 같은 자가 쓰러져 있습니다."

소대장은 모병장이 소리치자, 모병장이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숲으로 들어온 1연대 병력은 화살이나 총탄이 언제 어디서 날아올지 몰라 잔뜩 허리를 구부리고 주변을 수색했다. 소대장은 살 가망성이 없을 부상자를 바라보며 부상자의 고통을 일초라도 빨리 덜어주고 싶었다. 부상자의 귀에서는 피가 계속 흘러나왔고 눈동자는 거의 풀려 있어서 초점이 흐릿했다.

"고이 보내줘라. 생지옥이 따로 없다."

주변은 피비릿내로 진동하고 있었다. 말과 인간의 거대한 무덤이 되어버린 카틴 숲을 언제나 그렇듯 평원을 가로지른 바람이 달려와 나뭇가지를 흔들어 댔다.

"철수"

확인 사살을 마친 1연대 병력이 숲속을 썰물처럼 빠져나가자 나무 위에 올라가 있어 용케 포격과 수색을 피한 패잔병들이 덜덜덜 온몸을 사시나무 떨 듯 떨면서 차마 밑으로 내려오지 못하고 있었다. 모두들 제정신이 아니었다. 그들 눈에 대한제국군은 악마 군이나 다름없게 보였다.

"앞으로 5킬로만 더 진군하고 야영을 준비한다."

2연대와 기병 연대 병력들이 1연대가 숲속을 뒤지는 사이 진군을 계속했다. 천포들은 혹시 있을 지 모를 포격요청에 대비해서 아직 지지대를 풀지 않고 있었다. 포탄을 장전할 준비를 마친 천포원들이 지나가는 기병연대 병력들에게 엄지 손가락을 보이며 자신들의 전과를 자랑했다. 숲속의 상황을 알리 없는 그들로서는 당연하겠지만 그런 모습을 바라보는 1연대장은 착잡한 마음에 한 숨을 길게 쉬었다.

"휴 우 ! 피비릿내도 이제 지긋지긋 하다. 이번 작전만 끝나면 전역 신청서를 내야겠어"

연대장은 군생활을 하면 할수록 사람이 사람을 죽인다는 것을 받아들이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자 전역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었다.


스몰렌스크를 천포 최대 사거리인 5킬로 정도 남겨놓은 지점에 임시 주둔지를 만든 윤방식 소장은 자신들의 목표를 어떻게 공략하는 것이 좋은지 마지막 작전회의를 주재했다.

"기계화 부대가 있으면 거의 환상이겠군"

윤방식소장은 기계화 사단이 가지고 있는 천마들이 생각났다. 이런 곳에서는 천마는 거의 무적에 가까웠다. 총안구까지 마련된 천마 열대만 있으면, 적 일천명은 충분히 와해시킬 수 있을 것 같았다.

"봉황은 언제 지원 가능하다던가 ?"

문뜩 윤소장이 아직까지 봉황이 도착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생각났다. 항상 머리 위에서 정찰을 해주어야 했는데, 사고 이후로는 정보를 제공받지 못하고 있었다.

"내일아침에 도착 예정입니다. 이번 사고로 공군성에서 상당히 신경을 쓰고 있는 분위기입니다. 과거처럼 근접 정찰은 이제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겠지. 그래도 광대역 통신 수단으로는 꼭 필요하니까 한시라도 빨리 와야 할 텐데. 이가 없으면 잇몸이라도 이용해야 하니. 4600여단에서 지원 나온 대대를 정찰 임무와 야간 매복에 투입시켜도록. 그건 그렇고, 스몰렌스크에 사자를 보내는 게 좋겠나 ? 아니면 내일 바로 공격을 개시할까 ?"

"항복을 권유하죠. 항복할 리는 없겠지만"

"카틴 숲의 전투를 전해 들었다면 항복할지도 모릅니다."

"오히려 결사항전을 할 수도 있습니다."

