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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구에구 님의 서재입니다.

천군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無明에구
작품등록일 :
2013.06.18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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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7.22 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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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7.13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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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쪽

천군2부

DUMMY

단기3959년 겨울 포츠담.

최근 일련의 사태를 당사국간에 만나서 해결하자는 대한제국에서 제안으로 동서양이 만나는 최초의 다자간 회담이 포츠담에서 열리고 있었다. 대한제국에서는 10년 전의 해전 배상금 문제와 위그노에 대한 승인 건을 들고 나왔고, 유럽 각국과 터키는 그들의 현안을 의제로 채택하길 희망하고 있었다. 포괄적 다자간 협상을 제안한 대한제국의 의도를 파악하기 위해 유럽 각국의 대표들이 무리를 지어 회담장이 있는 1층 곳곳에서 서로의 의견을 나누고 있었다. 4층짜리 석조건물로 사용되고 있는 건물 층층에 마련된 대표들의 숙소를 정리하기 위해 특별히 선발된 사람들이 층층을 돌아다녔다.

"각국의 대표들은 회의실로 들어오시기 바랍니다. 회의가 시작될 예정이오니 속히 회의실로 들어오시기 바랍니다."

회의 의장을 맡고 있는 대사가 회의 시작을 알리며 복도를 돌아다녔다. 삼삼오오 사람들의 회의실로 들어가자, 회의실 문이 닫히며 주변이 조용해졌다.

"먼저 이곳에 모여주신 각국의 대표님들에게 감사드립니다. 오늘 우리는 각지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불행한 사태를 종식시키고 서로의 안녕을 도모하고자 모였다는 것을 양지하시고 회담에 임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먼저, 대한제국에서 오신 대표님의 제안을 듣도록 하겠습니다."

대한제국 외교부 장관인 민영완이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나 회의장 중앙으로 뚜벅뚜벅 걸어갔다. 전통적인 한복을 차려 입은 민영완은 원형 한 가운데에 섰다. 각국의 대사들은 중앙을 중심으로 원형으로 빙 둘러 자리를 잡고 민영완의 말을 기다렸다. 민영완은 헛기침을 한 번 하고 유창한 프랑스어로 대한제국의 입장을 말하기 시작했다.

"먼저 이 자리에 참석해 주신 각국의 대표님들에게 대한제국의 황제폐하와 정부를 대표해서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저희 대한 제국은 지난 수 천년 동안 국민들로 널리 사람을 이롭게 하고 세상에 빛을 주는 것을 그 근본으로 삼고 있는 나라입니다. 지구에 살고 있는 모든 생명체의 안위를 책임지는 막중한 사명을 안고 있는 대한제국으로서, 얼마 전에 폴란드 바르샤바 전투에서 십만 명에 가까운 아까운 목숨이 사라진 것에 애도를 표하는 바입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기에 여러분들에게 오늘 자리에 꼭 참석하시도록 요청 드렸던 것 입니다.

저는 대한제국의 대표로서 감히 여러분에게 제안을 드립니다. 지금 이 시간 부로 모든 전쟁과 쟁투를 종식시키고, 불신과 탐욕 그리고 권력욕에서 벗어나 회계하십시오. 하늘의 나라, 그 이름 대로 천국인 대한제국과 그의 군대 천군에게 그대들의 안위를 맡기시기 바랍니다. 아름다운 이 땅에 더 이상 죽음과 공포가 드리워지는 것을 원치 않습니다. 그 어떤 것도 한 사람 한 사람의 목숨과는 바꿀 수 없는 것이기에,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대한제국이 마련한 지구 연합에 가입하는 것 입니다. 이미 위그노와 스웨덴, 폴란드는 지구 연합에 가입의사를 밝혀 왔으며, 조만간 터키 제국도 연합에 가입할 것으로 보입니다. 회의 참석 전에 연합 운영에 대한 초안을 여러분에게 배포해 드렸습니다. 검토 해 보시고 봄이 오기 전에 답을 주셨으면 감사하겠습니다. 당연히 지구 연합에 가입하신 나라는 대한제국에게 지불해야 할 전쟁 배상금을 전액 탕감 받게 됩니다만,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금년 안으로 배상금을 대한제국에 지불해야 할 것입니다. 아울러, 대한제국에서는 지구 연합에 가입한 나라를 공격하는 것은 곧 대한 제국을 공격하는 것으로 간주함과 동시에 그에 알맞은 보복 공격을 당할 수 있다는 것을 천명하는 바 입니다."

