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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구에구 님의 서재입니다.

천군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無明에구
작품등록일 :
2013.06.18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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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7.22 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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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7.17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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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쪽

천군2부

DUMMY

제 13 장 토르의 망치


단기3960년 늦겨울 슈체친 유럽 연합 1군단 지휘부

프랑스군으로 구성된 유럽 연합군 1군단을 이끌고 있는 마지 장군은 요즘 미칠 지경이었다. 빌라봉성에서 당한 치욕을 갚을 수 있게 해달라며, 루이 13세에게 무릎 꿇고 빌면서까지 얻어낸 자리가 1군단 사령관직이다. 하지만 그는 아직도 슈체친을 함락하지 못하고 있었다. 연합 함대의 지원을 받으면서도 슈체친을 함락하지 못하고 있으니, 그를 1군단장에 앉힌 루이 13세에게 면목이 서질 않았다. 수 차례 포병을 위시한 대규모 공격을 했지만, 대한제국군이 쌓아올린 시멘트 방벽은 바위보다도 더 튼튼했다. 대한제국군의 방벽은 프랑스 포병대가 쏘아올린 수십 발의 포탄을 견뎌내고 있었다.

"워싱턴 사령관님께서 보낸 전령이 도착했습니다."

'꽝'

부관의 말에 마지 장군은 책상을 발로 찼다. 듣지 않아도 알 것 같았다. 1군단을 제외하고 다른 모든 군단은 오드리강을 넘어 진격에 진격을 하고 있었다.

"들어오라고 해"

부관의 안내를 받으며 들어온 우군 사령관 전령이 두루마리 하나를 마지 장군에게 건네주었다. 전령에게서 받은 두루마리에는 유럽 연합군 1군단 2군단 3군단을 총괄하는 워싱턴 사령관의 불만이 그대로 나타나 있었다.

"젠장. 다른 놈들은 전투다운 전투라도 했냔 말야 ? 운도 지지리도 없어. 연대장급 이상 장교들 다 모이라고 해. 당장."

사령관 전령에게 문서를 받았다는 확인 서명을 해준 마지 장군은 신경질적으로 소리를 질렀다. 워싱턴은 은근히 1군단장을 교체할 뜻을 밝히고 있었다. 이번 전쟁에서 특별한 전공을 만들지 않으면, 굳이 워싱턴이 아니더라도 루이 13세가 그를 가만히 둘 리 없었다.

"우군 사령부에서 새로운 명령이 내려왔다. 조미니 장군은 보병 이만 명과 함께 여기 남아 슈체친을 포위하고, 적들이 움직이지 못하게 한다. 기병부대와 나머지 보병부대는 단치히까지 앞으로 20일 안에 도착할 수 있도록 쾌속 진군한다. 12시간 안으로 부대 이동준비를 끝내고 보고하도록. 이상"

"장군님 ? 보병만으로 이곳을 함락할 수 없습니다. 대한제국군이 보유한 철마라는 것이 어떤 놈인지 잘 아시지 않습니까 ?"

"알고 있어. 누가 함락하라고 했나 ? 그냥 포위만 하고 있어. 조미니 장군은 그것도 못 하겠나 ? 이쪽에서 가만히 있으면 저쪽도 움직이지 않을 거야. 그리고 그 철마라는 그놈. 그놈 그림자라도 봤으면 소원이 없겠다. 이곳 공격은 다른 방법으로 이루어진다. 다른 질문 없으면 해산."

기분이 상할 대로 상한 마지 장군은 이곳에 남게 될 조미니에게 화풀이를 하고 있었다. 모든 것이 뜻대로 되지 않았다. 고립되긴 했지만, 후미에 대규모 적을 남겨두고 진격하려니 영 뒤끝이 개운하지 않았다.


이태리 반도 로마

바티칸을 되찾으려는 교황령 영주들과 토스카나 대공의 명령을 받은 피렌체 군대가 로마로 몰려들었다. 바티칸을 점령한 2천명의 공수 여단은 로마 시대를 장악하는 것을 포기하고 바티칸 주변에 거대한 차단막을 형성하고 방어에 나섰다. 항모 비행단의 폭격을 받고 만신창이가 되어 바티칸에 몰려든 패잔병들은 공수 여단에게 아무런 위협도 가하지 못 했다.

