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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구에구 님의 서재입니다.

천군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無明에구
작품등록일 :
2013.06.18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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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7.22 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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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7.14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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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쪽

천군2부

DUMMY

수에즈 운하 홍해 투묘지 아침

대한제국 조선부 동해에서 시멘트를 가득 싣고 크레타 기지로 가는 일만톤급 화물선 평양호와 그 자매함 개성함은 어제 해질녘에 수에즈 운하 입구에 도착했다. 안전상의 이유로 수에즈 운하 통제국은 야간에는 운하를 통제하고 있었고, 주간에만 그것도 편도 1 차례만 통항을 허용하고 있었다. 어쩔 수 없이 평양함과 개성함은 하룻밤을 보내야만 했다.

"선장님. 도선사가 승선하고 있습니다."

함장은 평양함 출항 준비를 감독하던 중, 3 항사의 무선 보고를 듣고 갑판을 바라보았다. 우현에서 하얀 모자가 조금씩 올라오더니 햐안 제복을 입은 사람이 3항사의 경례를 받으며 갑판으로 올라왔다. 그 뒤를 이어 운하 통과에 필요한 줄잡이들이 대여섯명 올라왔다.

"좋은 아침입니다."

"어서 오십시오. 승선을 환영합니다."

도선사가 함교로 올라와 선장과 가벼운 인사를 나누고 함교 중앙으로 걸어갔다.

"자. 그럼 갈까요 ? "

"닻을 올려라"

선장이 무전기에 대고 짧게 소리쳤다. 사람 팔뚝만한 쇠사슬로 연결되어 있는 닻 두개가 끌려 올라오고 기관질 엔진이 힘찬 숨소리를 내며 돌아가기 시작했다. 운하 통제국 소속 선도함이 앞서고 그 뒤에 있는 개성함에서 검은 연기가 올라왔다.

"저속 엔진"

"저속 엔진"

도선사가 올라오면서 선장으로부터 조함권이 도선사에게 넘어갔다. 도선사의 굵고 짧은 명령은 바로 기관실에 전해져 평양함에서도 검은 연기가 피어 올랐다. 엔진 대기 상태에서 저속 노즐이 바뀌어지며 동축을 통해 동력이 스크루로 전달되자 평양함 후미에서 물보라가 일어났다. 배가 서서히 앞으로 움직였다.

"좌로 15도"

"좌로 15도"

조타수가 복명복창을 하며 조타기를 돌렸다. 느릿 느릿하게 선수가 좌측으로 방향을 틀어갔다. 선도함이 운하에 진입하기 시작하자, 도선사가 긴장하기 시작했다. 운하로 진입하는 순간이 가장 위험했다. 여기서는 잠깐 동안 한눈을 팔거나 조함에 실수가 발생하면 바로 좌초나 충돌이 일어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매일 하는 일이지만 도선사의 얼굴은 경직되어 있었다. 옆에서 말없이 지켜보고 있는 선장이나 일항사도 긴장하기는 마찬가지여서 함교에는 작은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우로 10도"

"좌로 5도"

"우로 10도"

몇 번의 변침을 하고 나서야 운하에 진입해서 100미터를 앞서가는 개성함의 꽁무니가 평양함의 선수와 일직선을 이루었다. 그제서야 선장이 작은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점점 개성함과 거리가 멀어졌다.

"타 고정. 속도 10노트로 증속"

운하 1/3 지점에 있는 호수까지는 거의 일직선에 가까웠다. 개성함이 속도를 내며 앞으로 쭉 나가자 도선사는 속도를 높였다. 저속 노즐이 고속 노즐로 바뀌고 평양함이 벌어진 거리를 좁혀갔다. 이격거리 100미터를 유지하며 상선대 15척이 일렬로 줄을 지어 운하를 통과하기 시작했다.

"차 한잔 하시겠습니까 ?"

통과 행렬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자, 선장은 조리장에게 따뜻한 녹차를 주문하며 도선사의 의중을 물었다.

"좋지요."

"조리장 ? 함교로 녹차하고 꿀차 맛있게 타서 올려 주세요."