민영완의 발언이 진행되는 중간 중간에 곳곳에서 경악스러운 탄성이 터져 나오기 시작하더니, 민영완의 발언이 끝나자, 이내 중소 왕국 대표들의 아우성 소리로 회의실은 아수라장이 되었다. 대한제국은 유럽 각국에게 일방적이고 무조건적인 항복을 강요하고 있었다. 당초에 회의실 안팎에서 나돌던 대한제국의 의제에서 한참을 벗어나 있었다. 하지만 대한제국의 폭탄 선언에 가까운 일방적 제의에 영국을 비롯한 강대국들의 대표들은 오히려 실실 웃음을 흘렸다.

"하하하. 근자에 가장 재미있는 우스개 소리를 말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일찍이 이처럼 재미있는 이야기를 듣지 못 했습니다."

발언권을 얻는 영국 대표가 일어나 민영완에게로 다가갔다. 민영완은 영국 대표로 참석한 윌리엄에게 가볍게 목례를 하고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윌리엄의 얼굴은 조소로 가득 찼다.

"여러분 ! 대한 제국은 악마의 나라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대한제국은 터키보다도 더 사악한 사탄의 나라라고 본인은 단언합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교도의 나라 터키가 대한제국의 꼭두각시 노릇을 하고 있겠습니까 ? 입으로는 평화를 말하고 있지만, 무자비한 대한제국은 하나님을 따르는 수많은 신도들을 잔인하게 살해했습니다. 일찍이 마카오나 말라카, 바티비아에서도 그랬고, 로리앙이나 지중해에서 악마의 힘을 빌린 대한제국 놈들에게 얼마나 많은 희생이 있었습니까 ? 대한제국 대표가 스스로 인정했듯이 폴란드에서는 무려 십만 명을 학살했습니다. 지금도 대서양에서는 가증스런 대한제국 함대가 우리의 선량한 시민들을 공격하고 있습니다. 이런 놈들이 평화를 운운한다는 것이 가당하기나 합니까 ? 대한제국은 당장 폴란드와 스웨덴 그리고 러시아에서 물러나 그들이 있던 곳으로 물러나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하늘에 계신 하나님께서 불로써 징벌하실 것 입니다."

윌리엄이 잠시 말을 끊었다.

"맞습니다. 와아아아"

대한제국의 협박에 잔뜩 기죽어 있던 사람들이 윌리엄의 발언에 박수까지 쳐대며 환호성을 질렀다. 윌리엄이 좌중이 조용해지길 기다리며 손가락을 꼼지락 거렸다.

"대한제국은 우리의 땅을 강제로 빼앗고 하나님의 종들을 가차없이 죽였습니다. 그럼에도 저 간악한 자들은 우리에게 배상금을 내라고 합니다. 오히려 우리가 받아야 함에도 말입니다. 적반하장도 유분수인 이런 일을 태연자약하게 버릴 수 있는 무리는 오직 대한제국밖에 없을 것이라 저는 단언합니다. 대영제국의 대리로서 저는 이번 이 자리에서 여러분에게 제안합니다. 대한제국과 맞서 싸우기 위해 우리 모두 힘을 합쳐야 한다는 것을. 우리는 비록 서로의 신앙차로 인해 싸움을 하긴 했지만, 우리가 하나님의 자손이란 생각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유럽 내부에서 겪고 있는 작은 혼란들, 심지어 이슬람교도와의 싸움들은, 지금 우리가 직면한 사탄의 위협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닙니다. 저들은 시간이 갈수록 힘이 강해지고 있습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여러분, 힘을 합쳐 사탄과 맞서 싸워, 저들이 왔던 무저갱으로 돌려보내야 합니다. 우리의 머리 위에는 항상 하나님의 성령이 임하고 계심을 잊지 말아 주십시오. 항상 신은 진리 편에 서계십니다."