"034방향에서 로마로 접근하는 무리가 발견되었다. 가까이 접근해서 확인하겠다."

항모에서 이륙한 꼴뚜기 편대 제비호 2대가 곧게 뻗은 대로를 따라 움직이는 행렬을 발견하고 고도를 낮췄다. 티레니아 해 상공에서 24시간 대기하며 항모와 공수여단간의 통신을 연결하고 있는 봉황에게서 얼마 후 확인 요청이 들어왔다.

"꼴뚜기 편대. 상황확인 바란다.

"여기는 꼴뚜기 편대. 야포를 동반한 천 여명의 기병부대가 로마로 접근하고 있다. 타격 편대를 보내주기 바란다."

"알았다. 독수리 편대가 발진하기 시작했다."

꼴뚜기 편대는 로마를 정점으로 반지름 100킬로미터의 원을 그리며 로마로 접근하는 군대를 감시했다. 대부분의 군대는 발견 즉시 항모전단에서 발진한 독수리 편대들이 제지하고 나섰고, 그 뒷처리를 공수여단 1개 중대가 잠자리를 타고 와서 깔끔하게 처리했다.

"우린 할 일이 없구먼."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봉황과 꼴뚜기 편대간의 통신을 듣고 있던 공수여단장이 하품을 해댔다. 첫날에 잡아들인 포로들의 심문이 끝나고 방어선이 굳건해지자, 여단장은 더 이상 할 일이 없었다. 가끔 야음을 틈타 바티칸 주변까지 진입에 성공한 적들이 있었고, 그들의 산발적인 공격 있긴 있었다. 하지만 그런 산발적 공격은 공수여단을 귀찮게 할 뿐이었다.

"전단지가 빨리 만들어져야 잠잠해질텐데."

여단장은 항공모함으로 이송된 교황이 마음을 바꿔 대한제국에게 협력하길 바라고 있었다. 온갖 협박과 감언이설로 교황을 설득하려 했지만, 5일째 교황은 완강히 버티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전단장은 새로운 교황감을 찾아보라는 이상한 명령까지 내려놓고 있다.


단기3960년 이른 봄 슈체친 기계화 사단 사령부 저녁 무렵

오드리강 하구가 유럽 연합군에 넘어가면서 완전히 고립된 4111 기계화 사단은 초긴장 상태로 버티기에 들어갔다. 4111사단을 지원하기위해서는 먼저 바닷길을 열어야만 하는 원정군 사령부로서는 4111 사단에게 기동행위를 중단하고 거점 방어만을 명령해 놓고 있었다. 다행히 슈체친은 두어 달 간은 충분히 버틸 수 있는 보급품을 챙겨두고 있었다.

"저것들을 그냥 밀어버리면 좋겠구먼. 안 그래 박대위 ?"

김병한 대위가 큰소리로 떠들며 대대 전술 회의실에 들어섰다.

"좋지. 자네가 한번 나가 보겠나 ? 내친 김에 파리까지 갔다 오라구."

회의실에 중대장들을 기다리고 있던 대대장이 김대위의 잡담을 들은 모양이었다.

"충성"

김병한 대위가 대대장을 발견하고 경례를 올렸다. 그의 눈은 커질 대로 커져 있었다.

"여단장님은 내게 맡기고 자네는 천마 정비나 해 놔. 오늘 한번 나가보자구."

대대장의 농담에 다른 중대장들이 애써 웃음을 참고 있었다. 김병한은 어쩔 줄 모르고 발만 동동 구르며 눈을 내리 깔았다. 오드리강 하구를 점령한 유럽 연합군은 해군까지 동원하며 슈체친을 공략했지만 천마로 무장한 4111 사단이 지키고 있는 슈체친은 한 달 이상을 버티고 있었다. 4111사단을 적지 한 가운데에 버려두고, 비스와 강 방어선까지 썰물처럼 후퇴한 원정군은 숨을 고르며 봄이 오길 기다리고 있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조만간 우리 사단에 기동 임무가 부여될 거라는 소식이다. 그때를 대비해서 천마를 잘 손질해 놓도록. 한대라도 고장 나는 중대는 각오하라는 사단장님의 엄명이 계셨다. 우리 대대 소속 천마가 고장 나면 그 소속 중대장, 소대장은 물론이고 천마 구성원 모두를 강제 퇴역 시켜 버릴 거니까 불명예 제대하고 싶으면 알아서 해. 그리고 각 중대 보급계는 보유 보급품 목록을 다시 한번 점검해서 보고하도록. 그리고 대공초소에 감시병을 배치하고"

"네. 알겠습니다."