10분 후에 조리장의 심부름을 하는 사환이 쟁반에 차 두 잔을 받쳐들고 함교로 들어왔다. 사환은 싱글거리며 의자에 앉아있는 선장과 도선사에게 하나씩 건네고 함교에서 내려갔다. 차를 뜨겁게 끓였는지 찻잔에 달린 손잡이까지 열기가 느껴졌다.

"이번이 처음이시죠 ?"

도선사가 선장을 보며 말을 건네자, 지리한 10시간을 어떻게 보낼 가를 고민하던 선장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네. 저는 주로 명부하고 일본부를 왔다 갔다 했습니다. 가끔 극동으로 가기도 하구요. 이쪽으로는 처음입니다. 그리고 이놈도 이번이 처녀 항해입니다."

"어쩐지. 처음 뵙는 분 갔더라니 ? 어떻습니까 ? 첫인상이 ?"

"우선 놀랍습니다. 이런 엄청난 운하를 직접 눈으로 보게 되다니 꿈만 같습니다. 이게 정말로 사람의 힘으로 만든 것입니까 ? 눈으로 보고 있으면서도 믿어지지 않습니다."

선장은 자신의 직분과는 어울리지 않게 팔을 크게 휘두르기도 하면서 자신의 소감을 이야기 했다. 도선사는 선장의 조금 과장된듯한 첫인상을 들으며 천천히 찻잔을 들어올렸다. 정면을 주시하던 도선사는 개성함이 우로 약간 변침을 하자 자리에서 일어나 다시 중앙에 있는 조타기로 다가갔다.

"우로 1도 변침 준비."

도선사 말에 조타수가 고정 장치를 풀고 조타기를 꽉 잡았다.

"어 ? 선도함 무슨 일인가 ? 개성함의 변침각도가 너무 크다."

1도 변침하면 될 곳을 앞서가는 개성함은 거의 5도를 넘어서고 있었다. 아무런 사전 경고도 없는 개성함의 돌발 상황에 도선사뿐만 아니라 평양함 선장도 크게 당황하기 시작했다. 선장이 개성함과 직통으로 연결된 근거리 무선망을 막 들어올리려는 순간, 개성함에서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개성함입니다. 조타기가 말을 듣지 않습니다."

"엔진 역추진 ?"

"역추진 불가. 으악."

"예인선은 개성함의 충돌을 막아"

"선도함 ?"

"응급 조치반 ? 응급 조치반 ?"

"둑에 부딪힌다. 충돌에 대비하라"

곧 이어서 평양함 함교에는 사방에서 들어오는 무선 목소리가 섞여 들려왔다. 모두들 사고를 막기 위해 사력을 다하고 있었다. 평양함 도선사는 사태가 심각하게 돌아가자, 배고동을 울리는 손잡이를 짧게 세번 잡아 당겼다. 다시 세번 잡아 당기자, 후미에서 따라오던 배들이 뱃고동 소리를 울렸다.

"피익 피익 피익"

"엔진 정지. 역추진"

"엔진 정진. 역추진"

기관실에서 긴급상황에 맞게 복창을 하며 후진 노즐을 바꿔 끼우고 다시 동력을 연결하자, 스크루가 반대방향으로 회전하면서 배의 속도를 줄여 나갔다.

"펑. 꽈광"

"무슨 소리야 ? 기관실 ? 기관실 ?"

속도가 줄어들자, 전방의 개성함을 지켜보던 함장은 깜짝 놀랐다. 선저에서 들려온 묵직한 소리와 함께 배가 앞으로 계속 미끄러지고 있었다. 기관실을 계속 호출했지만 응답이 없었다.

"일항사가 기관실로 내려가 봐"

"좌로 5도 변침, 예인선은 선수에서 최대 출력으로 밀어내. "

운하 좌측 둑과 충돌한 개성함이 한동안 움직이지 않더니 운하를 가로막기 시작했다. 계속 돌아가는 스크루가 발생시키는 힘이 개성함을 앞으로 움직이게 하지 못하는 대신 옆으로 움직이게 하고 있었다.

어수선하고 급박한 상황 속에서도 도선사는 개성함과 평양함과의 충돌을 막기위해 침착히 함을 움직였다. 1000마력급 예인선 두 척이 선수에 붙어 평양함을 정지시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었지만, 평양함은 계속해서 미끌어졌다. 일만톤이 시속 16킬로로 움직이는 운동에너지를 2000마력 엔진으로 멈춰 세우기에는 역부족 이었다. 속도가 줄기는 했지만 평양함은 조금씩 개성함을 향해 다가갔다.