청중들을 흥분과 분노의 도가니로 몰아넣고 영국 대표가 자기 자리로 돌아가자, 곧 이어 로마 교황청 대표가 중앙으로 나왔다..

"우리를 굽어 살펴주시옵소서. 아멘."

눈을 감고 장황하게 하나님에게 기도를 올리자, 주위가 일순 숙연해졌다

"저는 교황 성하를 대신해서 대한제국에게 엄중히 경고합니다. 폴란드와 스웨덴에 뻗친 마수를 스스로 거두기 바랍니다. 프랑스 로리앙 영주를 현혹시킨 간악한 마법을 회수해 가길 권고합니다. 성스러운 땅 그라나다를 피로 물들인 그대들 터키인들은 스스로 잘못을 깨닫고 물러나지 않을 경우 하나님의 성난 목소리를 듣게 될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주신 마지막 기회를 저버리지 마시길"

교황청 대표의 연설이 끝나고 각국의 연설이 시작되었다. 연설 내용은 대한제국을 주축으로 한 연합과 유럽 진영으로 양분되어 있었다. 아직 지구연합에 가입하지 않은 터키만이 그라나다가 오래 전부터 이슬람의 땅임을 확인하는 애매한 입장을 표명하였다.

"영국대표께서 말씀하시길 우리 대한 제국이 많은 인명을 살상했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여러분 자신의 모습을 살펴보십시오. 허울뿐인 이교도 논쟁으로 죄 없는 농민들을 4십만명이나 죽인 자들이 누구입니까 ? 지금도 곳곳에서는 교회의 묵인 하에 마녀사냥이 진행되고 있지 않습니까 ? 그리고 여기 모인 사람들은 다 귀족 출신이니 따뜻한 식사에 따뜻한 금침을 덮고 자겠지만, 농촌에 사는 농민들이나 노동자들은 죽도록 일만하고 굶어 죽어가고 있지 않습니까 ? 희대의 역병이 런던에 나타난 것은 또 무엇입니까 ? 벌써 수만명이 죽어나가지 않았습니까 ? 그럼에도 영국 국왕은 뭐하고 있습니까 ? 우리 대한제국은 인도적인 차원에서 치료약을 제공한다고 했는데도 그들은 이교도의 도움은 받지 않겠다며 거절했습니다. 이것이 과연 여러분들이 말하는 하나님의 진리입니까 ?"

민영완의 반론에도 불구하고 첫날 각국의 연설을 시작으로 열린 다자간 협상은 협상 4일이 지나도록 아무런 성과를 얻지 못하고 있었다. 4일 내내 대한제국의 대표는 수적 열세에서 기인한 수세적 입장을 견지하고 있었다. 대한제국에게 퍼부어지는 온갖 비난과 질문에 시종일관 고압적인 자세로 적확한 대답을 회피했다. 이는 곧 에드몽의 마음을 흔들리게 만들었고, 터키제국이 대한제국에게 갖고 있는 막연한 두려움을 희석시키고 있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에드몽의 숙소에 들른 마자랭이 에드몽에게 대답을 구하고 있었다. 에드몽을 포섭하라는 특명을 받고 있는 마자랭이 은밀히 에드몽 처소에 들른 것은 자정이 다 되어서였다.

"그러니까. 폐하의 친서와 더불어 영국과 스페인에서 위그노를 승인하겠다고 했단 말입니까 ?"

"그렇습니다."

예기치 않은 손님이 가져온 제의는 자신을 위그노의 왕으로 유럽의 강대국들이 인정한다는 것과 함께 상호 협력을 약속을 포함하고 있었다. 대한제국을 배신한다는 조건이 달려있었지만 에드몽의 귀를 솔깃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대한제국을 배신했다는 오명을 쓰게 됩니다. 더군다나 대한제국을 하나님의 군대, 천군으로 믿고 따르는 사람들을 설득할 수 있을지 ?"