대대장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김병한이 고함치듯 대답 했다. 엷은 미소를 흘리며 김병한을 바라보았다.

'땡땡땡 때대대대대'

"1급 경보. 공공삼 오공"

경보음과 더불어 사령부 전투 지휘실에서 접근하고 있는 적의 정보를 알려왔다. 1대대가 맡고 있는 북쪽으로 범선 5척이 강을 거슬러 올라오는 듯 했다. 범선들은 4111사단이 가지고 있는 중기관총의 사거리 밖에서 함포를 쏘아대곤 했지만 큰 위협이 되진 않았다. 가끔 사거리 안으로 들어온 범선은 중기관총에 작신 두들겨 맞고 하구로 떠내려갔다.

"또 시작이군. 눈먼 탄에 맞지 않도록 조심하고."

대대장이 그만 나가보라는 손짓에 중대장들이 경례를 하고 뛰어나갔다.


스몰렌스크 주변 공군기지

만주 평야에서 국영 농장을 지원하던 윤형식 중위가 투덜거리며 활주로를 걸어갔다. 스몰렌스크 전투비행 사단으로 배속된 이래 4개월간 폭격 훈련을 마치고 전장에 투입되는 줄 알았던 그는 다시금 기총 훈련 과정을 밟으라는 명령을 접수했기 때문이다.

"불쌍한 놈. 이건 걸 달고 있으면 괜히 거추장스럽기만 하지."

자신의 애마를 어루만지던 윤형식은 날개 상부에 볼 쌍스럽게 삐죽 삐져 나온 20미리 기총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대한제국 공군이 보유한 비행기는 제비호를 제외하고는 기총을 장착하기 않고 있었다. 하지만 바르샤바 보급창이 유럽군이 운용하는 기구에 의해 공격 당하자, 공군은 부랴부랴 신형 천붕에 20미리 기총을 장착하고 시험 운행에 들어갔다. 자살공격과 다름없는 공격이었지만, 앞으로 똑 같은 자살공격이 없으리란 보장이 없었다. 기총은 대부분 공장에서 장착된 것이 아니라 스몰렌스크 공군기지에서 개수된 것이라 조종사와 정비사들은 이번 조치에 불만이 많았다. 윤형식 중위 역시 그 중 하나였다.

"계기 점검 다 했나 ?"

"네. 아닙니다. 지금 하려 했습니다."

기장 이무민 소령이 다가왔다. 잠시 딴생각에 빠져있던 윤형식 중위는 얼른 사다리를 타고 후위석에 앉았다. 이무민 소령이 앞 자리에 앉아 계기판을 점검하기 시작했다. 이무민이 계기판과 수십 개의 장치들을 일일이 호명하면 윤형식은 그 이상 여부를 확인했다. 10분 동안 계기판 점검을 마친 이무민 소령이 관제탑에서 이륙허가를 받아냈다. 주변 활주로에서도 신형 천붕 10대가 이륙 준비를 하며 천천히 앞으로 나아갔다. 곧 이어 굉음을 내며 10대의 천붕이 땅을 박차고 하늘로 날아 올랐다.

"이번이 처음 훈련이라 생소할 것이다. 하지만 착륙할 때 쯤이면 모두들 저격수가 되어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10호기부터 진입하라."

편대장의 목소리가 끝나고 10번기가 훈련 공역으로 진입해 갔다. 때를 맞춰, 지상에서 대기중이던 요원이 커다란 풍선을 메달고 있는 줄을 끊었다. 수소를 가득 채운 지름 1미터의 풍선이 하늘 높이 올라가며 천붕의 표적이 되어 주었다.

'타타타타타'

'잘 안되네'

첫번째 기총사격에서 무수한 총탄을 허공으로 보내버린 윤중위는 계속 올라가는 풍선을 허무하게 바라보았다.

"이번에는 잘 해봐."

