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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구에구 님의 서재입니다.

천군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無明에구
작품등록일 :
2013.06.18 10:38
최근연재일 :
2015.07.22 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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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7.20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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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쪽

천군2부

DUMMY

"11시 방향. 사선으로 적함을 겨냥해라"

6503함 포술장은 고폭탄에서 공성탄으로 탄종을 바꾸고 나서 첫 제물을 찾았다. 공성탄의 위력을 알고 있는 포술장은 측면을 공격하는 것 보다 선수나 선미를 공격하는 것이 더욱 효과적이란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측면 공격은 자칫 포탄이 목표를 뚫고 지나가버릴 수도 있었다.

"발포"

직접 3문의 75미리 함포를 제어하고 있는 포술장의 목에서는 점점 쉰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3발의 공성탄을 맞은 목표가 폭발과 함께 그대로 가라앉았다. 함을 뚫고 지나가던 포탄이 중앙에서 연속으로 터지면 위아래로 압력을 가했고, 연속압력을 견디지 못한 함 용골이 부러지며 함이 침몰하고 있었다.

"1130 거리 1500 발포"

'꽈광'

포술장은 이질적인 폭음과 함께 뜨거운 열기가 덮쳐오자 본능적으로 허리를 굽혔다. 바람에 생전 처음 맡아보는 화약냄새와 피비린내가 코끝을 자극했다.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던 포술장은 자신의 눈을 믿을 수 없었다. 3번 주포가 산산조각나고 3번과 2번 주포를 운용하던 요원들이 피투성이로 나뒹굴었다. 달려가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지만, 포술장은 함교로 연결된 전화기를 들어올렸다.

"함교 나와라. 갑판 피탄, 응급조치반과 의료반 지원, 예비 주포 운용요원 갑판으로"

"1008 거리 1400 발포"

목으로 넘어오는 피멍울을 꿀꺽 삼킨 포술장이 악 받친 소리를 질러댔다.


단기3960년 늦겨울 우크라이나 리보프

우크라이나 전역에 흩어져 있던 4군단 전 병력 4만 명이 4군 사령관의 이동 명령에 따라 주둔지를 벗어나 크라코프로 이동을 시작했다. 관할 구역을 3군단에게 넘겨준 4군단 사령관 황보민 중장은 한결 홀가분한 마음으로 지휘차량에 올라탔다. 카르파티아 대간 처마자락에서 겨울을 보낸 4군단은 크게 날개 짓을 하며 하늘 높이 날아오를 준비를 했다.

"유럽 연합군의 대대적인 공격이 전 전선에 걸쳐 시작되었다. 40만 유럽 연합군 공격에 맞서 대한제국군 4군 휘하 장병들은 싸우면 반드시 이긴다는 투철한 군인정신으로 무장하고 지금 이시간에도 혈투를 벌이고 있다. 수많은 우리의 형제들이 피를 흘리며 적과 싸우고 있다는 것을 잊지 마라. 막강 4군단에 임무가 주어졌다. 우리는 크라코프를 탈환하고 지중해 아드리아 까지 앞만 보고 진격 또 진격해 나간다. 우리를 막는 적에게는 오로지 죽음뿐이다. 가자. 4군단은 진격하라."

군단장의 진격 명령에 4군단이 환호성을 지르며 장장 1200킬로미터의 대장정을 시작했다. 기병사단을 선두로 4411 기계화 사단과 포병여단이 그 뒤를 따라갔다. 4군단 특수 여단의 호위를 받으며 보급품을 실은 수송부대가 출발하자, 보병사단이 최후미에 크라코프로 행군을 시작했다. 4군단의 진격로에는 유럽군 최대 3개 군단 12만 명의 진격로와 보급로가 놓여 있어서 반격이 만만찮을 것으로 예상되었지만, 막강 4군단의 행군을 막을 수 있으리라고 아무도 생각하지 않았다.

"경계선을 넘어갑니다."

천마로 무장한 장갑 정찰 중대와 기병대대가 폴란드와 우크라이나의 경계선을 넘어가고 있었다. 실질적인 교전 지역에 들어선 장갑 중대장은 상체를 밖으로 내밀고 주변을 두리 번 거렸다. 사방에는 잔설이 그대로 얼어붙어 있었고, 어디에도 적의 그림자는 보이지 않았다.