"모든 선원은 충돌에 대비하라."

역 추진이 되지 않는 이상 개성함과의 충돌은 불가피해 보였다. 시속 8노트로 움직이는 일만톤급 화물선을 예인선 두 척으로 멈추기에는 거리가 너무 가까웠다. 100미터의 이격거리는 불과 1분만에 손에 잡힐 만큼 가까워졌고 이내 평양함 선수가 개성함 선미를 스치며 지나갔다.

"끼이익. 꽈광"

불꽃이 사방으로 튀어 오르고 평양함 선체가 종잇장처럼 찢겨지며 선창에 들어있던 시멘트들이 쏟아져내렸다. 개성함 기관실에서 작은 폭발에 이어 큰 폭음이 들리며 들썩이더니 선저에 균열이 생기며 가라앉기 시작했다. 불과 2분 30초 사이에 벌어진 사고라고 하기에는 믿기지 못할 정도의 엄청난 파장을 일으키며 운하 개통이래 처음으로 운하 전면 봉쇄가 이루어졌다.


바르샤바 북쪽 30킬로 미터지점 원정군 군수지원 사령부 제 3 보급창

30만평의 부지 위에 마련된 제 3 보급창 정문으로 보급품을 가득 실은 트럭들이 꾸역꾸역 들어왔다. 정문을 통과한 트럭들이 보급창 중앙에 만들어진 인공호수를 돌아 각자 할당 받은 창고로 다가가서 멈춰 섰다. 뒷문이 열리고 달려든 병사들이 10톤 트럭에 가득 찬 보급품을 창고로 옮겨 차곡 차곡 쌓았다. 공병단에서 지은 보급 창고는 조립식 건물로 임시로 사용하기에는 훌륭했지만, 내구성에서는 신뢰도가 낮은 것이 흠이었다. 그렇기에 제3보급창은 비교적 보관이 용이한 1종/2종/6종/10종 보급품을 담당하고 있었다.

"오늘 들어올 차량은 다 들어왔나 ?"

보급창 창장 강윤식 준장은 서류에 서명을 하며 물었다. 열악한 보급로로 인해 스몰렌스크에서 이곳까지 오는데 꼬박 5일이나 걸려 수송부대가 들어왔다. 기껏 800킬로미터 남짓한 거리이지만, 날씨가 나빠 길이 막히면 중간에서 오도가도 못하고 갇혀 있어야 했다. 그나마 겨울 끝 자락이라 수송이 한결 수월한 것을 감사해야 했다. 겨우 내내 4군이 보유하고 있는 대부분의 수송수단이 스몰렌스크에서 바르샤바 주변에 흩어져 있는 보급창으로 보급품을 실어 나르고 있었다.

"그렇습니다. 창장님. 내일 부터는 반출 작전이 시작됩니다."

"알아서 잘 하겠지만, 각별이 신경 좀 쓰게. 외지에서 목숨을 걸고 싸우고 있는데 보급 때문에 시비가 생기면 골치 아프니까 ? 그리고 수송대 애들 잘 돌봐주고."

"무슨 말씀이신지 잘 알겠습니다."

강윤식 준장의 잔소리는 끝이 없었다. 부청장 서문 병철 대령은 수첩에 강준장의 잔소리를 일일이 기록하며 대답을 하고 있었다. 꼼꼼한 성격의 강윤식 준장은 작은 것 하나도 직접 챙기기로 유명했다.그는 자신이 맡고 있는 부대로 인해 잡음이 나는 걸 병적으로 싫어했다.

"오늘 야간 경비는 누가 맡나 ?"

"3대대에서 맡습니다."

"그래. 보급창이 얼마나 허술한지 자네도 잘 알고 있지 ? 외곽 경비 체계를 다시 한번 훑어봐야겠어. 그리고 3대대 이외의 병력도 항시 긴급대응 할 수 있도록 해야 돼. 대대병력 이래야 겨우 600명이야. 3교대 투입하면 200명이 불안전 지역에서 30만평을 완벽하게 지킨다는 건 무리가 있어. 오늘 밤 비상 훈련을 하는 것도 괜찮지. 그리고 방화 체계도 매일 확인하고 강추위에 호수관이 얼지 않도록 하고."