"그건 걱정하지 마십시오. 어차피 위그노에 있는 대한제국군은 전부 철수하지 않았습니까 ? 남아있는 사람이래야 기껏 민간인 백여명이고, 그들은 쥐도 새도 모르게 처치하고 대한제국이 위그노를 배신했다고 하면 아무도 의심을 하지 않을 것 입니다. 거기다 각국의 칙서와 교황 성하의 교지를 내세운다면 충분한 명분이 되는 것이지요 ! 교황 성하께서는 이미 대한제국을 사탄의 나라로 공인하지 않았습니까 ?"

"살라몽 장군은 결코 대한제국을 배신하지 않을 겁니다."

"도대체 위그노의 왕은 누구입니까 ? 에드몽 전하이십니까 ? 살라몽입니까 ?"

"그야 물론 당연히..."

"정 걱정되시면 살라몽 장군도 제거하십시오. 그리고 지금 프랑스에 자그마치 40만의 대군이 집결하고 있습니다. 일급 비밀인 이 이야기를 하는 것은 에드몽 전하께서 처한 현실을 직시하는 데 도움을 주고자 함입니다. 그들이 로리앙을 거쳐 그라나다로 간다면 위그노는 존재할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

마자랭은 거침없이 말을 뱉어내고 있었다. 적당히 위협을 섞어 가며 에드몽을 구슬려갔다.

"하지만"

에드몽은 여전히 마음을 정하지 못 하고 갈등하고 있었다. 그때 방문이 열리며 온 몸을 외투로 감싸안은 사람이 에드몽 방으로 조용히 들어왔다. 철통 같은 경비를 하고 있음에도 에드몽의 방문은 아무런 장애를 받지 않고 있었다. 방금 들어온 사람이 외투를 벗어 내리고 에드몽을 바라보았다. 에드몽은 새로운 불청객의 눈이 마주치자 그 자리에서 몸이 뻣뻣이 굳어갔다.

"오랜만이오. 위그노 왕 ?"

에드몽을 위그노 왕이라 칭한 인물이 에드몽에게 다가가자, 에드몽은 다리가 후들거렸다. 에드몽은 무슨 말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입속에서만 맴돌았다. 불청객이 에드몽의 어깨에 손을 얹고 가슴으로 끌어당겨 힘껏 껴안았다.

"폐하 ?"

에드몽은 힘겹게 말문을 열었다. 그를 찾아온 불청객은 다름 아닌 루이 13세였다.

"그렇소. 나요. 프랑스 황제 루이 13세요. 이제 그만 이교도의 꼭두각시에서 벗어나시오. 내가 직접 그대를 위그노의 왕이라 칭하지 않았소. 이러면 그대가 믿겠소 ?"

루이 13세가 두루마리 하나를 가슴에서 꺼내 에드몽에게 건네 주었다. 각국의 서명이 쓰여 있는 연판장에는 에드몽을 위그노의 왕으로 인정한다는 내용의 서약이 쓰여 있었다.

"기독교도의 일치단결을 위해서 이미 특단의 조치들이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스페인 왕 필립4세는 아라곤 왕가에게 영지를 돌려주었으며, 신성로마제국은 보헤미아인들에게 신앙의 자유를 주었습니다. 교황 성하께서는 신교와 구교간의 전쟁을 금지한다는 교서를 내렸습니다. 모두들 기독교도의 단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이때에 위그노만이 빠져서야 되겠습니까 ? 지금 유럽 연합은 그대의 결단을 고대하고 있습니다. 유럽 전체와 전쟁을 해서 대한제국이 이길 수는 없습니다."

"생각할 시간을 주십시오. 폐하 ?"

에드몽의 마음은 점점 대한제국에서 멀어져 갔다. 하지만 그는 뜸을 드리고 있었다. 빌라봉 성에 나타난 하늘을 나르는 물체며, 로리앙 항구에 떠있는 거대한 철선들이 눈앞에서 어른거렸다. 그런 괴물을 가지고 있는 대한제국을 유럽연합이 이길 수 있을지 확신이 서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많은 시간이 없습니다. 저희가 조사한 바로는 전하의 아버님이 갑작스레 돌아가신 것도 미심쩍습니다. 혹시 이런 생각은 해 보신 적이 없으신지요 ? 아무래도 대한제국이 그 일에 개입한 것 같다는 추측입니다. 그리고 지금 터키와"

"마자랭 !"