이무민 소령은 윤중위를 격려하며 기체를 상승시키며 선회하기 시작했다. 조준관에 풍선이 들어오길 기다리던 윤중위는 빨간 풍선이 십자선 안에 들어오자 순간적으로 방아쇠를 당겼다. 수십발이 총신을 빠져나와 빨간 풍선을 뚫고 지나갔다. 풍선이 펑 터지며 불꽃이 피어 올랐다.

"좋았어"

10대의 천붕이 하늘을 어지럽게 날아다니며 풍선을 뒤쫓아 갔다. 천붕이 놓친 풍선은 일정 상공까지 계속 상승하다가 스스로 터져 나갔다. 전투비행사단의 전장 투입이 임박해 올 무렵 아프리카 남단에 배치된 대한제국의 또 다른 항모 전단이 북상을 시작했다.


유럽 연합군 총사령부

거의 600킬로미터를 쉬지 않고 달려온 유럽 연합군은 비스와 강을 앞두고 대한제국군의 강력한 저항에 주춤거렸다. 40만의 유럽 연합군이 비스와 강으로 몰려들었고, 그들을 막기 위해 대한제국 5군단과 6군단을 주축으로 한 대한제군 15만명과 폴란드 북부군 일만명이 방어선을 형성하고 유럽 연합군을 화끈하게 맞이했다.

"곳곳에서 강력한 저항을 받고 있습니다. 전선이 고착되면 저희에게 불리합니다. 연합 함대를 움직여야 합니다."

유럽 연합군 총 사령부는 오드리강을 너머 계속 진격했던 겨우 내내 축제 분위기였다. 그러던 것이 비스와 전선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자, 점점 분위기가 암울해 졌다. 그런 와중에 토스카나 공국에서 날아온 바티칸 점령사실은 유럽 연합군 총사령부를 더욱 곤혹스럽게 만들었다.

"신항을 바로 치고 싶나 ?"

영국 출신 총 사령관 헤럴드 알렉산더가 리즈 백작을 보고 물었다.

"아닙니다. 신항은 바다로 향한 해안포만 100문이 넘습니다. 방어가 튼튼해서 해군 단독으로 공격해 들어갈 수 없습니다. 하지만 단치히는 가능합니다. 지금 당장 오드리강 하구에 있는 연합 함대를 단치히 공격에 투입하시고, 마지 장군의 경질을 요구합니다."

리즈 백작의 말에 모두들 놀란 얼굴로 헤럴드 알렉산더를 바라보았다. 아무리 영국의 강력한 후원을 받고 있는 리즈 백작이라고 해도 이건 너무 심한 발언인 듯 싶었기 때문이다.

"다른 의견은 ?"

"딱히 마지 장군은 해임할 이유가 없습니다. 1군단이 고전한 것은 사실이지만, 다른 군단은 전투다운 전투를 치르지 않았습니다. 지금 1군단장을 해임하면 다른 군단장 역시 해임해야 한다는 결론입니다. 그리고 함대는 먼저 슈체친을 공격해야 합니다. 지금처럼 산발적인 공격으로는 절대 함락시킬 수 없습니다."

유럽 연합군의 인사를 담당하고 있는 프엥카레 참모는 리즈 백작의 의견에 반대하고 나섰다. 직책은 신무기 개발 및 정보 참모에 불과한 리즈 백작이 연합군 총사령부를 좌지 우지 하고 있다는 느낌에 다른 참모들 역시 프엥카레 의견에 동조하는 눈빛을 사령관에게 보냈다. 하지만 총사령관은 지그시 눈을 감고 다른 참모들의 눈빛을 외면했다.

"맞습니다. 후미에 강력한 적 철마부대를 남겨놓는다는 것 자체가 잘못된 생각입니다. 후환을 남겨두는 거와 같습니다. 단치히를 치기 전에 먼저 슈체친을 쳐야 합니다. 함대가 가지고 있는 신형 함포를 동원하면 슈체친은 단숨에 무너집니다."

"안됩니다. 그건 전혀 불필요한 일입니다. 단치히를 함락 시키고 전선을 돌파하면 슈체친은 얼마 버티지 못 합니다. 우리는 불필요한 화력을 낭비 할 여력이 없습니다. 슈체친에 있는 철마가 움직이지 못하는 것은 바로 연료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지금쯤 1군단은 전멸했을 것입니다. 움직이지도 못하는 적을 공격하기위해 귀중한 장비를 노출시킬 필요는 없습니다. 슈체친은 다른 방법으로 공격할 것입니다."