"광범위한 정찰을 실시한다. 차간 간격을 더욱 넓혀라, 좌우 500미터 앞차와의 간격 100미터. 진격속도 10"

대대장의 말에 천마-4 16여대가 넓게 산개하며 평원을 느릿하게 훑고 지나갔다. 차장들은 기관총을 붙잡고 사방을 경계했고, 승무원들은 자체의 움직임에 몸을 맡기고 개인화기를 손질했다. 16여대의 천마가 내뿜는 굉음소리가 평원 가득 울려 퍼졌다.

"110 지점. 일단의 행렬 발견, 비무장으로 보이지만 숫자가 수백 명에 달한다"

"1소대는 즉각 110 지점을 확보하고 보고하라."

경계선을 넘어 대략 30킬로미터를 들어왔을 무렵, 카르파티아로 움직이는 사람들의 행렬이 나타났다. 기대했던 적이 아니란 보고에 중대장은 실망하는 눈치였다. 그러나 기병대대장은 그들이 크라코프를 탈출한 사람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1 소대보다 먼저 민간인 행렬에 다가갔다. 조봉민 대령의 특별 지시를 받은 바 있는 대대장은 민간인들을 찬찬히 뜯어보았다. 애석하게도 그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우린 대한제국 군대다. 너희들은 누구냐 ?"

"저희들은 크라코프에서 탈출한 소치니 교도들입니다."

"그래 ? 그럼 시장님은 어디 계시는지 아느냐 ?"

대대장은 짐작대로 크라코프 시민이라는 것이 밝혀지자, 엘브롱그의 소식을 먼저 물었다. 무리를 인솔하고 있는 듯한 자는 대답을 머뭇거렸다.

"구교도 놈들이 들어오고, 제일 먼저 한 것이 소치니 신부님과 시장님을 화형시킨 일입니다. 교회는 완전히 불타버렸고, 시내 곳곳에서 방화가 있었습니다. 그 와중에 많은 사람들이 죽었죠. 크라코프는 완전 폐허나 다름없습니다. 대한제국 기병연대가 떠날 때 떠났어야 했는데. 흑흑흑"

대대장은 크라코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짐작이 가고도 남았다. 카르파티아 산자락으로 숨어들거라는 피난민들은 대대원들이 나눠주는 모포와 먹을 것을 가슴에 앉고 멈췄던 발 걸음을 다시 떼었다.


단치히 상공

밝게 빛나던 동그란 해가 하루 일과를 마치고 서쪽 하늘을 발갛게 색칠하며 어그적 어그적 넘어갔다. 만 오천미터 상공을 날고 있는 전투비행사단 2개 연대가 도망가는 태양을 쫓아가며 빠르게 서쪽으로 날아갔다.

"적이 해안가로 가는 것을 막아라. 절대 상륙을 허용하지 마라"

"6503함 피탄 주포 상실. 부포로 계속 공격합니다."

"6711함 침몰"

"천붕이 도착했다. 전 함정은 해역을 최대속도로 이탈하라."

"지지직, 3대대 상황 보고하라"

이병훈 준장이 타고 있는 천붕은 향후 봉황을 대체할 기체로 개발된 광역 전선 통제기로 불사조로 불렸다. 봉황보다 한 단계 발전된 장비를 장착한 불사조는 천붕 기체에 각종 통신 장비와 관측 장비 그리고 레이더를 장착했다. 80개의 주파수를 한꺼번에 통제할 수 있는 통신기기에서는 발틱함대의 처절한 몸부림과 단치히를 방어하는 4121사단 예하 부대간의 통신이 쉴새 없이 들어 왔다.

"장군님. 30초 후 목표상공에 도착합니다."

바다 위를 탐색하고 있는 레이더에 잡힌 발틱함대는 겨우 10척이 되지 않았다. 단지 바다에 떠 있는 것이 그랬다. 그 중 몇 척이 기동성을 보유했는지 알 수 없었다. 불사조가 해전이 한창인 상공을 지나치고 그 뒤를 따라온 50대의 천붕이 속도를 줄이고 하강하기 시작했다.

"1연대부터 폭격에 들어간다. 아군 함정이 근접거리에 있다. 먼저 정밀 폭격에 들어간다. 발틱함대와 적을 분리시키고 무차별 폭격에 들어간다."