마자랭이 터키를 들먹이자, 루이 13세가 황급히 그를 불러 말문을 막았다. 자신의 실수를 깨달을 마자랭이 교묘하게 말꼬리를 돌렸다.

"지금 터키와 대한제국은 한배를 타고 있지만 갈라설지도 모릅니다. 대한제국에서 배포한 지구 연합 초안은 터키 제국에게도 위협이 될 거라는 것을 알 테니까요. 그 이교도 놈들 머리가 그렇게 멍청하지만 않을 테니까요 ?"

에드몽은 마자랭이 자신의 아버지 일을 들먹이자, 마음 한 구석에 의구심이 일어났다. 지금껏 의심 한 적이 없었는데, 다시 생각해 보니 이상했다. 아버지의 죽음에 대한제국이 관여했다면 아들 된 자신이 그냥 넘어갈 수는 없었다. 돌이켜보면 아버지는 그렇게 급작스레 돌아가실 만큼 건강이 나쁜 편도 아니었다. 사냥터에서 낙마할 만큼 말 타기에 서투른 분은 더더욱 아니었다. 오히려 말 타기를 즐겨 하셨던 분이셨다. 그런 분이 자신이 차용증서에 서명을 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사냥터에서 낙마를 하고 시름 시름 앓다가 자식의 모습도 보지 못하고 돌아가셨다. 당시에는 이것 저것 따져볼 만큼 마음의 여유가 없었지만 이제 와서 생각해 보니 모든 것이 의문 투성이었다.

"대한제국이 아버님을 시해했다는 증거라도 있습니까 ?"

에드몽의 목소리가 떨려왔다.

"확증은 없습니다만, 충분한 가능성이 있습니다. 폴란드 남부 영주들이 떼죽음을 당했을 때를 생각한다면 그런 일은 대한제국에게는 어린아이 손목 비틀기보다 쉬웠겠지요."

곰곰이 생각을 정리하던 에드몽이 루이 13세를 바라보면 눈물을 뚝뚝 흘렸다. 못난 자식 때문에 아버지가 죽임을 당했다면, 그러고도 마치 자신의 구세주인양 그들을 떠 받들고 다녔다는 것이 부끄럽기 짝이 없었다. 대한제국놈들은 그런 자신을 보면서 속으로 얼마나 조롱했을까 생각하니 수치심이 끌어올라 얼굴을 빨갛게 달궜다.

"너무 자책하지 마십시오. 아직 확실한 것도 아니지 않습니다. 앞으로 천천히 조사해보면 다 밝혀질 것입니다. 지금부터는 자신의 마음을 잘 추스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

마자랭이 에드몽을 위로하고 나섰다. 에드몽은 마음을 가라앉히려 애썼지만 좀처럼 흥분이 가라앉지 않았다.

"그럼 스웨덴이나 폴란드도 유럽 연합에 가입하는 겁니까 ?"

거의 마음을 굳힌 에드몽이 유일하게 유럽에서 대한제국을 지지하고 있는 두 나라를 언급했다. 두 나라는 사실상 대한제국의 지배하에 들어간 거나 진배 없기에 그는 질문을 하고도 머쓱해 했다. 하지만 마자랭의 답변은 뜻밖이었다.

"물론입니다. 아직 대한제국은 폴란드와 스웨덴을 장악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곳곳에 우리의 협력자도 많이 있고, 무엇보다도 폴란드 왕 지그문트의 장자가 지금 빈에 있습니다. 빈에 있는 왕자는 선택의 여지가 없지요. 그리고 스웨덴 여왕은 힘이 없습니다. 기껏해야 스톡홀롬 주변 영주들이 지지를 하고 있을 뿐이지오."

"알겠습니다. 그럼 저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

"우선은 대한제국에 협력하는 척 하십시오. 그리고 우리에게 그들의 신무기에 대한 정보를 빼돌려주십시오. 대한제국을 속이기 위해 황제군이 위그노 국경을 위협하며 국지전이 벌어질 수도 있지만, 결코 대규모 전투는 없을 테니 과잉반응하지 마시길 부탁드립니다. 그러면 되는 것입니다."

