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군2부
![DUMMY](http://cdn1.munpia.com/blank.png)
단기 3961년 초 영국 런던
대한제국에 쫓겨 도버 해협을 넘은 유럽 연합군 잔존 세력들이 속속 영국으로 넘어왔다. 패잔병들은 찰스 1세의 지휘아래 대한제국를 유럽에서 몰아내겠다고 설치고 다녔고, 일부는 신대륙으로 새 삶을 찾아 떠났다.
"리즈 백작은 아직도 소식이 없나 ?"
총사령부가 대한제국 특수부대에 의해 와해되고 지휘부가 뿔뿔이 흩어졌다. 일부는 붙잡히고 일부는 사살되었지만, 일부는 탈출에 성공해 런던에 와 있었다. 유럽 연합군을 재건하는데 없어서는 안 될 인물이 리즈 백작이었기에, 찰스 1세는 그의 행방을 백방으로 수소문 하고 있었다.
"브뤼셀에서 배를 타고 떠난 것까지 확인 되었습니다만, 그 이후로 행방이 묘연합니다."
"영지에 보낸 전령은 도착했겠지 ?"
"네. 그곳에도 리즈 백작은 없었습니다. 그랜드 성은 집사와 하인들이 지키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렇겠지. 영국에 왔다면 내게 제일 먼저 소식을 전했을 사람이야. 무슨 일을 당한 것은 아닌지 그게 걱정이군."
유럽에서 건너온 기술자들과 영국 기술자들이 새로운 무기를 개발하기 위해 혼신의 힘을 기울이고 있었지만, 리즈 백작이 없어서 인지 신통치가 않았다. 유럽 제국이 대한제국에게 무릎을 꿇고 치욕적인 항복 문서에 서명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조만간 영국을 공격할 거라는 이야기는 영국 전역에 퍼진지 오래었다.
"리즈 백작 ? 그대는 어디 있나 ?"
단기 3961 봄 스몰렌스크 공군기지 아침
"관제탑. 5918번 모든 계기 점검이 끝났다."
"알았다. 9번 활주로에서 대기하라"
오십만평의 대지에 건설된 스몰렌스크 공군기지는 활주로 10개와 비상활주로 5개를 가지고 있었고, 150기의 각종 비행기가 주둔하는 4군 최대의 공군기지로 알려져 있다. 이륙허가를 받은 5918기가 천천히 9번 활주로에 들어섰다. 좌우를 둘러본 이무민 중령은 손을 흔들어 보였다. 8번 활주로로 진입하는 6001호에 탄 윤형식 대위가 손을 흔들었다.
"5918호 이륙"
"5918호 이륙"
곧게 뻗은 은빛 날개를 활짝 펴고 천붕 5918호가 활주로를 질주했다. 굉음을 울리며 활주로를 이탈한 5918호가 사뿐이 날아올라 고도 일만 미터까지 수직상승하기 시작했다. 그 뒤를 이어 9대의 천붕이 날아 올랐다.
"이번 작전은 토르의 망치로 명명되었다. 옛 신화에 보면 토르가 가진 망치로 두드리면 부셔지지 않는 것이 없었다고 한다. 우린 서쪽에 떠 있는 작은 섬 하나를 침몰 시킬 생각이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정확한 목표지점에 떨어뜨려야 한다. 그리고 일단 폭탄이 투하되면 공역을 이탈해 전속력으로 집결 좌표에 모이기 바란다. 알겠나 ?"
"네. 편대장님. 그런데 안경은 꼭 써야 합니까 ?"
"아참. 안경은 꼭 써야 한다. 밖을 내다보지 않으면 아무 문제 없다. 이번에 적재된 폭탄은 강력한 빛을 수반한다. 그 빛에 노출되면 잠시 시력을 잃을 수 있다. 무슨 말인지 알겠나 ?"
"네. 편대장님. 그런데"
"또 뭔가 윤대위 ?"
"이 폭탄 이름이 뭡니까 ?"
"몰라도 된다. 실은 나도 모른다. 알려고 하지도 마라. 이번 작전은 극비 중에 극비이며, 향후 이 작전에 대해서는 모두 입도 뻥끗해서는 안 된다. "
편대장도 모르는 폭탄이 실려 있다는 것이 선뜻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편대장의 엄포에 윤대위의 입이 실룩거렸다. 10기의 천붕이 모스크바를 지나 북극해로 이동하더니 항로를 서쪽으로 바꿨다가 대서양 상공에서 다시 남쪽으로 바꿔 내려왔다.