500킬로그램 고폭탄 50개 와 대형 모자탄 두개를 실은 신형 천붕이 구름을 뚫고 그 모습을 나타냈다. 길이만 54미터가 넘는 천붕은 항속거리 12,000킬로미터를 자랑하는 대한제국이 보유한 최신형 폭격기다. 제비호처럼 고기동이 불가능하다는 단점이 있었지만, 설계자들은 천붕이 격추된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당연한 일이었다.

"투하"

이무민 소령은 천붕을 완만하게 하강 시키며 거의 수평 비행에 들어갔다. 해수면과 가까워질수록 이무민은 조종간을 잡고 있는 손에 힘을 주었다. 후방 좌석에서 폭탄 투하 임무를 맡고 있는 윤형식 중위가 폭탄창을 열고 고폭탄 하나를 떨어뜨렸다.

"잘한다. 아주 농약 뿌리듯 골고루 잘 뿌린다. 최소한 반타작은 해야지."

윤중위는 유럽 함대 머리 위를 지나면서 총 8개의 폭탄을 떨어뜨려 3개가 정확히 명중했다. 그렇게 연습을 했음에도 명중률이 형편없었다. 이무민 소령의 핀잔을 들으며 윤중위는 자신의 머리를 톡톡 쳤다. 기체가 상승하며 왼쪽으로 크게 선회하기 시작했다.


"플라잉 애로우 발사"

"갑판 총병은 대공 사격하라"

넬슨은 윤중위가 소속된 비행 대대가 다 지나고 나서야, 대공사격을 명령했다. 해전에 온통 신경을 쓰고 있던 연합 함대는 하늘에서 내려오는 공격에 수십 척의 배가 반파되거나 완파 되고 있었다. 우왕좌왕하던 대공포 담당 수병들이 영국군 비장의 무기를 하늘 높이 날려 보냈다. 각 전열함 앞뒤 양 옆에 고각으로 고정된 포대에서 쏘아 올려진 포탄이 길게 꼬리를 달고 하늘높이 올라가 폭발했다. 거의 저고도 수평비행을 하고 있던 천붕 사이사이로 수십 발의 포탄이 올라왔다. 파편들이 1연대 후속으로 폭격 코스에 진입했던 2연대 3대대를 스치듯 지나갔다.

'투다닥 타타타타탁'

"뭐야 ?"

도리깨에 터져나가는 콩깍지 소리가 기체 안으로 전달되었다. 5908이란 숫자가 선명한 천붕 한기가 왼쪽에서 하얀 연기를 내뿜으며 날아갔다. 양익에 두개씩 장착된 4기의 엔진 중 하나에서 연기가 나며 힘차게 돌아가던 프로펠러가 멈춰 섰다. 5908기가 급격히 추력을 상실하며 추락하고 있었다.

"출력 최대로, 상승, 상승"

이병훈 준장은 전혀 예상치 못한 공격에 적잖이 놀랐다. 5908이 가까스로 수평을 유지하려 몸부림쳤다.

"5908. 모든 폭탄을 버려라. 무게를 줄이란 말야. 5908 들리나 ? 5908 ?"

기체 안정에만 신경을 쓰던 5908 조종사가 이병훈 준장의 말대로 폭탄창을 열고 모든 폭탄을 떨어뜨리기 시작했다. 일시에 30톤의 폭탄이 바다위로 떨어져 내렸다. 한결 기체가 가벼워지자, 5908이 점점 상승하기 시작했다.

'꽈과광'

동시 다발적인 폭발음이 또다시 들리고 폭풍이 상승하는 기체 꼬리를 뒤흔들었다. 가까스로 상승하려던 5908이 폭발에 휘말려 양력을 상실하고 그대로 곤두박질치며 추락했다.

"모든 편대는 폭격을 중지하고 안전고도 일만 미터까지 상승한다. 정밀 폭격을 포기하고 무차별 폭격에 들어갔다."

그 사이 또 다른 천붕 하나가 추락하고 있었다. 좌익을 관통한 포탄에 좌익이 너덜너덜해졌다. 좌익이 동체에서 떨어져나가면서 날개 꺾인 천붕 한기가 그대로 바다를 들이받았다. 2연대 2대대 후미를 따르던 천붕이 머리를 하늘로 향하며 급격히 고도를 높였고, 저고도로 선회하던 1연대도 상승을 시도했다. 대열이 흐트러져 천붕들이 하늘을 난잡하게 날아다녔다.