"네. 알겠습니다. 그런데 비상훈련은 그제도 했지 않습니까 ? 너무 자주 하면 부대 사기가 저하될 수 있습니다."

"다 살고자 하는 거야 필요하면 매일 할 수도 있는 것이 훈련이고. 군대가 훈련을 두려워해서야 어디 그게 군대인가 ? 그 외 또 뭐가 있나 ?"

거의 한 시간 동안 잔소리 아닌 잔소리를 해 놓고도 모자랐는지 창장은 혹시 빠트린 것이 없는지를 곰곰이 생각하기 시작했다. 꼿꼿이 서 있던 서문 대령은 다리와 허리가 아파오기 시작하자 자신도 모르고 몸이 비틀리고 있었다.


"철컥"

어둠이 스멀스멀 밀려오며 보급창으로 통하는 모든 문이 잠겨갔다. 정문 초소에는 장애물이 세워지고 중기관총이 거치 되었다. 장갑차량 두 대가 정문으로 다가와 자리를 잡을 무렵 보급창 외곽에 쳐진 철조망 옆에 세워진 가로등이 하나 둘씩 불이 들어왔다. 경비병력이 각 초소에 투입되기 시작하면서 보급창은 어둠 속으로 묻혔다.

"어렵겠습니다."

자정 무렵, 어둠을 이용해 보급창을 주시하고 있던 유럽연합군 특수 부대원들은 자신에게 할당된 임무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을 온몸으로 느끼고 있었다. 보급창 주위는 이중 철조망이 쳐져 있었고, 경비 병력은 밀어내기식 경비를 하고 있어, 은밀히 침투하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워 보였다. 대원들의 우려에도 부대원을 이끌고 있는 에드워드는 표정의 변화가 없었다.

"몸으로라도 뚫고 들어간다. 다른 부대도 마찬가지야. 시간이 약간 남아 있으니, 탐조등"

에드워드는 말을 하다 말고 급히 바닥에 엎드렸다. 적들은 철조망 주변을 대낯처럼 밝혀놓은 것도 모자라 탐조등으로 사방을 훑으며 주변을 경계하고 있었다. 부대 규모로 봐서는 적어도 수천명이 주둔하고 있을 것 같은 곳을 단 백명으로 공격해야하는 에드워드도 걱정 되기는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그에게 목숨보다는 임무 완수가 우선이었다. 탐조등이 한차례 지나가자 고개를 든 에드워드가 몇 사람을 지목했다.

"대포 설치해. 나머진 산개. 전령은 정확히 새벽 3시에 공격한다고 주변에 전파하도록"

에드워드가 이끄는 팀은 지금 10개로 나뉘어져 주변에 산개해서 제3 보급창을 공격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었다. 대원 두 명이 새롭게 개발된 물 로켓, 일명 워터 캐논을 설치하는 사이 나머지 대원들이 몸을 엄폐하기 위해 흩어졌다. 워터 캐논은 물과 공기의 압력으로 탄두 600그램짜리 탄을 100야드 가까이 날릴 수 있다. 다섯 개의 물대포가 설치 완료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전령이 되돌아왔다. 시간을 가늠하던 에드워드가 손짓을 하자, 모든 대원이 양손을 바닥에 집고 튀어 오를 준비를 했다. 동시에 대원 하나가 물대포에 장착된 포탄에 도화선을 꼽고 불을 붙이기 위해 성냥을 꺼냈다.

"탐조등. 3시 방향"

초소에서 전방을 주시하던 구문 일병은 앞에서 뭔가 반짝이자 탐조등을 그 쪽으로 돌리게 했다. 탐조등이 3시 방향을 비추기 위해 빠르게 움직였다. 구문 일병은 앞쪽에서 미확인 물체가 계속 반짝거리자 등골이 오싹해졌다.

"피우웅"

"뭐야 ?"

반짝이는 뭔가가 하늘로 올라가더니 서서히 날아오고 있었다. 반짝이는 물체를 쫓던 구문 일병은 탐조등이 3시 방향을 비추자 눈을 돌렸다. 멀어서 잘 보이진 않았지만, 움직이는 물체가 있긴 있었다. 곧이어 또 다른 물체가 하늘로 올라갔다.

