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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구에구 님의 서재입니다.

천군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無明에구
작품등록일 :
2013.06.18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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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7.22 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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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5.0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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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군2부

DUMMY

군대를 먹이고 입히기 위해서는 막대한 자금이 소요되었기에 대부분의 영주나 황제군 장교들은 언제나 재정적 지원에목말라 했다. 연대장 정도만 되어도 그는 자신의 병사를 스스로 먹이고 입혀야 했던 것이 당시의 관례이고 보면 돈은 곧 군사력을 의미했다. 발렌슈타인이 막대한 자금을 지원하자, 가난한 영주와 연대장들이 그의 휘하에 들기를 원했다. 그렇게 모인 오만의 병력과 황제의 명으로 구교영주들이 보낸 병력 일만 총 육만의 병력이 구스타프의 삼만여 병력을 신성로마제국의 영토에서 몰아내기 위해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각 부대들은 절대로 구스타프군과 전면전을 벌이지 말고 적 보급로와 통신로를 차단하는데 주력하라."

발렌슈타인이 총사령관직에 오르고 내린 첫번째 명령이었다. 그는 틸리가 여러 차례 후퇴하려고 했다는 것과 그 이유를 잘 알고 있었기에 전면전을 펼치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지금 구스타프 군대는 사기가 오를 대로 올라 있어서 몇 배의 전력차를 보이지 않으면 이기기 힘들다는 것이 그의 판단이었고 그가 선택한 방법은 의외로 간단했다. 발렌슈타인은 적의 사기를 떨어뜨린다는 전략아래 보급로 차단과 통신 교란을 주요 전술로 채택했다. 그는 상황이 더욱 악화되면 보급로 공격에 자신이 보유한 최고의 정예병인 흑기사단을 투입할 생각도 가지고 있었다.


브르타뉴 로리앙 에드몽영지

몽블랑에서 영지를 담보로 잡힌 에드몽은 그의 아버지인 로리앙 백작이 사냥도중 사고를 당해 갑작스레 죽어버리자 로리앙 영지를 고스란히 물려받았다. 하지만 고리대금 업자에게 빌린 돈을 갚을 길이 없던 그는 영지를 고스란히 몽블랑 주인에게 넘겨줘야 했다.

"자. 이로서 이곳 영지는 몽블랑 소유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영지를 받은 것을 제하고도 남은 이자 이백 파운드는 무엇으로 갚으실 생각이신지요 ?"

몽블랑 주인이 보증 서준 오백 파운드에 세귀르에게 빌린 돈 백 파운드. 거기에 다시 빌린 돈 이백 파운드에 이자 백 파운드가 합쳐 총 구백 파운드가 에드몽이 진 빚이었다. 영지 판매대금 칠백 파운드로 빚잔치를 했지만 그래도 이백 파운드가 모자랐다. 에드몽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지난 겨울동안 구백 파운드라는 어마어마한 돈을 탕진해 버리고 영지를 넘긴 것도 모자라 감당 못 할 빚까지 짊어져야만 했다.

"이곳 영지를 넘겼으면 되었지. 또 무엇이 필요하단 말이요 ?"

세귀르가 악마보다도 더 한 놈으로 비춰진 에드몽은 열불이 났다. 자살이라도 하고 싶었지만 그럴만한 용기도 없었던 에드몽은 꼭 귀신에 홀린 것 같고, 사기를 당한 것 같았지만 어디 하소연 할 때가 없었다.

"몇 달 동안 황제가 부럽지 않을 정도로 생활을 하셨으니 이제 그 대가를 치러야 하지 않겠습니까 ? 정 이렇게 나오시면 저도 어쩔 수 없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하겠다는 거요 ? 어디 마음대로 해 보시오. 난 이제 가진 게 하나도 없는데 두려울 게 없단 말이요 ?"

"그러시면 곤란하지요. 마님 집안도 꽤 부유하신 걸로 알고 있는데. 사위를 몰라라 하시겠습니까 ? 아니면 마님이나 딸이라도…."

세귀르는 뒷말을 잇지는 않았지만, 여차하면 에드몽의 부인을 사창가에 팔아버리겠다는 협박을 하고 있었다. 브르타뉴에서는 미인이라고 소문난 에드몽의 부인을 파리의 사창가에 내다 놓으면 인기를 끌만 했고 그만한 값어치를 할 만 했다.