참모들간의 의견들이 분분했지만 윤소장은 상황이 어떻든 사자를 보내는 것이 나중에 있을지도 모를 시비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서 좋을 듯 싶었다. 윤소장은 최소한 적에게 살 기회도 주지 않고 학살했다는 소리는 듣고 싶지 않았다. 문제는 목숨을 걸고 완전 무방비 상태로 적진으로 들어가야 하는 임무를 누구에게 맡기느냐는 것인데, 선뜩 지목할 사람이 생각나지 않아서 자신의 생각을 입 밖으로 내지 못하고 머뭇거리고 있었다.

"만약 사자를 보낸다면 누구를 보내는 것이 좋을 것 같은가 ?"

"민간인 자격으로 동행하고 있는 야로뽈끄를 보내는 것이 좋겠습니다."

민정참모의 말에 윤소장은 고두노프 비서였던 야로뽈끄가 자신의 부대와 동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지금까지 까맣게 잊고 있었다는 사실에 스스로 놀라고 있었다. 그라면 이런 일에 적임자임이 분명하긴 했다. 야로뽈끄는 고드노프 퇴임과 함께 물러난 전진 행정직 관료 중 다시 채용된 몇 안 되는 고위관료 중 한명으로 아마도 스몰렌스크 행정을 맡을 가능성이 높았다. 자신의 고민을 해결해준 민정참모에게 윤소장은 살짝 미소를 지어 보이고 자신의 명령 같은 의견을 내 놓았다.

"그렇지. 그 사람이 있었지. 일단 야로뽈끄에게 의견을 물어보고 그가 간다고 하면 우리의 뜻을 스몰렌스크 주둔군에게 전해 주십사 부탁드리게."


바르 기병대가 거의 몰살에 가까운 패배를 했다는 소식은 카틴 숲에서 살아남은 자들에 의해 베르나르딘에게 전해졌다. 가장 믿음직한 바르가 전사했다는 비통함과 대한제국군의 대군이 코앞까지 다가왔다는 두려움이 교차하던 베르나르딘은 스몰렌스크 해자 앞에 대한제국에서 보낸 사자가 왔다는 소식에 발끈 화가 치밀었다.

"접근하면 사살해도 좋다. 무슨 얼어 죽을."

두려움을 떨쳐버리기 위해서인지 분노가 머리끝까지 치솟았는지 베르나르딘의 목소리는 격양되어 있었다. 스몰렌스크에 있는 폴란드군에게 항복을 권유하던 야로뽈끄와 10여기의 기병대는 스몰렌스크에서 날리는 화살과 화승총을 피해 해자를 건너지도 못하고 야전사령부로 귀환해야만 했다.


단기 3957년(1624) 봄 스몰렌스크

윤소장은 만나보지도 못하고 야뽈로끄가 쫓겨 왔다는 소식에 적잖이 실망했다. 윤소장은 더 이상 시간을 허비하지 않기로 했다.

스몰렌스크는 평지에 만들어진 도시였기에 유럽에서 많이 보이는 도시와는 다른 모습을 하고 있었다. 도시 전체가 낮은 성벽으로 둘러싸여 있었고 안에는 거주지가 밀집되어 있었다. 외벽은 기병대의 돌격을 저지할 만큼의 높이였고, 외벽 앞으로 해자가 만들어져 있었다.

"보병의 희생을 강요할 수도 있으니까 철저한 포격으로 외벽을 완전히 없애버려."

"포격 개시 후 2연대를 접근 시킨다. 접근전을 가능하면 피하고 싶었는데…."

"민간인 피해가 상당하겠습니다."

민정참모가 민간인 피해를 우려하고 나섰지만 윤소장은 그의 의견에 동조하지 않았다. 서로의 이해가 부족한 시점에서 어설픈 동정심은 전우들을 사지로 몰아넣을 수 있었다. 민간인과 군인으로 구분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당시로서는 적지에 있는 사람은 모두 적으로 간주해야만 행동의 제약을 덜 받기 때문이기도 했다.