"꽝"

"비상. 적이다. 사격."

구문 일병이 소리치며 상황실과 연결된 비상 줄을 잡아당겼다. 비상 줄은 곧바로 상황실에 있는 비상종으로 연결되어 부대 내부에 비상 경고음이 울려 퍼졌다. 거의 동시에 부대 내부에 설치된 꺼져있는 모든 가로등이 켜지며 30만평을 훤히 밝혔다. 보급창 부대원들은 새벽에 울린 비상 경고음 소리에 일사 분란하게 움직이며 각자 자신이 밑은 구역으로 달려 갔다. 워낙 많이 해본 훈련이라 병사들은 순식간에 자신의 거점을 확보했다.

"뭐야 이거 ! 실제 상황이야 ? 분대 사격 준비."

허겁지겁 달려 나온 주만 중사는 총소리와 폭음이 드려오자 막사에 놓고 온 야전 상의가 아쉬웠다. 상황 파악을 제대로 못 한 주만주 중사는 훈련인 줄만 알고 불침번이 챙겨준 상의를 뿌리치고 나왔다. 언제나 그렇듯 훈련이라면 위치 보고 후 막사로 돌아가야 했지만 이번에는 진짜였다. 어떤 미친놈이 공격을 해 온 것이거나 초병이 헛것을 본 것이었다. 뛰어 오느라 난 땀이 식자 한기가 뼈 속까지 밀려왔다.

"일분간 사격"

"타타타타타타"

이래적으로 보급창 공용 통신망으로 야간 당직 사령의 명령이 내려왔다. 그와 함께 부대 전체가 총소리로 가득 찼다. 그때서야 적의 공격이란 것을 알아 챈 주중사는 자신에게 할당된 장소로 무차별 사격을 해댔다. 야간 공격을 받을 경우를 대비해 개발된 무차별 사격 개념은 적이 어디로 오는 지 확신할 수 없을 때 적용되고 있었다. 부대원들에게는 미리 사격 방향을 지정해 주고 명령이 내려오면 할당 받은 지역에 무차별 사격을 가해 접근하는 적을 저지하고 적의 반격을 감지하여 정확한 진입로를 찾아내고자 하는 의도가 있었다.

"펑펑펑"

일제 사격이 끝나고 사방으로 조명탄이 쏘아졌다. 보급창으로 접근하여 막 철조망을 넘던 유럽 연합군 특수대원들이 조명탄에 노출되면서 집중 사격을 받았다.

"장갑차 보내고.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라. 주변 부대에 협조요청하고"

강윤식 준장이 어느새 직접 전투를 지휘하기 시작했다.

"꽈 광 꽈 광"

"저건 뭐야 ? 85번 창고에 화재 발생. 소화반 출동. 펌프 가동"

갑자기 전투 현장에서 멀리 떨어져 있던 85번 창고 지붕이 폭발하면서 불이 붙었다. 불이 나자 중앙 호수와 연결된 펌프가 가동되며 물을 끌어올려 85번 창고 지붕위로 시간당 10톤을 물을 쏟아 부었다.

"35번 창고에 화재 발생"

"뭐야. 원인이 뭐야 ? 이런 탐조등 하늘 비춰봐"

화재 진압에 정신이 없던 서문 대령은 갑자기 여기저기서 화재가 발생하자 순간 하늘을 올려 다 보았다. 부청장의 명령에 탐조등이 일제히 하늘로 올라가고 하늘에 떠 있는 물체가 탐조등에 걸려들었다.

"내부 요원들은 대공사격. 장갑차 대공사격"

그러는 와중에도 하늘에 떠 있는 물체에서 폭탄이 떨어져 내렸다. 폭탄은 정확히 호수에서 물을 끌어올리는 펌프에 떨어져 폭발했다. 펌프가 폭발에 휩쓸려 터져 나가자 사방으로 물이 튀었다. 물을 흠뻑 뒤집어 쓴 병사들은 서둘러 옷을 벗고 막사로 달려갔다.

"한 놈씩 일제 사격해. 12시 방향 일제 사격"

대공사격훈련을 한번도 받은 적이 없었기에 서문 대령의 명령에도 불구하고 대응속도가 너무 느렸다.