"모든 천붕은 신속히 4각 편대를 구성하고 정지 비행을 준비한다. 피해를 입은 기체는 공역을 이탈해 030 지점에서 대기하라."

불사조 승무원들은 난잡한 하늘을 정리해 나갔다. 동체와 날개부분에 피해를 본 7기의 천붕이 고도를 더 이상 올리지 못하고 공역을 이탈하고 있었다. 10여분 동안 선회와 자리바꿈을 계속하던 천붕들이 고고도에서 대형 4각 편대를 구성하며 다시금 해역에 나타났다. 고고도에서 활강하듯 천천히 내려오는 모습은 밑에서 보면 마치 하늘에 정지해 있는 착각을 불러 일으켰다.

"준비된 편대부터 진입한다. 모자탄를 먼저 보낸다. 모두 쏟아 부어라."

가로세로 3대씩, 총 9대로 구성된 4각 폭격 편대가 폭탄창을 열고 5톤짜리 대형 폭탄 2개를 떨어뜨렸다. 총 18개의 모자탄이 해상 500미터에서 외피를 깨고 수천개의 아이 머리통만한 자폭탄을 사방으로 흩뿌렸다. 가로세로 3킬로미터 지역으로 골고루 뿌려진 자탄이 충격 신괸이 작동하며 터져나갔다. 이어 500킬로그램 폭탄이 줄줄이 떨어졌다. 눈먼 폭탄들이 우수수 떨어지며, 유럽 함대를 무차별 유린했다. 발틱함대를 포위하기위해 넓게 산개 되어 있었음에도 총 3번에 걸쳐 시행된 폭격에 대부분의 함이 불타 올랐다. 모자탄은 배에 불을 지르고 갑판에 있는 수병들을 살상했지만, 고폭탄은 낙하하는 무게만으로도 배 밑바닥까지 뚫고 지나갈 만한 위력을 발휘했다. 어떤 폭탄은 장갑에 튕겨져 올라와 공중에서 폭발하기도 했지만, 일단 맞은 배는 침몰을 면하지 못했다.

"3연대가 10분에 공역에 들어옵니다. 1,2연대 폭격을 마치고 대기중입니다."

구형 천붕을 보유한 3연대는 늦게 출격한데다 속도도 느려서 이제 도착하고 있었다. 항속거리도 짧은 구형 천붕은 공역에 오래 지체할 시간도 없었다.

"3연대는 해안가로 이동하고 있는 적함을 공격하도록. 그리고 030에 대기하고 있는 기체를 단치히 외곽으로 이동시켜 4121사단을 지원하도록. 1,2 연대는 고고도에서 대기 후 3연대가 폭격을 마치면 기총 훈련을 실시한다."

이병훈은 3연대가 도착하면 유럽함대는 궤멸될 것으로 생각되었다. 한 고비를 넘겼다고 생각하던 이병훈은 물을 마시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났다. 냉수를 마시려다, 녹차로 생각을 바꾼 이병훈이 뜨거운 물을 잔에 따르고 잠시 기다리며, 레이더 상황판을 둘러보았다.

"이건 뭔가 ?"

이병훈은 남쪽에서 반짝이고 있는 점을 가리켰다. 거의 움직이지 않고 있었지만 슈체친 상공에 뭔가 떠 있는 것 같았다.

"봉황인가 ?"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곳에 봉황을 투입한다는 전문을 받지 못 했습니다."

"그래도 모르니, 4군 사령부에 문의해 보고, 만일을 대비해서 1연대를 슈체친으로 이동시켜"

이병훈은 바르샤바 보급창을 공격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스치고 지나갔다.

"저것이 진짜 그놈들이라면, 하늘이 누구 것인가를 확실히 보여줘야지."


슈체첸 남쪽 10킬로미터 600미터 상공

베를린 외곽에서 떠 오른 기구에는 유럽 연합군 공군 소속 병력이 한 사람씩 타고 있었다. 지름 10미터 기낭에 가스와 뜨거운 공기를 가득 채운 기구는 비록 일회성이었지만, 최초 출격에서 상상외의 전과를 올렸다. 이번이 두번째 출격인 기구 부대는 슈체친을 폭격하기위해 이동 중 이었다. 그들 사이에는 갈릴레이가 만든 대형 비행선이 한 척 떠 있었는데, 운 없게도 이 비행선이 불사조의 감시망에 걸려든 것이다. 대형 비행선 아래에 매달려 있는 바구니에는 윈스턴 소총으로 무장한 병력 십여명이 타고 주위의 기구들을 감시했다.