"그건…"

에드몽은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하지만 에드몽님의 생각 여하에 따라서는 이곳 영지를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생활할 수도 있습니다만…"

두 사람의 말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듣고 있던 마리가 휘장을 열고 나타나며 대화에 끼어들었다. 이유정이 나타나자 세귀르가 그녀에게 다가가 정중한 인사를 올렸다. 몽블랑에서 가야금을 치던 여인으로만 알고 있던 마리가 이곳에 어떻게 왜 있는지 그리고 일이 어찌 돌아가고 있는 지 이해 할 수는 없었지만, 그녀의 말은 에드몽에게 물에 빠진 사람이 붙잡고 싶어 하는 그 지푸라기와 같았다.

"무슨 말이요 ? 세귀르"

"마님께서 하신 말씀 그대로 입니다. 에드몽. 당신이 마음먹기에 따라서는 지금까지의 악몽이 달콤한 꿈으로 바뀔 수도 있다는 이야기지요."

"좀더 자세히 말씀해 주실 수 없겠소 세귀르 ?"

"그건 마님에게 여쭈어 보십시오. 실질적인 몽블랑의 주인이시며, 제 돈의 주인이시기도 하신 마리님을 에도몽 영주님에게 소개하겠습니다."

에드몽은 몽블랑의 실질적인 주인이란 말에 이유정을 놀라운 눈으로 쳐다보았다.

"그렇게 놀라실 것까지 없습니다. 제가 에드몽님에게 원하는 것은 아주 단순한 것입니다. 그리고 아주 쉬운 것이지요. 어때요. 제 제안에 응하시겠습니까 ?"

지금 상황보다 더 나빠질 게 없는 에드몽은 이유정의 제안이 어떤 것이든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만큼 그가 처한 상황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었다.

"물론이지요. 설사 저보고 죽으라고 해도 할 것입니다."

"호호호. 에드몽님처럼 잘 생기신 분이 돌아가시면 처녀들의 원성을 어찌 들으라고요. 그렇게 거창한 것이 아니니 너무 겁먹지 마세요. 그에 앞서 먼저 집고 넘어갈 일이 있습니다. 오늘 일은 절대로 다른 사람에게 발설해서는 안 됩니다. 만약 발설하게 되면 영주님 말씀처럼 목숨을 내놓아야 할 것입니다. 약속하시겠습니까 ?"

"물론입니다."

"좋습니다. 그럼 한 분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에드몽님에 해야 할 일을 자세히 알려줄 것입니다."

이유정의 말이 끝나길 기다렸다는 듯 고진영 소령이 다시금 휘장를 열고 모습을 드러냈다.

"안녕하십니까 ? 고진영입니다. 앞으로 잘 부탁 드립니다. 천천히 우리의 일에 대해 논의 해보기로 하고 오늘 같은 기쁜 날 만찬을 즐겨야 하지 않겠습니까 ? 새로 태어나신 로리앙 영주님을 위해서요 ?"

"지당하신 말씀을. 호호호. 만찬을 먹기에는 좀 이르군요 잠시 산책이라도 할까요 ?"

이유정의 명량한 웃음소리에 방안 분위기가 금세 훈훈해졌다. 에드몽만 일이 어찌 돌아가는지 어리둥절해 있었다. 세귀르가 그에게 다가가 주변을 둘러봤으면 하는 부탁을 하자, 에드몽은 직접 안내를 하겠다면 세귀르를 대리고 나갔다.

"이로서 그림자 104호도 만들어졌군요. 고생 많으셨습니다."

방안을 나서는 둘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고진영이 이유정의 손을 잡자, 그녀의 양 볼에 홍조가 띄었다.

"에드몽은 의외로 쉬었습니다. 그만 가시지요 소령님. 저도 모처럼 편한 시간을 보내고 싶습니다."

"단 둘이 있을 때는 소령이라고 부르지 마세요."

고진영이 돌아서는 이유정을 살짝 끌자, 그대로 딸려 들어가 그의 품안에 안겼다. 품안에 살포시 안긴 이유정이 고진영을 올려다보자 고진영의 얼굴이 점점 다가왔다.


천국과 지옥을 갔다 온 에드몽이 새로운 영주로 오른 후 로리앙 지방에는 몇 가지 획기적인 정책들이 시행되었다. 소작농들에게 부과되었던 무거운 세금이 없어지고, 농민들에게 한글과 프랑스어를 가르치는 학교가 영지 곳곳에 세워졌다. 아울러 구교 주교들의 영향을 받는 교회를 배척하는 일을 우회적이고 지속적으로 시행한 에드몽은 직접 교회를 건립하기까지 했다. 그가 건립한 교회는 기부금이나 십일조 기타 헌금을 일체 받지 않고, 오히려 교회에 오는 자들에게 음식과 일거리를 제공하였다. 이 교회는 모두 위그노라 불리는 신교도에 의해서 운영되었기에, 로리앙은 프랑스 남서부에 살던 많은 신교도들에게 주목 받는 지역이 되어 갔다.