"드드드드"

"펑펑 꽈꽝"

대공사격이 이루어지자 하늘에 떠 있던 기구가 추락하기 시작했다. 탐조등에 포착된 기구들은 하나도 남김없이 추락하고 있었지만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하늘에서는 계속해서 포탄이 떨어져 내렸고, 기구 자체가 창고와 충돌하며 창고 하나를 완전히 불길에 휩싸이게 만들었다.

"비상 펌프 가동하고. 불을 끄는 데 주력하라. 탐조등은 계속 대공 감시."

강윤식 준장은 활활 타오르는 13번 창고를 바라보며 책상을 걷어 찼다. 그렇게 조심 하고, 하루 걸러 하루 훈련을 하고 외곽 순찰을 돌았는데도 적은 보란 듯이 공격을 해왔고, 3보급창에 막대한 피해를 입히는데 성공했다. 장갑차가 외곽에 투입되고 내부 병력이 외곽을 공격하면서 에드워드 부대는 철조망을 넘지도 못하고 후퇴해야만 했다.

"이젠 하늘도 감시해야 한단 말이지. 도망친 놈들은 끝까지 추격해서 잡아와."

"창장님 ?"

"왜 ?"

통신장교가 창장을 불렀다. 창장은 또 뭐냐는 투로 통신 장교를 바라보았다. 통신 장교에게 전문을 건네 받은 강준장은 믿기지 않는 듯 두 눈을 크게 뜨고 전문을 다시 한번 읽었다.

"제6보급창 전소. 제4보급창 반파. 각 보급창은 1급 경계령. 대공 감시에 주력할 것. 적은 기구를 이용한 공격을 하고 있음."

"이런 개 같은 경우가 ?"

강준장은 전문을 구겨버리곤 버럭 소리를 질렀다. 거대 보급 기지 스몰렌스크에서 겨우 내내 폴란드로 이송된 보급품들은 이번 봄에 있을 전투에 쓰여지기 위한 것이었다. 정확한 피해가 얼마나 되는 지 알 수 없었지만, 전문과 자신이 입은 피해를 근거로 어림잡더라도 최소 1/3에서 최대 반절은 날아간 것 같았다. 적이 하늘을 통해 공격을 해 올 거라고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기에 폴란드의 하늘은 아무런 감시를 받지 않고 있었다.

"6 보급창이 날아갔으면 봄 진격은 아에 글렀군"

주로 석유, 연료, 윤활유등 3종 보급품을 보관하던 6 보급창은 단 한번의 공격을 견디지 못하고 날아가 버렸다. 그렇게 되면 4군 원정군은 발이 묶인 거나 진배 없었다. 기계화 사단 자체 보유 연료가 얼마나 될까를 짐작하던 강준장은 이내 고개를 흔들었다. 여명이 밝아오면서 부대 내부 곳곳이 흉측한 몰골을 드러내며 강준장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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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4 천군2부 +3 15.06.09 3,712 111 17쪽
123 천군2부 +3 15.06.08 3,901 98 16쪽
122 천군2부 +2 15.06.07 4,020 82 17쪽
121 천군2부 +1 15.06.06 3,521 79 17쪽
120 천군2부 +4 15.06.05 3,551 84 16쪽
119 천군2부 +2 15.06.04 4,257 82 16쪽
118 천군2부 +3 15.06.03 3,708 103 18쪽
117 천군2부 +4 15.06.02 4,242 99 17쪽
116 천군2부 +3 15.06.01 4,199 105 17쪽
115 천군2부 +4 15.05.29 4,301 98 17쪽
114 천군2부 +2 15.05.29 4,167 100 18쪽
113 천군2부 +5 15.05.28 4,633 131 17쪽
112 천군2부 +4 15.05.27 4,872 124 17쪽
111 천군2부 +3 15.05.22 4,553 93 18쪽
110 천군2부 +2 15.05.21 4,800 113 14쪽
109 천군2부 +5 15.05.20 4,705 112 12쪽
108 천군2부 +3 15.05.18 4,810 118 19쪽
107 천군2부 +3 15.05.10 5,280 117 19쪽
106 천군2부 +3 15.05.09 4,878 144 18쪽
105 천군2부 +3 15.05.08 5,102 104 19쪽
104 천군2부 +4 15.05.07 5,845 120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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