"민간인 ? 전쟁 중에 민간인이 어디 있나 ? 저 도시에 있는 사람은 다 우리의 적이야. 포격개시 하라고 해"

스몰렌스크에서 5킬로미터 떨어진 지휘부에서 일킬로미터 전방에 방렬된 천포대대에게 포격 개시 명령을 내렸다. 사령부 상공에는 포격 유도와 주변으로 접근하는 적을 탐지하며 봉황이 떠 다녔다. 최전방에 나가있는 2보병연대장 경안성 대령은 자신의 머리 위를 지나가는 포탄의 궤적을 눈으로 쫓았다. 순식간에 날아간 포탄이 외벽 주변으로 떨어져 내리는 듯 하더니 이어서 단발음이 들려왔다.

"뒤로 공일공. 효력사"

봉황에게서 수정치를 전해들은 공구 중령이 효력사 포격을 명령하자, 20문이 일제히 포문을 열고 목표지점을 집중으로 타격하기 시작했다.


"저 정도 위력일 줄이야 !"

베르나르딘은 무너져가는 외벽을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거의 3마일 거리에서 날리는 포탄에 외벽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외벽에 기대어 적이 다가오기만을 기다리던 화승총병들이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었다.

"철수시켜. 도시 안으로 들어오면 그때 한판 붙는다."

베르나르딘은 외벽과 해자가 대한제국군의 진입을 막는데 긴요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생각이 부질없음을 깨닫고는 병력을 도시 안으로 끌어드렸다. 도시 지리에 밝지 않는 대한제국군이 도시 안으로 들어오면 승산이 있을 수도 있었다.

"왕궁과 대포를 끌어와"

베르나르딘은 굉음을 울리며 다가오는 10개의 괴상한 물체가 눈에 띄자, 서둘러 왕궁을 끌어오도록 했다. 말 두필이 장전할 수 있도록 개조된 왕궁은 하늘에 떠 있던 비행체를 사냥할 때보다 더욱 빠르게 장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었다.


"2연대 투입"

2연대 3대대 병력이 천포에 달려있는 기관총의 엄호 사격을 받으며 스몰렌스크로 천천히 움직이다, 속도를 올려 달려 나가기 시작했다. 교두보를 확보하는 임무를 맡은 3대대 병력들은 잔뜩 긴장하고 있었다. 아직까지는 적들의 반격이 없었지만 사정거리 안에 들어가면 최소한 화살이라도 날아올 것이 분명했으며 재수 없으면 황천길을 밟을 지도 몰랐다.

"드드드드"

천포장의 기관총 사격과 동시에 3대대 병력이 각개 약진으로 교두보를 확보하고, 대기 중인 다른 대대가 공격할 공간을 만들어 주기 위해 돌격을 감행하자 천포대대는 각도를 수정하며 외벽을 지나 훨씬 앞쪽을 때리고 있었다.

"돌격. 500미터 까지 전속력 돌격"

"탕. 탕. 탕"

모진 포격 속에서도 살아남은 폴란드 병사들 몇 명이 화승총을 쏘아 댔다. 전력 질주 하던 3대대 병력이 전방에서 총성과 함께 뿌연 연기가 보이자, 달려가던 자세 그대로 미끄러지며 바닥에 바짝 엎드려 사격을 가했다.

"뭐하나 ? 3소대 돌격."

"돌격 하란 말야"

중대장이 고래고래 소리를 치고 소대장은 분대장들을 다그쳤다.

"니기미. 소대 돌격 준비. 적이 쏜 직후 달려 나간다."

중대장의 돌격명령을 받은 3소대장은 차분히 시간을 기다렸다. 재장전하는 시간을 대략 2분 정도로 계산한다면 조만간 저놈들은 장전을 마칠 것 같았다. 하지만 한참이 지나도 적이 사격할 기미를 보이지 않자, 소대장은 하는 수 없이 소대원들에게 진격명령을 내렸다.

"하중사. 3분대는 현 위치에서 엄호하고 나머지 분대는 높은 포복으로 빠르게 이동한다. 실시"

소대장이 엉덩이를 들고 앞으로 전진하자 나머지 소대원들도 포복으로 40여미터를 전진할 요량으로 움직였다. 화살이 날아오지 않은 게 용했지만, 외벽은 안전하게 활을 쏠 만한 은신처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었다.