"그것이 뭡니까 ?"

"갈릴레이 교수가 만들었다는 것을 이용할 생각입니다."

리즈 백작과 참모진간의 설전을 말없이 듣고만 있던 총사령관이 감았던 눈을 떴다. 그가 고개를 들어 각국에서 파견된 참모진을 바라보았다. 주위가 조용해지길 기다린 알렉산더가 조심스레 말문을 열었다.

"마지 장군에게는 미안한 일이지만, 마지 장군을 해임하게. 후임으로 코르테스 장군을 임명하도록. 이 사실을 다른 군단장에게도 알리고 전 전선에서 총공격을 준비하라는 명령을 내려놓게. 이번에 비스와 전선을 뚫지 못하면, 더 이상 기회가 없을 지 몰라. 그리고 연합함대에게 단치히 공격을 명령한다. 연합 함대의 단치히 공격과 때를 맞춰, 모든 군단은 전 전선에서 돌파를 시도한다."

조용이 울리던 사령관의 목소리는 말을 더해 갈수록 힘이 들어갔다. 그는 마지 장군을 희생양을 삼고자 하는 리즈 백작의 마음을 읽고 있었다.

"추가 병력 모집은 잘 되고 있나 ?""

"계속해서 후속 병력이 전선으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급할 무기가 턱없이 부족합니다. 그렇다고 쇠스랑을 들려줄 수도 없는 노릇이고."

"뭐든 들려 일단 전선으로 보내. 각 군단장에게 재량권 이용하라고 하고, 무기 제작에 더 박차를 가하게. 리즈 백작이 수고 좀 해줘야 겠어. 그나저나 큰일이군, 이 사실이 알려지기 전에 빨리 바티칸을 회복해야 하는데."

이런 중요한 때에 범기독교 연합의 정신적 지주가 적의 수중에 있다는 사실에 마음이 착찹했다.

"계속 로마를 공격하고 있으니, 조만간 좋은 소식이 올 것입니다."

"그래야지. 아무튼 이 사실을 가능하면 숨기도록 해야겠습니다. 아라곤 함대를 지원해 줄 함대가 없다는 것이 못 내 아쉽군요."

유럽 연합측은 수에즈 운하를 봉쇄하기에 앞서 모든 함대를 발틱으로 집결하도록 이동 명령을 내려놓았던 것이다.

"리즈 백작님은 빈과 뮌헨을 다녀오셔야 겠습니다. 그 쪽 무기 생산 공장에 한 번 들려 주십시오."

"알겠습니다."

리즈 백작이란 사람은 이국적인 풍모를 물씬 풍겼지만, 군사 지식을 비롯한 다방면에 탁월한 지식을 소유한 사람으로 알려져 있었다. 아주 짧은 시간에 그는 유럽의 유명 인사가 되어 있었지만 그에 대해서 자세히 아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단지 영국의 명망 있는 가문의 후계자로 많은 공부를 했다는 것이 전부였다.


단치히 항구

발틱함대 기함 전투함급 2418함과 초계함 6503, 6502함이 외항에 정박하고 그 주위로 수십 척의 물자 수송선과 해양 순시함이 떠 다녔다. 슈체친 하구를 기습 공격으로 잃어버린 발틱함대는 먼 바다까지 봉황을 띄워 바다로 접근하는 함대를 감시하고, 바닷속에서는 잠수함 전대가 눈에 불을 켜고 돌아다녔다. 해안가에 바짝 붙어 단치히로 이동하는 연합 함대를 처음 발견한 것은 역시 광범위한 정찰 능력을 보유한 봉황이었다. 불과 하루 거리에서 움직이는 대규모 함대를 놓칠 리 없었다. 수백 척의 연합함대가 봉황의 감시망에 들어오자, 그 소식은 바로 단치히에 있는 4121 기병사단 사령부와 발틱함대 기함에게 전달되었다.

"최소 300척이란 말이지 ?"

안사협 대령은 발틱함대의 화력을 가늠해 보았다. 기함과 초계함 두 척을 제외하면 모두 300톤 내외의 소형 선박으로 300척을 상대하기에는 무리가 있어보였다. 발틱함대에 4척의 잠수함이 있다는 장점이 있었지만, 4척의 잠수함이 상대할 수 있는 적함은 많이 잡아야 40척에 불과했다.