주로 상공인이나 군인들로 구성된 신교도들은 에드몽 영주가 영지 내에서 신앙의 자유를 공포하자, 모두들 환영하며 영지에 있는 브레스트 항구에 상선대를 입항시키기 시작했다.

프랑스내 신교도와 구교도간의 깊은 원한은 선왕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루이 13세의 아버지 앙리4세가 공포한 낭트 칙령은 신교도에게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었지만, 이 칙령은 구교도들이 장악한 고등법원과 지방법원에서 등록을 거부함으로써 아직까지 발효되지 않고 있었다. 신교도에서 구교도로 개종하면서 까지 신.구간의 분쟁을 조정하려 했던 앙리4세의 노력은 그가 죽자 종이 쪽지 그 이상의 의미를 갖지 못했다. 낭트 칙령을 굳게 믿고 신구간의 분쟁을 중단했던 신교도들은 그 후 밀어닥친 구교도들의 공격에 뿔뿔이 흩어져야만 했다. 그렇게 생긴 신교도들의 불신과 원한이 로리앙에서 조금씩 그 불길을 키워 가고 있었다.


단기 3957년(1624) 여름 폴란드 바르샤바.

스몰렌스크가 대한제국의 공격에 무너질 줄은 알았지만 그렇게 힘 한번 써보지 못하고 무너지자, 영주회의에서는 스웨덴 원정군을 서둘러 민스크로 돌리는 한편, 국왕인 지그문트에게 실지를 회복하기 위해 군대를 사용한다는 조건으로 전권을 위임할 수 밖에 없었다.

"대한제국군이 스몰렌스크에서 더 이상 움직이지 않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부근도 조용합니다."

스체르비츠키 재상이 최근 입수된 국경부근의 정보를 지그문트에게 보고하고 있었다.

"그럼, 저들의 목적이 단지 스몰렌스크를 빼앗기 위해서 군대를 움직였다고 봐야 된다는 건가 ?"

"그렇지는 않을 것 입니다. 만약 그랬다면, 우리에게 우크라이나를 돌려달라고 하지도 않았겠죠. 조만간 우크라이나도 대한제국의 공격을 받게 되겠지만, 우리가 신경 써야 할 곳은 이곳 민스크입니다. 이곳으로 병력을 집중시켜서, 저들이 우크라이나를 공격하면 우리는 바로 스몰렌스크를 함락 시키고 모스크바로 진격해 가야 합니다. 대한제국이나 저희나 잠시 숨을 고르고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하지만 틀림없이 저들은 우크라이나로 움직입니다."

"젠장. 이렇게 되면 구스타프가 대륙에서 전쟁을 하고 있는 것을 감사해야 하나 ?"

지그문트는 구스타프가 신성로마제국의 황제군과 전쟁을 선포하자 스웨덴을 공격할 절호의 기회라며 좋아했었다. 하지만 이제는 구스타프가 전쟁에 휘말려 있어서 폴란드가 대한제국을 공격하는 동안 뒤통수를 맞을 염려가 없음을 고마워해야 했다.

"10여년동안 가만 있다가 스웨덴이 전쟁을 선포하자 움직인 것을 보면, 대한제국과 스웨덴간의 협정이 있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구스타프 같은 놈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악마와도 손을 잡을 놈이지."

지그문트는 구스타프가문이 자신과 사촌지간 이지만 가까운 만큼 증오심도 컸다. 원래 스웨덴과 폴란드의 왕은 지그문트가문이 이어야 했다. 하지만 권력싸움에서 쫓겨난 지그문트 가문은 스웨덴을 탈출해서 폴란드에 둥지를 틀고 스웨덴과는 계속 전쟁을 해왔다.

"전국의 기술자들을 총동원해서 화승총이라도 많이 만들어서 군대에 지급하고, 스웨덴 놈들이 만들었다는 아돌프 소총도 사들이고 야포도 사들여. 영국놈들이 새로운 총을 개발했다는 소문이 자자하더군 그쪽에도 사람을 보내"

"그러려면 엄청난 자금이 필요합니다."

"우크라이나가 있잖아. 세금을 더 거두고, 영주들에게 갹출하라고. 지금 왕국이 위태로운데 모두들 그 정도는 감수 해야지 않겠나 ?"