"바람이 아주 좋군. 하나님에게 영광을. 이대로 조금만 가면 슈체친 상공이다."

태양이 모습을 감추고 땅거미가 내려왔다. 지나간 하루가 아쉬운 듯 동쪽하늘에 여운이 남아 있었다. 단안경으로 아래를 내려다 보던 이그나시오 가리도는 어둠 속에 가려지는 오드리 강 줄기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처음에 바구니가 땅에서 멀어지자 두려움이 밀려왔지만, 지금은 하늘을 날고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들떠 있었다.

"하늘 나는 것도 별거 아니군. 난 이제 어디든 갈 수 있다."

유럽 연합측에서는 목숨을 걸고 기구에 탈 사람을 모집하고 있었고, 밀라노 교회 종교 감옥에서 사형 날짜만을 기다리던 그는 흔쾌히 기구에 타겠다고 자원을 했다. 잘 하면 살 수 있는 길이 열려 있었기 때문이다.

"얼마나 많은 성인들이 성스러운 역사에 참여했던가 ? 게다가 난 교황 성황의 축복까지 받은 몸이다."

중얼거리던 가리도가 무릎을 꿇고 하늘에서 이 거룩한 역사를 지켜보고 계실 그 분을 위해 기도를 올리기 시작했다. 어차피 기구는 자신이 가만 있어도 알아서 움직였고, 자신은 부대장이 나눠 준 양초 같은 것에 불을 붙여 떨어뜨리기만 하면 되었다. 그러고 나서는 어디든 갈 수 있었다. 이번 임무를 이행하지 않고 도망치면 하나님의 노여움을 받을 거라는 협박을 받긴 했지만, 이번 일만 끝나면 떳떳하게 살 수 있었다. 신부님으로부터 면죄부를 받았기 때문이다. 어쩌면 영웅으로 칭송 받으며 성하를 뵈옵는 영광을 가질 수 도 있었다.

"성령을 믿사옵니다. 저를 굽어 살펴주시옵소서"

'드드드드드드드'

"헉"

기도가 끝나기가 무섭게 기구에 바람이 빠지며 급격히 아래로 추락했다. 기구 상층부에 몰려있는 수소가스에 불이 붙었다.

"으악. 살려줘. 살려줘"

바닥에 엎드린 가리도는 도저히 일어날 수가 없었다. 무슨 일인지 가늠할 수 조차 없었다. 가속도가 붙어 추락하는 속도가 더욱 빨라졌다.

"안돼. 난 죽기 싫어. 안돼. 그래. 무게를 줄어야 돼"

정신을 수습한 가리도는 자기 눈에 보이는, 손을 뻗어 닿는 것을 밖으로 내 던지려 했다. 의지와 몸이 따로 놀고 있는 동안 기구는 급격히 땅과 가까워졌다.

"모조리 추락시켜"

1연대장은 선도기의 보고를 받고는 기도 안찼다. 셀 수 없을 만큼의 기구와 비행선이 발견되었다는 선도기의 보고를 받고 급히 달려온 25기의 천붕이 병아리를 발견한 독수리처럼 달려들었다. 피스톨 몇 자루가 방어력의 전부인 기구들은 가을비에 젓은 낙엽이 떨어지듯 우수수 곤두박질 쳤다. 20미리 총탄이 기구 상층부를 뚫고 지나가면 어김없이 불길이 솟았다. 그리곤 추락이었다. 기구 상층부를 채우고 있는 수소가스가 총탄이 지나가는 열에 불이 붙으면서 기낭으로 사용된 가죽과 종이를 불태웠다. 불길을 매달고 땅으로 추락한 기구들은 작은 폭발을 일으켰다.

"도망 가야 한다. 아니 착륙시켜. 아니 도망가야지. 아아악"

기구 부대를 이끌고 있는 조셉 미셀은 갑자기 나타난 천붕으로 인해 정신적 공황에 빠져들었다. 속수무책.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고함치는 것 밖에 없었다.


바르샤바 남쪽 80킬로미터 지점.

5군단 후미에서 화력 지원을 해주던 5군단 예하 포병여단이 전 포문을 열고 전선으로 포격을 시작했다. 과거의 전철을 거울삼아 고중장은 포병을 한곳으로 모아 대기시켰다. 5군단이 맡고 있는 방어선으로 유럽 연합군 4군단과 5군단 병력 8만 명이 몰려들자, 곧바로 화력 지원이 이어졌다.