그날 정오 런던을 비롯한 주요 도시들의 상공에 커다란 버섯구름이 생겨났다. 굉음과 함께 생겨난 구름을 바라보던 런던 시민들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느끼기도 전에 먼지로 변해 흩어졌다. 아침에 기지를 출격한 10기의 천붕은 그날 오후 늦게 기지로 돌아왔다. 천붕에서 내린 사람들의 표정은 하나같이 굳어있었고, 아무도 말문을 열지 않았다. 말 많기로 소문난 윤대위 조차 그 일이 있은 후 며칠 동안 입이 열리지 않았다.
영국폭격을 끝으로 대한제국은 일방적이긴 하지만 대내외적으로 전쟁종료를 선언했다.
제 15 장 뫼비우스 띠
지구력 400년
우주 개발에 나선 지구연합(또는 대한민국이라고 불리우는)은 태양계를 탐사하고 화성에 기지를 세웠지만, 태양계 밖으로의 진출은 아직도 요원했다. 가장 가까운 별까지 빛의 속도로 간다 해도 4.3년이 걸리는 상상을 초월한 거리. 우주는 인간에게는 도전 불가능한 영역으로 남아있어야만 했다. 우주 에너지와 아공간이 발견되기 전 까지는.
아공간 명칭과 이론은 우리 은하에 속한 항성계들의 움직임을 연구하던 박은경 황립우주연구소의 수석 연구팀장이 이끄는 팀원들에 의해 처음 세상에 소개되었다.
그녀는 우연히 태양계 전체가 가끔씩 위치를 정해진 궤도를 벗어났다 제자리로 돌아오는 기현상을 발견하고, 다른 항성계들의 궤도를 추적 연구하던 중, 그 기현상이 다른 항성계에서도 발생하고 있다는 것을 발견한다. 정밀 관측기기의 발전이 큰 역할을 담당하긴 했지만 그녀의 뛰어난 상상력이 없었다면 인류는 아직도 태양계를 벗어나지 못 하고 있었을 지도 모른다.
기현상을 40년 동안 끈질기게 연구하고 실험하면서, 그녀는 마침내 태양계 이상의 질량을 가지는 항성계는 아공간이라는 특별한 공간으로 연결되어 있으며, 아공간을 이용하면 극히 짧은 시간에 항성간 이동이 가능하다는 것을 실증하게 된다.
최초의 유인 탐사선이 태양계 아공간을 이동해 간 항성은 태양계에서 약 110광년 떨어진 가-444 항성계로 많은 부분에서 태양계와 비슷했지만, 고등생명체의 징후를 발견하지는 못했다. 그 후, 많은 과학자들과 탐사대들에 의해 태양계에서 추가로 두 개의 아공간이 더 발견되었고, 우리 은하에 존재하는 수천억개의 항성계간의 아공간 좌표는 계속해서 만들어졌다.
항성계간 아공간이 존재한다면, 은하계간 아공간도 존재할 가능성이 많다는 가정과 함께 그 실증은 후세에게 남긴다는 내용의 논문을 발표하고 박은경은 짧지만 빛났던 생을 마감하게 된다.
이런 아공간은 우주에 셀 수 없이 펼쳐져 있고 하나의 우주가 생길 때마다 또다시 무수히 생겨나거나 사라져 갔다. 은하계간 아공간을 찾아 나섰던 천인단에서는 항성계가 존재하지 않는 공간을 무수히 탐색하던 중 은하 중심부에서 1천광년 떨어진 곳에서 특이한 아공간을 발견하게 된다. 이 아공간의 존재는 박은경의 이론에 상치되는 공간으로 천인단에서는 은하계 아공간임을 확신하기에 이르고, 박은경을 기리며 은경 아공간이라 명명한다.
새로운 아공간의 발견은 은하계간 이동을 순식간에 해결해 줄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었으나, 어느 은하계와 연결되어 있는 지 알 수 없었다. 이백만광년 떨어져 있는 안드로메다 은하계와 연결되어 있다 하더라고 무인 탐사선이 보내오는 통신을 우리은하에서 받을 수가 없었다. 결국 천인단과 천군부에서는 유인 탐사대를 보내지 않을 수 없었다. 누군가 갔다 와야 했다.
화성 부근 우리은하 아공간 탐사대
화성 부근 우리은하 아공간 탐사대
- 작가의말
강삼호 = 리즈백작 입니다. 이중스파이죠. 원래는 한 챕터를 할애했었는데 밝히기 힘든 이유로 생략되었습니다. 그닥 짜임새 있는 이야기가 아니라서 독자분들에 미안할 따름입니다. 꾸벅...
Comment '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