대한제국의 물품을 유럽으로 가져 다 파는 무역에서 짭짤한 수입을 올리던 폴란드 상인들과 영주들은 대한제국과 전쟁이 나자 무역로가 폐쇄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그런 와중에 지그문트가 내린 특별령으로 인해 영주들은 자신들의 재산이 점점 줄어들자, 죄 없는 우크라이나 영지를 더 쥐어짜기 시작했다.

"지금도 살인적인 세금을 징수하고 있습니다. 자칫 대규모의 반란이라도 발생한다면 저희는 또 다른 적을 상대해야 합니다. 외적보다는 내부에서 일어나는 적을 더 경계하심이. 그리고 크라코프가 심상치 않다는 이야기입니다. 소금광산의 인부들이 술렁이고 있어서 소금 채굴에 지장이 상당하다는 소식입니다."

"우크라이나 얼뜨기들이 반란을 일으키면 다 죽여 버려. 그리고 크라코프 영주는 도대체 뭐하고 있는 거야. 군대를 보내서 쓸어버리라고 해. 대한제국 놈들이 호시탐탐 왕국을 노리고 있는데, 감히 광부 무지렁이들이 나라를 어지럽히게 놔두면 쓰겠나 ? 그 소치니라는 놈과 무리들을 모조리 화형 시켜. 그런 일은 주교들이 나서서 해야 되는 거 아냐 ?"

재상은 지그문트의 고함에 가까운 말소리에 말없이 고개를 숙였다. 뭔가 잘못되어 가고 있는 것은 분명했지만 딱히 해결책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건 그렇고, 그 놈은 지금 어디에 있는 거야 ? 소재는 파악 되었나 ?"

"모스크바에서 비슷한 사람을 보았다는 상인들이 있어서, 사람을 파견했습니다. 조만간에 소식을 가지고 올 것 입니다. 지금 같은 때에 왕자가 적국의 도시에 있다는 것이 걱정일 뿐입니다."

"부아디수아프는 ?"

"예수회에서 파견 나오신 신부님과 공부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이번에 오신 분은 아주 훌륭한 신부님이라고 정평이 자자합니다.

"못 난 놈"

재상은 부아디수아프와 바쟈 중 누가 못난 놈이라는 것이지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부아디수아프와 바쟈중 둘 중에 한명이 다음 폴란드 왕이 되던가 아니면 아무도 되지 않을 수 있었다.


모스크바.

케플러는 서둘러 짐을 싸기 시작했다. 짐 싸는 것을 거들고 있는 바쟈도 심경이 복잡했다. 케플러는 자신의 후원자인 발렌슈타인의 귀국 종용을 거부할 수 없었다. 스웨덴과 신성로마제국의 전쟁으로 인해 인재가 필요했던 발렌슈타인은 케플러에게 계속해서 편지를 보내고 있었다. 여름방학이 되기 전에, 케플러는 모스크바를 떠날 생각을 굳혔다.

"아저씨. 다음에 또 만날 수 있을까요 ?"

"그럼. 아직 죽기에는 젊지. 그런데 자네는 여기에 남아 있을 생각인가 ? 대한제국이 스몰렌스크를 함락 시키고 조만간 우크라이나로 진격할 거라는 소문이 파다하던데 ?"

"그래서 요즘 고민이에요. 좀 더 대한제국의 문물을 배우고 싶기도 하고, 돌아가자니 형이 무섭고. 돌아갔다가 포르트갈로 보내버리면 어떻게 해요 ?"

바쟈는 폴란드와 대한제국간의 전쟁보다는 예수회 수도원 같은 곳으로 끌려갈 수도 있다는 것을 더 두려워했다. 아직까지 대한제국이나 학교 당국에서는 자신의 신분에 개의치 않는 눈치였다. 가끔 주변을 어슬렁거리는 사람들이 눈에 띄긴 하지만 지금까지 한 번도 직접적인 개입을 한 적이 없었다.

"알아서 하게. 이번에 가면 다시 대한제국 땅을 밟을 수 없을 것 같은 생각이 드는군. 내 욕심 같으면 자네라도 남아서 나에게 편지로 배운 것을 알려주었으면 하는 바람이지만"

케플러와 바쟈는 거의 40에 이르는 나이차를 극복하고 동기생으로서 많은 것을 상부상조했다. 케플러는 바쟈가 이해하기 힘든 부분을 자세히 설명해 주고, 바쟈는 케플러를 위해 번역을 해주곤 했다.

"아무튼 조심하세요. 시간 나면 한번 뵈러 갈께요 ?"