"좋습니다."

에드몽은 루이 13세까지 가세한 설득에 유럽 연합에 가입하는 서류에 서명을 하고, 루이 13세에게 다가가 무릎을 꿇었다.

"일어나십시오. 그대는 한 나라를 통치하는 왕입니다."

루이 13세가 황급히 에드몽을 일으켜 세웠다. 마지못해 일어나던 에드몽의 눈가에 작은 떨림이 일었다. 이로서 루이 13세는 진정으로 자신을 왕으로 인정한 것이었고, 프랑스에 인정했다면 다른 나라에서도 가타부타 할 일이 아니었다.

에드몽이 루이 13세의 방문을 받고 있을 무렵, 터키 대사는 영국 대표의 방문을 받고 있었고, 네덜란드와 덴마크의 대표들은 대한제국에서 보낸 특사의 방문을 받고 있었다. 각국의 대표들은 조용히 개별 막후 협정을 맺느라 다자간 회담의 마지막 밤을 하얗게 지새우고 있었다.


베를린 동북쪽 100킬로미터지점

대한제국의 제안으로 열린 다자간 회담은 결국 아무런 협약이나 선언을 채택하지 못하고 결렬되어 버렸다. 각국의 대표들은 회담 종료를 알리는 의장의 선언이 있은 직후 모두들 뿔뿔이 흩어졌다. 포츠담을 출발한 대한제국 외교부 장관 일행은 동북쪽으로 100여킬로미터를 달려 오드리 강에 도착했다. 4군 특수여단 전 병력이 외교부 장관 일행을 경호하기위해 주변으로 흩어졌다.

"이번 회담은 별 성과가 없었습니다. 오히려 역효과가 나지 않을 지 걱정입니다."

민영완 장관은 오드리 강을 건너기 위해 배에 오르면서 뒤를 돌아보았다. 수행원 중 한명이 우려를 나타냈지만, 민영완은 아무런 말이 없었다. 포츠담에서 이곳까지 오는 길 내내, 줄곧 입을 꽉 다물고 있던 민영완은 무사히 강을 건너자 비로소 말문을 열었다.

"얻은 것도 있다네."

네덜란드나 덴마크를 지구 연합에 합류하려는 민영완의 노력은 아무런 소득이 없었다. 그는 유럽연합의 연합이 얼마나 강력한 것인가를 확인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하지만 민영완이 생각하는 이득이란 다른 곳에 있었다. 회담이 진행되면서 민영완은 당혹스러운 적이 여러 번 있었다. 스페인 대표가 파나마 전쟁 이후, 대한제국이 총독에게 스페인 황제를 대신해서 서명을 하라고 한 것은 명백한 거짓 문서라며 따지고 나섰을 때는 등줄기에서 식은 땀까지 흘렸다. 신성로마제국 대표가 발렌슈타인의 반역에 대한제국이 관여했다고 나섰을 때나, 지그문트의 죽음 역시 의심스럽다고 발언을 했을 때는 할 말을 잃고 머리 속을 정리하느라 바로 답변을 하지 못했다. 유럽 연합은 대한제국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정보 수집력이 강력했으며, 대한제국에 대해서 많이 알고 있었다. 예상치 못한 소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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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5 천군2부 +4 15.05.29 4,301 98 17쪽
114 천군2부 +2 15.05.29 4,167 100 18쪽
113 천군2부 +5 15.05.28 4,633 131 17쪽
112 천군2부 +4 15.05.27 4,872 124 17쪽
111 천군2부 +3 15.05.22 4,553 93 18쪽
110 천군2부 +2 15.05.21 4,800 113 14쪽
109 천군2부 +5 15.05.20 4,704 112 12쪽
108 천군2부 +3 15.05.18 4,810 118 19쪽
107 천군2부 +3 15.05.10 5,280 117 19쪽
106 천군2부 +3 15.05.09 4,877 144 18쪽
105 천군2부 +3 15.05.08 5,101 104 19쪽
104 천군2부 +4 15.05.07 5,844 120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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