"전 함정에 전투명령. 4군 사령부에 항공지원 요청하도록. 각 잠수함은 함장의 재량 것, 개별 공격에 들어간다. 수송선들은 신항으로 신속히 회항하도록. 적 함이 단치히 근처에도 오지 못하게 막아야 한다."

숫적 열세에 놓여 있다면 탁월한 기동성과 타격력을 믿어볼 수 밖에 없었다. 바다에 나온 안사협은 유럽 연합의 대함대의 위용에 숨이 탁 막혔다. 얼마나 많은 배를 끌로 나왔는지, 함교에 있는 레이더 화면이 온통 하얀 점으로 가득 찼다.

"그새 레이더 성능이 향상됐나 ?"

이격거리 20킬로미터였는데도 유럽 함대는 특이하게도 2418함에서 쏘아대는 레이더 조사파를 확실히 반사하고 있었다. 두 함대가 가까워질수록 그런 현상은 더욱 두드러졌다. 목선에서는 볼 수 없는 현상이었기에 안사협 대령이 레이더 사관을 바라보았다. 자기 모르게 레이더를 손볼 리가 없었지만 이상했다.

"아닙니다. 목선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아니면 밀집 대형이라 그럴 수도 있습니다.

"일단 부딪혀 보면 알겠지. 항공지원은 ? 그리고 봉황은 ?"

"스몰렌스크 기지에서 이륙한다는 전문이 도착해 있습니다. 최고 속도로 이동하면 한 시간 이내에 도착합니다. 늦어도 한 시간 30분 안에는 상공에 도착할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봉황은 함대 후미에 있습니다."

"예상 일몰시간은 ?"

"두 시간 뒤입니다."

부사령관이며 2418함을 맡고 있는 정운재 중령의 이야기를 들으며, 안대령은 유럽 함대와 교전에 들어갈 시간을 가늠했다. 아무래도 천붕은 교전이 시작되기 전에 도착하기는 불가능 해 보였다.

"함대 정지. 교전 중 절대 독자행동을 하지 마라. 고립되면 당한다. 항상 주변에 있는 전우를 보살펴라. 소형함은 3척씩 짝을 지어 함대 고속전을 실시한다. 우리가 다 죽더라도 상륙만은 막아야 한다."

함대 통신망을 개방한 안사협 대령의 목소리가 떨려왔다. 지금 단치히에는 한 개 군단이 한달간 사용할 물자가 하역을 완료하고 이동 대기상태에 놓여 있었다. 유럽함대중 단 한 척이라도 침투에 성공해서 함포를 쏘아대면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될 판이었다.


"30척이라. 그것도 전부 소형이란 말이지 세 척만 빼고. 너무 적군."

아우스트리아 함대 사령관은 자신을 마중 나온 대한제국 함대에 대한 보고에 의아함을 느꼈다.

"총사령부에서 내려온 정보 문건에 의하면 발틱함대는 주력이 소형 함정입니다. 대형 함정 3 척만 처리하면 나머지는 별 위협이 되지 않습니다. 함포 사거리에 있어서는 우리와 비등합니다. 모르긴 몰라도 지금 전방에 나타난 함대가 대한제국이 가용할 수 있는 전체라고 보셔도 될 것 같습니다."

넬슨 제독이 사령관의 이해를 돕기 위해 나섰다.

"그 정보 문건이 맞다면 그렇겠지. 각 함정은 대공화기 점검하고, 넓게 산개하며 공격에 들어간다. 적 함대를 중앙으로 몰아라."

함대 사령관 기함에서 불빛 신호가 각 함에게로 전파되었다. 수많은 범선들이 무리를 지어 흩어지며 발틱해를 가득 메웠다. 사방이 온통 유럽 함대 소속 돛단배로 가득 찼다.

'펑 꽈광'

벌써 교전거리에 다가왔는지 함포탄이 작렬했다. 확실히 대한제국 함포는 자신의 것과 차이가 났다. 선두에서 함대를 이끌던 소형 갤리온선 하나가 함포를 뒤집어 쓰고 불타 올랐다. 마스트가 꺾여 바다로 떨어지는 것이 단안경에 잡혔지만 선도함은 계속해서 앞으로 전진해 갔다.