바쟈가 제법 어른스럽게 케플러에게 악수를 청하고 나섰지만, 케플러는 그런 바쟈의 손을 잡는 대신 바쟈를 가슴깊이 끌어 안아주었다.


제 5 장 서로 다른 꿈을 꾸는 자들


대명부 호북성 강릉

옛 이름 형주로 더 알려진 강릉시는 양자강 지류를 이용한 주변 지역의 중심지 역할을 했지만, 대한제국이 대륙을 통치하면서 옛 영화를 점점 잃어갔다. 대한제국이 강릉 바로 아래에 있는 사시에 물류기지를 새로이 건설하면서, 주변의 통상을 빠르게 흡수한 사시로 사람과 물산이 몰려들었기 때문이었다.

"여기가 삼국지에 나온 형주란 말이죠 ?"

나승민 차기 대명부 총경은 강릉으로 들어서는 관도에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대명부 총리의 명령에 따라 모든 성은 성문 주위를 제외하고는 성벽을 철거하도록 했기 때문에 강릉성 역시 도시 외곽을 둘러싼 성벽이 철거되어 있어서 더욱 초라하게 보였다.

"코흘리개로 폄하한 육손에게 관운장이 죽은 곳이지. 자만심은 자네가 경계해야 할 가장 무서운 적이 되겠군."

"새겨듣겠습니다. 선배님. 그나저나 지금 누굴 만나러 가시는 길이십니까 ? 부임지로 떠나시려면 시간이 촉박할 텐데요 ?"

"육손을 만나러 가네. 자네를 가장 괴롭힐 사람 중 하나일 테니 미리 안면을 터놓고 지내는 게 좋지."

허삼수 전임 대명부 총경은 특수 3부장에서 총경으로 승진하여 대명부에서 3년을 근무하고 북쥬신 대륙 북쪽에 마련된 내란 포로들의 정착지 행정관으로 부임하라는 인사 이동 명령을 받았다. 대명부를 떠나기 전에 허삼수는 꼭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어서 이곳 강릉에 들른 것이다.

"안에 계십니까 ?"

강릉 외곽에 위치한 단아한 기와집 대문에 이른 두 사람은 수행원들을 뒤로 물리고 문을 두드렸다. 한참이 지나자 말쑥하게 차려 입은 귀여운 사내아이가 나타나 문을 빼 꼼이 열었다.

"누구십니까 ?"

"난 허삼수라고 한다. 안에 어르신 계시느냐 ?"

"계십니다만, 사부님께서는 요즘 도통 손님을 받지 않으십니다. 죄송합니다만, 다음에 오셨으면 합니다."

"아이야. 난 조금 있으면 이곳을 떠나고, 언제 다시 올지 모른단다. 들어가서 어르신의 의중이나 여쭤보고 오도록 해라. 허삼수란 사람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데 뵙기를 청한다고"

"알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꼬마가 다시 문을 닫고 들어가자 나승민은 지금 상황을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대명부 총경이 이런 푸대접을 받는 것도 그렇지만, 그런 푸대접에 전혀 얼굴을 붉히지 않는 허삼수가 더 이상했다. 한참이 지나자 아까 그 꼬마가 다시 나와서는 대문을 활짝 열었다.

"들어오시지요 어르신들"

근 일 년 만에 집안으로 들어온 손님들을 신기한 눈으로 바라보던 사내아이가 앞서 나갔다. 나승민과 허삼수는 천천히 따라가면서 주변을 살폈다. 집안 구석구석은 온화한 기운으로 가득 차 있어서, 저절로 마음이 편해졌다.

"사부님. 어르신들을 모셔왔습니다."

"안으로 뫼셔라. 너는 차를 내오도록 하여라."

"네. 사부님"

아이가 어디론가 흥얼거리며 뛰어가자, 나승민과 허삼수는 안으로 들어갔다. 대략 40세 정도 되는 사람이 읽던 책을 덮고는 일어나 둘을 맞이했다. 아이가 내온 찻잔에 담긴 뜨거운 차가 식을 동안 세 사람은 아무런 말이 없었다. 허삼수가 입을 열어 긴 침묵을 깨자 정지해 있던 방안의 공기가 살며시 움직였다.

"이쪽은 새로이 대명부 총경 자리를 맡은 사람입니다."

"나 승민입니다."



작가의말

어머니 아버지 날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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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6 천군2부 +3 15.05.09 4,877 144 18쪽
» 천군2부 +3 15.05.08 5,102 104 19쪽
104 천군2부 +4 15.05.07 5,844 120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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