"보이기 전에 격멸 한다."

고수석 중장은 적의 이동이 탐지되자 곧바로 기계화 사단을 보병 참호선 보다 앞으로 전진시켰다. 그리고 천포가 가지는 최대 유효 사거리인 5킬로미터 안에 적이 들어오자 지체 없이 포격을 명령했다. 거리가 멀다는 이유로 마음의 여유를 갖고 접근하던 유럽군 선두 그룹 위로 모자탄이 쏟아져 내렸다. 유럽군 4,5,6군단을 지휘하는 중군 사령부는 즉각적인 돌격 명령을 내렸고, 기보병 혼성 부대가 속보 돌격에 들어갔다. 그에 맞추어 유럽 연합군 포병에서도 포격을 시작했다. 5군단예하 2개 보병사단 전체가 투입된 참호선에 포도탄이 떨어져 내렸다. 유개호를 만들지 못한 보병들이 참호에 웅크리고 적이 소총 사거리에 들어오길 기다렸다.

"우리 포병은 뭐하는 거야 ? 포병은 포병이 잡아야 할 것 아냐 ? 그 새끼들 제대로 하는 일이 없어"

대대 참호에 몸을 숨긴 무병술 중령은 참호 주위로 떨어지는 포탄소리를 들으며 포병여단을 싸잡아 욕했다. 하지만 무병술 대대를 지원하는 포병은 애초에 존재하지도 않았다. 유럽연합군은 각 연대별로 포병대를 대동하고 공격에 나섰지만, 5군단은 포병세력을 한 곳으로 집중시켜 놓았기에 20킬로미터의 방어선에서 포병지원을 받을 수 있는 곳은 반절이 체 되지 않았다. 대신 포병지원을 받지 못하는 곳에는 천마 2개 대대가 부족한 화력 지원을 담당했다.

'드드드드드'

"거리 2000미터"

대대 전방에 덩그란이 멈춰 있던 천마 4대에서 기관총을 발사하기 시작했다. 떼거지로 몰려드는 연합군을 향해 총신이 벌겋게 달아오를 때까지 사격이 계속되었다. 천마에서 하차한 보병들이 천마 주위에 포진하고 사격자세에 들어갔다.

'펑펑펑'

유럽군 포병대가 먼저 천마를 공격하기로 마음먹었는지, 포탄이 천마 주위로 쏟아져 내렸다.

"전원 승차. 고속 기동전에 돌입한다."

전차장은 보병들을 다시 불러들이고 즉시 자리를 이탈해 앞으로 100미터를 전진하더니 이내 방향을 구십도 바꿔 좌우로 움직였다.

"적 기병대 출현. 천마는 참호선까지 후퇴하고 화기소대는 지원사격 준비하라"

봉황에게서 전달 받은 정보가 대대 본부를 통해 예하 부대로 신속히 전달되었다. 나타나기가 무섭게 천기의 기병대가 천마를 뒤쫓아 왔다. 기병대는 유럽에서 생산되는 다양한 소총을 들고 기관총을 난사하는 천마 전차장을 겨냥했다. 천마 전차장 심상돈 하사는 기병대가 코앞까지 다가오자 기관총 사격을 포기하고 차내로 들어와 자신의 소총을 잡았다. 가로세로 5센티미터 총안구에 소총을 집어넣고 시야에 기병대가 들어오길 기다렸다.

'탕'

천마와 나란히 달리던 기병 하나가 총안구를 향해 총을 쏘았다. 깜짝 놀란 심하사가 방아쇠를 당겼지만, 총알은 허공으로 날아갔다. 다른 승차원들도 사격을 시작하고. 천마안에 화약연기로 가득 찼다.

"박상병 최고 속도로, 대대 참호쪽으로 후퇴. 차내 환기"

'틱틱틱'

"으악, 나 맞았다. 으악. 사람 살려"

총알이 차체에 튕기는 소리와 함께 누군가의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누군가 작은 총안구로 들어온 총알에 맞은 모양이었다. 비명소리는 이제 막 막내 티를 벗어난 이 일병에게서 터져 나왔다.

"저 새끼 조용히 시켜. 어디야 ?"

"어깨에 총알이 박혔습니다."

"그 걸로 안 죽는다. 조용히 해."