"아이런 애로우 준비"

영국에서 설계하고 신성로마제국과 이태리에서 생산된 신형 함포, 아이런 애로우가 포탄을 장전하고 발사 대기상태에 들어갔다. 종이로 싼 작약을 사용하여 장전 속도와 비거리를 향상시킨 아이런 애로우는 족히 4마일은 날아갔다.

"발포"

'꽈과과광'

기함에서 아이런 애로우가 발포되는 것을 시작으로 연합 해군에서도 함포가 발사되었다. 순식간에 수백발의 함포탄이 발틱 함대 진영에 무수히 물기둥을 만들며 떨어져 내렸다.


"소형함대 발진."

안사협 대령은 적 함포에서 발사된 함포가 함대 진영에 정확히 떨어지는 것에 적잖이 놀라고 있었다. 함포 사거리가 초계함 75미리 함포와 거의 동급에 이었다. 소형함이 장착한 50미리 함포는 기껏해야 3킬로미터를 날아갈 뿐이었다.

"잠수함은 어디 있는 건가 ? 잠수함에 공격명령."

이상하게도 바닷속에 있을 4척의 잠수함은 아직까지 움직이지 않고 몸을 사렸다. 함포전이 시작되었다는 것을 모를 리 없었는데 아직까지 어뢰 공격이 이루어 지지 않았다. 요동치는 바닷속으로 공격명령이 전달될 지 의문이었지만, 소리장은 연신 공격을 알리는 고주파를 물속으로 쏘아댔다.

"6703함 피격"

신항에서 세 번째로 건조된 소형함이 최초로 적 함포에 피격되며 피해가 발생했다. 가장 선수에 있던 6703함은 3발의 명중탄을 맞고 검은 연기를 뿜어냈다.

"6703함 피해 보고. 2명 사상 5명 부상. 기동력 상실. 하지만 침몰할 때까지 싸우겠다. 50미리 기관포는 아직 멀쩡하다."

"6703함을 보호하라"

안사협 대령의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10명 승무원중 7명이 전투력을 상실했지만 나머지 3명이 기관포로 끝까지 저항하겠다는 뜻을 알려왔다. 6703함의 통신은 함대 공용 통신망으로 들어와 전 함대에 그대로 전해졌다. 함대 사령관의 명령이 앞으로 달려가던 소형함 전대 하나가 6703함 주변으로 몰려들었다.

"모든 화력을 집중해서 적의 중앙을 공격한다."

"사령관님. 적 함대가 우릴 포위하려 합니다."

"알고 있다. 하지만 아직 물러날 수 없다. 좀더 버티다 천천히 후퇴한다."

"6614함 피격"

앞으로 내보낸 소형함 전대의 피해가 계속해서 들어왔다. 함포에 불타 오르는 전함은 유럽측이 월등히 많았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소형함 전대의 피해도 계속 늘어났다.

'꽈과광 꽈과과광'

양쪽함대가 급속히 가까워지며 2418함의 127미리 함포가 연신 명중탄을 만들었다. 기함이 맹공을 펼쳤고, 좌우로 나란히 항진하는 초계함에서도 75미리 주포 3문과 부포가 불을 뿜었다. 불꽃이 일며 피탄 된 적함에서 불기둥이 솟았지만 침몰하는 함은 극히 드물었다. 함대 최전방에서 연진 50미리를 발포하던 소형함들이 계속되는 피탄을 이기지 못하고 하나 둘씩 침몰하기 시작했다.

"6708함이 대형을 이탈. 안으로 진입합니다."

"뭐야 ?"

안사협 대령은 쌍안경을 들고 범선 진영 안으로 급속도로 들어가는 6708함을 찾아 나섰다. 지그재그로 움직이며 교묘히 포탄을 피해가던 6708함이 범선 진영으로 완전히 모습을 감추었다.

"6708함 호출해서 당장 빠져 나오라고 해"

"저쪽에서 호출에 응하지 않습니다."

"야 윤재용이 당장 나와. 너 이 새끼. 빨리 나와 ?"

호출기를 뺏어 들고 안대령이 소리쳤지만 아무런 응답이 없었다.

"사령관님. 윤재용 대위입니다. 적함은 장갑을 둘렀습니다. 고폭탄으로는 침몰시키기 어렵습니다. 공성탄을 사용하십시오. 총병이다. 고속전진. 으악"

"재용아. 재용아"

그것으로 끝이었다. 사령관이 애타게 불렀지만 6708함에서는 더 이상 대답이 들려오지 않았다. 2418함 함교는 모두들 말이 없었다.