"타당 타당"

이쪽에서 움직이자 기다렸다는 듯이 적들의 사격이 시작되었다.

"적들은 재장전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 단숨에 달려간다. 전원 돌격"

소대장이 벌떡 일어나 허리를 구부리고 소총을 앞으로 한 체 달려 나갔다.

"헉"

폴란드 병 하나가 벌떡 일어나더니 소대장을 향해 총을 겨누었다. 뜻밖의 위험에 소대장의 목에서 헛기침 소리가 저절로 흘러 나왔다.

"타탕"

헛기침을 하며 엎드리던 소대장은 폴란드병의 얼굴이 터져나가면서 뒤로 넘어가자 뒤로 고개를 돌렸다. 언뜻 하중사 총구에서 연기가 나는 듯 했다. 그 짧은 사이 소대원들이 외벽을 타고 넘어 조금씩 조금씩 안으로 들어가 육박전을 전개하며 교두보 확보에 나서기 시작했다.


베르나르딘은 대한제국군 보병보다는 무지막지하게 기관총을 난사하는 무식하게 생긴 천포에 더 신경이 쓰였다. 불과 10대 밖에 되지 않는데도 종행무진 움직이며 부하들의 움직임을 제약하고 있었고 병력지원 자체를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다행이라면 천포가 도시 안으로 들어오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저기 멈춰있는 놈을 향해 발사"

베르나르딘이 가리킨 곳에는 어찌된 일인지 천포 하나가 이동을 멈추고 사격을 해대고 있었다.


"왜 멈춰 선거야 ?"

"엔진이 꺼졌습니다.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천포장인 마중사가 운전병과 대화를 하고 있던 중에 운전석 유리창이 깨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마중사가 화들짝 놀라 고개를 들었다. 팔뚝만한 창 하나가 운전석 전방을 뚫고 들어와 의자에 꽂혀 있자 마중사 입이 짝 벌어졌다. 마중사와 이야기를 하느라 운전석에서 일어나 있던 운전병이 그 자리에서 털썩 주저 앉았다.

"어디서 날아오는 거야 ?"

얇은 막 처리가 되어 있는 전방 유리는 충격을 못 이기고 사방으로 갈라져 시야를 완전히 막아버렸다. 그사이에 서너 개의 철시와 포탄이 주변으로 떨어져 내렸다.

"집 나와라 집 나와라. 우린 공격 받고 있다."

마중사는 급히 무전기를 들어 포대 대대와 통신을 연결하고자 했지만 무전기와 연결된 선이 끊어졌는지 계속해서 잡음이 들려왔다.

"천포를 버리고 지역을 이탈한다. 서둘러라"

마중사가 천포에서 뛰어내려 후방을 향해 달려가자 다른 3명의 승무원들도 미련없이 천포에서 뛰어 내렸다. 한참을 달려가던 마중사는 뒤에서 들려오는 폭발음 소리에 천포가 폭발했음을 직감하며 자꾸만 돌아보고 싶은 마음을 억눌렀다.

"적 포대 위치 확인. 좌표 030-120"

봉황은 전방에 나가있던 천포 하나가 폭발하자 그 쪽으로 망원경을 돌려댔다. 집중 포격을 받은 천포는 뿌연 연기를 내 뿜으며 침묵하고 있었다.

"적 포대 위치로 일제 포격"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던 공구 중령은 천포 하나가 폭발하자 어이가 없었다. 이런 곳에서 천포가 소모되리라고는 상상도 못하고 있었는데 의외로 적은 천포를 파괴할 무기를 가지고 있었다.

"와와와와"

반면 대한제국의 천포를 파괴시킨 폴란드 포병들이 죽음이 코앞에 다가왔음에도 환호성을 질러댔다. 넓은 지역에서 공격해오는 대한제국군을 막기 위한 전투지휘에 여념이 없던 베르나르딘도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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