계속 소리치는 이일병이 전 승차원들의 혼을 빼앗아 갔다. 앉은 걸음으로 이 일병에게 다가간 심하사가 소총 개머리판으로 철모를 세게 내리쳤다. 어깨에서 전해져 오는 통증보다 더 심한 뇌를 울리는 소리에 이 일병의 비명소리가 뚝 그쳤다.


"거리 1500."

관측병이 적 기병대와의 거리를 가늠하며 외쳤다. 화기 소대장은 대대 참호 주변에 배치되어 본부 중대장의 사격 명령을 기다렸다. 적 기병대는 운이 없게도 대대 참호 정면으로 달려오고 있었다.

"대기"

"거리 1000"

"사격"

최대 유효사거리 2000미터를 자랑하는 12.5미리 기관총 12정이 일시에 불을 뿜었다. 참호선으로 후퇴하는 천마를 포위할 기세로 달려 나오던 기병대가 기관총 사격에 고스란히 노출되었다.

'드드드드'

몇 십초 안에 200발을 쏟아내고 다시 연결된 탄창이 비어갔다.

"총열 교환, 기병대가 흩어진다. 대대 사격"

기다리던 대대장의 명령이 떨어졌다. 참호에 웅크리고 있던 대대원들이 일제히 소총을 참호 밖으로 내밀고 사격을 시작했다. 밀집대형으로 돌격하던 기병대는 기관총의 집중포화에 걸려 반수이상을 잃어 버리고 넓게 흩어졌다.

'탕탕탕'

'꽝'

4대의 천마가 속도를 줄이며 작은 원을 그리며 회전할 무렵, 총안구 사각을 따라온 기병 서너 기가 들고 있는 보따리에 불을 붙이고 천마를 향해 던졌다. 심지가 타 들어가며 천마 바닥에서 굉음을 내며 폭발했다. 회전력에 폭발력이 더해지며 천마가 균형을 잃고 옆으로 쓰려지더니 궤도가 벗겨지며 그대로 멈춰 섰다.

"적 보병이 접근합니다."

천마 4대가 동시에 파괴되는 장면에 넋을 잃고 바라보던 대대장은 보병들이 접근한다는 소리에 쌍안경을 집어 들었다.

"저건 또 뭐야 ?"

이미 천미터 이내로 접근한 보병들 사이 사이에 거대한 검은 상자들이 나타났다. 나무 바퀴가 달려 있는 검은 상자는 느리지만 꾸준히 앞으로 다가왔다. 그 뒤에는 수천여명의 보병들이 몸을 숨기고 뒤따라왔다.

"연대 본부 호출해서 지원 요청해. 아무래도 이쪽이 적 주공인 것 같아"


바르샤바 원정군 사령부

해질녘에 시작된 유럽 연합군의 공격은 자정이 될 무렵 자자 들고 있었다. 매서운 바람에 간혹 온기가 느껴졌지만 점점 칼 바람으로 바뀌어 갔다.

"지독한 놈들. 끝도 없이 밀려오더니."

김상태 대장은 참모 작전 회의실에 들어오며 치를 떨었다. 중기관총 앞으로 무작정 달려드는 연합군은 끝이 없었다. 광범위한 전선에서 수만 명이 벌판에 쓰러져 있었다. 총알받이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그들을 앞세운 연합군은 5군단이 형성한 참호선 전방 50미터까지 진출하기까지 했다.

"그땐 아찔했지 ? 그 무식하게 생긴 놈들을 밀고 왔을 땐 말야 ? 내일은 또 뭐가 나올지 궁금하단 말야. 유럽 놈들은 아주 재미있어. 신기하지만 쓸모없는 것들을 만들어내는데 재주가 탁월해."

김상태는 유럽군이 앞세운 철판을 두른 마차를 떠올렸다. 포병의 지원을 받으며 재차 시도된 유럽 연합군은 생소한 물체를 끌고 나타났다. 소총탄으로 뚫을 수 없는 두꺼운 철판을 댄 수레를 끌고 진격해온 유럽군은 거의 참호선을 넘을 뻔 했다. 수레는 아무리 쏘아대도 끄덕하지 않았다. 하지만 수류탄이 터지면서 나무로 된 바퀴가 깨졌고, 멈춰선 수레는 급히 이동된 중기관총의 사격을 받고 구멍이 숭숭 뚫렸다.