"정신차려. 포술장. 나 함장이다 당장 공성탄으로 교체하라. 함 미속 후진"

정운재 중령이 버럭 소리를 치며 함을 제어해 나갔다. 잠깐 동안이지만 넋을 놓았던 요원들이 다시금 전투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그때 유럽 함대 후미에서 수십 개의 불기둥이 오르며, 요란한 폭음이 들려왔다. 함대 후미로 빠져나간 잠수함 전대가 전방 전투에 신경이 쏠린 유럽함대를 어뢰로 공격하기 시작했다.

"적의 기동을 최대한 저지한다. 한방에 한 놈씩. 무장관은 조준 잘 하도록"

잠수함 387함 함장은 보유하고 있는 15기의 피라미 전부를 쏟아 부었다. 피라미 한기로는 1500톤급 범선을 침몰 시키기 어려울지 몰랐지만, 최소한 속도를 현저히 줄일 수 있었다. 동료함들도 대구어뢰와 피라미를 연속 발사하며 수면 위에 모습을 드러냈다.

"함장님. 잠수해야 합니다."

"대기. 아직 5기가 남았다."

387함 부장은 위치가 노출되었다는 것을 직감했다. 앞서가던 전열함 5척이 급히 방향을 바꾸며 포구를 자신에게로 돌리고 있는 것이 들어왔다.

"함장님 ?"

"어뢰 장전 완료"

"발사"

'핑 핑 핑'

800미터 이격거리에 있던 오색찬란한 전열함을 향해 피라미들이 함을 빠져나갔다.

"잠수. 잠수각 최대. 최대 심도로"

'펑펑펑'

387함이 잠수를 시작함과 동시에 주변에 포탄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폭음에 잠수함 선체가 심하게 흔들리며 파편들이 선체를 두들겼다. 연속해서 떨어진 포탄 하나가 387함 갑판을 때리며 폭발했다. 언제 유럽이 작렬포탄을 개발했는지 몰랐지만, 387함 갑판이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심하게 일그러졌다. 뒤틀려진 강판사이로 해수가 무서운 속도로 침투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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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7 천군2부 +2 15.07.16 3,334 89 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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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5 천군2부 +2 15.07.14 3,330 72 19쪽
144 천군2부 +4 15.07.13 3,521 83 20쪽
143 천군2부 +6 15.07.11 3,673 97 21쪽
142 천군2부 +2 15.07.10 3,525 91 24쪽
141 천군2부 +2 15.07.09 3,626 100 24쪽
140 천군2부 +5 15.07.08 3,612 101 31쪽
139 천군2부 +1 15.07.07 3,457 93 25쪽
138 천군2부 +2 15.07.07 3,821 85 31쪽
137 천군2부 +2 15.07.06 3,555 80 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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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5 천군2부 +2 15.07.01 3,580 92 15쪽
134 천군2부 +2 15.07.01 6,113 87 16쪽
133 천군2부 +2 15.06.23 3,655 97 16쪽
132 천군2부 +3 15.06.22 3,828 86 16쪽
131 천군2부 +2 15.06.19 3,648 108 15쪽
130 천군2부 +2 15.06.18 3,646 90 16쪽
129 천군2부 +8 15.06.17 3,450 102 14쪽
128 천군2부 +3 15.06.17 3,687 76 13쪽
127 천군2부 +6 15.06.10 4,276 81 16쪽
126 천군2부 +2 15.06.10 3,242 79 16쪽
125 천군2부 +2 15.06.10 3,502 80 16쪽
124 천군2부 +3 15.06.09 3,712 111 17쪽
123 천군2부 +3 15.06.08 3,901 98 16쪽
122 천군2부 +2 15.06.07 4,020 82 17쪽
121 천군2부 +1 15.06.06 3,520 79 17쪽
120 천군2부 +4 15.06.05 3,551 84 16쪽
119 천군2부 +2 15.06.04 4,256 82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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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7 천군2부 +4 15.06.02 4,241 99 17쪽
116 천군2부 +3 15.06.01 4,199 105 17쪽
115 천군2부 +4 15.05.29 4,301 98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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