"2138사단이 스몰렌스크에 도착했다는 소식이다. 3군에서 지원병력을 보낸다는 소식도 있다. 더 이상 기다리다가는 곰은 재주가 부리고 박수는 3군이 차지하겠다. 그래서 이번 천붕 폭격이 끝나면 방어전에서 공격전으로 나서기로 했다. 최단시간 안에 노출된 적 진지를 점령한다. 천마여단을 전면에 배치시켜 적 사령부로 진격해간다. 5군단을 먼저 움직여 프라하로 보내고, 6군단은 뤼베크를 거쳐 베를린으로 진격한다. 그리고 슈체친에 있는 4111사단에게 공격명령을 하달하도록. 이곳 공격에 맞춰 적 포위망을 궤멸시키고, 유럽연합군의 후퇴로를 장악하도록. 올해 안에 원정군 선두가 지중해에 도달한다는 목표로 움직이도록. 천붕의 예상 도착 시간은 ?"

"네. 현재 민스크 상공을 지나고 있습니다. 앞으로 30분 이내에 바르샤바를 통과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각 예하 부대 상황을 다시 한번 점검하도록"

"네 사령관님"


우치 남쪽 20킬로미터지점 유럽 연합군 중군 사령부

그날 밤 하늘은 유난히 밝았다. 수만명의 사상자를 내고도 유럽 연합군은 대한제국군의 방어선을 넘지 못하고 진지로 후퇴했다. 부상병들의 신음소리가 차가운 서리에 엉겨 붙었다. 참패를 당한 유럽 연합군 중군 사령부는 침통하기 그지 없었다.

"다시 한번 공격해야 합니다. 지금쯤 연합함대가 단치히를 함락했을 것 입니다."

유럽 연합 함대의 궤멸을 알리 없는 중군 사령부 참모들은 사령관에게 재차 공격을 종용했다. 한번 빼어 든 칼이었다. 지든 이기든 끝장을 봐야 한다는 것이 참모들의 중론이었다. 하지만 사령관의 생각은 달랐다.

"우리가 밀리면 어떻게 될 지 생각해 봤나 ? 이번 전투에서 사상자만 3만이야. 좌군과 우군이 전선 돌파에 성공했다고 해도 포위 당할 수 있어 ? 내일 아침이면 각군에서 보낸 전령이 도착할 거네. 좌우군의 상황을 먼저 파악해야 돼. 좌우군이 전선 돌파에 성공했다면 우리도 다시 한번 공격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여기서 지원군을 기다려야 할 거야 ?"

"오히려 대한제국군이 좌군과 우군에 포위당할 수도 있습니다. 행여 우리만 뒤쳐지지 않을 까 염려됩니다. 총사령부에서 마지 장군을 해임시킨 것은 무조건 공격하라는 압력입니다. 무엇보다도 나중에 이번 일로 우리의 입장이 난처해 질 수 있습니다."

중군 사령관 부관인 카보트는 다음 공격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을지는 관심사가 아니었다. 다만 전쟁에서 승리했을 경우 자신들이 차지할 것이 적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었다.

"카보트 부관의 말씀이 맞습니다."

"그래 ?"

중군 사령부가 재공격에 대한 결정을 내리고 있지 못 하고 있을 무렵, 유럽 연합 함대를 괴멸 시키고 재무장한 스몰렌스크 전투 비행 사단이 바르샤바를 넘어 연합군 진영에 폭탄을 떨어뜨리기 시작했다. 전 전선에 걸친 공습이 끝나고, 원정군이 보유한 모든 포병 세력의 포격을 시작으로 15만여명의 병력이 일제히 방어선을 넘어 야간 공격에 들어갔다. 대한제국군 공격의 선봉에 선 천마부대는 적 보병이나 기병부대를 상대하지 않고 곧바로 군단 사령부로 몰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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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2 천군2부 +3 15.06.22 3,828 86 16쪽
131 천군2부 +2 15.06.19 3,648 108 15쪽
130 천군2부 +2 15.06.18 3,646 90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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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8 천군2부 +3 15.06.17 3,687 76 13쪽
127 천군2부 +6 15.06.10 4,276 81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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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 천군2부 +1 15.06.06 3,520 79 17쪽
120 천군2부 +4 15.06.05 3,551 84 16쪽
119 천군2부 +2 15.06.04 4,256 82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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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5 천군2부 +3 15.05.08 5,101 104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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